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358
파티를 무작위로 배치할 거란 말을 하기는 하였으나.
중등아카데미 2학년 종평을 담당한 교관들은 사전에 학생들이 구성한 파티를 어느 위치에 배치할 것인지 서로 상의한 바가 있었다.
소위 밸런스를 조정하기 위해.
교관들은 학생들의 실력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종합 점수로 파티를 나열했다.
그렇게 해서 점수가 낮은 파티부터 비조봉에서 가까운 곳에 배치되도록 계획을 세운 것이다.
“처음에는 지들이 아무리 그래봤자 아직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들이라 생각했는데….”
“…교관님 말씀이 이제야 이해가 가네요. 저 정도 수준이라면 일부러 이런 곳에다 배치할 만하네요.”
“요새 내년에 졸업하는 학생들부터 미래가 밝으니 어떠니 말을 하면서 황금세대라는 말이 튀어나오던데, 정말 황금세대이기는 한가 보네요. 이거 원, 우리 때하고는 질이 완전 다른 것 같으니 나중에 우리가 설 자리가 있으려나 몰라.”
그중에서도 교관들은 은하와 민호, 두 사람이 제각기 만들어낸 파티를 가장 어려운 위치에 배치하였으니.
솔직히 은하의 파티를 담당하게 된 교관은 은하의 파티가 어떻다 한들, 주변에 발을 내딛을 땅도 없는 데다 간간이 몬스터가 출몰하는 해역에서 아무것도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은하와 파티원들이 고생을 하면, 뒤에서 느긋하게 지켜보고 있다가 그들의 기를 냉큼 꺾은 뒤, 적당히 어려운 위치로 옮길 생각이었다.
…지금 이게 실화냐.
그러나 교관의 생각은 틀렸다.
그는 난데없이 바닷속에서 출몰한 몬스터를 상대하는 파티원들을 보며 플레이어들이 늘어놓는 말에 아무런 대꾸를 할 수 없었다.
물론, 사전에 그는 플레이어들에게 은하의 파티가 현재 중등아카데미가 제일 주목하고 있는 파티라는 말을 하기는 했다.
노은하와 그와 어울리는 학생들의 존재는 ‘비극의 학년’이라 취급되는 2학년 학생들에 대한 편견을 쇄신할 이들이었으니까.
다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우와, 보면 볼수록 신기하네. 쟤는 화살을 쏘는 족족 그냥 다 맞추네.”
“저희는 할 게 없을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그냥 돈만 받고 가만히 있다가 가는 거 아닌가 몰라.”
─비현실적인 일이었다.
플레이어들이야 낙척적인 성격인지 학생들이 제7위계 어류형 몬스터와 전투를 벌이는 게 그리 놀랍지 않은 모양이었지만.
평소에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관은 지금 저들이 보여주고 있는 솜씨가 한낱 2학년의 솜씨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직 어린애들이라 몬스터를 보면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한 채 우왕좌왕해야 하는데….
어느 정도 실전을 겪어본 것처럼 움직이네.
교관은 조금 전, 처음에 몬스터가 출몰했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 은하를 제외한 학생들은 모두 바닷속에서 튀어 오른 청새치형의 몬스터를 보고는 당황해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다들 전투 준비.]서나가 보트에 타고 있던 이들에게 텔레파시를 전파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패닉에 빠진 상황에서 사람은 귀를 통해 들려오는 소리도 제대로 듣지 못하기 마련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자신이 말하기에 급급하니까.
하지만 텔레파시는 머릿속에 울려, 듣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들도 결국 듣게 만드는 강제력이 있었다.
서나가 제일 먼저 정신을 차리고, 파티원들에게 텔레파시를 날리면서 파티원들은 재빨리 태세를 정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때부터 어찌 되었던가.
星取り(별 따기)
흔들리는 배 안에서도 균형을 잡은 호시미야 카에데가 시위를 당겨서는 수면 아래로 들어가려는 놈을 향해 화살을 날렸으니.
그러고 난간에 몸을 고정시켜서는 화살 깃 끝에 매달린 마나의 실을 있는 힘껏 잡아당겨 놈을 수면 위로 잡아끌려 했다.
