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290
낙찰 받는 물건의 수취는 반드시 관리자를 통해 이루어진다.
가극장 창고로 안내를 받은 은하는 곁눈질로 브루노에게 신호를 보내, 관리자에게 현금을 건네게 했다.
고개를 끄덕인 브루노는 들고 있던 서류가방 두 개를 관리자의 눈앞에 턱 하고 내려놓았다.
“그럼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가면을 쓴 관리자는 서류가방에는 시선을 주지 않았다.
대신 창고에 있던 다른 이를 시켜, 서류가방을 가져가도록 시켰다.
가방을 가지고 어둠 속으로 사라진 사람들은 물품을 수취하는 동안에 금액을 확인할 터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은하는 발을 옮겨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
철창에 갇혀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 쏟아졌다.
적의 어린 시선들.
겁을 먹은 시선들.
은하는 그곳에 발을 내미는 순간 입이 다물어졌다.
지하시장을 신기한 듯이 둘러보던 유도준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입을 꾹 닫았다.
절로 입이 다물어지게 만드는 분위기였다.
그곳에서 태연히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일행을 안내하는 관리자뿐이었다.
“왜 이리 굼떠? 얼른 안 따라와?”
“…끄으….”
그때였다.
쇠사슬이 끌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저 앞에서 걸어오는 형체가 보였다.
은하는 바닥에 엎어진 노인을 보며 살이 뒤룩뒤룩 찐 남자가 누구인지 알아차렸다.
그것은 남자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눈을 마주친 남자는 쓰러진 노인을 전속 플레이어들에게 맡기고는 곧장 은하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마침 만나고 싶었는데 잘됐군. 이보게, 자네들이 낙찰 받은 물건을 나한테 팔지 않겠나?”
조금 전, 를 빼앗기자마자 길이길이 난리를 쳤던 23번 남자.
은하는 층층이 쌓인 턱살을 만지며 브루노에게 말을 거는 남자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하필이면 파리가 꼬이고 말았다. 이런 유형은 워낙에 구질구질해서 자신이 원하는 걸 손에 넣을 때까지 집요하게 달라붙었다.
게다가 지하시장에서 이런 유형은 더더욱 질이 좋지 않았다.
“내가 지금 현금이 없어서 그렇지, 밖에서 누구나 알아주는 사람이네. 내가 밖에서 웃돈을 줘서 살 테니, 나한테 넘기면 안 되겠나?”
“갈 길 가시오.”
물론 브루노는 고민의 여지도 없이 단호하게 거절했다.
앞으로 나서서는 그를 내려다보며, 다시는 그런 제안을 하지 못하도록.
온몸이 근육질로 이루어진 불곰이 바로 가까이에서 목소리를 내리까니 그만한 위협이 따로 없었다.
그를 마주한 남자는 겁을 먹고는 황급히 전속 플레이어들을 데리고 그를 지나쳤다.
“흥, 나중에 후회나 하지 말게.”
일부러 들으라는 듯이 혀를 차고 노인을 질질 끌고 사라지는 남자.
은하는 조금 귀찮아지겠다는 생각에 한숨을 쉬었다.
남자의 생각이 뻔히 보였으므로.
그래도 일단은 놈부터 보는 게 먼저야.
은하는 남자를 뒤따라가던 전속 플레이어들에게 시선을 거뒀다.
부터 챙기는 게 먼저였다.
그는 관리자가 안내하는 길을 따라 마침내 가 있는 철창 앞에 도착했다.
“─헐…. 정말 꼬마들이네?”
그것이 가 은하를 보고서 처음으로 꺼낸 말이었다.
무릎 위에 팔을 걸치고, 등을 굽혀 낡은 의자에 앉아 있던 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고는 제 주인이 될 사람에게 예의를 차리지도 않고 말을 이었다.
“주인님들, 서기는 서요?”
“””…….”””
“하긴, 소인이 원래 그런 교육에는 해박하기도 해서 아직 서지 않아도 문제는 없지만 말이죠. 소인은 사실 가리지 않고 잘 먹고, 잘 줍니다. 그래도 주인님들 같은 어린 분한테 봉사해드린 적은 없지만 말이지요.”
의 실소.
세 사람은 침묵했다.
유도준은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옆에 서 있던 은하를 쳐다보았다.
은하는 얼굴을 굳히고 있었다.
“하….”
이윽고 은하는 기가 차서 웃었다.
과연 는 였다.
생각나는 대로 떠벌거리다니.
동시에 자신들의 성격이 어떠한지 파악하려 하고 있었으니.
얼굴을 가리는 머리칼 사이로 보인 눈웃음은 차갑게 자신들의 안색을 살피고 있었다.
