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473
회귀 전.
라 불리기 전의 노은하는 고등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만 해도 몬스터를 상대하는데 있어 별다른 베이스를 갖추고 있지 않았다.
그가 알고 있는 것이라곤 고작해야 초·중등 정규교육에서 체내 마나를 다루는 방법이 전부였다.
그러다 보니 입학 초기만 하더라도 아무런 베이스도 마련돼 있지 않던 그는 악착같이 자신에게 부족한 걸 채워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중등아카데미부터 입학한 학생들을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너무 무리하려고 하지 말라니까. 격차란 게 쉽게 좁혀질 리 없잖아. 천천히 시간을 들이면서 좁혀야지. 너 그러다 몸 망가진다니까?’
‘…괜찮아.’
‘괜찮기는 뭐가 괜찮다는 거야!? 옆에서 지켜보는 내 입장은 어떻고. 네가 잘못되면 나까지 교관님들한테 혼나는 걸 알아, 몰라?’
‘…너한테 피해가 가지 않게 하면 되는 거잖아.’
‘네가 맨날 나한테까지 피해가게 사고를 치면서 그 말을 대체 어떻게 믿으라는 거야!?’
노은하나 온태양이나.
고등아카데미에 입학한 학생들은 모두 자신을 채찍질해가며 격차를 줄이는데 안간힘을 썼다.
그런데 은하는 자신의 몸이 망가져 교관들이 기겁을 할 정도로 자신을 죽일 듯이 채찍질했다.
이유정이 말려도 소용없었다.
오히려 그는 그녀의 치유마법으로 자신의 몸을 치유해가며 훈련하는 미친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물론, 그만큼 성과는 있었다.
‘─검을 다루는데, 쓸데없는 품세가 너무 많이 있구나. 불필요한 동작은 과감히 생략할 줄도 알아야지.’
‘…….’
‘몬스터를 토벌하는데 중요한 것은 형(形)을 일일이 고집할 게 아니라, 그때 그 상황에 적응할 수가 있는 최적의 동작을 구사할 줄을 알아야 하는 거다. 형태에 얽매이고 있다가 몬스터한테 잡아먹힐 일이 있게?’
고등아카데미 1학년 2학기.
1학기 종평에서 마라도를 다녀와 나름 실전감각을 익힌 그는 어느 날 십이좌 백서진을 만나게 되었다.
정말 우연한 만남이었다.
그날, 백서진은 고등아카데미에서 십이좌 특별강의를 마치고 우연히 수련동을 찾았다고 한다.
그러다 미친 듯이 검을 휘둘러대던 은하가 눈에 들어왔던 것이고.
‘그래도 마나를 컨트롤하는 실력은 정말 뛰어나구나. 부족한 마나를…, 컨트롤과 효율로 메우고 있는 건가? 검을 다루는 건 무식하면서 그건 또 머리를 잘 굴렸네. 어차피 검술이야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일이니….’
‘…….’
‘그래, 학생. 이름이 뭐냐.’
‘…노은하입니다.’
그때, 백서진은 그를 훑어보고는 이름을 물었다.
은하는 자신을 평가하는 것 같은 시선에 불쾌한 감정을 표로했다.
그럼에도 백서진은 자신을 향하여 날을 세우는 그를 보고 피식 웃으며 넘겼었다.
‘─나는 백서진이다. 그래, 은하야. 너 나한테 검을 배워보려는 생각은 있냐?’
‘…네.’
그의 패기가 마음에 든다는 듯이.
백서진이 말했다.
은하의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자신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던 은하는 그에게 가르침을 요청했다.
그때 이후로 백서진은 한 달 동안 시간이 날 때면 아카데미를 찾아와 그에게 가르침을 주고는 했다.
그 가르침이 노은하의 베이스가 되었다.
‘허, 참…. 창진이 그놈도 랑보를 이렇게 쉽게 배우지 못했구만. 이걸 일주일 사이에 혼자서 터득했다고? 어쩌면 너한테 적성이 맞았던 건지 모르겠구나.’
‘그럼 천보도, 우보도 알려주시죠.’
‘…내 밑천을 다 뜯어갈 생각이냐. 그래, 좋다. 둘 다 알려주마. 근데 우보를 배우는 건 쉽지 않을 거다.’
아마도 어쩌면.
백서진은 노은하를 새로운 로 만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누구든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고 자신의 전투 스타일을 전수할 리가 없을 테니까.
필시 그는 무언가 의도를 가지고 은하에게 접근한 것이었으리라.
