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404
전아연이 주도하는 운동에 참여한 아인들은 소속 클랜과 파티원들에게 참가의사를 표명한다.
이후 아인들은 전아연이 권고하는 방침에 따라 플레이어 업계를 향해 아인들의 중요성을 알린다.
“야! 왼쪽에서 들어온다고 했잖아! 왜 오른쪽에서 공격이 들어오는데!? 하마터면 다칠 뻔했잖아!”
[에헤헤, 미안해. 다친 데 괜찮아? 정말 미안해. 그래도 우리 아인들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이제는 좀 알겠지?]가령, 네비게이터의 지시를 왜곡해 파티원들에게 잘못된 텔레파시를 전한다거나.
[…이터의 전언입니다. 전방 50m 앞에 트랩이 설치된 걸로 보입니다. 해당 트랩에 당할 경우…. 이것으로 전언을 마칩니다.]가령, 중요한 부분에서 텔레파시를 중단해버리거나.
[…….]가령, 아예 텔레파시 자체를 쓰지 않는다거나.
[우리! 아인들도! 사람입니다!]가령,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무작위로 텔레파시를 보낸다거나.
[단군 클랜로드 장봉전은 들어라! 지금까지 우리를 착취해서 좋았냐!]가령, 아인들을 착취한 사람들의 이름을 블랙리스트로 만들어 그들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거나.
이처럼 아인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운동에 참여하고 있었다.
물론, 그들의 방식은 과격했기에 반발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을 지탄하는 목소리는 그리 크지 않았다.
“아인들이 그간 얼마나 억울했으면 이런 일을 벌이겠어.”
“나는 알아. 내가 옆에서 얘네들이 차별을 받는 걸 지켜봤거든. 지금이라도 이런 일이 일어나 다행이야.”
“아무튼, 플레이어들도 참 치사해. 동종업계 사람들을 차별하다니….”
“아인도 같은 사람이야. 이 운동은 아인들이 자신들의 평등권을 되찾는 운동이니 민주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그걸 응원해야 해.”
“피해가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어. 원래 사회는 그렇게 변화하는 거야. 아인들을 위해 감수해야 해.”
하나, 대다수의 텔레파시스트들이 운동에 참여했다.
하나, 텔레파시스트와 친분이 있는 플레이어들이 그들을 옹호했다.
하나, 이 시대에 주류를 담당하는 세대의 국민들이 아인들을 가엾게 여겼다.
그렇기에 텔레파시를 필요로 하는 업계는 아인들을 고용하는 수밖에, 또 여론을 의식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 잘 왔어. 거기 앉아.”
“…저는 왜 부르신 겁니까.”
업계가 몸을 사리고 있다.
그리고 운동이 과열될수록 클랜은 적잖은 부담을 느껴야 했다.
특히 아인들 사이에서 블랙리스트가 도는 클랜은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는 중이었다.
텔레파시스트가 파업에 나서거나.
본사 앞에서 규탄시위를 벌이거나.
여론을 의식한 이들이 해당 클랜과 업무 제휴를 끊는다거나.
“내가 왜 널 불렀겠어. 네가 지금 우리 클랜에 있는 텔레파시스트들을 선동하고 있으니까 부른 거지.” “저는 선동한 적 없는데요. 다들 명채현 텔레파시스트의 의지를 잇고 있는 겁니다.”
“어쨌든 네가 대표를 맡고 있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잖아. 그래, 명채현, 명채현 텔레파시스트 일은 안 됐어. 정말 유감이야.” “유감인데 이렇게 나오는 겁니까?”
단군 클랜로드 장봉전의 방.
장봉전은 염소 뿔을 지닌 사내의 비아냥거림에 어깨를 으쓱거렸다.
“내가 설마 이렇게 나오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야. 너희가 일을 이리 크게 만들었는데 어떡해?”
텔레파시스트 명채현의 사망에 의해 촉발된 아인 파동.
당연히도 불씨를 지핀 셈이 돼버린 단군클랜은 여론
의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가뜩이나 단군그룹이 휘청거리고, 몇 번의 클랜전에 대응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단군클랜의 위치가 위태로웠다.
