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268
한서현이라는 인물은 존재만으로도 주변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외모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에게 단순히 예쁘다고 평가됐던 외견은 그녀가 사춘기를 맞이하면서 새로이 탈바꿈을 했다.
단지 예쁘장하다는 평가가 아니라.
수식어 앞이나 뒤에 성인 여성에게 붙일 만한 수식어가 붙은 것이다.
“…야, 봤냐?”
“…나 한 번 더 봐야 할 것 같아. 저쪽으로 돌아서 다시 보러 가자.”
“아카데미 학생이 아닌 것 같은데, 어디에서 온 거지?”
“안타깝네요. 만약 플레이어였다면 대중들에게 새로운 심벌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대중들이 생각하는 플레이어에 대한 이미지도 새롭게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르고….”
“플레이어 출신 연예인을 만들든, 그냥 연예인을 만들든 대중들에게 새로운 심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눈 딱 감고 번호 좀 물어볼까?”
“그만둬. 저런 애는 너 같은 애한테 관심도 없을걸?” “근데 분위기 장난 아니지 않냐?”
아카데미를 구경하러 온 일반인들.
문화제를 둘러보고 있던 학생들.
유망주들과 접촉하려 하던 클랜들.
그들은 군만두 부스 앞에 서 있는 한서현을 보고는 저마다 저희들끼리 수군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에게 다가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딘가 초연한 듯한 분위기.
마치 달나라에서 내려온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그녀는 자신 외의 존재를 멀리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치 다가갔다가는 자신의 존재가 보잘 것 없는 것처럼 느껴질 듯한.
요컨대, 사람들에게 무의식적으로 자기 자신에 대해 부정하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여기에는 웬일이야?” “네가 시간 나면 한 번 놀러오라고 그랬잖아. 기억 안 나니?”
그런데 그녀가 은하만을 바라보며 말을 하고 있었다.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더군다나 은하도 너무 자연스럽게 그녀와 말을 주고받기까지 했으니, 사람들이 두 사람의 대화에 주목을 하는 것도 당연했다.
정작 두 사람의 대화는 별 볼일 없는 것이었지만.
“혹시 빈말로 말했던 거라면….”
“…어디 사는 누가 맨날 바쁘대서 못 올 거라고 생각했던 것뿐이야.”
“…거짓말은 아니구나?”
“내가 언제 거짓말하는 거 봤어?”
“이거는 거짓말이네.”
은하는 군만두를 굽는 것도 잊고서 그녀와 오랜만에 대화를 나누었다.
톡이나 전화로 근황을 나눴지만,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누니 새삼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더군다나 저번에 만났을 때에는, 그녀는 약혼자와 같이 있었으니까.
그때 두 사람은 서로 별 말을 나누지 않았다.
그렇기에 두 사람에게는 오랜만에 만나는 기분이었다.
“군만두 하나 먹을래?”
“…그래, 하나만 주렴.”
은하는 문득 그녀를 처음 만났던 기억이 떠올랐다.
시리우스그룹 계열사 연말파티.
그때 그녀는 그를 졸졸 쫓아다니며 다양한 먹거리를 탐방했다.
돌이켜보면 그때부터.
두 사람은 맛있는 음식을 즐겼다.
“그런데 정말 안 바빠? 오늘 학교 수업이 있는 거 아니었어?” “…오늘은 외부 견학이 있었거든. 그게 일찍 끝났던 데다가, 때마침 근처에 아카데미가 있길래 구경하러 온 거야.”
“웬일이래.” “…네가 오라고 그랬잖니.”
“잘 왔어. 그런데 경호원도 없이 혼자 온 거야? 이렇게 돌아다녀도 되는 거야?”
은하는 뒤집개로 주변에 몰려 있는 사람들을 가리켰다.
군만두를 받은 그녀가 그제야 힐끗 주변에 시선을 주었다.
그러고는 무관심한 투로 답했다.
“당연히 안 되지. 각계에서 모인 사람들이 있는 자리인데…, 나 혼자 돌아다닐 수는 없지 않겠니?”
“그럼 어떡하려고?”
“…….”
무심결에 질문한 은하.
그러자 뚱한 시선이 돌아왔다.
그럼에도 그가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기만 하자, 그녀가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시간.” “어?”
“시간 언제 되니? 전에 말했잖아. 아카데미를 구경시켜 주겠다고.”
“어…, 그랬나?” “그거 지금 해줘.”
이 누나가 오늘 왜 이러지?
은하는 입을 다물었다.
이상하게 오늘따라 유독 한서현이 즉흥적인 것 같았으니까.
그가 아는 그녀는 이렇게 갑자기 찾아오는 사람이 아니었다.
아무렴 어때.
그러나 그는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더군다나 그녀는 자신이 후원받는 시리우스그룹의 직계였다.
그녀가 바라는 대로 해주는 것이 마땅했다.
“야, 회장.”
“어, 어어, 왜?”
“나 지금부터 쉴게. 그래도 되지?”
주문이 밀려 있었다.
한서현 때문에 사람들이 전보다 더 몰려 있었고.
