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380
어느 정도 고기로 배를 불린 뒤에 레크리에이션 시간을 가졌다.
민지와 은혁이 게임을 준비했는데, 테이블끼리 경쟁하는 게임이었다.
캐치 마인드.
민지나 은혁이 단어를 제시한 것을 테이블 대표자가 그림으로 그려서 팀원들에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팀원들은 제한시간 안에 맞혀야만 했다.
제한시간 동안에 가장 많이 맞춘 테이블이 상품을 얻는 형식이었다.
“…사람인 것 같은데?” “남자야, 여자야?”
게임을 진행하면서 의외로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들이 있었는가 하면, 그림에는 영 소질이 없는 사람들도 있었다.
대표주자가 배수빈이었다.
자신이 그림을 그리겠다고 하면서 당당하게 테이블 대표자를 지원한 그녀는 팀원들을 향해 화이트보드를 보여주고 있었다.
“사람 맞아. 이것도 모르겠어?” “”””…….””””
“제한시간 이제 얼마 안 남았어! 너희 또 패스할 거야? 패스할 거면 얼른 말해줘!”
“안 돼. 이건 꼭 해야 해. 우리는 이걸로 갈 거야.” “”””…….””””
“이것만은 꼭 맞혀야겠어.”
배수빈은 독불장군이었다.
벌써 단어 4개를 패스했다.
제한시간은 거의 끝나가고 있었고, 그녀의 테이블에서 지금까지 정답은 나오지 않고 있었다.
“…하양아. 저게 뭔지 알겠어?”
“음…, 그러게. 대체 뭘까.”
다른 테이블의 캐치 마인드는 모두 깔깔거릴 수 있는 게임이었건만.
배수빈의 사람인지 괴물인지 모를 그림은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를 미궁에 빠뜨렸다.
같은 테이블이 아닌 은하와 하양도 머리를 맞대며 그림의 정체가 뭘지 수군거렸다.
“특정인물을 말하는 것 같은데…,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는 걸로 봐서 범인인 건가?”
어느새 다른 테이블에 있던 이들도 그림의 정체를 밝히려 하고 있었다.
유도준은 턱에 손을 괸 채로 끙 소리를 냈다.
그러고는 나직이 덧붙였다.
“사건을 몰고 다닌다는 명탐정 왈, 진실은 언제나 하─.”
“─아! 아! 아! 나 알 것 같아!”
그때 어느새 제 몫인 것처럼 연신 머리를 싸매고 있던 바보가 한 명 있었으니.
유도준이 중얼거린 말을 기민하게 주워 담아서 무언가를 번쩍 떠올린 진파랑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꼬랑지를 이리저리 흔드는 모습이 꼭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다달라고 말하고 있는 듯했다.
“안 돼. 빙구 오빠는 다른 팀이잖아. 그리고 아까부터 손을 들던데, 오빠, 팀이 뭔지도 모르지?”
“아, 몰랑! 나 정답이 뭔지 알 것 같단 말이야! 제발 나 좀 시켜줘!”
“어휴…, 오빠 때문에 귀청이 다 떨어지겠네. 좀 조용히 해.”
민지는 얄짤 없었다.
애처럼 떼를 쓰는 진파랑을 무시한 그녀는 수빈의 테이블에게 시선을 던졌다.
손을 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제한시간이 끝나가고 있었다.
“…민지야, 힌트라도 줄까?”
“…어쩔 수 없네.”
하나도 맞추지 못하면 괜히 저기만 분위기가 침울해질 수 있다.
은혁의 귓속말을 받은 민지는 결국 어쩔 수가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수빈에게 그림을 수정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로 했다.
“됐다. 다 그렸어. 이제는 알겠지?” “”””…….””””
10초라는 추가 시간이 주어지고, 배수빈은 5초만에 그림을 수정했다.
그녀가 만면의 미소를 띤 얼굴로 화이트보드를 보여주었다.
머리에 뿔이 나 있었다.
무섭게 삐져 올라갔던 눈매는 더욱 보강되어 있었다.
이제는 사람인지 도깨비인지 알 수 없을 지경이었다.
쟤 진짜 뭘 그린 거지?
저렇게 생긴 것이 세상에 어디에 있다는 건지….
자신의 팀 일이 아니었다.
플라스틱 의자에 몸을 기댄 은하는 팔짱을 끼고는 혀를 끌끌 찼다.
아마 꼴등 벌칙은 거의 확실하게 배수빈의 팀이 받게 되리라.
“─나.”
바로 그때.