이대로 여론이 가라앉지 않았다간 단군클랜은 올해 클랜등급 평가에서 잘해야 A가 아니라 B를 맞을 수도 있었다.
최악의 경우에 클랜이 해체되거나 클랜로드가 교체될 수도 있는 상황.
그러다 보니 장봉전은 아인 파동을 가라앉혀야 했다.
“우리 대화로 해결하지.”
“그동안 저희들 목소리는 제대로 들으려 하지도 않았으면서 이제야 대화를 하자는 건가요?”
“왜. 그러면 이렇게 계속 싸울까? 그랬다가는 나만 손해인 게 아니라 너희도 마찬가지인 거라고. 너희들, 단군이 해체라도 당했다가는 어디에 갈 데라도 있어? 거기서는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
“그러니 대화로 해결하자고.”
어차피 아인들은 자신이 속해 있는 클랜을 떠나지 못한다.
누구나 그러지 않겠느냐만 저들이 안정과 보호를 바라고 있었으니까.
단군클랜이 지금이야 위세가 많이 떨어졌다 한들, 아직까지는 S급으로 평가되고 있는 클랜이었다.
그들이 바보가 아니고서야 자신의 등급에 맨 앞에 붙는 ‘S’를 버리고 싶을까.
그것을 증명하듯.
머리에 염소 뿔이 나 있는 아인은 뚱한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지 않았다.
“구차하게 긴 얘기 할 필요 없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데. 명채현이 우리랑 계약을 맺을 때 정산 비율을 어떻게 맺었는지 알지?” “당연한 거 아닌가요? 저희보다는 10%가 높은 7:3으로….”
클랜에 따라 다르지만 플레이어가 클랜에 소속할 경우 받을 수 있는 정산비율은 업계 평균 6:4였다.
그런데 질이 나쁜 클랜의 경우에는 아인이나 특정 부문의 플레이어에게 5:5의 비율을 매기기도 했다.
어찌 보면 아인에게 6:4를 매기는 단군클랜은 양호한 수준의 클랜이라 할 수 있었다.
“명채현이가 그렇게 말하디? 하긴, 내가 그렇게 말하라 시켰으니 그리 말했겠지.”
“…그게 무슨 뜻이죠?” “걔 7:3이 아니라 8:2였어.”
“…….”
조소하는 장봉전.
아인 플레이어는 할 말을 잃었다.
언제나 텔레파시스트를 대표하던 그녀가 자신의 정산비를 속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허망해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후에 들은 이야기로 더더욱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그때 내가 명채현이한테 말했지. 너는 8:2로 챙겨주고, 기회가 되면 간부 자리도 하나 마련해줄 거라고. 그러니 좋다면서 너희들의 불만을 다독이는데 앞장서더라니까?”
이 순간, 아인 플레이어는 그동안 자신이 마음속에서부터 믿고 따랐던 명채현의 진실을 마주하고 배신감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입술을 짓씹었다.
그리고 그것을 본 장본전이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9:1.”
“…무슨…, 말씀이신지….”
“명채현이 했던 일을 네가 해주면 걔보다 10%를 더 얹어서 9:1로서 계약조건을 바꿔주마. 흔하지 않은 기회라는 거 알지? 단군클랜에서도 클랜 자체 등급으로 S급에 해당하는 애들만 받는 대우라고. 아, 그리고 다른 애들은 5%씩 더 얹어서 6.5:3.5로 해주고, 실적 좋은 애들은 7:3으로 해줄게.”
“…클랜로드. 제가 지금 돈 때문에 이런 일을 벌인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왜? 결국 이것 때문인 거 아니야? 뭐 관심 없으면 어쩔 수 없지. 그럼 널 보내고 네 밑에 있는 애들 중에 한 명을 불러 같은 이야기를 해주면 그만이니까.”
“…….”
끝내 아인 플레이어의 얼굴에 짙은 고민이 패였다.
거만한 자세로 다리를 꼰 장봉전은 그것을 보고는 흡족해했다.
