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472
문화제 준비가 한창인 아카데미.
빈 시간을 이용해 부스를 설치하던 학생들은 정문으로 들어온 여인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외부인의 입장을 제한하는 아카데미 정문을 당당히 들어왔다는 의미는 십중팔구 아카데미 관계자란 뜻이리라.
하지만 학생들 중에서 그녀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처음 보는 얼굴이다.
그럼에도 학생들의 시선이 향하는 이유는 그녀가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 사람들이 치를 떨어 했던 그 던전을 이렇게 바꾸어 버리다니. 제법 공을 들이기는 했나 보네.”
묘령의 여인이다.
그런 것치고 여인은 제법 나이가 있어 보이는 말투로 중얼거렸다.
비녀 몇 개로 머리를 말아 올리고, 새하얀 도복을 입은 여인.
그녀는 학생들의 시선을 무시하며 행정지원처가 있는 건물로 향했다.
“내가 이 나이에 객원교사로 일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여인은 혀를 끌끌 찼다.
정처도 없이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인의를 행하는 삶을 살다 죽으려던 그녀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어쩌다 보니 나머지 삶을 이곳에서 객원교사로서 보내게 됐으니까.
“서영이 그 애 부탁만 아니었으면 서울에는 오지도 않았을 것을….”
이번에 제자를 들였다.
제법 싹수가 있는 제자였다.
싹수가 없었다면 기초만 가르치고 다른 제자를 물색하려고 했었건만, 배움이 늦기는 하더라도 가르치는 보람이 있었다.
때마침 그때 , 아니, 이제는 신서영이 그녀에게 권유한 것이다.
이왕 그럴 바에 객원교사로 와서 제자 최은혁을 위주로 가르치면서 다른 학생들에게도 깨달음을 주지 않겠느냐고.
일전에 신서영과 연이 있던 여인은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근데 아무래도 내가 시기를 잘못 맞춘 것 같군.”
아카데미를 둘러보고 있던 여인은 이내 걸음을 멈추었다.
정문에 들어오면서 확인했었는데 조만간 문화제가 있는 모양이었다.
주위에 간이 천막을 설치하고 있는 학생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닌 듯했다.
시기를 잘못 찾은 듯했다.
“하긴, 놀 수 있을 때는 놀아야지. 그렇다고 제자 놈이 놀고 있는 걸 보고 싶지는 않다만….”
어차피 될놈될, 될 놈은 뭘 해도 되는 법이다.
여인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우선 행정지원처에 들려 정식으로 객원교사 자격을 얻기로 했다.
그러고 나서─.
“─어디 제자 놈이나 찾아볼까…. 설마 내가 없다고 훈련은 하지 않고 농땡이나 피우고 있는 건 아니겠지? 흠….”
─최은혁을 찾는다.
살아있는 신화, 황진희는 사제지간의 상봉을 기대했다.
☆
부문을 가리지 않고 플레이어들이 자신의 무위와 기지 등으로 자웅을 겨루는 종합부문대회.
종합부문대회는 외부에서 방문하는 클랜 관계자들에게 자신의 실력을 선보일 수 있는 무대였다.
고등아카데미 학생들의 참가율이 많을 법도 했다.
“자, 여기 수건.”
“고마워, 서나야. 휴…, 캐스터를 상대하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 줄 처음 알았어.” “그걸 이제 알았니. 수빈이를 보면 감이 오지 않아?” “캐스터는 개인전에는 취약하잖아. 그래서 좀 방심하고 있던 것 같아. 설마 그렇게 까다로울 줄은 몰랐지. 수빈이는…, 응, 나는 상대하고 싶지 않아.”
“멋없게 왜 약한 척이니?”
“알았어, 안 할게.”
올해도 많은 학생들이 종합부문대회에 지원했다.
학생들이 주시하고 있었던 은하가 종합부문대회에 참가하지 않는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예년보다 더 많은 학생들이 참가했다고 한다.
그들의 심정이야 충분히 이해했다.
예선전 1차 경기를 마친 은혁은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공감했다.
조금 전에 대전 상대였던 캐스터를 상대하는 것도 이렇게 어려웠는데, 대장은 얼마나 강할까 싶었다.
“근데 서나 너는 정말로 참가하지 않아도 괜찮아?”
내일은 예선 2차전이 있다.
다시 말해, 예선 1차전이 열리는 오늘까지는 종합부문대회에 참가해도 괜찮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대회에 참가하지 않은 서나에게 물었다.
자신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으며, 몸값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이렇게 보내버려도 괜찮냐면서.
그러자 서나가 상관없다는 식으로 입을 열었다.
