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313
때로는 늑대가 된 것처럼 걷듯이
랑보(狼步)
백서진의 축지법은 세 가지로 나뉘어 있었다.
고등아카데미에서 가르치는 보법을 바탕으로 랑보, 천보, 우보(牛步)로 구분되는 축지법.
최근 은혁이 배우고 있는 랑보는 그중에서도 제일 낮은 등급에 속한 마법이었다.
재빠른 발놀림으로 장애물을 피한 은혁은 앞에서 달려드는 몬스터에게 검을 내리쳤다.
그러자 쇠방망이를 들고 있던 놈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져 내리는 검을 막아냈다.
쇠붙이가 캉 하고 마찰하는 소리가 퍼지는 한편─.
─크아앙!!
이제는 비교적 기프트에 익숙해진 진파랑이 몸을 비틀며 날아들었다.
블레이드 울프로 변하지는 않고, 야성만을 남겨둔 채 벽면을 달리던 그가 냉큼 몬스터의 머리 위로 뛰어 블루클로를 휘두른 것이다.
크륵!
발톱과도 같은 칼날에 어깨가 베인 도깨비가 뒷걸음질을 쳤다.
그사이 은혁은 새로운 마법을 위해 디바이스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키야아아─!!
위험하다.
그것을 직감하고 자세를 고친 놈이 마나 크래셔를 펼치려고 준비하는 은혁에게 달려들었다.
사실 그것은 페이크에 불과했다.
─거미 다리
후방에서 날아든 기다란 칼날.
거미 다리처럼 중간에서 구부러진 칼날이 녀석의 가슴을 찌른 것이다.
후위에 있던 배수빈이 하트여왕의 선언으로 보호를 받으면서 영창한 마법이었다.
마나 크래셔
마나 크래셔
그리고 진파랑이 주의를 끄는 사이 장애물 사이에 숨어 있던 목민호가 기회를 노리고 뛰쳐나왔다.
은혁 또한 자리에서 뛰쳐나가며,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마나가 맺힌 칼날을 도깨비에게 휘둘렀다.
녀석의 몸이 사선으로 갈라졌다.
“어때요?”
“…제법이네.”
적색던전 플레이어 아카데미.
은하와 신서영은 멀리 떨어진 데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처음에는 아이들을 귀엽다는 듯이 대하고 있던 그녀도 이제는 입가를 끌어올리며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봤자 중등아카데미 학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건만.
이미 신서영의 머릿속에서 어설픈 생각은 존재하지 않았다.
“파티 플레이가 익숙지 않을 텐데, 서로 동선이 겹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파랑이랑 서나 때문이구나?”
“애들이 노력한 것도 있지만요.”
서나와 하양의 정확한 상황판단이 빛을 발했다고 할 수 있었다.
후위에 떨어져 있던 서나는 항시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로 정확하게 텔레파시를 날렸다.
또한 그 지시를 내린 사람은 바로 정하양이었고.
하트여왕의 선언을 전개하고 있던 그녀는 주변의 정보를 포착해내며 적확한 판단을 내리는데 일조했다.
한편, 전위에 있던 파랑은 이따금 후위에서는 파악하지 못했던 정보를 서나에게 알려주었다.
“파티의 역할배분도 나쁘지 않네. 특히 파랑이가 텔레파시스트이면서, 동시에 헌터를 담당하고 있는 덕에 피드백이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어 좋네.”
은하는 신서영의 판단에 동의했다.
그가 노리고 있던 바이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아인은 뛰어난 신체를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다수가 텔레파시스트를 지망하고는 했다.
그러다 보니 아인의 특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플레이어를 찾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진파랑은 어떤가.
거의 대다수의 아인들이 메인으로 텔레파시스트를 선택하는데 반해, 그는 메인으로 헌터를 선택하면서 서브로 텔레파시스트를 골랐다.
