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401
아인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전설이나 민담 속에서 나올 법한, 한때는 신비의 영역에 속해 있었던 그들의 존재가 세상에 인지된 것은 백년도 채 되지 않는다.
백년이 어디인가.
이 발발한 후 이제야 50년을 조금 넘었을 뿐이다.
온 세상을 뒤집어놓은 재앙에 의해 태어난 그들이 바로 ‘아인’들이었다.
따라서 아인은 어느 나라에서든지 사회적 소수에 해당하는 약자였다.
“클랜로드! 이건 해도 너무했다고 생각 안 하세요!?”
당연히 그들 중에서 ‘공식적으로’ 플레이어로서 활동하고 있는 아인은 더욱 적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아카데미를 나오지 않은 채로 비공식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아인도 더러 존재하기는 했지만.
그들이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아인은 업계에서도 약자였다.
“어우, 귀청 떨어지겠네. 아무래도 오늘은 귀가 안 들리는 모양인 것 같은데. 어우 귀야….”
[벌써 세 달째란 말이에요, 세 달! 대체 임금은 주시겠다고 하셨으면서 저희 애들 왜 안 주시는 거예요!?]“…하, 자꾸 떽떽거리고 시끄러워 죽겠네, 진짜….”
단군클랜 텔레파시스트 명채현.
그녀는 아인인 동료들을 대신해서 단군 클랜로드 장봉전을 찾았다.
아인들의 임금 체불이 3개월이나 지속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단발성으로 활동한 아인 플레이어들의 체불이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그 친구들, 제가 어렸을 적부터 알고 지낸 애들이란 거 아시잖아요. 그런데 클랜로드가 어떻게 저한테 이럴 수가 있어요. 네? 제가 지금껏 클랜로드 말 안 들은 적 있어요? 안 그래도 우리 애들, 계약 비율이 다른 S급 클랜보다 좋지 않았어도 꾹 참고 있었는데…. 이건 정말로 너무하는 거 아닌가요? 지금 제가 얼마나 난처해졌는지 아시냐고요.”
“채현아…, 내가 전에 얘기했잖아. 요새 클랜 상황이 안 좋아서 걔네들 임금까지 신경 써줄 여유가 없다고 말이야.”
상반기에 단군그룹이 휘청거리고, 장봉전 본인이 괜한 망언을 해서는 단군클랜은 매우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있었다.
가까스로 클랜로드의 자리만 지킨 그는 그렇게 부끄러움도 모르는 듯 그녀를 설득하려고 했다.
하지만 개소리가 그녀에게 먹힐 리 없었다.
“제가 여기서 몇 년을 있었는데요. 클랜에 유보자금이 있는 것도 제가 모를 줄 아세요?” “야! 유보자금은 그런데다가 쓰는 자금이 아니라니까!”
“설사 그렇다고 해도, 우리 클랜이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돈이 나올 구석이 없는 것도 아니잖아요. 근데 정규직에 비해서 얼마 되지도 않는 돈도 안 주겠다는 거잖아요, 지금.” “야! 내가 언제 안 주겠다고 했어? 지금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까 당장 줄 수가 없다는 거 아니니….”
장봉전의 언론 플레이에 실망해서 단군클랜을 떠난 플레이어들의 수가 상당했다.
클랜에 오랫동안 몸을 담근 그녀는 떠나가는 플레이어들을 설득하고, 특히 아인 플레이어들을 달래면서 클랜을 안정시키는데 기여했다.
또한 그녀는 일시적으로 부족해진 인원을 충당하기 위해서 아인들에게 힘을 빌리기도 했다.
그런데 장봉전이 클랜이 안정되자 입을 싹 닫고서는 어물쩍 넘어가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명채현은 깊은 배신감과 실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다음 달…. 다음 달에는 내가 꼭 줄 테니까 밑에서 시위하는 애들 좀 돌려보내주라.”
“…후….”
명채현은 한숨을 쉬었다.
손을 모아 잘못했다는 시늉을 하는 그에게서 진정성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그를 닦달하는 것 외에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결국 그녀는 물러서야 했다.
