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362
김건웅은 덕적도에 도착하고 나서 제일 먼저 깃발의 행방을 찾았다. 처음에 계획했던 대로 호시미야를 레인저로 끌어들이지 못한 그로서는 종평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 깃발을 찾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다들 직접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은하와 민호를 이길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그를 비롯해 학생들 사이에 암묵적으로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어제 깃발을 겨우 찾기는 했는데, 하필이면 그게 리틀 비의 무리 속에 꽂혀 있더라고.”
종평을 시작하고 이틀째.
김건웅은 드디어 비조봉 근처에서 깃발을 찾아냈다.
그런데 깃발은 제8위계 몬스터인 리틀 비(Little Bee)들의 무리 속에 있었다는 것이다.
한 개 파티로 어찌할 수 없는 수.
이에 김건웅은 인근 파티를 규합해 리틀 비의 무리를 토벌하고자 했다.
그리하여 목민호의 파티를 더해서 여덟 개의 파티가 연합한 것이다.
“아까 말했다시피 작전은 간단해. 각 파티는 리틀 비들을 공격하면서 서로가 다치지 않게 도와주는 거야. 깃발은 먼저 차지한 사람이 임자고. 대신, 깃발을 차지한 파티는 나중에 리틀 비들의 마석은 배분받지 못해. 깃발을 차지한 파티든 아닌 파티든, 어느 쪽이든 손해는 볼 일이 없을 거야.”
파티는 연합장 김건웅의 말을 따라 리틀 비들을 토벌하는데 우선하며 깃발의 소유권은 먼저 깃발을 얻은 파티에게 넘어가는 것에 동의했다.
선의의 경쟁을 펼칠 것을 약속한 파티는 누군가가 깃발을 얻더라도 리틀 비들을 섬멸하기로 했다.
“그래! 내가 이런 걸 기다렸다고! 그동안 몸을 제대로 쓰지도 못해서 얼마나 근질거렸는데!”
“진파랑, 무턱대고 나서려 하지 마. 그리고 몬스터만 죽이느라 깃발을 차지해야 하는 걸 까먹지 말고.” “아, 참. 그것도 있었지.”
비조봉으로 향하는 비탈길 어딘가. 몬스터들이 나무를 쓰러뜨려 만든 공터에는 호랑무늬의 벌들이 우르르 몰려 있었다.
대여섯 살 아이만한 몸집의 벌들은 사방에서 접근해오는 학생들을 향해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진파랑은 여유롭게 블루 클로를 고쳐 쥐었다.
“파랑 오빠, 이제 신호 부탁해.”
“오케이.”
하양은 주변에 감지망을 퍼뜨리며 리틀 비들의 동태를 엿봤다.
놈들이 전투태세를 취하려 할 때, 총괄 네비게이터를 맡게 된 하양이 파랑에게 신호했다.
그리고 작전 개시의 신호를 알리는 파랑이 숲속에 모여 있던 이들에게 텔레파시를 날렸다.
[─3, 2, 1. 고~ 슛─!]“─뛰어!!”
“대체 무슨 구호냐….”
숲속에서 대기를 타고 있던 이들이 텔레파시를 받자마자 뛰쳐나갔다.
가장 먼저 뛰쳐나간 사람은 바로 진파랑이었다. 텔레파시를 하다가 그만 육성이 나와 버린 그가 힘차게 리틀 비들을 향해 검격을 날렸다.
한편, 하양의 지시대로 이번에는 진파랑의 보조를 맡게 된 목민호가 떨떠름한 얼굴로 뒤를 따랐다.
“와라! 와라! 진파랑 나가신다!”
“너무 앞으로 나가지 말라고 했지. 저 무리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일단 다른 파티랑 합을 맞춰야 한다고.”
“야, 야! 너 뭐하는 짓이야!”
“저쪽 좀 막아.”
목민호는 리틀 비의 옆구리를 베고 무리 속으로 뛰어들려 하던 파랑의 목덜미를 잡아챘다.
동시에 측면에서 달려드는 놈에게 파랑을 던져준 그는 검을 휘둘러서 자신에게 달려드는 놈을 죽였다.
