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425
누구는 잘 나가는 애들을 만나서 31기인데도 031기 같은 대접 받고, 누구는 이제 정상적인 사회생활도 못하고 있는데 ㅋㅋㅋㅋㅋㅋ
세상 참 살기 좋아. 그치? ㅋㅋㅋ
왜, 잘 나가는 애들 만나면 그걸로 끝인 거 아니야 ㅋㅋㅋㅋㅋ]
└ 왜? 무슨 일인데?
└ 내 친구 생각하면 자꾸 한숨만 나와서 새벽에 이러고 있다… ㅠㅠ
└?? 썰 좀 풀어봐 ㄱㄱ
└하… 그게 있잖아… 이걸 말해도 되나 모르겠다. 우리 아카데미에서 지금 제일 핫한 애들 있잖아. 그… 캐유플에 잠깐 얼굴이 나왔던 애를 중심으로 모인 애들…
└헐!? 설마 노은하 사단!?
└실명거론은 하지 않아줬으면 해. 괜히 잘못될 것 같아서… ㅠㅠ
└그래서 걔네들이랑 관련돼 있는 썰이라는 거야?
└아니야 ㅠㅠ 나도 31기생이라서 걔네들 썰은 모르고 이번에 합류한 애 말하는 거야…
└뭔데, 뭔데! 말을 해봐!
└자냐? 일어나!
[안녕! 얘들아! 자고 일어나 보니 HOT게시판에 들어가 있어서 깜짝 놀란 거 있지?쪽지를 보내오는 사람들도 많고, 덧글도 많이 쌓여서 아무래도 그냥 글을 새로 파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이렇게 글을 올려!
아침에 이전 글을 확인했을 때에는 ‘노○○’ 사단 애들이 에브리파인을 해킹해서 내 정보를 캐는 건 아닌지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몰라.
그런 일이 없어서 다행이야 ㅠㅠ 걔네들 괴담이 워낙 많은데 이걸로 에브리파인이 감시당하고 있을 거란 루머는 믿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이전 글에서도 말했던 것 같은데, 나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아카데미에 들어온 31기 학생이야. 툭하면 맨날 에파에서 고등아카데미 출신의 신분논란이 되고 있는 바이샤(Vaisya)지.
이제부터 내가 말하려 하는 애도 나랑 같은 바이샤 출신이야. 그런 애가 걔네들 눈에 들어서(정확히는 그분의 눈에 들었다고 해야겠지?), 노블 중의 로얄(Royal)로 불리우는 신분상승을 겪은 거야. 인생사 참 스펙타클해. 그치? ㅎㅎ
근데 얘는 내가 나온 중학교에서 말이 참 많았어. 여기도 그렇지만 쉬는 시간에도 공부만 해대는 애들 있잖아. 꾸미는 데에는 관심도 없고.
걔도 딱 그런 애였는데 3학년 때 잘 나가는 애들을 만나서 몰라보게 바뀐 거지. 맨날 안경만 끼고 있던 애가 화장도 하고, 머리도 자르니까 그나마 예뻐지더라고?
지금이야 뭐… 다시 안경을 끼고, 머리를 길렀지만…
이제부터 그 애를 A라고 말하고, 그 애랑 제일 친했던 여자애를 B, 그 중학교에서 진짜 진짜 잘 나갔던 남자애를 C라고 할게. B하고 C는 어렸을 적부터 알고 지낸 소꿉친구 사이야!
중학교 3학년 때 일어난 일이야.
교실 안에서 조용히 공부만 하는 애들이랑 어울려 다니던 A는 이때 B랑 친해지고 나서 단번에 신분을 세탁했어!(지금도 조금 비슷하네…? 얘 혹시 의도적으로 이런 거 아닐까 생각하니까 소름 돋는다…)
근데 얘가 신분이 바뀌고 나니까 엄청 활발해지더라고. 작은 일에도 막 호응하는 거 있잖아? 얘가 그게 좀 심했어.
우리들 눈에는 이게 보이지 ㅠㅠ 얘가 끼 부리는지 아닌지 말이야… 특히 남자애들 앞에서는 조신한 척, 끼 부리는 거…
한 번 인기를 얻고 나니까 지가 잘난 거라고 생각했던 거지. 그렇게 끼를 부리면서 이 남자, 저 남자를 꼬시고 다니고…
하필이면 그 애 어장에 C까지 걸려버린 거야.