“그리고 밑의 애들이 내년부터는 계약 비율을 조금만 조정해달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채현아, 클랜 사정 알고 있잖냐. 우리 내년에는 A가 아니라 B급으로 떨어질지도 모른다니까? 걔네들한테 쥐어줄 돈이 있는 줄 아냐고.” “…….”
“네가 애들 잘 달래주라. 솔직히 우리 대우가 나쁜 것도 아니잖아.”
대우가 나쁜 게 아니다.
명채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사회적 시선을 받고 사는 아인은 플레이어 업계가 아니면 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플레이어 업계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결국 본인이 특출하지 않은 이상, 그들은 을의 위치로서 갑의 횡포에 휘둘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단군클랜은 악덕한 짓을 저지르는 클랜들보다 양호한 수준이었다.
S급으로 평가되는 클랜들 중에서는 대우가 좋지 않았으나.
“…알겠습니다.”
결국 지금의 삶에 만족해야 한다.
명채현의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그녀는 좌절감을 곱씹으며 클랜을 나왔다.
동료들의 얼굴을 볼 면목이 없던 그녀는 곧장 집으로 돌아가려 했다.
그리고 그날, 그녀는 플레이어들이 어린 아인들을 구타하고 있던 것을 목격했다.
“─…아….”
“별 그지 같은 게 나타나서는….”
“야, 얘 죽은 거 아니야?”
“아냐, 걱정 마. 내가 예전에 한 번 총을 쏜 적이 있는데, 그거 맞아도 얘네들은 잘 안 죽더라.”
“결국 죽기는 죽었다는 소리네.”
“이 정도로는 안 죽는다는 소리야. 에이씨, 간만에 스트레스나 풀려고 했더니 기분만 잡쳤네.”
아인은 신체능력이 뛰어나다.
당연히 치유능력도 뛰어나다.
그러다 보니 간혹 그것을 이유로 질 나쁜 사람들에게 공격을 당하는 경우가 있었다.
괴물에 대한 증오를 이유로.
단순히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그냥 장난삼아.
보호를 받지 못하는 어린 아인은 부당한 폭력에 노출되고는 했다.
“…아….”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다고.
명채현은 어린 아인들을 구하려다 플레이어들에게 공격을 당했다.
총상을 입은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그들을 보며 흐느꼈다.
우리가…, 너희한테 뭘 했는데….
끝내, 그녀는 눈을 감고.
그녀의 죽음이 방아쇠가 된다.
☆
중등아카데미에 재학 중인 아인은 1학년부터 3학년을 포함하여 모두 30명이다.
신분이 명확하게 검증된 상태에서 입학하는 그들은 수가 적은데다가 텔레파시를 쓸 수 있다는 특성상, 그들만 의무적으로 이수해야만 하는 수업이 있었다.
“어, 파랑아.” “응? 형이 여기는 웬일이래?”
중등아카데미 아인 의무이수교양 텔레파시스트 윤리학.
당연한 내용을 구구절절하게 들은 파랑은 짐을 챙기고 일어나려 하다 아는 얼굴을 발견했다.
“미안하지만 다음 수업이 없다면 잠시 내 말을 들어주지 않을래?”
고등아카데미 0
28기 김바우.
아카데미에 재학 중인 아인은 서로 어느 정도 교류를 하고 있었다.
각 학년마다 아인들의 대표가 있는 실정이기도 했다.
그러니 파랑을 비롯하여 학생들이 고등아카데미 3학년의 아인 대표를 맡고 있는 그를 모를 리가 없었다.
대체 무슨 일이지?
김바우는 격식이 없었다.
그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파랑은 그가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자리에 앉은 그는 김바우의 말을 들어보기로 했다.
“너희도 알고 있겠지만 얼마 전에 단군클랜의 명채현 텔레파시스트가 플레이어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하고 사망한 사건이 있었어.”
“”””…….””””
학생들이 숨을 죽였다.
파랑도 알고 있는 사건이었다.