필시 자신들이 만만하다 생각하면 조금씩 타인을 굴복시키려는 성격을 드러낼 것처럼.
“─아저씨.”
“…알았다.”
그러나 은하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시선을 용납하지 못했다.
하물며 지금의 는 일단은 노예의 굴레 속에 있었다.
그런데 자신을 얕보려 하다니.
은하는 조용히 브루노를 불렀다.
무슨 뜻인지 알아차린 그는 곧장 철창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뭐, 뭐…컥…!”
브루노가 커다란 주먹을 휘둘렀다.
의자에 앉아서 실실거리던 녀석이 난데없이 날아든 주먹에 얻어맞고는 바닥에 쓰러졌다.
그제야 놈이 잘못했다고 빌었지만, 브루노는 충실하게 은하의 명령을 수행했다.
버둥거리는 의 목덜미를 냉큼 잡아서는 그를 바닥에 고정시켰다.
이어서 브루노는 의 몸을 마구 팼다.
놈이 컥컥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녀석이 아무리 잘못했다고 말해도, 브루노는 손색을 봐주지 않았다.
“…그…, 그…커헉…!”
브루노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보다 더한 공포는 없었다.
가 아무리 떠들어대 봤자, 브루노가 반응을 보여주지 않으니 계속 맞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자신이 어째서 맞고 있는 것인지.
도대체 언제까지 맞아야 하는지.
필시 는 그런 생각으로 브루노를 올려다보고 있을 것이다.
“─그만.”
한참이 지났다.
은하는 조각 같은 외모를 지녔던 가 피투성이가 된 모습을 확인하고는 입을 열었다.
브루노는 피가 묻은 손으로 녀석의 머리채를 잡아끌었다.
진즉에 눈이 풀린 녀석은 밖으로 질질 끌려 나왔다.
“…웁…!”
은하의 발치에 무릎을 꿇은 놈이 난데없이 토악질을 했다.
바닥에 피가 섞인 토사물이 쏟아져 내렸다.
동시에 치아가 투두둑 떨어졌다.
그대로 토사물 위에 쓰러진 놈은 몇 번의 토악질을 더한 끝에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
“…죄…, 죄송합니다….”
가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은하의 앞에서 머리를 박았다.
마치 대역죄를 저질렀다는 것처럼 무릎을 꿇은 그는 길고 긴 머리칼이 더러워지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럴수록 흘러내린 머리칼로 인해 누더기나 다름없던 천으로 가려진 자상과 문신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새하얀 등에 드러나 있는 흔적은 실험체로서 태어나, 그동안 만났던 주인들이 새긴 자국이었다.
어떤 이는 아물지 않는 화상을.
어떤 이는 노예의 증표를.
어떤 이는 선명히 남은 자상을.
의 등은 그가 보낸 삶을 짐작케 했다.
“…야, 저 아저씨는 정체가 뭐야? 무슨 사람을 저렇게 패? 혹시 어디 조직폭력배 출신인 건 아니지?”
“…너는 몰라도 돼.”
그럼에도 유도준은 에게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를 죽도록 패버린 브루노에게 흥미를 보이고 있었다.
그를 무서워하는 기색도 없이.
그래서 은하는 도준을 떨떠름하게 쳐다보았다.
그러자 도준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무슨 일이냐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감정을 알 수 없는 얼굴로.
…얘도 정상은 아니야.
사람이 죽는 모습을 눈앞에서 직접 본 적도 있겠지만, 반응이 참….
은하는 그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영원그룹의 왕좌를 차지하기 전의 유도준은 겉으로는 웃고 있으면서, 속으로는 칼을 갈고 있었다.
자신의 어머니를 비참하게 살인한 친척들을 제 손으로 몰락시킬 날을 꿈에 그리면서.
그러다 보니 그는 이런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있었다.
웃을 줄 아는 것 외에 모르겠다는 것처럼.
“일어나.”
“…끄으….”
“아프지 않은 것도 다 알고 있다? 이게 어디서 거짓말을 치고 있어?”
“…….”
은하는 도준을 뒤로 하며 앞으로 발을 내밀었다.
바닥에 엎드려 끙끙 앓고 있던 는 은하가 하는 말을 듣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긴 머리칼 사이로 비치는 눈동자가 그것을 어떻게 알고 있냐는 것처럼 묻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은하는 대답해줄 생각이 없었다.
“네가 통각을 느끼지 못한다는 건 진즉에 알고 있으니까 괜히 엄살을 피우려 하지 마.”
“…야, 아무리 통각이 없다고 해도 아프지 않은 건 아닐 텐데….”
