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353
중등아카데미 2학년 2학기는 늦게 개강을 한 만큼, 종강 역시 늦었다.
1학기에 일어났던 횡성군 사태가 아카데미의 대외적인 이미지에 꽤나 심각한 타격을 입혔기에.
그러다 보니 2학기에 예정돼 있던 종합능력평가는 기말고사 다음으로 미뤄지게 되었다.
원래라면 기말고사가 끝나자마자 집으로 돌아가서 푹 쉴 수 있었을 텐데….
은하는 그것이 못내 아쉬웠다.
총구를 조준한 그는 방아쇠를 당겨 저만치 떨어져 있던 몬스터를 향해 총을 쏘았다.
쳇
그만 욕심을 내고 말았다.
몬스터를 단번에 죽이지 못한 그는 혀를 차며 녀석을 재조준했다.
이번에는 총탄을 맞고 고개를 돌린 몬스터의 미간을 정확히 노렸다.
그를 향해 뛰어오던 몬스터는 이내 앞으로 고꾸라졌다.
마나의 입자가 돼 사라지는 놈에게 시선을 뗀 그는 다음부터는 자신이 확실하게 죽일 수 있는 몬스터부터 죽여 나갔다.
나하고 레인저는 정말 맞지 않는 모양이네.
전문이수교양, 중장거리 사격.
해당 수업의 기말고사는 학생들이 제자리에 서서 일정거리에 떨어진 몬스터를 가장 적은 수의 탄환으로, 가장 많이 쓰러뜨리는 걸로 성적을 평가받는 것이었다.
덧붙여, 몬스터는 보호마법 속에서 나오지 못했다.
…조준 한 번 진짜 어렵네.
겉보기에는 쉬워 보이는 시험.
하지만 몬스터는 총탄을 피하려고 보호마법 안에서 빠르게 움직였고, 총탄의 위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멀리 도망을 가기까지 했다.
그러한 상태에서 제법 덩치가 있는 몬스터는 한 발로 죽지 않았으며, 덩치가 작은 몬스터는 먼 거리에서 조준을 하기도 어려웠다.
이전 삶에서 왼손에는 맹고슈를, 오른손에 한손직검을 쥐고, 때로는 자동소총을 들고 다녔던 은하로서는 몬스터들을 겨누는 것이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애초 은하에게 자동소총의 존재는 어디까지나 몬스터를 견제하기 위한 무기에 지나지 않았다.
이거 괜히 고른 거 아니야?
성적 망했네.
은하가 이 수업을 선택했던 이유는 세 가지.
첫 번째는 더는 도움이 될 만한 검술수업을 중등아카데미 안에서는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사격술을 처음부터 다시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사격술은 그렇게 크게 늘지 않은 것 같았지만.
그리고 마지막 이유는─.
─イタチの爪(족제비 손톱)
호시미야 카에데라면 분명 여기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은하는 학기초에 호시미야 카에데를 만날 수 있었다.
…정말 장난 아니네.
은하는 방아쇠를 당기는 것도 잊고 좌측 맨 끝에서 날아간 화살을 쳐다보았다.
중등아카데미에서 유일하게 국궁을 사용하는 소녀.
묶음머리를 아무 짝에나 한 그녀가 쏘아낸 화살은 무서운 소리를 내며 나아갔다.
그리고 몬스터에게 다가간 화살은 돌연 머금고 있던 마나를 토해서는 좌우로 두 대의 화살을 만들어냈다.
오로지 마나로 이어진 화살은 곧 좌우로 휘어져서는 인근에 위치한 몬스터들의 옆구리를 꿰뚫었다.
꾸에에에엑!
키에에에엑!
크아아아아!
한 대의 화살로 세 마리를 사격한 호시미야 카에데.
활을 다루는 그녀만이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었다.
탄환은 손가락마디보다 작은 데다, 탄창 안에 들어 있어 정확한 존재를 가늠할 수 없었기에 비슷한 마법을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더군다나 탄환은 연사를 지향했고, 그토록 작은 탄환에 마나를 담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기껏해야 총기 전체 혹은 총구를 대상으로 마법을 전개하는 것뿐.
그럼에도 총기류는 단점을 상회할 연사력, 간편함 그리고 어느 누구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야, 근데 저거 반칙 아니야?”
“몰라, 씨…. 교관님이 허락했는데 우리가 뭐라 할 수 있겠어.”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쟤는 화살 하나를 세 대로 만든 거잖아. 그럼 하나로 칠 게 아니라 세 대로 쳐야 하는 거 아니야?”
호시미야 카에데가 쏘아낸 화살은 워낙 강렬한 소리를 내며 날아갔다.
그러다 보니 시험을 치르고 있던 이들도 그녀에게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시험을 치르는 것도 잊고 저희들끼리 갑론을박을 벌였다.
그러는 상황에서도 호시미야 카에데는 묵묵히 시위를 당겼다.
쟤는 반드시 잡아야 해.
은하는 그들의 다툼을 흘러들으며 호시미야 카에데를 평가했다.
