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354
중등아카데미 2학년 2학기 종평이 공지되었다.
예년과 다르게 기말고사를 마치고 일주일 후에 시작되는 종평은 제법 구체적으로 계획되어 있었다.
종합능력평가가 이루어지는 장소는 인천광역시 덕적군도.
학생들은 여섯 명의 파티를 조직해 정해진 시일까지 교관이 가르쳐준 목적지까지 당도해야 했다.
아카데미는 아카데미라니까.
이런 데에서는 물러서지 않으니….
학생들은 처음 종평에 대한 내용을 안내받았을 때 내심 놀라워했다.
아카데미가 저번 1학기 종평에서 학생들이 유명을 달리하며 국민들의 질타를 받았기에.
그들은 아카데미가 몸을 사리기 위해서라도 적어도 2학기 종평에서는 난이도가 높은 내용을 요구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아카데미는 공지를 통해서 학생들의 죽음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책임이며, 아카데미가 플레이어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기관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종평을 강행하기로 한 것이다.
물론, 은하도 생각이 비슷했다.
학생이 죽는 일이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니까.
단지 저번 학기에는 워낙에 많이 죽어나갔던 거였지.
아카데미에서 학생들이 죽는 것은 그렇게 드문 일도 아니었다.
몬스터를 죽이기 위한 플레이어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에서 사망사건이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기에 아카데미는 학생들에게 죽음은 오로지 자신의 책임이라고 가르치기까지 했다.
이번 종평 역시 학생들은 사전에 유서를 작성해야 했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유서를 적던 학생들도 학년이 올라가면서 진지한 마음으로 유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학년이 올라갈수록 교육이 위험해진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그건 그렇고 파티 창설이라….
아카데미 카페테리아는 기말고사가 끝난 주말이라 그런지 한적했다.
창가 옆에 앉은 은하는 턱을 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중등아카데미 2학년 학생들은 모두 다음 주 수요일까지 담당교관에게 자신이 들어간 파티에 대해 메일을 보내야 했다.
기본적으로 학생들의 자율에 맡긴 파티는 반드시 6명이어야 했으며, 파티에 들어가지 못한 학생들 혹은 정해진 인수를 채우지 못한 파티는 전산시스템에 의해 무작위로 정해진 학생들과 파티를 맺어야 했다.
다시 말해, 좋은 성적을 받으려면 다음 주 수요일까지 제대로 파티를 조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마침 이런 걸 바라고 있었는데….
서영 누나한테 묻기를 잘했어.
아카데미의 방식을 알았기에.
따라서 은하는 신서영을 통해 슬쩍 종평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덕분에 그는 학생들이 허둥거리며 파티를 꾸리려고 하고 있는 가운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사전에 친구들에게는 귀띔을 해서 혹시라도 다른 사람의 권유를 받지 말라고 말을 해두기까지 했으니.
문제는 6인 파티를 어떤 식으로 구성해야 할지였다.
그것마저 머릿속에서 어느 정도로 그림이 그려져 있었지만.
“아침부터 빨리도 왔네.”
“왔어?”
그가 이른 아침부터 카페테리아에 나와 있던 이유는 전날 밤에 잡은 약속 때문이었다.
은하는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후드를 쓰고 운동복 바지를 입은 목민호가 퉁명스러운 얼굴로 그곳에 서 있었다.
“계속 서 있지 말고 거기 앉아.” “톡으로 이야기를 나누면 될 것을, 굳이 이런 식으로 불러야 했어?”
“만나서 네 생각도 들어봐야지.”
“내 생각을 듣는 게 아니라 네가 나를 설득하기 위한 거겠지.”
맞은편 자리에 앉은 목민호가 피식 입가를 끌어올렸다.
후드 주머니에 두 손을 넣은 그는 삐딱한 자세로 다리를 꼬았다.
“그거나, 그거나….”
은하는 어깨를 으쓱였다.
목민호가 빈정거리지 않는다는 걸 이제는 알고 있던 은하는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일단 밥부터 먹자. 내가 살게.”
“여기서 가장 비싼 걸로.”