싫은 티를 내면서 파티에 참석한 호시미야 카에데가 손을 올렸다.
그동안 입을 다물고 있던 그녀가 설마 이 타이밍에 발언을 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민지도 한 박자 늦게 반응해서는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었다.
이윽고 자리에 있던 이들의 이목을 한 몸에 받게 된 호시미야 카에데가 입을 열었다.
“─노은하.”
“”””…….””””
뜬금없이 튀어나온 이름.
이름이 불린 노은하는 어이가 없어 그녀를 흘겨보았다.
저렇게 못 생긴 게 자신일 리가 없었다.
아무리 장난이라고 해도 저건─.
“─정답!”
“거 봐. 노은하랑 똑같이 그렸지?” “…뭐?”
은하는 그만 얼이 빠졌다.
반면에 배수빈은 에헴 하며 콧대를 높이 세우고 있었고.
“듣고 보니 정말 똑같은지도….”
“…진서나. 진심이야?”
“왜. 다시 한 번 보니까 은하 너랑 영락없이 똑같은 것 같구만. 근데 오른손에 쥐고 있는 게 검인 것은 알겠는데 왼손에 들고 있는 건 대체 뭐야?”
“…유도준. 내가 머리에 뿔이 돋아 있다고? 손가락이 세 개라고?”
“아…! 나 저게 뭔지 알 것 같아! 저거 숟가락 아니야!?”
“…차은우. 내가 언제 숟가락 들고 다니는 거 봤어?”
“이거 숟가락 맞아. 항상 먹는데 욕심이 많은 노은하를 형상화해서 그린 거야.” “…배수빈.”
즐기라고 하는 게임이었건만.
아니, 즐기는 게임이었기에.
은하는 절로 말려 올라가는 입가를 어찌하지 못했다.
마침 호숫가가 바로 옆에 있으니 배수빈을 빠뜨리는 장난도 즐거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에이, 참아, 은하야. 그냥 게임인 거잖아. 응?”
“하….”
정하양이 붙잡지 않았더라면 아마 배수빈은 또 다시 굴욕샷을 남기고 말았을 것이다.
은하는 한숨을 쉬었다.
그래, 너희들끼리 놀아라.
고기나 마저 먹기로 했다.
그러는 한편, 정하양이 어느 샌가 수빈이 그린 그림을 받아왔다.
“그거 사진으로 찍어서 뭐하게.”
“은아 언니한테 보내주려고.”
“안 돼. 누나한테 보내지 마.”
“치. 싫어. 보낼 거다, 모.”
스마트폰을 뺏으려 하는 은하.
그리고 스마트폰을 품 안에 넣으며 꺄꺄 비명을 지르는 정하양.
끝내 스마트폰 쟁탈전에서 승리한 하양은 파인톡으로 은아에게 그림을 보낸 모양이었다.
“근데 묘하게 닮은 것 같기는 해. 봐봐, 눈매가 이렇게 올라갔잖아.”
“재밌냐? 어? 재밌어?”
“응! 엄청 재밌는데?”
“허….”
손가락으로 동그란 눈을 치켜세운 하양이 은하를 쳐다보았다.
화를 내려다 은하는 그녀의 모습에 그만 웃음이 터졌다.
덩달아 그녀도 까르르 웃었다.
☆
아주 짧은 사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천서는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답은 분산이 아니라 몰빵이었다.
그래, 내가 내 분수를 몰랐지.
쟤네들 눈에는 내가 그냥 평범한 사람으로 보였을 텐데 나 혼자 너무 앞서나갔어.
괜히 서나와 은우에게 말을 붙였다 두 사람의 반감만 사고 말았다.
그는 진서나가 마지막에는 대놓고 싫어하는 얼굴을 드러냈을 때에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노은하 사단과 달리 유망주도 아닌 자신은 중등아카데미에서 이성에게 어필할 만한 요소가 없었다.
그러니 자신보다 잘난 사람들에게 정성을 쪼개어 나눠줄 것이 아니라, 한 사람에게 정성을 몽땅 퍼부어야 했던 것이다.
그래도 될지 안 될지 확신할 수가 없었건만.
괜찮아. 아직 되돌릴 수 있어.
겨우 한 번 가지고 기가 죽으면 안 되지!
이천서는 정신을 차렸다.
그러고는 장기자랑에 시선이 팔린 사람들의 얼굴을 면밀히 살폈다.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환하게 걸려 있었다.
한창 성대모사를 펼치는 강시형의 열연이 재미있는 모양이었다.
취이익! 취이익! 여기에서 나보다 잘생긴 오크 있음 어디 나와 보라고 그래! 취이익! 내가 강시취다!