그사이, 다른 파티가 뛰어들면서 리틀 비의 무리를 전방에서 공격하기 시작했다.
“길! 어서 길을 뚫어!”
“깃발! 저기 있다! 얼른 뛰어!”
난전이었다.
종평을 시작하고 사흘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팀워크를 체득한 파티는 서로를 지켜가며 길을 뚫었다.
리틀 비들의 무리는 연합원들에게 명백하게 밀리고 있었다.
이동속도 향상
방어력 증가
후방에서는 서포터를 맡은 이들이 수업에서 배운 기본 버프를 가했다.
하지만 난전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서포터들은 피아를 구분하지 못하고 버프를 난발하는 꼴이었다.
물론, 기초를 배우고 있는 이들이 사용하는 버프는 미미한 효과밖에 주지 못했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 차은우는 과감히 자신의 실력을 선보이고 있었다.
산들바람의 손길
차은우가 얼마 전에 하양의 힘으로 독자적으로 만들어낸 보호마법.
아직 미약한 수준에 불과했으나, 부드러운 바람은 마치 옷가지처럼 파랑과 민호의 몸을 휘감았다.
보호마법은 미약하나 리틀 비들의 물리공격을 막아냈다.
나도! 나도 도움이 돼야 해…!
민지 역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녀는 후방에서 학생들이 상대하는 리틀 비들의 신경을 분산시키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탄창을 갈아 끼운 그녀는 재빨리 어느 학생의 배후를 노리려고 하던 리틀 비를 쏘았다.
그녀의 공격에 타깃을 변경한 놈이 후방으로 날아오려 했지만, 녀석은 다른 방향에 있던 레인저들에 의해 움직임이 봉쇄당했다.
그녀는 그런 식으로 레인저들과 합을 맞추며 몬스터의 수를 차근차근 줄여나가고 있었다.
이윽고 파랑과 민호가 깃발을 향해 달려 나갔을 때─.
“─다들 조심해!! 10시 방향에서 또 다른 몬스터들이 오고 있어!”
“”””뭐!?””””
하양은 목소리에 마나를 담아서는 난전을 계속하고 있는 이들을 향해 쩌렁쩌렁 소리쳤다.
순간 학생들이 벙찐 것도 잠시.
그녀가 언급했던 방향에서 또 다른 리틀 비의 무리가 몰려들고 있었다.
날개를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움직여가며 거슬리는 소리를 내는 녀석들이 안광을 반짝였다.
“진파랑! 일단 뒤로 물러난 다음에 전열을 가다듬고 재진입한다!”
“쳇! 나도 알고 있어!”
민호의 판단은 즉각적이었다.
몰려드는 무리를 대강 파악한 그는 깃발이 얼마 남지 않는 상황에서도 단호하게 뒤로 물러나기를 택했다.
진파랑을 데리고 후방으로 물러난 그는 김건웅과 서로 협의해 전열을 가다듬었다.
다시금 난전이 시작되었다.
일렬로 서 있던 딜러와 헌터들이 파죽지세로 몰려오는 듯한 놈들에게 병장기를 휘둘렀다.
그들의 뒤에서는 레인저들이 계속 총탄을 쏘아대고 있었고, 캐스터와 서포터들이 마법을 캐스팅했다.
스나이퍼는 흐름이 난잡해지면서 저격소총을 버리고 레인저의 대열에 합류했다.
…총탄이 떨어졌어.
먼지구름이 일었다.
몬스터와 학생들이 한데 섞였다.
레인저들이 더는 놈들을 견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대다수가 탄환이 동이 났다.
급기야 레인저들은 허리춤에 차 둔 단검을 꺼내서는 전장으로 나갔다.
체내 마나를 소모하고 떨어져나간 캐스터와 서포터들 중에서도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은 그러했다.
마나 크래셔
민지도 마침 탄환이 떨어졌다.
조금 전에 얻은 서류가방 안에는 식량뿐 아니라 탄창도 들어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남아 있는 기간과 현재의 상황을 고려해서 칼을 들고 전선에 뛰어들었다.
