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368
‘─은하 너한테 부탁하고 싶어.’
선력 10년의 가을.
그때 업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던 류연화는 불쑥 은하에게 부탁했다.
내년에 있을 졸업식에서.
‘은하 너하고 싸우고 싶어.’
대표로 무위를 선보이게 될 자신의 대련상대가 되어 달라고.
은하는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졸업식에서 대표로 무위를 선보일 사람은 후배에게 가르친다는 뜻에서 혹은 동급생과 마지막으로 자유롭게 무위를 겨룬다는 뜻에서 대련상대를 지목하고는 했다.
그러나 바로 아래의 후배도 아니고 중등아카데미 2학년 학생을 고르는 일은 지금까지 없었다.
‘…진심이에요?’
‘응, 진심이야.’
‘…….’
상식도, 정통도.
류연화는 그러한 것들과 관계없이 그에게 대련을 제의한 것이다.
그것을 깨달은 은하는 황당해하다 긴 고민에 빠졌다.
그녀가 원하는 것이 과연 무엇일지 쉽사리 짐작이 가지 않았다.
혹시라도 그녀가 몇 살이나 어린 자신에게 가르침을 전파하려는 것은 아닐 성싶었다.
‘─정말 진심이에요?’
‘응, 정말이야.’
그렇다면 그녀가 원하는 것은 서로 대등히 무위를 겨루자는 뜻이었다.
그녀는 같은 기수에 있는 학생들을 놔두고서는 구태여 중등아카데미에 재학 중인 자신을 선택한 것이다.
은하는 생각 끝에 다시금 물었다.
그녀의 대답은 변함이 없었다.
그때,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더했다.
‘너하고 전력으로 싸워보고 싶어.’
그녀는 그가 실력을 감추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있었다.
에게 가르침을 받는 그녀는 031기의 주역으로 통하는 은하의 실력을 눈치 채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대련을 신청했다.
자신의 졸업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과연 자신이 은하를 이길 것인지, 자신의 실력이 사회에서도 통할지 확인해보기 위해.
불순물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는 얼음결정 안에서는 투지라는 불꽃이 잔잔히 타오르고 있었다.
그것을 꿰뚫어보았기에 은하는─.
‘─네, 좋아요. 해요, 대련.’
미래에 대한민국에서 최강이 되는 류연화의 대련 제의를 받아들였다.
☆
선력 11년.
고등아카데미 027&27기 졸업식.
아침부터 시작된 졸업식은 듣자니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고 한다.
졸업식에는 참석하지 않은 은하는 친구들이 톡으로 보낸 소식을 통해 상황을 파악했다.
“어쩐다냐. 너희 누나 졸업식에도 가지 못해서 말이야.”
“…어쩔 수 없지.”
노은아가 졸업을 한다.
그녀의 마지막 학창생활이었기에 은하는 가능하면 그녀의 졸업식에는 참석하고 싶었다.
그러나 친구들이 보러 간 가운데, 가족들이 그녀를 축하해주는 가운데 은하는 벽해수의 공방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류연화와 약속했으니까.
이번 대련에 진심을 다하겠다고.
“그나저나…, 내 검이 하고 맞붙게 된다니 감동적이구만.”
“형, 연화 누나는 이 아니라 라니까.”
“그럼 미래의 이라고 하지. 나중에 어디 가서 떠들어도 되겠네. 내가 만든 검은 하고도 붙은 적이 있다고.”
수업이 없는 휴일이었다.
그럼에도 벽해수는 이른 아침부터 공방을 열어서는 은하의 디바이스를 손보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그것이 기쁜 것인지 크하하 웃으며 이글거리는 불길을 맞닥뜨리고 있었다.
“다 됐다! 이놈아, 좀 살살 다뤄. 왜 올 때마다 검을 이리도 상하게 다루냐는 말이야.” “또 그 소리…. 아무리 관리해도 시간이 지나면 이렇게 된다니까.”
“전부 노은하 네 노오력이 부족한 거라니까. 간절히 믿으면 온 우주가 널 도우러 나설 거라고.”
