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371
칼과 창이 교차하며 나는 금속음.
또랑또랑한 소리는 그치는 일 없이 무대를 지배해나갔다.
무대 외곽을 두르고 있는 방벽이 병장기가 파공음을 터뜨릴 때마다 요란하게 흔들렸다.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방벽.
그것을 눈앞에 둔 사람들은 모두 하나같이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말도 안 돼.
이게 애들 대련이라고?
믿기지가 않았다.
박혜림이 느끼고 있는 감정은 필시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었다.
경악.
창과 칼이 난무하는 대련을 보는 사람들의 감정은 모두 그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건 도저히 애들 실력이 아니야.
류연화.
그녀는 의 제자라 할 만큼 공격과 방어를 자유자재로 취하며 창을 휘두르고 있었다.
때로는 유려하게 끌어들여서.
때로는 교활하게 잡아당기며.
체외로 흘러나오는 마나는 곧바로 눈 결정으로 변화해 그녀의 주변에 나부꼈다.
눈 결정은 꽃이 되었으며, 때로는 성난 파도가 되었다.
그녀의 통제를 벗어난 얼음은 단순 입자가 되어 바닥에 싸였으나, 다시 그녀의 통제를 따라서 춤을 췄다.
아니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와 다르게.
그리고 와 다르게.
형체를 남기는 의 기프트는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를 숨 막히게 조이고 압박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그녀의 독무대였다.
눈으로 뒤덮인 전장 위에서 고고히 창을 휘두르는 그녀는 자유자재로 얼음과 눈을 지배하고 있었다.
이 자리에 있는 어느 누구도.
겨울의 세계를 지배하는 류연화를 쉬이 이길 수 있을 거라고 확신을 품을 수가 없었다.
그들 중에서도 안색이 하얗게 질린 이들은 승리를 장담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나라도 못해.
저걸 어떻게 버텨?
박혜림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다소 과장을 보탰다고는 하더라도 서포터인 그녀 혼자서는 류연화를 막을 수 없을 듯싶었다.
머릿속으로 그녀를 대처하기 위한 방법을 떠올렸지만 박혜림은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그럼에도 노은하는 버티고 있었다.
은아 동생이 강한 줄은 알았지만 류연화에 버금갈 줄은….
노은하, 아카데미의 잠룡.
그와는 묘한 인연이 있던 박혜림은 오래 전, 그를 처음 보았던 시절을 떠올렸다.
겨우 6
살에 불과했을 어린아이는 전선에서 죽음을 달고 사는 이들이 풍기는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그때도 범상치 않은 기백을 가졌던 아이는 11년이 지나 지금 이곳에서 많은 사람들의 눈에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고 있었다.
가지고 있는 것은 검 하나뿐.
그러나 그는 자연을 앞에 두고도 두려워하는 일 없이 검을 휘두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또 다시 해일이 갈라지고.
칼과 창이 부딪쳤다.
이제는 눈이 덕지덕지 묻은 칼은 둔탁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발을 얽어 묶는 눈길을 파헤치면서 시야를 가로막는 눈보라를 헤치고 앙상한 가지와도 같은 검을 찔렀다.
버스트 카운터
그가 눈보라의 중심지에 섰을 때.
그는 새까만 칼날에 맺혀 있었던 붉은 기세를 단숨에 폭발시켰다.
방벽이 격렬하게 진동했다.
세상이 터졌다.
공간을 떠돌던 눈이 일제히 방벽에 따닥따닥 붙어서는 시야를 차단하고 무대 위에 있던 눈을 날려버렸다.
지금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그녀는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학생들의 대련이라고 할 수 없는, 전선에서 활약을 하는 플레이어들의 전투와 같았기에.
그녀는 손 안에 땀이 맺혔는지도 자각하지 못한 채로 눈으로 뒤덮인 방벽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다른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
“…또냐. 무슨 생각으로 저랬는지 모르는 건 아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하잖아.”
“이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야.”
레귤러스 클랜로드 구연수는 이제 팔짱을 낀 채로 투덜거렸다.
옆자리에 앉아 있던 명왕 클랜로드 도완준은 혀를 쯧 차며 대꾸했다.
일찍이 기감을 펼치고 있던 이들은 눈과 귀에 힘을 주며 방벽 안에서 일어나고 있을 전투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명왕 클랜로드. 어떨 것 같아?” “뭐가?”
