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360
식량이 모두 떨어졌다.
어젯밤에 라면을 전부 끓여먹었기 때문이다.
파티원들은 그것을 아침이 돼서야 알게 되었다.
“…うそ。”
…거짓말.
이제는 패닉에 빠질 힘도 없었다.
전날에 몸에 누적된 피로로 인하여 오후 느지막하게 일어난 파티원들은 꿈에서 덜 깬 듯한 얼굴로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들 중에서 아직도 은하를 모르는 호시미야 카에데가 어깨를 들썩이며 허망하게 읊조렸을 뿐이다.
그녀는 산발처럼 헝클어진 머리를 묶을 생각도 하지 않고 실성했다. 아무도 알 수 없는 일본어로 말하며 영혼 없는 웃음소리를 흘렸다.
“그래서. 이제 어쩔 건데?”
유도준은 이제는 모르겠다는 듯이 모래사장에 주저앉아서는 눈을 감고 파도소리를 듣는데 귀를 기울였다.
수빈은 퀭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은혁은 모래사장에 벌렁 드러누워 체념하고 있었다.
그들 중에서 그나마 정신을 차린 서나는 물도 제대로 마시지 못해서 갈라진 목소리로 은하에게 물었다.
은하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점심은 칼로리바가 남아 있으니까 그걸로 때우자.”
“그래서 그 다음은?”
가시가 돋친 어조.
그럼에도 그녀의 목소리에는 힘이 담겨 있지 않았다.
그녀가 지친 것을 확인한 은하는 자신이 먹고 있던 칼로리바를 주며 말을 이었다.
한편, 서나는 그것을 냉큼 낚아채 황급히 입안에 털어 넣었다.
“오늘 하루는 여기서 머무르는 게 좋을 것 같아. 덕적도로 가는 거는 내일 아침에 출발하자.”
많이 배고픈 모양이었다.
은하는 서나가 퍽퍽한 칼로리바를 한입에 먹는 것을 보며 생각했다. 자신의 몫을 모두 먹어버린 그녀를 탓할 수 없을 정도로.
하긴, 그럴 만도 하지.
이내 은하는 속으로 납득했다.
다른 친구들에게도 칼로리바를 준 그는 그들이 전날에 얼마나 격하게 전투를 벌였는지 잘 알고 있었다.
첫날부터 너무 무리를 했다.
자신의 잘못이기도 했다.
친구들이 따라오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저들이 지쳐 쓰러지는 때까지 몰아붙이고 만 것이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몸살을 앓아서 남은 4일 동안 훈련을 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럼 오늘은 여기서 머무르는 거지? 나는 할 일 없을 것 같으니 마저 잘게. 아, 내꺼 절반 남았는데 먹을 사람.”
“”나!!””
“”…….””
“최은혁, 너는 손 떼시지?”
“배수빈 너도 알잖아. 내가 어제 얼마나 고생했는지…. 바로 앞에서 몬스터하고 싸우느라 체력을 얼마나 소모하는지 네가 알아?”
“그러는 너는 내가 후방에서 계속 마법을 지원하느라 얼마나 머리를 쥐어짜야 했는지 아니?”
그래서 은하는 아차 하는 마음에 파티원들이 하루는 푹 잘 수 있도록 기상시간을 공지하지 않았다.
덕분에 그들은 정오를 한참 지나서 일어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점심을 먹은 다음, 바다를 건너서 덕적도로 가기에는 다소 늦은 시간이라 할 수 있었다.
이 시기의 하늘은 6시를 넘으면 까무잡잡하게 어두워지기에.
도심의 불빛조차 없는 바다에서는 그만한 위험도 없었다.
“쯧…, 먹을 것 가
지고 싸우지 마. 둘이 반씩 쪼개 먹어.”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제 조금만 더 먹어둘걸….”
은하는 조그마한 칼로리바를 두고 서로 말다툼을 하는 은혁과 수빈을 중재했다.
전날에 있었던 일로 그에게 구른 두 사람은 다소 불만을 표하면서도 군말 없이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두 사람이 칼로리바를 우물거리는 모습을 본 은하는 한숨을 쉬었다.