그럼에도 그는 입고 있던 앞치마를 훌러덩 벗었다.
그가 던진 앞치마를 얼떨결에 받은 6반 회장이 당황한 얼굴을 하고 있었어도.
“어차피 병원에 실려갔던 사람들은 어제부터 복귀했잖아. 어쩌다 내가 계속 돕고 있었던 거고.”
“그, 그렇기는 하지…. 그래도 은하 네가 없으면 부스가 돌아가지 않을 텐데….”
“몰라, 그건 회장이 알아서 해.”
“으, 은하야! 기다려…!”
회장이 살신성인의 기세로 은하를 붙잡으려 했다.
은하는 막으려는 회장을 제치고, 단숨에 철판 위로 뛰어올랐다.
사람들 사이에서 비명이 울렸다.
그러나 사람들이 우려하던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가 뜨거운 철판 위를 뛰어넘어 부스 밖으로 무사히 착지했기 때문이다.
“가자, 얼른.” “깜짝 놀랐잖니.”
“뭘 이런 걸 가지고 그래? 가자. 쟤네들 쫓아오기 전에 여기서 얼른 벗어나야 해.”
은하는 손을 내밀었다.
그를 타박하려던 그녀는 어쩔 수 없다면서 손을 얹었다.
은하가 손을 끌자, 서현이 걸음을 내딛었다.
신기하게도 두 사람이 나아가는 길마다 인파가 좌우로 갈라졌다.
반대로 은하를 쫓으러 오는 회장은 다시 물결이 된 인파에 휩쓸려서는 두 사람을 쫓아오지 못했고.
등을 돌린 두 사람은 그것을 보고 가벼운 웃음을 터뜨렸다.
“지금 군만두 냄새 나는 거 아니?”
“많이 나? 조금 떨어져서 걸을걸.”
“…내가 언제 떨어지라고 그랬니. 사람도 많으니 옆에 붙어 있으렴.”
서현이 붙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고개를 끄덕인 은하는 그녀의 손을 힘차게 끌었다.
☆
1학년 5반은 코스프레 카페였다.
그것도 남학생이 메이드복을 입고, 여학생이 집사복을 입는 코스프레.
말로 듣기에는 뜨악할지도 모르나, 코스프레 카페를 방문한 사람들은 생기가 넘치는 광경에 유쾌해했다.
무엇보다 그걸 플레이어가 되려는 학생들이 하고 있었으니 일반인에게 친근하게 느껴질 만도 했다.
그러다 보니 1학년 5반의 부스는 대성황을 맞이하고 있었다.
“하양아! 2번 테이블에 밀크티를 가져다주면 돼!”
“여기 물티슈 좀!”
“야! 자꾸 치마 내리려 하지 마. 그게 얼마나 멋없는 짓인데!”
“…다리 사이로 공기가 지나가서 더는 못하겠어! 이거 뭐야! 기분이 이상하잖아! 엄청 춥고!” “참아! 추워도 예뻐지기 위해서는 참아야 할 줄 알아야지! 어!? 거기 얼굴 문지르지 마! 화장이 번지면 큰일 난단 말이야!”
1학년 5반 학생들은 바빴다.
세 번째 날은 특히나.
학생들 모두가 쉬지도 못한 채로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나르고 있었다.
원래라면 축제를 구경 다닐 예정인 하양도 옷을 갈아입을 시간도 없이 서빙을 하기 바빴다.
“주문하신 집사의 다과세트가 나왔습니다, 아가씨!”
평상시와 다르게 분홍색 리본으로 머리를 돌돌 만 하양은 접객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녀의 업무는 끝까지 손님들에게 진짜 주인님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게끔 집사의 마음으로 행동하는 것이었다.
어렸을 적부터 관련된 책을 읽었던 그녀는 5반 학생들 중에서 누구보다 집사를 연기하는데 능했다.
당연히 지명도도 높았고.
그러다 보니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이렇게 일을 하고 있는 판이었다.
─어?
그러던 하양은 새로운 손님들에게 주문을 받다 말고, 시선을 창가로 향했다.
금세 사람들 사이에 섞여들었지만, 그녀는 똑똑히 보았다.
은하와 서현이 지나가던 모습을.
…오늘 말할 생각인 거구나.
하양은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그렇기에 미소를 띤 채로 사라진 한서현을 보고 씁쓸한 감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여기 주문 안 받을 거예요?”
“…죄송합니다. 아가씨. 아가씨께서 너무 아름다우셔서 잠시 넋을 놓고 있었네요.” “…어머.”
한서현과 같은 세계를 살고 있는, 한서현의 파벌에 속해 있는 하양은 가장 먼저 정보를 전해 들었다.
물론 그녀로부터.
그렇기에 하양은 그 정보에 대해 은하에게 말하려고 하지 않았다.
필시 자신이 한서현이라면, 직접 그에게 말하고 싶어 할 테니까.
그래서 그녀가 은하에게 말하기를 기다렸다.
은하도, 서현 언니도….
너무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건 서현도, 은하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하양은 단지 두 사람이 힘들어하지 않기만을 빌었다.
“다녀오셨습니까, 아가씨.”
