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361
종평 사흘째.
덕적도는 아침부터 소란스러웠다. 섬 내에 서식하고 있는 몬스터들이 요란스레 움직이기 시작했다.
프로펠러를 회전하는 소리를 내며 헬리콥터가 덕적도 상공을 이리저리 돌아다녔기 때문이다.
“…이쪽이야.”
학생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모르지 않았다.
중등아카데미에서 준비한 식량이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
실제로 헬기는 상공을 날아다니다 섬 여기저기에 무언가를 떨어뜨리고 사라졌다.
그리고 그것을 예의주시하고 있던 하양은 파티가 머무르는 위치에서 제일 가까운 위치에 떨어진 식량을 파악했다.
민호의 지시는 즉각적이었다.
“진파랑! 네가 하양이 곁에 붙어서 텔레파시를 확실히 전파해. 그동안 앞으로 나오려 하지도 말고.” “쳇, 알았어.”
“김민지 너는 혹시라도 모르니까 다른 애들이 우리 뒤를 쫓지 못하게 길을 막아놔.” “오케이.”
“은우 너는 뒤에서 천천히 오고. 늦게 와도 좋으니까 가인이 속도에 맞춰.” “응, 그렇게 할게.”
그 즉시 파티는 주변이 탁 트여 몬스터의 존재를 깨닫는데 용이한 해변을 떠났다.
최가인도 이번에는 별다른 군말을 늘어놓지 않았다.
그녀 역시 제대로 먹지 못했기에 헬리콥터가 떨어뜨리고 간 식량에 마음이 간 것이다.
“…11시 방향. 접근해오는 몬스터 두 마리. 우리랑 가는 방향이 같아.”
[11시 방향에서 몬스터 두 마리가 확인되고 있어. 얼마 안 가 우리랑 맞닥뜨릴 것 같아!]“김민지. 견제 부탁해. 은우 너는 가인이 잘 챙기고.”
하양의 감지망은 지금껏 틀린 적이 없었다.
며칠 동안 그녀와 파티를 맺었던 친구들은 그녀의 지시를 받자마자 전투태세를 취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은 얼마 가지 않아 몬스터들과 맞닥뜨렸다.
하지만 놈들은 그들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민지가 한 마리를 견제하는 사이, 민호가 다른 한 마리를 검을 휘둘러 일도양단을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은우가 버프를 걸어주고, 하양이 민지가 상대하고 있던 놈을 마법으로 죽여 버리기도 했다.
그렇게 그들은 속전속결로 연이어 튀어나오는 몬스터들을 죽이면서, 끝내 나무 위에 걸려 있던 트렁크 하나를 발견했다.
“저기다!” “찾았어!”
“”””……!!””””
“진파랑!” “오우!”
파티가 나무 앞에 도착한 그때.
그들은 거의 동시에 다른 방면에서 트렁크를 발견하고 도착한 이들과 마주쳤다.
저 멀리서 서로의 얼굴을 확인한 학생들이 동요한 것도 잠시,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나무를 타서 트렁크를 낚아채려 했다.
민호 역시 다급하게 파랑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파랑도 결코 뺏기지 않겠다는 듯이 기합을 내지르며 달려 나갔다.
그리고 동시에─.
─마법의 콩나무
하양은 종평을 하기 전에 챙겨놓은 콩을 파랑이 달려가는 방향을 향해 집어던졌다.
그녀가 던진 콩은 불쑥 싹을 틔워, 트렁크가 매달려 있는 위치까지 쭉쭉 뻗어나갔다.
그리고 진파랑은 굵직하게 자라난 줄기 위를 달려 나가서는 트렁크를 품에 안았다.
“흥! 이건 우리 꺼야! 절로 꺼져!”
“”””…큭…!””””
마지막에는 몸을 둥글게 말아서는 콩나무 줄기를 미끄러지듯 굴러내린 진파랑.
자신 있게 트렁크를 껴안은 그는 나무를 오르다 망연자실해진 그들을 깔보았다.
종평의 규정상, 트렁크는 탈취가 불가능했다.
