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481
문화제 세 번째 날.
종합부문대회 본선 3차전.
4차전으로 끝이 나는 대회인 만큼, 3차전에 진출한 학생들은 하나 같이 쟁쟁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유망주들이었다.
[─선수 입장.]당연한 일이었지만 3차전에 진출한 학생들 대다수는 3학년에 포진하고 있었다.
다음으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학년은 2학년이었고.
종합부문대회의 역사를 통틀어서, 1학년이 3차전까지 진출한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1학년인 상태로 우승까지 차지한 기수는 027&27기가 처음이었다지? 그때 류연화 플레이어가 업계에다 확실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는….”
“류연화 기수는 레전드였지. 그때 3차전까지 출전한 1학년 학생들이 엄청 많았다잖아. 아마 최고 기록을 깼다고 들었던 것 같아.” “맞아. 그 전만 해도 최고 기록은 강현철, 이도진 플레이어가 재학한 기수였으니까. 몇 기수였더라?”
“그러고 보면 류연화 플레이어가 참 대단하긴 해. 이도진 플레이어는 준우승을 했었는데, 우승을 한 걸 보면 말이야.”
“이도진 플레이어는 그다음 해에 우승했었을걸?”
경기장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은 서로 자신이 아는 이야기를 꺼내며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는 한편 그들은 입을 모아서는 의심의 여지없이 말했다.
올해 입학한 031&31기수야말로 종합부문대회 3차전에서 가장 많은 1학년 학생들을 배출한 기수라고.
어디 그뿐인가.
업계에 이미 그들에 대한 소문이 쫙 퍼져 있어서 유의 깊게 주시하고 있을 정도였다.
업계의 관계자들은 그들을 가리켜 황금세대에서 가장 빛나는 유망주란 이름으로 황금기수라고 불렀다.
그중에서도─.
“─노은하 사단에 속하는 학생들은 비상식적인 성장 속도를 보여주고 있다고 그랬던가.”
“어디 성장 속도뿐인가. 대다수가 톱클래스의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하던데. 어디까지나 소문이지만.”
“노은하의 힘은 충분히 검증했어. 남은 건 노은하 밑에 있는 학생들의 소문이 소문에 불과한 건지 아니면 진짜인 건지 확인하는 일만 남았는데….”
“그래서 쟤
가 노은하 사단이라고? 어느 쪽? 잘생긴 쪽?”
“잘생긴 쪽이 아니라 대형견처럼 생긴 남학생 있잖아. 최은혁.” “아, 쟤? 순둥순둥하게 생겼네.”
─노은하 사단.
아카데미 학생들이 우스갯소리처럼 언급한 이름은 업계 관계자들에게도 들어가 있었다.
노은하에 대한 소문이 컸던 만큼, 그와 어울리는 학생들의 인지도까지 높이 올라간 것이다.
그것이 졸업을 하려면 한참이 남은 1학년 학생들인데도 불구하고, 현재 업계 관계자들이 눈을 빛내고 있는 이유였다.
또한─.
“─저 애가 님의 라고?”
” 님께서 마음에 드시기는 했나 보네. 웬만해서는 조언만 하고, 어디론가 사라지셨을 텐데 말이야. 그런데 고등아카데미의 객원교사로 들어왔다고 하니….”
“그러고 보니 노은하 사단에 분명 가 한 명 더 있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그 학생은 이번에 나오지 않은 건가?”
“아, 님의 ?”
“정하양이라고 했던가. 근데 걔는 네비게이터라 이런 대회에 나오기는 애매하지.”
“앨리스그룹 회장의 딸이라 하는데 그런 애가 이런 대회에 나오겠어?”
황진희의 .
그녀가 후계자를 찾고 있다는 것은 이전부터 알음알음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이번에 공식적으로 자신의 제자를 들였노라고 발표한 것이다.
더군다나 제자를 가르치기 위해서 아카데미 객원교사를 하게 되었다는 소문까지 들리고 있는 마당이었다.
업계는 전국을 돌아다닌 가 유랑생활을 청산하고 아카데미에서 후학을 양성하겠다는 소식을 듣고는 발칵 뒤집혔다.
그녀가 그만큼 마음에 들어 하는 아카데미의 학생이 대체 누구냐는 말인가.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에 알려진, 경기장으로 걸어 나오는 최은혁을 유심히 관찰했다.
“…평범하군.”
“평범하네.”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였다.
이렇다 할만한 특색이 없었다.
오히려 상대에게 눈길이 가고 있을 지경이었다.
아직 경기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검을 꺼내고 있는 온태양.
“저 학생도 유망주인가?”
“온태양이라…. 들은 적은 없는데.”
