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260
문화탐방동아리 여름합숙.
다만 이름만 여름합
숙이지 실상은 2박 3일 동안 진행되는 여행이었다.
서울역에서 집합한 부원들을 봐도, 저마다 여행을 떠나기 위한 차림을 하고 있었다.
그들 중에서도 유난히 신경 쓰이는 인물이 두 명이나 있었으니.
“…제발 그것 좀 벗어주면 안 돼?”
“아니, 왜? 여름이라 햇살이 세서 눈이 부시단 말이야.”
“역 안에서 잘도 하는 소리다.”
은하는 아침부터 서울역으로 향하는 내내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민지에게 못마땅함을 감추지 못했다.
본격적으로 여름을 즐기겠다면서 피부가 훤히 드러나는 옷을 입고 온 김민지.
그녀 왈, 여름은 노출의 계절이라 트렌드에 맞추기 위해서는 이렇게 옷을 입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 누나는 너처럼 안 입어.”
“…은아 언니는 이렇게 안 입어도 당연히 예쁘니까 그렇지. 그런데 너, 모든 일마다 사사건건 은아 언니를 들먹이지 말아줄래? 진짜 시스콤도 그 정도면 병이거든?”
“은애도 그렇게 안 입어.”
“…진짜 극혐.”
선글라스를 이마 위로 올린 민지는 소름이 끼친다는 시선으로 두 팔을 쓸어내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은하는 혀를 차며 그녀에게서 눈을 돌렸다.
어깨와 겨드랑이가 훤히 드러나는 검은색 홀터넥 나시.
체형보다 다소 작은 홀터넥 나시는 그녀가 손을 뻗을 때면 배 언저리가 살며시 드러났다.
그 외에 허벅지가 훤히 드러나는, 마치 엉덩이만을 감싼 것 같은 푸른 반바지.
솔직히 말하면 그는 눈을 둘 곳을 찾기가 애매했다.
그래도 민지가 아직 14세였기에 그나마 다행이었다.
먹민지 쟤가 성인이 된다는 것이 상상이 되지는 않지만….
앞으로는 조심해야겠네.
요즘 들어 가끔씩 여성의 면모를 조금씩 보여주는 소꿉친구.
그리고 신체가 성인으로 다가가는 자신.
32년이란 시간과 14년의 시간은 그를 46년의 정신연령을 가진 이로 만들어주지 않았다.
다만 두 시간대가 간극을 메우면서 조금씩 뒤섞여갔을 뿐.
지금도 계속.
그러나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흐르듯 14세의 신체는 성장하고 있었다.
앞으로 몇 년이 지나면 이 신체는 두 시간대가 섞인 정신과 일치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그때가 되도 자신은 이들을 단순한 친구로 볼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은하는 속으로 부정했다.
해야 할 일이 많았다.
가야 할 길이 멀었다.
언젠가 몸과 정신이 일치할 때에도 자신은 두 번째 삶에서 이루기로 한 목적을 위해 꿋꿋이 나아갈 것이다.
멈춰서는 일 없이.
“하양이나 서나처럼 그냥 간편하게 입고 오면 됐잖아.”
“하양이랑 서나처럼? 노은하 너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구나?” “뭐가?”
민지로부터 고개를 돌린 은하는 은혁과 대화를 나누고 있던 하양과 서나를 가리켰다.
서나는 새하얀 오프숄더 원피스와 긴 치마를 입고 있었다.
눈에 띠는 금발과 새하얀 오프숄더 원피스는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반면에 정하양은 새하얀 원피스와 밀짚모자가 인상적이었다.
역 안에서 잠시 벗어둔 밀짚모자를 겨드랑이에 끼운 그녀는 친구들과 즐겁게 수다를 떨고 있었다.
여하튼 두 사람은 상황에 알맞은 차림을 하고 있었다.
누구와 다르게.
“쟤네들은 끝판왕이야.”
“…끝판왕? 그게 뭔 소리야?”
“너는 쟤네 둘이 오늘 여행을 위해 어떤 수영복을 가지고 왔는지 모르지?”
“…뭔데?”
“흥, 이따 직접 보지 그래?”
그만 호기심이 동하고 말았다.
그러나 민지는 그의 호기심에 불을 붙이기만 했을 뿐, 다른 부원들에게 쌩하니 걸어간 것이다.
…대체 뭘 가지고 왔길래?
남겨진 은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봤자 꼬맹이일 뿐이었다.
두 사람이 무언가를 준비했더라도 겨우 그 정도밖에 되지 않으리라.
“…아직 다들 애라니까.”
순간 두 사람의 가슴에 시선이 간 은하는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잡생각을 떨쳐내기로 했다.
마침 파랑이 근처에 있던 차였다.
이 형도 참 문제야.
