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342
올해 중등아카데미 부문대회에서 우승한 학생들은 2학년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딜러 부문은 목민호가.
레인저 부문은 호시미야 카에데가.
서포터 부문은 차은우가.
네비게이터 부문은 정하양이.
텔레파시스트 부문은 진서나가.
헌터 부문에서는 결승전에 진출한 진파랑이 대전상대와 나란히 장외로 떨어졌기 때문에 우승자가 나오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캐스터 부문은 2학년 배수빈이 우승을 거머쥐었다.
총 9가지 부문으로 나뉜 대회 중 우승자가 나오지 않은 헌터부문을 제외하고 6명의 우승자가 2학년인 셈이었다.
지금 당장 현역에서 뛰어도 되는 애들도 있는 것 같은데?
체내 마나를 많이 소모하는 부문은 그만큼 체계가 잘 잡혀 있어야 해서 3학년이 우승하기 마련인데…. 설마 2학년이 싹쓸이하다니….
요즘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활을 주무기로 사용하는 거야? 저 정도면 굳이 활을 사용하지 않고 총기류를 사용해도 장난이 아닐 텐데….
쟤네 031기수라고 했나? 내년에 고등아카데미에 입학하는 애들이나 보러 왔건만, 내후년에야 입학하는 애들을 보게 됐구만.
중등아카데미 부문대회는 고등아카데미 부문대회보다 격이 떨어졌다.
심심풀이로 보러온 스카우터들이나 원하는 표를 얻지 못해 별 수 없이 대회를 찾은 업계 관계자들은 내심 횡재했다며 기뻐하고 있었다.
빠른 사람이 선수를 치는 것이다.
031기의 유망주들은 분명 언젠가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니 경쟁이 과열되기 전에 미리 그들과 커넥션을 만들어놔야 한다.
부문대회를 찾은 사람들의 생각은 모두 일치했고, 그들은 기회를 노려 유망주들에게 접근했다.
그로 인해 배수빈은 그들의 시선에 짜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은하가 무슨 수를 썼는지 하양에게 몰려든 사람들까지 모두 그녀에게 몰려든 것이다.
노은하 얘는 어디 간 거야?
톡을 보내도 읽지를 않고….
맨날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면서 왜 내 문자는 안 보는 거냐고!?
배수빈은 그들을 겨우 떨쳐내고는 연신 씩씩거렸다.
그러고는 노은하가 마지막에 보낸 메시지 ‘우리 대신 열심히 일 해.’에 몇 십 통이 넘는 문자를 날렸다.
그러나 노은하는 하나도 읽어주지 않았다.
어느덧 3시간이 넘어가는 데에도.
인간적으로 아무리 바쁘다고 해도 3시간이 넘도록 톡을 읽지 않는 게 말이 되지 않았다.
얘가 지금 안읽씹을 하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자니 울컥했다.
짜증은 계속 쌓여만 가고 있었고, 그녀는 멋대로 휴식을 취하겠다며 사라진 노은하와 정하양을 대신해서 일을 해야만 했다.
도무지 쉴 수 있는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자신만큼 바쁜 사람은 없을 거라고 자부하는 그녀는 노은하의 안읽씹이 너무나 짜증이 났다.
내가 친구가 너밖에 없는 줄 알아?
배수빈은 씩씩거리며 울분을 풀려 다른 친구들에게 톡을 보냈다.
그러나 친구들은 모두 짠 것처럼 메시지를 읽지 않았다.
평소에는 10분 이내로 답장해주던 서나도, 파인톡만 보고 사는 듯한 민지도, 아주 가끔 톡을 하고 있는 은우도 오늘따라 자신의 메시지를 읽지 않는 것이다.
너무 우울한 마음에 목민호에게도 처음으로 톡을 보내봤지만 역시나 목민호도 읽지 않았다.
「진파랑」: 개웃 ㅋㅋㅋㅋ(오후 05:12)
유일하게 메시지를 읽고 답장해준 사람은 진파랑이었다.
그러나 파랑은 맥을 잘 끊었다.
별 거 아닌 일로 말을 걸어봤더니, 진파랑은 별 거 아닌 일도 웃기다며 늘 ‘ㅋㅋㅋㅋ’라는 초성어만 보내온 것이다.
대화할 맛도 나지 않았다.
솔직히 자신이 파랑에게 보냈지만, 무심결에 “어쩌라고….”라는 반응이 튀어나올 정도였다.
그래서 수빈은 파랑이 보낸 답장을 읽씹하고는 마녀 역할에 열중하기로 했다.
휴…, 이제야 의자에 앉네.
씨, 근데 노은하 이거는 왜 아직도 내 메시지를 안 읽고 있는 거야?
평소에는 답만 잘해주던 하양이도 안 읽는 걸 보면 지금 나 무시하고 있는 거 맞는 거지?
이내 귀신의 집 부스 운영 시간이 종료되었다.
무대를 담당하는 학생들에게 뒤를 맡긴 그녀는 덩그러니 떨어져 있는 의자에 앉아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노은하는 여전히 답이 없었다.
이제는 허탈하기만 했다.
처음에는 잘 대해줬으면서….
