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453
국가 간 교류가 단절된 세상이다.
모든 국가는 몬스터의 존재로 인해 폐쇄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으며, 내부를 통제해야 할 필연성에 의해 폐쇄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다른 나라로 이적할 플레이어가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정치와 경제가 통합된 유럽에서는 적어도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더라도 그조차도 흔한 일은 아니었다.
유럽이야 나라가 옆에 붙어 있으니 이따금 영입경쟁이 일어나는 거지.
우리나라는 다르지. 인접해 있는 국가 자체가 없는 거나 다름없으니 웬만해서는 스카웃 제의를 받을 수 있을 리가….
어느 나라야 그러지 않겠느냐마는.
한국에서는 마나관리기구가 언제나 다른 나라의 스카웃 제의에 대해서 감시의 눈초리를 세우고 있었다.
플레이어는 국가의 자본이다.
그렇기에 플레이어의 해외 이적은 국가 자본의 유출이나 다름없었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국제 분쟁이 발생할 여지도 있었다.
특히 국가 간 교류가 거의 단절된 세상에서 한중일은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나갈 수밖에 없었다.
서로에게 이득이 없는 셈이었다.
“あ、そう? もったいないな。”
아, 그래? 참 아쉽다.
카구야가 그것을 모를 리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아쉬워하는 티를 내면서도 더 이상 권유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도 거절한 이유 정도만이라도 알려주지 않을래?”
“하렘은 미친 짓이니까요.”
대신 그녀가 장난스럽게 질문했다.
은하가 퉁명스럽게 답했다.
그러자 카구야는 자신을 상대로도 당황하지 않고 태연하게 대답하는 모습이 신기하다며 깔깔거렸다.
“아…, 웃겨. 맞아, 네 말대로 하렘 그런 건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하는 게 아니지. 가정 하나를 지키기도 어려울 텐데 가정을 몇 개나 지킬 수 있겠니?”
마치 경험담인 것처럼.
카구야가 자조하듯 말한다.
은하는 다만 그녀의 말을 들을 뿐, 이렇다 할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하렘 외에는? 나는 네가 만족할 만한 보답을 해줄 수 있다고 말하기는 했는데 하나도 안 끌렸니? 욕심이 없는 건가….”
이내 카구야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녀는 그만한 보상을 제안함에도 꿈쩍도 하지 않는 은하가 신기했던 모양이다.
그야, 당연하지.
일본에는 유정이랑 백련이 없잖아.
백련이 지키고 싶어 했던 나라는 일본이 아니고 한국이었고.
은하는 쓴웃음을 지었다.
은하가 카구야의 스카웃 제의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은 이유는 일본에 자신이 지켜야 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무조건 보상을 바라는 게 아니다.
다만 지키고 싶을 뿐이다.
은하의 마음은 한결같았다.
“저희 가족이 한국에 있으니까요.”
“흠…. 그것도 그렇네. 그러면 뭐 어쩔 수 없지.”
은하는 자신의 마음을 간추려서는 카구야에게 전했다.
카구야는 순순히 받아들였다.
이후로 그녀는 은하의 스카웃에는 관심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데 너희는 여기에서 뭘 하고 있었던 거니? 데이트?”
“아니에요.”
“아닌데요.”
카구야가 화제를 바꾸었다.
마치 놀리는 듯한 어투로.
그리고 은하와 서현의 대답은 거의 동시에 튀어나왔다.
즉답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
무언가 못마땅하다는 듯한 얼굴.
한서현은 눈초리를 세우고 있었고, 은하는 뚱한 시선으로 대응했다.
카구야는 자신을 앞에 둔 상태로 눈싸움을 벌이는 두 사람을 보고도 기분이 상해하는 티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깔깔 웃었다.
목소리가 너무 크다.
이내 두 사람은 시선을 돌려서는 눈싸움을 멈췄다.
“제가 은하가 일본에 있는 동안에 전속으로 고용한 거예요.”
“네, 맞아요.”
한서현이 사정을 설명했다.
그제야 은하도 고개를 끄덕였다.
카구야는 두 사람을 올려다보면서 전부 이해한다는 듯한 얼굴을 했다. 그러고는 생각에 잠긴 듯했다.
