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42
점심을 먹은 뒤에는 둘레길을 걸었다. 개연폭포에서는 조, 반별로 단체사진을 찍었다.
은혁은 폭포를 가까이에서 보겠다며 발을 헛디뎠다가 크게 다칠 뻔했다.
“…최은혁.”
“…응.”
“너 정말 내 말 안 들을 거야?”
“미안, 대장. 내가 잘못했어.”
산 아래로 떨어질 뻔했던 은혁을 구한 사람은 은하였다. 그가 재빨리 반응하지 않았더라면 은혁은 머리가 깨져 죽었을지도 몰랐다.
은혁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아이들이 멀찍이 떨어져 쳐다보는 것을 느끼면서도, 그는 은하가 무릎을 꿇고 앉으라는 말도 마다하지 않았다.
“은혁아, 두 번은 없다.”
“…응.”
두 번은 없다. 말 그대로의 의미였다.
은혁은 이 말이 농담이 아님을 알았다.
“손 내려. 그만 일어나고.”
“응.”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손등으로 눈을 벅벅 문질렀다. 폭포 아래로 떨어질 뻔해서 눈물이 나오는 것도 아니었고, 선생님에게 혼이 나서 그러는 것도 아니었다.
은하에게 혼이 나서 눈물이 나왔다. 그에게 검을 배우는 은혁은 그가 누구보다도 굉장히 무서운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남자가 그만 좀 울어라.”
“응, 미안. 대장! 헤헤~”
그런데도 그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자신을 걱정해서 화를 내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은혁은 그가 자신을 무시하는 것이 더 무서웠다. 그가 무시하는 이유는 너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반증이었으니까.
“…은하가 화내면 무섭구나.”
멀찍이 떨어진 아이들 중에는 서나, 민지, 하양도 있었다. 민지가 사준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던 서나는 은하가 정색하는 모습이 얼떨떨했다.
이러는 모습이 처음은 아니었다. 그는 세나가 시비를 걸어오면 짜증을 내기도 했고, 얼마 전 하양이 말도 없이 사라졌을 때에는 화를 내기도 했었다.
하지만 오늘 그가 보인 모습은 사뭇 달랐다. 그녀는 그가 무서운 얼굴로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벌을 서라고 할 줄은 몰랐다.
더군다나 은혁은 친구인데도.
“은하는 원래 그래.”
하양은 서나의 태도를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녀는 은하가 정색하며 혼내는 모습을 낯설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휴, 그걸 이제 알았니? 노은하 쟤가 알고 보면 사이코야, 사이코.”
민지도 한 수 더했다. 아이스크림 막대를 쓰레기통에 버린 그녀는 저 멀리서 걸어오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툴툴거렸다.
“그런데 왜….”
그런데 왜 은하랑 노는 거야?
서나는 이 말을 하려다 멈칫했다.
아인인 그녀가 다른 사람의 교우관계를 왈가왈부할 처지는 아니었다. 그녀가 이들과 아무리 가까워졌어도, 아인이라는 자각을 가지고 선을 지켜야 했다.
“왜긴 왜겠어.”
민지는 서나의 의문과 망설임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넘겼다.
어깨를 으쓱인 그녀는,
“사이코지만 나쁜 애는 아니니까. 쟤랑 같이 있으면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
별 거 아니라는 투로 답했다.
“은하는 멋지고 착한 왕자님인걸.”
“왕자님이라니. 우웩. 쟤는 그냥 포치가 어울려.”
“아니야. 은하 왕자님이야.”
“하아, 그래, 그래.”
“왕자님은 절대로 나쁜 편이 아니니까. 왕자님이라면 무엇이든 다 지켜줄 것만 같아.”
“…그렇구나.”
서나는 미약하게나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역시 두 사람이 하는 말에 어느 정도 공감이 갔다.
그와 함께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다는.
그만은 절대적으로 내 편이 되어줄 것만 같다는.
그것은 은혁도 느끼고 있는 것이리라. 툭하면 욱하고, 자존심이 강한 그도 은하의 말은 무엇이든 따르니까.
“기다렸지?”
“미안, 헤헤.”
이건 쟤한테 비밀이다?
응, 비밀.
응, 그렇게 할게.
여자아이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은하와 은혁이 어리둥절하든 말든 깔깔거렸다.
☆
보물찾기의 시간이었다. 도안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은 상운사와 대동사, 넓게는 북한산성 북문에 달하는 영역에서 종이쪽지를 찾아야 했다.
“”””후후, 절대 못 찾을걸!””””