“와우! 오크 강시취 멋있다!”
“은하보다 멋있다─!!”
“노은하 죽어라!!”
“”””꺄아아악─!!””””
“…너희들…. 하….”
이천서에게는 강시형의 성대모사가 뭐가 재미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긴 한숨을 흘리는 은하도 드문드문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
마치 흥미롭다는 듯이.
하지만 이천서의 흥밋거리는 일단 은하가 아니라 은하의 주변에 있는 여자들이었다.
배수빈은…, 안 돼. 성격이 그래.
카에데는…, 쟤는 혼혈이잖아.
민지는 가정이 평범한 것 같고….
서나는 아인이니까 그냥 버리자.
음…, 그럼 남은 사람은 이제…, 아까 기숙사로 실려 간 강예슬하고 하양이 수발을 들어주는 채연지하고 갤럭시전기의 직계 차은우인가.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건만.
이천서는 이상하게 귀에 파고드는 강시형의 성대모사를 중얼거리면서 자신이 공략할 여자아이들의 범위를 좁혀나갔다.
여기서 한 명으로 좁혀야 했다.
앞으로 장밋빛 길을 걷기 위해서.
…역시 하양이밖에 없어.
이천서는 은하의 옆에 앉아 있던 정하양을 주시했다.
앨리스그룹의 직계. 조사에 의하면 그녀는 다른 그룹의 직계들과 달리 다른 사람들에게도 친절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했다.
확실히, 자신의 멘토이기도 하는 정하양은 마음씨가 참 고왔다.
멘토와 멘티라는 이점을 살린다면 그녀와 자연스럽게 만날 수가 있는 방안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예뻤다.
은하는 이상하게 그녀에 입 안에 자꾸 먹을 것을 넣어주려고 하는데, 이천서 그가 보았을 때에는 지금이 제일 예쁜 것 같았다.
강예슬은 어디서 들은 말에 의하면 성격이 장난이 아니라고 했는 데다, 얼굴이 좀…. 그건 채연지도 그렇고.
은우도 참 예쁜데…, 내 감으로는 억지로 밀어붙이는 방식에 약할 것 같은데….
아냐,
이왕 몰빵할 거면 통 크게 앨리스그룹을 선택해야지.
암, 그렇고말고.
이천서는 조용히 주억거렸다.
사람들의 시선은 장기자랑을 하는 강시형에게 팔려 있었기 때문에.
이천서는 슬그머니 자리를 옮겨서 하양의 옆에 앉기로 했다.
그러고는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자 그녀에게 슬쩍 말을 걸었다.
“하양이 너는 장기자랑 안 해?”
“…어…? 으음…, 나는 잘하는 게 없어서 좀…. 천서 너는?”
“나? 나도 할 줄 아는 거는 없네. 우리 똑같다.”
“응, 그러게.”
가까이에서 보니 더 예뻤다.
은은한 향기가 나는 것 같았다.
자신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이니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
바로 그때였다.
“야, 하양아.”
“응? 은하야, 왜?”
“화장실 좀 갔다 오자.”
“…응? 너하고, 내가?”
은하가 불쑥 끼어든 것이다.
이천서는 은하와 눈을 마주치고는 반사적으로 흠칫 놀랐다.
등골이 바짝 서는 기분이었다.
뭐, 뭐지?
밤이라 그런지 쌀쌀했다.
부지불식간에 온몸을 타고 전해진 서늘함에 몸이 뻣뻣해졌다.
이상하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 여자인데?” “나도 너 여자인 거 알고 있거든.”
“그치만 화장실을 같이 가자니…, 이상하지 않아?” “이상하기는 뭐가 이상해. 화장실 앞에서 따로 헤어지면 되는 거지. 내가 길을 몰라서 그래.”
“치. 그래서 지금 날 네비게이터로 쓰시겠다?”
“가자. 정 네비.”
“너 이러려고 날 파티에 넣으려고 하는 건 아니지?”
“그래서 싫어?”
“아니…. 누가 뭐래?”
은하의 시선이 떨어지는 그때까지.
이천서는 등골을 곧게 편 자세로 굳어 있었다.
은하가 하양과 자리를 떠나고서야 겨우 숨을 쉴 수 있었다.
아무래도 은하하고 하양이가 보통 사이는 아닌 것 같아.
본능이 말하고 있었다.
이천서는 식은땀을 흘렸다.
아직 개선의 여지는 남아 있었다.
정하양은 건드리지 말자.
