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459
선력 12년.
고등아카데미 1학기 종강파티.
각 학년이 300명으로 배정돼 있어, 학년을 합쳐 900명밖에 되지 않는 중등아카데미와 달리.
고등아카데미는 1학년과 2학년이 1800명으로 구성돼 있고, 3학년은 3000여명으로 구성돼 있어 총원이 6600명을 넘었다.
아카데미 부지에 6600여명이 모여 자유롭게 친분을 다질 수 있는 공간은 지극히 제한적이었다.
그로 인해 중등아카데미와 다르게 고등아카데미는 매번 같은 장소에서 종강파티를 진행하고는 했다.
“그 애들은 왔대?”
“아니.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는데? 이것들이 빠져가지고….”
“1학년이라면 당연히 선배들보다 회장에 빨리 도착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나 때는 안 이랬는데….”
“지들이 중등아카데미 출신이라고 선배를 물로 본 거지. 이제부터는 실력이 전부라는 걸 모르는 건가?”
“진짜 내가 그놈들 얼굴을 보려고 오늘 여기 왔다.”
아카데미 문화관 카페테리아.
호수를 전경으로 둔 카페테리아는 이날을 위해 유리창을 전면 개방해 공간을 확장시켰다.
그리고 호수를 빙 두르는 형태로 많은 학생들을 수용할 수가 있도록 테이블을 설치했다.
아직 파티는 시작하지도 않았건만.
파티회장은 벌써부터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요즘 업계에서 그놈들을 가리켜 황금기수라고 부른다며? 허, 참…. 대체 얼마나 나댔으면 그런 소리가 나오는 거야?”
“이번에 클랜 파견 다녀왔었잖아. 그런데 거기서 나한테 자꾸 걔네들 이야기를 묻는 거 있지? 내가 진짜 자존심 상해 죽는 줄 알았다니까?”
“나는 이번에 스카우터를 만나니까 다짜고짜 그런 거나 물어보더라고. 나하고 황금기수 애들이랑 혹시 뭐 친분이라도 있냐고. 친분이 있으면 클랜에 입단을 시켜주겠다나?”
고등아카데미의 학생들 대다수가 참석하는 자리다.
그만큼 가십거리가 오고가기 좋고, 업계에서 주시하고 있는 유망주들이 한 곳에 모이기 쉬운 자리였다.
그리하여 회장에 참석한 학생들은 아카데미가,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신성(新星)들에 대해 떠들어댔다.
세상은 그들을 황금기수라 불렀다. 황금세대라 불리는 3세대 중에서도 가장 미래가 기대되는 기수라 하여.
“…이미지 마케팅의 산물인 거지. 그놈들 중에는 10대 그룹의 직계도 끼어 있고, 다들 전폭적인 후원을 받는다면서? 당연히 그룹 차원에서 띄워주려고 광고하는 거라고.”
“나도 캐유플 봤어. 그 나이치고는 실력이 제법 괜찮긴 하더라. 그런데 그 정도는 우리들도 할 수 있는 거 아니냐?”
“그리고 뭐 아카데미의 잠룡? 이명 하나 진짜 쪽팔린다. 장담하겠는데, 그거 나중에 흑역사 된다.”
29, 30기에서 유망주로 손꼽히는 학생들은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이 황금기수라는 이름을 비판했다.
정확히 말하면 황금기수의 시초인 노은하 사단을.
“내가 진짜 어이없어서…. 아니, 왜 우리 앞길을 가로막으려는 거냐고. 꼭 그렇게까지 해야 했냔 말이야.”
“나는 그냥 아니꼽다. 황금브로치? 뭐, 그런 걸로 차별을 조장하는 게 마음에 안 들어.”
그들이 노은하 사단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이제 곧 업계에 나서게 될 그들은 걸핏하면 노은하 사단과 비교되거나 황금기수의 활약에 가려지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3학년으로 진급한 학생들은 업계의 관심이 정작 1학년에게 쏠려 찬밥신세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도대체 노은하 사단이 뭐라고!
취업시장에 나선 3학년 학생들의 공통된 반응이었다.
이와 별개로 고등아카데미 출신의 학생들은 특권계급을 조장하는 듯한 노은하 사단의 행보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고 있었다.