“…요즘 종교 다니는 거 아니지? 다른 종교는 그나마 이해하겠는데, 마나교만은 절대 다니지 마.”
“내가 종교를 다니기는 왜 다니냐. 내가 믿는 건 실력과 안목뿐이야. 그냥 해본 말이다, 임마.”
검은 가시나무를 은하에게 건네준 벽해수는 용광로의 불을 끄고 나서 자리에 앉았다.
식탁 위에는 김이 빠진 맥주잔이 있었다.
그가 맥주잔에 마나를 불어넣자, 맥주잔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캬~! 역시 땀을 흘린 다음 마시는 맥주가 최고지!”
“…고등아카데미 학생이니 술이야 마실 수 있다지만 너무 마셨다가는 간 나빠진다?”
“이 정도쯤은 괜찮거든?”
“형은 몸이 약해서 그러는 거잖아.”
“가끔 보면 네가 내 동생인 건지, 아니면 내 형인지 모르겠다. 근데 나 몸 튼튼하다니까?”
벽해수는 대뜸 팔 근육을 만들어서 은하에게 과시했다.
은하는 이전 삶에도, 이번 삶에도 술을 좋아하는 벽해수를 쳐다보고는 혀를 쯧쯧 찼다.
이전 삶에서 벽해수는 건강 악화로 세상을 떠났다.
이번 삶에서 벽해수가 후원을 받아 생활환경이 좋아졌다고 하더라도, 은하는 혹시나 그가 건강을 해칠까 걱정이었다.
“걱정 마. 형 안 죽는다.”
“알면 좀 줄여.”
“알았어, 알았어.”
마치 그의 걱정을 꿰뚫어보듯.
벽해수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고는 맥주잔을 멀리했다.
“아무튼 간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전부 해놨으니 무기 걱정 하지 말고 열심히 싸워라.”
“그래야지.”
검은 가시나무의 성능을 재확인한 은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공방 안에는 시계가 없었다.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확인해보니 조금 있으면 졸업식이 끝날 듯했다.
먼저 가서 기다리는 게 낫겠네.
점심을 먹을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오늘따라 먹고 싶지 않았다.
아침을 먹지도 않았건만.
그만큼 은하는 오늘 있을 대련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상대가 류연화였기에.
무신경하게 있을 수가 없었다.
[아임 파인!]그때였다.
자리에서 일어난 은하는 알림음에 파인톡을 열었다.
가족이 모여 있는 그룹톡에 올라온 은아와 은애의 사진.
은하는 아버지가 올린 사진을 보고 입가를 끌어올렸다.
은아도 예뻤고, 은애도 예뻤다.
졸업식에 가지 못해 유감이었다.
“누구한테 온 거야?”
“가족들한테.”
“졸업식은 끝났대?” “이제 끝나서 사진 찍는 모양이야. 나도 슬슬 가봐야겠어.”
“그래, 먼저 가서 기다리는 편이 낫겠지. 안 그래도 업계 사람들이랑 관계자들이 몰려왔을 텐데 혼잡하기 이전에 가두는 게 낫지.”
벽해수가 의자에 걸쳐놓은 윗옷을 어깨에 걸치고는 말했다.
그 역시 공방을 정리하고 돌아갈 채비를 하려는 듯싶었다.
“이따 보자. 나는 공방 정리하고 객석으로 가 있을게.”
“알았어. 수리해줘서 고마워, 형.”
“뭘 이런 걸 가지고.”
수염을 다듬지 않은 턱을 만지며 피식 입가를 끌어올린 벽해수.
그러다 그는 공방을 나서려고 하던 은하를 불렀다.
“야, 은하야.”
“어, 왜?”
“어떻게 될 것 같냐?”
“…….”
조금 전에 털털하게 웃었던 얼굴은 온데 간데 사라진 채로.
벽해수가 진지한 어조로 물었다.
문을 반쯤 연 은하는 뒤돌아서는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될 것 같아?”
사실 은하 자신도 알지 못했다.
이전 삶에서 의 힘을 직접 보았기 때문에.
이번 삶에서 류연화와 정기적으로 수련했기 때문에.
은하는 류연화의 실력을 알면서도 아직 그녀의 끝을 짐작하지 못했다.
