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381
중등아카데미 3학년 1학기 종평이 고지되었다.
학생들은 북한산에서 사흘에 걸쳐 개인 서바이벌을 치른다고 한다.
몬스터를 쓰러뜨리는 것만 아니라 대인전도 펼쳐질 예정이라고.
그렇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부문을 전공하게 된 학생들은 수업 내용을 몸에 익히는데 매진했다.
개인 서바이벌인 이상, 믿을 것은 부문에 특화된 기술밖에 없었기에.
“…큭…!!”
“방패 더 높이 들어! 발에 힘주고, 앞으로 체중을 실으라니까!”
한편, 5월에 접어드니 부문 강의도 보다 실전 중심적으로 바뀌었다.
초급 방패술 교양에서는 호명당한 두 사람이 어태커와 디펜더가 되어 자웅을 겨루어야 했다.
디펜더는 마지막까지 방패를 들고, 어태커는 나무 몽둥이를 휘둘러서는 디펜더의 자세를 무너뜨려야 했다.
성적 평가는 교대로 역할을 교환해 누가 먼저 디펜더를 무너뜨리는지, 그것으로 결정되었다.
다시 말해, 오래 버티는 게 이기는 게임이었다.
…지겠네.
은하는 학생들 사이에 섞인 채로 모래먼지를 날리면서 힘을 겨루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덩치가 산만한 남학생이 강시형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남학생의 앞에서 방패를 들고 있는 강시형은 난쟁이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이야 어찌어찌 버티고 있지만 남학생이 몽둥이를 휘두를 때마다 강시형이 뒤로 밀리고 있었다.
“와…, 시형이 진짜 짠하다. 봤어? 방금 발이 땅에서 떨어지려 하니까 당황하는 거.”
“…봤어, 나도.”
시형의 모습을 실황으로 중계하는 이천서.
은하는 옆에서 재잘재잘 말을 거는 그를 무시하며 강시형의 고군분투를 지켜보았다.
확실히 조금 전에는 위험했다.
기회를 엿보러 변화를 가하려다가 그만 방패째로 날아오를 뻔했다.
“다른 사람들 반응 좀 보고 왔는데 다들 시형이가 불쌍하다 그러더라. 하필이면 여기서 키가 제일 큰 애랑 붙게 되었다고.”
이천서의 말이 맞았다.
키가 제일 큰 남학생과 제일 작은 강시형의 대결.
주변을 훑은 은하는 학생들 모두가 시형의 패배를 의심치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야! 그만 하고 나와! 넌 충분히 잘했어! 네가 작아서 그런 거야!”
“시형아! 그만 포기해라! 어차피 뭘 해도 네가 진 거라고!”
짓궂은 사람들 중에는 그의 분투에 야유를 퍼붓는 이들도 있었다.
주로 체격이 큰 사람들이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도저도 못하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 체격을 이유로 가디언 부문에서 어느 정도 대우를 받게 된 이들이었다.
그래봤자 은하 눈에는 차지도 않는 사람들이었지만.
“시형이…, 저녁마다 은하 너하고 수련한다고 그렇게 으스대더니…. 애들이 벼르고 있었을 만하지.”
“…걔가 으스댄 적 있어?”
“그럼. 당연하지.”
결국 강시형이 뒤로 밀려났다.
상대방은 흡족한 얼굴을 보이고는 저돌적으로 그에게 달려들었다.
은하는 숨을 쿨럭 토하면서 버티는 강시형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팔짱을 낀 이천서가 비밀이라는 듯 그에게 귓속말을 했다.
“며칠 전에 은하 너 없는 수업에서 애들이랑 시비가 붙었었거든. 그때 시형이가 욱해서 은하 너한테 따로 교습을 받는다고 떠든 적이 있어.”
“그래서?”
“다들 너랑 친해지고 싶어 하는데, 시형이는 네 멘티이지, 그런데다가 따로 훈련까지 봐준다고 들으니까 쟤네들이 안 부러워하겠어?”
이천서가 신이 나서 이야기했다.
그 말을 들은 은하는 저들이 너무 한심해서 눈살을 찌푸렸다.
