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428
“여러분도 한 번쯤 어느 철학가의 명언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시간을 되돌려, 3월.
고등아카데미 교관들은 회의실에서 1학기에 있을 종합능력평가에 대한 회의를 가졌다.
올해 1학년을 담당하는 교관들은 모두 의무적으로 참석해야만 하는 자리였다.
이례적으로 어느 학년도 맡지 않은 신서영도 참석해 있었다.
그녀는 이번 종평에 보조인원으로 투입될 예정이었다.
“─인생이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이다.”
1학년 총괄교관이 좌중을 보면서 운을 띄었다.
몇몇 교관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신서영은 다리를 꼰 채로 경청했다.
“올해 1학년 학생들이 치러야 하는 종평은 바로 그것입니다. 이중에는 중등아카데미에서 올라오신 분들과 1학년 종평을 담당하지 않은 분들도 있을 겁니다. 하여 이 자리를 빌어, 이번 종평에 대한 기획안을 설명하고자 합니다.”
종평을 유연하게 수정할 수 있는 중등아카데미와 다르게.
고등아카데미의 종평은 학년마다 어느 정도 체계가 잡혀 있었다.
학생들이 비상시에 보충인력으로 투입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해도 전투가 가능한 인원으로서 차질이 없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리하여 1학년 종평의 경우에는 플레이어의 전체적인 역량을 성장시키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는 했다.
학생들은 이 시험을 우스갯소리로 ‘선택 시험’이라 불렀다.
은아네 기수는 이때 어떤 시험을 치렀다고 했더라.
그때 은아가 나한테 힘들었다면서 하소연을 했었는데….
신서영은 화면을 가만히 응시하며 현재 업계에서 라는 이명으로 불리고 있는 은아에 대해 떠올렸다.
선택 시험.
학생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종평 당일에 선택지가 2개인 질문을 받는다.
그리고 학생들이 고른 선택지마다 제각기 다양한 방식과 평가내용으로 전국을 떠돌아다니게 된다.
그러다 보니 종평이 끝나는 시기는 제각기 달라서, 운이 나쁠 경우에는 2주 동안 종평을 하고 다음날부터 바로 수업을 들으러 가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그야말로 복불복이었다.
더군다나 질문도 한 개가 아니고 말이야.
학생들이 많다 보니 어느 정도로 그룹을 나눠야 하니 어쩔 수 없지.
신서영은 보조인원이라는 자격으로 1학년 종평에 몇 번 참여한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그녀는 가장 난이도 높은 선택지에 투입되고는 했다.
아마 이번에도 그럴 것이리라.
다만 걸리는 게 하나 있었다.
올해 1학년 중에는 은하도 있는데 무슨 사고라도 일어나는 건 아니겠지?
노은하, 아카데미의 잠룡.
그러나 그녀에게 그는 온갖 사건을 몰고다니는 사고뭉치나 다름없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지만.
그녀의 감이 말하고 있었다.
왠지 이번 종평에서 은하와 엮이게 될 것 같다고.
그래도 내가 제일 어려운 선택지를 담당하게 될 텐데….
아마도 감이 좋은 은하의 성격상, 어려운 선택지를 고르지는 않을지도 몰라.
그럼에도 그녀는 정신적인 안정을 취하기 위해 불안한 직감을 부정하기로 했다.
그사이, 1학년 총괄교관이 이윽고 기획안을 다채롭게 할 아이디어를 받기로 했다.
탕수육을 찍어먹느냐 부어먹느냐.
화장실 휴지를 몇 칸 사용하느냐.
햄버거를 몇 개까지 먹을 수 있나.
여러 가지 의견이 나왔다.
신서영은 가만히 의견을 듣다가, 다른 교관들과 함께 무기명 투표로 뼈대가 되는 아이디어를 선출하기로 했다.
“─그러면 올해 1학년 종평에서는 총 득표수 22표를 얻은 아이디어를 중요골자로 삼기로 하겠습니다.”