거의 다 넘어왔다.
아니─.
“─간부 자리도 주시죠.” “그거야 당연히 챙겨줘야지. 결국 명채현이 자리에 누가 들어가야만 하는 거였으니까.”
이미 넘어왔다.
장봉전은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만에 자신의 신념을 버린 아인을 보고 껄껄 웃었다.
그러자 아인이 따라 웃는다.
어느새 그의 얼굴에도 그와 같은 미소가 번져 있었다.
“그럼 잘 부탁한다.” “네, 저한테 맡겨주십쇼.”
아인들의 적은 사람도, 플레이어도 어느 누구도 아니다.
아인들의 적은 같은 아인이다.
비록 그들이 평등을 외친다지만, 진실된 의미에서 평등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니.
그들 자신은 결코 평등하기를 원치 않을지어다.
“전아연 그런 것도 탈퇴해. 그것들 너무 성격이 급진적인 것 같다, 야.”
“하하, 알겠습니다. 밑의 애들한테 제가 잘 설명하겠습니다.”
“그래, 너만 믿는다.”
이 세상에 평등은 존재하지 않으며 아인의 적은 결국 아인일지니.
그야말로 아주 본질적인 거짓말인 셈이다.
그것을 파악하지 못하는 한, 결국 그들은 쳇바퀴만 맴돌기만 하리라.
여론이 잠잠해지면 너도, 다루기 어려운 네 동료들도 모두 가만두지 않을 거니까 그리 알아라.
험하고 궂은 일만 떠맡겨서 결국 너희 발로 클랜을 나가게 해주마.
장봉전은 속으로 비웃었다.
이날, 단군클랜에서 벌어진 일과 비슷한 상황이 다른 클랜들에서도 일어났다.
이미 권력을 차지한 이들은 결코 자신이 손에 쥔 그것을 쉽게 내놓지 않는 법이다.
☆
슬슬 플레이어의 입장을 대변하는 아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인들은 그들을 변절자들이라며 비난했다.
서로가 서로를 물고 뜯는 양상은 여론을 피로감에 빠지게 만들었고, 이상적인 세상을 만들고 싶어 하던 사람들 중에는 아인들의 이권다툼에 실망을 금치 못하고 떠난 사람들도 허다했다.
처음부터 실패할 수밖에 없었어.
지금 세상에 숭고한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는 사람이 얼마나 있다고.
평등을 논하나, 결과적으로 이권을 쟁취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리고 사람들이 부르짖는 정의는 그들의 수만큼 저마다 다른 정의로 존재하는 법이다.
본질은 같을지라도.
아니, 본질만 같다.
따라서 본질만 남겨두지 않는 한, 수많은 정의가 합치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그간 그들은 합치할 수 있을 거란 거짓말에 현혹되어 있었을 뿐이다.
세상에 또라이가 얼마나 많은데….
아인 한 명이 아인을 대표하게 된 상황이다.
한 명이라도 문제를 일으켰다가는 다른 아인들까지 욕을 먹게 된다.
그러나 전아연의 기치 아래에 모인 아인들이 한 명이라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너 때문에 과제 망쳤잖아!” “그게 왜 나 때문이냐? 어이없네.”
“네가 중요한 순간에 텔레파시로 말을 걸었잖아! 등 뒤에서 몬스터가 달려들고 있다고!”
“그러게 누가 그걸 믿으래?”
“뭐이씨!?”
은하는 강의동 복도에서 느닷없이 주먹다짐을 벌이기 시작한 학생들을 보았다.
한 명은 아인이었고, 다른 한 명은 031기의 편입생이었다.
“어. 카에데.”
“왜 이리로 오는 거야.”
소란을 들은 학생들이 몰려들었다.
그들 중에서 카에데를 발견한 그는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녀가 눈살을 찌푸렸으나, 순순히 은하가 옆에 설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무슨 일이래?”
“사격수업 중에 저 애가 애들한테 텔레파시를 날려서 집중력을 흐리게 만들었대. 나도 그렇고.” “너도? 그래서 시험은 잘 봤어?”