지들은 밤늦도록 훈련도 안 하면서 시샘을 부리냐.
어이가 없었다.
은하는 특별한 재능 하나 없으면서 더군다나 노력도 하지 않는 사람을 극도로 싫어했다.
그런 사람들이 훈수까지 두려 하면 더더욱.
강시형에게 조언을 빙자로 욕하고, 그를 비난하려 하는 이들의 모습이 딱 그 꼴이었다.
“근데 솔직히 시형이는 가디언이랑 안 어울리지 않아?”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시형이 쟤는 체력 하나는 좋아도, 다른 조건이 워낙에 좋지 않잖아. 키도 작은데 체격도 왜소해서 힘이 달리잖아. 게다가 은하 네가 저번에 시형이는 체내 마나도 얼마 없다며? 가디언하고는 안 맞지 않아?”
“…안 맞기는 하지.”
“그렇지?”
은하는 이천서의 말을 긍정했다.
그가 자신에게 손을 들어주었다고 생각한 것인지.
이천서는 콧대를 세우며 으스댔다. 그러고는 자신은 학년 내에서 꽤나 키가 큰 편에 속하는 한편으로 힘도 보통이 아니라며 자랑했다.
은하는 귀담아듣지 않았다.
강시형이 땅바닥에 드러누웠다.
시형의 배 위로 올라탄 상대방이 몽둥이를 신나게 내리쳤다.
“그만! 둘 다 그만해!”
땅에 드러누운 시점에서부터 이미 그에게 재기의 가능성은 없었다.
교관은 이제는 방패를 뒤집어쓰고 초라하게 자신을 지키는 강시형에게 달려갔다.
이를 너무 세게 악물었는지.
방패로 방어했는데에도 입가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외에도 강시형의 꼴은 그야말로 말이 아니었다.
흙이 묻지 않은 데가 없었다.
“쯧…, 그러게 진즉 포기를 하지. 겉보기에도 저런 걸 보면 옷 안에는 아주 멍이 들어 있겠어. 나였다면 잘 방어할 수 있었을 텐데….”
“이따가 은우한테 부탁해야겠네. 치료 좀 해달라고.”
“어? 은우한테 부탁할 생각이야? 여윽시 노은하라니까! 자기 사람은 확실하게 케어해준다 이거지?”
이천서가 뭐라고 하든 말든.
은하는 학생들 사이를 빠져나오며 강시형에게 걸어갔다.
그와 눈을 마주친 강시형의 얼굴이 일그러지려하고 있었다.
악에 바쳐 버티고 버텼는데도 결국 꼴사납게 패배한 자신이 부끄러운지 고개를 들려하지 못했다.
가디언이랑 안 맞기는 하지.
은하는 고개를 숙인 채로 지나가는 강시형을 보고는 조금 전에 읊조린 말을 떠올렸다.
강시형은 가디언과 맞지 않았다.
이전이었다면 확실하게 말할 수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확실하게 말할 수가 없어졌다.
애매하고 모호했다.
불확실했다.
안 맞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영 안 맞는 건 아니란 말이야.
은하가 보기에 강시형은 작은 대신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깡다구를 가지고 있었다.
체력은 좋았으며, 몸놀림도 빨랐다. 체내 마나는 적당한 편에 속했다.
무엇보다도 그에게는 가디언에게 적합한 기프트가 있었다.
물론, 기프트는 쓰기 나름이었지만.
적어도 은하가 바라는 가디언에서 제일 가까운 위치에 있었다.
이천서보다도 더욱.
“시형아.”
“…….”
은하는 자신을 지나치는 강시형을 불렀다.
뒤에서 그가 걸음을 멈춘 듯했다.
은하는 초라한 행색을 하고 있을 그를 돌아보지 않고 걸음을 앞으로 내딛었다.
“내가 중요한 거 하나 알려줄게. 잘 보고 있어.”
대답을 기다릴 생각은 없었다.
은하는 그대로 학생들에게 싸인 채 시형을 이기고 의기양양해하고 있는 남학생을 찾았다.
“”””…….””””
