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393
살아 있는 신화라고 알려져 있는, 전 십이좌였던 남궁성운이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그가 자리에서 물러나는 그날까지 언제나 영웅이란 본분을 잊지 앉아서였다.
비록 그가 십이좌였다고는 하나, 그는 어디까지나 마나관리기구에다 적을 두고 있었을 뿐, 정치가로서는 행동하지 않았다.
그가 창을 휘두르는 이유는 오로지 국민들을 지키기 위해서였을 뿐.
그렇기에 사람들은 그를 추앙했다.
신서영이 로 추앙된 이유도 비슷한 맥락에서 기인한다.
영웅이 영웅으로서 남았기에.
단지 그뿐이었다.
“…이것들이 지금 나를 뭐로 보는 거야!”
따라서 단군 클랜로드 장봉전의 패인은 간단했다.
영웅이 자신의 길을 벗어났다.
그것으로, 국민들의 눈에 장봉전은 힘의 논리로 세상을 지배하려 하는 독재자로 비치게 되었다.
장봉전의 상황이 딱 그 꼴이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원주 외에 다른 지역에서도 더는 정기호위를 의뢰하지 않겠다는 공문이 내려왔습니다.”
장봉전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는 행정관에게 화를 냈다.
그가 단군그룹의 회장이 되겠다는 성명을 발표한 이후.
여론은 그에게 적대적으로 변했다.
그와 오랜 관계를 맺어온 사람들은 하나둘 연을 끊어가고 있었다. 괜히 그와 엮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단군클랜에 입단해 있는 플레이어들 중에서 탈퇴를 하겠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었다.
“또…, 모라율 플레이어가 클랜을 탈퇴하겠다고 난리를….”
“안 돼! 걔는 못하게 막아! 계약도 아직 한참이나 남았으면서 무슨….”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장봉전은 버럭 소리를 냈다.
행정관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 십이좌 모라율.
그녀는 단군클랜이 공을 들여가며 전략적으로 만들어낸 플레이어였다.
그만큼 복잡한 계약에 묶여 있는 그녀가 클랜을 탈퇴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더라도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그녀의 말을 마냥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지만.
클랜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클랜원 내부단속이나 잘해놔. 어차피 여론도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식을 테니까.” “네, 알겠습니다.”
장봉전은 자리에 앉으면서 한숨을 토했다.
깍지를 낀 두 손에 이마를 붙인 그는 자신이 얼마 전에 했던 짓을 깊이 후회했다.
그렇지 않아도 의정부 탈환전에서 단군클랜에 대한 이미지가 상당히 깎이고 말았건만.
“…연금공단 이 개자식들….”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하고 억울해, 그는 이를 빠득 갈았다.
따지고 보면 국민연금공단이 그를 부추긴 일이었다.
국민연금공단의 지분을 이용한다면 단군의 회장이 될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꼬드겨놓고 여론이 바뀌니 자신들은 모른다는 것처럼 홀라당 나 몰라라 하는 것이었다.
그로 인해 단군클랜의 입지가 이리 위태롭게 된 것이다.
바로 그때, 전화가 걸려왔다.
“구연수? 이놈이 왜….”
레귤러스 클랜로드 구연수.
한껏 눈살을 찌푸린 장봉전은 이내 행정관에게 그만 돌아가 보라 손을 휘저었다.
그가 나간 것을 확인한 장봉전이 전화를 받았다.
[오, 지금 전화 받을 시간은 있나 보네요?]“…무슨 일입니까.”
구연수 특유의 익살맞은 소리.
장봉전은 대놓고 기분이 상했다는 어조로 대꾸했다.
전화 너머로 키득거리는 비웃음이 들려왔다.
이윽고 장봉전의 얼굴은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네? 지금 뭐라고요?”
[혹시 욕을 너무 많이 먹다 보니까 귀가 먹은 건 아니죠? 아, 그러니까 클랜전을 신청하겠다고요. 클랜전.]“…지금 무슨 소리입니까?”
이 상황에서 클랜전이라니.
절대로 안 된다.
장봉전은 정신이 아찔해지는 기분이었다.
반대로 레귤러스 클랜로드의 말은 여전히 가볍고 경쾌했다.
[단군 클랜로드. 내가 작년에 아마 그쪽 클랜원인 곽우혁 개삐리리가 우리 쪽으로 영입이 결정되어 있던 노은아 플레이어에게 위해를 가하려 했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제가 그놈 감봉했잖아요.”
이제는 반말이다.
구연수의 말투가 거슬렸지만.