성장속도는 회귀 전보다 빨라.
다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그녀가 회귀 전보다 성장하는 속도가 무척 가파르다는 것.
그녀는 은하와 수련을 한 이후로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하지 깨닫고는 빠르게 강해졌다.
그리고 지금도 성장 중이리라.
그렇기에 은하는 그녀의 힘을 쉽게 재단할 수가 없었다.
“…그걸 꼭 말해야겠냐?”
“왜? 형이 봤을 때는 누가 이길 것 같은데?”
다만 빠른 속도로 강해지고 있는 사람은 그녀만이 아니었다.
은하 자신 또한 강해지고 있었다.
비록 그녀가 이전 삶에서 20대에 대한민국에서 최강자 중 한 명으로 거듭났다고 하더라도.
이번 삶을 사는 은하에게 그것은 크게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다.
“직접 싸워보기 전까지 확실하게 대답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내가 조언 하나 하겠는데.”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은하는 벽해수에게 말하려 했다.
그런데 벽해수는 다짜고짜 다가와 우악스러운 손을 은하의 어깨 위에 턱 얹은 것이다.
그러고는 큼지막한 얼굴을 그에게 가까이 들이대서는 하는 말이.
“5분. 그래도 5분은 버텨야 한다. 안 그랬다간 너 그 많은 사람들한테 창피를 당하는 수가 있어.” “…진심이야?”
“내가 언제 안 진심인 거 봤어?”
은하는 어이가 없었다.
그가 콧김을 내뿜으면서 하는 말이 고작 그런 말이라니.
그는 은하가 류연화에게 질 거라고 확신하고 있는 듯했다.
“야, 너 솔직히 말해봐. 제수씨한테 뭐 잘못한 거 있어?”
“아니, 없는데.”
“아니야, 있을 거야. 안 그랬으면 제수씨가 널 대련상대로 지정했겠어?”
“…….”
“은하야, 형으로서 조언하는 건데 부부싸움은 되도록 다른 사람들한테 알리지 않는 게 좋다. 지금이라도 얼른 제수씨한테 가서 제수씨 기분 풀어주고, 사과해.”
“아니, 없다니까? 그리고 내가 왜 사과해야 하는데?”
“그…, 뭐냐…, 거시기…. 거, 참…. 노은하 네가 잘못했겠지 안 그러면 제수씨가 이렇게 화를 냈겠어?”
“와…, 형 진짜….”
은하는 그를 올려다보면서 좀처럼 말을 잇지 못했다.
자신이 얼마나 잘해줬던가.
자신이 얼마나 따랐었는가.
그런데 벽해수가 배신한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데서 뒤통수를 맞은 은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사이, 은하가 입을 더듬거리자 벽해수가 신이 난 듯이 말했다.
“졌지만 잘 싸웠다는 연출은 아마 제수씨를 상대로 힘들 것 같으니까, 싸워도 좀 개연성 있게 져야 한다? 어떻게든 5분은 넘긴 다음에 몇 번 합을 주고받은 다음에 일부러 검을 떨어뜨리는 거야. 할 수만 있다면 합을 많이 주고받는 게 좋을 거야. 그래야 사람들한테 있어 보이잖아?”
“…아, 그래.”
“뭐야. 야, 삐진 건 아니지?”
“삐지기는 누가. 내가 왜 삐져?”
“은하야, 널 무시하는 게 아니라 제수씨는 인간이 아닌 괴물이라고. 사람이 아무리 강해도 괴물은 절대 이길 수 없는 법이야. 네가 약한 게 아니라고.”
“…….”
오늘따라 벽해수가 밉상이었다.
단단히 마음이 상한 은하는 이내 벽해수에게 휙 돌아서서는 공방을 나섰다.
“거 참…. 아직 애라니까.”
공방에 홀로 남은 해수는 쩝 하고 입맛을 다셨다.
은하에게는 미안한 일이었지만.
그는 떠오르는 혜성으로 평가되는 류연화가 질 거라는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그 누님은 진짜 괴물이니까.”
그는 은하가 싸우는 모습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대신 그는 류연화가 싸우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류연화는 괴물이었다.