미친 거 아니니?
그때 C는 B하고 잘 돼가고 있는 중이었단 말이야!! B가 막 나한테 잘 돼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해줬고, 분명 B랑 친했을 A도 알고 있었을 거라고.
그런데 어떻게 C를 홀라당 유혹할 수가 있니!?
더 웃긴 건 결국 C가 고백했는데 그냥 확 차버렸다는 거야!! 당연히 B와 C는 완전히 사이가 틀어지고, A는 천하의 개쌍년이 된 거지.
왕따당할 만도 해. 그래도 싸다고.
그 일을 계기로 B가 정신적으로 얼마나 힘들어했는데… 생각할수록 진짜 화가 난다.
근데 그것보다 더 화가 나는 건 중학교 때 있었던 일을 모른 척하고 아는 사람이 없는 아카데미에 와서 아무것도 모르는 척 순수한 얼굴로 걔네들하고 어울려 다니고 있다는 거야.]
└헐… 아카데미에 그런 애가 있단 말이야?
└이래서 고등아카데미 출신들은 받지를 말아야 한다니까 –;
└야, 솔직히 브라만이랑 크샤트리아는 제외해야지. 우리하고 너희는 큰 차이도 없잖아.
└이번에 그분 사단에 들어가게 된 31기 애들이 누가 있지?
└여자애들이면 ㅇㅇㅂ이랑 ㅇㄹㅇ 아니야?
└근데 아인은 수드라 취급이니까 바이샤가 아니지 않나?
└그럼 딱 한 사람이네. ㅇㅇㅂ. 위에 쓴 글 보니까 걔 인상착의랑 똑같네… ㅉㅉ
└ㅇㅇㅂ이었어? 와… 참 착하게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걔가 그렇고 그런 애였다고? ㄷㄷ
└ㅋㅋㅋㅋㅋㅋ 나는 사실 전부터 걔한테서 그런 삘을 받기는 했어. 학기 초에 걔가 그분을 찾아온 적이 있거든? 근데 ㅇㅇㅂ이 입학 전에 그분이랑 만난 적이 있었나봐.
└나도 그 이야기 들었어. ㅇㅇㅂ, 걔가 그분한테 장갑을 선물했다며? 쓰니가 올린 글을 보면 ㅇㅇㅂ 걔가 용의주도한 성격인 것처럼 보이니까 어쩌면 입학 전에 그분을 만난 것도 의도한 거 아닐까? 우와아, 큰 그림 5G다, 5G고요.
└내 킹리적 갓심에 의하면 ㅇㅇㅂ 걔는 의도적으로 그분에게 접근한 거야. 중학생 때 권력을 맛봤으니, 여기서는 안 맛보고 싶었겠어???? 게다가 아카데미는 중학교 때하고 비교도 안 되는 권력사회인데…
└아무튼 대단하다. 그렇게 해서 그분 사단에 들어가고 싶었던 걸까. 나라면 그냥 있는 대로 살겠다.
[하… 새벽에 또 감성 터져 가지고 술이나 마시러 가야겠다.근데 걔네들은 알까?
ㅇㅇㅂ이 그런 애란 걸…]
☆
윤이별은 웬만해서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다.
연락할 사람도 마땅히 없거니와, 공부를 하는데 방해되기 때문이다.
[아임 파인!]“아, 리엘이한테 왔나 보다.”
사실 작년 한 해 동안 스마트폰을 자주 사용하기는 했었다.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이 하루 종일 메시지를 보내왔었으니까.
이제는 옛날 일이 됐지만.
윤이별은 아카데미를 지원할 것을 결심하고부터 스마트폰을 보는 것을 줄였다.
「아리엘」: 미안해 ㅠㅠ 아무래도 텔레파시스트 간담회 시간이 길어질 것 같아 점심은 같이 못 먹을 것 같아…
암 쏘 쏘리 (T.T )
(오후 12:12)
다만 아카데미에 입학하고부터.
뜻하지 않게 좋은 친구들을 만나고 그녀는 다시금 스마트폰 사용량을 늘리게 되었다.
하루 종일 300개가 넘는 메시지를 읽기도 바쁠 지경이었다.
“리엘이는 못 먹는 구나…. 그럼 오늘은 나 혼자 먹어야 되나….”
