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445
요코하마 마리나&워크 쇼핑몰은 몬스터들이 처음으로 공격을 가한 지역 중 하나였다.
바닷가를 마주하고 있는 쇼핑몰을 공격한 군세는 그대로 양측에 있던 아카렌가 창고와 컵라면 박물관으로 이동한 것이다.
그러니 제대로 된 대응도 못하고 고스란히 공격을 받게 된 쇼핑몰이 제 형태를 유지하고 있을 리 없었다.
“…웁…!!”
“괜찮아. 그대로 다 토해. 참으면 오히려 더 안 좋아.”
이제는 쇼핑몰이라고 부르기에도 처참하다.
곳곳에 사체가 굴러다닌다.
몬스터는 죽으면 그대로 사라지니, 바닥을 나뒹구는 것은 당연하게도 인간의 사체다.
결국 몇몇 학생들은 흉측한 꼴로 유명을 달리한 이들의 사체를 보고 구역질을 참지 못했다.
차은우도 윤이별의 등을 두드리며 참상으로부터 눈길을 돌렸다.
“대체 이건 누가 한 짓이지….”
은하는 괴로운 듯한 얼굴을 하는 친구들을 뒤로하며 무너진 쇼핑몰을 바라보았다.
건물이 폭삭 무너져 내렸다.
대관람차에 깔려서는.
못해도 제4위계는 되어 보일 법한 몬스터인데….
은하는 하양이 들고 있던 지도로 근처에서 가까운 유원지를 찾았다.
여기서부터 500m는 떨어져 있다.
다시 말해, 이 짓을 한 몬스터는 500m 거리에서 대관람차를 여기로 집어던질 수 있는 놈이리라.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녀석은 결국 토벌되었느냐, 토벌되지 않았느냐 하는 것.
그의 의문은 때마침 현장에 도착한 신서영이 풀어줬다.
“안 그래도 지금 그 녀석 때문에 난리도 아니야…. 몬스터는 아직도 우글거리는 데다, 편재는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서 함부로 병력을 움직일 수가 없다고 하더라. 그나마 우리가 도와줘서 살았다는 모양인데….”
신서영이 넌더리를 내며 말했다.
몬스터들이 한 곳에 몰려 있으면 병력을 집중시켜서 토벌하면 되는데 요코하마의 특성상 인프라가 거의 해안가를 중심으로 위치하고 있다.
당연히 사람들은 인프라가 마련된 지역에 밀집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몬스터는 사람들의 마나를 탐하는 존재이고.
그러다 보니 바다에서부터 출몰한 몬스터들은 해안선을 따라 위치한 인프라를 공격하며 그믐달의 형태로 분포하고 있다는 모양이었다.
놈들과 싸워야 하는 플레이어들은 어쩔 수 없이 전력을 나누는 수밖에 없었다고도 하며.
“그것뿐만이 아니야. 카구야 님도 지금 이곳에 계시다고 하더라고.”
“카구야가요?” “그렇대도. 그러다 보니 이름이 난 플레이어들이 그분을 피신시키느라 현장에서 이탈해 있다고 하는 거야. 또 카나가와현에서 응원을 요청한 플레이어들은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하고….”
기본적으로 도쿄에 머무르고 있는 카구야가 하필 요코하마에 있다.
운도 참 더럽게 없다.
혀를 내두른 은하는 신서영과 같은 표정을 지었다.
어찌됐든 이 상황이 꽤나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뜻이었으니까.
그만큼 잠시라도 쉴 틈이 없다.
“건물이 저리 무너져서야 사체를 찾는 일도 쉽지가 않겠네요.”
“실종자. 발견되기 전까지는 아직 죽은 게 아니야. 말조심 해.”
“…네. 잘못했어요.”
신서영이 은하의 말을 정정하면서 눈에 힘을 준다.
은하도 자신이 잘못한 걸 알고는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은하는 잔해를 들어 올리며 혹시나 살아있는 사람들이 있는지 찾아보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이내 그가 인명구조작업을 하려고 발을 옮기려 했을 때였다.
“아, 연락 왔다. 잠시만. 아리엘.”