“눈에 띄기만 해봐. 내가 그놈들 가만 안 둘 줄 알아.”
“직계고 자시고 내가 후원을 받는 그룹도 아니니 그냥 들이받을 거야. 해도 해도 이건 너무 하잖아.”
“그 자식들 오기만 해라, 진짜….”
“아니, 어? 어떻게 선배들보다도 늦게 올 수가 있어!? 어느 정도는 예우를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오늘 내가 똥개 훈련 한 번 제대로 시키는 줄 알아라.”
그래서 대다수 29, 30기 학생들은 아직 파티회장에 나타나지도 않은 노은하 사단을 곱씹어댔다.
“”””…….””””
031기와 31기 학생들은 자연스레 그들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었다.
눈치를 살피는 기수가 더 있기는 했다.
“근데 너희는 왜 말이 없어?”
“겁쟁이들. 1학년 때에는 걸핏하면 거드름을 피우다 실력이 들통 나니 잠잠해지는 거 봐.”
“”””…….””””
중등아카데미 출신의 029, 030기 학생들이었다.
노은하 사단에 대해서 알고 있는 그들은 불만을 가지더라도 대부분 속에 담아두고 있기만 했다.
29, 30기 학생들이 그들을 아무리 겁쟁이라고 놀린다고 해도 침묵을 하겠다는 입장을 취한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저기 온다!”
“쟤네가 걔네야?”
“흠…. 들었던 이미지하고는 조금 다르네.”
노은하 사단이 입장했다.
그 순간, 이미 파티회장에 와 있던 학생들의 시선이 그들에게 향했다.
고등아카데미 1학년이라면 몰라도, 2학년과 3학년 학생들 중에는 아직 그들을 보지 못한 이들도 있었다.
두 기수는 눈초리를 매섭게 세우며 저희들끼리 대화를 나누며 들어오는 학생들을 관찰했다.
“노은하는 없는데?”
“그래? 맨 앞에, 차갑게 생긴 애가 노은하 아니야?” “아니, 걔는 목민호야. 그 옆에는 노은하 따까리로 유명한 최은혁이고 늑대 아인은 머저리 진파랑이고….”
노은하가 없다.
그 소식을 들은 윗기수 학생들은 일제히 눈살을 찌푸렸다.
몇몇 이들은 이를 빠득 갈았다.
파티에 늦게 온 것도 유분
수인데 저 혼자 그보다 늦게 도착할 생각인 모양이었다.
“설마 안 오는 건 아니겠지? 파티 참석이 의무는 아니잖아.” “1학년은 참석하는 게 전통이야. 그 녀석이 아무리 싸가지가 없어도 이번 파티에는 참석할 거야.”
“내가 아까 참석자 명단을 봤는데, 일단 거기에 노은하 이름은 올라와 있었어.”
그들은 저희들끼리 수군거렸다.
그러나 화가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의 분노는 자리에 없는 노은하가 아닌 회장에 늦게 들어온 노은하 사단에게 쏟아졌다.
“─네들이 황금기수라 불린다며?”
“”””…….””””
결국 누군가가 앞으로 나섰다.
3학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남학생은 그간의 설움을 참지 못해 그들에게 시비를 걸었다.
시비를 건 것만이 아니었다.
남학생은 체내 마나를 발현해서는 그들을 압박했다.
“황금기수는 무슨…. 이거 하나도 제대로 버티지 못하는 놈들이 뭐가 황금기수라는 거야? 아, 똥기수라면 그건 또 모르는 이야기겠네!”
그리고 그를 비롯하여.
노은하 사단이라는 이름에 가려져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한 윗기수들도 분위기를 장악하는데 일조했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분위기는 노은하 사단만 아니라 자리에 있던 학생들 모두를 내리눌렀다.
“어쭈? 버텨?”
“…꼴에 고등제어기술을 배우기는 했나 보네.”
그럼에도 노은하 사단으로 통하는 학생들은 다수가 만들어낸 압박에도 굴하지 않았다.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목민호, 최은혁, 진파랑.
세 사람이 적의를 드러냈다.
목민호는 두 사람을 뒤로한 채로 앞으로 나서는 강단도 보여주었다.
“…뭐기는 뭐야. 신고식이지.”