이제 친해져서 방치하겠다는 거야?
박탈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수빈은 은하에 대한 울분을 삼키며 하염없이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렸다.
그러던 중.
“아, 수빈아. 혹시 시간 괜찮으면 학생회 일 좀 도와주지 않을래?”
“학생회? 무슨 일인데?”
부스를 정리하러 분주히 움직이던 회장이 그녀를 발견하고는 환하게 미소를 지은 것이다.
수빈은 마침 몸을 움직이고 싶어서 회장의 물음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 폭죽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모양이야. 술식을 잘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얼른 학생회로 와서 도와달라고 하더라.”
“폭죽?”
문화제 세 번째 날.
이날 저녁에는 마법으로 만들어진 불꽃을 쏘아 올리는 행사가 있었다.
아카데미 문화제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행사였다.
그녀도 기대할 정도로.
올해도 애들이랑 보고 싶었는데….
친구들이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지 도통 모르겠다.
작년에는 다 같이 불꽃을 보면서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건만.
어째 올해는 혼자 보내게 생겼다.
처음부터 혼자였으면 그리 외롭지 않았을 텐데, 이제 와 혼자가 되니 외로움이 반동으로 밀려왔다.
그렇기에 그녀는 혼자 볼 바에야, 차라리 학생회의 일이나 도우면서 불꽃을 감상하기로 했다.
“이게 문제가 생겼다는 거야?”
“어, 맞아. 마나를 연료로 집어넣고 있는 데에도 불이 붙지 않아.”
“알았어. 내가 확인해볼게.”
수빈은 문제가 생긴 폭죽의 술식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다행히 자신이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연료로 쓰이는 마나의 배율이 잘못 계산되어 있었을 뿐이었다.
─잠깐.
그러다 술식을 고치던 그녀는 돌연 손을 멈췄다.
배수빈은 폭죽이 터지면 밤하늘을 어떻게 밝힐지 그 양상을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
엄청 화려하고 예쁠 것이다.
그걸 혼자 봐야 한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서글펐다.
운동장을 거느리는 커플을 보자니 더더욱 못된 심보가 올라왔다.
그래, 어디 얼마나 예쁜지 보라고.
이 세상에 솔로 빼고 다 죽어라!
아주 화려한 폭죽을 터뜨려주겠다.
그만큼 귀가 멀어버릴 정도로.
배수빈은, 한국의 솔로마을 촌장은 어깨를 들썩이며 술식을 뜯어고치기 시작했다.
그러한 경험이 그녀의 지식을 보다 풍족하게 채워주었다.
☆
예전에, 한서현이 떠나기 전에.
그녀는 하양에게 인수인계를 하다 지나가듯이 말한 적이 있었다.
‘걔랑 맺어지는 사람은 십중팔구 불행해질 거야.’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그때 그녀는 서현의 말을 무심결에 받아넘길 수가 없었다.
그녀는 어째서 서현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정하양 자신이 알기로 그녀조차도 노은하에게 결코 가볍지 않을 만한 마음을 품고 있었으면서.
‘걔는 타인에게 관심이 없으니까. 너는 아니라고 부정할 수 있니?’
‘…….’
훅 치고 들어온 질문.
그때 정하양은 그녀의 질문에 즉각 반응할 수가 없었다.
오랫동안 노은하를 보아온 그녀는 그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은하는 타인에게 관심이 없다.
은하가 자신과 친구들에게 관심을 가져다주는데도 제법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던가.
하물며 노력 끝에 은하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애가 가족들에게 쏟는 것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니?’
한서현은 그렇게 물었다.
마치 너도 알고 있지 않냐면서.
오히려 자신보다도 오랜 시간 동안 그를 지켜본 네가 더 잘 알고 있지 않겠냐며.
그때, 그녀는 마치 자신의 마음을 꿰뚫고 있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가끔 걔를 볼 때마다 생각하는데, 노은하는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 같아.’
‘…….’
‘─감정이 없는 게 아니야. 단지, 공감하지 못하는 거야. 그런 애하고 맺어지면 어떻게 되겠니?’
정하양 그녀도 알고 있었다.
은하가 타인의 감정에 잘 공감하지 못한다는 걸.
그러다 언젠가 그녀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은하가 가족에 집착하는 건 그래야만 타인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자신을 감출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아닐까 하는.
가족들에게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가족에 집착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그가 평소에 시큰둥해하는 이유는 타인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자신을 시큰둥한 성격이란 걸로 포장하려는 것이 아닐까 하는.
그렇기에─.
‘─가끔 그 애를 볼 때면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 않니? 특히 그 애가…, 분노를 표출할 때 말이야.’
하양은, 아마도 친구들도 은하를 무섭다고 생각한 적이 있으리라.
은하의 살기가 자신과 친구들에게 향하는 것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그럼에도 그가 발하는 기세는 너무 무서운 것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녀는 어쩌면 노은하라는 사람의 본모습은 그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도저히 지울 수 없었다.
분노라는 감정밖에 모르는 괴물.
타인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괴물.
노은하는 괴물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은하한테는 좋은 점도 있단 말이에요.’
