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262
몬스터 웨이브란 용어가 있다.
소규모 편재가 동시에 같은 곳에서 군집을 이루며 몬스터를 출몰시키는 편재를 가리킨다.
그리고 이러한 편재에서 출몰하는 몬스터는 대개 군집단위로 움직이며 단일 개체에 비해 힘이 떨어졌다.
다만 수가 많았을 뿐.
광범위를 공격할 수 있는 마법을 사용할 수만 있으면….
군집을 이루는 몬스터를 상대하는 플레이어들로부터 제법 떨어져 있는 수면 위.
은하는 넘실거리는 바다를 밟고, 편재 속에서 끊임없이 튀어나오는 몬스터 무리를 마주하고 있었다.
제8위계 오졸(鰲卒).
거대한 가재의 형상을 본뜬 무리는 붉은색 혹은 푸른색을 띠고 있었다.
물리공격에 특화된 붉은색 오졸과 마법공격에 특화된 푸른색 오졸이었다.
당연히 상대하기 까다로운 녀석은 푸른색 껍데기를 지닌 놈이었다.
우선 마법을 사용하는 몬스터부터 처리해야 해.
천보
일점돌파
미침
푸른색 오졸의 집게가 빛나기 직전 은하는 무리 속으로 뛰어들었다.
바로 조금 전 그가 있던 자리에 거대한 물보라가 쳤다.
그는 뒤에서 튀어 오른 바닷물을 뒤집어쓰며 검은 가시나무에 한가득 마나를 실었다.
검은 가시나무 끝에서부터 시작된 돌풍은 이내 그를 포함하여 하나의 창이 되었다.
창의 몸체에 모인 마나가 회전하고 천보의 추진력으로 오졸들의 진열을 무너뜨렸다.
녀석들의 무리 속에 떨어진 은하는 급히 검은 가시나무에 맺힌 잔재를 방사형으로 퍼뜨렸다.
미세한 가시가 갑각류 몬스터에게 날아들었지만, 놈들은 집게손으로 공격을 막아냈다.
“…껍질 하나는 엄청 단단하네.”
일점돌파의 영향을 받은 녀석들은 눈에 띄는 피해를 입은 것 같았지만 그 외의 놈들에게는 미미한 피해도 주지 못했다.
캐스터나 서포터가 없으니 진척이 좀처럼 진행이 되지를 않았다.
못내 정하양을 데려오지 않은 게 후회되었다.
바일런트 베놈은 쓸 수도 없고….
유일하게 광범위를 공격할 수 있는 마법인 바일런트 베놈.
그것만 사용할 수 있다면 저들을 어렵지 않게 해치울 수 있으리라.
하지만 바일런트 베놈은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 아니었다.
독에 중독되어 죽는 놈들은 주변에 피를 흩뿌리며 근처에 있는 놈들을 감염시켜 버리니까.
자칫 바다에서 그걸 사용했다가는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은 물론, 독성이 다른 곳으로 퍼질 수 있는 위험도 있었다.
은하 본인으로서도 자신의 마법이 얼마나 오랫동안 영향력을 발휘할지 예상할 수 없었다.
체내 마나가 적은 이유로 그나마 사용할 수 있는 광범위 마법이건만 도움조차 되지 않으니 안타깝기만 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쉬워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새로운 방책을 찾아야 했다.
“그러면 지들끼리 싸우게 만들면 그만인 거지.”
천보
일점돌파
광무
스티지안 아이
그래서 녀석들의 무리에 뛰어들어 분탕을 쳤다.
지근거리에 있던 갑각류 몬스터의 팔다리를 부러뜨리고, 수면 위에서 무작위로 검을 휘둘러댔다.
놈들이 자신을 잡기 위해 몰려들자 은하는 기다렸다는 듯이 스티지안 아이를 전개했다.
시선이 마주친 놈들이 정신을 잃고 집게손을 마구잡이로 흔드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자연히 옆에 있던 갑각류 놈들이 피해를 입었고, 곳곳에서 이리저리 마법이 날아들었다.
무리는 저희들끼리 와해됐다.
혼란은 삽시간에 퍼져 나갔다.