장봉전은 어떻게든 그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경어를 고수했다.
하지만 구연수는 그것조차 비웃듯 신랄한 말을 이어나갔다.
[─언제? 나는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우리한테 뭐 공문 보낸 거 있어? 마나관리국에다 공문 보낸 거는 있고?]“…아니, 이보세요, 레귤러스 로드. 우리 그때 구두로 합의했었잖아요. 왜 이제 와서 그러는 겁니까?”
[그러니까 누가 언제 그랬는데? 너 혹시 꿈꿨냐?]장봉전은 욱하는 심정을 참으면서 입술만으로 욕지거리를 퍼부었다.
그렇게 한 차례 호흡을 가다듬은 그가 최대한 살가운 말로 구연수를 설득하려고 했으나─.
[─왜, 쫄았냐? 야, 한 판 붙자고. 안 그래도 의정부에서 있었던 일로 언젠가 제대로 항의를 하려 했는데 지금 하면 되겠네.]“…이러는 저의가 대체 뭡니까?”
[저의는 무슨…. 네가 X같아서지. 야, 내가 너 명왕클랜한테 클랜전을 걸은 것도 모를 줄 알았냐?]“…….” [명왕클랜의 일이 뭔 상관이냐고? 내가 그쪽 클랜로드랑 아주 친해서 이러는 거다.]
“…….”
[사실 뻥이야. 우리 같은 로드들이 뭐 이런 일로 우정을 따지겠어.]“…야이씨! 대체 뭐하자는 짓이야!”
더 이상은 못 참겠다.
장봉전은 더는 참지 못하고 욕설을 쏟아냈다.
그러자 스마트폰 너머로 낄낄대는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숨을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 듯한 낄낄거림이 끝났을 때─.
[─이 바닥이 원래 그렇지 않나? 약하면 잡아먹히는 거지, 뭘 그래. 근데 네가 이번에 아주 대형 사고를 쳐버렸네? 너 같으면 이런 기회를 놓칠 것 같아?]“레귤러스 클랜로드. 아니, 구연수 플레이어. 저희 같은 이들이 싸우면 국가에 큰 피해를 야….”
[응, 그런 거 없어. 너희들 족치면 거기서 얻는 명예는 우리가 먹고, 부는 국민들에게 나눠주면 돼.]“…….”
[아무튼. 이따 정식 공문 보낼게. 명분은 아까 말했다시피 그런 거고, 추가적으로 몇 개 더 붙였다. 그럼 전국 지점에서 열리게 될 클랜전을 기대하고 있으라고!]분위기와 다른 가벼운 목소리.
장봉전은 전화가 끊긴 스마트폰을 쥔 채로 넋이 나갔다.
그가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서는 상황을 모면하는 방법을 찾으려고 했으나.
“…명왕 클랜로드?”
[오랜만이네. 잘 지내나 보지?]이번에는 명왕 클랜로드 도완준이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기시감을 느낀 장봉전은 침착하게 전화를 응대하려 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쥐고 있는 손은 이미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도완준 플레이어. 오랜만입니다. 바쁘신 와중에 이리 전화를 주….”
[칼빵은 너희가 먼저 넣었지. 나는 그걸 알면서도 지켜보는 것 밖에는 어찌할 수 없었고. 너희들 때문에 우리 애들이 몇몇 죽어나갔는데도, 말이야.]“뭔가 오해하시는 것 같은데….”
[뭐, 이 바닥이 원래 그런 거니까. 겉으로는 서로 손을 잡고 있어도, 속으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르는 법인 거겠지.]“아닙니다. 오해입니다. 지금 제가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
[구차한 변명은 됐고, 클랜전에서 보면 되겠네. 공문 보냈다.]“…….”
전화가 끊겼다.
단군 클랜로드 장봉전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스마트폰을 떨어뜨렸다.
그의 얼굴에 짙은 낭패감이 어렸다.
☆
플레이어 업계는 단군클랜에 대해 보복조치를 가했다.
자칫 잘못하면 다른 플레이어들도 여론의 몰매를 맞을 수 있던 상황이었다.
국내에서 S등급으로 평가를 받는, 단군클랜을 제외한 여섯 클랜에서는 앞으로도 성실히 국가를 수호하는 임무를 다할 것이라며 발표했다.
이어, 레귤러스클랜이 단군클랜에 클랜전을 신청했다.
그밖에 명왕클랜, 신라클랜 등등 여러 클랜들이.
“…곽우혁이 그랬단 말이지?”
레귤러스클랜이 클랜전을 신청한 명목상의 이유는 곽우혁이 노은아를 해하려는 정황이 포착되었다는 것.