“뭐야? 안 꺼져? 이것들을 확…!”
“진파랑, 시비는 걸지 마. 어차피 쟤네들은 우리한테 손 못 대니까.”
“맞아, 괜히 빙구 오빠가 싸움을 만들 필요는 없잖아.”
그럼에도 며칠 동안 섬에서 살면서 제대로 씻지도 먹지도 못한 이들은 파랑이 끌어안은 트렁크를 보면서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있었다.
제각기 다른 파티에 속한 학생들은 서로 곁눈질하면서 어떻게든 빼앗을 궁리를 하려 했다.
“너희들, 내가 누군지 몰라? 계속 그런 식으로 나오겠다는 거지?”
최가인이 신경질적으로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몸을 주춤하려 했다가 이내 침을 꿀꺽 삼키며 바닥에 발을 붙였다.
오히려 그들은 발을 앞으로 내딛기까지 했다.
그러다 보니 자동적으로 각 파티가 민호의 파티를 포위하는 형세가 되어가고 있었다.
더군다나 뒤늦게 도착한 파티들도 같은 행동을 취했으니.
“이것들이 진짜….”
진파랑은 그들의 태도에 짜증이 나 송곳니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민호의 지시가 떨어지면 언제든지 저들을 때려눕히겠다는 듯이.
…어쩔 수 없나.
그리고 상황이 이리 흘러간 이상, 민호도 결국 결단해야 했다.
칼자루를 쥔 손에 힘을 준 그는 결국 어쩔 수 없이 저들과 싸우기로 결론을 내렸다.
바로 그때─.
“─아니야. 잠깐만 기다려.”
그동안 잠자코 있던 하양이 그를 제지한 것이다.
그녀는 다른 파티원들과는 다르게 평온한 얼굴을 한 채로 저 너머에서 다가오는 인형을 바라보고 있었다.
곧이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고, 새로운 파티가 등장했다.
“…너희도 여기에 와 있었구나.”
KK그룹의 직계 김건웅.
파티원들을 이끌고서 나타난 그는 먼저 와 있던 파티가 비켜주는 길을 나아갔다.
마치 연맹을 맺기라도 한 듯이.
다른 파티의 파티원들은 김건웅을 자신들의 리더처럼 받들었다.
“마침 잘됐네.”
머지않아 목민호의 앞에 선 그가 파티원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살피고 입을 열었다.
“노은하네 파티가 여기에 없는 게 아쉽지만…. 그래도 너희가 있으면 할 수 있을 것만 같네. 우리들로는 조금 불안했었거든.”
갑자기 화제를 꺼낸 김건웅은 대뜸 정하양에게 시선을 향했다.
파티의 리더는 목민호였건만.
파티에는 갤럭시그룹의 직계 또한 있었건만.
김건웅은 진즉 목민호의 파티에서 누가 가장 높은 결정권을 가졌는지 파악한 것이다.
실제로 민호는 파티의 리더였지만 앨리스그룹의 직계 정하양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랑 손 좀 잡자. 물론, 식량은 규정대로 너희가 가져가고.” “…무슨 일인데?”
어찌 보면 직계와 직계의 거래.
하양은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며 김건웅이 불쑥 꺼낸 제안에 의문을 표했다.
“깃발을 하나 발견했어. 근데 그게 몬스터들 소굴에 있어서 말이야…, 아무래도 모두 힘을 합치지 않으면 어찌할 수 없을 것 같아.”
깃발의 존재.
그러지 않더라도 목민호의 파티는 덕적도에 도착하고 나서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 깃발을 찾고 있었다.
그런데 김건웅이 깃발이 있는 곳을 알고 있다니, 그녀를 비롯한 이들이 관심을 가질 만도 했다.
그러나 그녀는 확인하고 넘어가야 할 게 있었다.
“그럼 깃발은 누가 차지할 건데?”
“거기 있는 몬스터들을 처치하고, 먼저 손에 넣는 사람이 임자지, 뭐. 당연히 서로 빼앗는 건 금지야.”
“흠….”
“어때? 같이 한 탕 할래? 콜?”
