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405
전아연이 주도하는 운동으로 인해 플레이어가 사망했다.
사람들은 텔레파시에 노출된 결과, 심적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고.
[아인 파동, 도가 지나치다.] [김성학 의원, “아인들이 정신병을 유발하고 있다.” 발언] [전아연 나세한 대표, “대의를 위한 희생은 불가피한 법” 막말 논란]여론이 반전했다.
그동안 불편을 감수하던 사람들은 억눌러온 불만을 한꺼번에 토했다.
아인의 편을 들었던 사람들이 등을 돌린 것이다.
그리고 클랜들은 이때라는 것처럼 전아연과 아인을 비난하는 성명문을 내놓았다.
[갤럭시연구소, “대부분의 아인은 한 번이라도 범죄를 저지른 셈”이란 연구결과 발표.] [김성학 의원, “아인들은 잠정적인 범죄자이자 몬스터에 지나지 않다.” 발언] [갤럭시병원, “아인의 텔레파시는 인체에 무해하다. 단, 정신적 피해는 측정할 수 없다.”]세상의 흐름을 바꾸는 사람은 분명 미래를 살아가는 이들이다.
그러나 현 세상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은 과거를 살아가는 이들이니.
그동안 가슴속에 한을 품고 살았던 사람들이 광화문으로 나섰다.
“몬스터처럼 생긴 놈들에게 행복이 웬 말이냐!”
“우리가 낸 세금을! 아니, 대체 왜 아인한테 쓴다고 지랄이야! 세금은! 당연히 우리를 위해 써야지!”
“아인은! 물러가라! 물러가라!”
그들이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것은 아인이 텔레파시스트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사회에 도움이 됐으니까.
그렇기에 세상은 그들에게 인내를 강요해왔다.
그러나 아인들이 맡은 바 역할을 다하지 않겠다면 이야기는 달라지는 것이다.
멸망의 상흔을 가지고 있는 세상은 다시 아인을 억누를 뿐이다.
[KK클랜, “텔레파시스트가 없다면 무전기나 전음을 사용하면 될 뿐.”] [파인통신, “갤럭시드론과 합작해서 개발해낸 드론은 마나가 짙은 곳도 어느 정도 작동이 가능하다. 목표는 던전에서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는차세대 통신기를 만드는 것.”] [합정동 나이츠, “우리는 더 이상 아인이 필요 없어요. 무전기를 쓰면 그만이니까요.”] [마나관리국, “다음 달부터 전음을 사용할 수 있는 강의를 마련할 것”]과거에야 어땠을지 모르지만.
이 일어나고 50년에 이르는 세월이 흐른 현재는 몬스터에게 파괴당한 도시가 상당히 복구되어 있었다.
현재까지 발견된 거의 모든 던전은 공략이 된 상태이기도 했고.
또한 선녀의 취임 이후, 일상에서 몬스터에 의해서 피해가 발생하는 사례가 현저히 줄어든 상태였다.
다시 말해, 이전과 다르게 아인이 크게 필요치 않는 상황이라는 말이었다.
“우리가 거짓말을 할지도 모르는 너희를 써야 할 필요가 있나? 그냥 무전기나 전음을 쓰면 되지.”
던전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큰 편재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마나가 짙은 지대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플레이어들은 아인을 파티에 들일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무전기를 사용하거나, 전음을 사용할 수 있는 플레이어의 수요가 단기간에 늘어났다.
“우리는 운동에 참여 안 했어!”
“그래! 안 하면 되잖아! 안 할게! 전아연 탈퇴한다니까!?”
되레 운동에 참여하지 않은 아인도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
게다가 생계가 급박했던 아인들은 여론이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하자 운동을 탈
퇴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플레이어들은 단호하게도 아인들을 고용하려 하지 않았다.
결국 살 길이 막막해진 아인들이 전아연을 규탄하기 시작했다.
[왕방울 플레이어, 전아연을 비난. “전아연의 행보는 너무 급진적이다. 다른 아인들을 생각지 않는다.”] [명동 거리에서 아인들끼리 다툼. 시민들, “역시 아인은 위험하다.”]아인의 적은 플레이어만이 아니다.