그리고 남학생을 위시한 학생들은 세 사람이 발하는 기운을 느끼고는 순간적으로 주춤했다.
그들이 압박을 몰아냈다고 한들, 분위기를 장악하는 힘은 아직까지 그들 자신에게 있었다.
게다가 몇몇 학생들이 추가적으로 기운을 더하고 있기까지 했다.
“…윽….”
거 보라지.
학생들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봉구래, 윤이별, 아리엘.
올해 노은하 사단에 들어가게 된 학생들이 힘들어하는 기색을 보인 것이다.
급기야 윤이별은 차은우의 부축을 받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바로 그때.
“”””…….””””
흐름이 갑작스럽게 바뀌었다.
이대로 내리찍으려고 하던 기운이 그대로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 기운을 밀어내듯 새로운 기운이 부풀어오르고 있었다.
“…말도 안 돼.”
누군가가 경악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학생들이 힘을 합쳐 압박한 기운이 맥도 쓰지 못하고 뒤로 물러나버리고 말았으니.
“─신고식 같은 건…,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앨리스그룹의 직계이자, 윤성진의 정하양.
그동안 잠자코 상황을 보고 있던 그녀가 학생들의 기운을 몰아내며 걸어 나온 것이다.
그녀만이 아니었다.
“─신고식?”
거센 압박이 내려앉은 공간에서.
저 너머에서 너무나도 태연하게 걸어오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정신이 혼미한 채로 있던 학생들은 가장 늦게 나타난 그를 확인하고는 깜짝 놀라 자리를 비켜주었다.
물결이 갈라진다.
그는 그것을 마치 당연하게 여기듯 사람들이 만들어줄 길을 걸었다.
“”””…….””””
저벅저벅.
발걸음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공간의 분위기를 장악한 학생들은 가까이 다가오는 그를 보고 그대로 기세를 잃어버렸다.
저벅저벅.
거리가 점점 좁혀진다.
그럴 때마다 그의 존재감이 부쩍 커져만 갔다.
“나는 그런 게 있는지도 몰랐지. 있었으면 말을 하지 그랬어. 그럼 제때 왔었을 텐데.”
학생들이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마나를 발현하지도 않았건만.
그의 존재감이 분위기를 지배하듯 똬리를 틀어나가고 있었다.
어느 순간─.
“─오늘 신고식 한 번 거하게 하게 생겼네.”
“”””……!””””
몇몇 학생들이 돌연 목을 틀어잡고 바닥에 쓰러졌다.
숨이 안 쉬어진다.
노은하 사단을 압박하던 분위기는 어느 순간 그들을 향해 있었다.
눈치 챘을 때에는 이미 늦었다.
“─나대지 말고 그냥 자라.”
황금기수의 주역, 노은하.
그의 눈이 사나운 빛을 머금었다.
☆
예상보다 늦었다.
이왕 늦은 거 그냥 천천히 가겠다.
은하는 한서연과 약속을 끝내고는 여유로운 마음가짐으로 아카데미에 돌아가기로 했다.
어차피 고등아카데미 종강파티는 학생들이 친분을 다지는 자리였지, 성적 평가가 반영되는 자리 같은 게 아니었다.
참석해도 그만, 참석하지 않더라도 그만이었다.
내가 아카데미의 전통 같은 것을 알 게 뭐야.
전통이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니고.
암묵적으로 고등아카데미의 1학년 학생들은 1학기 종강파티에 반드시 참석해야 했다.
하지만 은하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가 참석하려는 이유는 1학년 1학기 종강파티에서 사건이 하나 발생하기 때문이다.
온태양이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그걸 보지 않고 지나갈 수는 없지.
굉장히 유의미한 사건이다.
어쩌면 의 시작점.
은하는 그것을 직접 보기 위해서 구태여 종강파티에 참석한 것이다.
덕분에 친구들은 그를 기다리다가 파티회장에 늦게 들어가고 말았다.
그리고 그가 도착했을 때에는─.
“─자기 할 일이나 잘할 것이지, 가만히 잘하고 있는 애들한테 괜히 흠을 잡으려고 그래?”
친구들이 견제를 받고 있었다.
29기, 30기 학생들이 텃세를 부린 것이다.
은하는 스티지안 아이에 당해 악몽을 꾸는 학생들을 내려다보았다.