“넵!”
신서영이 은하를 불러 세웠다.
누군가에게 텔레파시를 받았는지 팔짱을 낀 손가락을 까닥거리면서 입술을 잘근잘근 씹는다.
무언가 납득이 되지 않는 것인지 그녀는 아리엘을 불러 상대편에게 텔레파시를 보내도록 했다.
[여기는 현재 작은 진분홍 물고기. 검은 고양이는 응답할 것. 암구호는 화이트입니다.]아리엘이 곧 무작위로 텔레파시를 퍼뜨렸다.
신서영이 텔레파시를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으니 식별명과 암구호를 언급해 텔레파시를 주변에 퍼뜨린 것이다.
답신은 금세 도착한 듯했다.
아리엘이 신서영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요코하마역으로 이동해야만 하는 구체적인 이유를 원한다고 전해줘. 내가 알기로 요코하마역은 병력이 부족하지 않는 걸로 아는데.”
현재 텔레파시스트 간의 정보전달 과정은 복잡하고 시간이 걸렸다.
아리엘은 교관들이 연계하고 있는 텔레파시스트에게 그녀의 말을 전달한다.
그럼 텔레파시스트는 통역을 통해 요코하마에 있는 클랜을 연계하는 텔레파시스트에게 전달한다.
그리고 그 텔레파시스트가 상부에 전파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순환하면서 정보전달이 이루어진다.
“…아! 왔어요!” “뭐래?”
“코쿤에 일시적으로 장애를 일으킨 제3위계 몬스터 규키가 조금 전부터 다카시마초? 인근에서 출몰한 것이 확인되어서, 중요 병력을 그쪽으로 이동시키기로 했다네요. 그러니까 요코하마역을 중심으로 고립돼 있는 사람들을 구출하는 일을 도와줄 걸 요청한다고….”
“휴…. 그렇다면 어쩔 수가 없지. 이쪽에서 적당히 인원을 추려가지고 요코하마역으로 이동할 테니 가장 빠른 길을 알려달라고 해줄래?”
“넵!”
신서영은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인원을 추스르는 것을 생각하려니 머리가 지끈거리는 모양이다.
은하도 어쩌다 아카데미 대표가 된 신서영의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가 있었다.
그럼 누나 힘내요.
지리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곳에서 움직이는 것만큼이나 힘든 게 따로 없다.
은하는 이 자리에 남아 학생들과 인명구조작업에 참가하기로 했다.
그래서 뒤로 슬금슬금 빠지려는데.
“─은하야?”
“…네?”
신서영이 부른 것이다.
갑자기 이름이 불린 은하는 그대로 뒷걸음질을 치다 말고 멈췄다.
“넌 나랑 같이 갈 거지?”
“…….”
“왜. 싫어? 싫으면 어쩔 수 없지.”
“안타깝게 됐네요.”
“아, 맞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대로 오랜만에 은아하고 밥이나 먹기로 했었는데.” “…….”
“은아를 만나면 무슨 이야기부터 하는 게 좋으려나….”
“할게요, 하면 되잖아요.”
“그래? 아까는 싫다면서.”
“제가 언제요. 여기 사람들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한 거죠.”
그녀에게 지은 빚이 너무 많다.
은하는 결국 채무자가 된 사람처럼 그녀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
신서영은 교관 두 명을 포함하여 각 그룹에서 인원 몇 명을 차출해서 20여명으로 이뤄진 팀을 만들었다.
은하의 친구들 중에서 팀에 들어간 인원은 호시미야 카에데와 강시형, 아리엘뿐이었다.
“…요코하마 역사는 지금 굉장히 난잡한 분위기라고 해요. 원래부터 사람들로 붐비는 공간이라 지금도 편재가 발생하고 있다고 하고….”
도로 위에는 움직이지 않는 차들로 정체를 이루고 있었다.
차는 텅텅 비어 있다.
고속도로 위로 오른 신서영의 팀은 도로를 가득 메우는 차량을 밟으며 요코하마역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능력을 인정받은 아리엘은 팀의 텔레파시스트가 되어 팀원들에게 일본정부가 제공해주는 정보를 알렸다.