쪽지를 숨긴 선생님들이 단언했다. 아이들이 도시락을 먹는 사이에 쪽지를 숨기느라 굶어야 했던 그들은 이때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이들은 보물이라는 말에 눈을 반짝 빛냈다. 조별로 헤어진 아이들은 돌이나 나무 밑, 수풀 속을 뒤지며 쪽지를 찾고 있었다.
“하나 발견!”
“아! 여기도 있다!”
은혁은 대동사 입구 기둥에 붙어 있던 쪽지를 발견했다. 근처에서 쪽지를 발견한 서나 역시 기분이 들떠 있었다.
“그럼 하나, 둘 하고 피는 거다?”
“알았어.”
“대장! 대장이 신호 좀 줘!”
“…하아. 그냥 피지. 하나, 둘~”
은하가 구령했다.
박자를 놓친 두 사람이 다급하게 쪽지를 펼쳤다.
“아! 꽝이야!”
“나도.”
어쩐지.
은하는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대동사까지 오는 길에 쪽지를 몇 개 찾을 수 있었다. 상품은 제한되어 있건만, 곳곳에 쪽지가 보이니 대부분이 꽝은 아닐지 생각하고 있었다.
“…포기하는 게 좋을 텐데.”
“아니야! 대장! 나는 어제보다 한걸음 내딛기 위해서라도 보물을 찾을 거야!”
“나도, 나도! 물감 세트 가지고 싶어.”
“노은하, 너도 발 벗고 나서도록 해!”
“힘내자, 힘!”
“하아….”
오히려 아이들의 의지에 불을 붙인 모양이었다.
결국 느긋하게 쉬고 싶었던 그는 민지 손에 붙들려 보물을 찾아다녀야 했다.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갈까?”
주변지역은 샅샅이 찾았다. 민지는 다른 아이들이 산길을 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조원들에게 제안했다.
“좋아, 가자!”
아직 체력이 넘치는 은혁은 찬성.
“음, 나도….”
보물을 찾는데 흠뻑 빠진 하양도 찬성.
“응, 나도 괜찮아.”
물감을 찾겠다는 열의를 보이는 서나도.
“난 반대. 얘들아, 그 동안 즐거웠다.”
“어딜 가려고!”
집결지로 돌아가려 했던 은하는 다시금 목덜미를 붙잡혔다.
얼른 집에 돌아가고 싶다. 이게 무슨 초등학생 소풍이냐고.
소풍이 아니라 산행이었다.
아침부터 계속 산을 오르고만 있지 않는가. 서울에서 소풍지 찾기가 어려웠다고 하더라도 근처에 경복궁이나 창경궁도 있는데 굳이 멀리 떨어진 북한산을 선택한 학교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산 너머에는 의정부도 있는데!
정말이지, 안전이라고는 생각도 않는 사람들이었다. 말로는 의정부에 서식하는 몬스터가 서울을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하면서도, 소풍지로 선정하니 기가 찰만 했다.
“꺄아아아아─!”
그때였다.
위에서부터 들려오는 비명을 들은 아이들이 걸음을 멈추었다.
“어? 뭐지?”
“무슨 소리지?”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은데?”
서로를 바라보던 아이들이 뒤따라오던 은하를 돌아보았다.
“…다들 조용히.”
메아리는 아니었다.
은하는 검지를 들면서 조용히 할 것을 명했다.
주변 일대가 조용했다. 거짓말처럼.
새 소리가 사라졌다. 언제 사라진 것일까.
바람이 불었다. 바람 소리에는 드문드문 땅을 짧게 치는 소리가 섞여 있었다.
흙먼지가 날리고, 수풀이 흔들렸다. 부자연스럽게.
“…하필이면.”
은하는 혀를 찼다. 소리가 사라진 것만으로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었다.
하필이면 오늘이었냐.
북한산 꽃구경 사태. 의정부에 서식하던 몬스터가 코쿤을 뚫고 북한산을 내려오는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저, 저거 뭐야!”
민지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킁
수풀을 헤쳐 나온 검은 형체. 아이들보다도 커다란 덩치를 지닌 몬스터가 기다란 주둥이를 히죽 끌어올렸다.
“아….”
민지는 저 미소가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지 않았다.
1년 전, 유치원을 습격했던 고블린들이 아이들을 바라보았던 시선이었다.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손끝에 감각이 없었다.
도망쳐야 하는데 발걸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아아….”
싫어. 이거 뭐야. 엄마, 엄마 어디 있어?
말도 채 나오지 않는 소리. 그녀는 고개만 도리질하며 현실을 부정했다.
몬스터가 패닉을 일으킨 그녀를 모를 리가 없었다.