‘─고집 하나는 진짜 못 이기겠군. 때론 적당한 휴식도 필요한 법인데 너는 정도를 모르는 구나.’
‘…….’
‘그리고 대관절 그렇게 죽일 듯이 검을 휘두르는 이유가 뭐냐? 대체, 네 검은 무엇을 위해 있는 거냐.’
허나 백서진이 그를 로 거두어들이는 일은 없었다.
한 달이 조금 지나고.
백서진은 자신을 혹사시키면서까지 끝없는 가르침을 요청한 노은하에게 질문했다.
그때, 은하는 직감했다.
이 질문이 분기점이 될 거란 것을.
그래서 은하는 솔직하게 답했다. 어쩐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자신이 검을 휘두르는 이유는─.
‘─눈에 보이는 모든 걸, 다 죽이기 위해서입니다.’
죽이고 또 죽이겠다.
그리하여 죽음을 맞이하겠다.
살아야만 하는 이유가 없었으니까.
악과 깡으로 가득 차 있던 은하는 백서진을 노려보면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백서진은 그 시선을 덤덤히 받고, 이내 한숨을 쉬었다.
‘─너는…, 정말 위험한 놈이구나. 네 눈빛을 보아하니, 어떤 통제도 받을 생각이 없는 거구나.’
‘…네.’
‘그렇게 살다가는 너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는 사람들마저 위협하는 광인(狂人)이 될 거다.’
‘그래도 상관없어요.’
그 당시, 그는 사람의 손을 타기를 극도로 꺼려하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길들여지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다만 이렇게 살다 죽고 싶었다.
그래서 꼬리를 세우면서 경계하는 고양이처럼 날을 세웠었다.
사실은 자신이 마음을 열게 되어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떠나버릴까 무서워하고 있었으면서.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마음을 열게 된 사람들을 잃게 될까봐 두려워하고 있었기에.
그래서 마음을 꽁꽁 감췄다.
그리하여 언젠가 자신조차 그것을 자각하지 못할 정도로 완벽하게.
‘─그렇다면 네 검을 사용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다. 아무도, 자신이 파멸하기를 원하지 않거든. 나 또한.’
‘…….’
그 말을 끝으로.
백서진은 아카데미를 찾지 않았다.
☆
십이좌 백서진.
살아있는 신화라고도 불리는 그는 범죄와 비합법적인 일이 이루어지는 뒷세계 어둠의 지배자였다.
“아까부터 조용히 보고 있었는데 발을 뻗는 방식이나 검을 다루는 게 예사롭지 않아. 형태가 다르더라도 누군가를 죽이는데 특화되어 있는 실용적인 검술이던데.” “…….”
“아카데미가 그런 검을 가르칠 린 없을 테고…. 그렇다는 건 혼자서 배웠다는 걸 텐데─.”
노인이라는 분위기와 거리가 멀고, 정장을 잘 소화한 중년인이었다.
희끄무레한 흑발.
보는 각도에 따라 회색으로 보이는 머리칼을 포마드로 넘긴 스타일.
햇볕에 그을린 듯한 얼굴에 보이는 흉터는 그가 겪은 세월을 어렴풋이 알려주는 듯했고, 살그머니 일어난 주름은 남자의 나이를 연상케 했다.
“─대체 누가 너한테 그런 검술을 알려준 거냐.”
은하는 그저 눈을 깜빡거렸다.
설마 백서진을 만나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전 삶에서도 이맘때쯤에 백서진을 만난 듯했다.
…오랜만이네.
달빛의 축복을 얻는 일만 생각하다 내가 이 시기에 백서진 선생님한테 가르침을 받았다는 걸 잊고 있었어.
감회가 새로웠다.
비록 백서진이 그를 로 삼는 일은 없었다고 하더라도.
백서진에게 얻은 깨달음은 그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었다.
또한 그와 인연을 맺게 된 것으로 종종 ‘어둠’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또한 그는 십이좌를 은퇴한 후에도 하백련을 손녀처럼 대하며 그녀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했고.
그래서 은하에게 그는 은사였다.
“─대답을 안 하겠다는 건가?”
“…….”
“너는 정체가 뭐냐.”
은하는 이내 상념에서 깨어났다.
백서진이 말을 내리깐 것이다.
그가 경계심을 보일 만도 했다.
은하의 전투 스타일은 기본적으로 어둠에 몸을 담근 살수들의 행동이 베이스로 깔려 있었으니까.
고등아카데미 학생이 그런 검술을 익히고 있으니 첩자로 오해를 받기 십상이었다.