“그래, 시간도 늦었으니 오늘 하루 여기에서 머무르는 것까지는 좋아. 그런데 저녁은 어떡할 건데?”
그때, 헝클어진 머리를 빗질하던 서나가 물었다.
어느 정도 기운을 되찾은 그녀는 주변이 거의 돌로 이루어진 흑도에 먹을 것을 찾는 일은 불가능하다며 그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은하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조그마한 섬에서 얻을 수 있는 건 하나도 없다고.
하지만 그녀는 한 가지 간과하고 있었다.
“없기는 왜 없어. 저거는 다 뭔데?”
“바다잖아.”
“바다에는 뭐가 있는데?” “너 설마….”
손가락으로 척, 바다를 가리키는 노은하.
일반인이라면 모를까, 플레이어는 바다에서도 움직일 수 있었다.
그것을 깨달은 서나가 망연자실한 얼굴을 했다.
“내가 언제 쉰다고 말한 적 있어? 덕적도로는 가지 않아도 근처에서 몬스터들을 사냥하면서 먹을거리나 찾아야지.” “”””…….””””
“마침 서나 네가 어제 그랬잖아. 이 바다에는 광어랑 우럭도 있다고. 이왕 물고기나 잡아보는 건 어때?”
“…미쳤어, 정말.”
은하가 자신 있게 말했다.
그리고 서나는 순간 넋을 잃었다. 다른 친구들은 아예 입을 다물고는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야, 일어나.”
“…어? 뭐야?”
“뭐기는 뭐야. 너도 할 일이 생겼으니까 그러지.” “…뭐? 나 버스 태워준다면서.”
“그래도 표 값은 지불해야지.”
“이런, 미친….”
게다가 은하는 텐트 안으로 들어가 밥만 먹고 다시 잠을 자던 도준을 끌고나왔다.
텐트 밖으로 고개만 내민 도준은 강렬한 햇살에 눈살을 찌푸리고는 은하에게 욕지거리를 날렸다.
은하는 그 말을 무시했다.
아무도 없는 무인도 한복판에서, 영원그룹의 직계가 하는 말은 끝내 아무런 효력도 갖지 못했다.
“유도준 너는 애들 훈련하는 동안 낚시나 하고 있어. 바다 한복판에서 낚시를 하고 있으면 잘 낚일 거야.”
“저기 친구야…, 진짜 이건 아니다. 나보고 몬스터 밥이 되라는 거야? 아니, 그것보다 낚싯대도 없는데?”
“낚싯대야 만들면 되는 일이고…. 수빈이가 지켜줄 테니까 걱정 마.”
“이런 씹….”
오늘도 알찬 하루를 보내야겠다.
은하는 도준의 넋두리를 무시하며 잠시 쉬었다가 훈련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다행히 친구들은 모두 이해한 듯한 눈치였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더니─.
“─약속이랑 다르잖아.”
호시미야 카에데가 손을 들어서는 뚱한 얼굴로 항의한 것이다.
그녀는 모래가 묻은 얼굴을 한 채 은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고는 말했다.
“노은하 네가 나한테 말했을 텐데. 너하고 같은 파티가 되면 종평에서 좋은 성적을 받게 해주겠다고.”
“그런데?” “그런데 여기서 하루를 지체하면, 먼저 비조봉에 도착한 다른 파티가 이미 깃발을 찾아놓았을 게 뻔해. 우리가 1등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이미 날아간 거나 마찬가지잖아.”
“그래, 잘한다. 말 한 번 잘하네.” “이건 은하가 잘못한 거 맞아.”
“맞아, 대장. 여기서 훈련하게 되면 1등은 물 건너가게 된다고.”
“친구야, 이건 진짜 아니다.”
호시미야 카에데를 시작으로 해서 저마다 말을 꺼내는 친구들.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 훈련을 하지 않으려고 용을 쓰려 했다.
그리고 호시미야 카에데의 마음도 그들과 다르지 않았다.
카에데 그녀가 말을 꺼낸 이유는 어디까지나 명분에 지나지 않았다.
“─걱정 마.”
그러나 은하는 친구들의 열변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태연하게 대꾸했다.
“어제 하루 동안 모은 마석만으로 우리를 따라올 수 있는 파티는 아마 어디에도 없을걸? 그럼 깃발이 대체 무슨 소용이겠어. 안 그래?”