내가 가져오지 말라고 경고를 해도 기어코 가지고 오고….
은하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튜브를 끼고 있는 진파랑을 보며.
어디서 구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알로하셔츠와 꽃무늬 반바지는 정말 찢어버리고 싶었다.
“왜? 내 튜브 탐나냐? 그러게 내가 안 가지고 오면 나중에 후회할 거라 했지?”
“…오늘 형이 보고 싶어 하던 바다 원 없이 구경하게 해줄게.”
은하는 오늘 아침 파랑이 가방에 오리발과 스노클링 세트를 넣는 걸 뜯어말렸지만, 튜브만은 뺏을 수가 없었다.
서울역으로 오는 내내 양 옆에서 커다란 선글라스를 쓴 소꿉친구와 튜브를 낀 바보 형을 데리고 오느라 창피해 죽는지 알았다.
이따 기차 탈 때에는 쟤네들 옆에 절대로 앉지 말아야지.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길은 꽤나 멀고 험했다.
선로 위에 몬스터가 언제 나타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 각 역마다 정차할 수밖에 없었다.
혹시라도 몬스터가 나타났다가는 선로와 기차를 재점검해야 했기에 이동시간은 더더욱 걸렸다.
그렇기 때문에 은하는 수면안대를 챙겨온 차였다.
기차에 올라타는 대로 자리에 앉아 눈이나 붙이기로 했다.
때마침 다른 학생들 또한 속속들이 도착하고 있었다.
저 멀리서 목민호와 나란히 오는 차은우도 보였다.
“얘들아, 안녕. 방학 잘 보냈어?”
“…안녕.”
화사하게 웃는 은우와 퉁명스럽게 인사하는 민호.
그러나 은하와 친구들은 두 사람을 반갑게 맞이할 수가 없었다.
은우의 한쪽 뺨이 새빨갛게 부어 있었으니까.
“은우야, 너 얼굴이 왜 그래?”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야? 많이 아플 것 같은데….”
서나와 하양은 놀란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걱정 어린 목소리로 물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응, 그게…, 어제 넘어져서….”
은우는 마치 이럴 줄 알았다는 듯 어색하게 웃으며 읊조렸다.
가만히 있어도 슬퍼 보이는 얼굴은 눈동자가 보이지 않도록 눈을 접자 애달픈 분위기를 배가시켰다.
저게 넘어져서 생긴 얼굴이라고?
여기에서 그녀의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길을 가다가 넘어졌다고 하더라도 얼굴이 까질지언정, 얼굴이 저렇게 부을 리가 없었다.
마치 주먹에 맞기라도 한 것처럼.
광대뼈와 턱뼈 사이의 공간이 크게 부풀어 올라 있었다.
상태로 보아서는 입 안쪽에 멍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컸다.
“…이 손은 뭐야? 어디 데였어?”
그러던 중, 민지는 은우가 등 뒤로 감추고 있던 손을 잡아챘다.
새하얀 손등 위에 커다란 반창고가 붙어 있었다.
“…아, 이거? 내가 좀 덜렁거려서 커피를 따르다가 그만 내 손 위에 부어버렸지 뭐야. 아하하….”
은우가 속사포처럼 말했다.
친구들은 그저 침묵했고, 그녀가 어색하게 웃는 소리만이 공허하게 흩어졌다.
모두가 눈치를 살폈다.
이 분위기를 어떻게 넘겨야 할지, 정황을 자세하게 추궁해야 하는지 갈등하며.
그때 목민호가 나서지 않았더라면 어색한 분위기를 떨쳐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게 칠칠맞게 포트를 든 채로 한눈을 파냐고….” “에헤헤…, 나도 반성하고 있어.”
“가볍게 데인 정도일 뿐이야. 얘가 툭하면 덤벙거리고, 엄살이 심해.”
“…치, 꼭 그렇게 말해야겠니?” “그럼 다음부터는 조심하든가.”
다행히 은우는 민호를 마주하더니 평소의 모습을 되찾았다.
억지로 웃던 얼굴을 풀은 그녀는 민호가 떠미는 대로 지정된 기차에 올라탔다.
“너희도 모두 올라타! 자리는 다들 알고 있지!?”
합숙에 참가하는 인원들을 확인한 동아리 부장이 10호차 앞에서 크게 소리쳤다.
여자아이들은 은우와 타겠다면서 기차 안으로 들어간 뒤였다.
그러다 보니 남자들은 자연스럽게 같은 자리에 앉게 되었다.
“목민호.”
“왜?”
은하는 기차에 올라타려던 민호를 불렀다.
계단을 오르던 그가 손잡이를 잡고 고개를 돌렸다.
“은우 얼굴…, 왜 저런 거야?”
“…….”
“너는 알고 있을 거 아니야.”
