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294
과거, 적색던전으로 변모한 대지에 세워진 플레이어 아카데미.
아카데미 지하에 위치하는 던전은 30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존재를 유지하고 있었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학생들이 몸소 던전 공략을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학습의 장이 되어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학생들이 적색던전의 침식을 억누르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무방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카데미에서는 중등아카데미 학생들의 던전 입장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었다.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준성인으로 인정받는 고등아카데미 학생들과 다르게 중등아카데미 학생들은 일반인으로 분류되었으니까.
특히 몬스터를 쓰러뜨릴 수 있는 모습을 증명하지 못하는 1학년들은 입장 자체가 금지되어 있었다.
2학년부터는 입장할 수 있다지만, 절차가 워낙에 까다로워서 고심하고 있었는데….
연화 누나 덕분에 풀렸네.
적색던전 플레이어 아카데미에는 볼일이 있었다.
그래서 은하는 한 해가 바뀌자마자 아카데미 적색던전에 들어갈 방법을 찾고 있었다.
적색던전이었다.
보스 몬스터가 토벌된 던전이라도 5층으로 이루어진 던전은 그럼에도 적색던전으로서 기능하고 있었다.
대외적으로 중등아카데미 학생인 그가 혼자 들어갈 수도 없었던 데다 형식상 던전에 같이 들어갈 이들도 찾아야 했다.
그런데 연화가 건의한 것이다.
“못 본 사이에 키가 큰 것 같네?”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그래요? 별로 큰 것 같지도 않은데.”
“…아니야. 작년에 만나고, 올해는 처음 만난 거잖아.”
“그러게요, 1년 만에 만난 거네요.” “응.”
적색던전 플레이어 아카데미.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 앞에 있던 연화는 은하를 마주하고는 그렇게 말을 건넸다.
은하는 그녀가 건넨 농담을 듣고 무심코 웃음을 터뜨렸다.
설마 그녀가 이런 식으로 친근하게 말을 걸 줄은 몰랐기에.
이전 삶에서는 서로 업무상 대화를 나눈 적밖에 없었으니까.
아니, 그녀는 언제나 하백련 외에 자신의 감정을 보이려 하지 않았다.
그녀는 마치 얼음처럼 차가웠으며, 마치 수정처럼 티 없이 맑았다.
불순물조차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창으로서.
“키가 큰 건 맞는 것 같아.”
“그래요?”
“응, 방학 직전에 만났을 때에는 여기까지 왔었는데 지금은 여기까지 오고 있잖아.”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
그런 그녀가 손으로 자신의 가슴 아래를 가리키고는, 다시 그 손으로 가슴 언저리를 가리켰다.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높이.
필시 신창합일(身槍合一)의 경지에 이르고자 창의 길이와 무게 차이를 예민하게 기억하고 있는 그녀만이 알아차릴 수 있는 정도일 것이다.
“나는…, 뭐 바뀐 것 같지 않니?”
“…….”
그렇기에 은하는 류연화의 질문이 참 애매했다.
그녀가 이리 묻는 것으로 보아하니 방학 동안에 변화가 있었을 테건만, 무엇이 변했는지 알 수 없었다.
뭐지? 뭐가 바뀐 거지?
머리인가? 원래 파란색이고….
은하는 속으로 끙끙 앓았다.
손가락으로 머리칼을 배배 꼬면서 대답을 기다리며 서 있는 모습이 참 사람을 난감하게 만들었다.
때마침 은아가 말해주지 않았다면 그녀를 계속 기다리게 하고 말았을 것이다.
“…머리…, …머리머리머리….”
“…아, 머리 길렀어요?”
“…아닌데….”
“…아니야, 잘랐다고….”
“…머리 잘랐어요?”
“응…, 이번에 조금 잘랐어. 어때 보여? 괜찮은 것 같니?”
은하는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머리를 자른 티도 나지 않았다.
그런데 자신의 누나는 대체 어떻게 그녀가 머리를 잘랐다는 것을 대뜸 알아차린 것인지.
자신의 옆에 딱 붙어서 귀띔해주는 은아가 대단하게만 느껴졌다.
“…얼른 잘 어울린다고 말해줘.”
“머리 자르니까 잘 어울리네요?”
“…그래? 역시 머리를 자르는 게 나았구나. 고마워.”
“…이럴 때는 웃어줘야지….”
“아하하….”
살얼음이 녹는 것만 같은 미소로 은하에게 답하는 류연화.
반면 노은아의 로봇이 된 은하는 시키는 대로 웃기만 했다.
마치 국어책을 읽는 것처럼.