아리엘의 파인톡을 받은 윤이별은 고개를 툭 떨어뜨렸다.
하필이면 다른 친구들은 이 시간에 수업이 있거나, 후원을 받는 그룹의 모임이 있는 듯했다.
또한 다음 시간에는 그녀가 수업이 있는 상황이었고.
나 혼자 먹어야 하나….
호수를 보며 점심을 먹을 수 있는 학생식당 앞에서.
그녀는 연신 약속상대를 기다리는 다른 사람들처럼 벽에 등을 기대고 서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그들과 다른 점은 그녀에게는 기다리는 사람이 없다는 것.
윤이별은 점심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지 생각에 잠겼다.
“…매점에서 대충 때워야겠다.”
역시 혼자 먹기에는 그렇다.
끝내 결론을 내린 그녀가 매점을 찾으려 했을 때였다.
“어? 이별아, 거기서 뭐해?”
“아…. 안녕? 그냥…, 매점에 가려하고 있었지.”
“여기 카페테리아를 놔두고?”
“같이 먹기로 한 사람이 못 먹게 되기도 해서…. 그런데 태양이 너는 혼자 온 거야? 아라는?”
“아라는 수업.”
때마침 온태양을 만났다.
그녀는 그가 친근하게 부르는 것을 내심 낯설어하면서도 내색하지 않고 그의 태도를 맞춰주었다.
온태양이 동아리를 탈퇴하고부터 둘 사이의 접점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그나마 그녀가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들 중에 속하기는 했다.
“점심을 같이 먹을 사람이 없으면 나랑 먹으면 되겠네. 나도 아라가 수업을 듣고 있어서 혼자 먹어야만 하거든. 같이 먹을래?”
“음….”
온태양의 제안.
이별은 속으로 적잖이 놀라면서도 최대한 겉으로 표현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어색할 것 같은데….
그녀는 낯을 많이 가렸다.
그래서 어렸을 적부터 누군가하고 친해지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하물며 중학교 때 있었던 사건으로 사람을 더 조심히 경계하게 되었고.
“밥은 혼자 먹으면 맛없는 법이야! 나랑 같이 먹자!”
“…응. 그래, 같이 먹자.”
다만 그녀는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약했다.
더군다나 온태양이 화사한 얼굴로 말을 하니 그녀도 완강히 거부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온태양이 웃으며 건넨 말이 꼭 누군가를 생각나게 했다.
은하도 예전에 말한 적 있는데….
둘이 맞지 않는 것처럼 보였는데 이런 면은 똑같구나.
그만 웃음이 나왔다.
은하는 귀찮아하는 듯 보이면서도 툭하면 배고프다는 말을 꺼냈다.
손등으로 입가를 가린 그녀는 이내 온태양과 학생식당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응?”
“왜 그래?” “아니, 그냥…. 지금 막 사람들이 우리를 본 것 같지 않았니?”
“나는 그런 걸 못 느꼈는데? 그냥 입구에서 누가 들어오니까 시선이 그쪽으로 간 거겠지.” “그런가….”
“얼른 메뉴나 고르자. 이별이 너는 뭐로 먹을래? A세트? B세트?”
“음, 오후 수업이 활동량이 많아서 나는 D세트로 먹을래.”
“알았어. 그럼 음식 받고 보자.”
입구 쪽에 설치되어 있는 기계에서 식권을 구입한다.
윤이별은 식권을 구입하고 도중에 온태양과 헤어졌다.
식판을 들고 D세트 메뉴를 받는 줄에 서는데─.
“─활동량이 많은 거랑 D세트랑 대체 무슨 상관이야? 킥.” “나 적게 먹는 여자다~ 뭐 이렇게 꼬리 치는 거지.”
“적게 먹는 것치고는…. 몸매가 영 마른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야.”
앞줄에서 들려오는 키득거림.
그 순간 윤이별은 멈칫했다.
그들이 키득거리는 소리가 완전히 들리지는 않았으나, 저들이 웃는 건 볼 수 있었다.
…기분 탓이겠지?
기분 탓일 것이다.
피해의식이 강한지도 모르겠다.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어느 정도는 고쳤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아직 몸에 배어 있는 듯했다.
ㅋㅋㅋㅋㅋㅋㅋ
“…….”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쳐다보면서 비웃고 있는 것 같다.