“진짜 염치도 없네.”
“날 가르치는 누가 얻어먹을 때는 가장 비싼 걸로 얻어먹어야 한다고 말하더라고.”
콧방귀를 끼는 목민호.
은하는 눈살을 찌푸렸다.
괜한 것을 알려줬다.
그는 설마 목민호가 이런 것까지 배울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의 변화를 좋아해야 할 것인지, 말아야 할 것인지 모르겠다.
“나한테 커피를 얻어 마실 때마다 가장 비싼 걸로 주문해놓고 여기서 내빼는 건 아니겠지?”
“…그래, 너 먹고 싶은 거 먹어라.”
일단은 두 손을 들어주기로 했다.
친구들이 알면 기절초풍하리라.
은하는 한숨을 쉬었다.
목민호는 풋 하고 웃었고.
☆
신서영에게 6인 파티를 구성하는 종평에 대해 들었을 때.
은하는 그때 머릿속에서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파티를 떠올렸다.
자신이 점찍어둔 파티원들은 이제 열 손가락으로 헤아릴 수 없었기에 정해진 인수에서 가장 이상적이면서 효율적인 파티를 조직해야 했다.
그래서 그는 파티를 둘로 나누어 가상 이상적이고 효율적인 파티는 바로 자신이, 다른 하나의 파티는 다른 사람이 관리하게 하고자 했다.
“그래서 그게 나라고?”
“리더는 전투에 능하고, 어느 정도 상황 판단력을 지닌 사람이 맡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거든.”
그렇기에 은하는 목민호를 만났다. 그에게 다른 하나의 파티를 맡기기 위해서.
카페테리아에서 가장 비싼 메뉴를 먹고 있던 목민호는 인상을 쓰면서 되물었다.
온태양이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아직 그 애는 아카데미에 입학하지 않았으니 어쩔 수 없지.
은하는 속마음을 감추며 민호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말했다.
그는 파티의 중심이 되는 리더는 전투능력과 즉각적인 상황 판단력을 겸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두 가지를 균일하게 갖추고 있는 사람은 주변에 목민호 그밖에 없었다.
“네가 날 그렇게 봐준 건 고마운데 나는 네 말을 들을 생각이 없다만. 나는 은우랑, 나하고 같이 다니는 애들이랑 가인이랑 파티를 구성할 생각이야.” “어차피 은우도 네 파티에 넣어둘 생각이었어. 최가인은 예외지만…, 그것도 아무나 한 명으로 채우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괜찮아.” “내 이야기는 들은 거냐?”
“들었는데?”
“그런데도 그런 소리가 나온다고?”
목민호가 이내 식기를 내려놓고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말은 들었냐는 얼굴로.
은하는 뚱한 얼굴로 맞받아쳤다. 사실 그를 파티의 리더로 삼은 것도 그가 자신의 말은 듣지 않고 멋대로 파티를 짤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그가 구성하려는 파티에 자신이 생각하는 파티원을 넣기만 하면 되었으니.
그래서 은우도 처음부터 네 파티로 염두에 두고 있었어.
최가인이 포함될 줄은 몰랐지만, 이건 어쩔 수 없지.
그럼에도 목민호의 파티에 들어갈 자리가 세 명이나 남아 있었다.
마침 은하가 그의 파티에 들이려던 사람도 딱 세 사람이었다.
물론, 목민호는 자신을 따라다니는 사람들로 파티를 채우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은하는 대뜸 운을 뗐다.
“너도 이번 종평에서 좋은 성적을 받고 싶을 거 아니야. 안 그래?”
“…….”
저번 학기 종평에서.
목민호는 그를 따라다니던 이들을 상당수 잃고 말았다.
그리고 그들은 아카데미에서 제법 유망주로 불리고 있던 이들이었다.
반면에 남아 있는 이들은 솔직히 어중이떠중이에 지나지 않았다.
기존의 미래대로라면 그는 그들과 파티를 짜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현재의 목민호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리라.
“강해지고 싶다면서. 그러면 내가 하는 말을 들어.”
