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355
학생들은 기말고사를 마치고 잠시 일주일에 이르는 휴식에 들어갔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휴식을 편하게 취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다음 주에는 종평이 시작되기에.
특히 중등아카데미 2학년 학생들은 파티를 구성하기 위해서 사람들을 모아야 했다.
이미 파티를 짠 이들은 걱정 없이 휴식을 취할 수 있었지만.
나도 좀 쉬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은하는 제대로 휴식을 만끽할 수 없었다.
목민호는 진즉 파티를 결성했기에 그의 파티에 소속된 이들은 편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건만.
사실 은하의 파티로 들어온 이들도 아무런 걱정 없이 늦잠을 자고 있는 중이었다.
월요일 아침부터 수련동으로 나선 사람은 친구들 중에서 은하 한 사람 뿐이었다.
아니, 딱 한 명 있기는 했다.
“야, 그래도 내가 같이 나와줬잖아. 넌 나한테 고마워해야 해.”
“너는 내가 점찍은 애가 누구인지 궁금해서 따라온 거잖아.” “그게 뭐 어때서?”
“눈곱부터 떼고 말해라, 좀.” “헐, 있었으면 진작 말해주지….”
자다 일어난 행색으로 실실 웃는 유도준.
후드 모자를 뒤집어쓴 그는 핀잔도 너스레를 떨며 받아들였다.
은하는 중앙 복도에 걸린 거울에 자신의 얼굴을 살피는 그를 버리고 앞으로 나아갔다.
사람을 무시하고나 있고….
중앙 사격장으로 걸어가는 은하는 내심 기분이 상해 있었다.
저번 주말에 목민호와 대화를 끝낸 그는 바로 당일에 친구들에게 톡을 보냈다.
그러고 나서 그들의 인맥을 동원해 호시미야 카에데의 번호를 얻었고, 그녀에게도 파티를 권유하는 톡을 보내놓았다.
그런데 호시미야 카에데는 연락을 무시해버린 것이다.
전화도, 문자도, 파인톡도 전부.
“걔가 그렇게 대단한 애야? 네가 자존심을 다 버리면서까지 그렇게 권유를 하고 말이야.”
“안 그랬으면 내가 이러겠어?”
“나는 잘 모르겠다. 활이나 다루는 괴짜를 네가 이렇게 하면서 파티로 끌어들일 가치가 있는지 말이야.”
은하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도준은 그의 뒤를 졸졸 따라오며 자신의 의견을 늘어놓았다.
은하는 굳이 답하려 하지 않았다.
이 시기에 호시미야 카에데는 단지 다른 유망주와 그다지 차이가 없는 괴짜로 불리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녀가 언젠가 으로 거듭나는 미래를 알고 있는 은하는 그녀를 이렇게 포기할 수가 없었다.
“굳이 그 애를 파티에 넣지 않아도 네가 권유한다면 누구나 좋다면서 달려들 텐데 말이야. 저기 봐봐.”
중앙 사격장에 발을 내딛은 은하는 유도준이 하는 말을 듣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훈련을 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저들은 누군가에게 파티 권유를 받기 위해서 이 자리에 나와 있는 셈이었다.
수업이 모두 끝난 이상, 학생들이 자연스레 모일 수 있는 장소가 바로 수련동이었으니까.
제법 많이도 모여 있네.
은하는 자신에게 눈길을 보내오는 학생들의 얼굴을 일일이 확인했다.
다른 학년에 해당하는 이들은 그저 흥미로운 기색으로 은하를 보았지만 같은 학년에 해당하는 이들은 모두 간절한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다.
“어제 내가 전해들은 이야기로는 네가 파티원으로 레인저를 찾는다는 이야기가 전교에 쫙 퍼졌다더라.”
“그래서 지금 2학년에서 레인저를 지망하는 사람들이 전부 이 자리에 나와 있다는 건 아니지?” “왜? 거의 그런 것 같은데?”
은하는 학생들에게 시선을 돌리며 유도준에게 대꾸했다.
유도준이 어깨를 으쓱였다.
당연하다는 듯이.
“사실 내가 퍼뜨린 거기도 하지만.”
“왜 쓸데없는 짓을….”
“네가 뭐가 아쉬워서 삼고초려를 하려고 그러는 건데? 쟤네들 중에서 쓸 만한 애들을 뽑아도 되지 않냐?” “어, 안 돼.”
“와, 진짜 눈 높네. 그래, 은하 너 알아서 해라. 나는 버스만 탈 거고, 너만 있으면 이번 종평에서 만점은 따 놓은 당상이니까.”
한 사람이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유도준이 자리만 차지한다 해도.
아카데미 학생들은 은하의 파티가 종평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한 의식이 팽배했다.
지금까지 은하가 보여준 것이 있었기에.