그들의 적은 결과적으로 사람이고.
그 안에는 같은 아인도 포함된다.
☆
사회를 축소해놓은 듯한 아카데미.
아인에 대한 비난여론은 스멀스멀 아카데미에서도 퍼지고 있었다.
“뭐? 갑자기 이러는 게 어디 있어! 날 파티에서 제명하겠다니! 너희들 지금 제정신이야!?”
“미안하지만 파티원들끼리 고민한 결과가 그래. 형 실력은 잘 알지만, 그래도 안정적인 게 좋을 것 같아. 미안한데, 다른 파티 알아봐줬으면 좋겠어.”
갑작스런 파티 추방 통보.
진파랑은 그 말을 듣고는 한순간 어이가 없었다.
자신이 텔레파시를 몇 번 왜곡해서 알려준 것 하나로 난데없이 추방을 해버리겠다니.
백 번 양보해서 이해한다고 해도 이해할 수가 없는 건─.
“─야! 너희들도 그때는 웃으면서 넘어갔었잖아! 내가 밖에서 일어난 일처럼 누구를 죽게 하기라도 했어, 누구를 세뇌시키기라도 했냐고!”
“우리도 가벼운 장난은 넘어가도, 정도가 지나쳤잖아. 한 번만 하지, 그걸 몇 번이고 할 필요가 있어? 그리고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해서 여기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아? 혹시 모르는 거잖아. 형이 만약….”
“뭐? 왜. 만약에 뭐!”
“…아니야, 아무것도. 어쨌든 간에 미안하게 됐고, 좋은 파티 만나서 좋은 성적 얻기를 바랄게.”
아인에 대한 편견.
마주한 학생에게서 어릴 적에 받은 눈빛을 발견한 진파랑은 순간적으로 울컥했다.
화가 치밀어오른 나머지 그는 곧장 학생에게 주먹을 꽂으려 했다.
하지만 학생의 목덜미를 잡은 그는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보는 시선을 느끼고 말았다.
자신이 만약 여기서 힘을 쓴다면, 그때는 돌이킬 수 없게 되리라.
아카데미 밖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아인에 대한 불만이 폭발해버릴 수 있었다.
“쳇….”
학생을 보내고 난 파랑은 씩씩대며 혀를 찼다.
아직까지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학생들에게 눈을 부라린 그는 이내 그 자리를 떠났다.
흥! 내가 너희들이 날 추방했다고 파티를 못 구할 것 같아?
나 진파랑이야! 이 아카데미에서 유망주로 대우받는 진파랑이라고!
진파랑은 마음을 다잡기로 했다.
어차피 유망주로, 노은하 사단으로 불리는 자신은 어느 파티에서라도 받아줄 것이다.
그러니 자신을 버린 파티는 나중에 크게 후회하게 되리라.
종평에서 만나기만 해봐.
내가 너희들 가만 안 둘 거니까 그리 알라고.
그들에게 복수를 다짐하며.
파랑은 운동에 참여하는 아인들을 만나기 위해 카페테리아를 찾았다.
그런데 그곳에서 치이와 학생들이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늑대 귀를 쫑긋거린 파랑은 일단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그가 들은 것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세상에 이러는 법이 어디 있어!”
“참고 참았지만 더는 못 참으니까 우리가 이러는 거 아니겠냐. 네가 진파랑이랑 친하다고 해서 뭐라도 된 줄 알았어?”
“지 주제도 모르고 까불고 있어. 야, 네 대타할 사람은 구했으니까 이제 와 사과할 생각은 하지 마라.”
텔레파시스트 추방 통보.
조금 전에 파랑이 당했던 상황이 그의 친구들에게서도 일어나고 있던 것이었다.
파랑은 그것을 보고는 그 자리에서 발을 뗄 수가 없었다.
학생들이 카페테리아에서 수군대는 소리가 그의 귀에 꽂혔다.
“너, 파티원 새로 구한다면서?”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망아지를 파티에 들이면 득보다 실이 클 것 같아.”