“흠…, 수상해, 류연화?”
“…내가?”
“은하랑 자주 연락하고 지냈던 걸 나한테 말도 안 하고 있었고….”
그러거나 말거나 그에게서 떨어진 은아는 류연화에게 바짝 다가가서는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눈을 가늘게 뜨고서는 마치 그녀를 꿰뚫어보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반대로 연화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에게도 기분 좋은 미소를 보여 주었다.
“내가 은하를 부르면 되는 일인데, 갑자기 은하한테 톡이나 보내고…. 그때는 내가 은하 옆에 있었는데, 은하가 나한테 알리게 하고….”
“미안, 화났어?”
“아니, 화가 난 건 아닌데….”
은아가 입술을 삐죽였다.
그녀를 몇 년 동안이나 알고 지낸 류연화는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그러자 은아가 류연화의 품 안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이어서 살며시 까치발을 들어 올린 은아가 그녀의 귀에 속닥거렸다.
“나 모르게 은하 만나려하지 마. 내가 방해하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상처 받잖아….”
“…그동안 말 못해서 미안해.”
“그래서? 둘이 어떤 사이야?”
“…아침마다 만나서 같이 훈련하는 사이?”
“진짜?”
연화의 어깨를 잡은 은아가 애써 눈에 힘을 주었다.
연화는 그런 모습도 좋아했다.
은아가 아무리 눈에 힘을 주더라도 그녀를 향해 환한 미소를 지었다.
둘이 사이가 참 좋네.
한편, 은하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정답게 눈싸움을 벌이는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앞으로도 두 사람이 아카데미를 졸업한 뒤에도 서로를 의지할 수 있는 사이가 되기를 바랐다.
“미안, 내가 늦었지?”
그러던 중 드디어 마지막 파티원이 약속장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머플러로 입가를 가리고 있던 한창진이 머플러를 살짝 끌어내리며 반갑게 인사했다.
회귀 전에 제3기 십이좌가 되었던 한창진.
그도 류연화처럼 눈썰미가 좋았다.
정찰과 기밀행동에 뛰어난 창진은 대뜸 류연화의 변화를 알아차렸을 정도였다.
“연화 너, 머리 잘랐나 보네? 지금 보니까 한 2cm 정도….” “맞아.”
“…어…, 그렇구나…. 어쩐지….”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
오랜만에 류연화를 만난 한창진이 반갑게 말을 걸었더니, 그녀는 냉큼 고개를 돌려버린 것이다.
한창진은 자신이 무슨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했다.
그러나 그의 목적은 어차피 류연화에게 말을 거는 것이 아니었다.
류연화에게 말을 걸면서 자연스레 옆에 있던 은아와 대화를 하는 게 목적이었으니.
금세 정신을 차린 그는 방학 동안 은아에게 일어난 변화를 대화소재로 삼으려 했는데─.
“─귀걸이?”
“응? 아, 이거?”
평소에는 움직이는데 방해된다면서 장신구를 착용하지 않던 노은아가 던전에 들어가는 날에 무슨 일인지 귀걸이를 하고 있던 것이다.
은색 나비가 반짝이는 귀걸이.
창진이 귀걸이를 언급하자, 은아는 기뻐하면서 귀를 만지작거렸다.
“선물로 받았어.”
에헤헤 하고 배시시 웃는 노은아.
혼을 빼놓을 것 같은 미소였다.
그러나 창진은 누군가를 떠올리며 활짝 미소를 띠는 그녀를 보고서는 마음속에서 피눈물을 흘렸다.
“…누, 누구한테.”
톤을 가다듬을 수 없었다.
그는 목이 턱 하고 막힌 목소리로 그녀에게 귀걸이를 선물해준 사람이 누구인지 물었다.
주먹을 불끈 쥐면서.
머릿속 한편에서 그 사람을 어떻게 제거하면 뒤탈이 없을지 생각하며.
“응? 누구기는…. 당연히─.”
“─전데요.”
“…어?”
그런데 질문의 대답은 다른 곳에서 튀어나왔다.
창진은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은아에게 집중하고 있던 나머지, 은하의 존재를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다.
“제가 준 건데요?”
“…그, 그렇구나…. …다행이다.”
은하는 눈살을 찌푸리며 한창진을 노려보았다.
시선을 마주친 창진이 거짓말처럼 굳어 있던 얼굴에서 힘을 풀었다.
바보 같이 웃으면서.
급하게 손바닥을 뒤집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은하는 퉁명스런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왜, 꼽냐?
살생부는 거의 다 정리했다.
