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476
기류가 변했다.
호의가 적의로 뒤집혔다.
글자 하나의 차이가 바꾼 기류가 경기장에 무겁게 내려앉았다.
“─이제 몸 성하게 돌아갈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남자가 바닥에서 대검을 뽑는다.
그 말을 시작으로 블레이즈클랜의 클랜원들이 병장기를 손에 쥐었다.
칼날에 뒤덮인 마나가 짙다.
전투에 살고, 전투에 죽는 그들이 여과 없이 진심을 드러낸 것이다.
“가서 클랜로드한테나 전하세요. 십이좌라면 십이좌답게 있으라고. 나중에 욕을 얼마나 얻어먹으려고 이런 짓을 벌인 거냐고요.”
그럼에도 은하는 기죽지 않았다.
오히려 기세등등했다.
그리고 은하 역시 두 자루의 검에 체내 마나를 불어넣었다.
새하얀 검신에 문양이 떠오른다.
오른손에는 붉은 꽃잎이.
왼쪽에는 검은 뱀이.
미친 오징어 새끼가 작정을 했네. 네임드들로만 엄선해서 보내다니…. 팔옥도 두 명이나 있고….
하는 짓을 보면 십이좌가 아니라 그냥 슬레이어야, 전투광 자식.
은하는 눈앞에 있는 플레이어들의 얼굴을 확인했다.
아는 얼굴이 두 명 있었다.
클랜원들을 대표해 말하는 남자는 임채성.
뿔이 돋은 건틀렛을 착용한 남자는 황석하.
매스컴에서 그럴싸하게 홍보하는, 블레이즈클랜의 최정예를 통칭하는 팔옥(八獄)에 속하는 이들이었다.
그 외 나머지 클랜원들이 발산하는 기운은 그들이 상당한 실력을 갖춘 플레이어라는 것을 시사했다.
─온다.
임채성이 포효했다.
공간을 뒤흔드는 괴성을 기점으로 플레이어들이 움직였다.
은하에게 제일 먼저 달려든 사람은 임채성이었다.
그가 속전속결로 끝내겠다는 듯이 머리 위로 치켜올린 대검을 단숨에 내리쳤다.
“…큭…!”
무지막지한 괴력이다.
경기장 바닥이 부서졌다.
은하는 천보를 사용해 반회전하며 공격을 피해냈다.
하지만 공격의 여파로 생긴 파편을 모두 막아낼 수는 없었다.
자질구레한 상처를 입었다.
손등에 상처가 난 것을 확인하며 먼지구름 속에서 튀어나오는 이들을 주의한다.
천보
마나 크래셔
미침
궤적은 이미 파악했다.
그는 먼지구름을 헤치고 나온 검을 눈발을 기는 겨울로 막아내는 한편 앞으로 내달렸다.
이어서 오른손에 마나를 불어넣어 중장갑을 입은 남자의 등에 참격을 내리쳤다.
직후 칼날에 잔재한 마나를 가늘게 가시로 다듬어 주변에 흩뿌렸다.
손속
을 봐주지 않는다.
어차피 죽지 않을 테니까.
블레이즈클랜의 클랜원들이 고작 이런 공격에 죽을 리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남자는 앞으로 고꾸라진 것 외에는 생명에 지장이 없었다.
바로 그때─.
─피와 땀이 스며 있는
이 고지 저 능선에
바닥에 쓰러진 남자를 제외하고.
세 명의 남자들이 군가를 불렀다.
합창마법이다.
노랫말로 이미지를 직관화하면서 이미지의 규모를 부풀리는 마법.
은하는 블레이즈 클랜원들의 마나가 거칠게 요동치는 것을 보았다.
기세가 올랐고, 신체능력이 부쩍 상승한 듯싶었다.
이놈들의 합창마법은 성가신데….
다행히 수가 많지 않아서 근육을 범핑시키는 게 끝인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상대하기 껄끄러─.
─은하는 눈살을 찌푸렸다.
생각처럼 발이 떼어지지 않는다.