“넌 조용히 해.”
“응, 알았어.”
이전 삶에서 는 자신이 통각을 느끼지 못한다고 고백했다. 실제로 그는 다리가 부러지더라도 아무렇지 않게 달린 적이 있었다.
그러고 나서 이유정에게 된통 혼이 나고 말았지만.
…다행히 손가락은 무사하네.
은하는 감정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속으로 의 손가락이 모두 무사하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감추려 할 수 있는 문신과 다르게 사라진 손가락을 감출 수 없었으니.
는 그것을 부끄러워하고 평생을 거짓말을 하며 살았기에.
“아저씨. 좀 업어주세요.”
“알았다.”
이대로 계속 여기에 있고 싶지는 않았다.
은하의 명령을 받은 브루노는 이내 를 짐짝처럼 어깨에 들쳐 멨다.
그때 그동안 잠자코 있던 관리자가 넌지시 말을 건넸다.
“다른 것은 필요하지 않으신지요. 본 매장에서는 아티펙트를 통하여 노예에게 벌을 줄 수 있는 마법을 준비해놓고 있습니다. 또한 노예가 도망쳤을 경우를 대비해 추적마법을 새길 수도 있습니다.”
은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전 삶에서 그는 배수빈에게 아무 마법도 부여하지 않았다.
당시 그녀는 독기가 올라 있었고, 복수를 도와준다면 간이고 쓸개고 주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으니까.
덧붙여 유정의 등살을 이기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는 어떤가.
이 녀석은 위험한 놈이야.
통제할 수단이 필요해.
는 감미로운 거짓말로도 사람의 마음을 어지럽힐 수 있었다.
게다가 녀석은 레인저라는 면에서 뛰어난 두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니 가 마음만 먹으면 해제할 수 있는 마법은 사실상 무의미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녀석을 옭아맬 수 있는 수단은 몇 개라도 필요했다.
그래야 마음 놓고 부릴 수 있으니.
“이거면 되겠죠?” “…네, 즉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은하는 보석 주머니에서 손에 잡힌 보석 하나를 관리자에게 넘겼다.
날아오는 보석을 탁 잡은 관리자는 고개를 숙이고 어둠 속에 숨어 있던 사람들을 불렀다.
브루노에게서 를 받아낸 사람들이 그를 바닥에 눕혔다. 그러고는 양 팔을 붙들어 고정시켰다.
이윽고 한 사람이 뜨겁게 달궈진 인두를 가지고 나왔다.
남자가 인두에 마나를 불어넣은 뒤 의 등에 지졌다.
“앞으로 노예에게 벌을 줄 때에는 이 아티펙트에 마나를 불어넣으시면 됩니다.”
주변에 새빨간 자국을 남긴 상태로 새겨진 문장.
관리자에게 배턴처럼 생긴 막대를 손에 쥔 은하는 곧바로 체내 마나를 불어넣었다.
아티펙트에 연동된 문장이 파지직 전류를 일으켰다.
나름 나쁘지 않은 마법이었다.
이어서 받은 단말로는 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 다음 방문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관리자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은하와 일행을 배웅했다.
필시 저들은 상당한 수수료를 얻었을 것이다.
유도준이 10억이나 내놓았으니까. 더군다나 문장 하나를 새기는 것에 고가의 보석을 지불하기도 했으니.
정작 그만한 돈을 잃어버린 본인은 아무 내색도 표하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한쪽 어깨에 를 들쳐 멘 브루노에게 친밀하게 말을 걸기까지 했다.
“아저씨. 어디 고용된 곳이 없으면 제 전속이 되지 않을래요? 돈이라면 제가 섭섭하지 않게 드릴게요.” “…괜찮다.”
“그래요? 그래도 조금만 생각 좀 해주세요.”
“…알았다.”
유도준은 브루노를 포섭하는데 열중했다.
그러나 도준에게 넘어갈 브루노가 아니었다.
브루노는 유도준이 귀엽다는 듯이 큼지막한 손으로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
지하시장에는 법적 효력이 조금도 미치지 않았다.
지하시장에서 절대적인 것은 바로 일신의 무력과 돈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싸움이 잦았다.
법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세상에서 신분이란 보잘 것 없는 힘이었으며, 바람 앞에 스러질 등불이었다.
제아무리 높은 신분을 지닌 사람이 지하시장에서 목숨을 잃게 된다면, 사회에서는 그자의 행방을 추적하지 못했으니까.
설령 그자의 죽음을 밝혀내더라도 지하시장을 이용하다가 절명했다는 사실을 공개할 수는 없었다.
그것은 치부나 다름없었다.