지시를 전달하려면 텔레파시스트가 옆에 있어야 하는데, 파랑이 형은 항상 선두에 있어서 쌍둥이들이 꽤 고생했지.
이전 삶에서 진파랑은 어디에서든 탐을 낼만한 인재였다.
전위에서 활동하는 텔레파시스트는 후위에서 지시를 내릴 네비게이터와 텔레파시스트와 즉각적으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특히 전자장비의 통신이 불가능한 지대에서는 그들의 역할이 더더욱 증가하기도 했다.
파랑이 형 성격이 문제였지만.
그러나 이라고 불리는 그를 영입하려는 클랜이나 파티는 하나도 없었다.
결국 안개꽃 파티는 유능한 인재를 평생 보유하고 있는 게 가능했지만, 반대로 후위를 담당해줄 믿음직한 텔레파시스트를 찾을 수가 없었기에 실시간 피드백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삶은 어떤가.
어렸을 적부터 텔레파시를 사용한 진서나를 친구로 두면서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전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아직은 몬스터 한 마리를 상대로 펼치는 전법에 불과했지만, 언젠가 두 사람의 연계를 보다 효과적으로 사용할 때가 올 것이다.
“다친 사람은 은우 앞으로 집합! 새치기는 하지 마!”
“민지야, 잠깐만. 혹시 여기 먼저 치료받아야 하는 사람 있니? 있으면 그 사람부터 치료할게.”
전투가 끝났다.
제7위계 몬스터를 당황하지 않고 해치운 친구들은 하트여왕의 선언 속으로 들어갔다.
민지가 다친 친구들의 상태를 보며 상처가 심한 사람부터 은우의 앞에 서게 했다.
은우의 기프트는 치유능력에 관한 것이었다.
본인은 아직 자각하지 못했지만, 그녀의 체내 마나는 상대의 치유능력을 높이는 효과를 주고 있었다.
수업에서 배우는 일반 치유마법도 그녀의 손을 타면 규격이 조금 다른 치유마법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하양이 재능은 예전부터 알았고, 은우라고 했던가? 저 아이도 꽤나 재능이 있구나?”
신서영이 눈을 가느다랗게 뜨면서 말했다.
눈치가 빠른 그녀였다.
“은아만 아니었으면…, 혜림이가 꽤나 탐냈을 만한 애네.” “어때요? 가르칠 만한 보람이 있을 것 같아요?” “아니, 전혀.”
은하가 은근슬쩍 물었다.
신서영은 고민을 하지 않고 단호히 부정의 의사를 내비쳤다.
“재능은 있지만 겨우 그것뿐이야. 네임드로 불리기에는 무리 없겠지만 십이좌가 되기에는 조금 애매하네.”
“그래도 저 정도면 좋지 않아요?”
“내가 고등아카데미 교관을 하면서 느낀 건데 말이야….”
은하도 내심 그런 생각을 했지만, 신서영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몰랐다.
오히려 그녀의 입장은 더더욱 회의적이었다.
“재능을 가졌다고 모두가 다 같은 유망주는 아니야. 재능을 가진 사람 중에도 격이란 게 있더라.”
“…….”
“예를 들어, 연화나 창진이, 은아는 말 그대로 격이 다른 게 무엇인지 보여주더라고. 걔네는 정말…, 그냥 괴물이야. 특히 류연화. 10년, 아니, 어쩌면 5년 안에 지금의 현철이랑 견줄 만한 플레이어로 성장해 있을 거야.”
살며시 팔을 쓸어내리는 신서영.
은하도 인정하는 부분이었다.
의 인 류연화는 재능을 지닌 사람들 중에서도 정말 격이 다른 존재라고 할 수 있었다.
회귀 전, 그녀가 20대 후반이 되어 와 와 견줄 수 있는 플레이어로서 거듭났다는 대목에서 그녀의 포텐셜을 알 수 있었다.
그녀와 은우를 비교해보면 은우가 하찮게 보일 수밖에 없으리라.