또한 단군클랜의 몇몇 행보로부터 레귤러스클랜 차원에서 좌시할 수 없는 사건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유야 어쨌든, 레귤러스클랜에서 이번 사태를 철저히 이용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은하는 이를 갈며 인터넷 뉴스를 둘러보고 있었다.
“내가 이 새끼를…. 아주 그냥….”
자신의 누나가 다칠 뻔했다.
처음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은하는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른다.
당황함 뒤에는 분노가 찾아왔다.
은아로부터 자신은 괜찮다는 말을 한 시간 내내 듣지 않았더라면 그는 정말 무슨 짓을 저질렀을지 몰랐다.
다행히 혹시나 해서 병문안을 온 신서영이 돌아가는 상황을 설명해서 분노를 억누를 수 있어서 망정이지.
그렇다고 하더라도 레귤러스클랜의 방식이 그리 마음에 드는 건 아니란 말이지.
클랜로드로서 합리적인 판단이었을지는 몰라도….
곽우혁에 대한 처분은 구두 상으로 오래 전에 끝난 일이었다.
허나 레귤러스 클랜로드 구연수는 시치미를 떼고 그것을 아예 없었던 일로 만든 것이다.
간사하고 얌체 같은 사람이었다.
어찌 보면 머리 좋은 사람이었고.
그럼에도 은하는 구연수의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은아를 걸고넘어진 셈이었으니까.
레귤러스클랜.
앨리스그룹의 후원을 받고 있어서 좋게 보고 있었는데 안 되겠어.
은하는 혀를 쯧쯧 찼다.
마음속으로 레귤러스클랜에 대한 평가를 대폭 하향하면서.
이제는 가 클랜로드로 있는 블레이즈클랜과 거의 비슷한 위치를 점하게 되었다.
“뭘 그렇게 보는 거야?”
“이거? 레귤러스클랜 소식.”
“아, 그거. 안 그래도 할아버지가 거기 클랜로드를 엄청 혼을 냈다고 하더라.” “어, 정말?” “응. 명분이야 얼마든지 만들 수가 있는데 왜 은아 언니 일을 명분으로 만든 거냐고. 이런 식으로 한다고, 은아 언니가 계속 레귤러스클랜에 남아 있을 것 같냐면서.”
오늘도 정하양의 기분을 풀어주러 은하는 그녀와 저녁을 먹고 있었다.
고개를 내려 스마트폰을 보고 있던 그는 화장실에서 돌아온 그녀에게 뉴스기사를 보여주었다.
그제야 그녀가 생각이 났다는 듯이 말을 꺼낸 것이다.
“그래서 레귤러스 클랜로드가 아까 은아 언니한테 사과하러 간댔어.”
“그래?”
사실, 구연수가 은아를 들먹였던 속뜻으로는 사람들이 은아가 완전히 레귤러스클랜의 사람으로 인식하게 하는 것에 있었다.
그래야 그녀를 붙잡기 용이하기에. 또한 그녀를 붙잡아야만 류연화와 한창진을 붙잡을 수 있었기에.
하양에게 그 말을 들은 은하는 곧 혀를 내둘렀다.
거기까지는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면 하양이 네가 생각했을 때, 단군클랜은 어떻게 될 것 같아?” “음…, 아마 해체는 안 될 것 같아. 클랜등급이 떨어질지는 모르지만, 마나관리기구에서 적당한 시점에서 그만하라고 끼어들지 않을까?”
잠시 생각에 잠겼던 하양.
그녀는 이내 자신의 생각을 내놓고 스푼으로 젤리를 떴다.
젤리가 마음에든 것인지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은하는 자신의 몫까지 내주었다.
“지금 단군그룹의 상황이 그런데, 단군클랜까지 그러면 그룹이 진짜 해체될 수도 있어.” “하긴…, 그렇겠지.”
그녀의 생각이 맞기는 했다.
은하는 그간의 상황을 돌아보고, 선녀정부가 단군그룹이 존속하도록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룹들이 너무 힘을 가지지 않게, 그러면서 단군그룹을 약화시키도록.
그동안 움직이고 있지 않던 정부는 시리우스그룹이 단군마켓을 인수한 시점에서부터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년이면 단군그룹의 재계순위는 못해도 10등, 그것보다 더 밑으로 떨어지겠지.
플레이어 부문에서 지배력을 지닌 단군그룹은 이제 여러 그룹에 의해 뿔뿔이 나뉘어졌다.