“역 안에 복합시설을 만들었으니 편재가 끊이지 않는 거지….”
이야기를 들은 은하는 혀를 찼다.
어느 나라든 그러지 않겠느냐마는 일본은 특히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상업권이 발달해 있다.
요코하마역도 마찬가지다.
역 안에 복합시설이 있는가 하면, 역 주변에 인접한 대형 백화점이며 쇼핑몰로 이어지는 통로가 있다는 모양이다.
그러니 한 번 일어난 편재가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다.
코쿤이 기능을 한순간 정지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진 것이다.
“그래서 문제는 그 복잡하고 넓은 역 안이 군데군데 무너져서 출구가 봉쇄된 곳도 있는 데다, 몬스터들이 쇼핑몰로 몰려들었다는 말이지?”
신서영이 요점을 짚어냈다.
팀원들의 얼굴은 밝지 못했다.
이제부터 그들이 해야 하는 일은 복잡한 역 안에 숨어 있는 사람들을 구출하는 한편, 몬스터가 몰려들며 쇼핑몰 안에 고립되고 만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전자든 후자든 쉽지가 않다.
신서영은 일단 현장을 보고 나서 무엇부터 해야 할 건지 생각하기로 했다.
“아! 지금 제3위계 몬스터 규키가 요코하마 랜드마크 타워 근처에서 출몰했다고 해요!”
아리엘이 새로운 정보를 전달했다.
제3위계 몬스터 규키.
코쿤의 영향과 일전의 전투로 인해 현재 제4위계로 추정 중.
팀원들은 그녀의 정보를 들으면서 규키가 존재를 이루는 체내 마나를 편의에 따라 조작하며 신출귀몰하게 나타나는 몬스터라는 걸 파악했다.
일본의 고유 몬스터 중의 하나로, 물가에서 출몰하는 몬스터라고.
“어차피 우리는 규키를 상대할 게 아니야. 정보는 머릿속에 넣어놓되, 괜히 규키를 의식하지는 말도록 해.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무엇보다도 인명구출이니까.”
신서영이 팀원들에게 주의했다.
은하도 그녀의 생각을 긍정했다. 어차피 저 뒤에서 출몰한 몬스터를 만날 일도 없을 테거니와, 자신들이 고위계 몬스터를 쓰러뜨리는 일은 결코 없을 터였다.
“…다 왔다.”
이윽고 팀은 발걸음을 멈췄다.
고속도로에서 뛰어내려 다리 위로 착지한 사람들은 감지망을 전개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조용했다.
역 주변으로 고가도로가 나 있고, 어디를 둘러보아도 도로나 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그야말로 교통의 중심지였다.
네비게이터의 지시가 없었더라면 역으로 가는 길을 찾는 것도 꽤나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다행히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피신한 것 같은데….
문제는 역 안에 있는 사람들하고 쇼핑몰에 있는 사람들이란 거지.
고가도로 하나가 역하고 쇼핑몰을 가로지르고 있다.
그러나 지하에서는 두 곳을 잇는 연결통로가 있는 것일 터.
은하는 역 하나를 완전히 도시처럼 만들어낸 기술력에 놀라워하는 한편 좌우를 살폈다.
왼쪽은 역, 오른쪽은 쇼핑몰.
현재 은하가 서 있는 위치에서는 어느 쪽으로든 길이 이어져 있었다.
“음….”
신서영이 고민하는 눈치다.
팀원들도 갈팡질팡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아리엘이 새로이 정보를 전달받은 까닭이다.
“아! 지금 막 역사 구조작업이랑 소고백화점 공략작업이 시작됐다고 해요! 저희는 마루이시티로 내려가 수색작업에 착수해달라고 하네요. OI라는 글자가 붙은 건물이래요.”
마루이시티.
우측에 위치한 건물을 찾아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아리엘이 말하는 표시를 찾아보니 OI라고 적힌 글귀가 떡하니 건물 외벽에 걸려 있었던 것이다.
“宜しくお願いします! あざす!”