“”””…….””””
애초 깃발에는 관심조차 없었다.
은하가 이번 종평에서 관심을 가진 부분은 그동안 점찍어둔 파티원들을 단련시킬 기회가 왔다는 것.
1등이란 부수적인 것에 불과했다.
결국 그의 속내를 읽은 이들은─.
“…죽었다.”
“이건 꿈이야….”
“나랑 같이 저 새끼 묻을 사람?”
“야, 나 내릴래. 세워줘.”
“…マジかよ。”
…정말 실화냐.
─현실을 부정했다고 한다.
☆
한편, 목민호의 파티는 가까스로 소재해변에서 밤을 보낼 수 있었다.
느지막한 오후에 일어난 그들 또한 라면을 끓여 허기를 달랬다.
소재해변부터는 비조봉으로 향하는 도로가 나 있었기 때문에 전날처럼 무리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것은 필시 덕적도 어딘가에 있을 다른 파티도 생각하고 있을 터였다.
그렇기 때문에 하양과 대화를 나눈 민호는 체력을 충분히 회복한 후에 소재해변을 출발하기로 했다.
그렇기에 문제가 발생했다.
“…지금 장난하니? 내가 너희하고 라면을 나눠먹어야 한다고? 너희들 더러운 침이 섞인 라면을?”
간밤에 보초도 서지 않고 잠을 잔 최가인은 파티원들 중에서 피로를 가장 먼저 회복했다.
그러자 기운을 차린 그녀는 점심에 투정을 부렸다.
다 같이 냄비 하나를 두고 라면을 나눠먹는 게 싫다는 것이었다.
“가인아, 그러면 내가 따로 빼줄게. 뚜껑에 담아주면 너 혼자 먹을 수 있을 거야.”
“그걸 말이라고 하니!? 궁상맞게 먹으라는 소리야, 지금!?” “…그러면 애들 다 먹고 난 다음에 내가 따로 끓여줄까?”
“장난해!?”
사전에 목민호는 진파랑을 시켜서 냄비를 하나만 받아오라고 일렀다. 짐을 간소화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녀가 유난히 까탈스럽게 라면을 같이 나눠먹지 못하겠다며 성화를 낸 것이다.
은우가 그녀의 심기를 달래기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했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뜻을 굽히려 하지 않았다.
“─그러면 가인이 너는 먹지 마.”
“…뭐?”
“칼로리바가 남아 있는데 그걸로 배를 채우면 되겠네.” “…….”
파티원들은 잠에서 일어나자마자 기분을 잡쳤다.
그녀의 히스테리를 받아주기에는 몸이 피곤했던 파티원들은 하양이 무심하게 말하는 걸 내버려두었다.
“야, 정하양. 너 내가 우습니?”
“아니? 아닌데.”
정하양과 최가인의 신경전.
두 그룹의 직계는 전날부터 계속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최가인이 라면 하나로 성화를 내는 것은 전날에 하양에게 밀렸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양도 그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물러서려고 하지 않았다.
“와…. 얘, 정하양. 은하가 없다고 이런 식으로 성깔 드러내는 거니? 진짜, 내가 넌 그럴 것 같았어.” “여기서 은하 얘기가 왜 나오니?”
“하…, 얘 진짜 모르는 척 쩌네? 야, 네가 맨날 은하 옆에서 내숭을 떠는 것도 모를 줄 알아? 너 빼고 다른 애들은 다 아는 이야기야!”
“나는 그런 적 없는데.”
하양은 볼멘소리로 대꾸했다.
기분이 상한 그녀는 인상을 쓰며 그녀를 쳐다보았다.
이에 질세랴 최가인 역시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어제는 졌을지라도 오늘은 기필코 이기고 말겠다는 듯이.
하지만 승자는 변하지 않았다.
“─파랑 오빠, 물 끓여.”
“끓이기만 해봐!”
“오케이! 내가 물 하나는 기막히게 맞출 테니까 기대하라고!”
“차은우! 막아!”
“가, 가인아….” “차은우! 내 말 안 들려!?”
