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369
아카데미와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류연화가 중등아카데미 학생에게 대련을 신청했다.
그녀의 의도가 어찌하였든.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비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객석에서 졸업식 대련이 이루어질 경기장을 내려다보고 있던 사람들은 저희들끼리 떠들어댔다.
뭐야. 지금 이게 장난하자는 거야? 아카데미 졸업식이 무슨 학예회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의 제자라면서. 그런데 겨우 중등아카데미 꼬마랑 대련하겠다는 소리나 했다고?
참, 나…. 아카데미도 한물이 갔군. 요즘 플레이어 질이 좋다 그랬는데 그것도 다 뻥이었나 보네.
와, 이건 진짜 실망이다. 류연화가 실력이 그것밖에 안 된다고?
결국 류연화 실력이 과대평가되고 있던 거였네. 질소만 가득 차 있던 거였어.
그들이 제멋대로 떠드는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크게 네 가지.
하나, 졸업생들의 결실을 기념하는 졸업 대련의 의미를 더럽히는 한편 그들을 보러온 사람들을 기만하는 행위다.
하나, 그동안 업계에 알려져 있던 류연화의 실력이 사실 과대평가되고 있었던 것이다.
하나, 류연화의 대련상대는 어쩌면 그녀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거나, 그녀를 설득할 만한 권력자이리라.
하나, 류연화가 마음에 들지 않던 중등아카데미 학생에게 이번 기회에 창피를 주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여러 의견이 많았으나, 주된 이야기는 그러했다.
“…내 동생 무시하지 마.”
“…우리 오빠 무시하지 마.”
경기장 곳곳에서 들려왔기에.
졸업식을 마치자마자 자리를 잡은 은아와 은애는 이를 빠득 갈았다.
특히 은아는 자신의 친구와 동생을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비난에 심기가 단단히 상해 있었다.
가족들 역시 두 사람과 비슷하게 얼굴을 굳히고 있었다.
다들 말이라도 너무하는 거 아냐? 연화가 은하를 대련상대로 고른 걸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거야?
업계가 주목하는 류연화.
그만큼 그동안 그녀에게 접근하는 업계 관계자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다.
레귤러스클랜에게 그녀를 빼앗긴 사람들이 류연화에 대한 근거 없는 루머를 퍼뜨리고, 흉을 볼만도 했다.
하지만 정도라는 게 있었다.
한편으로 연화는 캐유플에서 이미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다고 류연화를 계속 깔아뭉개려 했다.
연화만이 아니었다.
은하 캐유플 나온 거 안 봤냐고! 당연히 연화가 대련을 신청할 만큼 강하다는 뜻인데 왜 모르는 거야!
사람들은 은하까지 싸잡아서 그가 방송에서 보여주었던 실력이 그저 연출이었다며 주장했다.
고작 15살밖에 되지 않은 소년이 곽우혁의 마법과 싸웠다는 이야기가 믿기지 않은 것이다.
흥, 두고 보라지.
말로 해도 알아듣지 못하리라.
어차피 대련이 시작되면 저치들은 연화와 은하의 실력을 다시 보게 될 것이다.
팔짱을 낀 은아는 콧김을 뿜으며 눈을 부릅떴다.
“언니, 언니.”
“응, 왜?”
그러던 때였다.
사람들의 비난을 듣고 표정관리를 하지 못하고 있던 은애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은아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얼굴을 환하게 바꾸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은애의 얼굴이 어두웠다.
“우리 오빠…, 지는 거야?”
“…….”
“연화 언니란 사람이 정말 그렇게 강한 거야? 오빠보다 더?”
은하를 걱정하는 은애.
은아는 그녀의 물음에 즉각 답을 하지 못했다.
은하가 세상에서 제일 강할 거라고 굳게 믿고 있는 은애는 관계자들이 제멋대로 떠들어대는 소리를 좀처럼 받아들일 수 없는 모양이었다.
관계자들은 모두 장담하고 있었다.
류연화의 승리를.
이 대련의 관건은 그녀의 상대가 얼마나 버티는 것이냐에 있다고.
은하의 승리를 점치는 사람은 현재 아무도 없었다.
은아도 은연중에 연화가 이길 거라 생각하고 있을 정도였다.
은하가 강한 건 알아.
강한 건 알지만….
연화는 그보다 더 강해.
연화와 6년을 함께한 은아.
그녀는 의 제자라 평가되는 류연화가 얼마나 강한 사람인 건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류연화는 규격 외였다.
027기 내에 그녀와 견줄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아카데미와 업계가 주목한다는 건 예삿소리가 아니었다.
아무리 은하가 강하다고 하더라도 아직 신체가 성장 중인 그에게 있어 그녀는 아주 높은 벽일 것이리라.
은하가 아직 학생인 한.
연화를 이기지 못한다.
은아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아까 봤던 연화는….
더군다나 은아는 대기실로 향하던 류연화가 부드러운 표정을 지우고, 날카로운 창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직접 보았다.
그녀가 그토록 진지하게 임하려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그렇기에 은하는 그녀를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은하가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어.
조금 연화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왜 동기수가 아니라 한참이나 어린 은하에게 대련상대를 부탁했냐고.