“지금 현역에서 뛰더라도 무방할 저 애들을 등급으로 평가하면….”
“…흠…. 마나관리기구가 아니라?”
“그래, 우리 클랜 등급으로.”
구연수의 질문에 도완준은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운을 뗐다.
“노은하는 A, 류연화는 S.”
“…노은하에 대한 평가가 박하네. 나는 둘 다 S로 생각했는데.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
구연수는 실눈을 뜨며 말했다.
그는 도완준의 평가방식이 궁금한 눈치였다.
“아무래도 자세히 확인하지 않으면 모르는 거지만….”
도완준은 다리를 꼬았다.
환상을 꿰뚫어보는 눈은 방벽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체내 마나는 더 이상 성장하지 않을 것 같아서. 저 나이에 비해서 이미 성장이 다 끝난 모양이야.”
“그건 어쩔 수 없지. 그렇더라도 저 정도로 대항하고 있는데? 실력은 체내 마나를 제하고도 충분하구만.”
“그에 비해 류연화는 아직 개화할 잠재력이 남아 있다는 거지. 방금도 봤지? 대련 중간에 성장하던 거.”
“그건 은하도 마찬가지던데?” “왜 친한 척 성 빼고 부르는 거지? 노은하도 중간에 성장하기는 했지만 경험으로 대처한 것 같은 노은하와 경험으로 변화한 류연화는 다르지.”
일리는 있었다.
구연수는 더 이상 말을 걸지 않고 눈이 걷힌 대련장으로 눈을 돌리려 했다.
“다만….”
그때 도완준이 말꼬리를 흐렸다.
“뭔가 묘하다는 말이지.” “묘하다고? 뭐가?”
“노은하의 성장은 끝난 것 같지만 이상하게 저게 전부는 아닐 것처럼 보인다는 말이야.”
는 환상을 만들어내고, 또 환상을 꿰뚫는다.
다른 사람이 보지 않는 것을 보는 레인저는 입가에 손을 얹으며 말을 이었다.
“숨기고 있는 힘이 있어. 내 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어.”
“흠…, 그런가? 그럼 숨기고 있는 힘이 있다고 가정하고 평가하면?” “말할 것도 없지.”
눈이 완전히 걷혔다.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새된 비명을 질렀다.
은하가 연화를 밀어붙이고 있었기에.
한편 앞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대련장을 볼 수 없게 된 도완준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나직이 읊조렸다.
“─S.”
“그럼 난 + 추가.”
“이놈 보게?”
“이봐, 명왕 클랜로드. 어렸을 적에 듀얼해본 적 없어? 원래 인생에서는 먼저 드로우한 사람이 지는 거야. 선턴필패, 후턴필승이란 말 몰라?”
“요즘에는 원턴킬이라더군.”
“그래서 선턴필패라는 소리잖아. 처음 턴을 시작하는 사람은 공격을 못하거든.”
“유복한 집에서 자라서 좋았겠군. 그런 것도 잘 알고 말이야.”
“대신에 듀얼할 친구가 없었지.”
두 사람의 노닥거림을 들은 사람은 그곳에서 박혜림밖에 없었다.
이윽고 박혜림은 흥분한 강현철이 날뛰고 있는 객석으로 눈을 향했다.
어라?
내가 잘못 본 건가?
그러고는 눈을 깜빡거렸다.
강현철이 앉은 자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위치.
그곳에 모자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여성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지만.
그럼에도 박혜림은 여성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에이, 설마…. 아니겠지.
그녀는 관심을 떼기로 했다.
아닐 것이다.
아니어야 했다.
설마 선녀님이 여기 오셨겠어?
근면성실한 는 그것이 제발 아니기를 빌었다.
☆
플레이어 업계에서 계열 기프트는 전략적인 가치를 가졌으나 그만큼 굉장히 귀했다.
기프트를 다룰 수 있는 막대한 마나를 가지고 있는 동시에 강렬한 힘을 지닌 기프트 소지자는 전국에서 넷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전 십이좌의 일원이자 살아 있는 신화라고 불리는 남궁성운.
현 십이좌 강현철.
현 십이좌의 일원이자 신라클랜의 클랜원인 이도진.
이게 의 힘이라니….
마지막으로 의 인 류연화.
신라 클랜로드 김유진은 류연화의 힘을 보고 소름이 돋았다.
