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417
굳이 홍보를 할 필요도 없었다고.
은하는 문화탐방 동아리 설명회를 들으러 온 학생들을 보고는 할 말을 잃었다.
그야말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이게 뭐래.”
가까스로 입을 뗀다.
부원들을 도와 설명회를 준비하던 은하는 문 앞에서 복도까지, 복도를 돌아가면서 다음 복도까지 이어진 인파를 확인했다.
회의실이 미어터질 듯했다.
“망했네….”
동아리 선배들이야 설명회에 이리 많은 학생들이 찾아온 것이 좋을지 모르나.
일개 부원에 지나지 않는 은하는 결코 아니었다.
저들의 수만큼 자료집을 배부하고, 회의실을 정리해야 하는 일이 바로 그의 역할이었다.
결국 아랫사람이 고생하는 법이다.
아니나 다를까─.
“─은하야! 미안한데 문 앞에 있는 애들이랑 같이 사람들을 받아야만 할 것 같아! 지금 사람이 너무 많아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있거든!”
“은하야! 힘들지 않으면 저쪽 좀 도와주지 않을래? 그리고 오늘 도와주러 와서 정말 고마워!”
임원들이 은하에게 부탁을 했다.
그들도 또한 발표를 준비하거나, 음향장비의 상태를 확인하는 등등 바쁘게 현장을 뛰어다니고 있는 중이었다.
그들을 붙잡을 새도 없었다.
에휴…, 어쩔 수 없네. 여기 말고 다른 동아리에 가입할 수도 없고, 애들도 잘 따르고 있으니 분위기를 망칠 수는 없지.
겸사겸사 저 사람들한테 빚도 좀 만들어둔다고 생각해야지, 뭐.
귀찮지만 어쩔 수 없다.
체념한 은하는 민지의 지시에 따라 입구 앞에서 동아리 설명회 자료를 나누어주기로 했다.
“…다과는 안쪽에 배치되어 있으니 자유롭게 이용하시면 됩니다.” “애가 말에 영혼이 없게…. 그리고 좀 웃으면서 나눠주란 말이야.”
“그건 네가 나 대신에 해주라.”
“노은하 인성….”
그와 같이 일을 하고 있던 민지는 학생들을 응대할 때는 미소를 짓고, 그들을 보내고 난 뒤에는 은하에게 핀잔을 주었다.
물론, 은하는 대놓고 흘려들었다.
다만 기계적으로 자료를 나누어줄 뿐이다.
그러다 눈여겨본 학생이 찾아오면 얼굴을 바꿔서는 아는 척을 했다.
이를 테면, 윤이별이라든가.
“…아, 안녕. 설명회 한 번 들으러 오라고 해서…. 나도 자료집 줄래?”
“어서와. 옆에 있는 사람은 친구? 너희도 어서 오고.”
옆에 있던 민지는 은하의 재빠른 태세전환에 혀를 내둘렀다.
그녀가 곁눈질로 째려보든 말든, 은하는 지루해하던 참에 윤이별과 대화를 나누었다.
사실 그녀가 같이 데려왔다고 하는 친구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안에 들어갔는데 자리가 없으면 거기 목민호라고, 무뚝뚝하게 생긴 애가 있거든? 걔한테 가서 내 이름 말해주면 좋은 자리를 받을 수 있을 거야.” “…응? 아니야, 괜찮아. 그건 좀…. 부담스러워서….”
아마도 온태양과 그의 파티원들이 이 자리에 참석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은하는 그들의 편의를 위해 사전에 설명회를 듣기 좋은 자리를 빼놓은 참이었다.
하지만 그의 선구안이 그녀에게는 부담이 되었던 모양이다.
결국 몇 마디 대화를 주고받고는, 윤이별은 같이 온 친구들의 눈치를 이기지 못하고 자리를 떠났다.
“아까 그 애도 네가 흥미를 가진 사람인 거야?”
“뭐…, 그렇지.”