원을 그리며 경계하던 녀석이 단숨에 거리를 좁혔다. 앞발로 땅을 힘차게 민 녀석이 날카로운 발톱을 휘둘렀다.
몬스터는 확신했다. 발톱으로 연한 살을 헤집은 뒤, 목을 물어뜯어버리면 끝이라고.
녀석의 발톱이 그녀를 낚아채러 나아갔고─,
“─정신 차려.”
─발톱은 아무것도 가르지 못했다.
언제부터였을까.
아니. 기척조차 느끼지 못했다.
언제부터 있었지?
어느새 튀어나온 은하가 포크로 앞발을 찍어 내린 것이다. 마나로 코팅된 포크는 두꺼운 가죽으로 이루어진 발을 너무도 쉽게 뚫고, 발톱마저 부러뜨렸다.
크…
몬스터는 그대로 절명했다. 포크를 뽑아든 그가 주저하지 않고 입 속을 찔렀기 때문이다.
그것도 몇 번이고.
몬스터의 사체가 마나가 되어 흩어질 때까지 포크를 찍어댔다.
“…후.”
마나를 함유한 금속으로 만들지 않은 포크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었다. 숨통을 끊은 그는 쥐고 있던 포크를 바닥에 버렸다.
“괜찮아?”
“…으, 응. 나, 난 괜찮아….”
민지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 기분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그녀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조금 전까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조차.
그저 손이 덜덜 떨렸다. 발이 차가웠다.
몬스터가 달려들었을 때, 그때를 생각한 그녀는 찔끔 눈을 감고 말았다.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낀 그녀는 두 팔로 자신의 몸을 껴안았다.
많이 놀랐나 보네. 괜찮아지면 좋으련만.
“너희는 괜찮아?”
은하는 다른 아이들도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아이들은 몬스터가 나타났을 때와는 다르게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대장, 그보다 피부터 닦는 게 어때?”
“맞아. 얼굴이 엉망이야.”
“여, 여기….”
“…고마워.”
은하는 하양이 건넨 손수건을 받았다.
자칫하면 민지가 죽을 수도 있었다. 순간적으로 감정이 고양된 은하는 몬스터에게 분풀이를 하고 말았다. 그러다 몬스터에게 튄 피가 얼굴에 묻은 모양이었다.
“수건은…, 나중에 새로 사줄게.”
“아, 아니야. 괜찮아.”
“대장, 대장이야말로 괜찮아?”
“뭐가?”
“막…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내가 아는 대장이 아니었어.”
은혁이 고민 끝에 내놓은 말은 은하의 허를 찌르는 말이었다.
조금 전, 몬스터를 죽일 때의 그는 였다. 몬스터에게 증오심을 품고, 죽이고 죽이는데 미쳤던 플레이어.
은혁은 그의 모습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었다.
“…조금 흥분해서 그래.”
나는 지금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아이들에게 의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뒤숭숭했다.
표정관리는 잘 하고 있을지 불안했다.
어떤 얼굴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은하는 일부러 산 위를 올려다보았다.
큰일 났네.
조금 전 쓰러뜨린 몬스터는 제7위계 하운드.
하운드는 무리를 짓는 습성을 지닌 몬스터였다. 굶주려 있을 때에는 상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죽자 살자 덤벼들고, 동족마저도 포식한다.
한 번 찍은 사냥감은 죽을 때까지 쫓아오는 성향도 덤이었다.
문제네, 이거.
은하는 산 위에서 느껴지는 흉흉한 기운을 확인했다. 마나 감지망을 거미줄처럼 가느다랗고 촘촘하게 전개하니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몬스터들이 남하하고 있었다.
헬 하운드는 당연히 있을 테고….
헬 하운드는 하운드 무리를 통솔하는 제6위계 몬스터. 감지망으로는 헬 하운드로 보이는 몬스터는 찾을 수 없었지만, 분명 산 어딘가에 있을 터였다.
위험한걸.
들판이나 산맥은 하운드의 무대였다. 그들로부터 달아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후우….”
“대장, 어떻게 하지?”
“어, 어떻게 하기는! 얼른 도망쳐야지!”
“은하야, 어떡해?”
“…나도 도망쳐야 한다고 생각해.”
도망치는 건 문제가 아니었다. 다만 은하는 무서운 속도로 내려오는 무리로부터 아이들을 구하며 도망칠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었다.
단언컨대 무리를 상대하는 과정에서 몇몇을 잃고 말 것이다.
“…내가 코난이야 김전일이야 뭐야.”
살인사건이었다면 적어도 범인이 탐정을 죽이러 찾아오는 일은 없었겠지.
어떡한담.