잠시 후, 투표 결과가 끝이 났다.
교관들은 화면에 단 하나 떠오른 아이디어를 바라보았다.
점심으로 짜장면을 먹을지 아니면 짬뽕을 먹을지라…. 나쁘지 않네.
짜장면 Vs 짬뽕.
신서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큰 뼈대가 되는 아이디어는 단순할수록 좋았다.
그래야 살이 될 다양한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었으니까.
“여러분! 짜장면이라 하면 당연히 우리나라 최남단이라고 할 수 있는 마라도 아니겠습니까?”
“마라도 괜찮은데요? 거기로 가는 이동방법도 다양하게 정할 수 있고, 수상전까지 체험할 수도 있을 테니 학생들의 상황대처능력을 기르는데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곳곳에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짜장면을 고른 학생들이 마라도로 가게 만든다.
신서영은 쓴웃음을 지었다.
학생들이 고생할 것이 눈에 뻔히 보였다.
반면에 교관들이 학생들의 고생을 즐겁게 지켜볼 것도.
그리고 그녀 역시 교관이었으니─.
“─저도 마라도가 좋을 것 같네요. 마침 께서 제주도 인근에서 살고 계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운이 좋다면 학생들에게 가르침을 전수할 수도 있겠네요.” “오, 그거 괜찮은데요?”
이왕 어려운 선택지를 담당할 것.
그녀는 제주도의 자연을 구경하며 겸사겸사 황진희를 만나러가기로 했다.
황진희.
문준과 남궁성운, 백서진 등을 비롯하여 을 몸소 겪은 살아있는 신화라고 불리는 자였다.
다만 그녀는 세상의 멸망을 막고서 플레이어의 삶을 포기하고 전국을 떠돌아다니는 삶을 택했다.
간간히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최근에는 제주도에서 사는 듯했다.
“흠, 께서 거기 계시다면…. 괜찮을 것 같네. 학생들에게 귀중한 경험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그럼 짬뽕은 어떻게 할까요?” “짬뽕으로 유명한 지역이 어디지?” “짬뽕하면 당연히 교동 아닌가요? 강릉으로 보내버리면 어떨까요?”
이외에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다만 교관들은 조금 전처럼 쉽사리 호응하지 않았다.
한 그룹은 마라도로 보내는 반면, 다른 한 그룹도 그만한 거리가 있는 지역으로 보내야 했다.
다만 마땅한 지역이 나오지 않은 것이다.
바로 그때─.
“─제가 한 말씀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올해부로 고등아카데미 교관이 된 이국종이 손을 든 것이다.
☆
5월, 종평의 시기가 찾아왔다.
아카데미는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종평에 대해서 짤막한 언급만 했을 뿐이다.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골라서 그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는 시험이 될 것이라고.
“선배들한테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이번 종평은 중등아카데미에서 했던 종평보다 더 힘들 거라고 하더라.”
“나도 들었어. 어떤 걸 선택해도, 지옥 같이 힘들거라던데….”
민지와 서나가 정보를 교환한다.
저녁식사를 마친 은하는 덤덤하게 두 사람과 친구들이 말하는 내용을 듣고 있었다.
다른 애들도 정보를 모으러 다니고 있는 모양이네.
하긴, 제대로 공지해주지도 않으니 알아서 찾아보는 수밖에 없겠지.
여자기숙사 1호관 1층 라운지.
점호시간 전까지 남학생의 출입을 허용하는 라운지에는 은하와 친구들 외에도 많은 학생들이 있었다.
테이블 간격이 넓지 않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소리도 간간히 들려왔다.
서로가 그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정보교환을 하고 있는 셈이다.
“흥, 종평이 어렵든 무슨 상관이야. 평소부터 단련을 해온 사람이라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텐데.” “그래도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어. 모르는 것보다는 미리 알고 있는 게 종평을 치르는데 도움이 될 거야.”