“하긴, 우리도 그래서 지금 바둑이 빼버릴까 생각 중이야. 한 번 정도 걔가 거짓말하는 걸 용인해줬더니 이제는 지가 뭐라도 된 줄 아는 것 같더라고.”
“솔직히 걔네들이 하는 게 뭔데? 결국 통신이 잘 되지 않는 지역에서 무전기로 쓰는 것밖에 더 돼?”
“역시…, 우리도 빼야겠다. 솔직히 전부터 빼야 하나 생각하긴 했는데 눈치가 보였거든.”
“우리도 빼야겠어. 걔네들이 정말 진실을 전달할 거라고 어떻게 믿을 수가 있냐고. 안 그래도 바깥에서 플레이어가 죽어버렸는데….”
파랑은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자신들이 벌인 운동을 응원해주던 학생들이, 거짓말에 당하더라도 웃으며 넘긴 학생들이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무튼, 나는 통보했다?”
손발이 차갑게 식는다.
이상이 무너진다.
파랑은 치이와 다툼을 벌이고 있던 학생이 물러나는 것을 보고는 거의 반사적으로 뛰어나갔다.
이대로 그를 보내서는 안 됐다.
“기다려! 우리가 미안해! 앞으로는 이런 일을 벌이지 않을 테니까 제발 한 번만 봐주라!”
많은 이들이 보는 앞에서.
파랑은 고개를 숙였다.
그동안 노은하의 비호 아래 있던 그는 정재계의 학생들이 아인들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 새삼 깨달았다.
자신들은 한 없이 약자였다.
그동안 아인들이 학생들에게 펼친 운동은 재롱에 불과했을지 모르나, 자신들은 그것도 모르고서 정도를 넘고 만 것이다.
“안 돼. 쟤네들은 텔레파시를 빼면 그냥 짐덩이나 다를 바가 없는걸? 그럴 바에는 다른 애들을 쓰지.”
“…제발….”
“그래도 쟤네들은 안 되겠지만…, 진파랑 너라면 우리 파티에 넣어줄 의향은 있어. 어때? 들어올래?”
“…뭐?” “들어줄 의향 있다고. 어차피 너도 파티에서 추방당했을 거 아니야.”
파랑은 고개를 들었다.
학생들이 낄낄거리고 있었다.
입가에 조소를 머금은 그들이 계속 지껄인다.
“아, 그동안 얼마나 짜증났는지…. 웬 개새끼 한 마리가 자꾸 나대는데 그걸 치우지도 못해 얼마나 짜증이 났는지 몰라.”
“이번 일로 노은하 눈 밖에 나버린 거 아니야?”
“노은하는 이미 파티를 구했다며. 오빠랑 같이 다니는 애들도 그렇고. 근데 오빠가 이제 와서 걔네들한테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할 수 있어? 나 같으면 염치 없어서 못하겠다.”
“혹시 또 모르지. 천박한 아인이라 쪽팔림이 뭔지도 모를지도….”
“아, 우리 파티 들어오지 않을래? 마침 비실비실한 짐꾼 때문에 계속 한숨만 나오고 있었거든.”
“야, 파랑 오빠가 어디를 들어가? 쟤네들 다 떨어져나갔는데 오빠가 쟤네들을 규합해야 하지 않겠어?” “뭐야. 그러면 아인들끼리 파티를 만드는 거야? 대박!”
조소, 비웃음, 악의.
평소의 진파랑이면 악의에 대항해 저들을 가만두지 않았겠으나.
진파랑은 어깨에 짊어진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만약 이 자리에서 자신이 날뛰면 자신을 따라온 아인들이 설 자리가 더는 존재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진파랑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를 악물었다.
“…제발. 부탁이야.”
아카데미는 실력지상주의와 권력을 지향하는 세계이다.
유망주로 불리는 자신이라면 필시 자신을 데려가려 하는 파티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아인들은 아니다.
저들에게는 후원도 별 볼일 없고, 이렇다 할 실력도 없다.
이제 와서 파티에서 추방을 당하면 저들은 저들끼리 파티를 짤 수밖에 없다.