학생들이 눈치를 살피다 물러났다.
은하는 자신보다 머리 두 개나 큰 남학생을 올려다보았다.
처음에 그의 시선을 받은 남학생은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나 남학생은 곧 자신이 인정을 받았다고 생각한 것인지 겸연쩍은 미소를 지었다.
“으, 은하야, 왜…?”
한껏 기대가 담겨 있는 시선.
은하는 여전히 입을 다물었다.
남학생을 위에서부터 아래로 훑은 그는 교관을 휙 돌아보았다.
“교관님.”
“어, 그래, 왜 그러냐.”
“얘랑 게임하고 싶은데요.”
“…뭐?” “얘랑 붙어보고 싶다고요.”
교관이 입을 뻥긋거렸다.
뜬금없이 무슨 소리냐는 것인지.
하지만 은하는 퉁명스러운 얼굴로 교관의 눈을 쳐다보았다.
대답해줄 때까지 거두지 않겠다는 의사표현에 교관은 끙 소리를 냈다.
아카데미에서 은하의 위치는 매우 특별했다.
031기는 비극의 기수라 불리우고 있었다.
그리고 ‘비극’이란 이미지를 쇄신할 유망주가 바로 노은하였다.
게다가 그는 시리우스
그룹으로부터 직계에 가까운 후원을 받고 있었고, 류연화와 대등한 실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후…. 좋아. 대신 상대방 의사도 확인을 해봐야지.”
“네, 그건 그러네요.”
만약 은하가 패악을 부린다면.
아카데미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재앙이 일어날 것이다.
교관들에게 이제 노은하란 인물은 최가인 다음으로 요주의 대상이 돼 있었다.
아니, 교관에 따라서는 최가인보다 더 주의가 필요한 망나니로.
끝내 교관은 그의 조언을 조건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때? 나랑 한판 붙어볼래?”
“…은하 네가 그렇게 하자고 하니 당연히 그래야지. 살살 좀 해주라.”
아무래도 남학생은 단단히 착각을 한 것 같았다.
은하가 자신의 실력을 확인하고자 대련을 하자고 제안한 것이라고.
광대가 승천할 듯이 미소를 띄운 남학생은 은하의 제안에 흡족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 보고 있어.
그러거나 말거나 은하는 저 멀리서 자신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중인 강시형에게 무언으로 말했다.
☆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어느새 교관까지 은하를 흥미롭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을 받은 은하는 먼저 어태커를 선택했다.
“─커헉─!!”
“”””…….””””
지금 이 순간.
이 게임에서 꼴찌가 정해졌다.
게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남학생은 방패를 든 채로 저 멀리 나가떨어졌다.
자리에서 뛰어오른 은하가 옆으로 몽둥이를 크게 휘둘렀다.
겨우 그것만으로.
남학생은 쿨럭쿨럭 기침을 토하며 바닥에 자빠진 것이다.
자신의 키보다 한참 작은 방패를 껴안은 남학생은 벙찐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다릿심이 부족하네.”
“…….”
“시형이는 잘만 버티던데.”
그 순간.
남학생의 얼굴이 새빨게졌다.
눈가에 힘을 준 남학생이 일어나며 은하의 앞에 섰다.
“그러는 너는 얼마나 잘하나 보자. 뭐? 강시형이 이걸 막아내? 네가 쟤 멘토라고 옹호해주려고 하는 걸 내가 모를 줄 알고?”
“마음대로 생각해.”
남학생이 적의를 띄었다.
그를 마주한 은하는 코웃음을 치며 그의 분노를 흘려버렸다.
사람들 사이에 긴장감이 흘렀다.
싸한 분위기가 주변에 감돌았다.
“역할 교대를 시작한다! 실시!”
그러는 상황에서 교관이 큰 소리로 학생들에게 외쳤다.
은하와 남학생은 서로가 쥐고 있던 몽둥이와 방패를 교환했다.
“두고 봐. 맞고 울지나 마라.”
“강시형. 잘 보고 있어.”
은하는 남학생의 목소리에를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바로 뒤에 서 있던 강시형에게 말을 붙이는 대담함을 선보였다.