은하는 살생부에 한창진의 이름도 추가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
적색던전, 플레이어 아카데미에 출입하는 사람들은 입구 앞에 위치한 대기소에서 명단을 작성해야 했다.
파티를 이끄는 대표자는 누구인지, 파티원들은 누구인지 등을 밝히며.
동시에 던전에서 사망할 경우에는 책임 소지는 아카데미가 아닌, 오직 본인에게 있다는 서약서를 제출해야 했다.
덧붙여서 행정직원들은 학생들이 학기 초에 유서를 작성한 것인지도 확인했다.
거 참, 엄청 복잡하네.
은하는 특히 다른 사람들보다 워낙 절차가 길었다.
가 세 명이나 있다지만, 아직 2학년으로 진급하지 않은 그는 공식적으로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것이다.
하물며 그를 담당하던 행정직원은 아카데미에서 은하에 대해 떠도는 소문이 과장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은하는 몸소 제8위계 몬스터를 물리치면서 그들에게 제 실력을 보여주었지만.
“은하 네 실력은 잘 알지만 일단은 내 말을 꼭 따라야 해. 적색던전은 만만하게 볼 수 있는 데가 아니거든.”
“응, 알았어.”
일행은 던전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두 사람이 내려가기에는 폭이 좁은 계단길.
벽면에 설치된 촛대가 불을 밝히고 기저에 깔려 있는 어둠이 어렴풋이 보이는 가운데, 주변은 온통 새빨간 색을 품고 있었다.
적색던전이라는 증거였다.
은아는 뒤따라오는 은하에게 계속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정작 은하는 얼굴을 굳히고 말하는 은아가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특히 자신을 걱정해주는 모습이.
“누나가 잘 좀 지켜줘.”
“내가 창진이는 지켜주지 못해도, 은하 너는 꼭 지켜줄게.” “저기…, 왜 불안하게 날 가지고 그러는 거야?”
파티에는 네비게이터가 없었다.
따라서 주변을 탐색하는 역할은 서포터인 은아와 헌터인 한창진이 맡고 있었다.
그중에서 기동성이 뛰어난 창진은 맨 앞에서 감지망을 전개하고 있는 중이었다.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 가장 먼저 희생당하는 사람은 바로 그였다.
그러니 전위에 선 그가 떨떠름해 할만도 했다.
“만약 문제가 생기면 창진이 형을 희생양으로 버려두고 줄행랑을 치면 되겠네?”
“그치? 창진이가 있으니까 은하 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응, 맞아.”
“너희들….”
연화도 창진을 놀리는데 거들었다.
결국 그는 지하 1층에 도착할 때까지 놀림감이 되어야 했다.
“…슬슬 준비하자. 손 꼭 붙잡아.”
“은하야, 손.”
창진이 마지막 계단을 앞에 두고 뒤로 신호를 보냈다.
아카데미 던전을 몇 번 공략해본 은아와 연화는 익숙한 것처럼 손을 잡았다.
은하도 은아가 내민 손을 잡았다.
여기를 공략하는 것도 오랜만이네.
옛날에는 이게 참 싫었는데….
총 5층으로 이루어진 적색던전.
그중에서 지하 1층에는 입구부터 트랩이 설치되어 있었다.
1층으로 발을 내민 이들을 뿔뿔이 다른 곳으로 소환시키는 트랩.
그렇기에 파티원들은 같은 장소로 소환되기 위해서 서로 손을 붙잡고 있어야 했다.
“절대로 손을 놓으면 안 돼.”
은하는 창진의 경고를 새겨들으며 회귀 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는 적색던전에 입장할 때마다 어쩔 수 없이 짠 파티원들의 손을 잡는 것이 얼마나 싫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누군가의 손을 잡는 게 좋았다.
여기에 있어도 된다는 실감이 들게 해주었으니까.
무엇보다 은아의 손이었으니까.
이 트랩 때문에 사고가 많았는데.
트랩을 지나는 사람들은 무작위로 지하 1층 어딘가로 소환된다.
덕분에 운이 나쁘게 몬스터들이 몰려 있던 위치로 소환되는 일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사고가 많았다.
그도 회귀 전에 던전에서 몇 번 비슷한 사고를 겪은 적이 있었다.
그중에서 몇 번은 그를 싫어하던 이들의 계략에 휘말린 적도 있었고.
그렇기에 그는 황량하게 탁 트인 일대가 풍경이 바뀌더라도 그렇게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차분히 주변을 탐색했다.
“…시작부터 꽝이네.”
하필이면 고블린 무리가 지나가던 길목으로 소환 당하다니.