“은우야. 지금 이쪽으로 몬스터가 다가오고 있는 것 같으니까 주변에 방벽을 전개해야 할 것 같아.”
“…어, 그래.”
“차은우!”
진파랑이 최가인의 지시를 따를 리 없었다.
목민호도 말리지 못하는 진파랑은 하양의 지시를 듣고는 대뜸 냄비에 물을 채워 넣기 시작했다.
최가인이 분통해하며 차은우에게 명령을 내렸지만, 정하양은 재빨리 네비게이터로서 역할을 수행하고자 은우를 멀리 보냈다.
최가인의 명령을 들을 수밖에 없던 은우도 네비게이터의 지시를 받고는 미련도 보이지 않고 빠져나갔다.
“이이이이익─!!”
결국 최가인이 폭발했다.
바닥을 몇 번이고 짓밟은 그녀는 주변에 손에 잡히는 물건을 모조리 하양에게 집어던졌다.
“놔! 너 이거 안 놔!?”
물론, 하양은 보호막을 전개해서 그녀가 히스테리로 집어던지는 것을 피해냈다.
동시에 그동안 가만히 있던 민호가 최가인이 물건을 던지지 못하게끔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
그럼에도 그녀가 난동을 부리자, 목민호는 그녀를 붙든 손목에 힘을 주었다.
결국 그녀는 눈물을 글썽였다.
“…너어…! 지금 나한테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마음은 이해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앨리스그룹 직계에게 이렇게 했다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쟤가 누구든, 그게 내가 알 바야!?”
“네.”
민호는 단호했다.
하양을 지키고자 그녀를 등지고 선 그는 최가인의 나머지 손을 붙잡고 그녀의 화를 온전히 받아냈다.
그녀가 아무리 소리를 버럭 질러도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끝끝내 그녀는 제 풀에 지쳐서는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그러나 그녀를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얘들아! 라면 다 됐어! 불기 전에 얼른 먹자!”
그사이, 진파랑이 라면을 완성했다. 그는 최가인이 눈물을 흘리든 말든, 해맑은 얼굴로 파티원들을 불렀다.
최가인은 더더욱 서럽게 울었다.
아무도 돌아보지 않았지만.
“먹기 싫으면 먹지 마.”
“…내가 진짜…. 가만 안 둘 거야.”
결국 아무 소용도 없다고 깨달은 최가인은 눈물이 범벅이 된 얼굴로 조용히 자리를 차지했다.
하양은 제 풀에 꺾인 그녀를 보며 일침을 날렸다.
또다시 하양에게 지고 만 그녀는 은우가 뚜껑에 덜어준 라면을 먹으며 이를 갈았다.
그러다 진파랑이 만들어준 라면이 워낙 맛있었기에 그녀는 그것이 또 분했다.
은하는 왜 저런 애를 놔두는 걸까.
한편, 성격에 맞지 않는 싸움을 한 하양은 면발을 후루룩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그녀가 보았을 때 최가인은 분명 은하의 기준에 벗어나 있었다.
그럼에도 은하는 최가인을 매섭게 대하려 하지 않았다.
그의 성격이었더라면 그녀가 설사 갤럭시그룹의 직계였다고 하더라도 가만두지 않았을 테건만.
좀…, 싫어.
그렇기에 하양은 솔직히 최가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가 마치 은하에게 특별취급을 받는 것처럼 보였기에.
그러면서 은하에게는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 것처럼 보였기에.
의문이 갈 수밖에 없었다.
은하가 그녀를 내치려고 하지 않는 이유가.
“얘들아.”
이내 그녀는 민지가 부르는 소리에 상념에서 돌아와야 했다.
퍼뜩 고개를 든 그녀는 진지하게 파티원들에게 시선을 보내는 민지를 바라보았다.
“있잖아─.”
이윽고 민지가 말했다.
“─저녁은 내가 만들게.”
“”””…….””””
“그래, 네가 하든가.”
“…안 돼.”
최가인을 제압하는데 거리낌 없던 하양은 뭐라고 대답해야 할 것인지 순간적으로 주저했다.
그러다 최가인이 툭 하고 내뱉자, 그녀는 다급하게 말을 꺼냈다.
다시 최가인과 정하양의 신경전이 막을 올렸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3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