“하긴, 네가 흥미를 가질 법하네. 윤이별이라고 했나? 내가 알기로는 필기시험 만점으로 입학한 애니까.”
“어, 그랬어?”
“…그것도 모르면서 무슨 기준으로 쟤를 뽑은 거야?”
“궁금해?”
“응.”
“안 알랴줌.”
“하…, 진짜 유치하다.”
어처구니가 없어하며 웃는 김민지.
은하는 오랜만에 그녀를 곯리고서 어깨를 들썩였다.
그러는 한편으로 손을 쭉 뻗어서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자료를 나눠주었다.
그러다─.
“─안녕?”
자료를 받지도 않고 그의 앞에 선 남학생.
은하는 그제야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올렸다.
순간 그의 눈에 맺힌 것은 당황함.
그러나 그 감정은 이내 반가움으로 변해버렸다.
무슨 일이지? 은혁이가 봉구래가 날 찾았다고 말하기는 했었는데….
얘가 꽤나 호의적이네?
봉구래.
은하는 자기관리에 충실한 것 같은 그를 바라보았다.
플레이어가 이상한 사람이 워낙에 많다고 하지만….
얘도 괴짜 중의 괴짜라고 불렸지.
그에게는 또 다른 이명이 있었다.
자칭, 온태양의 8번째 아내이자, 문 닫고 들어간 마지막 하렘원.
어찌 보면 온태양의 파티 중에서 가장 비정상적이었다.
하지만 스나이퍼로서 그의 실력은 진짜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그의 성격이 아무리 이상하다고 하더라도 겉으로 그에게 뭐라 하지 못했다.
뭐…, 유쾌한 성격은 똑같네.
이천서가 분위기 메이커라고 하면, 봉구래는 하렘원들의 윤활제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이가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니 은하로서는 흡족할 뿐이었다.
“그래, 안녕. 노은하라고 해.” “어머. 매너 있네. 나는 봉구래야.”
은하가 손을 내밀었다.
봉구래는 높은 옥타브의 목소리로 응대하며 그의 손을 잡았다.
그런데 그 손 위로 손 하나를 더 겹친다.
…응?
은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악수가 길었으니까.
그러거나 말거나 봉구래는 한동안 은하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굳은살이 많이 박혀 있네. 자기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겠다. 멋지네. 단련을 게을리 하지 않는 건 좋지.”
“…자기?”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룰루랄라 안으로 들어가는 봉구래.
은하는 기상천외한 그의 행동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괴짜가 맞는 듯했다.
한편, 옆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민지가 떨떠름해하며 물었다.
“쟤도 걔야?”
“어, 걔야.”
“…쟤는 네가 왜 흥미를 가지는지 정말 모르겠는데…. 너 혹시….”
“왜? 왜 말을 하다 말아?”
“궁금해?”
“응.”
“안 알랴줌.”
“와…, 진짜 유치하다.”
은하는 기가 차서 혀를 내둘렀다.
그 소꿉친구에, 그 소꿉친구라는 사실도 모르고서.
그러거나 말거나 혀를 삐죽 내민 민지는 홍보 활동에 전념했다.
그도 더는 그녀를 상대하지 않기로 했다.
이왕 문 앞에 서 있는 김에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이들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잠시 후─.
─드디어 오네.
조아라랑 같이 오네.
온태양의 모습이 보였다.
그의 뒤에 서 있는, 유독 상아색 머리칼이 눈에 띄는 조아라도.
줄을 서 있던 두 사람이 이윽고 차례가 되자 걸음을 옮겼다.
“…….”
머지않아 노은하를 발견한 온태양.
은하는 자신이 지을 수 있는 가장 밝은 얼굴로 그에게 손을 흔들었다.
“흥.”
허나 온태양은 콧방귀를 끼었으니.
당당한 걸음걸이로 앞으로 나아간 그는 은하를 본 체도 하지 않고서는 무작정 안으로 들어간 것이다.