남학생의 얼굴이 노기에 휩싸였다. 몽둥이를 쥔 손에 울긋불긋 핏줄이 돋아났다.
대련을 시작하기부터 소리를 내며 몽둥이를 휘두르는 모습에 학생들이 겁을 집어삼켰다.
일반적으로 키가 큰 사람은 힘도 무시할 수 없었다.
“─시작!”
이윽고 시작 신호가 들리고.
어느 정도 떨어져 있던 남학생이 성난 들소처럼 달려들었다.
은하는 방어자세를 취했다.
자신보다 한참이나 큰 남학생이 머리 뒤로 꺾은 몽둥이를 내리쳤다.
빠직
몽둥이가 내려오는 방향을 읽어낸 은하는 방패를 비스듬히 올렸다.
거센 소리가 일었다.
나무 방패가 찌그러졌다.
무릎을 굽혀 공격을 막아낸 은하는 큭 소리를 내며 이를 악물었다.
반면에 남학생은 입가를 벌리고는 호탕하게 웃었다.
“봤지? 이래도 그런 말이 나와?”
“뭐래?” “뭐? 악…!”
은하는 히죽 웃었다.
몽둥이와 나무방패.
힘겨루기를 시작한 은하는 곧장 남학생의 무릎을 걷어찼다.
남학생이 화들짝 놀랐다. 갑작스런 충격에 그가 뒤로 물러났다.
“이게─!!”
그러고는 다시금 달려들었다.
은하는 방패로 얼굴을 보호하면서 몽둥이가 지나가는 흐름을 그대로 흘려보냈다.
중요부위만 지키면 된다.
공격 전체를 막을 필요는 없었다. 흘려보낼 것은 흘려보내면 될 뿐.
지키는 게 다가 아니야.
가디언의 핵심은 지키는 것이다.
하지만 은하는 사람들의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가디언의 핵심은 버티는 것이다.
얼마나 오랫동안 공격을 버텨내며 파티원이 살 수 있는 길을 만드는냐 그것이 바로 가디언이 가져야 하는 자질이라고 생각했다.
은하는 둔하게 움직이는 남학생을 투우를 하듯 연이어 피해냈다.
그리고 남학생의 자세가 무너지는 틈을 노려 방패로 후려쳤다.
설마 공격을 받을 것이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는지 남학생의 눈이 커졌다.
“이, 이건 반칙이…!”
“핵심은 버티는 거라니까?”
은하는 변명을 하듯 외치는 그에게 피식 웃음을 날렸다.
그러고는 방패로 머리를 가린 다음 남학생의 배때기에 머리를 박았다.
발끝에 마나를 실은 덕분에 은하는 남학생을 뒷걸음질 치게 할 수 있었다.
다시금 남학생의 자세가 무너졌다. 복부의 고통을 호소한 그가 그대로 몸을 숙인 것이다.
“시형아. 봐라.”
그리고 은하는 이때를 기다려─.
“─공격은 최선의 방어인 거야.”
나무 방패를 수직으로 세워서는, 남학생의 등허리에 내리찍었다.
남학생이 고통에 찬 소리를 냈다.
지키는 방식은 여러 가지인데 왜 그걸 한 가지로 제한하려고 해?
가디언 혼자 싸우는 것도 아닌데. 상대가 오로지 나한테 관심을 끌게 유도하게 만드는 어그로 관리능력도 가디언의 자질이라고.
“”””…….””””
남학생이 기절했다.
은하는 후련하게 긴 숨을 흘리고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학생들이 황당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방패로 막는 기술만 배운 학생들은 설마 방패로 때릴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한 듯싶었다.
그것은 강시형도 마찬가지인 듯, 좀처럼 입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이내 그가 띄엄띄엄 입을 놀렸다.
“그건 너밖에 못할 것 같은데….”
은하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기는 했다.
무거운 방패를 들고 잘도 뛰면서 상대의 공격을 유도한 것이었으니.
은하는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하면 돼. 안 되면 되게 해야지.”
“…너 꼰대니?”
강시형은 눈치를 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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