목민호가 모를 리가 없다.
은하는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지 않았더라면 민호가 조금 전 은우를 변호하면서 보였던 얼굴이 설명이 되지 않았으니까.
자신에 대해 혐오감을 품고 있던 사람의 얼굴이었다.
은하는 그 얼굴을 많이 보아왔다.
그리고 많이 지어보았다.
그래서 한순간에 불과했을 본심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네가 참견할 바가 아니야.”
“…….”
“그냥 가만히 있어. 그게 은우를 도와주는 거니까.”
“…그래, 그럼.”
자신과 목민호의 관계는 이렇다 할 사이가 아니었다.
단순히 동아리가 같을 뿐.
은하는 목민호의 답변으로 다시금 자신과 그의 거리를 인지했다.
아직 은하는 그와 차은우에 대해 깊숙이 파고들 수 없었다.
그러나 하나만 더 묻기로 했다.
“여름합숙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집에서 푹 쉬는 게 낫지 않았을까?”
그 물음에 목민호는 주먹을 쥐며 은하를 노려보았다.
“…그게 누구 때문인데.”
이윽고 그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기차에 올랐다.
☆
선녀정부가 들어서기 전, ‘부산행’ 사건이라는 것이 있었다.
많은 사람이 이동하는 곳에는 대개 편재가 발생하고 몬스터가 태어나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고속도로에는 일정 지점에 플레이어가 상주하는 곳이 있었고, 선로의 경우에는 역마다 플레이어가 상주하고 있었다.
고속도로나 선로 위에서 몬스터가 출몰했을 경우에는 인근 지점에서 대기하고 있던 플레이어들이 언제든 달려갈 수 있도록.
그런데 문제는 하필이면 몬스터가 선로 위에서 나타난 것이 아니라, 기차 내부에서 출몰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몬스터는 접촉한 사람을 감염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플레이어가 상주하고 있지 않았던 기차 안에서 소란이 일어난 것은 당연지사.
많은 사람들을 몬스터로 만들어낸 해당 사건은 부산행으로 가고 있던 기차 안에서 벌어졌다고 하여, 소위 ‘부산행’ 사건이라 불리게 됐다.
“잠시 검사가 있겠습니다. 그대로 가만히 계셔주시면 됩니다.”
그 일이 있은 뒤로부터 사람들은 일정 정거장마다 네비게이터들에게 몬스터에게 감염이 되지는 않았는지 체내 마나 검사를 받아야 했다.
좌석에 기대어 자고 있던 은하는 찌뿌둥한 얼굴로 수면안대를 벗었다.
“네, 확인 됐습니다. 즐거운 여행 되십시오.”
“…벌써 몇 번째인지, 원….”
네비게이터의 검사는 간단했다.
사람들의 주변을 떠다니는 마나가 불안정한 형태를 보이지 않는다면 순조롭게 통과할 수 있었다.
승객 한 명을 유심히 검사할 수는 없으니 대략적으로 검사하는 것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하나마나였다.
검사를 진행하는 네비게이터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게 뻔했다.
어디까지나 일반인을 안심시키려는 목적 외에는 아무 목적도 없었다.
“대장, 정말 잘 잔다. 중간에 깨면 잠이 안 오지 않아?”
“아니, 전혀. 나는 잘 오는데.”
좌석에 몸을 맡기고 자고 있었기 때문인지 머리가 눌린 것 같았다.
몸을 뒤척이며 하품을 한 은하는 은혁이 먹고 있던 삶은 달걀을 하나 뺏어먹었다.
“부산까지는 얼마나 남았대?”
“3시간은 더 가야 한다고 하더라. 애들도 지쳐서 밖에 바람 좀 쐬러 나갔어.”
어쩐지 기차가 멈춘 후부터 주변이 조용하다고 생각했다.
좌석과 좌석 사이로 고개를 내민 은하는 여자아이들이 있던 자리를 내다보았다.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좌석 여기저기에 기차에서 나눠준 담요가 걸려 있었다.
여자아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진파랑도 없었다.
“파랑이 형이랑 목민호는?”
“민호는 지금 화장실. 파랑이 형은 동대구역에 먹을 게 어떤 게 있는지 구경하러 갔어.” “…그 차림으로?”
“…응.”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은혁.
은하는 어째 은혁이 진파랑을 따라가지 않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알로하셔츠와 꽃무늬 반바지, 튜브를 끼고 있는 진파랑과 같이 다니다 창피를 당할 게 뻔했으니까.
나라도 안 따라가지.
보나마나 파랑은 창피한지 모르고 정거장 내부를 쏘다니고 있으리라.
은하는 눌린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러다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배수빈을 발견했다.
그녀가 웬일인지 손에 들고 있던 스포츠음료를 건넸다.