그렇기 때문에 아카데미 학생들은 은하를 탐탁지 않아 하면서도 내심 그의 간택을 받기를 바랐다.
만약 은하가 손을 내주기만 하면, 그들은 필시 자존심을 버리면서까지 그 손을 잡으려고 할 것이다.
“쟤네들한테는 관심 없어.”
“저기 있는 애들 중에 전교권에서 놀고 있는 애들도 있다만…. 네가 인재를 보는 기준이 뭔지 내가 정말 알고 싶다.”
짖으라 하면 짖을 것이고.
기라고 하면 길 것인 이들.
자신의 말을 거역하지 않고 따르는 이들을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은하는 충심이 있는 것보다 능력이 있는 이들을 더 선호했다.
충심이야 없어도 그만이었기에.
차라리 복속이라면 모를까.
무엇보다 은하는 자신에게 충심은 어울리지 않는 덕목이라 생각했다.
은하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덕목은 공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의 실력을 한껏 보이는 이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단 한 곳으로 걸어갔다.
띵
시위를 당기는 소리가 울렸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은하의 존재를 의식하고 있는 가운데.
중앙 사격장 한편에 자리를 잡은 호시미야 카에데는 처음부터 끝까지 은하에게는 관심도 주지 않은 채로 활시위를 당기고 있었다.
“안녕. 내 연락은 왜 안 받았어?”
은하는 우직하게 자신의 단련에만 매진하고 있는 호시미야 카에데가 마음에 들었다.
꼿꼿이 선 자세 그대로 활을 쥔 그녀는 다음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그녀는 은하의 존재를 무시하듯이 화살을 쏘고 있었다.
이에 은하는─.
─리볼버 쏜
홀스터에서 디바이스를 꺼내서는 방아쇠를 당겼다.
총구를 빠져나온 탄환은 순식간에 거대한 가시가 돼서는 날아갔다.
그녀의 표적을 향해.
쾅─!!
폭발음.
표적은 산산조각이 나며 부서졌고, 그녀는 그제야 은하를 쳐다보았다.
“…이게 뭐하는 짓이냐.”
“이제야 말을 하네?”
화를 억누른 듯한 어조.
그는 눈에 힘을 주는 그녀를 보고 키득거렸다.
마치 도발하듯이.
“어우야….”
한편, 도준은 멀찍이 떨어진 채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떨떠름한 어조로 말했다.
“…그냥 네가 해도 되지 않냐?”
☆
아카데미에서 호시미야 카에데는 애매한 위치에 있던 사람이었다.
그녀는 유망주로 통하기는 했으나, 외국인의 피가 섞여 있다는 이유로 은연중에 괄시를 받아야 했다.
그녀에게 다가가는 사람은 대개 겉으로는 그녀를 이해하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그녀를 이용하려는 생각만 하고 있던 이들이었다.
그것을 호시미야 카에데가 모를 리 없을 터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어느 누구와 가깝게 지내려고 하지 않고 그들과 거리를 두며 지냈다.
은하가 기억하기로, 그녀의 친구는 온태양과 그의 동료들이 유일했다.
“아직 어느 파티에 들어갈 건지, 정하지 않았을 거 아니야. 안 그래? 그런데도 안 들어가겠다고?”
그래서 은하는 호시미야 카에데가 사전에 친구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을 파악해두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예상과 다르게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자 하는 호시미야 카에데가 자신의 제안을 거절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동안 널 무시하고 있던 것으로 대답은 충분히 했던 것 같은데.”
“그러니까…. 대체 이유가 뭔데?”
수련동 최상층 카페.
은하와 카에데는 테이블을 두고서 빙빙 도는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를 무시하며 과녁을 옮겨가며 단련에 매진하던 그녀는 이 자리에 나와 준 것만으로 감사하게 여기라는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은하가 그녀의 뒤를 따라다니면서 일일이 그녀의 과녁을 파괴하느라 그녀로서는 어쩔 수 없었던 거지만.
은하가 커피를 사주겠다는 호의도 한사코 거절한 그녀는 주문도 않고 자리에 앉아 있었다.
진짜 깐깐한 애라니까.
내가 산다는데도 마시지도 않고. 파랑이 형이었으면 얼씨구나 하며 몇 잔이든 마시려 했을 텐데….
은하는 옆에서 카페라떼를 빨면서 스마트폰이나 하고 있는 유도준을 힐끗 쳐다보고 한숨을 쉬었다.
그가 신나라 하며 얻어먹은 반면, 호시미야 카에데는 철벽을 세워서는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나는 너희 같은 애들이 싫어.”
그러던 그녀는 긴 한숨을 토하고는 은하를 노려보며 말했다.
경멸하는 듯이.
“태어났을 때부터 가지고 태어난 너희들이 하루하루를 처절하게 사는 우리 같은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가 모를 줄 알아?” “…….” “나는 그런 애들이랑 파티를 짜서, 너희 비위를 맞춰주고 싶지 않아.”