그리고 그 말은 어둠을 관장하는 백서진의 눈에서 벗어났다는 뜻과 진배없었으니.
그가 의심의 눈초리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몇 년 전에, 중등아카데미에서 종평으로 설악산에 간 적이 있어요. 어쩌다 보니까 거기서 슬레이어들과 싸우게 됐는데…, 그때 눈대중으로 대충 따라한 거예요.”
뭐라고 말해야 할 것인가.
은하는 생각 끝에 가장 그럴듯한 변명거리를 내놓았다.
“흠….”
백서진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는 어둠의 주인이 보내는 시선을 최대한 태연하게 받아내려 했다.
은하는 알고 있었다.
백서진이 아무리 어둠의 주인으로 군림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거짓말을 간파할 수는 없다는 걸.
어둠으로도 얻을 수 없는 정보다.
자신이 회귀했다는 것은.
따라서 백서진은 압박감을 조장해 은하가 진실을 낱낱이 실토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에 불과했다.
“…그러면 네가 조금 전에 쓰려던 마법은 뭐냐. 스타일이 다르긴 해도 그건 분명 우보였다. 대관절 네가 어떻게 그 마법을 알고 있는 거지?”
유도심문이 통하지 않자.
백서진이 질문을 바꾸었다.
은하는 뜨끔했다.
마땅한 변명이 떠오르지 않았다.
우보가 아니었다고 우긴다고 해도 백서진이 조금 전처럼 넘어가줄 리 없었다.
전투 스타일이야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하지만, 우보는 백서진만이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었으니까.
선생님한테 배웠으니까요.
진실을 토할 수가 없어서 은하는 속으로 혀를 내두르기만 했다.
그러다 문득 그나마 적당한 변명이 떠올랐다.
“─창진이 형이 알려주던데요?”
“…….”
노은하는, 한창진을 팔았다.
굳은 얼굴을 하고 있던 백서진은 뜬금없는 소리를 듣고 눈을 떴다.
예상치 못한 답이었던 듯했다.
그가 다시 표정을 잡으려 했지만, 그때는 이미 은하가 주도권을 가져간 차였다.
“창진이가 그걸 너한테 알려줬다니 잘도 거짓말을 하는군.”
“창진이 형이 저희 누나랑 친해요. 그러다 언제 저한테 내기에서 져서 제가 보법을 가르쳐달라 했어요.”
“아직 우보도 쓸 줄 모르는 녀석이 너한테 우보를 가르쳐줬다고?”
“…창진이 형이 가르치는데 재능이 있었나 보죠, 뭘.” “…….”
“아님 제가 잘났거나….”
일단 상황을 넘겨야 했다.
한창진은 여기에 없다.
그래서 은하는 마음껏 팔았다.
백서진이 어처구니 없어하든 말든.
창진이 형을 구워삶는 것은 아마 그렇게 힘들지는 않을 테고….
일단 백서진 선생님의 경계심부터 푸는 걸 해야지.
배 째라.
은하는 뻔뻔해지기로 했다.
켕길 만한 구석은 백서진이 절대로 찾아낼 수가 없었으니까.
반면 백서진은 기가 차서 웃었다.
그러더니 다시금 표정을 고치고는 말에 힘을 주었다.
“─너, 내가 누구인지는 알고 있는 거냐? 내가 마음만 먹는다면 네가 어떤 사람인지 찾아내는 것은 일도 아니다.”
“그럼요. 제가 왜 선생님에 대해서 모르겠어요.”
“선생님? 내가 왜 네 선생님이냐?”
백서진이 헛웃음을 삼켰다.
그러거나 말거나 은하는 태연하게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었다.
오히려 더 당당해지기까지 했다.
그의 가면이 무너지고 있었으니까.
한편으로 은하는 확신했다.
회귀 전이랑 달라.
선생님은 분명 내가 누구인지 알고 접근한 걸 거야.
백서진의 태도로 보아하니 그랬다.
다만 그가 어떠한 연유로 자신을 찾아온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이전 삶에서처럼 백서진이 자신을 평가하는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다는 것은 눈치 챌 수 있었지만.
그러니 이판사판이었다.
“저는 창진이 형한테 배웠으니까, 창진이 형의 선생님께선 저한테도 선생님이나 마찬가지 아닌가요?”
“나는 너 같은 제자를 둔 적 없고, 너한테 가르침을 준 적도 없다.”
“그럼 이참에 가르침을 주시죠?”