단군그룹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사업체는 모두 여섯 개였다. 그중, 단군철강과 단군클랜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네 개의 사업체를 잃어버린 것이다.
단군생명은 영원생명에게.
단군유통은 앨리스라이프에게.
단군마켓은 시리우스물산에게.
단군연구소는 마나관리기구에게.
이로써 플레이어와 연관된 시장이 격변기에 처하게 됐다.
단군의 독점체제가 끝이 났다.
“앞으로…, 많은 게 변하겠어.” “그건 아카데미도 마찬가지야.” “아카데미는 왜?”
“그동안 홍진우 선배랑 어울리던 사람들도 뿔뿔이 흩어지게 됐으니 당분간은 뒤숭숭해질 것 같아.”
“하긴, 그러겠네.”
은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비단 027&27기 학생들만 아니라, 단군그룹의 후원을 받고 있던 모든 학생들의 위치가 바뀔 것이다.
그녀는 벌써부터 그게 걱정되는지 은하가 준 젤리를 먹다 말고 한숨을 쉬었다.
“─있지, 은하야.”
그러고는 그녀가 입을 열었다.
은하는 그녀의 분위기가 바뀐 것을 알아차리고는 컵을 내려놓았다.
“나한테도…, 말해주면 안 돼?”
떨리는 듯한 목소리.
은하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시선을 피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녀가 말을 이었다.
“…서나가 KK제약에 들어갈 거란 이야기를 들었어.” “…맞아.”
“도준이는 전부터 은하 너랑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것 같았고.” “…맞아.”
“그럼…, 나한테도 이제 알려주면 안 돼? 네가 앞으로 뭘 할 건지…, 나도 알고 싶어.”
얼마 전에 유도준에게 들은 바가 있었다.
정하양이 그와 자신의 관계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다는 것을.
그때, 은하는 직감했다.
더는 그녀가 가만히 속아주지 않을 거라는 것을.
더는 감출 수 없는 거라는 것을.
“─말해주면, 따라올 거야?”
하지만 그 전에 물을 게 있었다.
중요한 사항이었다.
은하는, 잠시 텀을 두고 물었다.
그녀는 명확한 목적의식을 손에 쥔 유도준과 진서나와 다르게 아무런 목적의식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가 거절할 것을 염두에 두어야 했다.
“─응.”
“…….” “나 따라갈 수 있어. 따라갈래.”
하지만 그녀는 은하의 걱정과 달리 어떤 주저함도 보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이미 결심을 했다는 듯이.
더 이상 그녀의 눈에서는 흔들림을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흔들린 것은 은하였다.
“너하고 안 맞을 수가 있어. 아니, 이거 너하고 안 맞을 거야.”
“그래도 괜찮아.”
“…대체 이유가 뭐야?”
“이유?”
은하가 황당해하며 질문했다.
그리고 오히려 그가 당황한 것을 보게 된 하양은 이제 자신만만하게 입을 열었다.
“─널 더 알고 싶어. 이제 멀리서 보기만 하는 건 싫어.”
“…….”
“나도 도준이처럼, 서나처럼 네가 뭘 할지 가까이에서 보고 싶어.”
“…그래, 내가 졌다.”
은하는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지 않았다.
여기서 깊이 추궁하게 된다면 더는 그녀의 마음을 모른 척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지막하게 탄성을 터트린 은하는 두 손을 들어 올리면서 항복신호를 보냈다.
“치.”
“치는 뭐가 치야. 내가 치다.”
반면 그녀는 못내 아쉽다는 듯이 장난스럽게 볼을 부풀렸다.
은하는 이번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의 애교를 받아쳤다.
“이제 그만 일어나자. 카페 가자.”
“어디로 가게? 위에? 아래?” “너는 어디가 좋은데?” “음…, 오늘은 위에서 마시고 싶은 기분이야.”
“그럼 위로 올라가자.”
은하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하양에게 장난을 걸었다.
그녀도 마냥 받아주지는 않았다.
두 사람은 아무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누면서 시간을 보냈다.
필시, 이다음에 나누게 될 대화는 마냥 가볍지 않을 테니까.
“대충 윤곽만 알려줄 거야.”
“전부 알려주는 게 아니었어?”
“미안한데, 그건 안 돼.”
“너어….” “서나도, 유도준도 그랬거든?”
“…좋아, 알았어.”
머지않아 1학기가 접어든다.
중등아카데미 학생으로 머무르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곧 6개월을 남겨둔 시점에서 두 사람은─.
“─너 삐진 거 아니지?”
“나 안 삐졌거든?”
친구에서 동지자(同志者)가 된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3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