“そうすれば…。交流会も取消しになったから、韓国のアカデミの学生たちは他にやることもないかも…。”
그러고 보니…. 교류회도 취소돼서 한국 아카데미 학생들은 딱히 할 게 없을지도 모르겠네….
그녀가 메트로놈처럼 고개를 이리저리 기울인다.
이윽고 그녀가 “아!”하며 탄성을 터뜨리더니─.
“─그럼 교류회는 무리일 것 같고, 모처럼 일본에 온 거니까 요코하마 아카데미라도 견학해보지 않을래?”
“…네?”
어느 나라나 그러지 않겠느냐마는.
가끔 높은 위치에 서 있는 사람은 아랫사람을 배려하는 법을 틀린다.
제각기 자유 시간을 보내려 하던 한국 아카데미 학생들은 갑작스런 카구야의 배려로 일본의 아카데미를 견학하게 됐다.
☆
마라도에는 생활에 필요한 여건이 제대로 충족되어 있지 않았다.
학생들은 간이식당에서 지내면서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열악한 환경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결국 학생들이 뿔이 났다.
“휴, 처음부터 이럴 것이지…. 아니 어떻게 우리만 쏙 빼놓고 자기들만 공중목욕탕을 이용할 수가 있냐고.”
“그러게 말이야. 진짜 너무했어.”
그러는 틈에 교관과 플레이어들이 학생들 몰래 공중목욕탕을 이용하는 정황이 포착되었다.
마라도를 이리저리 쏘다닌 파랑이 발견한 것이다.
이에, 배수빈과 진파랑을 필두로 학생들이 들고 일어났다.
이때만은 목민호도 말리려고 하지 않았다.
그 결과, 학생들은 성전을 치르고 공중목욕탕을 사용하는 권리를 얻을 수 있었다.
“와…. 물 따뜻해서 좋다.”
“그러게.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야.”
여자 공중목욕탕.
그동안 샤워만으로 해결해야 했던 배수빈과 진서나는 물에 들어가서는 풀어진 얼굴을 보였다.
안경을 벗은 배수빈은 돌에 기대 그대로 머리를 뒤로 젖혔고, 서나는 삼각 귀를 쫑긋거리며 늙은이처럼 몸을 풀었다.
“너희 너무 걱정 없는 거 아니야? 이러다 교관님한테 들키면 어쩌려고 그래? 이용시간도 아닌데….”
두 사람에 비해 조아라는 물속에 들어오고도 안절부절 못했다.
사실 세 사람은 취침시간에 몰래 숙소를 빠져나와서는 야밤에 목욕을 즐기고 있는 것이었다.
즉, 규칙 위반이었다.
그녀가 불안해할 만도 했다.
“걱정 마. 이래 보여도 내가 계속 감지망을 전개하고 있으니까.”
“나도.”
“그러니까 너도 그러고 있지 말고 느긋하게 즐겨. 아까 전에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 씻기도 바빴잖아.”
서나는 아무렇지 않게 대꾸했다.
수빈도 덤덤했고.
결국 아라는 찜찜해하면서도 몸을 푹 담갔다.
어느덧 시간이 흐르면서, 그녀가 풀어진 얼굴로 입꼬리를 올렸다.
“어때? 정말 최고지?” “응. 정말 최고야.”
서나가 물었다.
아라가 격하게 긍정했다.
서나가 에헴 하고서는 삼각 귀를 쫑긋거렸다.
“은하가 이야기한 적이 있었거든. 밖에서 야경을 보면서 목욕하는 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좋다고.”
“진짜…. 그 애 이야기는 들어보면 안 해본 게 없는 것 같아.”
조아라는 혀를 내둘렀다.
가끔 노은하 사단의 친구들로부터 노은하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뜨악하기도 했다.
그러다 그녀는 언젠가부터 그들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있게 지내는 것 같았으니까.
…좋겠다.
나도 그런 일이 있으면 좋을 텐데.
고등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이나 지금이나 그녀의 생활은 달라지지 않았다.
소꿉친구 온태양의 뒤치다꺼리를 하고 있다.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때로는 억척스럽기만 한 생활에서 특별한 경험을 해보고 싶기도 했다.