“나가면 좋기야 하겠지만…. 나는 내 가치를 올리는 데에 관심 없어. 내 가치는 너희만 알아주면 되는걸. 나중에 은하의 파티에 들어간대도, 은하가 날 평가절하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있기도 하고. 만약 그러면 내가 애들을 다 끌고 나올 거지만.”
“…….”
서나가 순간 붉은 눈을 번뜩였다.
은혁은 나직이 중얼거리는 그녀가 무서워서 뭐라 말을 하지 못했다.
그때 서나가 표정을 재빨리 고쳐선 생긋 미소를 지었다.
“은혁이 너도 나 따라 나올 거지?”
“어, 어…, 그, 그럼.”
“그래, 사람이 줄을 잘 타야지.”
KK그룹의 방계가 되고부터.
서나의 꾀가 더 많아진 듯했다.
은혁은 자신의 팔을 잡고 흔드는 그녀를 보며 떨떠름한 얼굴을 했다.
그렇다고 해도 얼굴이 예쁜 것은 변함이 없었지만.
…나도 대장처럼 아무렇지 않은 척 만지고 싶다.
서나가 삼각 귀를 쫑긋거린다.
은혁은 기분이 좋은 듯이 재잘재잘 말하는 그녀를 보며 침을 삼켰다.
마음 같아서는 손을 뻗어 저 귀를 만져보고 싶었다.
정하양의 볼살을 무심하게 늘리는 대장이 부러울 따름이었다.
“왜 그래? 계속 날 빤히 쳐다보기만 하고.” “아, 아무것도 아니야!”
“…아, 그래?”
그때 서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는 자신의 마음을 들킨 것 같아 재빨리 물러났다.
그러자 그녀가 눈을 가늘게 떴다.
은혁은 최대한 시선을 피했다.
“아, 그리고 또 있어. 내가 대회에 참가하지 않는 이유.”
“그게 뭔데?”
이내 두 손을 짝하고 치는 서나.
그녀가 그의 눈앞으로 스마트폰을 바짝 들이밀었다.
‘짜잔’ 하는 효과음까지 더하며.
은혁은 어리둥절해 했다.
“관중석에서 너희가 대회에 참여한 모습을 이걸로 찍어주려고. 아마도 은우는 민호를 더 많이 찍어줄 테니 대신 은혁이 너는 내가 집중적으로 찍어줄게.”
“정말? 고마워! 멋지게 찍어주라.”
“이 누나한테 맡겨. 나도 은우처럼 사진 잘 찍을 자신 있으니 기대해.”
서나가 하얀 이를 보이며 웃는다.
올해로 17세가 된 그녀는 이제는 누구든지 한 번쯤 시선이 갈 만한 여인이 되었다.
그녀에게서 빛이 나는 듯했다.
은혁은 자신을 올려다보며 말하는 그녀를 보며 얼굴을 풀었다.
사실, 그녀에게 언제 말할 것인지 타이밍을 재고 있기는 했다.
그런데 지금이 기회인 듯싶었다.
“─서나야.”
“응, 왜?”
“문화제 네 번째 날에 뭐해?”
“…….”
“혹시 그날 일정 있어?”
진지한 어조로 말을 꺼낸 은혁.
서나는 수다를 뚝 중단했다.
그녀가 말없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일정이 없다는 뜻이다.
은혁은 그렇게 받아들였다.
“그러면 그날 나랑 같이 돌아보지 않을래? 그날도 대회가 있기는 한데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진 몰라도 6시 이전에는 끝날 거거든. 그러니 끝나고 나서─.”
─나랑 같이 문화제를 둘러보고, 저녁에는 불꽃놀이를 보러가자.
은혁은 그간 준비하고 있던 말을 그녀에게 전하려 했다.
방해꾼만 나타나지 않았으면.
“─아까부터 조용히 지켜봤더니만 실력이 형편없던데. 하라는 단련은 하지도 않고 이런 곳에서 뭘 하고 있는 것이냐.”
“스, 스승님!?”
돌연 황진희가 나타났다.
최은혁은 갑작스레 뒤에서 나타난 그녀를 보고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스승님이 왜 여기에….”
“이번에 객원교사로 고용이 됐다. 서나야, 오랜만이구나.” “…네…. 안녕하세요.”
“그건 그렇고…. 종합부문대회인지 뭔지 하는 대회에 나가는 것 같은데 나는 내 제자 놈이 그런 실력으로 나가는 걸 보지 못하겠구나.” “스, 스승님!? 일단 이건 놓고…!” “그래서 내가 집중적으로 단련이나 시켜주려고. 어디 얼마나 배웠는지 확인해볼까?”
황진희에게 목 뒷덜미를 붙잡힌 채 숨을 꺽꺽 쉬는 최은혁.