아인들로 이루어진 파티다.
텔레파시스트로 이루어진 파티가 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저 애들을 받아줘.”
텔레파시스트의 역할은 중요하다.
하지만 다른 역할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파랑은 그제야 깨달았다.
세상에 어느 누구도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걸.
사람은 혼자 살 수 있을지 모르나, 아인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걸.
“우리가 왜? 뭐가 아쉬워서?”
“염치도 없는 것들…. 우리가 재깍 파티에 넣어준다고 했을 때 알아서 기었어야지….”
“쟤네 때문에 착한 아인들만 욕을 먹는 거 아니야. 아, 세상에 착한 아인은 없을지도 모르겠네. 얘네들, 한 번쯤은 다 범죄를 저질러보았을 거라면서?”
분하고, 억울하지만.
파랑은 키득거리는 소리를 듣고도 학생들을 대표해서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그를 제압하였다는 기쁨에 도취되기라고 한 듯이.
그들은 이제 대놓고 깔깔거렸다.
“이래서 한 번 봐줬다가는 호의가 권리라도 되는 건지 알고 착각하는 놈들이 나오는 거라니까?” “아인은 밟아야 제 맛이지. 감히 누구 권리를 넘보려 들어?”
“너희는 평등하지 않니? 어른들이 괴물취급 받는 걸 그나마 사람으로 취급받게 해줬는데 뭘 더 바라니? 참정권을 보장해주고, 최소한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준 것만으로도 평등인 거 아니야?”
“맞아. 그 이상을 바라는 건 조금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니? 누구는 힘들게 일해서 이 자리에 올랐는데, 너희는 무대가로 이 자리에 앉으려 그러는 거 아니냐?”
최소한의 평등.
최대한의 평등.
계급의 차이가 명확한 이들은 각자 생각하고 있는 평등이 달랐다.
가장 이상적인 사회는 두 평등이 서로가 양보해 얻어낸 것이겠으나.
진파랑은 저들의 악의를 받으면서 그것이 얼마나 이루어지기 어려운 것인지를 절감했다.
현실은 이리도 가깝고.
이상은 너무나 멀다.
“제…발. 이렇게 부탁할게….”
결국 진파랑은 현실에 굴복했다.
현실의 무게에 짓눌렸다.
“”””─우리가 뭐가 아쉬워서?””””
그리고 현실은 잔인하게도 그에게 송곳니를 거두지 않았다.
오히려 확실하게 물어 죽인다.
자신이 적들에게 그랬듯이.
저들도 자신에게 그러려 한다.
그러나 자신과 저들에게 다른 것이 있다고 하면─.
[─호의? 권리? 너희가 우리한테 언제 호의로 대해준 적이라도 있니? 지금까지 밟아도 밟았는지도 모르는 개미처럼 여기고 있었으면서.]든든한 친구가 있다.
파랑은 텔레파시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
학생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신비로운 금발을 휘날리는 소녀가 걸어오고 있었다.
삼각 귀를 쫑긋거린 소녀는 이윽고 붉은 눈으로 파랑을 비웃던 이들을 직시했다.
그러고는 코웃음을 친다.
[너희. 조금 전에 한 말을 나한테 다시 할 수 있겠니?]KK그룹의 방계 진서나.
그녀의 권위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그리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나.
“─나도 한 번 더 듣고 싶네.”
“─여기 분위기 왜 이리 삭막해? 무슨 공개처형이라도 하고 있어?”
앨리스그룹의 정하양.
영원그룹의 유도준.
두 사람의 힘을 등에 업은 그녀를 이 자리에서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내 생긋 웃은 그녀가 학생들에게 텔레파시를 쏘았다.
노이즈 없이 또랑또랑하게 들리는, 들으면 들을수록 정신이 혼미해지는 울림이었으니─.
[─너희들 혹시 노은하 맛이 보고 싶어서 그러니? 그러면 말을 하지. 내가 은하랑 얼~마나 친한데.]여우는 그렇게 노은하를 팔았다.
학생들의 얼굴이 희게 질렸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