“…그래서 누구를 보낼 생각인데.”
결국 냉정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꼬리를 내리는 목민호.
은하는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말을 이었다.
“텔레파시스트 겸 헌터로 서나를, 네비게이터 겸 캐스터로 하양이를, 레인저 겸 헌터로 민지를 보낼게.”
은하는 딜러인 목민호를 주축으로 모든 부분에서 균일한 파티를 만들 생각이었다.
반면에 자신의 파티는 오직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공격조를 편성하려고 생각하고 있었고.
“─안 돼.”
그러나 민호는 파티 구성원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부정을 표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좀 그렇지만 최가인은 전력에서 논외야. 결국엔 5명이서 파티를 이끌어갈 판인데, 전투에 능한 사람이 하나도 없잖아. 게다가 은우는 서포터고.”
“흠….”
목민호가 냉정하게 말했다.
그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은하도 처음에는 아무나 한 명으로 파티를 메울 생각만 하고 있었지, 설마 그게 파티에 도움이 되지 않을 최가인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결국 종평에서 전투가 발생할 경우 전위로 나설 수 있는 사람은 민호, 민지, 서나밖에 없었다.
그랬다가는 목민호 혼자서 전위를 감당해야 할지도 모르겠네.
서나는 텔레파시스트라서 중위에서 움직여야 할 테고, 민지는 목민호를 백업할 만한 화력을 기대하기 힘들 것 같고….
하양이가 도와주면….
은하는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네비게이터이자 캐스터를 맡게 될 하양은 전위로 나설 수 없었다.
그녀가 전위로 나서는 순간 파티는 후방의 보호가 없어서 전진만 하는 스타일의 전투를 추구하게 되리라.
그야말로 버리는 패나 다름없었다.
“…서나 대신에 파랑이 형을 줄게. 그럼 괜찮지?”
“진파랑을?”
결국 은하는 차선책으로 진파랑을 목민호의 파티에 넣기로 했다.
그러자 그는 대뜸 얼굴을 구겼다.
이제 2년이 지나가는 데에도 그는 진파랑을 그다지 마음에 들어 하지 않고 있었다.
“나보고 진파랑을 캐리하란 거야? 그게 가능할 것 같아?”
“…이참에 지시를 잘 따르지 않는 파티원을 어떻게 관리하면 좋을지 배워둔다고 생각해.”
은하는 격하게 거부의사를 표하는 목민호를 설득했다.
그러나 그는 납득할 수 없다는 듯 인상을 찡그리기만 했으니.
사실 은하라도 그랬을 것이다.
“진파랑 대신에 최은혁을 보내줘. 서나는 파티에 그대로 남겨두는 게 나을 것 같아.”
“그것도 나쁘지는 않은데 그러면 은혁이를 보내는 대신 너희 쪽에서 누구를 보낼 건데? 설마 최가인? 나는 사양한다.”
“최가인이랑 은우는 내가 책임질 생각이었어. 민지를 보낼게.”
“민지라…. 민지는 안 돼.”
은하는 목민호의 제안을 거절했다.
목민호가 어째서 안 되는 거냐는 얼굴로 묻고 있었다.
“민지는 레인저야. 민지를 보내면 트랩을 해제하는데 꽤 곤란할 거야. 섬에서 일어나는 서바이벌인 만큼, 곳곳에 트랩이 설치되어 있을 테니까.”
“그거라면 하양이가 대신 처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너 설마 하양이한테 일이란 일은 몽땅 떠맡길 생각은 아니지?” “…….”
“경고하겠는데 그랬다가는 나한테 작살나는 수가 있다?”
진파랑이라면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은하는 자신의 파티원 중, 가장 두드러지는 성장
속도를 보이는 하양을 자신도 아닌 다른 누군가가 혹사시키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자신이 구상하는 파티는 파티원이 자신의 역할에만 충실한 파티였다. 어느 누가 다른 역할에도 충실하면, 그것은 해당 역할을 맡은 누군가가 자신의 역할에 태만하다는 증거였다.
그런 것은 그가 추구하는 효율이 아니었다.