히죽 입가를 끌어올리는 김건웅.
어차피 답은 정해져 있었다.
하양은 파티원들의 의향을 대신해 그에게 대답했다.
“─그래, 콜.”
☆
할아버지는 일본인이었다.
이 일어난 때, 한국에 체류하고 있던 할아버지는 다른 외국인들과 국가를 지키고자 전선에 나섰다.
문준이.
남궁성운이.
백서진이.
살아있는 신화라고 불리던 이들과 같은 전장을 공유했던 할아버지가 사람들을 지키고 나서 얻어낸 것은 매우 보잘 것 없는 것들이었다.
자신의 안위를 우선했던 사람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국가를 지킨 외국인들을 모조리 이태원으로 몰아넣었다.
이 땅에서 재앙을 맞은 외국인들이 세상이 멸망하고 나서 손에 넣은 건 이 땅에서 살아가도 된다는 허락뿐.
혁혁한 공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이명도 얻지 못한 할아버지는 다리를 절뚝거리며 평생을 사셨다.
‘힘으로만 잡아당기려 하지 마렴. 몸 전체가 활이 되었다는 생각으로 잡아당겨야 한단다.’
세상을 떠나는 그날까지 한 번도 고국을 그리워하지 않은 할아버지는 몬스터에게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은 손녀를 지극정성으로 가르쳤다.
이 땅에서 한국인으로서 태어나, 한국을 자랑스러워하는 할아버지를 부모로 둔 그녀는 할아버지를 따라 활을 배웠다.
비록 그녀의 성과 이름은 일본어로 되어 있었을지라도.
그녀는 결코 자신이 일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세상은 달랐다.
‘너희 같은 애들이 먹고 살 돈으로 길거리를 떠도는 애들이나 보살필 것이지….’
‘너희는 너희 나라로 돌아가!’
‘젠장…. 우리 먹고 살기도 힘든데 너희를 도와줄 여력이 어디 있어?’
‘솔직히…, 너 좀 껄끄러워.’
멸시 그리고 차별.
어느 나라가 그러지 않겠냐마는.
그럼에도 그녀는 외국인에게 향한 불합리한 감정에 충격을 받았다.
그럼에도 할아버지는 껄껄 웃었다.
아무리 멸시를 받고, 모욕당해도 할아버지는 세상을 떠나는 그날까지 상처받은 감정을 토로하지 않았다.
다만 말했을 뿐이다.
‘저들도 언젠가 세상이 나아지면 자기들이 얼마나 부끄러운 행동을 저질렀는지 알게 될 거란다.’
‘그래도 저는 싫어요.’
‘그러면 똑같이 싸울까? 그러다가 카에데 너까지 같은 사람이 될지도 모를 텐데?’
‘…….’
‘저 사람들은 마음이 아플 뿐이야. 이런 세상을 살아가는 게 힘들어서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것뿐이란다.’
‘왜 우리들인데요? 우리는 그러면 당하고만 있어도 되는 거예요?’
그때 할아버지는 쓴웃음을 지으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큼지막한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을 뿐.
‘─얘, 카에데야.’
‘네,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타계하시는 그날.
언젠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던 큼지막한 손은 앙상한 가지가 되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네가 조금만 참으렴. 참다 보면, 언젠가 세상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질 날이 올 거란다.’
‘…….’
‘언젠가…, 너에게 다가올 친구들이 있을 게야. 그때도 사람들이 싫다며 멀리하지 않으려 했으면 좋겠구나.’
‘…….’
‘…세상 사람들한테 화내지 마렴. 잘못된 사람들은 아무도 없으니까. 알겠지?’
‘…네.’
그때 카에데는 할아버지를 위해서 거짓말로 답했다.
그럼에도 할아버지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いい子だね。’
─착한 아이구나.
할아버지가 마지막으로 꺼낸 말은 어째서인지 일본어였다.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어쩌면 할아버지는 사실 일본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일본으로 떠날 수가 없었기에 애써 일본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 했던 것이 아닐까.