솔직히 은아는 따지고 싶었다.
하지만 은아는 류연화가
진심으로 은하를 호적수라고 인정했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녀를 도저히 말릴 수 없었다.
그래서 이리 빌 뿐이었다.
되도록 은하가 다치지 않기만을.
“…나도 잘 모르겠어.”
은아는 두 손을 꽉 쥐며 은애에게 소극적으로 의사를 전달했다.
은애는 분한지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고는 그녀가 힘차게 외쳤다.
“아니야! 우리 오빠가 이길 거야!”
여동생도 상처받지 않길 빌었다.
은아는 은애의 손을 꼭 잡았다.
☆
황금세대.
최근 아카데미에서 내세우고 있는 브랜드는 업계에까지 널리 알려져 있었다.
을 경험했던 플레이어를 1세대라 부른다면.
이 끝난 후에 세간에 드러난 플레이어들과 아인을 2세대라고 부른다면.
아카데미는 선녀가 취임하고부터 아카데미를 졸업하는 플레이어들을 3세대라고 불렀다.
그리고 아카데미는 올해 졸업하는 027기 학생들을 3세대의 주역이란, 황금세대라고 부른 것이다.
그러니 업계의 관계자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을 리가 없었다.
실제로 황금세대라 불릴 만했다.
관계자들이 보기에도 027&27기 학생들의 실력이 뛰어났으니까.
그중에서도 류연화와 한창진, 노은아는 다른 학생들하고 같은 선상에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상당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클랜로드, 기분 좋아 보이시네요.”
“어? 당연 기분이가 좋을 수밖에. 은아만이 아니라 연화랑 창진이까지 우리 클랜에 들어왔으니 기분이가 안 좋을 수 있겠어?”
“…정말 좋아 보이시네요.”
그리고 그들 셋을 클랜에 영입한 레귤러스클랜은 업계 관계자들에게 부러움을 사고 있었다.
레귤러스 클랜로드 구연수는 연신 싱글벙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은아의 졸업식을 보러 반가를 낸 십이좌 박혜림은 한심함을 감추지 못했지만.
“아, 명왕 클랜로드. 오랜만이네.”
“…그래, 오랜만이네.”
그러던 구연수가 옆자리에 턱 앉는 남자에게 말을 붙였다.
십이좌 도완준이었다.
국내에서 S+로 평가되는 클랜인 레귤러스클랜.
마찬가지로 S+로 평가되는 클랜인 명왕클랜.
두 클랜의 클랜로드가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그들의 시선은 금세 분산될 수밖에 없었다.
S등급으로 평가되는 클랜이 모두 관람석에 모습을 드러냈기에.
그들 모두 의 제자라 하는 류연화의 실력이 궁금한 것이다.
“기분이 좋아 보이는군.”
“기분이 안 좋을 수가 없지. 그런 자네는 죽을상이네.”
“죽을상이 아닐 수가 없지.”
한편, 구연수와 도완준은 격 없이 대화를 나누었다.
평소 친분이 있던 두 사람은 현재 서로가 처한 상황을 알고 있었다.
“어때? 요새는 좀 나아졌어?”
“…그럭저럭.”
현재 명왕클랜은 침체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밀려드는 클랜전을 해결하기 위해 이번 027&27기 인수전에도 제대로 뛰어들지 못했을 정도였다.
그나마 안정을 되찾은 듯했지만, 도완준은 피곤에 절어 있었다.
다크써클이 짙었다.
“그래서 누구 보러 왔는데?”
“넌?”
“”…….””
구연수는 실눈을 뜨고 물었다.
도완준이 질문으로 대꾸했다.
아무래도 두 사람의 대답은 같은 듯했다.
“아무래도 클랜원을 응원하러 온 건 아닌 것 같네.”
“음…, 그건 겸사겸사?”
“…이번에 세 명이나 얻었으니까 그 애한테는 손 떼지?”
“몇 년 뒤에나 졸업하는 학생인데 손을 왜 떼?”
업계에 흐르는 소문이 있었다.
031기에 류연화 못지않은 인재가 한 명 있다고.
대다수는 그걸 우스개로 여겼지만 나름 소문에 해박한 사람들은 그게 마냥 농담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더군다나 그들은 캐유플을 보면서 ‘그’의 실력을 어렴풋이 확신했다.
“그래도 설마 명왕클랜 로드께서 직접 올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레귤러스 클랜로드. 그건 너 역시 마찬가지야.”
“나야 명분이 있잖아. 은아 동생에, 앨리스그룹 회장님과 친분도 있으니 보러 올 만도 하지. 그치 혜림아? 아, 혜림이도 은하라는 애를 안다네. 그러는 자네는 할 일도 많을 텐데 노은하 학생을 보러온 거야?”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으니까.”
“그 정도야?”
“알아본 정보에 의하면 그 정도라던데. 그러니까 손 떼.”
중등아카데미 031기 노은하.
거대 클랜에서 수장의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그를 보기 위해 이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아카데미의 잠룡.
업계 관계자들이 노은하를 부르는 별명이었다.