설사 착취를 시켜도 내가 시키지.
무엇보다 그는 자신의 것이라 여긴 존재가 다른 누군가의 명령을 받는 상황을 끔찍이도 싫어했다.
그래서 표정을 바꾼 그는 목민호를 압박했다.
“…알았다.”
“알면 됐어.”
목민호가 쫄았다.
지옥훈련을 받으면서도 은하로부터 이만한 기세를 받은 적이 없던 그는 거의 자동적으로 대답했다.
여하튼 은하는 그가 한 수 접자, 순간적으로 드러낸 기세를 거뒀다.
그제야 목민호가 참고 있던 숨을 길게 뱉어냈다.
“…네 말대로 할게. 진파랑은 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알아서 해볼게. 말을 안 들으면 그냥 버릴 거야.”
“그래, 그럼. 그 형도 파티가 뭔지 모르지는 않아서 네 말을 안 듣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내가 귀띔이라도 해놓을게.”
그리하여 목민호의 파티는 진파랑, 정하양, 차은우, 김민지, 최가인으로 결정이 났다.
만족한 은하는 도중에 먹다가 만 식사에 손을 가져다댔다.
그때 그가 먹는 것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던 목민호가 말을 걸었다.
“근데 네 파티는 어떻게 하게?”
“뭐가? 남은 사람으로 할 건데?”
음식을 우물거리며 대꾸하는 은하.
목민호는 관자놀이를 짚으며 말을 보충했다.
“남은 사람으로 채우더라도 너하고 배수빈, 최은혁, 진서나밖에 없잖아. 남은 두 사람은 누구로 채우려고. 설마 유도준?”
“자리가 남기도 해서 유도준 걔는 이번에 버스 좀 태워주려고.”
“그래도 한 명이 남잖냐.”
목민호가 인상을 썼다.
그는 은하가 남은 파티원으로 채울 사람이 신경이 쓰이는 눈치였다.
한편, 은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음식을 맛봤다.
내가 헌터, 은혁이가 딜러를 맡고.
중위에서 서나가 텔레파시스트를, 후위에서 수빈이가 캐스터를 하고.
유도준이 후위에서 적당히 꿀이나 빨고 있으면….
전위 2, 중위 1, 후위 2.
파티원의 역할을 그렇게 배분하면 중위가 한 자리 남게 되었다.
목민호도 간파했으리라.
“레인저를 넣을 생각이야?”
목민호가 눈을 가늘게 모았다.
은하는 침묵으로 대답했다.
침묵은 긍정을 의미했다.
“나한테 민지를 맡긴 이유가 여기 있었던 거였네.”
“뭐, 그런 것도 없잖아 있지.”
은하는 목민호의 눈썰미가 마음에 들었다.
그가 생각하는 파티의 리더는 바로 목민호처럼 흐름을 파악할 줄 아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왜?”
“뭐가?” “민지를 네 파티에 넣어도 되잖아. 굳이 내 파티에 넣을 이유가 있어?”
하지만 목민호는 그의 목적까지는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듯싶었다.
그럴 만도 했다.
세상에 어느 누가 종평에서 파티를 톡톡히 혹사시킬 생각을 하고 있단 말인가.
파랑이 형은 운도 좋아.
지옥훈련을 피해가고.
은하는 속으로 키득거렸다.
미리 서나에게 애도를 표했다.
“이번에 확실하게 굴릴 생각이라서 민지는 버티지 못할 거야.”
“하긴…, 그러겠지.”
은하의 단언.
그의 훈련을 받고 있는 목민호는 떨떠름한 기색으로 수긍했다.
은하가 작정하고 파티를 굴린다면 지옥보다 더한 지옥이 기다릴 것은 자명한 일이었기에.
“그러면 네가 레인저로 넣으려는 사람은 대체 누군데?”
“한 명밖에 없잖아.”
이내 목민호가 물었다.
은하는 입가를 닦으며 답했다.
“─호시미야 카에데지.”
이번에 아주 철저히 굴려주마.
노은하는 악마의 미소를 지었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