그녀는 이내 바닥을 내려다보면서 자신에게 쏟아지는 것 같은 시선을 보지 않으려고 했다.
기분 탓이리라.
메뉴를 받아든 그녀는 점심을 먹고 얼른 이 자리를 뜨기로 했다.
“이별아! 여기야! 여기!”
“어…, 태양아. 그런데 우리 어디에 앉는 게 좋을까?”
도망치듯 그 자리를 떠났다.
사전에 온태양과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로 뛰어온 그녀가 눈치를 보며 물었다.
그러자 온태양이 대수롭지 않다는 것처럼 몸을 돌렸다.
“아래층에는 자리가 없어 보이니까 우리 위층에서 먹자. 내가 위층에서 제일 좋은 자리가 어디에 있는지도 알고 있어.” “…어? 그렇지만 위층은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닌데….”
“그런 게 어디 있어? 내 말 믿어. 괜찮아, 다른 애들도 뭐라고 못할 테니까.”
태양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그녀를 이끌었다.
윤이별은 계단 앞에서 선뜻 발을 내밀지 못하고 있었다.
아, 안 될 텐데….
그녀도 2층에서 먹어보지 못한 건 아니었다.
은하와 친구들과 점심을 먹게 되면 그들과 동석하고는 했다.
다만 그때는 위층에서 먹어도 되는 학생들이 암묵적으로 허가를 했기 때문이다.
오늘처럼 아리엘과 단 둘이 먹는 날에는 논란거리를 만들지 않으려고 아래층에서 먹고는 했다.
“태, 태양아. 우리 그냥 아래층에서 먹으면 안 될까?”
“이별이 네가 그렇다면야 그래도 상관없지만 괜찮다니까? 우리한테 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만약 있으면 그 사람이 잘못된 거지.”
“최가인한테 허락받은 너는 몰라도 나는 좀….”
“혹시 노은하가 그래서 그런 거야? 자기랑 같이 밥 먹지 않을 때에는 2층에서 먹지 말라고.”
“그런 건 아니야.”
“그런 게 아니라면 다행이지만…. 혹시라도 걔가 너한테 뭐라 그러면 나한테 말해줘. 내가 도와줄게.”
“아니야. 그런 건 없어. 나는 그냥 오늘은 아래층에서 먹고 싶어서…. 그런 것뿐이야.”
“…너…, 좋은 사람이구나. 이렇게 다른 사람도 배려할 줄 알고….”
태양이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건 각설하고.
윤이별은 기필코 그를 설득해서는 아래층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얼른 점심을 먹고 강의실로 가서 평정심을 찾기로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들었냐? 아랫사람들을 배려하려고 오늘은 아래층에서 먹고 싶댄다.
윤이별 인성 ㅋㅋㅋㅋㅋㅋㅋㅋ
익명을 빙자하여.
두 사람이 자리를 찾아나서는 그때 깔깔거리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윤이별의 발걸음이 우뚝 멈추고, 온태양은 사람들 속에 숨어 비웃는 사람들을 찾으려 주변을 둘러봤다.
오늘은 왜 혼자 먹는 걸까?
내 킹리적 갓심에 의하면 윤이별 쟤, 노은하한테 버려진 걸 거야.
하긴, 걔네들도 에브리파인 하니까 오늘 HOT게로 올라간 글을 모르진 않겠네.
우리 모두 에브리파인! 에파 덕에 호구당하는 일이 없으니까 참 좋네! 깜빡했으면 나도 쟤한테 속을 뻔했지 뭐야.
ㅋㅋㅋㅋ네가 쟤하고 무슨 상관이 있다고? ㅋㅋㅋㅋㅋ
“…….”
“누가 자꾸 이상한 소리하는 거야! 당장 그만두지 못해!?”
“…아니야.”
손이 덜덜 떨린다.
고개를 들 수가 없다.
다만 소심한 목소리로 아니라고 부정할 뿐이다.
윤이별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로 죄인인 것처럼 익명이 퍼붓는 말을 들었다.
반면에 태양이 발끈하고 나섰지만, 조소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근데 윤이별 쟤, 대단하지 않냐? 어떻게 태양이랑도 친할 수가 있는 거야? 인싸력 무엇 ㅋㅋㅋㅋ
태양아! 너도 에파 보지 않았어? 윤이별 더러운 년이래. 중학교 때 지 친구 남친도 꼬시고, 그랬으면서 차버린 애라는 거야.