은하는 고블린과 눈을 마주치고는 한숨을 쉬었다.
그사이 희번덕 눈을 뜬 녀석들이 달려들었다.
“은하야, 내 옆에 있어. 창진아!”
그림자 걸음
그러나 파티는 어중이떠중이들로 구성된 파티가 아니었다.
은아는 재빨리 체내 마나를 발현해 은하를 지키기 위한 방벽을 펼쳤다.
그 즉시, 한창진이 뛰쳐나갔다.
허리춤에서 두 자루의 검을 꺼낸 그가 역수를 취한 채로 선두에 있던 고블린을 공격했다.
이어서 그는 놈들의 그림자를 밟고 먼 거리를 단숨에 이동하며 놈들을 교란시켰다.
하지만 녀석들의 숨통을 확실하게 끊을 수 있는 힘이 부족했다.
한매류(寒梅流)
장맛비
다만 이것은 파티 플레이였다.
녀석들의 숨통을 끊어놓는 역할은 따로 정해져 있었다.
어느새 무리 속으로 파고든 연화가 주변에 있던 고블린들을 베어내며 마법을 발동한 것이다.
허공에서 생겨난 가느다란 가시.
기프트 의 영향으로 얼음으로 이루어진 가시는 날카롭게 다듬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신호를 하는 순간, 공중에 떠 있던 가시들이 순식간에 떨어졌다.
잘 벼린 얼음이 놈들을 후벼 파고, 흙먼지를 일으켰다.
키에에에─!!
보통 흙먼지가 아니었다.
얼음가시가 깨지며 바닥을 얼리고, 주변을 차갑게 냉각시켰다.
가까스로 공격을 피한 고블린들은 2차적으로 발생한 피해 속에서 살이 떨어져나가는 듯한 비명을 질렀다.
기온이 급속도로 떨어지는 중에도 연화는 여전히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연화가 시작부터 마법을 쓰네.”
“왜? 평소에는 잘 안 써?” “응. 평소에는 창술을 익힌다면서 잘 사용하지 않거든. 지하 1층에서 마법을 사용하는 건 나도 처음 봐.”
은하는 은아의 보호를 받으면서 중에서 손꼽히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류연화는 끈질기게 살아남은 놈을 마저 죽이고 있었다.
일찍이 류연화의 마법에서 벗어난 한창진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가 동료들에게 알리러 가는 몬스터들을 처리했다.
올해로 19세가 되는 두 사람.
군더더기 없는 몸놀림과 즉각적인 상황판단능력, 노련한 전투기술은 과연 중에서도 손꼽히는 이들이라 할 수 있었다.
“…다들 대단하네.”
“그렇지? 특히 연화는 027기에서 이론도, 실기도 수석으로 여겨지고 있는걸. 헌터 쪽에서는 창진이보다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누나는?” “…나? 음…, 글쎄…?”
은하는 쑥스러워하는 은아를 보고 그녀가 전개한 방벽을 살폈다.
영창도 없었다.
그런데도 순간적으로 이만한 방벽을 전개한 것이다.
은아의 능력도 그만큼 놀랍
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무렴 누구 누나인데.
류연화도, 한창진도 탐이 났다.
마음 같아서는 두 사람을 자신의 파티로 끌어들이고 싶었다.
같은 기수가 아니란 게 아쉬웠다.
그리고 은아도.
…누나를 끌어들일 수는 없어.
자신이 가야 할 길은 험난했다.
은아라면 이유정을 대체할 수 있는 서포터가 될 테지만 그녀를 파티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입맛만 다셔야 했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은아는─.
“─다 끝났나 보다. 어때? 우리들, 꽤 잘하지?”
“누나들을 데려가는 클랜은 정말 복 받은 거겠다.”
“그치? 어디 다치지는 않았어?”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걸. 누나가 나를 보호해주고 있었잖아, 고마워.”
어느덧 상황이 전부 정리됐다.
방벽을 해제한 은아는 두 사람에게 걸어갔다.
“오늘은 나만 믿어.”
“뭘?”
“내가 오늘은 버스 태워줄게!”
활기차게 웃으며 말하는 노은아.
은하는 그 미소가 참 좋았다.
그래서 그녀에게 조금 미안했다.
얼마 있으면 그녀가 죽상을 쓰게 될 테니까.
“누나.”
“응? 왜?”
“먼저 사과할게. 미안해.”
“응? 뭐가?”
“그런 게 있어.”
3박 4일 동안 진행될 던전 공략.
그동안 뽕을 뽑을 생각이었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2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