단점을 만회할 정도로 장점을 지닌 그녀는 예전에 언뜻 보았을 때보다 실력이 늘어난 것 같았다.
낭비하는 화살이 하나도 없었다.
학생들이 몬스터에게 연사를 하며 몇 발의 탄환으로 한 마리를 죽이면 그녀는 화살 하나로 한 마리 이상의 몬스터를 죽였다.
화살을 장전하는 속도는 길었지만 무서울 만한 정확도를 보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활을 다루는 레인저는 총기류를 다루는 레인저와 비교해 저평가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만약 활을 다루는 레인저가 호시미야 카에데라면 이야기는 달랐다.
호시미야 카에데.
은하가 이전 삶을 돌아보았을 때, 그녀는 가장 능력 있는 레인저이자, 성장요소가 무궁무진한 레인저였다.
일단 시험이 끝나고 말이나 좀 걸어봐야지.
입맛을 다신 은하는 다시 시험에 집중하기로 했다.
사실 그는 수업을 수강한 이후로 호시미야 카에데에게 말을 걸었지만 이렇다 할 소득을 걷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학기가 끝날 때까지 오고 말았다.
그는 오늘이 마지막 수업인 만큼 어떻게든 그녀와 친해지기로 했다.
그러던 그때─.
“─시험 종료!!”
“…뭐!?”
몇 발 쏘지도 못했다.
이번 시험은 망한 듯했다.
☆
시험은 포기했다.
어차피 포인트도 적당히 모았으며, 자신의 이름을 아카데미에 알렸기에 성적에 연연할 필요는 없었다.
처음부터 이론 수업은 포기하기도 했었고.
“이제 곧 방학인데 뭐할 거야?”
“…….”
그렇기 때문에 은하는 짐을 챙기던 호시미야 카에데에게 다가갔다.
아무 짝에나 묶고 있던 머리를 푼, 앞머리를 일자로 자르고 옆머리를 턱 부근으로 자른 헤어스타일.
그녀는 퉁명스러운 눈빛으로 힐끗 그를 쳐다보고는 대답도 하지 않고 짐을 챙기는데 열중했다.
“할 일 없으면 아카데미 던전이나 같이 갈래? 방학 동안에 애들하고 빡세게 훈련하기로 했는데.”
“…….”
은하는 이제 익숙해졌다.
그녀는 그가 처음 말을 건 날부터 거의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그렇기 때문에 은하는 멋대로 말을 이어나갔다.
날 왜 이리 싫어하는지 모르겠네.
은하는 속으로 푸념을 늘어놓았다.
어째서인지 그녀는 처음 말을 건 그때부터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은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눈빛이 싸늘하기까지 했으니.
또래 여자아이들과 다르게 조금도 화장을 하지 않은 수수한 외모.
그러나 꾸미면 미인으로 통할만한 소녀는 자신을 단련하는 것 외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 듯했다.
은하가 기억하기로, 이전 삶에서도 그녀는 웬만해서는 꾸미지 않고서 대외활동을 했었다.
“대답 안 할 거면 긍정으로 알고 있는다?”
여하튼 은하는 호시미야 카에데의 흥미를 사기로 했다.
이번 학기 동안 그녀를 따라다닌 은하는 그녀의 관심사가 실력향상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이런 식으로 억지로 나가면 그녀가 무시로 대응하지 않는 것도.
아니나 다를까 그녀가 대뜸 입을 열었다.
“안 가. 됐지?”
“…이건 예상외인데.”
그러나 호시미야 카에데는 은하가 전혀 생각지 못했던 대답을 전하고 몸을 돌렸다.
국궁을 어깨에 메고 밖으로 나가는 그녀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았다.
한편, 남겨진 은하는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대체 뭐가 문제였던 거지?
그 정도로 나를 싫어한다고?
한 학기 내내 거절만 당했다.
배수빈도 이러지는 않았건만.
얼마 전에 은하는 혹시나 하면서 같은 수업을 듣는 민지에게 한 번 말이라도 걸어보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다.
그러자 민지는 서글서글한 얼굴로 그녀에게 접근했고, 그때도 그녀는 민지를 무시했다.
은우에게도 부탁했지만 똑같았다.
그 외 다른 친구들 또한.
대체 뭐 때문에?
그 결과, 그는 호시미야 카에데가 자신과 친구들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신과 친구들은 이 아카데미에서 유망주로 분류되고 있거늘.
똑같이 유망주로 분류되는 그녀가 자신과 친구들에게 흥미를 가지지 않을 리가 없었다.
정진하기를 원하는 그녀의 성격상, 자신과 친구들에게 얻을 게 많기에 친해지려 노력해야 마땅했다.
물론, 호시미야 카에데의 성격은 이전 삶에서도 비슷했었지만.
말이 없는 애란 건 알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은하는 과 직접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었다.
온태양의 다섯 번째 부인이었던 에게 접근할 일이 없었기에.
이따금 멀리서 보았던 호시미야는 거의 항상 입을 다물고 있었다.