일본으로 돌아가더라도 할아버지가 있을 수 있는 자리는 더는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녀는 알 수 없었다.
알 수 없었지만 알 수 있는 것도 있었다.
세상은 다리를 절룩거리면서까지 세상을 구한 외국인의 죽음에 대해 조금도 알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한 번 멸망한 세상에서 외국인은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차별을 받는 사회적 약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럼에도 외국인이 자국민으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몬스터를 죽이는 플레이어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래서 그녀는 플레이어가 되기로 결심했다.
가슴속에 이명이 없는 채로 끝난, 단 하나뿐인 영웅을 품으며 그녀는 세상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주겠다고 다짐했다.
‘왜 활을 쓰는 거지?’
‘완전 구시대적이네.’
‘저런 애가 레인저를 하겠다고?’
호시미야 카에데, 그녀가 활을 쥔 이유는 특별했다.
어렸을 적부터 할아버지에게 배운 활이 익숙했다는 것이 하나였으며, 할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더라도.
그녀는 활을 고수했다.
그리고 그만한 성과를 보여주었다.
끊임없는 노력이 재능을 개화했고, 멸시당하고 살지 않겠다는 독기가 실력을 만들었다.
그녀는 홀로 힘으로 아카데미에서 유망주로 통하게 되었다.
그리고 동기수에는 그녀와 똑같이 유망주로 불리는 이들이 있었다.
그녀는 그들이 너무나 싫었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편안하게, 좋은 교육을 받아 노력도 하지 않고 자란 녀석들이….
그들은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이었다.
태생부터 남을 부리는 것이 익숙한 그들이 아랫사람의 고충을 알 리가 없었다.
좋은 환경에서 좋은 환경을 받은 그들이 지쳐 쓰러질 정도로 노력을 해봤을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존재하는 걸로도 다른 사람들에게 대접을 받았으며, 멸시가 아닌 선망을 받았다.
그렇기에 그녀는 그들이 싫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이 싫어하던 그들의 후원을 받고 있었으면서.
그럼에도 그것은 그것일 뿐이었다.
여하튼 그녀는 학기 내내 그들을 최대한 피해 다녔다.
얼굴조차 보기도 싫었기에.
그중에서도 특히 그녀가 싫어하는 사람이 한 명 있었는데─.
─노은하.
시리우스그룹에서 중역을 차지하는 부모를 뒀다는 이유로 아카데미에서 행패를 부리고 다니는 노은하였다.
단지 좋은 환경에서 자랐을 뿐인데 그는 자신보다 아래에 있는 이들을 너무나 모질게 대했다.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는 누군가를 짓밟기만 했다.
그조차도 노력으로 얻은 것이 결코 아니었을 텐데도.
‘그룹 간에 싸움이라도 터지면…. 널 버리는 게 이득일까…, 아니면 널 끝까지 지켜주는 게 이득일까.’
사실 카에데는 아카데미에 흐르는 소문으로 은하를 판단하기는 했다.
하지만 소문과 실상은 그리 다르지 않았다.
종강파티에서 만났던 그는 너무나 거만하고 오만했다.
그리고 카에데는 그가 영원카드의 직계에게 갑질을 부리는 것을 보고 결국 그가 소문과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뭐야!? 겨우 이것밖에 안 돼?’
단지 환경이 좋았을 뿐이었으면서.
노은하는 자신의 힘에 도취해서는 자신보다 약한 이들을 괴롭혔다.
노은하는 오만하고.
성격이 못 돼 처먹었고.
남을 배려할 줄이라고는 모르고.
하여튼 상종하고 싶지도 않아.
그녀는 노은하를 경멸했다.
또한 언제나 그의 곁에 서 있는, 노은하와 그의 친구들을
경멸했다.
특히 자신과 비슷한 처지이면서도 노력을 하는 대신 그에게 빌붙어서 인생을 피려는 이들을.
그들 역시 소문이 좋지 않았다.
어쩌면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마냥 틀리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그들을 멀리했다.
하지만 카에데는 그들과 함께하며, 그들이 소문처럼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많이 피곤하지?”