숨이 차올랐지만 그간의 훈련으로 몸은 움직이기를 멈추지 않았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리틀 비의 위에 덥석 올라타서는 머리와 몸을 잇는 연결부위를 찌른 그녀는 땅바닥에 그대로 굴러 떨어졌다.
낙법을 취해 피해를 최소화해서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놈을 죽였다.
“꺄아아악─!! 뭐야! 이거 뭐야!! 나한테 뭐하는 짓이야!”
그러다 그녀는 그만 후방에 대한 주의를 게을리하고 말았다.
앙칼진 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보자 최가인이 후방에서 튀어나온 듯한 리틀 비에게 붙잡혀 있었다.
“가인아!” “이거 놔! 얼른 안 놔!?”
리틀 비가 꼬챙이 같은 손을 찔러 최가인의 옷을 꿰뚫었다.
덩달아 공중으로 붕 떠오른 그녀가 몸부림을 치며 기겁했다.
“내가 한 눈만
팔지 않았으면….”
민지는 자신의 실책을 중얼거렸다.
그녀는 급히 최가인에게 뛰어가며, 홀스터에 넣어둔 자동권총에 손을 뻗었다.
그러다 다시금 실책을 깨달았다.
탄창을 바꾸지 않은 것이다.
뛰어가면서 탄창을 갈아 끼우고, 최가인을 데리고 떠나는 리틀 비를 조준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터였다.
또한 탄환이 맞을지도 몰랐고.
하지만 그녀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민지는 자신의 안이함에 화를 내며 자동권총과 탄창을 꺼내려 했다.
바로 그때─.
“─여기는 나한테 맡겨.”
“빙구 오빠!?”
순식간에 그녀를 앞지른 진파랑이 하양이 만들어준 발판을 밟고서는 공중으로 날아오른 것이다.
최가인을 사로잡은 리틀 비보다도 더 높이 뛰어오른 그가 어깨 뒤로 넘긴 블루 클로를 힘껏 후려쳤다.
“꺄아아아악─!!”
리틀 비의 소멸.
그리고 최가인과 진파랑의 추락.
하지만 그는 낙법도 취하지 않고 히죽 웃었다.
아니나 다를까, 은우가 마법으로 두 사람의 추락을 막아낸 것이다.
“진파랑 이 자식…. 내가 내 옆에 붙어 있으라고 말을 했더니….”
한편, 파랑의 뒤를 쫓았던 민호는 민지의 옆에서 혀를 끌끌 찼다.
결과적으로 진파랑이 뛰쳐나가서 최가인을 구할 수가 있기는 했지만, 다시금 깃발을 얻을 뻔했던 기회를 놓치고 만 것이다.
아니,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민지. 네가 뛰어.”
“뭐?”
“진파랑이 저기에서 돌아오는 걸 기다릴 바에는 차라리 우리가 저걸 손에 넣는 게 더 빠를 거야.”
민호는 민지에게 지시했다.
그녀가 주춤한 것도 아주 잠시.
그녀는 곧은 시선으로 지시를 하는 목민호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기프트라면 할 수 있을 거야.”
“…응.”
“뒤는 내가 봐줄게.”
민지의 기프트는 .
그녀라면 깃발을 손에 넣을 수가 있을 것이다.
그는 그녀의 힘을 의심치 않았고, 그녀는 그의 기대에 보답하려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는 거야!
할 수 있는 걸 하기로 했다.
할 수 없는 것을 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되게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확실하게 하기로 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재빠른 기동성을 살리면서 무리의 중심부로 파고들 수 있었다.
깃발을 지키는 리틀 비가 있기는 했다.
녀석은 유독 컸다.
그럼에도 그녀는 두려워하지 않고, 놈의 공격을 피해내서는 쏜살같이 깃발을 낚아챘다.
뒤이어 그녀의 뒤를 향해 녀석이 공격을 가하려 했지만─.
─블레이드 사운드
그사이, 민지를 쫓아온 목민호가 빈틈을 드러낸 놈을 베었다.