“네가 웬일이야? 이걸 다 주고….”
“내가 사는 거 아니거든. 민지가 가져다주라 해서 너한테 주는 거야. 지금 일어났을 테니까 마실 것 좀 가져다 달라면서….”
“내가 소꿉친구 하나는 잘 뒀네.”
마침 목이 마르던 참이었다.
은하는 민지의 배려에 감사해하며 스포츠음료를 마셨다.
듣자하니 배수빈은 다른 아이들이 쇼핑을 하는 시간이 길어져서 먼저 자리로 돌아왔다는 모양이다.
볼일을 마치자마자 자리로 돌아가 곧장 단어장을 집어드는 그녀였다.
진짜 공부벌레야, 저건….
은하는 혀를 내둘렀다.
배수빈은 여름방학에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아카데미에서 공부하고 있었다는 모양이었다.
정말이지 독했다.
그러면서도 배수빈은 전교 1등을 차지하지 못했다.
물론 은하 역시.
정하양은 정말 장난이 아니지.
실기에서 좋은 성적을 받은 그도, 독하게 공부한 수빈도 이기지 못한 1학년 1학기 전교 1등 정하양.
은하는 여자아이들과 재잘거리며 기차 안으로 들어오는 그녀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하양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파티로 끌어들여야 할 대상이었다.
“은하야, 아이스크림 먹을래?”
“먹을래. 근데 목민호는 왜 너희랑 같이 있는 거야? 너 화장실 간 거 아니었어?”
하양이 흰 봉투에서 그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꺼냈다.
스포츠음료를 테이블 위에 올려둔 은하는 그녀가 건네는 아이스크림의 포장지를 벗겼다.
한편으로는 여자아이들 속에 있던 목민호를 향해 고개를 갸웃거렸다.
“얘네들이 억지로 끌고 간 거야.”
“끌고 갔다니, 민호 너도 재미있어 했으면서.”
“너희 때문에 시끄러워서 죽는 줄 알았거든?”
아무래도 민호는 화장실에 들렀다 여자아이들에게 붙잡혔던 모양이다.
한숨을 쉬며 자리에 앉은 목민호는 쭈쭈바를 주물거리던 은우의 핀잔에 한숨을 쉬며 대꾸했다.
이제 파랑이 형만 남았나.
슬슬 기차가 출발할 시간이 됐다.
그런데 파랑이 아직 오지 않았다.
남자아이들의 자리에서 대화하던 여자아이들도 차츰 시간이 지나자 파랑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서나야, 빙구 오빠한테 텔레파시 보내는 게 어때?”
“지금 보냈는데…, 줄서고 있다가 허겁지겁 뛰어오는 모양이야.”
“하여간, 빙구 오빠는 맨날 문제만 일으킨다니까. 얼른 오라고 전해줘.”
“응.”
삼각 귀 사이로 전류를 파직 하고 일으키는 진서나.
은하는 차창에 기대 턱을 괬다.
이놈의 진파랑이 문제였다.
여행을 한다는 생각에 잔뜩 들떠서 이렇게 문제만 일으키고 있었다.
“…아! 대장, 지금 문 닫혔는데?”
“…이 형 진짜 노답이네. 서나야, 파랑이 형은 탔대?”
“그게, 지금 텔레파시를 보냈는데 오빠한테 답장이 없어.”
이윽고 기차가 출발했다.
자리에 앉으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결국 은하와 친구들은 어쩔 수 없이 자리에 앉아 파랑을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부디 무사히 탔기를 기도하며.
“…….”
그러나 기도는 부질없었다.
창가를 내다보고 있던 은하의 눈에 파랑 늑대가 스쳐지나간 것이다.
“바보 형이 또….”
창가에 얼굴을 바짝 붙인 은하는 저 뒤에서 파랑이 두 팔에 먹을 걸 안고 달려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알로하셔츠와 꽃무늬 반바지 차림으로.
허리에 튜브를 끼운 채로.
아, 넘어졌네.
이제는 모르겠다.
은하는 달리기 시작한 기차를 쫓으려다 넘어지는 파랑에게서 시선을 떼기로 했다.
정신 건강에 좋지 않았다.
“대장…. 부장한테 말하는 게 좋지 않을까?”
“저 놈은 항상 문제만 만드네.”
은혁과 민호도 순식간이었지만 파랑을 본 모양이었다.
두 사람의 감상은 저마다 달랐다.
한 명은 걱정하는 얼굴로.
한 명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러나 공통점으로는 두 사람 모두 은하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은하의 답변은─.
“─오늘 저녁 바비큐는 넉넉하게 먹을 수 있겠다고 부장한테 전해둬야겠네.”
어디 내놓는다고 가만히 죽어나갈 진파랑이 아니었다.
알아서 잘 찾아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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