얼굴을 알고 있는 학생들이 몇몇 있었다.
그래봤자 은하가 눈여겨보고 있는 학생들은 아니었다.
“어디 다친 데는 없는 거지?”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조성한 압박감은 상당했다.
목민호, 최은혁, 진파랑 세 사람이 선두에서 압박감을 받지 않았더라면 피해는 이보다 더 심했으리라.
은하는 사레가 걸린 듯한 윤이별의 등을 토닥여주며 말했다.
“우씨! 노은하, 이러기야!? 좀 빨랑 빨랑 와야 할 거 아니야? 그러다 나 숨 넘어가는 거 보고 싶어?”
“응, 너는 괜찮아 보이는 것 같다.”
윤이별에 비해서 아리엘은 회복이 빨랐다.
금세 기운을 차린 그녀가 투덜대며 은하의 등을 약하게 때려댔다.
은하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경험상 애정결핍증이 있는 것 같은 그녀는 적당히 무시하는 게 나았다.
일일이 그녀를 상대해주었다가는 너무 피곤하기도 했고.
“배수빈. 그거 당장 중단해. 지금 뭘 하려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가만히 있어.”
한편, 뒤에서는 소란이 끝났는데도 배수빈이 무언가 마법을 전개하고 있는 중이었다.
은하가 술식을 훑어볼 필요도 없이 어딘가 위험해 보이는 마법이었다.
그래서 아리엘을 질질 끌고 가는 상태로 그녀의 캐스팅을 막았다.
“나도 생각이 있어. 이런 곳에서 내가 그런 마법을 쓸 리가 없잖아. 네 생각처럼 위험한 마법은 아냐.”
“그럼 뭔데?”
“음…. 거울에 비치는 내 모습이 구더기로 보이게 되는 마법?”
“…그런 마법은 왜 만든 거야?”
“남의 마법 취미 가지고 왈가왈부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는데. 나한테 보태준 건 하나도 없으면서….”
괴악하기 짝이 없는 마법이다.
은하는 뻔뻔하게 대꾸하는 그녀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그녀가 도대체 마라도에서 무엇을 하고 온 것인지 궁금할 지경이었다.
배수빈은 혼자 놔둬도 잘 클 거야.
잘 크겠지…. 아마…?
배수빈은 캐스터였다.
그러다 보니 딜러인 은하는 대체로 그녀의 훈련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는 조금은 관여해야 하지 않을지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지금까지는 그녀를 믿고 있었는데, 지금 보니 어쩐지 불안했다.
“왜, 뭐, 왜. 할 말 있어?”
“…혼자서도 잘할 수 있지?” “너만 없으면 잘할 수 있을 거야.”
배수빈이 뚱한 얼굴로 대꾸한다.
은하는 그녀를 내버려두기로 했다.
생각해보면 그녀는 혼자 있을 때 공부를 더 잘하는 스타일이었으며, 경쟁상대가 있으면 이기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고는 했다.
그래서 그는 다른 사람들의 상태를 살펴보려고 몸을 틀었다.
바로 그때─.
“─왜 이리 늦게 왔어.”
별안간 정하양이 이마로 그의 가슴을 툭 하고 박은 것이다.
아무래도 다수에게 대항하는 것이 부담이 되었던 모양이다.
은하가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녀가 홀로 압박감을 떨쳐내려 했던 것은 이번 일이 처음인 듯했다.
그녀가 긴장할 만도 했다.
“괜찮아, 잘했어.” “맨날 약속시간에 늦게만 오고…. 은아 언니한테 다 이를 거야.”
“그래,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그러다 보니 정하양은 늦게 도착한 그가 원망스러운 듯했다.
그녀가 그의 옷을 살며시 잡아서는 딱따구리처럼 머리를 박아댔다.
“진짜 나빠. 나빠….”
“노은하 자꾸 나를 무시할 거야? 이러면 나 정말 서운해? 서운하다니까? 나 서운하다고!” “…그래, 그래. 내가 미안하다.”
“나, 나도 무서웠어….”
앞에서는 정하양이요.
뒤에서는 아리엘이라.
어쩌다가 두 사람에게 사로잡히는 신세가 된 그는 황당해하며 번번이 사과를 되풀이해야 했다.
어느새 윤이별도 끼어들었고.