그럼에도 제7위계 몬스터의 힘을 15세의 소녀가 당해낼 수 있을 리 없었다.
바로 그때.
왜바람
어느새 바닷속으로 빠지기 직전인 호시미야의 허리를 껴안은 수빈이 지팡이를 쥔 다른 한 손으로 마법을 전개한 것이다.
그러자 청새치의 몸이 반쯤 빠진 수면이 순식간에 요동쳤다.
녀석 하나는 가뿐히 들어 올리는 바람이 용솟음치는 한편, 보트 위로 바닷물이 비처럼 쏟아져내렸다.
그리고 비를 맞으며 보트에서 불쑥 뛰어내린 은혁은─.
─랑보
마나 크래셔
수면보행을 너무나 자연스레 하며 하늘에서 떨어지는 몬스터를 향해서 검을 휘두른 것이다.
교관은 수면 위로 안전하게 착지해 보트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웃으며 마석을 보여주는 은혁을 보고 과연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솔직히 그때, 플레이어들도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을 뿐이었다.
[절대로 바닷속으로 들어가게 하면 안 돼! 걔는 어떻게든 수면 위에서 끝내야 해! 플레이어 라이브러리에 한 번 놓치면 동료들을 끌고 온다고 기재돼 있어!]“한 명만 이리로 와서 도와줘!”
“호시미야! 네가 앞으로 나가! 백업은 내가 해줄 테니까!”
“나도 그럴 생각이었어.”
진서나가 지휘하는 파티는 솔직히 교관이나 다른 플레이어들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서나의 지시가 미숙하기는 했지만, 호시미야 카에데가 레인저의 자질을 십분 발휘하여 부족한 부분을 계속 보완해주고 있었으니까.
그러다 그녀는 앞에서 홀로 싸우는 최은혁을 지원하기 위해 나섰으며, 배수빈은 레인저로서 견제를 하는 그녀의 역할을 뒤에서 지원했다.
호시미야 카에데는 파티원과 처음 호흡을 맞추는 것이라고 하였건만, 그들은 빠른 속도로 호흡을 맞추고 있었다.
그것만으로 교관은 그들의 재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깨달았다.
무엇보다도─.
“─아, 볶음김치에 물이 튀었잖아.”
“뭘 그런 걸로 짜증을 내고 그래? 여기 아직 안 먹은 볶음김치가 잔뜩 남아 있구만.”
“하긴, 그래.” [너희들! 우리 것까지 뺏어먹기만 해봐!?]
내부가 단결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단결하기 위한 적이 필요한 법.
교관은 떨떠름한 얼굴을 하며 몸소 적이 되기로 다짐한 듯한 노은하를 쳐다보았다.
그의 시선이나 플레이어들의 시선은 거의 다를 바가 없었다.
한심하다는 듯이, 쓰레기를 쳐다보는 듯한 시선.
정작 그 시선을 받은 은하는 밥을 먹다 말고 고개를 들었다.
“왜요?”
숟가락포크에 붙어 있는 밥을 마저 먹기 위해 입을 앙 다문 채로.
“…아무것도 아니다.”
교관은 너무나 태연하게 묻는 그가 어처구니가 없었다.
저 앞에서 파티원들이 힘들게 싸우고 있건만, 그런데도 밥이 그리도 잘 넘어가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와, 진짜 꿀맛이다. 전투식량도 꽤 먹을 만하네.”
“왜 그런지 알아?”
“왜?”
유도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보트 바깥에서 일어나는 일이 자신과 무관하다는 듯이 밥을 먹고 있었다.
“원래 다른 사람이 고생을 할 때 먹는 밥이 꿀맛인 거야.”
“오, 그거 나름 설득력 있어.”
[은하 너 진짜 두고 봐─!!]교관은 이제는 한심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대놓고 한숨을 쉰 그는 아직까지 몬스터들과 전투를 벌이는 학생들을 돌아보았다.
서나를 포함한 네 사람 모두 마치 독기를 품은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러는 한편, 전투는 점점 끝나갈 조짐이 보이고 있었고.
그래, 너희 실력은 인정한다.
인정한다만….