고민이었다. 플레이어가 몬스터를 토벌하러 오기를 기다릴 수 없는 노릇이었다. 여기는 북한산 중턱이었고, 하운드 무리는 지금도 맹렬한 속도로 내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헬 하운드의 존재도 무시할 수 없었다.
코쿤을 통과하느라 힘이 줄어들었을 테지만, 헬 하운드의 무서움은 무리를 통솔하는 것에서 드러난다.
“…회귀 전에도 그랬고.”
북한산 꽃구경 사태에 대해서는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다만 사망자가 상당수 발생했다는 사실과, 의정부를 탈환해야 한다는 여론에 불이 붙었다는 것만 기억이 났다.
“…어쩔 수 없지.”
도박이었지만 그나마 확실한 수이기도 했다.
“후우.”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비명소리를 들으니 차분해졌다.
비로소 돌아와야 할 곳으로 돌아온 것처럼.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
은하는 전에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진지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너희는 최대한 아래쪽으로 달아나. 만나는 사람들한테 플레이어를 불러달라고 연락하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되든 신경 쓰지 말고 산 아래로 내려가.”
“대장! 대장은 같이 안 가는 거야!?”
“나는…, 다른 애들을 찾으러 갈게.”
거짓말이었다.
은하는 플레이어들이 도착할 때까지 하운드 무리를 상대할 생각이었다.
하운드는 집요한 몬스터였다. 그가 하운드를 몰이한다면, 아이들은 안전하게 도망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나하고 같이 가! 나도 마나를 배웠으니까 이제는….”
“최은혁.”
은하가 서릿발이 내려앉는 목소리로 말했다.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려던 은혁은 멈칫했다.
날카로운 한기가 온몸을 훑었다.
“까불지 마.”
“…미안해.”
은하를 돕고 싶다. 은혁 역시 은하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은하는 은혁이 무모한 짓을 벌이게 할 생각이 없었다. 그가 지금 몬스터 몰이를 하겠다고 결심한 이유도 이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내 의견에 토 달지 마. 닥치고 따라.”
아이들은 일제히 등골을 폈다.
엄중한 경고가 담긴 시선을 받은 그들은 제각기 다른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이는 분한 표정으로.
어떤 이는 좌절한 표정으로.
어떤 이는 불안한 표정으로.
어떤 이는 긴장한 표정으로.
“…후우. 지금부터 너희는 네 명이서 파티를 이루는 거야. 최은혁.”
“응!”
“너는 파티의 메인 딜러야. 산 아래로 내려가면서 마주치는 몬스터는 네가 상대해.”
“으, 응! 알았어!”
“이거 하나만 명심해. 파티원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은 너뿐이라고. 이 중에서 제일 강한 사람은 너밖에 없으니까.”
“알았어, 대장!”
은혁이 씩씩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정하양, 진서나.”
“으, 응!”
“응.”
“너희는 네비게이터야. 하양이가 메인이고, 서나는 서브야. 너희도 알겠지만, 하양이는 감이 매우 좋아. 파티원들은 반드시 하양이가 가자는 길로 가야 해.
그리고 진서나. 오감이 좋은 너라면 몬스터가 가까이 있으면 바로 알 수 있을 거야.”
“응, 그럴게.”
“알았어.”
“마지막으로 김민지.”
“…응.”
민지는 불안했다. 몬스터에 대한 공포가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 다시 마주한다면, 그대로 주저앉아 펑펑 울어버릴 것 같았다.
“무서워하는 게 당연한 거야. 어쩌면 여기서 네가 제일 정상인지도 모르지.”
“무슨 소리야?”
은하는 민지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그는 담담히 말을 이어나갔다.
“너는 애들이 성급하게 행동하지 않는지 지켜봐줘.”
“…그거면 돼?”
“그거면 돼. 그리고 하양아. 남아 있는 도시락이랑 유자차는 모두 나한테 넘겨.”
“응, 알겠어.”
하양은 아무 의문도 표하지 않았다.
“모두 마나를 억누르는 방법은 알고 있지?
하운드는 코가 아주 좋은 몬스터야. 너희가 흘리는 마나에 반응할 수 있으니까 최대한 마나를 억눌러.”
“”””응!””””
할 말은 모두 했다.
은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마나 감지망을 전개했다. 하운드 무리가 아이들이 내려가는 지대까지는 아직 내려오지는 않았다.
저 아이들이라면 잘할 수 있을 거야.
이제는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다.
서서히 체내 마나를 끌어올린다.
그러자 하운드 무리의 방향이 그에게 향하기 시작했다.
“…이쪽이다, 이 개새끼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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