“그런 애들을 많이 봐서 그런가…, 내 눈에는 은우는 탐은 조금 나지만 정말 내가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네. 쟤 능력을 가까이에서 자세히 보지는 않아서 모르지만…. 근데 아마 혜림이도 그러지 않을까. 은아도 한 솜씨 하거든.” “우리 누나가 대단하기는 하죠.” “…넌 왜 네 얘기도 아닌데 네가 더 좋아하니?”
은하는 가슴을 피며 대꾸했다.
신서영은 질색한 얼굴로 꺼려했고.
그러거나 말거나 은하는 은우에게 눈길을 주었다.
은우로는…, 부족해.
차은우는 결단코 재능 없는 인재가 아니다.
그러나 그녀보다 뛰어난 서포터를 알고 있는 은하로서는 다소 마음에 차지 않았다.
이유정이 그 정도로 대단했기 때문에.
다 죽어가던 사람도 되살려낸다는 헛소문이 나돌 정도로 재능을 지닌 그녀는 가 아니었음에도 차은우의 능력을 가뿐히 넘어섰다.
박혜림이 치유와 버프에서.
프리시스 메모리가 보조마법에서.
이리야는 치유에서 어느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능력을 선보였다.
무엇보다 이유정은, 은하 개인적으로 생각해보았을 때 예시로 든 세 사람의 힘에 버금가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러니 차은우가 눈에 완전히 차지 않을 수밖에.
뛰어난 서포터인 것은 맞았지만, 그녀는 박혜림의 그림자를 떨쳐내지 못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쟤는 괜찮네. 이름이….”
“배수빈이요.” “그래, 배수빈.”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은하는 곧 신서영의 목소리를 듣고 상념에서 깨어났다.
그녀는 하양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쪽으로 시선을 힐끗 보내고 있는 배수빈을 가리켰다.
“저 아이도 자세히 보지 않는다면 잘 모르겠지만…. 이론이 박식한 게 느껴져. 하양이의 마법이 상상력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 수빈이 쟤는 경험과 이론에 기반을 두고 있네. 나하고 같은 타입이야.”
“태어날 때부터 이론도 모르면서 바람을 자유자재로 다루던 누나가 할 말이에요?” “왜 이래. 나도 공부 많이 했거든? 그래서 그런지…, 저 아이의 눈에서 향상심이란 게 느껴져.”
은하는 뚱한 시선으로 배수빈을 쳐다보았다.
눈을 마주친 그녀가 입을 뻥긋하며 왜 쳐다보냐고 시비를 걸고 있었다.
정말 조만간 교육이 필요할 것만 같았다.
“오늘 나를 처음 본 아이들은 모두 내가 라는 사실에 호기심을 보였거든? 꼭 연예인 보듯 말이야. 근데 수빈이 쟤는 아니었어. 내가 얼마나 강한 건지 가늠하려고 하고 있더라.” “…….”
“좋게 보면 경쟁의식이 높은 거고, 나쁘게 보면 날 얕잡아 본 거지.”
“쟤 저거…, 향상심이 아니라 그냥 독기에요, 독기.”
“그게 향상심이지 뭐니?”
“단순한 향상심이 아닌데….”
당하며 살고 싶지 않다는 독기.
경쟁의식에 의한 성공욕구.
필시 배수빈이 가지고 있을 마음이리라.
그러나 그것을 알고 있는 은하는 뒷말을 흐렸다.
굳이 그녀에게 긍정적으로 보이는 신서영의 마음을 돌리고 싶지 않았기에.
“그래서 가르칠 거예요, 말 거예요. 그것만 말해주세요.”
“…저기, 이보세요, 노은하 학생. 나도 바쁜 사람이거든요? 더군다나 아카데미 교관은 규정상 를 받아들일 수 없거든요?”
“로 받는 게 아니라 그냥 가끔 시간 날 때마다 가르쳐주는 거죠.”