다시금 하양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
“…뭐? 다시 말해봐!”
“그, 그게, 그러니까….”
1학년 6반 회장.
은하의 빈자리를 대신해 군만두를 굽고 있던 그는 중앙본부를 다녀온 학생에게 되물었다.
잘못 들은 게 틀림없었다.
잘못 들었어야 했다.
문화제 첫날부터 문제가 났는데, 세 번째 날에도 문제가 발생해서는 안 됐다.
적어도 그는 남은 임기를 무사히 끝마치고 싶었다.
그러나 회장은 듣고 싶지 않았던 말을 들어야 했다.
“부문대회에 참가하는 애들 중에서 몇 명이 지금 정신을 잃었다고….”
“아니, 왜? 내가 아까 걔네들한테 컨디션 관리 잘하고 있는지 묻기도 했는데….” “그게…. 걔네들이 조금 놀겠다고 문화제 부스 몇몇 곳을 기웃거렸던 모양이야.”
부문대회에 참가할 예정이었던 학생들 몇몇이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회장으로서는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들이 쓰러진 이유를 듣자하니, 더더욱.
“─또 김민지가 그랬다고!?”
“그, 그런 것 같아….”
회장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오늘 회장은 부문대회에 참가하는 학생들에게 컨디션 관리를 잘하라며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도록 편의를 봐주었다.
그래서 신이 난 학생들은 문화제를 즐기러 돌아다녔다고 한다.
그러다가 일반인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던 1학년 5반의 코스프레 카페를 방문하게 되었다고.
“김민지 걔는 우리한테 무슨 억하심정이라도 있는 건가…. 대체 왜 나한테 그러는 거야!?”
1학년 5반은 학생들이 쉬지 못할 정도로 바빴다.
그러다 보니 민지는 학생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고 한다.
1학년 5반 학생들 몰래, 주방에서.
그리고 결과는 뻔했다.
하필이면 6반 학생들이 운이 없게 민지가 만든 음식을 먹고 기절했다.
이쯤 되니 김민지가 부문대회에서 5반을 1등으로 만들기 위해 계획한 것이 아니냐 하는 의구심까지 생길 정도였다.
김민지가 만든 음식이 뭐기에!
왜 먹는 애들마다 기절을 하냐고!
과연 그녀가 만든 음식이 기절을 할 정도로 맛있는 음식이란 말인가.
회장은 6반 학생들이 실려간 이후 교내에 퍼지고 있는 소문에 한숨을 토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주워 담을 수는 없었다.
“지금 부스가 바쁘기는 하지만…. 부문대회가 제일 중요하지. 그래서 인수가 부족한 부문은 어디인데?”
“다행히 가디언 부문은 내가 나가면 될 것 같아. 딜러랑 스나이퍼 부문도 저기서 일하고 있는 애들이 나가도 될 것 같고….”
군만두를 요리하는 학생들이 복귀했는데에도 또다시 인력부족에 시달려야 한다니.
회장은 눈물을 흘리고 싶었지만, 어떻게든 눈물을 참으며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근데 문제가 하나 더 있어.”
“어떤 문제인데?” “헌터 부문으로는 누구를 내보내면 좋은 걸까?”
그 말에 회장은 생각에 잠겼다.
군만두 부스를 돌아보았다.
하필이면 지금 군만두를 굽고 있는 학생들 대다수가 헌터를 지망하는 학생들이었다.
저들을 내보내서는 군만두 부스를 운영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헌터를 지망하지도 않은 학생을 내보냈다가는 사람들에게 야유를 받고 말 것이다.
“적당한 실력을 갖춘 사람을 내보내면 되는데….”
적당한 실력을 갖춘 사람이 없다.
회장은 고민에 빠졌다.
마땅히 내보낼 사람이 없었다.
“…아…!”
그러다 한 사람이 생각이 났다.
헌터를 지망하지는 않지만, 헌터를 지망하는 학생들을 가볍게 이기는 사람을.
“1학기 종강파티 기억해?”
“그거? 기억하지. 은하가 거기서 압승으로…. 설마…?”
은하라면 조건에 부합되었다.
딜러를 지망하면서 헌터의 실력을 동시에 겸비하고 있으니까.
만약 은하가 부문대회에 나간다면, 헌터 부문에서 우승은 이미 따 놓은 당상이었다.
“그런데 은하가 하려고 할까? 걔, 그런 거 엄청 귀찮아하잖아.”
“…은하라면 할 거야. 지금까지 왜 은하가 군만두를 굽고 있었던 건지 생각하면….”
“…그러네.”
회장은 빛을 반사하여 눈이 보이지 않는 안경을 들어올렸다.
이 사건의 발단도 결국 김민지가 원인이 되었다.
그러니 김민지의 친구인 은하에게 도와달라고 손을 내미는 것이다.
“─은하! 어서 노은하를 찾아와! 시간이 얼마 없어!“
회장은 기절한 학생들을 대신하여 부문대회에 참가하는 학생들에게 은하를 찾아올 것을 지시했다.
그렇게 한창, 문화제 세 번째 날이 흐르고 있었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2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