그런데 과연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너희가 뭘 할 수 있을까?
교관은 씩씩거리며 마석을 챙기는 은혁을 보며 팔짱을 끼었다.
저들의 실력은 자신의 예상을 아예 벗어나버렸지만.
그럼에도 저들은 수면 위를 걸어 덕적도로 가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바다 위에서 몬스터와 싸우다 지친 그들은 결국 보트를 움직여 달라는 부탁을 하러 오게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저들을 친절히 대하며 밥만 퍼먹고 있는 노은하, 유도준을 벌하리라.
어디 그때가 되면 보자고.
교관은 그때를 생각하며 웃었다.
다만─.
“─저 교관은 왜 미친 듯이 쪼개고 있는 거야?”
“몰라. 전투식량 안 챙겼나 보지. 우리는 밥이나 먹자. 은하야, 이거 은근 맛있는 것 같은데? 호시미야 전투식량은 I형이 아니라 II형인데?”
“아, 그래?”
노은하는 여전히 천하태평했다.
☆
중등아카데미 2학년 종평을 담당한 교관들이 두 번째로 주목하고 있던 파티는 목민호의 파티였다.
따라서 그들은 비조봉에서 상당히 먼 거리에 떨어진 부근에 상륙했다.
뒤쪽으로는 선미도가 보이는 곳에 내린 파티는 어색한 기류에 휩싸여 있었다.
그도 그럴 만했다.
“몰라. 배멀미를 해서 그런지 좀만 쉬었다가 가야겠어. 갈 거면 그냥 너희끼리 가.”
“가인아…. 하양이 말 들어보니까 비조봉으로 가는 게 멀 것 같다는데 우리 조금만 더 걷자. 응?”
“은우 너, 요새 뭐 잘못 먹었니? 왜 요즘 들어 네가 개기려 하는 게 눈에 보이나 몰라?”
“에이, 참. 내가 언제….”
“지금도.” “…….”
최가인 때문이었다.
한창 배멀미를 하느라 저기압이 된 최가인은 보트에서 내리자마자 즉시 그녀를 달래려 하던 은우를 갈궜다.
능글맞게 그녀를 다독이려고 하던 은우는 이내 얼굴을 굳혔다.
“너 얼굴이 그게 뭐니?” “뭐, 뭐가?”
“아니, 꼭 옛날에 나만 보면 짖던 개가 했던 표정이랑 닮아서.”
“…….”
“그때 내가 발로 몇 번 차주니까 낑낑 앓다가 불쑥 가버리더라고.”
“…….” “은우야, 알지?” “…미안해.”
최가인은 은우가 목에 차고 있던 붉은색 쵸커를 확 잡아당겼다.
순간적인 아픔에 눈을 질끈 감은 은우는 어느새 가까워진 최가인에게 잘못했다고 사과했다.
“와씨, 저거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이야? 야, 너 왜 내 친구한테 그 따위 망발이야?” “진짜…. 은하랑 친해지라 했더니 어디서 저딴 근본도 없는 개새끼랑 친구나 하고 있고….”
“…뭐? 개새끼?”
“왜, 뭐, 왜.”
은우를 두둔하려던 진파랑은 이내 최가인에게 욕설을 듣고는 머리가 돌아버리고 말았다.
파랑에게 최가인이 갤럭시그룹의 직계라는 것은 전혀 중요한 사항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블루 클로에 마나를 담으면서까지 그녀를 죽이려 했다.
그럼에도 최가인은 움찔 떨면서도 자존심을 굽히지 않았지만.
“─진파랑, 그만해.” “…씨…, 내가 진짜…, 아우, 씨…, 열 받아!”
그때 재빨리 허리춤에서 칼을 빼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든 목민호.
파랑은 씩씩거리다가 이내 마나를 풀어 헤치고는 방방 날뛰었다.
그는 ‘은하’에게 ‘전권’을 위임받은 목민호에게 거역할 수가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목민호를 무시하며 감정대로 나서고 싶었지만 정하양도 자신을 감시하고 있기까지 했다.
“자, 자, 자. 얘들아, 이러지 말고 우리 휴식부터 취하자. 일단 여기가 어디인지 파악부터 해야 하잖아?”