세 명이 자신들에게 버프를 가하는 합창마법을 전개한 시기에 맞춰서 다른 한 명이 디버프 마법을 전개한 것이다.
“후우….”
은하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임채성이 마법을 준비한다.
가장 민첩해 보이는 남자가 빠르게 거리를 좁혀온다.
황석하가 남자를 보조하는 상태로 뒤에서 달려오고 있고, 한 사람은 행동에 제약을 거는 디버프 마법을 계속 중첩시키고 있다.
블레이즈 클랜원들이 작정하고서 다수의 이점을 살려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은하는 당황하지 않았다.
네임드들에게 협공을 당하는 일은 전생에서 몇 번이고 겪어보았다.
그때마다 승리했다.
그리고 지금도 승리할 것이다.
─시리게 피는 겨울
시리게 피는 겨울이 응답한다.
푸르른 마나를 머금은 검이 주변에 강렬한 빛을 발한다.
새하얀 도신에 새겨진 붉은 꽃잎이 현실에 구현화된 것처럼 진해진다.
가정은 현실이 된다.
붉은 꽃잎이 세상에 현현한다.
헤아릴 수 없는 꽃잎이 주변일대를 원을 그리며 장대하게 메운다.
버프와 디버프를 캔슬한다.
달려들던 사람들이 폭풍에 휘말려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으며, 꽃잎이 그들의 시야를 가렸다.
은하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천보
광무
리볼버 쏜
은하는 지면을 박찼다.
꽃잎의 폭풍을 헤친 그는 선두에 서 있던 남자를 공격했다.
남자가 반사적으로 대응하였지만 형식이 없이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궤적을 모두 막아내지는 못했다.
결국 남자가 바닥에 쓰러진다.
은하는 쓰러지는 남자의 등을 밟고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머리가 아래로 향한다.
그러는 상황에서도 은하는 정확히 시리게 피는 겨울을 겨눴다.
거대한 가시와 같은 탄환이 날아가 폭풍 속에서 헤매는 황석하의 등에 꽂힌다.
하지만 상대는 팔옥.
한 번의 공격으로 은하의 위치를 추론한 황석하가 이를 드러냈다.
눈이 마주친다.
황석하가 자세를 낮추며 지면으로 떨어지는 은하를 향해 뛰었다.
─멍청이.
황석하가 주먹을 뒤로 튼다.
등 뒤로 당긴 주먹이 앞으로 나가 떨어지는 은하를 정확히 겨냥한다.
은하는 웃었다.
아무런 대응책도 준비하지 않고서 공중으로 날아오른 것이 아니었다.
오만의 반격
은하의 목걸이가 번쩍였다.
마나를 머금고 불타오르기 시작한 주먹이 술식에 가로막히며 충격을 상쇄시킨다.
그 즉시 충격을 흡수해버린 술식이 황석하에게 터져나갔다.
──!!
폭발음.
맹렬한 폭발이 그를 집어삼켰다.
그럼에도 은하는 방심하지 않았다.
카운터를 당하기 직전에 황석하가 아티펙트를 사용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폭발이 걷힌 자리에 황석하가 멀쩡히 서 있었다.
아니, 멀쩡하지는 않았다.
상의가 너덜너덜하다.
그가 이를 세게 악물며 두 주먹을 서로 맞댄다.
저 주먹은 위험해.
제대로 방어도 하지 않고 맞았다가 단번에 넉다운을 당할 수도 있어.
그리고 내가 알기로, 슬슬 이때쯤 가 준비를─.
───!!!
─다시 한 번 폭발음.
조금 전에 폭발한 소리보다 거대한 굉음이 지면을 갈랐다.
의 짓이다.
금이 간 지면이 결국 부서진다.
은하는 자신이 설 발판을 찾으러 재빨리 몸을 움직였다.
“…큭…!!”
그때 바닥에 쓰러져 있던 남자가 은하를 덮쳤다.
도중에 스텝을 밟은 은하는 회피, 그대로 한쪽 발을 축으로 삼아서는 한 바퀴 회전했다.