생각해보면 나한테는 너무 과분한 사람이었던 것 같아.
그러니까 차선책으로 차은우를….
이천서는 테이블 아래에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러고는 조금 전에 그랬던 것처럼 은근슬쩍 은우의 옆자리로 옮겼다.
마침 차은우가 쌈을 싸고 있었던 중이었다.
“아, 천서야.”
“고기 좋아하나봐. 나는 잘 먹는 사람이 보기 좋더라.”
“그래? 나도 잘 먹는 사람 좋아해. 아, 이거 먹어볼래? 맛있을 거야.” “어? 정말? 고마워?”
불쑥 쌈을 건네는 차은우.
이천서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혹시 그린라이트인가?
그러고 보니 조금 전부터 은우가 보내오던 시선이 예사롭지 않았다.
이천서는 마음속으로 실실거리며 입을 아 하고 벌렸다.
그녀가 순순히 쌈을 집어넣어줬다.
“어때? 맛있지?”
“응, 네가 주는 거라 정말 맛있다. 혹시 쌈 잘 싸는 법이…라아아아…도오오오….”
“응? 뭐라고?”
“…….”
생글생글 미소를 짓는 차은우.
반면에 이천서는 눈에 보일 정도로 얼굴에서 핏기가 빠져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얼굴이 창백해진 그는 입 안에 든 쌈을 삼키지 못했다.
안에 뭐가 들어 있는 거지?
분명 고기밖에 없었을 텐데.
그런데 낙지처럼 꿈틀대는 감각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이란 말인가.
그리고 머스터드 맛이 느껴지는데 어째서 혓바닥 위에서 고추장 맛이 깡충깡충 뛰는 느낌이 든단 말인가.
…안에 뭐 넣었어? “왜? 입에 안 맞니?”
이천서는 눈으로 의사를 전달했다.
차은우는 해석하지 못한 듯싶었다. 다만 미소를 띤 채로 어서 먹으라고 재촉하고 있을 뿐이었다.
까짓 거 먹어주지!
쌈 하나가 그린라이트를 좌우한다.
이천서는 솟아오른 용기에 힘입어 폭력적으로 쌈을 씹었다.
꿀꺽 삼켰다.
“…….”
그대로 정신이 혼미해졌다.
이천서는 플라스틱 테이블 위에다 머리를 처박았다.
놀랍게도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고 한다.
“─나이스.”
그리고 차은우는 살그머니 주먹을 위에서 아래로 내렸다.
☆
단순히 목소리에 마나를 실은 게 아니었다.
강시형의 목소리에는 무언가 힘이 담겨 있었다.
나도 모르게 목소리에 집중을 하고 있었어.
목소리에 호소력이 담겨 있었다.
은하는 그의 목소리에 담긴 힘에 관심을 보였다.
기프트 .
아마도 그의 목소리에서 호소력이 느껴진 이유는 그 때문이리라.
그렇게 흔한 기프트는 아닌데….
파랑이 형이 완전 홀린 걸 보면 꽤나 강력한 기프트인 것 같았어.
강시형에게 흥미가 생겼다.
아주 작은 흥미에 불과했지만.
머릿속에서는 강시형을 파티원으로 넣었을 때를 떠올리고 있었다.
“무슨 생각해?”
그러던 때였다.
하양이 볼을 부풀리고 있었다.
말없이 걷느라 삐진 모양이었다.
은하는 아무것도 아니라 말하려다 그녀에게는 강시형의 힘이 얼마나 귀에 와 닿았는지 묻기로 했다.
“하양이 너도 시형이 성대모사는 들어봤지? 어땠어?”
“음…, 나도 그걸 말하려고 했는데 뭔가 확 끄는 힘이 있는 것 같더라. 마나 저항력을 올리지 않았더라면 나도 파랑이 오빠처럼 오크 흉내를 냈을 것 같아.”
정하양이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가 답했다.
그것만으로 강시형의 이 얼마나 굉장한 건지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못내 아쉬웠다.
덩치만 컸으면 좋았을 텐데….
강시형이 너무 왜소해서.
은하는 속으로 혀를 끌끌 차고는 등 뒤를 돌아보았다.
“어?”
“은하야, 왜?” “…아무것도 아니야.”
저 멀리서 은우가 무언가 이상한 동작을 취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쩐지 알 것만 같았다.
은하는 자신을 따라 뒤를 돌아보는 하양에게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며 가던 길을 재촉했다.
─나이스.
여하튼.
인연은 어딘가에 있는 법이라는데.
그 말이 맞는 건지도 모르겠다.
은하는 입가를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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