“…흥, 그래도 쟤는 눈치가 있네.”
그사이 김민지가 파랑을 붙잡으며 분위기를 중재하고자 했다.
보트에 탔었을 때부터 이런 기류가 흐르고 있었던지라 그녀는 이제는 익숙하다는 듯이 행동하고 있었다.
그만큼 이제는 지친 듯했지만.
“차은우, 이리로 와봐. 다친 데는?” “…이 정도는 괜찮아.”
“손톱자국이 낫잖아.”
“치유마법으로 없앨 수 있대도.”
“그렇다고 다쳐도 된다는 소리는 아니잖아.” “…미안.”
한편, 목민호는 상황이 정리되자 차은우의 손을 붙잡고는 파티에서 떨어져 나왔다.
상비약으로 그녀의 상처를 치료한 그는 최가인을 자극하지 말라면서 그녀를 혼냈다.
“나 자극한 거 아니야. 난 그냥…, 해야 할 말을 한 것뿐이야.” “전에는 뭐든 다 참던 애가….”
“그래서 싫어?”
“…….”
“그냥 나 다 참고 있을까?”
불쑥 말을 자르고 묻는 차은우.
순간 민호는 말문이 막혔다. 그는 자신을 올려다보는 또랑또랑한 눈을 보고는 괜스레 시선을 피했다.
이내 손등으로 입가를 살며시 가린 그가 떨떠름한 어조로 말했다.
“그냥…, 적당히 해줘. 괜히 다쳐서 너희 부모님 속상하게 만들 필요는 없잖아.”
“…응, 맞아.”
그러자 배시시 미소를 짓는 그녀.
민호는 언젠가부터 감돌기 시작한, 싱숭생숭한 분위기를 도통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전의 차은우보다 지금의 차은우가 더 좋기는 했지만.
그러던 때였다.
[야, 대박 사건!! 빨리 와!]거침없이 머릿속을 파고든 음성.
진파랑의 텔레파시를 받은 민호는 대뜸 눈살을 찌푸렸다.
정말이지 무례한 텔레파시였다.
민호는 마찬가지로 얼굴을 찡그린 은우를 데리고 돌아가려고 했다.
그리고 다시 해안가로 돌아갔을 때 그가 본 것은─.
“─뭐? 나보고 물을 끓이라고?”
“왜? 그것도 못하니?”
최가인과 정하양이 바닥에 떨어진 냄비그릇을 사이에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갤럭시그룹의 직계 최가인.
앨리스그룹의 직계 정하양.
두 사람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두 그룹의 불화로 번질 수 있었다.
목민호는 두 사람에게 다가가면서 한숨을 쉬었다.
얼른 5일이 지났으면….
이럴 줄 알았으면 노은하의 부탁을 받아들이지 말 걸 그랬다.
목민호는 보트에서 있었을 때부터 두 사람의 신경전, 정확히 말하면 상하관계를 확실히 하고자 시비를 거는 최가인 때문에 짜증이 났다.
그러나 그녀를 따라야 하는 그는 개인적인 감정을 억누르고서라도, 공적인 감정으로 그녀를 대해야만 했다.
다행히 그동안 정하양이 최가인과 싸우려 하지 않아서 걱정을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너는 손이 없니, 발이 없니?” “”””…….””””
과거형이었다.
아무래도 섬에 갇혀 있는 5일은 정신적으로 힘이 부칠 것 같았다.
아, 그냥 진서나를 파티에 넣을걸.
목민호는 뒤늦게 후회했다.
☆
사실 은하는 내심 놀라고 있었다.
자신의 예상보다 많은 몬스터들이 출몰했기 때문에 은하는 친구들을 도와줄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무색하게도.
친구들은 욕을 하면서도 꾸역꾸역 몬스터들을 막아냈다.
은혁이 다수의 몬스터들을 상대로 어그로를 끌면, 카에데는 주변에서 몬스터들을 견제해주었고, 수빈은 보트로 다가오는 몬스터나 전위에서 격전을 벌이는 두 사람을 엄호했다.
마지막으로 서나는 적확한 지시로 두 사람이 몬스터들에게 둘러싸이는 사태를 방지했다.