온태양은 대체 어떻게 저런 애를 영입한 거야?
은하는 이 자리에 온태양이 있다면 묻고 싶었다.
도대체 호시미야 카에데와 어떻게 학창시절부터 인연을 이어나갔는지, 어떻게 그녀를 파티에 끌어들였고, 어떻게 그녀를 부인으로 맞이했던 것인지.
온태양이 그녀의 마음을 산 방법을 알 수만 있다면 호시미야 카에데를 자신의 파티로 영입하는 일은 무척 쉬울 터였다.
“은우한테는 이렇게 안 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은우도 싫어하고….”
이전 삶에서 온태양의 두 번째 부인이었던 차은우.
은하는 두 사람이 같은 하렘의 멤버이기 때문에 사이가 좋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의 기억으로 이전 삶에서 둘은 거의 같이 붙어 다녔기에.
그녀를 포함해 세 번째 부인이었던 윤이별 또한.
그러나 호시미야 카에데는 얼마 전 차은우를 대면했을 때 얼굴을 와락 찌푸렸다.
“정말 모르겠단 말이야. 뭐 때문에 일이 이렇게 꼬인 건지….”
호시미야 카에데가 차은우를 보고 그런 반응을 보였을 때.
은하는 그때 그제야 무언가로 인해 미래가 바뀌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소 사이좋게 지냈을 호시미야가 아직 온태양이 없는 시기라고 하나 그렇게까지 차은우를 싫어했기에.
에라, 모르겠다.
일단 이런 식으로 따라다니다 보면 쟤도 언젠가 이유를 알려주겠지.
은하는 마음을 다잡았다.
호시미야 카에데를 따라다니면서 그녀를 귀찮게 굴기로.
배수빈에게도 효과적으로 써먹은 전법이지 않았던가.
이미 저번 학기부터 곤두박질을 친 평판 따위야 아무렴 좋았다.
그리고 아직 기회는 있는걸.
은하는 호시미야를 따라잡으려고 사격장을 나섰다.
어제 신서영으로부터 종평에 대한 정보를 전해들은 은하는 단념하기에 이르다고 생각했다.
호시미야 카에데라면 아마도 필시 본인의 실력을 증진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을 찾게 될 것이다.
아니면 자신의 친구들이나.
“야! 같이 가!”
그때가 돼서 후회하더라도 은하는 봐주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은 이미 자신에게 떨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
“…하….”
은하와 같은 강의를 듣고 있었던 민지는 호시미야 카에데를 따라가는 그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가 사격장을 나가고 난 뒤에야 밖으로 나온 그녀는 바람을 맞으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저번 학기보다 성적이 좀 떨어지겠네.”
민지는 벤치에 앉아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는 나무를 올려다보았다.
2학년부터 레인저를 지망하기로 한 그녀는 번번이 호시미야 카에데와 수업이 겹쳤다.
민지는 처음에는 열등감을 억눌러 그녀와 친해지려고 노력했다.
은하가 어떻게든 그녀와 친해지려 했으니까.
그러나 그녀는 자신과 은하에게는 마음을 열어주지 않았다.
오히려 쾅 닫아버렸다.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은하가 어떻게든 끌어들일 생각을 할 만해.
민지는 솔직히 호시미야 카에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의 싸늘한 태도는 물론이거니와, 자신과 그녀가 지망하는 부문이 겹쳤기 때문에.
무엇보다 그녀는 자신을 능가하는 실력을 보여주었다.
그녀와 겹치는 수업이 많았기에, 올해 문화제 부문대회에서 만났기에 민지는 그녀가 얼마나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같은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자신과 그녀를 비교하는 것도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그녀를 볼 때마다 민지는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는 열등감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이대로…, 계속 그래줬으면….”
차라리 호시미야 카에데가 그대로 은하에게 등을 돌리기를 바랐다.
그래야만 은하는 자신에게 눈길을 줄 것이다.
나 정말 나쁜 애인가 봐.
그러다 제정신을 차린 민지는 이내 고개를 푹 숙였다.
요즘 들어 그녀는 갈수록 자신과 다른 이들을 무의식적으로 비교하며 열등감에 사로잡히고는 했다.
자신이 점점 빛을 잃어가는 것만 같았다.
그러면서 그녀는 자신의 비참함을 은하와 친구들에게 들키지 않고자 필사적으로 밝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속은 더더욱 썩어 들어갔지만.
“나는 이제 어쩌면 좋은 거지….”
가야 할 길을 잃었다.
민지는 이제 알 수 없었다.
다만 이것만은 알 수 있었다.
자신에게 선택의 때가 왔음을.
누가…, 정답을 알려줬으면….
잃어버린 길을 찾아 헤맬 것인지.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갈 것인지.
전자는 길을 찾을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후자는 더는 이상이 아니라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하….“
그날, 기말고사 마지막 날.
중등아카데미는 2학년 2학기 종합능력평가에 대해 공지했다.
학생들은 6명으로 파티를 창설하여 무인도에서 미션을 수행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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