하여, 지하시장을 이용하는 이들은 백서진의 눈을 피해서 그러한 범죄를 저지르고는 했다.
“내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니까…. 쥐뿔도 없으면서 구질구질한 놈들이 꼭 이러더라….”
은하는 지하시장을 나가려던 중에 인적이 드문 길목에서 걸어 나오는 사람들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어느새 주변을 포위한 이들은 전부 23번 남자가 고용한 청부업자들과 전속 플레이어들이었다.
저들의 목적을 모를 리가 없었다.
“허허, 이렇게 또 보게 될 줄이야. 그래, 혹시나 생각이라도 바뀌어서 나를 찾아온 건가?”
살이 뒤룩뒤룩 찐 남자는 두꺼비처럼 생긴 턱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의 주변에 서 있던 플레이어들이 낄낄거리며 어깨를 들썩였다.
병장기를 꺼내며 살기를 내세우는 모습은 영락없는 도적집단이었다.
“저 아저씨가 지금 뭐라는 거야? 찾아온 건 우리가 아니라 자기면서 너스레를 떨고 있네?”
“저런 유형의 사람들이 원래 저래. 어떻게든 지들 자존심을 챙기려고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붙인다니까?”
도준과 은하는 저들을 무시하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들이 발하고 있는 기세는 조금도 무섭지 않다는 듯이.
그러다 보니 무시를 당했다고 느낀 사람들이 여유로운 태도와 웃음을 거뒀다.
그제야 본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한 번 잘 생각하는 게 좋을 걸세. 괜히 죽음을 자초하지나 말고.”
“꼬맹이들은 시장에다 팔아버리고, 덩치는 죽여서 실험체로 팔아버리면 될 것 같은데?”
솔직히 은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도대체 자신들이 얼마나 대단하면 저리도 자만하는 것인지.
자신들이 수가 많다는 이유로?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상대가 약해 보인다는 이유로?
어느 쪽이든 오만한 판단이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평등했으니까.
“─아저씨.”
“흠.”
은하는 검은 가시나무를 쥐었다.
브루노는 를 바닥에 내려놓고 몸을 풀었다.
“아이구, 제
주인님이 이리도 빨리 바뀌게 되는 겁니까?”
는 죽도록 맞았으면서도 대놓고 이죽거렸다.
물론 은하는 아티펙트를 발동하여 에게 벌을 주었다.
바닥에 엎어진 그가 전류에 감전돼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아야…, 잘못했습니다. 주인님.”
“이게 또 거짓말을 치네?”
이 정도 전류로는 에게 턱도 없었다.
그는 실험체로서 태어났으니까.
은하는 엄살을 부리는 를 일갈했다.
“됐고, 내 친구나 지키고 있어.”
“와…, 나 처음으로 친구라고 들은 기분이야. 뿌듯한데? 역시 돈지랄을 한 보람이 있구나.”
“…너도 한 번 당해볼래?”
“아니야. 얌전히 잘 있을게.”
지하시장에서 신분을 노출할 수는 없었으니 불가피하게 친구란 단어를 언급했을 뿐이었다.
은하는 감동한 척 활짝 웃고 있는 유도준에게 한소리를 했다.
그러고는 에게 유도준을 맡긴다고 명령했다.
그가 아무리 다친 몸이라고 해도, 유도준을 지키지 못할 리가 없었으니까.
“이것들이 자꾸 사람을 무시해!?”
“야, 밟아!”
그사이, 적들이 달려들었다.
제 목숨이 아까운지도 모르고.
Bestia feroce(맹수) II
브루노가 허공에 주먹을 내질렀다.
단지 그것만으로 거세게 일어난 바람이 달려드는 사람들을 힘껏 뒤로 날려 보냈다.
천보
종횡난무
그리고 바람을 타고 날아가자마자 자세를 잃은 사람들에게 마구잡이로 검은 가시나무를 휘두르는 노은하.
두 사람에게 숫자는 무의미했다.
그럴 만한 힘을 가지고 있었기에.
Inferno(인페르노) IV
바일런트 베놈
죽음은 누구에게나 평등했다.
그렇기에 저들은 자각하고 있어야 했다.
누군가를 죽일 생각을 할 때에는 반대로 자신 역시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을.
“살아남은 건 시장에 팔아버리고, 죽은 건 실험체로 팔아버리면 될 것 같은데요?”
“동감이다.”
검은 가시나무를 어깨에 진 은하는 조금 전에 저들이 했던 말을 똑같이 되돌려주었다.
“지들이 한 번 당해봐야 안다니까.”
어쩌면 본전은 찾을지도 모르겠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2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