많이 성장했다 생각하기는 했는데, 이 정도면 나름 만족스러운데?
은하는 모든 몬스터를 격퇴하고서 보트로 돌아온 은혁과 카에데를 내려다보았다.
은혁은 숨이 찬지 자리에 드러누워 숨을 헐떡이고 있었으며, 카에데는 땀을 흘리며 서나가 건넨 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시고 있었다.
배수빈은 머리를 너무 많이 썼는지 바람을 쐬며 멍을 때리고 있었고.
그동안 지시를 내리던 서나 또한 뭐라 할 힘이 없는 것 같았다.
그렇기에 은하는 친구들의 성장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얘들아, 수고했어. 밥은 식었지만 맛있게 먹어.”
“”””…….””””
네 사람은 뭐라 말하고 싶은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카에데를 포함해 친구들은 힘이 잔뜩 떨어진 상태에서 은하를 건드렸다가는 되레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친구들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은하를 한 번 일별하고, 그를 아예 무시하고 점심을 먹으려 했다.
전투식량은 한참 식어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살기 위해서 밥을 꾸역꾸역 먹어야 했다.
“…맛있다.”
“얘, 울지 마. 왜 겨우 이거 먹고 울고 그러니? 나도 안 우는데….”
“…죽일 거야. 진짜 내가 언젠가 저 새끼 죽여 버릴 거야.”
“…노은하. 다음부터는 너도 같이 참전해라.”
그러다 힘을 찾은 친구들이 하나둘 입을 열었다.
특히 카에데는 눈을 부릅뜨고서는 은하에게 말을 걸었다.
“당연하지. 이번에는 너희 실력을 보려고 내보낸 것뿐이야. 다음에는 나도 참여할 거니까 걱정 마. 뭐, 나는 은혁이 백업만 할 거지만.”
“…그래…, 그거라도 됐다.”
은하는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호시미야 카에데는 더는 그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았는지 점심을 먹는데 열중했다.
그러다 밥을 먹으면서 울던 은혁이 눈물을 그치고는 물었다.
“근데 대장, 이제부터 어떡하게? 바다 한가운데에서 우리가 어쩌면 되는 거야?”
뒤늦은 의문.
몬스터와 사투를 벌이던 친구들은 그제야 자신들이 어디에 있는 건지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서나가 파악하기로, 현재 위치는 문갑도 인근에 위치한 해역이었다.
그들은 덕적도 비조봉에서 상당히 떨어진 위치에 있었다.
“…수면 위를 뛰어서 간다고 해도, 이 거리를 건너는 건 무리야. 여기, 흑도에서 잠시 쉴 수도 있겠지만…, 바다를 건너면서 아까처럼 몬스터를 만날 확률이 높은데 이건 그냥 미친 짓이야.”
지도를 살피며 눈을 가늘게 뜨는 진서나.
그녀는 입술을 삐죽이며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던 교관을 바라보았다.
“교관님.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 도대체 어떻게 가라는 거예요?”
“왜? 너희라면 할 수 있지 않냐?”
서나가 뚱한 시선으로 물었다.
헛기침을 한 교관은 너스레를 떨며 그녀의 질문에 대꾸했고.
그리고 그의 의견에 동의하듯.
“맞아. 바다야 건너면 되는 거지.”
“”””…….””””
은하가 너무나 당연하게 답했다.
그 순간, 친구들을 비롯해 교관과 플레이어들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대장, 진짜 건널 거야?”
“너 미쳤니?”
“…쟤는 진짜 바다에 빠뜨려야 해.”
“하….”
침묵을 깬 친구들의 반응은 당연히 부정적이었다.
“왜? 못할 건 없잖아. 나도 같이 하겠다니까?”
그럼에도 은하의 의견은
한결 같았고.
그의 성격을 알고 있는 친구들은 얼굴이 죄다 울상이 되어갔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유도준 또한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으니─.
“─야! 난 어떡하라고!?”
“넌 내가 업어줄게.”
“아, 고뤠?”
유도준은 이내 환하게 웃었다.
친구들의 얼굴은 썩어 들어갔고.
리라이프 플레이어 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