배수빈이 흥 소리를 내고, 민호가 그녀를 점잖게 타일렀다.
은하는 여전히 대화에 끼지 않고 커피를 마셨다.
이전 삶에 대해 생각에 잠긴다.
고등아카데미에서 진행될 종평은 내가 모두 아는 것들이야.
당연히 이번 종평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도 알고 있고.
회귀 전에 한 번 겪어보았다.
그렇기에 은하는 친구들과 다르게 여유롭게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이전 삶에서는 한없이 고생했지만, 이제는 미래를 아는 은하는 힘들게 고생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은하 너 때문에 이게 대체 뭐야! 내가 왜 짜장면 하나를 먹겠다고 마라도까지 가야 하는 거냐고!’
돌이켜보면 추억이었다.
은하는 회귀 전에 이유정이 그에게 울컥해서 내뱉은 말을 떠올리고는 입가를 끌어올렸다.
짜장면 그리고 짬뽕.
양자택일의 상황에서 은하는 그때 짜장면을 선택했다.
당시 그의 뒤치다꺼리를 해야 했던 이유정 또한 어쩔 수 없이 짜장면을 고르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짜장면 때문에 바다를 건너 제주도로, 그보다 더욱 남쪽에 떨어져 있던 마라도로 가야 했다.
그때 진짜 지옥이었지.
그때는 아직 호흡을 고르는 법도 모르는 상태나 다름없었으니까.
거의 깡으로 버틴 거였지.
길을 헤매느라 2주일이나 걸렸다.
짜장면 한 그릇을 먹고 복귀하자 바로 수업에 들어가니 그때 얼마나 피곤했는지 모른다.
무엇보다 은하는 짬뽕을 선택하고 강릉을 다녀와서 며칠이나 쉬었다는 학생들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내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노은하 얘를 어떻게든 설득해서라도 짬뽕을 먹으러 가게 할 거야.’
하물며 어쩔 수 없이 그를 따라온 이유정은 어땠겠는가.
그날 이후 그녀는 아카데미 시절을 회상할 때면 짜장면을 선택한 것을 극심하게 후회했었다.
은하는 미안해서 말을 안 했지만, 그 역시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다시는 짜장면을 고르지 않으리라고 다짐했다.
그러니 이번에는─.
─짜장면을 고르면 안 돼.
은하는 이 자리에서 다짐했다.
이번 삶에서는 짬뽕을 골라 편하게 맛집 탐방이나 하고 오겠다고.
당시에 짜장면을 선택한 학생들의 실력이 눈에 띄게 상승하긴 했으나, 은하는 후회하지 않고 짬뽕을 고를 생각이었다.
내가 짜장면을 먹어서 뭐해?
회귀 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이라면 거기서 강해질 수 있는 깨달음이나 경험을 얻는 것도 아닌데.
은하는 자신의 실력을 자신했다.
비록 마라도에 가 있다지만, 굳이 그녀에게 가르침을 받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더군다나 자신이 마라도에 간대도 과연 그녀가 자신을 가르칠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녀는 이전 삶에서 거절했으니까. 그녀가 가르침을 내린 사람은 오직 온태양이 유일했다.
이변이 없는 한, 아마도 온태양은 이번 삶에서도 의 가르침을 전수받게 되리라.
“노은하. 너는 가만히 있을 거야? 너는 뭐 들은 정보 같은 거 없어?”
“맞아. 우리만 말하게 하지 말고 너도 얼른 아는 거라도 얘기해보란 말이야.”
그때 민지가 한소리를 했다.
상념에서 깨어난 은하는 툴툴대며 붉은 눈을 흘기는 서나를 쳐다보고 어깨를 으쓱였다.
“글쎄?” “아는 거야, 모르는 거야?”
민지가 답답한지 핀잔을 주었다.
은하는 친구들의 얼굴을 살피다가 주변에 듣는 귀가 너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자리에서 괜히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은하는 짐짓 모르겠다는 행동으로 고개를 저었다.