“당연히 잘봤…, 내가 왜 너한테 이런 걸 말해야 해?”
카에데가 자랑하듯이 말을 하다가 멈칫했다.
층계형으로 자른 머리칼을 찰랑인 그녀는 부루퉁한 얼굴로 대꾸했다.
그래봤자 은하는 이미 모든 상황을 파악한 뒤였다.
그녀의 질문에는 답을 해주지 않은 그는 한창 싸움을 벌이고 있는 학생들을 쳐다보았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건 그냥 운동이었단….”
“뭐? 운동!? 너 저번 수업에서도 이런 짓을 해서 내가 하지 말라고 말했지! 근데 이걸 또 해!?”
“하긴, 우리가 자꾸 오냐오냐하니 쟤가 기어오르려고 하더라. 저번에 누가 미선이가 고백했다가 차인 걸 텔레파시로 전교에 쫙 퍼뜨렸잖아.”
“나는 어제 화장실에서 일을 본 걸 누가 텔레파시로 퍼뜨렸더라. 진짜 기분 더러워.”
일전에만 하더라도 여론을 의식해 아인들을 응원해줬던 학생들.
그들은 이제 아인들의 장난에 의해 짜증을 느끼고 있는 지경이었다.
중등아카데미를 재학한 학생들이 대다수가 정재계에 속해 있었기에, 밑바닥에서 자란 아인들의 생리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이해한 척을 했을 뿐이다.
“…멍청하네.”
그때였다.
그들의 싸움을 보고 있던 카에데가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은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에게 말을 보탰다.
“제 살을 깎는 짓이지?”
카에데의 눈동자가 그를 향한다.
더 말을 해보라는 눈빛이다.
은하는 그녀의 시선을 느끼는 채로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 아인이 욕을 덜 먹었던 이유는 텔레파시라는 능력을 사용해 사람들을 도울 수 있었기 때문이야. 그러지 않았다면 아인들은 단순히 다른 사람보다 신체능력이 뛰어난 플레이어에 지나지 않는걸.”
본의는 아니라고 해도.
아인은 세상 사람들의 증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들의 쓰임새를 증명해야만 했다.
그것이 텔레파시스트였다.
그들은 자신들의 자리를 마련했고, 그 자리에서 자신들이 세상에 해를 끼치지 않는 존재란 신뢰를 만들어 사회가 아인을 받아들이게 했다.
결과적으로 현재를 사는 사람들이 그나마 아인들을 받아들이는 이유는 그들의 텔레파시를 ‘신뢰’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근데 그걸 제 발로 차 버린 거야. 텔레파시스트가 텔레파시를 왜곡해 사람들에게 전하면 대체 과연 누가 텔레파시스트들을 신뢰하겠어?”
은하는 혀를 끌끌 찼다.
아인의 입장에서야 텔레파시스트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리기 위해서였다지만.
방법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차라리 파업을 선언하는 게 그나마 나았으리라.
그조차도 텔레파시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불만을 야기하겠지만.
한 번이야 성공할지 모르더라도, 파업을 시도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여론은 언젠가 등을 돌리게 되리라.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
바로 그때.
생각에 잠겨 있는 듯했던 카에데가 퉁명스럽게 물었다.
그녀는 혼혈이었다.
아인의 입장이 더 심하다지만.
외국인의 입장도 심하기는 했다.
은하는 그녀가 아인들의 상황에서 외국인들의 상황을 생각하고 있다고 추측했다.
“나도 몰라.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너….”
“아무도 그걸 모르니까 이 세상이 이런 꼴이 된 거지.”
은하는 툭 하고 내뱉었다.
너무나 가벼운 대답에 그녀는 이내 눈썹을 추켜세웠다.
그래봤자 그는 어깨를 으쓱일 뿐, 조금도 무서워하지 않았다.
“다만…, 이럴 바에는 차라리 아무 대가도 받지 않고 텔레파시스트로서 활동하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지.”
은하는 정답을 모른다.
이런 일을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위정자의 몫이다.
그의 몫은 언젠가 위정자가 되는 하백련을 지키는 것이었고.