종횡난무
수면 위가 조금 미끄러웠다.
생태계를 더럽히는 오졸의 거품이 수면 위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은하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놈들을 쓰러뜨리게 된다면 수면 위에서 끊임없이 피어오르는 거품도 사라지게 될 테니.
번쩍
그때 밤하늘에 울린 폭죽 소리.
놈들의 껍질이 빠각 하고 부서지는 소리는 폭죽 소리에 파묻혔다.
간간이 파도치는 소리만 들릴 뿐.
은하는 놈들에게 검은 가시나무를 있는 힘껏 휘둘렀다.
이래서는 마석을 줍기 불편한데.
놈들이 품고 있던 마석이 물속으로 퐁당 빠졌다.
재빨리 공중에 떠오른 마석을 잡은 그였으나, 모든 마석을 그런 식으로 얻을 수는 없었다.
자연히 손에 넣는 마석보다 물속에 빠지는 마석 수가 더 많았다.
바닥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광대한 바닷속은 밤하늘을 밝히는 불꽃도 어찌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그렇기에─.
“─…!”
겨우 오졸 무리를 모조리 물리치고 마석을 수거하려던 은하는 난데없이 수면 아래에서 튀어나온 무언가에 발목이 붙잡히고 말았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한껏 숨을 참지도 못했다.
바닷속이 어두웠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촉수처럼 생긴 무언가에 발목을 붙잡혔다는 것밖에 알 수 없었다.
제6위계….
감지망을 전개해본 결과, 녀석은 못해도 제6위계로 추정되는 몬스터.
뒤늦게 입을 앙 다문 은하는 감지망에 걸려든 몬스터를 보려고 눈을 부라렸다.
때마침 폭죽이 터졌다.
한순간 바닷속이 환해졌다.
발목을 붙잡은 것은 촉수가 아니라 오징어 다리였다.
이 오징어 새끼가….
오징어는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특히 오징어의 형상을 본뜬 놈은 시간을 되돌아와도 여전히 증오를 품게 하는 대상이었다.
그러나 물속은 놈의 홈그라운드나 마찬가지였다.
물속에서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는 마법도 보유하지 않는 현재로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만약 저 아래에서 녀석이 성미를 이기지 못하고 마법을 난사하지만 않았더라면.
제대로 숨도 쉬지 못하는 물속에서 험난한 사투를 벌였으리라.
오만의 반격
아티펙트 오만의 반격.
하루에 한 번, 거의 웬만한 마법을 카운터로 받아치는 아티펙트.
재빨리 목걸이에 마법을 불어넣은 은하가 죽이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순간 번쩍 빛난 목걸이의 보석은 그를 지키는 구형의 보호막을 만들어냈다.
이윽고 어둠 저편에서 날아드는 형형색색의 마법.
벽에 부딪치는 것만으로 물리적인 데미지를 가하는 마법에 의해 공간이 쿵쿵 요동쳤다.
동시에 바닷속으로 끌려가던 그는 충격에 의한 반동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
별 것도 안 되는 게…!
설마 여기서 오만의 반격을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러나 능력은 만족스러웠다.
오만의 반격은 놈이 쏘아낸 마법을 모조리 받아쳐, 이 세상에서 녀석을 지워버렸으니까.
감지망에서 놈의 반응이 사라진 걸 확인한 은하는 수면 위로 올라왔다.
못해도 제6위계에 버금갔을 놈의 마석을 수거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그러나 숨을 쉬어야 했다.
“푸아─!!”
다물고 있던 입을 크게 벌렸다.
입에 들어간 물을 켁켁 토해내며, 숨을 헐떡인 그는 정리되기 시작한 주변을 둘러보았다.
얻지 못한 마석이 많기는 했지만, 질이 좋은 마석을 얻을 수 있어서 긍정적으로 여기기로 했다.
그런데─.
─부우우우
뱃고동을 울리는 것 같은 소리.
주변에 흩어져 있던 편재와 편재가 서로 결합하며 대규모 편재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곳에서 모습을 드러낸 몬스터는 거대한 자라를 연상케 하는 파충류.
날카로운 이빨, 무늬 없는 등딱지.