덕분에 친구들을 어르고 달래는데 상당한 심력과 시간을 소모하고야 말았다.
“”””…….””””
당연히 그만큼 소란을 피워댔으니 학생들의 시선이 떠날 리 만무했다.
하지만 시선이라 하더라도 무조건 그들에게 호의적이지 못한 시선은 아니었다.
호의적인 시선도 많았다.
몇몇 학생들은 그들이 하는 말에 어깨를 들썩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다가오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니─.
─저 두 사람도 정말 오래간만에 보는 거네.
은하는 손을 흔들며 다가오는 남녀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티격태격하면서 오는 모습이 꽤나 정감이 갔다.
“─얘들아! 너희 괜찮아?”
“많이 무서웠지? 미안해. 우리가 미리 귀띔을 해주는 거였는데….”
유남훈.
그리고 그의 소꿉친구 여우비.
3년 전, 1학년 종강파티에서부터 인연을 이어가게 된 두 사람이 말을 걸었다.
☆
29, 30기 학생들이 조성한 압박이 노은하 사단을 덮쳤던 그때.
목민호, 최은혁, 진파랑 세 사람은 앞으로 나서며 압박감을 받아냈다.
그사이 차은우는 아직 마나 저항에 익숙지 않은 친구들을 보호하였고, 정하양은 압박감을 몰아내려 했다.
하지만 숨을 조일 듯한 압박감을 덜어주는데 가장 크게 기여한 사람은 따로 있었으니.
“─저기, 은하야. 나도 있었는데…. 혹시 날 잊어먹은 건 아니지? 응? 나한테는 아무 말도 없냐….”
앞으로 나선 세 사람에게 가려.
독박쓰기란 마법을 사용해 타깃을 최대한 자신에게 집중시킨 강시형은 놀랍게도 어느 누구의 관심도 받지 않았다.
“아니, 내가 당연한 일을 한 걸로 칭찬을 받을 생각은 없는데 말이야. 뭔가 너희가 날 잊….”
노은하를 중심으로 친구들이 한창 떠들고 있다.
강시형은 그들 사이에 끼어 들어서 자신의 활약을 넌지시 알리려 했다.
그런데 아리엘이 은하에게 안겨서 앵앵거리기 시작하면서 그의 존재는 더더욱 흐릿해져갔다.
“…그냥 파티나 즐겨야겠다.”
홧김에 기프트를 사용해서 이목을 끌어버릴까 싶기도 했지만.
강시형은 노은하가 여자애들에게 조리돌림을 당하는 듯한 것을 보며 슬그머니 뒤로 빠지기로 했다.
그들과 따로 파티에 참석해 있던 호시미야 카에데도 기가 질리는지 몸을 돌리는 모습이 언뜻 보였다.
“여윽시! 노은하라니까!? 은하야, 네가 오니까 저놈들 쫀 거 봐라!? 안 그래, 얘들…어어어…? 서나야, 안 그…어어…? 야! 어디 가!?”
“에휴, 은하가 하는 게 다 그렇지. 은우야, 우리도 은하 혼내러 가자.”
이천서는 어떻게든 분위기에 끼려 안간힘을 부리고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아무도 그에게는 관심조차 가져주지 않았다.
아예 없는 사람처럼 대한다.
강시형은 저럴 바에는 차라리 혼자 종강파티를 즐기기로 했다.
바로 그때 누군가 강시형의 어깨에 덥석 손을 얹었으니─.
“─괜찮아, 자기. 나는 자기 마음을 다 이해해. 도와줘서 고마워.”
“…구래야….”
봉구래였다.
윤이별과 아리엘을 지키기 위해서 제 몸을 방패막이로 삼다가 쓰러진 그가 전부 이해한다는 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따금 은하가 주목을 받을 때면 남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게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소외되는 이들을 어떤 식으로든 챙겨주고는 했다.
“…구래야, 진짜 너밖에 없다….” “그래, 사람이 그럴 수도 있지, 뭐. 쟤네도 자기가 뭘 했는지 알 거야. 우리 그런 거는 싹 다 잊고 술이나 마시자. 자, 짠.”
강시형은 감동했다.
봉구래가 건네는 잔을 받은 그는 울먹거리며 친구 하나는 잘 뒀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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