눈을 마주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무기를 쥐지 않은 손을 내밀었다.
“”나이스 플레이.””
서로가 서로를 보완하며.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주먹을 마주친 민지는 다짐했다.
☆
은하의 파티가 덕적도에 도착하고 다음날 정오.
간밤에 생선회를 먹으며 떠들었던 파티원들은 눈이 퉁퉁 부은 얼굴로 일어났다.
더는 서로가 꾀죄죄한 몰골을 해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은하야. 오늘은 어떻게 할 거야?”
“잠깐만 기다려봐.”
끓인 물로 대충 씻는 것을 끝낸 은하는 파도가 치는 바다를 보면서 모래사장에 앉아 있었다.
그는 어젯밤에 파티가 먹은 흔적을 정리하던 서나의 물음에도 제대로 답을 하지 않았다.
슬슬 올 때가 됐을 텐데.
은하는 바닷가를 내다보았다.
파티원들이 어젯밤에 푹 잤을 때도 그는 한시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적이 없었다.
사흘째 아침부터는 일정 시간마다 덕적도에 보급식량이 떨어지기에.
그는 그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보급식량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동안 나 때문에 고생을 했을 텐데 몸보신이라도 해줘야지.
배불리 먹이고 그만큼 굴리리라.
찌뿌둥한 얼굴로 햇살을 바라보며 그는 보급식량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지금 무슨 소리 들리지 않아?”
“…무슨 소리? 나는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데?”
“두두두두 하는 소리 안 들려?”
파티원들 중에서 제일 먼저 이변을 알아차린 사람은 신체감각이 뛰어난 서나였다.
은혁과 서나가 주고받던 대화를 듣고 있던 은하는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나야, 어디에서 들리고 있어?” “바로 저쪽. 아, 보인다. …헬기? 은하야, 설마 저게 저거야?”
“뭐!? 설마 그거야!?”
“응? 지금 나만 이해 못한 거야? 대장, 대체 뭘 말하는 거야?”
서나가 귀를 쫑긋거리며 바다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눈치가 빠른 유도준이 달려와서는 그녀가 가리킨 방향을 쫓았다.
잠시 후, 해변에 모여 있던 이들은 저 멀리서 날아오는 헬기의 존재를 육안으로도 볼 수 있게 되었다.
파티는 환호했다.
은하 역시 입가를 끌어올렸다.
“대장! 대장! 헬기가 왔어!”
“나도 보여.”
헬기는 어느새 덕적도 가까이에서 변두리를 배회하고 있었다.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소리로 인해 몬스터들이 곳곳에서 흉포한 소리를 터뜨렸다.
그럼에도 헬기는 아랑곳하지 않고 덕적도 상공으로 움직이면서 차례로 보급식량을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저 위치에 있는 건 힘들겠고….
헬기가 첫 번째로 떨어뜨린 것은 현재 위치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다.
저래서는 위치를 파악하기 힘들고, 다른 파티가 가져갈 공산이 컸다.
은하는 서나에게 지시를 내리려다 시선을 다시금 하늘로 돌렸다.
굳이 지시를 내리지 않고 있어도, 서나는 헬기가 오는 순간부터 계속 보급식량이 떨어지는 위치를 살피고 있었기 때문이다.
“…해변으로는 안 떨어지네.”
네 번째 보급식량이 떨어졌다.
이번에도 숲속 어딘가로 떨어지자, 배수빈이 시무룩한 어조로 말했다. 그녀의 말에 동감한 파티원들 또한 무언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 정도면 가깝지 않아?”
그러다 헬기가 여섯 번째 보급식량을 떨어뜨리려 할 때.
유도준은 헬기가 현재 위치상에서 조금만 노력하면 갈 수 있는 곳에서 호버링을 하는 것을 보고 소리쳤다.
다른 파티원들도 그것을 확인하고 침을 꿀꺽 삼켰다.
“…경쟁자들이 조금 있네. 서나야, 우리 가까이에 있는 파티는 얼마나 돼?”