“…뭐?”
때마침 잘됐다.
그러지 않더라도 우보를 완벽하게 다룰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던 참이었다.
속으로 미소를 지은 은하는 대뜸 백서진에게 가르침을 청했다.
“대한민국의 무궁한 미래를 위해 후학에게 발전의 소지를 주신다고 생각해주시면 좋겠는데요.”
“…우보 말이냐.”
“이왕이면 다른 것도 더 배워보고 싶은데….”
은하는 혀에 기름칠을 했다.
이 나라를 생각하는 백서진에 맞춰 표현에도 주의했다.
나라에 대한 충성심이나 자긍심, 애국심 따위는 어디에도 없었지만.
그리고 은하가 기억하기로, 그는 자신을 상대로 겁먹지 않는 사람을 호의적으로 평가했다.
이전 삶에서 은하 자신이 그것을 증명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우보. 지금 어디까지 가능한데.”
결국 백서진이 넘어왔다.
은하는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체내 마나를 발현했다.
백서진이 팔짱을 끼고 그가 우보를 사용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우보
은하가 목표로 하는 위치는 바로 백서진의 등 뒤.
하지만 은하가 바로 가까이에 있던 위치에 도달했을 때에는 백서진은 그곳에 있지 않았다.
오히려 백서진이 그의 등 뒤에 서 있었다.
은하가 우보를 사용하는 시점에서 백서진 역시 우보를 사용한 것이다.
“10걸음이 채 되지도 않을 거리를 이동하는데 우보를 발동하는 시간이 너무 느리구나. 그럴 바에는 차라리 그냥 뛰는 게 낫겠다.”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그래요.”
백서진이 신랄하게 꼬집었다.
은하는 뚱한 얼굴로 대꾸했다.
백서진이 피식 웃었다.
“우보를 발동하는데 시간이 드는 이유는 네가 마나의 흐름 사이에서 어떠한 흐름을 잡아야 하는 것인지 즉각적으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겠지.”
이내 백서진이 한 번만 말하겠다며 입을 열었다.
은하는 귀를 기울이며 그의 설명을 들었다.
“아주 간단한 문제야. 그건 네가 지금 너무 많은 것을 보려 한다는 뜻이니까.” “네?” “봐야 할 것에만 집중하는 연습을 해보는 게 좋을 거야.”
정보를 다루는 것에 능통한 사람은 방대한 정보의 바다로부터 필요한 정보를 선별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백서진이 덧붙였다.
“필요하지 않은 흐름은 쳐내버려. 네가 있는 위치와 네가 가려고 하는 위치에만 집중하는 거다. 어차피…, 네가 서 있지도 않은 위치나 네가 가려고 하지 않는 위치를 연결하는 흐름을 봐서 무슨 소용이 있겠냐.”
“…맞는 말이기는 하네요. 그런데 생각처럼 되지 않는데….” “그걸 생각처럼 되게 하기 위해서 연습이란 게 있는 거다.” “…맞는 말이네요.”
“그리고 네가 쓸모없는 흐름까지 눈에 들어온다는 건…. 네가 그동안 마나를 다루는데 있어서 주변까지 신경을 기울였다는 뜻이야. 때로는 오로지 너 자신한테만 집중할 줄도 알아야지.” “…….”
“지금껏 시야를 넓게 보려 했다면, 우보를 쓸 때는 시야를 좁게 봐봐. 네가 지금 서 있는 위치를 시작으로 네가 지금 가려고 하는 위치까지. 두 점을 이은 세계가 세상의 전부라 생각해보도록 해.”
백서진의 가르침.
은하는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고개를 들어보니 머리 위로 수많은 마나의 흐름이 지나가고 있었다.
이내 은하는 필요하지 않은 흐름을 보지 않으려고 시야를 제어했다.
머리 뒤에 눈이 달린 것도 아니니 머리를 지나는 흐름을 도중에 잘라, 자신이 향하려는 방향의 흐름만을 보려고 했다.
그래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음….”
머리가 지끈거렸다.
은하는 끙 소리를 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때.
그동안 그가 깨달음을 갈무리하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백서진이 입을 열었다.
“─이따금 시간이 날 때마다 와서 내가 조금 봐주마.”
“…감사합니다.”
백서진의 눈에 이채가 감돈다.
순간 과거를 되새김질한 은하는 곧 고개를 꾸벅 숙여 감사를 표했다.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는데 그만한 방법은 없겠지….”
그리하여, 한 송이 꽃을 꺾기 위한 문화제가 막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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