어린 아인들을 지키려고 뛰어들어, 플레이어들에게 저항도 하지 못하고 죽을 때까지 구타를 당한 명채현.
그녀가 총상을 입고 죽어간 영상은 뉴스에 보도되었다.
그날부로 사회가 들끓었다.
아인들은 분노하였으며.
국민들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녀의 죽음을 계기로 단군클랜이 아인 플레이어들에게 부당한 처사를 가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그걸 시작으로 아인 플레이어들이 그동안 자신들이 받아온 부조리를 폭로하는 것이 이어지고 있었다.
“난 우리도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 우리도 그들처럼 우리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싸워야 한다 생각해. 여기 있는 사람 중에 한 번도 그런 걸 겪지 않은 사람은 없지 않을까?”
“…맞아.”
파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몇몇 학생들도 동의했다.
지금이야 후원을 받고 있다지만, 대다수가 빈민가에 몸을 의탁했던 이들이었다.
이유 없는 악의에 피해 입은 적이 한 번쯤은 있었을 것이다.
나야 할머니가 거둬줬다지만….
할머니 집에 들어가기 전만 해도 그런 일은 비일비재했는걸.
파랑은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사실 그도 명채현이 총상을 입는 영상을 보고는 자신이 당한 것처럼 감정을 이입했었다.
그녀의 죽음을 시작으로 터져 나온 아인들의 불만은 모두 공감이 가는 것이었다.
“때마침 전아연에서 연락이 왔어. 이번에 사람들이 대대적으로 벌일 운동에 아카데미 학생들의 참여를 바란다고 하더라.”
전국 아인 연대.
파랑도 익히 들은 이름이었다.
아인들의 권리를 신장시키기 위한, 아인과 관련된 단체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큰 단체였다.
“아인들의 차별을 철폐하는 운동은 지금까지 몇 번이고 있었어. 하지만 이번에는 규모가 달라. 전아연 외에 다른 단체에서도 참여해서 대규모 운동을 벌이기로 했거든.” “”””…….””””
“그러니 아카데미 학생들인 우리도 운동에 참여해서 우리들의 바람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 이렇게 참여를 부탁할게.”
김바우의 연설은 학생들의 마음을 뜨겁게 달구었다.
파랑의 마음 또한 마찬가지였다.
세상을 바꿀 수 있을지도 몰라!
그는 그동안 아인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는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듣자하니 전아연이 주도할 운동은 자신이 바라는 세상을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다.
파랑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 나! 나! 나도 그 운동이란 거 할게! 나 꼭 할 거야!”
신이 나서는 늑대 꼬리를 이리저리 흔드는 진파랑.
그리고 그를 시작으로 평소 그를 무리의 수장처럼 따르던 학생들이 운동에 동참하기로 했다.
“진서나! 너는 손 안 들고 뭐하고 있어!?”
중등아카데미 아인 학생들의 수가 적다고는 하나, 그들의 성향이 모두 똑같은 것은 아니었다.
아카데미에서 조용하게 살려 하는 학생들이 있었는가 하면, 분방하게 살려 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소위 온건파와 강경파.
강경파의 수장이 진파랑이었다면, 온건파의 수장은 진서나였다.
“그래, 서나야. 너도 당연히 운동에 참여할 거지?”
강경파는 모두 손을 들었다.
하지만 온건파는 의견이 일치하지 않고 있었다.
서나가 손을 들지 않았기 때문에.
손을 들지 않은 사람들은 대부분 그녀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저는 조금만 생각해볼게요.”
몇몇 온건파들까지 재촉하였으나, 그녀는 결국 참가를 보류했다.
자연스레 소수의 온건파 학생들도 참가를 보류하게 되었다.
“쳇…, 당연히 해야 하는 운동인데 왜 내빼고 그러냐….”
진파랑은 쩝 하며 혀를 찼다.
그녀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아인은 당연히 이 운동에 참여해야 했다.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때다.
[야, 우리 손으로 세상을 바꿔볼 기회라니까!?] […생각해볼게.]진파랑은 진서나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그녀는 이번에도 똑같은 답을 내놓았다.