“태양아! 자료집 받아가야지! 저기, 얘들아, 정말 미안해! 태양이 쟤가 오늘 기분이 안 좋은 것 같더라고.”
혼자서 남겨진 조아라가 대신해서 은하에게 사과를 한다.
그런 그녀도 은하의 눈치를 보고는 자료집만 받아들고는 온태양을 따라 안으로 사라졌다.
“…미운 털 제대로 박힌 것 같네.”
요 며칠 계속 이런 식이다.
한숨을 쉰 은하는
잡념을 떨치면서 말없이 자료를 나누어주는 작업을 계속했다.
정말이지 기계적으로.
“…잘생기면 뭐해. 저리 싸가지가 없어서야…. 자꾸 저렇게 무시하니 내가 다 짜증나네.”
행여나 은하에게 들릴까봐.
김민지는 입 안으로 웅얼거렸다.
다른 친구들도 같은 마음이었다.
☆
동아리 설명회가 성황리에 끝났다.
다음 주에는 동아리 면접이 있고, 얼마 뒤에 첫 번째 활동이 예정되어 있다.
이제 남은 일은 동아리 선배들이 해야 하는 것뿐.
“─지금부터 멋쟁이 여자들 기숙사 회의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땅땅.””””
그래서 여학생들은 뒤풀이 겸으로 먹을거리, 술과 음료를 준비해서는 정하양의 방에 집합했다.
그들이 그녀의 방에 집합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정하양의 방이 제일 넓었기 때문이다.
기숙사 방 배정에서도 차이를 두는 교육기관이 바로 아카데미였다.
“우선, 오늘 모두 열심히 일하느라 수고했어. 일단 건배부터 하자! 술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술을 마시고, 못 마시는 사람은 탄산으로. 건배!”
“”””건배!!!!””””
회의장 김민지.
맥주 캔을 딴 그녀가 회원들에게 축사를 건넸다.
회원들은 먹고 마시자는 일념으로 술과 음료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자! 그러면 오늘 기숙사 회의를 열게 된 배경에 대해서 설명할게. 서나야.”
“응. 지금부터 내가 설명할게.”
비서실장 진서나.
긴 고민 끝에 마른안주를 선택한 그녀가 여우 꼬리를 흔들며 설명을 시작했다.
“은하가 요즘 관심을 보이고 있는 애들이 있는 것은 알고 있을 거야. 그런데 그중에서 온태양이 은하한테 대하는 행동이 눈에 밟히더라고.”
진서나가 스마트폰을 켠다.
이윽고 그것을 원 가운데로 놓고는 다른 사람들이 화면을 볼 수 있게 했다.
얼마 전에 일어난 일이다.
온태양이 카페테리아에서 은하에게 비아냥거리는 영상.
“최가인 쪽의 애들이 에브리파인, 아카데미 커뮤니티에다 올린 건데 은하를 상대하는 온태양의 행동이 사이다라는 말이 많더라고.”
“”””…….””””
“그리고 오늘. 나도 아까 봤는데, 온태양이 은하를 대놓고 무시하고는 회의장으로 들어가더라.”
여우가 오징어를 질겅거린다.
마치 온태양을 질겅거리듯.
그녀가 다시금 입을 연다.
“은하가 잘못한 게 없지는 않아. 인재를 포섭하기 위해서는 어쩌다 무시를 당할 수도 있는 거지. 근데 아무리 그래도 나는 은하가 이렇게 얘한테 쩔쩔매는 것도 싫은 데다, 자꾸 아카데미의 여론이 온태양하고 은하를 비교하려고 하는 게 싫어. 그래서 이걸 의제로 올리고 싶어.”
내 돈 내고 밥 먹는다.
얼마 전, 온태양이 카페테리아에서 당당히 김병국에게 내뱉은 발언은 학생들 사이에서 회자되었다.
덩달아 온태양이 최가인을 무시한 은하에게 내뱉은 사이다 발언까지.