편재에서 태어나며 파도를 일으킨 놈이 기다란 목을 빼들며 뱃고동과 같은 소리를 냈다.
혼자서 상대할 수 있는 몬스터는 아닌데….
제5위계 몬스터 오왕(鰲王).
은하는 기억 속에서 녀석에 대한 정보를 끄집어내고는 혀를 찼다.
혼자 쓰러뜨릴 수 있는 몬스터가 결단코 아니었다.
오왕을 쓰러뜨리려면 파티를 이뤄 오랜 시간을 들여야 했다.
그러나 이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부으으으
오왕이 자신을 인식했다.
은하는 하늘에서 떨어지기 시작한 마법을 피하기 위해 감각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천보를 사용하여 수면을 내달리고, 도중에 브레이크를 밟으며 방향을 수정했다.
피하지 못하는 마법은 어베니어즈 클로크로 막아내고, 검은 가시나무로 쳐냈다.
그래도 한 번이면 돼!
바일런트 베놈은 쓸 수 없었다.
그러나 탄환은 충분했다.
베레타의 탄창을 갈아 낀 은하는 쇄도해오는 공격을 피하며 달렸다.
천보
오왕은 거대한 덩치를 가지고 있어 움직이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걸 이용해 등딱지 밑까지 달려, 녀석의 다리를 벽면보행을 하듯이 밟았다.
녀석이 몸을 흔들었지만, 은하는 녀석의 의도에 따라주지 않았다.
악착 같이 버티고 버텨 껍질 위로 뛰어올랐다.
…할 수 있어.
공중에 떠오른 그의 머리가 바다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베레타를 두 손에 쥐고 오왕의 등딱지를 겨누었다.
녀석은 생긴 것과 다르게 방어력이 약했다.
스킬 No. 001 인비져블 트레커(Invisible Tracker)
리볼버 쏜
한 번이면 족했다.
베레타의 총구를 빠져나간 탄환이 거대한 가시처럼 변모했다.
녹색의 궤적을 그려나가던 가시가 오왕의 물렁한 등딱지에 박혔다.
가시가 터졌다.
녹색 빛을 흩뿌리며.
“─오늘은 일진이 좋지 않네!”
“젠장…, 오왕까지 나올 줄이야…. 이거 일당을 더 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 “서포터! 캐스터! 이쪽으로 붙어! 고위계 몬스터다! 조심해라!”
때마침 다른 곳에서 전투 중이던 플레이어들이 도착하고 있었다.
바닷속에서 수면 위로 올라온 그는 플레이어들이 오왕을 공격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어베니어즈 클로크
캐스터와 서포터의 대규모 마법이 오왕을 덮칠 때.
은하는 물에 젖어 무겁게 느껴지던 어베니어즈 클로크에 마나를 넣고, 어둠 속으로 몸을 감췄다.
이 자리에 모인 플레이어들은 현재 오왕에 집중한 나머지 투명하게 된 자신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과감히 나아갔다.
리볼버 쏜
검은 가시나무를 앞으로 향했다.
검을 중심으로 시계방향으로 도는 세 개의 가시.
세 가시는 검이 가리키는 방향을 정확하게 조준하고 있었다.
인비져블 트레커
인비져블 트레커.
그것은 노은하의 집념과 스킬석이 공명하여 만들어낸 마법.
인지범위 내에서 상처를 준 부위를 무조건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마법.
그는 가시를 전부 쏘았다.
가시는 그저 놈을 노렸을 뿐인데, 그의 컨트롤에서 벗어나서는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날아다니며 등딱지를 찔렀다.
부으으으으으으으으─!!
녀석이 크게 비명을 질렀다.
긴 싸움의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이번에는 탄환을 몇 번이고 발사했다.
마나가 담긴 탄환은 어느 방향에서 쏘더라도 인비져블 트레커가 만든 표적지로 날아갔다.
폭음이 터지고, 폭발이 일었다.
천보
녀석의 숨이 다하고 있었다.
은하는 급기야 옆으로 쓰러지는 오왕을 보자마자 하늘 높이 뛰어올랐다.
검은 가시나무를 쥐었다.
몸이 아래로 기울어졌다.