같은 기수에 해당하는 유망주라도 그녀 앞에서는 상대도 되지 못했다.
현역 플레이어들도 그녀와 제대로 싸우지 못한다고 했을 정도였으니.
잠정적으로 으로 취급되는 그녀의 적수는 아마 학생들 중에서 찾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제수씨는 생각한 거겠지.
그래서 류연화는 생각했으리라.
학생들 중에서 아무도 적수가 되지 못한다면.
그러면 아끼는 후배에게 가르침을 설파하자고.
터무니없는 일이라 할 수 있었지만 그녀는 그런 뜻에서 은하를 상대로 선택한 것이리라.
그리 생각해야 말도 안 되는 일이 얼추 이해가 갈 것 같았다.
근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은하가 엄청 쪽팔릴 텐데.
술이라도 사놔야겠다.
벽해수는 류연화에게 깨지고 나서 사람들에게 창피를 당하게 될 그를 위로하기로 했다.
이럴 때 형이 나서야지 안 그러면 언제 나서겠는가.
근데 진짜 싸운 건 아니겠지?
부디 부부싸움만 아니기를 빌었다.
전통 있는 졸업식 대련에서.
고등아카데미 3학년과 중등아카데미 2학년 학생이 대련을 한다는 건 상식을 부수는 짓이었으니까.
☆
어떻게 형이 이럴 수 있어?
은하는 기분이 몹시 상했다.
반은 장난이었다고 하더라도.
아무리 그렇더라도 자신의 패배를 어찌 저리 확신한다는 말인가.
은근히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 어디 끝나고 두고 보자.”
대련이 끝나자마자 공방을 찾아가 깽판을 쳐주리라.
그렇게 다짐한 은하는 대련을 위해 대기실로 가기로 했다.
정문은 사람들로 혼비백산하기에 뒷문을 통해서 대기실에 들어가기로 했다.
예상대로 뒷문은 조용했다.
이윽고 그는 교관의 안내를 받으며 대기실로 향했다.
교관도 은근히 은하를 얕보았기에 은하는 실소를 흘렸다.
모두 내가 진다고 생각하네.
그도 그럴 수밖에.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자꾸 그런 시선을 받으니 기분이 언짢아졌다.
「누나」: 은하야 파이팅! 난 네가 너무 무리해서 다치지만 않았으면 좋겠어.
내 마음 알지?(오후 01:13)
물론, 은아의 응원은 위로가 됐다.
역시 그녀밖에 없었다.
은하는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러다가 그동안 읽고 있지 않던 친구들의 그룹톡방을 보고는 다시 기분이 불쾌해졌다.
「바보 형」: 노은하 부러운 놈. 나도 싸울래!(오전 12:01)
「은우」: 누가 이길까?(오전 12:02)
「수빈」: 흥, 누가 이길지 뻔하지. 연화 언니.(오전 12:02)
「은혁」: 나는 대장이 이겼으면 좋겠지만…. 류연화 누나가 이기겠지?(오전 12:03)
모두 졸업식 대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대다수의 의견은 은하가 질 거라 말하고 있었다.
그러다 파랑이 신이 나서는 대뜸 누가 이길 것인지에 대해서 투표를 띄운 것이다.
친구들 대다수가 투표에 참여했다.
「호우!」: 그만 좀 떠들어(오전 12:07)
[‘호우!’님이 채팅방을 나갔습니다.] [‘파랑’님이 ‘호우!’님을 채팅방에 초대했습니다.]「파랑」: 카에데 소환술!(오전 12:07)
「호우!」: …(오전 12:08)
채팅방에는 얼마 전에 초대를 받은 호시미야 카에데도 있었다.
호시미야는 스마트폰이 서투른지 채팅에 참여를 잘 하지 않았지만.
번번이 저런 식으로 방을 나가다 톡방에 있던 누군가에게 초대받기 일쑤였다.
여하튼 은하는 밀린 톡을 읽으며 친구들이 최종적으로 누가 이길지 투표를 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것들이….”
은하는 빠득 이를 갈았다.
전원이 류연화에게 투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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