그때 그녀의 마음을 알았던 건지, 서나와 수빈이 권유해온 것이다.
“그나저나 은하하고 다른 애들은 잘 지내고 있는지 모르겠네. 일본에 있다는데 괜찮은 걸까?” “노은하니까 괜찮겠지. 세상에서 노은하 그 놈을 걱정하는 만큼이나 쓸데없는 일은 없다고. 같이 있는 애들도 그러니 잘 지내고 있겠지.”
오늘만 해도 그랬다.
목민호와 같이 있고 싶지 않다면서 다른 간이식당을 선택한 온태양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던 그녀는 내내 최가인 파벌에게 시달려야 했다.
눈치가 보이지 않을 리 없다.
특히 그들은 온태양이 없을 때에는 직접적으로 면박을 주기도 했다.
태양이한테는 내가 뭐라고 말해도 내가 오해한 거라고만 말하니까….
솔직히 이번 종평에서 온태양에게 실망한 부분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조아라는 꿋꿋이 참았다.
아니, 서나가 찾아오지 않았더라면 화를 계속 참고 있었으리라.
아라는 종평 내내 틈이 날 때마다 그녀가 찾아와서는 조언을 해주거나 이런 식으로 제의를 해줘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아, 맞다. 수빈이 너도 가는 길에 기념품점에서 뭐라도 사갈 거지?” “당연하지. 아카데미로 돌아가면 분명 노은하 그놈이 뭐라도 달라고 뻔뻔하게 요구할 거란 말이야.”
“맞아. 걔가 안 그럴 리가 없지…. 내 생각에는 다 같이 모여서 파티를 하게 될 것 같은데, 그러니까 우리 서로 겹치지 않게 사가도록 하자.”
“알았어. 그때 가서 확인해보자.”
서나와 수빈이 계속 은하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다.
아라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온태양을 떠올렸다.
태양이라면…. 분명 돈이 없다거나 먹을 거는 돈이 아깝다면서 사는 걸 이해하지 못할 거야.
그런 생각이 떠오르니 우울해진다.
그녀는 며칠 뒤에 일어날 상황을 예상하며 한숨을 쉬었다.
온태양은 자신 때문에 돈 쓰는 걸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하지만 사람이 어찌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있을까.
그녀까지 덩달아 눈치가 보여서는 지갑을 여는 걸 자제할 따름이었다.
그런데 노은하 사단에 속한 이들은 돈을 쓰는 걸 아까워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들이 펑펑 쓰는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적당히 쓸 줄을 알았으며, 써야 할 때에는 주저하지 않았다.
“즐길 수 있을 때 즐겨라. 은하가 자주 하는 말이거든.”
서나가 생각났다는 듯이 말한다.
아라도 알고 있었다.
가끔 노은하와 톡을 나누다 보면 그가 종종 꺼낸 말이었으니까.
그러다 보니 그녀는 온태양 몰래 소소한 일탈을 저지르고는 했다.
어떤 일탈은 습관이 되기도 했다.
이제는 괜히 밤중에 편의점에 가서 살 것도 없는데 살 게 없나 하고 기웃거린단 말이야….
온태양이 알면 깜짝 놀라리라.
내심으로는 조아라는 온태양에게 한 번 들키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냥 왠지, 짜릿할 것 같다.
네가 모르는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알려주는 것이.
다 노은하 걔 때문이야.
노은하가 이렇게 만들었다.
평범하게 살던 자신을 왜 이렇게 일탈을 하게 만드느냐는 것이다.
조아라는 애꿎은 은하를 탓했다.
“그나저나 노은하 걔가 우리한테 기념품을 사올까?” “흠…, 안 사오지는 않겠지. 거기 하양이랑 은우랑 민지도 있으니까 등살에 떠밀려서라도 사오겠지.”
“만약 우리가 산 것만 받아먹으면 그냥 밟아버리자.”
“그래, 좋아. 찬성. 그렇게 된다면 나도 정말 가만있지 않을 거야.”
노은하를 어떻게 곯려먹을 것인지 구상하는 두 사람의 대화가 재밌다.
조아라는 그들과 하하호호 웃으며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
“저기, 나도 너희가 한다는 파티에 가도 될까?”
“당연히 되지! 우리는 환영이야.”