회전하면서 칼날에 담아낸 마나를 남자를 향해 쏘아냈다.
바로 그때, 직감이 경고했다.
“─아자아아아──!!”
황석하.
등 뒤에서 수직으로 떨어진 주먹이 은하의 퇴로를 막았다.
퇴로는 오른쪽밖에 없었다.
그리고 은하는 우측으로 뛰는 한편 단순히 전투광으로 보이는 저들의 함정에 말려들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길은 하나뿐이었다.
그리고 그가 향하는 방향에는─.
“─이걸로 끝이다.”
임채성.
그가 막대한 마나를 검에 휘감고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 숨이 막히는 기세.
끝내 임채성이 대검을 내리그었다.
───!!
대(對) 고위계 몬스터 전용마법.
막대한 마나를 매개로 하여 발생한 화염이 은하를 집어삼켰다.
세상이 불꽃으로 뒤덮인다.
불꽃의 기세는 주춤거리지 않으며 연소할 수 있는 모든 물질을 태우러 포효한다.
맹렬한 열기가 가시지 않는다.
그리고 마침내.
드높이 타오른 불의 벽이 낮아지며 연기가 걷혀간다.
─눈발을 기는 겨울
그 속에서.
은하는 미친 듯이 불꽃을 탐식하는 검을 손에 쥐고 있었다.
눈발을 기는 겨울이 히죽인다.
도신에 새겨진 검은 뱀이 꿈틀대며 아가리를 벌리고 있다.
이윽고 불꽃을 흡수한 검신의 색이 붉게 변했을 때─.
“─실전감각 기르기 딱이네.”
은하는 넋이 나가 있던 그를 향해 입을 열었다.
임채성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맹고슈가 업화를 토해냈으니까.
크오오오오오오
뱀인지 용인지 알 수 없는 존재는 불꽃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 존재가 불꽃으로 이루어진 몸을 꿈틀거리며 임채성에게 달려든다.
다시금 불길이 세상을 뒤덮는다.
☆
노은하.
이제 그는 업계에서 흥행이 보장된 보증수표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그러다 보니 이 자리에는 그에게 어떻게든 말이라도 걸어보려고 하는 업계 관계자들이 찾아와 있었다.
현재 국내에서 두 번째 손가락으로 손꼽히고 있는 레귤러스클랜 역시 다른 클랜들과 같은 입장이었다.
“누가 강현철 플레이어 밑에 있는 놈들이 아니랄까봐…. 저 클랜에는 정상인이 한 명도 없는 건가.”
레귤러스 클랜로드 구연수.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간부들한테 떠맡기면서까지 종합부문대회에 온 그는 혀를 찼다.
시연 경기가 끝나자마자 갑작스레 블레이즈 클랜원들이 난입했기 때문이다.
그러고 노은하에게 대련을 청했다.
그러자 노은하가 그들에게 다 같이 덤비라는 발언을 터뜨렸고.
“…설마 쟤도 정상인이 아닌 건가. 그러면 안 되는데. 우리 클랜에서는 미친놈을 받지 않는데…. 아, 맞다. 연화 너는 노은하에 대해 잘 알지 않나?”
“은하는…. 은아 같은 사람이에요.”
“…그거 믿을 만한 정보 맞지?”
오만한 행동이나 다름없었다.
노은하의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상대는 S등급을 받은 블레이즈에서 상당한 인지도를 확보한 이들.
그들 중 두 명은 간부급에 속하는 팔옥의 구성원이었다.
레귤러스클랜의 칠사자에 비견되는 플레이어들인 것이다.
그런데 노은하는 그것을 알고서도 혼자 다섯 명을 상대하겠다는 말을 꺼낸 것이다.
“…빡쳤네.”
결국 블레이즈 클랜원들의 얼굴에 노기가 깃들었다.
그들뿐만이 아니라 이 자리에 있는 업계 관계자들도 눈살을 찌푸렸다.
노은하가 성격이 억세다는 얘기는 업계에 은연중에 퍼져 있었다.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그의 성격은 너무나도 억셌다.