잘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신서영을 필두로 팀원들이 재빨리 고가 도로 위에서 뛰어내렸다.
마침 얼마 떨어지지 않은 지점에서 일본의 플레이어들이 모여 있었다.
사전에 정보를 전달받은 것인지, 일본의 플레이어들은 그들을 보고 호의적으로 다가왔다.
다짜고짜 고맙다며 머리를 숙이는 플레이어들도 있었다.
“카에데. 내 말 좀 전해주겠니?”
“네.”
여기서부터는 일본어를 할 수 있는 호시미야 카에데의 역할이 컸다.
그녀는 신서영의 말을 통역해서는 일본의 플레이어들에게 전달했다.
얼마간 대화를 주고받은 그녀가 곧 팀원들에게 소리쳤다.
“앞으로 15분 뒤! 정문으로 들어가 1층을 점령하고 있는 몬스터들부터 토벌하게 될 거야. 우리는….”
마루이시티는 지하 2층, 지상 8층 총 10층으로 이루어진 쇼핑몰이다.
쇼핑몰 안에 있는 사람들은 현재 1층을 돌아다니는 몬스터들로 인해 발이 묶여 있는 상태다.
지하는 아직 어떤지 모른다.
따라서 공략대는 1층으로 진입해 몬스터들을 토벌하고, 그중 일부는 안전을 확보한 다음 지하로 향한다.
한편으로 1층에 잔류하는 사람들은 일부는 1층을 사수하며 위에서부터 탈출하는 사람들을 안전히 밖으로 피신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나머지 일부는 백화점을 올라가며 구출작업을 시작한다.
“우리가 별로 할 건 없겠네.”
“그러게요.”
신서영의 팀은 1층을 사수하면서 쇼핑몰에 고립된 사람들을 안전하게 밖으로 피신시키는 역할이었다.
작전을 들은 은하는 중얼거렸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아마도 아카데미 학생들을 배려한 편성이리라.
신서영도 위험이 적은 일이라는데 안심하는 눈치였다.
뒤이어 일본인 플레이어 한 명이 좌중을 향해 소리쳤다.
“それでは、ミッション:このすば!始めます!”
그럼 작전명, ‘이 멋진 세계에!’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
작전이 시작되었다.
가디언 플레이어 한 명이 나와서는 쿵 소리를 내며 바닥을 찍었다.
“かかってこい!”
덤벼라!
정문 앞에 서서는 마나를 발현하는 가디언.
곧 그의 마나에 이끌린 몬스터들이 유리문을 부수고 뛰쳐나왔다.
몬스터들이 달려든다.
가디언이 준비한 마법을 전개하고, 레인저와 스나이퍼들이 몬스터들을 사격한다.
반원형으로 포위망을 구축해놓은 플레이어들은 아무런 피해도 없이 몬스터들을 토벌할 수 있었다.
“와…. 그냥 미끼를 자처한 거구나. 하긴, 파티원들을 믿을 수 있다면 저런 전법을 사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
강시형은 가디언의 전투를 보고는 작게 감탄했다.
그러는 사이 석조 기둥 옆으로 간 헌터가 내부를 주시하고 공략대에 신호를 보냈다.
헌터가 제일 먼저 뛰어든다.
그들이 막무가내로 공격을 하면서 혹시 모를 반격에 대비하는 사이, 가디언과 딜러가 뛰어들었다.
가디언이 방어선을 구축하는 한편, 딜러가 공격할 몬스터를 지정한다.
근처에 있던 헌터가 그를 보조하며 딜러가 마음껏 검을 휘두른다.
은하도 뛰었다.
천보
마나 크래셔
손발이 척척 맞는다.
베테랑 플레이어들인 모양이다.
은하는 언어도 통하지 않는 데에도 자신의 행동을 읽어내고는 등 뒤를 지켜준 헌터에게 고맙다는 뜻으로 눈길을 주었다.
헌터가 키득 웃는다.
언어는 통하지 않더라도 눈빛으로 서로의 의사를 교환한다.
은하가 다른 적을 포착해서 뛰자, 헌터는 이제 다른 사람들을 도우러 움직였다.