[아니, 이걸 왜 안 하겠다고 하는 거야? 진서나, 너 많이 변했다.] [나 하나도 안 변했거든?]에라, 모르겠다.
필시 그녀도 운동이 열기를 띄면 생각을 바꾸게 될 것이다.
진파랑은 우선 혼자서라도 열의를 보이기로 했다.
☆
이제 2학기도 끝나가고 있었다.
그러자 아카데미는 2학기 종평을 고지했다.
중등아카데미 3학년 학생들의 경우 4인 파티를 구성해 결계마법 속에서 올바른 길을 찾아 헤매야 했다.
한편 종평은 나흘 동안 월악산에서 이루어진다는 모양이다.
이번 종평은 별다른 일도 없으니 느긋하게 시간이나 때워야겠네.
그건 그렇고 4인 파티라….
가디언 부문 수업을 마친 은하는 종평에 대비한 파티 조합을 짜는데 고민했다.
충청북도의 월악산에서는 던전이나 위험한 몬스터의 출몰도 드물었다. 해발고도도 낮았으며, 슬레이어들이 숨어 있지도 않았다.
대신 길이 매우 험악했다.
교관들이 결계마법을 구축한다면 산을 빠져나오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네비게이터나 텔레파시스트의 역할이 중요한데….
파티원 중 한 명은 길을 찾는데 특화되어 있는 사람으로 넣어야만 한다.
정하양, 진서나, 진파랑.
은하는 세 명 중에서 의 로 있는 정하양을 파티에 들이기로 했다.
종평을 편안히 마치기 위해서.
“…뭐?”
하지만 정하양이라면 당연하게도 자신의 파티에 들어올 거란 예상은 크게 빗나가고 말았으니.
은하는 하양이 보낸 답을 읽고는 저도 모르게 되묻고 말았다.
그야말로 띠용했다.
「하양님」: 미안 ㅠㅠ 이번 종평은 앨리스계열사 친구들과 하기로 했어(오후 04:16)
듣자하니 이번에는 앨리스라이프의 직계 채연지가 선수를 쳤다고 한다.
앨리스의 후원을 받는 학생들끼리 단합력을 길러야 한다면서.
하양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는 모양이다.
은하 역시 동의하는 부분이었다. 따지고 보면 사전에 말해두지 않은 자신의 잘못이기도 했다.
“뭐, 좋아. 하양이는 포기하고…, 그럼 서나를 부르면 되지.”
정하양이 안 되면 진서나.
똑 부러지는 그녀라면 결계 속에서 길을 잘 찾을 것이다.
마침 그녀에게서 답신이 도착했다.
「댕댕이」: 애들이랑 친해지려고 이번에는 KK애들이랑 하고 싶어(오후 04:27)
「댕댕이」: 아, 카에데랑 시형이도 데려갈게 ^^(오후 04:28)
진서나도 거절했다.
은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KK애들이랑 친해질 생각이라면서 왜 호우랑 시형이를 데려가는 거야.
고작 한 사람하고 친해져서 얘가 대체 뭘 하겠다는 거지?
은하는 이상하게 진서나가 자신을 멀리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꼭 종평을 같이 하기 싫다는 듯이.
“가디언으로는 강시형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월악산이면 시형이도 훈련시키기 적합할 것 같은데….”
은하는 아쉬움에 입맛을 달랬다.
별 수 없이 그는 자신의 파티에 강시형 대신 이천서를 넣기로 했다.
한편, 그는 차차선책으로 진파랑을 꼬셔보기로 했다.
그러는 동시에 다른 친구들에게는 남아 있는 자리를 권유하기 위해서 문자를 보냈다.
“어? 파랑이 형!”
어차피 이천서는 옆에 있었다.
그에게 구두로 답변을 받은 은하는 마침 늑대 꼬리를 흔들며 뛰어가는 진파랑을 발견했다.
아인들과 함께 즐겁게 떠들고 있던 파랑이 늑대 귀를 쫑긋거렸다.
“어? 왜 불러?”
진파랑이 고개를 돌렸다.