“너 서영 언니하고 친하지 않니? 언니한테 한 번 물어보는 게 어때? 언니는 뭔가 알고 있지 않을까?”
“그 누나가 이런 면에서는 고지식해서 말해주지 않을 것 같아.”
“그래도. 한 번 물어보면 어디가 어때서.”
여우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은하는 덤덤히 대꾸했다.
몇몇 친구들도 신서영에게 한 번 물어보라고 말을 해보았지만, 끝내 그는 자신의 의견을 고수했다.
서영 누나한테 물어볼 필요도 없이 내가 이미 알고 있다니까.
자신감에 찬 확신.
마치 그의 마음을 읽은 것인지.
민지와 서나의 날카로운 눈초리가 그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은하는 뻔뻔했다.
“너, 뭔가 아는 거 있지?”
“얘 진짜 수상해. 으스대는 모습이 오늘따라 더 심한 것 같아.”
“내가 아는 게 뭐가 있겠어?”
친구들이 불안해하는 마음은 그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짧게는 1주, 길게는 2주로 이어진 종평이니 만반의 준비를 하는 편이 낫기는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알려주는 순간 친구들은 분명 어려운 길이 아니라 편한 길을 선택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는 안 돼.
이번 종평은 뭘 선택하느냐에 따라 성장하는 폭이 남다르니까.
은하는 선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온태양이 이번 종평을 계기로 해서 그의 실력이 일취월장한다는 것을.
그나 자신이나, 짜장면을 선택했던 사람들은 단기간에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니 아직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학생들은 고되고 힘들더라도 성장이 보장되는 길을 고르는 게 나았다.
“수상해. 정말 수상해. 너 또 혹시 우리 굴리려고 그러는 건 아니지? 그러면 은아 언니한테 이를 거니까 그런 줄 알아.”
“내가 언제 거짓말하는 거 봤어?”
“그치. 거짓말은 안 하는데 맨날 중요한 건 말해주지 않아서 우리가 구르고 구른 건 알지.”
“너무 의심하지 말고 날 믿어.”
눈치도 좋은 여우다.
여우는 의심이 많았다.
은하는 눈에 힘을 주면서 말하는 서나를 능청스럽게 응대했다.
그녀가 은아에게 이른다고 해도, 시치미를 떼면 그만인 일이었다.
“그래도 이거 하나만은 알고 있어. 이번 종평이 너희들한테 큰 도움이 될 거라는 걸.”
친구들은 자신을 원망할지 모르나.
짜장면을 고르게 될 친구들은 필시 다시 만났을 때는 전보다 눈에 띄게 강해져 있으리라.
비록 자신은 이전 삶에서 경험하여 그 길을 걷는다 해도 강해질 수가 없겠지만.
무엇보다도─.
“이번 종평이 기대되네. 나는 얼른 다음 주가 왔으면 좋겠는걸?”
─나만 아니면 된다.
은하는 속마음을 감추며 말했다.
☆
“그래요, 이국종 교관. 말해보세요. 이 자리는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는 자리이니까.”
다시 시간을 되돌려, 3월.
1학년 총괄교관은 이국종 교관에게 발언할 기회를 주었다.
그러자 자리에서 일어난 이국종이 강단 있게 소리쳤다.
“마라도는 멀리 떨어져 있는 반면, 강릉은 그보다 거리가 가깝습니다. 그래서 제 견해로는 종평이 끝나면 마라도와 강릉을 선택한 학생들의 실력이 크게 차이가 날 것 같습니다.”
“그건 저도 맞는 말이라 생각해요. 더군다나 강릉을 선택한 학생들은 종평을 끝내고 상대적으로 긴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될 거예요. 이리 되면 마라도를 선택한 학생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지도 모릅니다.” “행운도 물론 중요한 요소입니다. 다만 종평에서도 플레이어의 운을 시험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하긴, 난이도가 달라도 너무 달라. 높일 수 있을 만큼 높여야 해.”