일점돌파
일직선으로 달려가 공격하는 마법.
그 마법이 녀석을 향해 떨어지는 그에게 추진력을 더해주었다.
인비져블 트레커
등 뒤에서 폭죽이 터졌다.
밤하늘을 밝히는 빛이 환하게 검을 비췄다.
예리한 빛이 자신하고 있었다.
그도 자신했다.
이것으로 끝이라고.
극침격자
검은 가시나무의 날을 조정했다.
한손직검이었던 날이 늘어지면서 레이피어와 같은 형태로 변했다.
인비져블 트레커의 영향에 의하여 더더욱 가속한 은하는 존재 자체로 거대한 창이 되었다.
보오오오오오오─!!
단말마와 같은 비명.
거대한 창이 등딱지를 꿰뚫었다.
껍질을 파헤치고, 살을 관통했다.
그가 바닷속으로 다이빙하는 순간, 오왕이 마나로 흩어지며 소멸했다.
“…어?”
“방금 뭐가 지나가지 않았어!?”
은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수면 위에서 냉큼 올라온 은하는 저 높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찬란한 푸른빛을 머금은 보석을 낚아챘다.
제5위계 몬스터의 마석이라니….
이걸 가져가지 못하면 섭하지.
그는 오왕을 쓰러뜨리는데 도와준 플레이어들에게 속으로 감사인사를 표하고 자리를 떠났다.
“…오왕의 마석이 어딘가에 있을 거야!” “누가 수면 아래에 불 좀 비춰봐!”
“어디 있지? 그것만은 찾아야 해!” “그게 얼마짜리인데…!”
그 자리에 남아 있던 플레이어들은 멘붕에 빠졌다.
☆
2박 3일.
해운대에서는 밤마다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났다.
그때마다 은하는 몬스터 웨이브에 뛰어들어 마석을 수거했다.
아, 피곤해….
물론 놀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낮에는 바닷가에서 헤엄을 치기도 했다.
혹시나 전날 밤에 바다에 빠뜨렸던 마석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하나도 찾지 못했지만.
“…나 잘 거니까 건드리지 마.”
“2박 3일 내내 맨날 잠만 잤으면서 잠이 오니? 아무리 생각해도 노은하 너는 진짜 노답이다.”
“커튼 쳐줄까?”
“아냐, 괜찮아. 어차피 수면안대를 쓸 생각이었으니까.”
겸사겸사 배수빈을 바다에 빠뜨려 수영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녀는 회귀 전과 다를 바 없이, 생존본능에 의해 수영을 익혔다.
그 이후는 불 보듯 뻔했다.
배수빈은 합숙 내내 은하만 보면, 하던 일을 내팽개치고는 죽일 듯이 달려들었다.
그녀의 집념은 인정해줘야 했다.
결국 은하는 오늘 아침에는 그녀를 피하는 게 너무 힘들었던 나머지, 어베니어즈 클로크로 몸을 숨기기까지 했다.
“아무튼 나 잘 거니까 깨우지 마.”
지금도 은하는 제대로 자지 못해 피곤하기만 했다.
다행히 마석이라도 얻을 수 있어,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싸운 게 후회가 되지 않았다.
기분 좋게 곯아떨어질 수 있었다.
“뭐야? 얘 벌써 자? 진짜 잠귀신이 붙어 있나….”
“은하도 자니까 조용히 말하자.”
“…야, 이거 기회 아니냐? 이참에 장난을 칠 수 있는….”
“파랑이 형, 그랬다가는 대장한테 또 혼나고 말 거야.”
잠결에 친구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은하는 굳이 반응하려 하지 않기로 했다.
너무 피곤했다.
“내 필통에 매직이 있을 거야.”
“오, 배수빈! 그거 좋은 생각인데?”
“…나는 모르는 일이야.”
“얘들아, 정말 이래도 되는 걸까? 민호야, 너도 그렇게 생각….”
“유치하네.”
다음 주면 여름방학도 끝이었다.
이제 곧 2학기가 시작된다.
그러니 남은 방학은─.
“서나야, 저거 유성 아니야?” “몰라. 나는 모르는 일이야.”
─푹 쉬어야겠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2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