“어제 해변을 둘러보면서 봤는데, 근처에 두 파티가 머무르고 있었어. 그리고…, 지금 내 눈에 저쪽 숲을 지나간 파티가 하나 보이고 있고.”
그나마 가까운 곳에 떨어질 법한 보급식량.
문제는 다른 경쟁자들이 있었고, 그들은 모두 자신들보다 보급식량과 더 가까운 거리에 있는 듯했다.
그러자 파티원들의 얼굴이 조금씩 초조함으로 물들어갔다.
“대장…. 우리 못 잡는 거 아냐?”
“너무 걱정 마. 그보다 칼이나 줘.”
“칼? 칼은 왜? 자.”
이윽고 보급식량이 떨어졌다.
은하는 가장 가까운 해변에 있던 파티가 보급식량이 떨어지는 즉시 달려 나가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은하는 파티를 재촉하려고 하지 않았다.
비효율적이게 뛸 필요가 뭐 있어?
사람은 효율적으로 살아야지.
은하는 최은혁이 빌려준 칼을 냉큼 호시미야 카에데에게 던져주었다.
“─호우!!”
구태여 길게 지시를 내릴 필요도 없었다.
이름을 길게 부를 필요도 없었고.
파티는 지난 3일 동안 혹독하게 구르고 구르며 서로가 원하는 바를 대략적으로 알 수 있게 됐다.
호시미야 카에데도 이제는 싫어도 은하가 어떤 지시를 내리려는 건지 파악할 수 있었다.
─星取り(별 따기)
이미 활은 준비하고 있었다.
호시미야 카에데는 최은혁의 칼을 활시위에 걸었다.
그리고 당겼다.
헬기에서 떨어지는 식량을 향해서.
“역시 활이 최고야.”
파티원들이 망연자실해한 가운데.
은하는 팔짱을 끼고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호시미야 카에데는 그가 바란 바를 완벽하게 이뤄냈다.
그녀가 쏘아낸 검이 궤적을 그리며 떨어지는 트렁크를 꿰뚫은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마법인 星取り는 마나를 발하며 날아간 궤적을 직접 손으로 잡을 수가 있었다.
그녀가 푸르른 궤적을 잡아당기자 궤적은 꼭 탄성의 원리를 이용하듯 그녀의 손 안으로 들어왔다.
검에 꿰뚫린 트렁크가 손 안으로.
“너희들 모두 봤지? 내가 정말이지 파티원 하나는 잘 들였다니까.”
“…너 설마 활을 쏘는 사람을 원한 이유가 이것 때문인 건 아니지?”
트렁크를 손에 쥔 호시미야 카에데가 수치심으로 부들부들 떠는 중.
은하는 그녀를 동네방네 자랑했고, 유도준은 떨떠름한 얼굴로 그에게 핀잔을 주었다.
물론, 은하는 무시했다.
좋으면 좋은 거지, 뭘.
활을 쏘는 레인저가 여러 면에서 쓸모가 있기는 했다.
그렇다고 고작 식량을 낚아채자고 그녀를 영입하려던 건 아니었지만.
“근데 대장…. 만약에 호시미야가 제대로 맞추지 못했으면 어쩔 뻔했어? 잘못했으면 내 검이 다른 데로 날아가 버릴 뻔했던 거 아니야?”
그때, 은혁이 문득 생각났다는 듯 의문을 표했다.
은하는 별 거 아니란 듯이 답했다.
“그때는 또 해수 형한테 부탁해서 새로 만들어 달라 그러면 되지.” “…….”
그가 검은 가시나무를 카에데에게 건네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은혁은 이내 얼굴이 굳어졌다.
은하는 키득거렸고.
“아무튼 점심 먹고 나서 섬 안으로 들어가 보자. 깃발을 찾을 수 있으면 찾아보고, 못 찾으면 저녁때까지 사냥이나 하자.”
리더의 지시.
하지만 파티원들은 트렁크를 여느라 그의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이윽고 그들은 식량을 살펴보고는 새된 감탄사를 흘렸다.
한편, 한순간 작살 신세로 전락한 호시미야 카에데는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내가 왜 저놈 말을….”
어느새 호우는 길들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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