다만 생각할 뿐이다.
세상을 바꾸는 건 결국 민심이고, 따라서 아인들이 세상을 바꾸려면 민심을 잡고 있어야 한다는 것.
차라리 자신들이 대가도 받지 않고 무상으로 텔레파시스트를 해주면서 자신들의 사회공헌을 알려야 했다.
그러면 민심을 잡을 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때도 외국인들이 별다른 보상이 없더라도 사회에서 인정을 받기 위해 목숨을 바쳤던 거겠지.”
“…….”
“그래야 다음 세대가 인정을 받고, 그다음 세대도 인정받을 테니까.”
은하는 힐끔 카에데를 곁눈질했다.
호시미야 카에데.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지고 있으나, 외국인으로서 대우를 받는 그녀가 중등아카데미에 입학할 수 있었던 이유도 그 때문이리라.
아카데미가 실력을 강조한다 해도 그밖에 제한이 없는 게 아니다.
특히 정재계의 자녀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중등아카데미라면.
필시 그녀의 조부가 인정을 받고, 그녀의 부모가 인정을 받았기에.
그녀는 3세대 플레이어로서 이곳에 입학할 수 있었으리라.
“…더럽네. 세상이란 건….”
“그래도 살아야지 어쩌겠어. 사실 여기만큼 좋은 나라도 없잖아?”
카에데가 웅얼거렸다.
은하는 시큰둥하게 답했다.
사면이 바다로 이루어진 일본에는 몬스터가 끊이지 않는다.
한 명의 카구야(かぐや)가 열도를 전부 커버해야 하는 지경이다.
의정부 위쪽으로는 사실상 궤멸한 상태나 다름이 없으니….
이북은 그야말로 몬스터의 영역과 진배없었다.
으로 인하여 지도자와 수뇌부가 모조리 세상을 떠났다.
그렇다면 이북을 경계로 하고 있는 중국은 어떤가.
거대한 땅을 지키려는 야욕에 의해 두 명의 항아(姮娥)가 혹사당하는 지경이었다.
그렇더라도 모든 지역을 코쿤으로 보호할 수도 없었으며, 생활 속에서 몬스터를 아주 조금도 분리할 수가 없었다.
그나마 한국이 낫지.
그러니 한국은 그나마 양호한 수준이라 할 수 있었다.
“야! 지금 뭐하는 짓이야! 우리가 왜 이리 텔레파시를 하고 다니는지 그것도 이해 못해줘!?”
은하는 학생들의 싸움에 진파랑이 개입하는 것을 보고 혀를 찼다.
요즘 들어 진파랑에 대한 불만이 아카데미에 나돌고 있었다.
도가 지나치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럼에도 학생들이 그를 건드리지 못하는 이유는 그의 뒤에는 은하와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만 가야겠다. 보고 있어도 한숨만 나올 뿐이니까. 너는 이제 뭐할 거야?”
“집.”
“같은 방향이네. 가자.”
“…내가 왜.”
“그럼 다른 방향으로 가게? 여기 어디 다른 방향이라도 있어?”
호시미야 카에데가 활시위처럼 튕겼다.
하지만 은하는 어림도 없었다.
결국 아무 반박도 못한 카에데는 단지 큭 소리를 내며 은하의 뒤를 따랐다고 한다.
☆
[어젯밤 9시, 용마터널에 출몰한 몬스터를 토벌하는 과정에서 플레이어가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는 해당 파티의 텔레파시스트가 텔레파시를 왜곡해 보낸 결과로, 사망한 플레이어 외에 다른 사람들도 중상을 입었다고 합니다.중상을 입은 사람들은 갤럭시병원으로 이송된 상태이며, 텔레파시스트는 전아연에서 주도하는 운동에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갤럭시연구소에서 지속적인 텔레파시는 인간의 정신상태를 오염시킬 여지가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에 전아연이 주도하는 운동으로 인해 무분별한 텔레파시를 받고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요. 광명시에서는 지속적인 텔레파시에 노출되어 정신병원에 입원한….]
이윽고 여론이 반전한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