팩폭 오지고요 ㅋㅋㅋㅋ 나 같으면 이제 쪽팔려서 아카데미에서 얼굴도 들고 다니지 못하겠다 ㅋㅋㅋㅋ
“…아니야. 아니라고….”
허, 아카데미가 불타지 않는 날이 없어요. 왜 이놈의 아카데미는 맨날 이렇게 불타는 건지 모르겠다.
그건 네들 수준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런 거야. 중등아카데미도 나오지 않았으면서 맨날은 무슨 ㅋㅋㅋㅋ
하긴ㅋㅋㅋ 중등아카데미 놈들은 꼭 남을 까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놈들이잖아 ㅋㅋ 실력 때문에 우리한테 질투나 부리고 말이야.
“나…, 안 그랬어.”
비웃음이 비웃음을 부르고.
걷잡을 수 없는 비웃음의 연쇄가 순식간에 공간을 가득 메웠다.
이별은 이내 눈물을 참지 못하고 뚝뚝 떨어뜨렸다.
그러나 그녀가 어깨를 들썩이면서 흐느끼는 소리는 조소 속에 묻힌다.
“다들 조용히 하라고─!!”
그리고 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 중, 유일하게 그녀의 편이 되어주었던 온태양이 쩌렁쩌렁 내뱉었다.
마나를 실으며 공간에 퍼져 나간 소리가 익명성을 억눌렀다.
“”””…….””””
침묵이 내려앉았다.
태양은 밥을 먹는 것처럼 보이는, 어쩌면 윤이별을 조소하는 것 같은 학생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나는 윤이별을 믿어. 내가 아는 이별이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야. 자세히 알지도 못하면서 이별이한테 이상한 소리하지 말란 말이야!”
윤이별은 눈물을 흘린 채로 태양을 쳐다보았다.
그가 무슨 이유로 갑자기 자신을 믿는다는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다만 고마웠다.
아무도 편이 되어주지 않는 곳에서 자신을 편 들어주는 그가.
“만약 이별이가 정말 그랬어도…. 그래도 이제는 그러지 않는 거잖아. 꼭 옛날 일을 가져와서 애를 이렇게 울게 만들어야겠어?”
그러나 고마움은 잠시.
윤이별은 온태양이 사람들을 향해 말하는 말에 눈을 크게 떴다.
“…아니…라니까….”
아니다.
만약이라는 가정도 없다.
그녀는 흐느적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녀가 소심하게 중얼거린 목소리는 그에게 닿지 않았다.
“─그러니까 나는 윤이별을 믿어!”
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잖아.
모르면서 날 억측하려고 하지 말란 말이야.
아니라고. 아니라고 말했잖아.
고개를 젓는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그녀가 아니라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향하고 있다.
마치 자신이 하는 말이 정의라는 것처럼.
자신이 그녀를 구원하겠다는 듯이.
온태양은 숨을 죽이고 있는 다수에게 자신의 생각을 설파했다.
자신의 생각이다.
그녀의 생각이 아니라.
“내가 옆에 있는 한 절대, 앞으로 이별이가 그러는 일은 없을 거야!”
멋대로 과거를 단정 짓는다.
멋대로 이야기를 매듭 짓는다.
태양이라면 믿을 수 있지 않나?
그래도 태양이가 하는 말인데…. 우리 31기의 영웅! 장하고 멋지다!
하긴…, 우리가 이런 얘기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그냥 적당히 하고 끝내자.
그럼 온태양이 아카데미의 수질을 관리해주겠다는 건가? 나쁘지 않네. 우리 기분 상하게만 안 해주다면야.
그리고 사람들은 온태양의 생각에 하나둘 동조하기 시작했다.
온태양, 그가 책임을 지고 윤이별을 교화시킬 거라는 이야기에.
윤이별은 자신이 뭐라 말한다 한들 저들이 이제는 자신의 이야기에는 귀를 기울여주지 않을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아니, 저들은 처음부터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으리라.
지금까지 그녀가 겪어온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었으니까.
“”””…….””””
다만 그런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세상에는 다른 사람들이 뭘 보든, 어떻게 듣든지 간에.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면서 사는 사람들도 있었으니─.