“맞아. 안 되는 게 어디 있어.”
서나가 열렬히 환영하고, 수빈이 당연하다는 듯이 답한다.
조아라의 얼굴이 환해진다.
“근데…. 그 애가 내 몫도 사오진 않겠지?”
한편으로는 침울해진다.
지금 일본에 있을 노은하는 필시 자신의 사단에 속한 사람만 염두에 두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때였다.
“이상하다? 내가 은하한테 듣기론 아라 너도 브로치를 받았다고 하지 않았니?”
“어? 어어…, 그렇지?”
“그럼 은하가 사올 거야. 은하는 전원을 빼먹는 일은 있더라도 누구 한 명만 빼먹는 일은 없으니까.”
“그, 그럴까?”
“하긴, 노은하가 그러기는 하지.”
서나가 두둔하고, 수빈이 긍정했다.
조아라는 두 사람의 말에 넘어가선 겸연쩍은 웃음을 흘렸다.
왜 이런 질문 하나 가지고 마음이 싱숭생숭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 근데 걔도 요즘에는 이천서는 잘 까먹지 않나?” “그러고 보니 천서 얜 어디 갔지? 뭐, 여기 어딘가에 잘 살고 있겠지. 은하가 걔 이번에 브로치 뺏긴 거 알면 짜증내겠어.” “어? 걔 브로치 뺏겼어? 잘됐다.”
“나도 말로만 들었어. 아마 어쩌면 자존심 상해서 우리 앞에 나타나지 못하는 건지도 모르겠네.”
한편, 서나와 수빈은 여기에 없는 이천서에게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
뜬금없이 요코하마 아카데미 견학 일정이 잡혔다.
다음날, 한국 아카데미 학생들은 교관들의 인솔에 따라서 요코하마 아카데미로 이동해야 했다.
다행히 카구야가 버스를 마련해서 힘들게 찾아갈 수고를 덜었다.
“…뭐 이렇게 넓어?”
요코하마 나카구.
바다를 등진 채로, 도시의 삼 할이 학원부지로 보이는 듯한 아카데미는 학생들의 감탄이 나오게 했다.
은하도 마찬가지였다.
버스에서 내린 그는 광활한 부지를 둘러보고는 입을 쩍 벌렸다.
“그야 학원도시니까. 일본에 있는 모든 아카데미가 이래.”
당연히 한서현의 전속 플레이어도 오늘 하루는 그만둬야 했다.
그런데 한서현이 통역을 자청하며 은하를 따라온 것이다.
그의 옆으로 온 그녀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혹시 기죽은 거니?” “누가? 내가?” “나한테 너 말고 누가 있니?”
그때 그녀가 그를 놀렸다.
은하는 어이가 없어하며 콧방귀를 끼었다.
광활한 부지에 감탄하기는 했어도 기가 죽은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여기에선 절대 내 곁에서 떠나지 마렴.”
한편 그녀가 덧붙였다.
은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 아카데미의 학생들은 물론, 부지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일본의 아카데미 학생들을 만나게 되리라.
마나를 다루는 사람들이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만약의 경우를 위해서라도 그녀를 경호해야 하는 것이다.
당연히 전속 플레이어는 한서현이 요코하마 아카데미까지 따라오면서 계속하게 되었다.
“이제 들어가나 보다. 가자.”
“응.”
어느덧 앞 행렬이 움직였다.
은하는 한서현을 호위하는 형태로 그녀의 옆을 지켰다.
그녀의 걸음에 맞추어 걷는다.
그러며 그는 요코하마 아카데미의 부지를 둘러보았다.
진짜 넓네.
훈련하기에 좋겠어.
훈련장이 종류별로 있다.
종로구에 위치한 한국 아카데미가 너무나 작게 느껴질 정도였다.
물론, 은하는 시설이 좋다고 해서 플레이어의 실력도 당연히 좋은 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때였다.
─어?
은하는 걸음을 멈추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학생들도 약속이라도 한 듯이 걸음을 멈췄다.
전방에서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진 것이다.
그것이 몇 사람이나 된다.
아무래도 요코하마 아카데미에서 안내를 위해 나온 사람들인 듯했다.