“얘가 아주 편법을 쓰려 그러네?”
신서영이 어처구니 없어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팔짱을 낀 채로 고민하는 눈치였다.
이윽고 그녀는 긴 침묵을 깨고서 입을 열었다.
“─두 명. 두 명만 가르칠 거야.”
“누구를요?”
“수빈이랑 은우. 은우한테는 정말 기본만 알려줄 거고, 수빈이한테는 할 수 있는 만큼 가르쳐줘야겠다.”
나름 만족스럽다.
은하는 흡족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그녀에게 넌지시 물었다.
“하양이는요?”
“하양이? 음….”
두 사람은 다시금 전장을 굽어보는 정하양을 바라보았다.
전투가 긴박하게 흘러가는 데에도 하양은 금세 시선을 눈치 채서는, 멀리 떨어진 이곳으로 눈을 돌렸다.
눈을 마주친 그녀가 생긋 웃고는 다시금 전투에 집중했다.
“하양이는 혼자 놔두더라도 알아서 잘 자랄 애야. 내가 가르칠 필요는 없을 것 같네.”
“하긴, 혼자 하트여왕의 선언이란 마법을 만든 걸로 보면 그렇죠.”
은하도 같은 생각이었다.
정하양은 알아서 잘하리라.
그렇기에 그는 신서영이 배수빈을 가르치며 그녀의 개떡 같은 성격을 고쳐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리고 쟤, 아까부터 우리 대화 듣고 있었던 거 아니?”
“네?”
그러던 은하는 눈을 깜빡거렸다.
감지망을 전개하고 있기는 했어도 누군가의 마법이 자신을 건드리는 감각은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하양이 자신의 눈을 피해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다.
“은하 네가 느끼지 못했을 정도면 하양이 수준이 지금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겠지? 저만한 마나를 가지고 있는데도 은폐
마법을 교묘하게 사용하니 내가 가르칠 건 없지.”
“이제 15살 밖에 안 되는 애가…. 도대체 어떻게….”
“왜 이러니. 은아도 저 나이에는 이 정도 기술은 거뜬히 했는데 뭘. 듣자하니 연화는 더 대단했다더라.” “우리 누나가 좀 잘하기는 하죠.” “…너 정말, 네 일도 아니면서 왜 은아 일에는 그렇게 좋아하고 그러니?”
신서영은 혀를 쯧쯧 찼다.
콧대를 세우는 은하를 내려다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암튼, 전투도 슬슬 끝날 것 같네. 이제 우리도 가볼까?”
“네, 그래요.”
어느덧 전투는 소강상태로 접어들고 있었다.
은하는 신서영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있잖니, 은하야.”
“네. 왜요?”
그때였다.
신서영은 먼 곳을 보면서 말했다.
저 앞에서 서로를 다독이고 있는 친구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마치 머나먼 미래를 내다보듯.
“내가 연화는 괴물이라 말했잖니? 근데 사실…, 걔보다도 더 무서운 괴물이 한 명 더 있어.”
“정말요? 누군데요?”
갑작스런 신서영의 발언.
은하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그녀에게 물었다.
혹시 연령대가 비슷한 사람들 중에 자신이 놓치고 있는 유망주가 있나 하는 생각에서.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자─.
“─너 말이야, 너.”
“…네?”
은하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 누나가 지금 장난을 하나.
괜히 좋다 말았다.
그녀가 하는 말은 듣지 않은 걸로 하기로 했다.
“너는 진짜…, 미래에 어떻게 될지 감도 오지 않는다, 얘.”
“왜 당연한 소리를 심각하게 하고 그래요? 괜히 기대하다 말았네.”
“와, 얘 뻔뻔한 것 좀 봐라?”
자신이 잘난 것은 알고 있다.
은하는 흥 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신서영은 코웃음을 치며 따라갔고.
리라이프 플레이어 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