“야메로우
! 모우 야메룽다─!!”
한편, 강시형이 어그로를 끈다.
순간적으로 녀석들의 시선이 모두 그에게 향했다.
한 치의 방심이 죽음을 부른다.
플레이어들은 그때를 놓치지 않고 몬스터들을 토벌했다.
그들은 강시형을 힐끗 보고는 모두 깔깔 웃었다.
강시형과 일본의 플레이어들이 전우애를 나눈다.
“하….”
신서영을 비롯해 한국의 학생들은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지 못했지만.
은하는 일부러 그와 거리를 뒀다.
족제비 손톱
한편, 카에데는 장식물 위에 올라 몬스터들을 견제했다.
마나로 이루어진 화살이 놈들에게 죽음을 선사했다.
동시에 그녀는 감지망을 가동하며 1층에 있는 생존자들의 위치를 찾아냈다.
그녀가 일본어로 뭐라고 소리치자, 일본의 플레이어들이 방향을 틀면서 생존자들을 구출해냈다.
“…거의 다 끝난 건가.”
1층 공략은 순조롭게 끝이 났다.
은하는 소수인원으로 팀을 꾸린 플레이어들이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걸 뒤로했다.
이제부터 자신과 친구들이 할 일은 1층을 안전하게 지켜내는 것이었다.
“2층도 공략이 됐나 보네.”
잠시 후, 2층에서 사람들이 울면서 계단을 내려왔다.
머리가 산발이 된 사람들도 있고, 피를 뒤집어쓴 사람들도 있었다.
팀원들은 그들을 밖으로 안내했다. 서포터들은 상태가 위중한 사람부터 치료를 시작했다.
“아! 3층도 공략됐나봐!”
다시 시간이 흘렀다.
아리엘이 허겁지겁 내려오는 사람들을 가리켰다.
이번에 내려오는 사람들의 상태는 더욱 심했다.
상태가 멀쩡한 사람이 없다.
은하는 몸짓으로 사람들을 밖으로 안내하려는 중에─.
“─노, 노은하!?”
“…어?”
연신 정신없이 머리를 쓸어 올리던 남자가 대뜸 한국어를 뱉은 것이다.
더군다나 은하를 알아보았다.
깜짝 놀란 은하는 남자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아는 사람이었다.
“…최예장…형…?”
“자, 잘 됐다! 은하야, 큰일 났어! 서현이가 아직 위에 있어!”
“…뭐?”
한서현.
갑작스레 툭 튀어나온 이름.
은하는 그 이름을 듣는 순간 그만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최예장이 그의 어깨를 붙잡은 채로 이리저리 흔들어댔다.
그가 울며불며 소리친다.
“서, 서현이랑 같이 도망쳤는데…. 그, 그게, 갑자기 천장이 무너지면서 서현이를 놓치고….”
“똑바로 말해. 무슨 소리야.”
“서, 서현이가….”
“한서현이 여기에 있다는 거지?”
“…어….”
“몇 층에서 헤어졌는데.”
한서현이 여기에 있다.
퍼뜩 정신을 차린 은하는 그에게 상황설명을 요구했다.
3살이나 많다지만 형 대우는 없다.
은하도, 최예장도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5층. 5층이었어! 내가 거기서 그만 서현이를 밀어서….”
“…밀어?”
“미, 민 게 아니라! 손을 놓은…, 아씨, 손을 놓은 게 아니라 위급한 상황이어서 그만….”
밀었다.
손을 놓았다.
자세한 상황을 알지는 못하였으나 한 가지 알 수 있는 사실은 지금 한서현이 5층에 고립돼 있다는 것.
“컥…!”
은하는 냅다 주먹을 날렸다.
최예장이 컥 소리를 내면서 뒤로 자빠진다.
뇌진탕이라도 일으킨 것인지 그가 사지를 부들부들 떤다.
은하가 알 바 아니었다.
어차피 일본이고, 편재가 터졌다.
마음만 먹으면 그를 죽이는 것은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한서현이, 여기에 있어.
은하는 그 즉시 자리를 박찼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4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