“과연 우리 연화하고 싸우게 되면 얼마나 버틸지 궁금하지 않아?”
“벌써부터 우리 연화인가…. 그래, 부럽다.”
“하하, 부러우면 지는 거야.”
그러나 은하를 높이 평가한다 해도 거의 모든 이들이 류연화의 승리를 의심치 않았다.
상식적으로 그럴 수밖에.
여하튼 도완준과 구연수는 잠시 후 시작될 대련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때.
“이봐, 명왕 클랜로드.”
“왜. 뭐지?”
“저거 현철이 아니야?”
“…그러네.”
“블레이즈클랜에서도 클랜로드가 올 줄이야….”
구연수가 맞은편 객석에서 나타난 붉은 머리 플레이어를 가리켰다.
S등급으로 평가받는 블레이즈클랜, 그곳의 클랜로드를 맡은 십이좌 강현철이었다.
그를 마지막으로 이 관객석 안에 S등급으로 평가를 받는 일곱 클랜이 모두 모여 있었다.
“그런데 여기 십이좌가 세 명이나 모인 건데…. 괜찮은 건가?”
“”…….””
구연수가 어처구니 없어했다.
십이좌 도완준.
십이좌 박혜림.
십이좌 강현철.
세 명이나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흔치 않는 일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놀라워 할만도 했다.
그러나 그것과 별개로 십이좌 셋이 한 자리에 모였다는 것은 십이좌의 업무 시스템이 마비되었다는 뜻이었으니.
“…근무지 무단이탈이군.”
도완준은 휴가를 낸 것이었다지만.
박혜림은 짬을 낸 것이라지만.
강현철은 그냥 땡땡이를 쳤다.
“미쳤어, 미쳤어…. 진짜 미쳤어.”
결국 박혜림은 파랗게 질린 얼굴로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드는 강현철을 때리고 싶었다.
☆
그 시각, 객석 다른 곳에서는 진즉 자리에 앉아 있던 이들이 있었다.
“…다들 생각하는 건 결국 비슷한 모양이네.”
“하하…, 그러게….”
신라클랜 클랜로드 김유진.
그리고 신서영.
의정부 탈환전 이후로 계속 친분을 이어가고 있던 두 사람은 오랜만에 회포를 풀었다.
김유진 또한 은하의 실력을 보려고 이 자리를 찾은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객석을 둘러보고는 다른 사람들도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애가 그렇게 강하니?”
그래서 김유진은 더 이상 궁금함을 참지 못했다.
그녀는 내심 아카데미의 잠룡이란 소문이 과대평가된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업계에서 정평이 나 있는 사람들이 이 자리를 찾은 것이다.
그들이 단지 류연화의 실력을 보러 왔을 거라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음….”
한편, 질문을 받은 신서영은 이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무엇을 대답하면 좋은 건지 말을 꺼내는데 신중하게 고민했다.
“…직접 보는 게 좋을 것 같아.”
결국 그녀는 대답을 회피했다.
그러고는 남몰래 한숨을 쉬었다.
노은하 얘가 진짜….
신서영은 속으로 은하를 곱씹었다.
은하가 무슨 생각에서 이런 일을 벌인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녀가 알기로, 은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실력을 드러내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가 업계 관계자들 앞에서 류연화와 대련을 한다는 것이다.
노은하답지 않았다.
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어쩌면 은하는 업계에서 거론되는 현 상황을 일소시키고자 공개적으로 지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녀는 곧 부정했다.
은하 성격상, 창피를 당하고 사는 사람은 또 아니었다.
…모르겠다.
그냥 대련이나 봐야지.
결국 그녀는 생각을 포기했다.
그녀가 이 자리에 나온 이유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노은하의 실력이 궁금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녀도 노은하의 실력을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필시 은하가 지금까지 보여준 것은 아주 일부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은하 걔는 진짜 괴물이야.
아카데미의 잠룡….
틀린 말은 아니지.
신서영은 자부했다.
이 자리에 있는 누구보다도.
자신만큼 은하의 실력을 가늠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객석에 앉은 사람들 중에서 거의 유일하다시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은하가 연화를 이길 가능성을.
허나, 그렇게 된다면─.
─지금도 업계의 시선이 쏠리는데 그랬다가는 더 많아질 텐데….
은하는 큰 주목을 받게 되리라.
그리고 그것은 은하가 바라는 것이 아닐 터였다.
그렇기에 그녀는 은하가 도대체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없었다.
“…이제 시작하나 보네.”
그녀는 이내 김유진의 중얼거림에 상념에서 깨어났다.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류연화와 노은하가 대련장으로 올라오고 있는 중이었다.
“에이, 설마…. 진짜?”
그리고 신서영은 은하의 얼굴에서 무언가를 짐작해냈다.
믿고 싶지 않았다.
믿고 싶지 않았지만.
“그냥 싸워보고 싶어서?”
노은하는 작게 미소 짓고 있었다.
고양감에 흥분된다는 듯이.
신서영은 예상을 벗어나는 상황에 머리를 쓸어올렸다.
모르겠다.
그냥 대련이나 지켜보자.
먹을거리라도 챙겨올까 싶었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3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