를 영입할 당시만 하더라도 그녀는 를 최강의 기프트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류연화의 를 보면서 최강의 기프트는 어쩌면 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가 전체를 노리는데 특화된 기프트라고 한다면, 는 아마 일점에 집약하는데 특화된 기프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는 사용하기에 따라 전체를 노리면서 집약할 수가 있는 광경을 선보이고 있었다.
아니지, 기프트를 차치하더라도…. 창을 다루는 솜씨만으로도 네임드를 뛰어넘고 있어.
재능과 재능이 어우러진 시너지.
김유진은 자신이 의 재림을 두 눈으로 보는 듯한 경악감을 결코 떨쳐낼 수가 없었다.
어째서 그녀를 영입하지 못했는지, 지금 이 순간 그것이 너무 안타깝다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 경악이 있었는데.
“…도 아니라고 했지?”
“응, 아니야.” “16살이라고도 했고.”
“…응. 믿기지 않지?”
“몬스터가 둔갑한 걸까?” “가끔 나도 그런 생각을 해.”
류연화보다 4살이나 어린 데에도 그녀에게 밀리지 않는 소년.
김유진은 너무 놀라 믿기지 않아서 신서영에게 몇 번이나 확인할 만큼 경악하고 있었다.
전투 스타일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체내 마나가 그리 많지 않은 듯한데 그걸 마나제어능력과 효율에 의지해 검술을 펼치고 있는 노은하.
부족한 재능을 또 다른 재능으로 보충하고 있는 스타일은 그야말로 놀랄 노자였다.
오죽하면 신서영이 우스갯소리로 이렇게 말할 정도였다.
“사실 노은하의 ‘노’ 자는 ‘놀랄 노’ 자라고 하더라.”
“진짜?”
“…너 정말 놀랐구나?”
신서영은 김유진의 태도를 보고는 혀를 내둘렀다.
평소에는 카리스마가 철철 넘치는 신라클랜의 수장이 당황할 정도로 놀랐기에.
그녀가 이런 반응을 보일 정도인데 다른 사람들은 과연 어떻겠는가.
대충 주변을 훑어보니 거의 모두가 경악에 질려하고 있었다.
얘는 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아주 동네방네 광고하지 그러니.
그렇기에 신서영은 한숨이 나왔다.
드디어 자신이 그동안 품어 왔었던 놀라움을 같이 나눌 수 있는 이들이 생겼다고 하지만.
그러나 그들 모두가 자신과 같이 노은하를 이용하고자 하는 속셈이 없을 거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지금 옆에 앉은 김유진만 하더라도 어떻게든 그를 신라클랜으로 영입할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주변을 이리 뜨겁게 달구면 크게 데일 수도 있었다.
강렬한 호의는 뒤집어서 표현하면 강렬한 적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애가 생각이 없는 것 같네.
그런데도 은하는 모르겠다는 듯이 호전적으로 행동하고 있었다.
신서영 역시 처음 볼 정도였다.
은하가 저리 날개라도 돋친 것처럼 신나게 뛰어다니는 모습이.
아주 입가에 맺힌 웃음이 떠나지를 않고 있었다.
필시 그동안 감추고 있었던 힘을 끄집어낼 수 있어서 기쁜 것이리라.
그래서 힘을 얼마나 꺼낸 거지?
대충…, 70%?
사람들이 감탄하고 있을 무렵.
신서영만은 냉정하게 은하의 힘을 분석하고 있었다.
그녀는 일전에 그의 전투 스타일이 한손직검 하나만을 사용하지 않고 왼손에 맹고슈나 혹은 자동권총을 사용한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러니 현재 연화와 대적하고 있는 은하는 제 무기를 완전히 사용하지 않은 상태라고 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그가 그녀와 싸우다가 순간 주춤하는 걸 보니 대련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기술이라도 있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은하의 기프트가 뭔지 모르겠어.
그에 반해 연화는 를 더해, 남궁성운에게서 받은 창을 사용하고 있었으니.
그것이 의 존재를 입증하는 창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녀는 현재 발휘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하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노은하는 어떤가.
무기도 제대로 쓰지 않는 상황과 힘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프트도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별 거 아닌 기프트였다면 은하는 예전에 내가 물어봤을 때 태연하게 말해줬을 거야.
그런데도 말해주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히든카드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인데….
대체 뭐지?
그녀가 보았을 때, 그는 기프트를 사용하고 있지 않는 듯했다.