이국종 교관이 내놓은 의견.
몇몇 교관들도 그의 의견에 말을 보탰다.
신서영도 난이도를 높여야 한다는 생각에는 동의하는 바였다.
“따라서 저는 이에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합니다. 하나는 강릉으로 가는 방법에 다양성을 도입하여 난이도를 높이는 겁니다.”
이국종이 다시 입을 열었다.
교관들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그가 내놓은 의견은 일반적인 축에 속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교관들의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변화가 일지 않았다.
두 번째 방법을 듣기 전까지는.
“─그리고 두 번째는 교동이 아닌, 다른 지역을 선정하는 겁니다.”
“그게 어디입니까?”
어느 교관의 질문을 끝으로.
이국종 교관이 기다렸다는 것처럼 입가를 끌어올렸다.
“여러분! 짬뽕하면 강릉 교동말고 또 어디가 있겠습니까!? 우리 한 번 시야를 넓혀보죠!!”
“”””…….””””
이국종 교관은 한국인인 한편으로 일본인이었던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혼혈이었다.
하여, 그는 일본에 대한 정보 또한 어느 정도 꿰차고 있었으니─.
“─짬뽕하면 나가사키 짬뽕 아니겠습니까, 여러분!?”
“”””…….””””
미친. 안드로메다. 경악.
교관들의 감정은 다채롭기 했지만, 그들 모두 하나 같이 할 말을 잃은 얼굴을 한 것은 똑같았다.
그들이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에 할 말을 찾으려는 사이, 이국종이 큰 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짬뽕을 선택한 학생들 중 몇몇은 한국이 아니라 일본으로 보내버리는 겁니다! 과거에는 어땠을지 모르나, 카구야도 우리나라에 우호적이고, 시리우스그룹이 정기적으로 일본과 교류를 하고 있는 상황 아닙니까?” “”””…….””””
“불가능한 일은 아니잖습니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재작년 한중일 회담에서 카구야가 기회가 된다면 플레이어 아카데미와 교류를 하고 싶다는 의사도 비쳤고, 시리우스그룹이 최근 몇 해 전부터 일본으로 진출을 꾀하고 있기도 한 실정이었으니까.
학생 전체를 보내기는 위험하지만, 아주 일부의 학생들만 보내는 것은 큰 부담이 되지 않으리라.
“미친….”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허가받아야 하는 일이 너무 많다고!” “…근데 그렇게 나쁘지는 않네요. 어찌 보면 마라도랑 큰 차이가 나지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일본이 조금 더 걸리겠지만 크게 차이는 나지 않을 것 같고…. 흠,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교관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처음에는 미쳤다고 말하던 이들도 자세히 생각하니 매력적으로 들리는 듯했다.
…선녀님 허락이 떨어질지 몰라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아.
시리우스의 힘을 빌려서 학생들이 일본에서 원활하게 지낼 수 있도록 안전을 꾀할 수도 있고.
신서영도 어느 순간 혹했다.
몇몇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니, 그녀도 무언가에 홀린 듯이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이다.
허가가 떨어질지 아닐지 모르지만 기획안 자체는 정말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그때, 어느 정도 긍정적인 의견이 흐르기 시작하자 이국종이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우리 짬뽕 한 번 맛있게 먹죠?”
아주 보잘 것 없는 것처럼 보이는 나비 한 마리의 날갯짓은 그럼에도 무시할 수 없는 법이니.
재작년, 횡성군 사태에서 살아남은 이국종 교관은 그날 회의에 참석한 교관들의 찬성을 이끌어냈다.
결국 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폭풍을 일으키고 만 것이다.
그리하여─.
“─이, 이렇게 되면 가장 어려운 선택지는 마라도가 아니라…. 내가 왜 바보 같이 찬성을 한 거지….”
신서영은 폭풍에 휘말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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