‘나도 알아. 단점을 보완할 정도로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걸. 그렇기에 더 위험한 거야.’
‘네?’
겨우 두 살 차이에 불과하건만.
하양은 자신보다 어른스러운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듯한 한서현이 은근히 부러웠다.
자신은 은하를 이리 좋아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그를 무서워하고 있건만.
반면에 그녀는 은하를 무서워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자신이 자신의 관점에서 노은하를 바라보고 있었다면, 그녀는 동시에 객관적인 관점에서도 노은하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은하한테 흠뻑 빠진 애는 분명 자신의 마음으로 노은하라는 사람을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
‘…….’
‘말로는 보답을 바라지 않는다지만, 말처럼 보답을 바라지 않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어. 처음에는 자기가 은하랑 맺어졌다는 것만으로 기쁘겠지. 그러다 언젠가 은하한테 요구하게 될 거야.’
‘…….’
‘나는 이렇게 많이 사랑해주는데, 어째서 너는 날 이렇게 사랑해주지 않는 거니? 왜 가족들만큼 나를 더 사랑해주지 않는 거야?’
태연히 말하는 한서현.
그러나 정하양은 그녀가 흘린 말을 태연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이상하게 그녀가 가정하는 미래가 가슴에 와 닿았기에.
‘그러니 불행해지지 않고 배길 수 있겠니?’
한서현의 말이 맞다.
은하를 좋아하게 되면 불행해지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하양은 이대로 물러나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
필시 한서현이라면 알 것이다.
불행해지지 않는 방법을.
‘─어떻게 하면 은하를 좋아하면서 행복해질 수가 있는 건가요?’
‘그걸 왜 나한테 묻니?’
한서현은 미소로 답했다.
그 순간 정하양은 직감했다.
그녀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것을.
그렇기에 그녀는 애원하는 얼굴로 한서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서현은 한서연과 다르게 얄밉게 행동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알려줄 생각이었다는 듯, 그녀가 입을 열었다.
‘네가 은하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걔가 너를 좋아하게 만들어야지.’
‘…….’
‘아니면 그 애한테 마음을 쏟고도, 그걸로 만족하는 희생정신이 강한 사람이 되든가.’
간단하면서 참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과 달리 평안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양은 묻지 않고서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러면 언니는 둘 중의 하나를…, 할 수 있어요?’
그러자 그녀는 옅은 웃음을 터뜨렸다.
무의미한 가정이라는 듯이.
‘다른 사람에게 시집을 가야 하는 내가 과연 뭘 할 수 있겠니?’
그것은 긍정인가, 부정인가.
하양은 지금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일본으로 떠나기 전 자신에게 건넨 말은 지금도 여전히 가슴 속에 남아 있었다.
쾅! 쾅! 쾅!
폭죽이 터졌다.
작년에는 친구들과 같이 보았던, 아카데미 문화제의 밤하늘.
그녀는 올해에는 불꽃이 수를 놓는 밤하늘을 은하와 둘이서 올려다보고 있었다.
“무슨 문제라도 생겨서 올해에는 생략하나 했는데 전혀 예고도 없이 터뜨리다니…. 주최자 놈들은 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거리.
그럼에도 하양은 은하가 늘어놓는 불평이 생생하게 들렸다.
사람들이 환호하는 소리가 이리도 크게 들리고 있건만.
불꽃이 터지는 소리가 이리도 귀를 먹게 만들고 있건만.
마치 이 세상에는 자신과 그밖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은하야.”
“어? 뭐라고?”
그렇기에.
사람들이 불꽃을 바라보는 이때,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기로 결심했다.
‘불행해질 거야.’
한서현의 말이 스쳐지나갔다.
그녀가 해준 조언도.
하지만 굳게 다짐하기로 했다.
은하가 자신을 돌아보는 그때까지, 설령 그가 자신을 돌아보지 않아도 하염없이 자신을 희생하겠다고.
‘앞으로도 은하를 잘 부탁해.’
은아의 응원이 떠올랐다.
하양은 그녀의 응원에 용기를 내기로 했다.
“나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
은하는 어떤 사람인가.
매사에 시큰둥해하면서도 때때로 주변 사람들을 세심하게 챙겨주는 사람.
자신의 울타리 안에 들어온 사람을 끝까지 지키려고 하는 사람.
어른스럽게 보이면서 어린애 같고, 무섭게 보이면서도 매력적인 사람.
노은하는 상냥하고, 다정하다.
그는 언제나 자신을 배려해준다.
“─네가 정말 좋아.”
그러나 상냥한 것은 잔인한 법.
그러나 다정한 것은 매정한 법.
서로 상반되는 뜻을 지닌 단어는 아이러니하게도 내용을 들여다보면 서로 같은 맥락에서 쓰인다.
“─뭐라고? 잘 안 들려!!“
노은하는 상냥하다.
상냥하기에 그녀의 마음을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잔인함을 보인다.
노은하는 다정하다.
다정하기에 고백을 거절하는 것을 에둘러 표현하는 매정함을 보인다.
쾅!
콰콰쾅─!!!
쾅쾅!!
폭죽소리가 귀를 멀게 한다.
너무 시끄러웠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