“나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는데.”
“네가 그럴 생각이 없더라도 네가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행동할 수도 있다고 생각은 안 하나 보지?”
“…….”
“백 번 양보해서. 네 파티에 있는 다른 애들은 넘어가더라도 노은하 네가 지금껏 다른 학생들에게 보인 행위가 증거 아닌가?”
뿌리 깊은 증오.
은하는 그 말을 통해서 그녀가 왜 자신을 탐탁지 않게 여겼는지 알 것 같았다.
한국에서 혼혈로 태어났던 그녀는 이 사회에서 철저히 약자에 속했고, 그렇기 때문에 기득권층에 속하는 권력자들을 싫어했던 것이다.
그녀의 시선에서 보았을 때, 그는 그녀가 싫어하는 부류에 속해 있던 것이리라.
그래서 온태양이랑 친했던 건가?
동시에 은하는 그제야 이전 삶에서 그녀가 온태양하고 친해진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가 되기 이전에 그는 아카데미에서 학생들에게 천대 받는 약자에 속했다.
온태양 그만이 아니라.
차은우와 최가인을 제외하고 남은 그의 동료들 또한.
“내가 너희랑…, 특히 노은하 너와 손을 잡는 일은 절대로 없을 거야. 너는 내가 싫어하는 부류 중에서도 가장 싫어하는 부류니까.”
호시미야 카에데는 그동안 은하가 아카데미에서 저지른 만행에 대해서 비난을 퍼부었다.
그녀가 내뱉은 이야기 중에는 정말 사실인 이야기도 있었고,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럼에도 은하는 그 말을 가만히 듣기만 했다.
자신이 무엇을 말한다고 하더라도 그녀가 자신을 새롭게 돌아보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에.
“─그래서?”
다만 은하는 그녀를 구슬리기보다 그녀가 생각하는 자신의 이미지로 그녀를 밀어붙이기로 했다.
“너는 종평에서 좋은 성적을 받고 싶지 않은 거야?”
“…….”
의자를 끄는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난 호시미야 카에데.
그는 입을 다물고 서 있는 그녀를 무심한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성향은 대충 파악했다.
그녀는 배수빈과 비슷했다.
성공을 위해 자신을 몰아세워가며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
그런 그녀에게 종평 성적이란 필시 감미로운 것이리라.
하지만 판단 착오였다.
“너희하고 파티를 맺지 않더라도, 내가 그것도 못 받을 줄 알아?”
“왜, 무작위로 파티 선별이라도 받게?”
“그렇다면 어쩔 건데?”
“어쩌기는─.”
은하는 피식 웃었다.
배수빈은 현명했다.
그녀는 자신이 성공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려 하지 않았다.
호시미야 카에데는 멍청했다.
그녀는 자신이 성공하기 위해서, 정도(正道)를 걷고자 했다.
올곧은 것은 쉽게 부러진다는 것도 모른 채로.
“─널 철저히 방해해야지, 뭐.”
“뭐?”
“네가 말한 대로 난 그런 놈이야. 내 말을 듣지 않겠다면 부숴버리면 그만이지.”
“…….”
호시미야 카에데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은하는 그런 그녀와 시선을 마주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아직 어렸다.
말이야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어도, 정작 그녀의 눈은 겁에 질려 있었다.
“그리고 나는 한 번 밟으려고 하면 그냥 안 넘어가. 내 힘을 동원해서 네가 아카데미에서 살아남을 여지는 조금도 주지 않을 거야.”
“…너….”
“왜? 이게 네가 생각했던 그대로의 노은하 아니야?”
주먹을 불끈 쥐는 카에데.
은하는 조금 전과 다르게 조용해진 그녀를 비웃었다.
“…내가…, 네 파티에 들어간대도 네 말을 들을 것 같아?”
“어이구, 내 말을 안 듣는 사람이 지금 몇 명이나 있는데. 앞으로도 더 많아질 테고.”
결국 그녀는 조금 전하고 다르게 소극적으로 반항하는 태도를 취했다.
은하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말을 듣지 않으면 팰 뿐이었다.
지금도 간간히 진파랑을 교육하고, 배수빈을 교육하고 있지 않던가.
그러다 자신에게 반항한다고 해도 아무 소용도 없다는 것을 알려주고, 결과에 따른 보상을 손에 쥐어주면 그녀도 아무 말도 못하게 되리라.
은하에게 호시미야 카에데는 그저 일개 장기말에 지나지 않았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쓰다 망가지면 새로운 것으로 교체하는 소모품.
“워, 워, 워. 너희들 뭘 그렇게까지 살벌하게 얘기를 하냐?”
그러던 때였다.
그동안 조용히 카페라떼를 마시던 유도준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어 중재를 한 것이다.