“…아니야. 괜찮아.”
불침번을 서고 있던 그녀는 돌연 모닥불을 쬐고 있던 서나가 말하자 상념에서 깨어났다.
모포로 신체를 두른 아인은 연신 눈을 비비며 작게 하품을 했다.
“피곤할 때는 피곤하다고 해도 돼. 그거 가지고 은하가 뭐라 그러지는 않으니까.”
불침번은 2인 1조로 섰다.
그녀와 나란히 불침번을 서게 된 서나는 살며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고마워. 근데 정말 괜찮아.”
“정말 그런 거지?”
“응.”
서나는 남을 잘 배려할 줄 알았다.
카에데는 이번에 파티를 맺으면서 그녀가 의외로 낯을 가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이들 또한 그랬다.
“으…. 그나저나 얼른 종평이 끝났으면 좋겠다. 몸이 너무 뻐근해.”
“나도 그래.” “배도 너무 고프고. …우리 이참에 낮에 잡은 물고기나 먹을까?” “그러다 그놈이 뭐라 할지….”
“괜찮아. 그때는 파업할 거니까.”
최은혁은 가까이 있기만 하더라도 활기찬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었다.
그는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었으며, 자신이 파티에서 겉돌지 않게 챙겨주려고 했다.
“지금 소리 들었어?”
“또 배수빈이 코를 고나 보네.”
“수빈이도 많이 피곤했나봐.”
배수빈은 손해를 보는 것을 죽어도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과 친한 이들이 손해를 보는 것도 두고 보지 않았다.
“도준이가 많이 잡아서 물고기는 내일 아침에도 먹을 수 있겠네. 얘, 카에데. 뭐 먹을래? 우럭? 광어?” “…그럼 광어로.”
유도준은 툭하면 돈 자랑을 해댔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의 돈 자랑이 나쁘게 들리지는 않았다.
참 낙천적이고 기묘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은하는─.
“─어? 회 떠먹게? 나도 먹을래.”
“너 안 자도 돼?”
“내일 좀 늦게 일어나자. 어차피 덕적도에 도착했는데, 뭘.”
은하는 보기와 다르게 노력파였다.
그녀는 이번에 그와 파티를 하며, 그가 파티원들을 혹사시키는 한편 자신을 그보다 더 혹사시킨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기에 다른 학생들이 은하에게 완강하게 반항하지 않는 것이다.
그녀는 좋은 환경에서 태어난 그가 자신보다도 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것이 충격적이었다.
이제는 잘 모르겠다.
“왜? 내 얼굴에 뭐 묻었어?”
“…그래. 너 눈곱 꼈다.”
“아, 그래?”
무심해하면서도 은근히 파티원들을 챙기려 하는 노은하.
자신의 사람은 반드시 챙기려 하는 성격의 소유자로 보이는 사람.
호시미야 카에데는 텐트에서 나온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야. 시끄러워. 잠 좀 자자, 좀.” “유도준, 너도 나와. 밥이나 먹자.” “…바압? 대장, 뭐 먹는 거야?”
“치사하게 너희만 먹기냐.”
이윽고 하나둘 잠에서 깨어나서는 모닥불 앞으로 모이는 파티원들.
어쩌다 보니 다섯 명은 둘러 앉아 야식을 먹게 되었다.
흑도에서 덕적도까지 오느라 종일 피로에 휩싸였던 그들은 그럼에도 왁자지껄 이 밤을 즐겼다.
호시미야 카에데도 마찬가지로.
“야, 이건 일본어로 뭐라 하냐?”
“그건 알아서 뭐하게.”
“어우야…, 애가 왜 이리 뾰족해. 그러다가 찔리겠다.”
“아, 노은하 찔러 죽이고 싶다.”
“…대장. 어째 대장 옆에 있으면 나도 같이 죽을 것 같아.” “그런데 은혁이 너는 왜 은근슬쩍 내 옆으로 오는 거니?”
서로를 대등하게 대하는 시간.
그녀는 그 시간을 즐겼다.
무심결에 입꼬리가 올라갈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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