아카데미에서 노은하가 차지하는 명성이 상당했던 만큼이나 당당히 제 의견을 내놓은 온태양은 그날로 31기 학생들의 영웅이 되었다.
물론, 온태양의 행동을 아니꼽게 생각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다만 그들은 온태양이 최가인에게 호감을 사고 있다는 소문이 흐르며 자취를 감춰갔다.
여하튼 그날을 계기로, 학생들은 온태양과 은하를 주시하고 있었다.
“여론 조사를 해보니까 31기들의 머릿속에는 온태양이 착한 축으로, 은하랑 민호가 나쁜 축이 돼 있는 것 같더라.”
“…그러고 보니 외곽 산책을 하다 같은 고등아카데미 출신 학생들이 그런 말을 하는 것 같던데. 어쩌면 온태양이 아카데미 풍조를 바꿀지도 모르겠다고.”
신참, 정보부장 호시미야 카에데.
그녀가 조용히 술잔을 기울이다가 말을 보탰다.
어쩌다 서나에게 끌려온 그녀였다.
“나. 내가 내일 가서 사람들 보는 앞에서 온태양을 불에 지져버릴게. 그럼 걔도 다음부터 안 나대겠지.”
“기각. 수빈이 넌 벌주 마셔.”
“쳇.”
행동대장 배수빈.
모처럼 의견을 내놓은 그녀는 곧 민지의 말마따나 소주를 마셨다.
손등으로 턱에 흐른 술을 훔쳐낸 그녀가 다시 손을 들었다.
“나 그런데 궁금한 게 있는데. 왜 걔가 지금 인기가 있는 거야?”
“”””잘생겼잖아.””””
전원의 의견이 일치했다.
그녀들도 객관적으로 생각했을 때 온태양의 얼굴이 유독 잘생겼다고 생각하기는 했다.
사람이 선하게 생겼다.
어딘가 자신감에 차 있는 것 같은 모습도 이성의 마음을 잡아끌었고.
카에데가 온태양이 수업을 마치고 개인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정보를 전하자 그가 얼마나 성실한 사람인지 알 수 있기까지 했다.
“근데 잘생기면 뭐해. 성격이 엄청 마음에 안 드는데.”
“아, 성격 얘기가 나와서 그러는데 뭔가 이상하지 않니?”
“응? 뭐가?”
외교관리장 차은우.
그때, 자칭 여신님 사건을 계기로 술을 접하기에 아직 이르다 판단한 그녀가 운을 뗐다.
달콤한 주스를 맛본 그녀가 이내 자신이 느낀 것을 보충했다.
“나도 사실…. 처음에는 온태양이 병국이한테 반박하는 영상이 조금 멋지다고 생각했거든. 왠지 어딘가 정의감이 넘쳐나는 느낌? 그런 게 들어서….”
“그런데? 계속 해봐.”
“근데 음…. 온태양이 그걸 계기로 가인이 테이블에 합석하게 됐잖아. 그리고 그날 이후로 눈치 보지 않고 2층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그게 왜? 그야 당연한 거 아니야? 온태양이 그 난리를 피워서 자신의 권리를 챙긴 거 아니야.”
“당연한 거지. 당연한 건데….”
은우가 눈썹을 찡그렸다.
말로 표현이 되지 않는다.
그녀는 친구들의 시선을 받으면서 어떻게든 할 말을 찾으려고 했다.
잠시 후, 가까스로 그녀가 찾아낸 답을 꺼냈다.
“정작 온태양만 권리를 얻은 거지. 다른 31기 애들은 여전히 1층에서 먹고 있지 않니? 다들 2층 눈치만 보고 말이야.”
“…어? 그러네?”
“다들 온태양이 당당히 발언하고 제 권리를 찾은 것 하나에 팔려서, 온태양 혼자만 그 권리를 얻었단 걸 생각하지 못하고 있잖아.”
민지와 서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듣고 보니 은우의 말이 맞았다.
온태양은 분명히 잘못된 제도라고 부르짖었으나.