“─이것들이 겁도 없이 지랄이야, 지랄은….”
노은하가 살기를 흩뿌렸다.
☆
이틀 전에 에브리파인에 업로드된 윤이별에 대한 게시글.
ㅇㅇㅂ이라는 초성을 사용했지만 은하와 친구들이 누구를 가리키는지 모를 리가 없었다.
그래서 은하는 친구들에게 부탁해 괜한 소문이 2차 생산되지는 않는지 감시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결국 문제가 터졌다.
사람이 이리도 많으니, 원….
여론 조작도 쉽지가 않네….
고등아카데미에 재학 중인 학생은 모든 학년을 통틀어서 6600여명에 이르렀다.
재계그룹과 직접적으로 연이 닿은 사람들을 관리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일반 학생들까지 관리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러다 보니 친구들이 학생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것이 늦어진 것이다.
하필이면 문제가 터지는 시간대에 윤이별의 곁에 아무도 없기까지 했으니.
그나마 식당 곳곳에 우리 편에 선 애들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윤이별이 학생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는 사태까지 발생할 뻔했다.
그야말로 공개처형이었던 셈이다.
“왜? 아까처럼 지껄여보지 그래. 만약에 그랬다가는 혀를 뽑아버릴 생각이지만.”
“”””…….””””
자신의 편에 서 있는 학생들.
그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윤이별이 학생식당에서 사람들에게 비난받고 있다고.
안타깝게도 연락은 몇 개의 채널을 경유하느라 은하에게 도달하는 데에 다소 시간이 걸리기는 했다.
그렇기에 은하는 연락을 받자마자 교관이 보는 앞에서 수업을 출튀해 이곳까지 뛰어왔다.
몇몇 친구들도 마찬가지였고.
“내가 똑똑히 다 들었어, 이것들아! 내 귀가 얼마나 좋은지 아냐?”
특히 텔레파시스트 간담회가 있던 진서나, 진파랑, 아리엘이 제일 먼저 이 자리에 도착해 있었다.
문 밖에서 상황을 파악하는 한편, 정세를 염탐하고 있었다고.
세 사람을 뒤로한 은하는 자신과 눈을 마주치자 얼른 눈길을 피하는 학생들을 둘러보았다.
그사이에도 친구들이 그의 곁으로 속속들이 도착했다.
“─윤이별. 이리 와.”
“…응.”
이윽고 은하는 윤이별을 불렀다.
온태양의 옆에 서 있는 채로 연신 눈물을 흘리고 있던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를 거의 자신의 품으로 데려온 그는 자신의 살기에 겁을 먹고 있는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진파랑, 진서나.”
“오냐.”
“응.”
노은하가 명령조로 부를 때.
그건 그가 그들을 자신의 사람으로 부리겠다는 뜻과 다르지 않았다.
그렇기에 진파랑은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송곳니를 내보이며 웃었다.
진서나는 그의 생각을 파악한 듯이 차분히 답했다.
“아리엘.”
“오우!”
아리엘이 호전적으로 대답했다.
명령만 내리면 언제든지 그의 말을 따르겠다는 듯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한테 내 말을 전하도록 해.”
언젠
가 파티의 리더가 될 이로서, 노은하는 파티의 텔레파시스트가 될 세 사람에게 명령했다.
세 사람이 두 귀 사이로 스파크를 튀겼다.
“이 자리에서 말하겠는데─.”
[너희들 노은하 말 잘 들어─!!] [고등아카데미 031기 1학년 18반 노은하가 너희에게 전하는 말이야.] [노은하가 전합니다!!]“─지금 이 시간부로, 누구라 해도 내 사람을 건드리는 사람은 그걸로 끝인 줄 알아.”
[누구든 내 사람 건드리면 뒤진다. 그때는 인생 종 치는 줄로 알아라. 이상 진파랑이었다.] [현재 시각 오후 12시 45분부로, 어느 누구든지 내 사람을 건드리면 가만 안 둘 줄 알아. 첨언하건대, 은하는 이럴 때 거짓말 안 해. 이상 진서나가 전할게.] [앞으로 내 사람 건드릴 생각이면 목부터 씻고 오는 것이 좋을 거다. 이별이 건드리지 마! 이상 아리엘이전합니다.]서로 다른 음색을 지닌 텔레파시가 학생들의 머릿속을 꿰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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