잠시 후, 몇몇 사람들이 요란하게 기척을 드러내면서 그들의 눈앞에 나타났다.
“初めまして.”
처음 뵙겠습니다.
학생과 교관이 섞여 있는 듯했다.
은하는 선두에 선 교관이 대표로 말을 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를 시작으로 주변에 있는 이들의 정보를 파악하려는 그때─.
“─ソヒョンさん!”
─서현 씨!
저들 중에서 불쑥 누가 큰 소리로 외친 것이다.
그러더니 일본인 남학생 한 명이 격식을 차리는 것도 잊고 성큼성큼 걸어오는 것이었다.
쟤 뭐야?
남자가 환하게 웃고 있다.
두 팔을 벌려선 한서현을 껴안으려 하는 것처럼 다가오고 있다.
그녀도 어째 그를 아는 눈치고.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な、何?”
─뭐, 뭐야?
그녀의 전속 플레이어로서 위험은 사전에 차단해야 했다.
은하는 한서현의 앞으로 나서서는 남학생의 포옹을 막아냈다.
남학생이 눈살을 찌푸렸다.
“아는 사람이야?”
“…가끔 내 경호를 해주던 사람.”
“그러면서 왜 이리 친한 척을 해?”
“그러게…. 너한테 맡기도록 할게. 네가 알아서 하렴.”
그러거나 말거나 은하는 그녀에게 의견을 구했다.
한서현이 뜸을 들이며 답했다.
그러고는 전속 플레이어인 그에게 알아서 하라는 말을 전했다.
은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물러설 생각은 없었다.
“꺼져. 꺼지라고.”
은하는 일본어를 못한다.
그래서 손을 훠이훠이 휘저으면서 돌아가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남학생의 얼굴이 대번에 구겨진다.
이윽고 그가 입을 열었다.
“─말이 너무 심한 것 아닙니까?”
“어? 뭐야. 한국말을 할 줄 아네?”
남학생의 입에서 흘러나온 한국어.
은하는 유창한 한국어를 듣고서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내 은하는 입가를 끌어올렸다.
“말이 통하면 다행이네. 그럼 얼른 꺼져. 이게 예의도 없이 뭐하자는 짓이야? 안내인으로 나왔으면 그냥 안내인답게 안내할 것이지 그다지 친하지도 않으면서 아는 척이나 해대고….”
한국어가 통하니 다행이다.
은하는 손을 훠이훠이 휘저으면서 다시 제 의견을 피력했다.
남학생은 긴 말을 듣고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이런 대접을 받을 줄은 몰랐다고 말하는 듯이.
이내 그가 말이 통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 것인지, 그가 소리를 높여 뒤쪽에 있던 한서현에게 외쳤다.
“ソヒョンさん! 今まで心配していました! 体は大丈夫でしょうか!?”
서현 씨! 지금까지 걱정하고 있었어요! 몸은 괜찮은 건가요!?
“ええ、元気よ。”
응, 괜찮아.
“それなら良かったですね!ところがいったいこの男は誰なんですか?”
그러면 다행이네요! 그런데 대체 이 남자는 뭐하는 사람인가요?
은하는 눈살을 찌푸렸다.
두 사람이 뭐라고 대화를 하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그런데 이것 하나만은 알겠다.
남학생이 자신을 무시하고 있다는 상황 하나만은.
“─私の専属、私のもの。”
─내 전속, 내 꺼.
“……!”
한편 뒤에서 한서현은 한껏 즐기며 남학생을 놀리고 있는 듯했다.
남학생이 지금 우스꽝스런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私が興味を持って知り合う人だけど、文句ある?”
내가 흥미를 가지고 알아가고 있는 사람인데, 뭐 불만 있니?
그녀가 뭐라 똑 부러지게 말하자, 남학생이 입을 쩍 하고 벌렸다.
은하는 키득거렸다.
한서현에게 당해봐서 안다.
그녀가 사람 속을 잘 꼬집는다.
은하도 덩달아 신이 나서는 한 수 보태기로 했다.
아마도 아니, 필시 그녀는 자신을 칭찬하면서 그를 비꼬았을 것이다.
그래서 어깨를 쫙 폈다.
“들었지? 내가 이런 사람이야.”
노은하는 으스대며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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