자신만이 그 제도를 바꿔버리고는, 다른 사람을 위해 그 제도를 바꾸려 행동하지 않았다.
“…얘 뭐야? 완전 지 생각만 하는 사람 아니야?”
“음…. 내가 봤을 때는 가인이처럼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하는 성격이 아닐까? 나는 2층에서 먹게 됐으니, 이제 다른 사람들도 2층에서 먹을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거나….”
“그렇다면 자기합리화의 극치네.”
민지는 온태양을 신랄하게 깠다.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겸사겸사 얼마 전에 여학생들에게 뜬금없이 단 둘이 술을 마시자고 한 이천서도 까임의 대상이 되었다.
대조적으로 천서와 같은 가디언인 강시형은 까임 방지권을 획득했다.
“하여간…. 이천서도, 온태양도…. 노은하 걔가 대체 뭘 보고 눈독을 들인 건지 모르겠다니까.” “그러게 말이야. 그러면 어떡할까? 천서 걔는 그냥 이대로 무시하고…, 온태양 얘는….”
“온태양 걔랑 너무 담을 쌓을 수는 없어. 마음 같아서는 노은하 걔가 그냥 포기해줬으면 싶은데…. 걔가 쉽게 포기할 성격도 아니니까 다른 방안을 마련해야지.”
민지와 서나가 머리를 맞댔다.
어느새 카에데와 배수빈은 둘이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한 사람은 관심 없다는 듯이.
한 사람은 삐졌다는 티를 내며.
“음…, 민지야, 서나야. 이건 어때? 온태양의 이미지를 깎아내리는 건 리스크가 너무 크니까, 그럴 바에는 은하 이미지를 바로 세우는 거야.”
“바로 세워? 그거 나쁘지는 않네. 지금 아카데미에서 31기 학생들이 은하랑 온태양을 비교하고 있는 건 걔 소문이 좋지 않아 그런 거잖아.”
“은하에 대한 비방을 불식시켜서, 두 사람이 비교당하지 않게 하는 건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온태양 걔도, 저번에 보니까 은하에 대한 소문을 알고 있는 것 같더라. 그것 때문에 은하를 더 안 좋게 생각하고 있는지 몰라.”
그러거나 말거나 차은우는 연달아 자신의 의견을 보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있지─.”
지금까지 회의에는 참여하지 않고 영상을 몇 번이나 반복해 감상하던 정하양이 입을 열었다.
친구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한다.
“─지금 얘는 누구나 2층에서 먹을 자격이 있다고 말해서 사람들에게 호감을 사고 있는 거잖아?”
기프트 .
그녀는 영상을 보면서도 지금까지 회의 내용을 전부 듣고 있었다.
“그러면서 2층에서 먹게 된 이후, 다른 사람들이 어느 층에서 먹든지 신경을 쓰지 않게 된 거고. 이제는 당연하게 줄도 서지 않고서 2층에 올라가서 먹고 말이야.”
분명 회의장은 김민지였으나.
결정권자는 따로 있었다.
멋쟁이 여자들 기숙사 회의 대표.
집주인, 정하양.
“─우리가 은하가 다른 사람들을 생각해주는 모습이 얼마나 대단한지 깨닫게 해주자. 말로 하는 것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거야.”
“”””응?””””
“그러라고 있는 돈이고, 힘이잖아? 우리 골든벨, 한 번 크게 울려보자.”
정하양은 스마트폰 전화번호부에서 세 사람을 찾아냈다.
한서연, 유도준, 이유천.
시리우스, 영원, 루미너스그룹의 직계들이었다.
“…어때?”
하양이 자신의 계획을 설명한다.
민지는 회의장으로서 구성원들의 의견을 묻는다.
모두 만장일치로 술잔을 들었다.
마지막으로 김민지도 술잔을 높이 들어올렸다.
“그러면 노은하 골든벨 마케팅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회의, 이걸로 끝!”
“”””땅땅.””””
바야흐로, 당사자도 모르는 노은하 이미지 메이킹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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