그녀는 그의 상태는 살피지 않고 무작정 그의 뒷덜미를 잡고 갈 길을 가기 시작했다.
최은혁이 질질 끌려간다.
“자, 잠깐만요, 스승님! 서나한테 이거 하나만 말하…컥…!”
황진희는 그의 말을 듣지도 않고 혀를 끌끌 찼다.
결국 최은혁은 멀어지는 서나에게 손을 뻗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서, 서나야…!”
“에휴….”
한편 이 황당한 광경을 보게 된 서나는 살려달라는 듯이 소리치는 최은혁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한숨을 쉬었다.
“으이구, 이 바보야. 나중에 폰으로 연락하면 되잖아. 그리고 내 귀가 만지고 싶으면 만지고 싶다고 말을 하란 말이야.”
서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윽고 그녀는 스마트폰을 들어선 황진희에게 붙잡혀 끌려가는 그를 사진으로 찍었다.
☆
2학기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아카데미는 문화제 사전 수요조사를 행한 적이 있었다.
그 결과, 예년보다도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할 것이라는 통계가 잡혔다.
작년 수요조사 대비 170% 증가.
모두 다 노은하 때문이었다.
“…그게 왜 저 때문이에요?”
“응, 너 때문이야. 너밖에 없어.”
아카데미 교관회관.
신서영에게 연락을 받고 그녀의 연구실을 찾은 은하는 이내 황당하다는 얼굴을 했다.
하지만 맞은편에 앉아 있던 그녀는 제법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네가 이번에 고등아카데미 학생이 되었잖아. 그래서 업계의 사람들이 네가 종합부문대회에 나올 줄 알고 기대하고 있는 거지.”
“…에이, 설마….”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라. 그리고 나는 너 때문에 몇 번이나 설마한테 잡아먹혔고.”
“…….”
“그런 데다 네가 이번에 일본에서 저지른 짓이랑 종강파티에서 저지른 짓도 있어서 네 주가가 엄청 올라간 건 알고 있지?”
“…그렇죠?”
“아직 데뷔조차 하지 않았으면서 지금 비공식적으로 라고 불릴 정도면 할 말 다했지, 뭐.”
은하는 할 말을 잃었다.
뭐라 대꾸할 수가 없었다.
신서영이 하는 말이 모두 틀리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요?”
본의는 아니라고 할지라도.
결국 인정해야 할 것은 인정해야 했다.
은하는 현재의 상황에 순응하고선 그녀가 자신을 부른 이유를 물었다.
“이번 문화제를 보러 올 사람들은 대다수가 은하 네가 종합부문대회에 출전할 줄 알고 오는 거란 거지.”
“근데 저는 출전 안 하는데요?”
“그게 문제란 거야.”
신서영이 다리를 바꿔 꼬았다.
그녀가 대놓고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네가 출전하지 않는다면 문화제를 보러 올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겠니? 작년 대비로 170%나 증가한 사람들이.”
“…….”
“아카데미에서 폭동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신서영이 말에 힘을 주며 그에게 겁을 주었다.
은하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래서 자신이 이제 와서 대회에 참가해야 하는 것이냐고.
그가 무언으로 물었다.
다행히 신서영은 그것은 아니라며 고개를 저어보였다.
“그래도 사람들을 달래줄 무언가가 필요하기는 해. 그 달래줄 무언가는 당연히 은하 너여야 하고.”
“그래서요?”
“교관들이랑 회의를 해서 이번에 종합부문대회 개회식을 하는 날에 네 실력을 보이는 무대행사를 하나 만들기로 했어.”
“…….”
“은하 네가 싫어하는 건 알겠는데, 그래도 이 정도는 해줘야 하는 거 아니니?”
신서영이 흥 소리를 내며 말했다.
은하는 벌레를 씹은 듯한 얼굴로 그녀의 말을 잠자코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에게 지은 죄가 많기는 했다.
필시 이것마저도 교관들을 설득해 개회식 무대에서 힘을 보이는 걸로 끝낸 것일 터.
“…알았어요. 하면 되잖아요.”
“그래, 잘 생각했어.”
“그래서 오프닝 무대에서는 제가 어떻게 하면 되는 건데요? 검무나 선보이면 될까요?”
“누가 너한테 그런 걸 기대하겠니. 유력 클랜 관계자들이 그걸 보려고 문화제에 올 것 같아? 당연히 네가 대련이라도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그나마 납득이라도 하겠지.” “그럼 대련하는 거예요?” “그런데 학생들 중에 은하 너하고 대련할 사람이 없어서 몬스터하고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기로 했어.”
“아, 그래요? 몇 위계인데요?”
“제6위계 3마리. 할 수 있지?”
“…아카데미 학생한테 제6위계는 너무 위험한 거 아니에요?”