“나야 버스를 탈 거기는 하지만, 생사를 함께하게 될 파티가 이렇게 사이가 안 좋으면 어떡해?” “”…….””
“우리 그냥 쉽게, 쉽게 생각하자. 호시미야 넌 좋은 성적을 받고 싶고 은하 넌 호시미야를 파티에 들이고 싶은 거잖아.”
두 손을 뻗어선 두 사람을 말리는 유도준.
은하와 호시미야 카에데는 서로를 응시하기만 했다.
침묵을 긍정의 뜻으로 받아들인 유도준이 말을 이었다.
“문제는 호시미야 네가 우리하고 파티를 짜기 싫다는 건데 말이야…. 내가 봤을 때는 우리하고 안 짜면 네가 싫어하는 것보다 더 큰 문제가 생길 것 같은데?”
“왜. 무슨 소리지?”
유도준이 너스레를 떨며 말하자, 호시미야 카에데가 눈살을 찌푸리며 대꾸했다.
마치 너도 협박을 하려는 거냐며.
그녀의 눈빛을 해석한 그는 이내 가벼이 웃어넘기며 고개를 저었다.
“너는 KK그룹의 후원을 받고 있잖아. KK그룹의 후원을 받고 있으면, 당연히 김건웅 걔가 파티를 짜자고 권유하지 않겠어?”
“…….”
“너 설마 그것도 거절할 수 있어? 만약 거절했다가는 그때부터 후원이 뚝 끊어질지도 모르는데?”
“…큭…!”
호시미야 카에데가 이를 악물었다.
그녀도 그것을 부정하지는 못한 듯싶었다.
그리고 유도준은 그녀를 찌르는 걸 멈추지 않았다.
“내 정보에 따르면 지금 건웅이가 너하고 파티를 짜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하더라. 혹시 너한테 연락 간 건 없어?”
“…….” “그치? 갔지? 그럴 줄 알았어.”
유도준이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반면에 호시미야 카에데는 이를 악무는 것밖에 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네가 이제 할 수 있는 선택은 세 가지밖에 없어.”
도준은 의기양양하게 그녀의 앞에 손가락 세 개를 펼쳐 보였다.
“하나─.”
그가 검지를 접었다.
“─그냥 네 멋대로 행동하는 거지. 그렇게 되면 KK그룹의 후원은 거의 확실하게 끊어질 테고, 은하랑 내가 아카데미에서 생활하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 제대로 알려줄게.”
“…….”
“둘─.”
그가 약지를 접었다.
이제 중지만 남았다.
“─김건웅하고 파티를 짜는 거지. 근데 그렇게 된다면 은하하고 내가 아카데미에서 생활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톡톡히 알려줄 거야. 우리가 조금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독하기는 해. 특히 은하 얘는 아마 KK그룹이 널 지키려 든다고 해도, 그런 건 얄짤없을걸?”
“…….”
“마지막 셋─.”
그가 손을 돌렸다.
이내 중지만 세운 손등을 그녀에게 가져다대며 마지막 말을 이었다.
“─그냥 우리 파티에 들어오는 거. 근데 이제 와서 들어온다고 해도, 너는 이미 망한 거 알지? 그런데도 이 선택이 그나마 나은 것도 알고? 어차피 뭘 해도 망하면 최악보다는 차악이 낫지 않겠어?”
“…….”
그녀의 얼굴이 벌게졌다.
그러나 그녀는 혀를 차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침묵은 곧 동의였다.
“은하야, 나 잘했지?”
“…어…, 그래.”
한편, 은하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칭찬해 달라는 듯이 말하는 도준을 바라보았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얼굴을 바꾸는 유도준은 은하가 보기에도 미친놈 그 자체였다.
사람이 저리 미쳐서야 영원그룹의 회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야, 만약에 우리 인생이 망하면 둘이서 이런 일이나 하고 다닐까? 못 받는 돈 돌려드립니다 같은 거 말이야.”
“어, 너 혼자 해.” “아, 왜!”
“내 인생은 안 망할 거거든.”
시큰둥하게 대꾸하는 은하.
은하는 어린애처럼 소리를 높이는 유도준을 무시하며 호시미야 카에데에게 손을 내밀었다.
“첫 만남은 나쁠지 모르더라도…, 어디 우리 한 번 잘해보자.”
“흥, 누가 너희들하고….”
호시미야 카에데는 그나마 분함이 풀린 듯 싶었다.
그녀는 흥 소리를 내며 그가 내민 손을 잡았다.
앞으로 많이 굴려줄게.
그녀는 모르리라.
자신이 잡은 손이 두 번 다시는 놓을 수 없는 악마의 손이란 것을.
이제 곧 지옥이 무엇인지 똑똑히 알게 되리라는 것을.
최악보다 차악을 선택한 게 아니라 최악을 골랐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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