완전 유아독존(唯我獨尊)이네.
누나는 성격이 그렇게나 유한데, 동생은 왜 저렇게 억센 거지?
옆자리에 때마침 오늘 비번이었던 류연화도 있었기에.
구연수는 노은하에 대해 물으면서 속으로 그에 대한 감상을 정리했다.
다루기 까다로운 유형이다.
클랜의 기강을 무너뜨릴 수 있는 인물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위험을 감수하고 노은하를 클랜으로 끌어들일 가치는 충분히 있었지만.
“이제 한 2년 됐나? 2년 사이에 팔옥에 맞설 정도로 강해지다니…. 진짜 괴물이야, 괴물.”
“…네. 전보다 강해진 것 같아요.”
구연수는 혀를 내둘렀다.
류연화는 마나관리기구의 등급으로 B등급 평가를 받고 있었던 반면에 평가점수에 실력에 더 중점을 두는 레귤러스클랜의 평가에서는 S등급 판정을 받아냈다.
더군다나 얼마 전에는 칠사자 중 한 명을 쓰러뜨리기까지 했다.
구연수는 그녀의 실력향상만으로도 전례 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설마 그녀보다 더 대단한 실력자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대체 뭘 먹고 자라면 저런 괴물이 나올 수 있는 거지?
사람들이 압도되고 있다.
구연수도 같은 심정이었다.
노은하가 다섯 명을 상대로 하고도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니 뭐라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와…, 저 자식들 진짜 진심이네. 합창마법까지 사용해?”
노은하가 흐름을 타고 있다.
블레이즈 클랜원들도 뒤늦게나마 그의 실력을 냉정하게 본 듯했다.
그 결과, 합창마법까지 구사한다.
블레이즈클랜의 상징과 마찬가지인 합창마법.
공간을 장악하는 우렁찬 노랫말.
사람들은 세 명 밖에 되지 않는 플레이어들이 자아내는 군가를 듣고 열광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저게 척사 다뉴조문경의 힘인가. 레이드할 때 꽤 도움이 될 것 같은 마법이네.”
노은하를 중심으로 퍼져나간 꽃잎.
폭풍처럼 휘몰아친 붉은 꽃잎들이 버프와 디버프마법의 효과를 취소해버린 것이다.
구연수는 노은하를 로 만들어준 마법을 보고 눈을 빛냈다.
“그래도 팔옥은 팔옥이지. 쟤네가 학생한테 발리면 S급 클랜의 체면이 어디 가겠어?”
그럼에도 다섯 명의 플레이어들은 차츰 노은하를 상대하는데 익숙해져갔다.
반대로 노은하는 대련하기 전부터 제6위계 몬스터들에게 대적하느라 어느 정도 힘이 빠져 있던 차였으리라.
그런 상황에서 혼자서 다섯 명을 상대하고 있기까지 했으니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더군다나 저들은 전투에는 노련한 베테랑 플레이어들이었다.
애초 다섯 명이서 노은하 하나를 힘들게 몰아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체면 떨어지는 일이기는 하다만.
그런데 일전에 도완준 플레이어가 그렇게 말했던가?
노은하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으면 그가 실력을 숨기려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고.
확실히 그렇기는 하네.
구연수는 그러지 않아도 작은 눈을 더욱 가늘게 모았다.
노은하의 동작을 주시했다.
몇몇 순간에 그의 동작이 움찔하는 모습이 보인다.
본 실력을 감추고 있는 것이다.
어째서 실력을 감추려 하는 거지?
하긴, 실력을 드러내는 건 하수나 하는 짓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아직 학생이잖아.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한테 자신의 가치를 높여야 하는 거 아닌가?
구연수는 생각에 빠졌다.
노은하는 어째서 힘을 숨기고 있는 것인가.