“그거라도 보여줘야 납득할 거야. 그리고 네가 무늬만 학생이지, 이게 어디서 학생 행세니?”
“…누나 저 학생 맞는데요.”
은하는 떨떠름한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녀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참에 이도류나 연습해야지.
웬만해서는 서울에서 고위계 몬스터를 만나는 것도 쉽지 않으니….
은하는 체념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방학에 만든 검을 시험해보기로 했다.
무엇보다 몬스터와 싸우는 것만큼 실전감각을 익히는데 도움이 되는 것도 없었다.
“─단, 절대로 플래티나 크로스는 쓰면 안 된다?”
“…저도 알아요. 제가 거기서 왜 제 실력을 다 드러내려 하겠어요? 실력이 전부인 바닥이
구만….”
그때 신서영이 주의했다.
은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은하 역시 문화제에서 모든 실력을 공개할 생각은 없었다.
일본에서 규키를 토벌할 때 사용한 플래티나 크로스는 사람들이 계속 궁금하게 남겨둘 생각이었다.
눈썰미가 좋은 플레이어는 마법을 한 번 보는 것만으로도 파훼법까지 만들기도 했으니까.
밑천을 드러낼 수는 없었다.
“그럼 저는 가볼게요.”
“그래, 사고 치지 말고 기숙사로 조용히 돌아가고.”
“…누나 눈에는 제가 걸어다니는 시한폭탄으로 보이나봐요?”
“시한폭탄은 무슨…. 핵폭탄이라고, 핵폭탄. 뉴클리어 밤! 퍼엉!”
“…갈게요.”
그는 그녀의 눈빛에서 신뢰라고는 눈곱만치도 찾아볼 수 없었다.
자신이 이렇게 믿음이 부족한 건가 싶었다.
한숨을 쉰 은하는 연구실을 나가, 저녁시간이 될 때까지 수련동에서 훈련이나 하다 가기로 했다.
“오늘은 완벽히 터득하고 싶은데 이게 잘 안 되네….”
이도류는 어느 정도 터득했다.
회귀 전의 감각을 살리는 일이어서 그다지 어려울 것도 없었다.
문제는 우보였다.
겨우 한 걸음만에 아주 먼 거리를 주파할 수 있는 보법.
열에 아홉 꼴은 실패를 하니….
아니, 거의 실패라고 봐야지.
일본에서 우보를 발현한 이후.
은하는 그 후로 우보를 사용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마나의 흐름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수많은 흐름 중에서 대관절 무엇을 더듬어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이걸 무작정 시도할 수도 없고….
우보란 마나의 흐름 속으로 자신을 집어넣는 마법이었다.
다시 말해 흐름에 몸을 완전하게 맡기지 못했다가는 불상사가 일어날 위험도 있었다.
자신이 뜻하지 않은 장소 그리고 생뚱맞은 자세를 취하고 이동할 수 있기도 했고.
그러다 보니 은하가 우보를 몸소 실현한 일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대개는 마나의 흐름을 관찰하면서 자신이 이동하려는 흐름을 보는데 열중하기만 했다.
흐름이 너무 많기도 하고….
좌표를 정확하게 지정하려는 것도 쉽지가 않아.
은하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다리에 마나를 불어넣으며 우보를 사용해보기로 했다.
─우보
목표하는 지점은 벽과 벽이 만나는 구석.
훈련실 중심부에 서 있던 은하는 이내 앞으로 한 걸음을 내딛었다.
하지만 그가 출현한 곳은 입구 앞, 그것도 머리가 지면으로 떨어지는 위치에서 나타나고 말았다.
“…큭…!”
낙법을 취하지도 못한다.
그대로 머리를 박은 은하는 그대로 바닥에 벌렁 드러누웠다.
큭 소리를 내며 숨을 토했다.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뒤틀렸다.
우보를 완벽하게 사용하지 않으면 이런 식으로 멀미를 겪고는 했다.
멀미야 다행이었다.
신체부위 손실을 당하지 않았으니 어디겠는가.
내가 원하는 흐름을 대체 어떻게 찾을 수 있는 거지….
그는 바닥에 드러누운 채로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무수히 많은 흐름이 보인다.
은하는 그 흐름을 눈으로 더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바로 그때, 그의 시야로 누군가의 얼굴이 들어왔다.
상대의 정체를 파악한 은하의 눈이 크게 떠진다.
“─신기하군.” “…….”
“나랑 비슷한 마법을 쓸 줄 아는 사람이 있을 줄은….”
선녀정부의 그늘이라 할 수 있는 어둠.
그 어둠의 주인.
십이좌 백서진.
회귀 전, 은하의 은사이기도 했던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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