그렇다면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기프트가 전투에 도움이 되는 건지, 아니면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인지, 무언가 발동조건이라도 있는 건지.
그녀는 그의 기프트가 특수하다는 전제하에서 세 가지 가정을 내놓았다.
만약 전투에 도움이 되는 거였으면 진즉 썼어야 마땅해.
그런데도 쓰지 못하는 거라면 아마 기프트를 발동시키기 위해서 조건이 필요하다는 건가?
신서영은 내심 노은하의 기프트를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짐작했다.
아무리 노은하가 흥분해 있더라도 이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가 자신의 히든카드를 내보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그녀는 그걸 다행으로 여기면서도 못내 아쉬웠다.
결국 이 자리에서 노은하의 실력을 7할, 아니 어쩌면 6할이나 5할밖에 보지 못할 것이기에.
근데…, 선녀님 아니야?
그러다가 그녀는 가 앉은 자리 근처에서 낯이 익은 사람을 찾아냈다.
철저하게 얼굴을 가리고 있다지만 곧은 자세로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여실히 드러나는 존재감은 어디를 가지 않았다.
선녀 임가을이 호위사를 대동하고 은밀히 졸업식 대련을 보러온 것이다.
신서영은 절로 쓴웃음이 나왔다.
아무래도 이 대련에 대한 이야기가 선녀의 귀에까지 들린 모양이었다.
그래…, 모른 척 해드려야지.
공사다망한 선녀였다.
그녀는 눈을 마주친 듯한 선녀에게 살며시 고개를 숙여 보였다.
역시나.
임가을이 손을 흔들었다. 그러고는 검지를 입가에 가져와서는 조용히 해달라는 제스처를 보였다.
신서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신인도 이런 신인이 따로 없네. 031기수면 언제쯤 졸업하는 거지? 그때는 전쟁이 따로 없겠네….”
“규정상 스카우트 권유는 고등아카데미 3학년에게만 해당된다는 것은 알고 있지?”
“나도 알아. 나 말고 다른 클랜이 어떻게 못하게 막는 게 좋을 거야. 그리고…, 나 좀 도와줘.”
“음…, 힘들 거야. 아마 은하 쟤는 어느 클랜에도 안 들어갈걸?”
“뭐라고? 왜?”
한창 대련을 보던 중.
김유진이 눈살을 찌푸렸다.
신서영은 어깨를 으쓱이며 은하가 파티를 만들 거라는 말을 전했다.
“파티라면야 뭐…. 신라클랜에서 자율적으로 파티를 편성할 수 있는 권한을 주면 되지.” “대형클랜이 그런 혜택을 줄 만큼 은하가 탐이 나는 구나?” “너라면 안 나겠니?”
“나라도 탐이 나지.”
아무래도 031기가 졸업할 때에는 셀 수 없이 많은 클랜이 은하에게 러브콜을 보내게 되리라.
신서영은 그때를 생각해 조그맣게 웃음을 터뜨렸다.
은하가 곤란해 할 모습이 눈에 선했다.
“도 아니니 저 애 이름을 부르기가 난감하네. 그렇다고 그냥 유망주라고 부르기에는 격이 너무 맞지 않는 것 같으니….”
“그냥 은하라고 부르면 되지.”
“대중이 업계에 대해 모르는 만큼, 플레이어 업계는 보이는 게 전부야. 너도 플레이어였으면서 다 잊었니? 어떻게 포장하는지에 따라서 저 애 가치가 변화하는 거라고.”
“하긴, 그건 그래.”
이제는 몇 차전인지 모르겠다.
신서영은 슬슬 끝나갈 기미를 보며 김유진의 말에 동의했다.
“아카데미의 잠룡. 누가 붙였는지 나쁘지 않은 이름이기는 한데 너무 긴 게 흠이네….”
“우리 그냥 은하라고 부르자, 얘. 어차피 쟤가 플레이어가 될 때에는 언론에서 여러 이명을 토해낼 텐데 뭘 그런 걸 고민하고 그러니?”
“하긴….”
그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김유진은 꼬고 있던 다리를 풀어서 자세를 바로 했다.
그러고는 홀로 중얼거리기를.
“아카데미가 괴물신인을 두 명이나 배출했네. 한 명은 4년은 묵혀놔야 하겠지만….”
괴물신인.
류연화의 이름만 알고 있던 이들은 이날 머릿속에 한 명의 이름을 더 추가했다고 한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3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