생각 끝에 나오는 결론은 두 가지. 하나는 그가 뭔가 큰 그림을 가지고 실력을 숨기고 있다는 것이었으며, 다른 하나는 어쩔 수 없이 실력을 숨기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를 테면, 숨기고 있는 마법 중에 살상용 마법이 있다거나. 그밖에도 다른 사람들이 경계하게 될 마법이 있다거나.
“만약 그렇다고 해도…. 저 나이에 그런 마법을 배울 리가 없을 텐데. 무슨 마법을 숨기고 있는 거지?”
구연수는 턱을 쓰다듬었다.
이내 그는 턱에서 손을 뗐다.
노은하가 명백한 함정에 걸려들었기 때문이다.
체크메이트였다.
임채성이 노은하가 빠져나온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점에서 대련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미친….”
구연수는 욕지기를 흘릴 수밖에 없었다.
임채성이 힘을 가감하는 일 없이 공간을 불살라버리는 마법을 날려 노은하를 공격한 것이다.
아카데미의 학생이 막아내기에는 너무나도 위험한 마법.
그의 생각을 대변하듯, 곳곳에서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터졌다.
관람석이 혼란의 도가니가 된다.
바로 그때─.
“─괜찮아요.”
류연화가 입을 연 것이다.
그녀의 시선은 조금도 흔들림 없이 불길이 드높이 치솟는 광경을 보고 있었다.
구연수는 그녀가 확신하는 모습에 정신을 다잡을 수 있었다.
이윽고 방벽을 장렬히 메운 불꽃이 점점 기세를 잃어가고─.
─눈발을 기는 겨울
그때 다시 불꽃이 폭발했다.
불꽃이 살아 있는 듯이 일렁인다.
그 중심에 노은하가 있었다.
그가 왼손에 쥐고 있는 맹고슈가 탐욕스럽게 불꽃을 빨아들인다.
“”””…….””””
괴이한 광경이다.
신묘하기도 했다.
그가 불꽃을 머금은 검을 휘두르자 용인지 뱀인지 알 수 없는 존재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온몸이 불꽃으로 이루어진 존재는 포효하는 것처럼 불꽃을 폭발시키며 블레이즈 클랜원들을 덮쳤다.
구연수는 그 광경을 입을 벌린 채 바라보았다.
“…저 검은 또 뭐야? 지금 마법을 흡수한 건가?”
이도류.
그를 비롯하여 사람들은 노은하가 처음에 이도류를 사용하려 했을 때 말도 안 되는 소리란 말을 꺼냈다.
그런데 노은하는 지금 훌륭하게도 이도류를 다루고 있었다.
그것을 차치하고서도 검 한 자루, 한 자루가 무시할 수가 없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대체 저 디바이스를 만든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그가 단언컨대, 이 대련이 끝나면 사람들은 노은하에게 검을 제작해준 마에스트로를 찾으러 나설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둘째 치고.
“왜. 괜찮다면서 걱정되는 거야?”
“…….”
구연수는 옆으로 눈을 흘겼다.
조금 전부터 류연화가 몸을 연신 들썩이고 있었다.
다섯 명을 상대하고 있는 노은하가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창대를 부릅 쥐고 있는 모습이 꼭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당장에라도 달려나갈 듯했다.
구연수는 평소에 과묵하게 보이는 그녀가 안절부절못해하는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서 그는 클랜로드로서 그녀를 도와주기로 했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다섯이서 한 사람을 상대하는 건 너무하지. 저것들은 자존심도 없나.” “…맞아요.”
“아무래도 누가 가서 도와주는 게 나을 것 같은데…. 그래, 연화 네가 도와주러 가는 건 어떨까?”
“…그래도 될까요?” “그러엄! 어차피 블레이즈클랜이 이 난리를 피운 건데 명분이야 그냥 그럴듯하게 만들기만 해─.”
─한매류(寒梅流)
폭포(瀑布)
제대로 말도 듣지 않고.
경기장으로 뛰어내리는 류연화.
방벽에 구멍이 생긴 건 순식간.
“─가세할게.”
“연화 누나!?”
불꽃이 일렁이는 세상은 지나가고.
겨울의 세상이 도래했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4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