평소에 그를 따라다니던 학생들도 은하에게 아는 척을 해왔다.
“마침 잘됐네. 그렇지 않아도 지금 형한테 파티를 권유하려고….”
“아, 미안.”
은하는 파랑에게 파티를 권유하려 말을 붙였다.
그때 파랑이 별안간 두 손을 모아 미안하다는 자세를 취했다.
“지금 내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중이거든.”
“중요한 일? 웬 중요한 일?” “전아연에서 운동 지침이 내려와서 지금 얘네랑 종평에 대해 얘기하고 있던 중이었어.” “…응?”
진파랑이 신이 나서는 전아연에서 아카데미 학생들에게 내린 지침을 주절주절 떠들어댔다.
요지는 하나였으니.
중등아카데미 3학년 아인의 경우, 텔레파시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파티원들에게 잘못된 길을 지시하란 것이었다.
“그게 뭔 개소리야?”
“개소리라니! 우리들이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운동인데 개소리란 말은 심한 거 아니냐?”
“맞아, 은하야. 그리고 우리가 계속 거짓말만 한다는 게 아니라 어쩌다 가끔 거짓말을 하는 거라고!” “아니면 아예 텔레파시스트로서는 활동하지 않거나!”
은하는 눈살을 찌푸렸다.
개소리가 따로 없었다.
무엇보다 이전 삶에서 그런 운동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
“여하튼 너한테 피해주긴 그렇고, 많은 애들한테 우리 뜻을 알리려면 맨날 같이 다니던 애들하고 파티를 해서는 의미가 없잖아?”
“…그래, 그럼.”
진파랑이 심취해 있다.
은하가 콧대를 세운 채로 꼬랑지를 빳빳이 흔드는 그의 마음을 모를 리 없었다.
그의 경험에 따르면 저렇게 되면 진파랑은 스스로 깨닫는 그날까지 아무도 말릴 수 없다.
애초 은하는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말릴 생각도 없었다.
“그럼 은하야! 미안하다! 이따 봐!”
“그래, 이따 봐.”
은하는 진파랑을 보냈다.
멀어지는 그를 보면서 기억 속에서 전아연에서 벌이려고 하는 운동을 떠올리려 했다.
“…내 기억보다 꽤나 이르네. 아, 이번에 단군클랜의 텔레파시스트가 사망한 사건이 원인이 된 건가.” “은하야, 뭐가?”
“아무것도 아니야.”
“그것보다 파랑이 형도 안 된다면 다른 텔레파시스트들을 물색해야만 하는 거 아니야?”
“텔레파시스트는 찾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아.”
자신이 기억하는 것이 맞다면.
텔레파시스트를 파티에 들여서는 안 된다.
은하는 이천서의 말에 대충 답하며 남아 있는 친구들로 파티를 짜기로 다짐했다.
어차피 이번 종평에서 좋은 성적을 얻을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으니, 누구를 파티에 들여도 괜찮을 터.
때마침 친구들에게서 톡이 왔다.
「목민호」: 이미 파티 짬(오후 04:44)
「차은우」: 은하야, 미안. 민호하고 갤럭시계열사 애들이랑 파티를 짜기로 해서… ㅠㅠ(오후 04:44)
「최은혁」: 대장 ㅠㅠ 일찍 말하지 다음엔 꼭 같이 하자!(오후 04:45)
「먹민지」: 너하고 파티를 짰다가 죽을 일 있게? 싫어, 안 해, 못 해(오후 04:45)
「도준 카드」: 친구야, 저번에도 말했던 것 같다만 나 이제 버스 안 탈 거라니까? (오후 04:46)
「배수빈」: 하… 내가 너 불쌍해서 파티 들어간다(오후 04:47)
「호우!」: ㅗ(오후 04:48)
「강시형」: 나 서나랑 같이 하기로 했는데…?(오후 04:48)
「공백기」: 진작 말하지 그랬냐. 이미 우리끼리 짰는데. 수고~(오후 04:48)
친구가 없는 배수빈을 제외하고.
친구들은 은하를 버렸다고 한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