“일단 유망주로 통하고 있다는데, 1학년 유망주한테 기대할 만한 게 얼마나 있겠어.”
“그래도 잘생기기는 했네.”
“마스크가 좋기는 하네.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이미지?” “만약 저 학생이 실력만 있다면, 이도진 플레이어처럼 마케팅을 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업계 관계자들에게 최은혁에 대한 기대치는 떨어져가고 있는 반면에 온태양에 대한 기대치는 올라가고 있었다.
여하튼 최은혁과 온태양의 대결.
그들은 이제 곧 시작될 대련을 지켜보기로 했다.
한편, 그때 경기장에서는─.
“─이번 대련, 잘 부탁….”
“얼른 붙어. 널 쓰러뜨린 다음에는 목민호를 쓰러뜨릴 거니까.” “…….”
“그리고 저 위에서 지켜보고 있을 노은하를 쓰러뜨릴 거고.” “…….”
“너는 내가 지나가야 할 길 중의 하나에 불과하니까 그냥 덤벼.”
투기에 휩싸여 있는 온태양.
최은혁은 그와 인사를 주고받다가 어떤 목표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은 그에게 매몰찬 대접을 받았다.
은혁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는다.
웬만해서는 화를 잘 내지도 않는 그가 마찬가지로 전투의지를 보이며 검을 뽑는다.
“아주 날 무시하네?”
이럴 때 대장이라면 어떻게 할까.
은혁은 허 하고 코웃음을 치면서 온태양을 노려보았다.
단단히 화가 났다.
첫 번째 이유는 자신이 동경하는 대장을 얕보는 발언 때문에.
두 번째 이유는, 가장 큰 이유는 온태양이 자신을 목민호보다 아래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너도 좋은 면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냥 취소할게. 너 정말 말을 막하는 구나?”
대련을 알리는 신호가 터진다.
칼날에 마나를 불어넣은 최은혁은 그 즉시 지면을 박차고 뛰어나갔다.
봐주는 것은 없기로 했다.
“─어디 한 번 이겨보든가. 근데 너는 날 이기지 못할 거야. 너는, 민호보다 엄청 약하거든.”
최대한 노은하답게.
은혁은 입가를 끌어올렸다.
☆
종합부문대회 본선 3차전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이미 오전에 4차전 진출이 정해진 목민호는 그다지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지만.
오전 내내 대련만 치렀으니 이제는 여유롭게 문화제를 둘러보고 싶을 따름이었다.
물론 혼자 둘러보는 게 아니었다.
“나는 사실 민호 네가 지는 줄만 알았어. 수빈이가 마지막에 깔아둔 마법의 규모가 어마어마했으니까.”
“…아주 나를 죽이려고 작정한 것 같더라고. 만약 내가 막지 않았으면 무슨 일이 났을지도 몰라. 하여간, 배수빈 걔는….”
“에이, 그래도 수빈이도 생각하고 조절한 거겠지.”
“그럴 리가.”
“…그치?”
사전에 문화제를 같이 둘러보기로 약속한 차은우가 걸음걸이를 맞추며 말을 걸어왔다.
목민호는 바로 조금 전에 있었던 경기가 아직도 인상에 남는지 연신 감상을 말하는 그녀에게 집중했다.
그러는 한편, 3차전 경기에서 만난 배수빈을 떠올렸다.
까딱 잘못했으면 졌을지도 몰라.
아니, 죽었을지도 모르지.
배수빈이 작정을 했었다.
살상용 마법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마법을 동원한 것이다.
민호는 지금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치가 떨렸다.
다시는 그녀와 대련을 하고 싶지 않은 심정이었다.
다행히도 기프트의 힘을 이용해서 눈앞을 새빨갛게 물들이던 마법을 어느 정도 파괴해서 망정이지.
잘못했으면 죽을 뻔했다.
“너 내 말 듣고 있는 거지?”
“…듣고 있었어.”
“그럼 내가 뭐라고 했는데?”
“…….”
민호는 고개를 돌렸다.
은우가 뚱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는 걸 기똥차게 알아차린 것이다.
그는 아래로 휘어진 눈꼬리를 보고 피식 웃었다.
“귀걸이 했네? 너하고 잘 어울려. 앞으로도 하고 다니는 게 어때?”
“얘가 말 바꾸는 거 봐?”
“그냥 예쁘다고 생각해서 말했는데 그러는 것도 안 되나.”
노은하를 보고 배운 게 있다.
노은하는 언제나 말을 피할 때에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끌 만한 화제를 던지고는 했다.
그러면서 절대로 빈말을 하지 않는 것이 포인트였다.
그래서 목민호는 진심을 담아 말한 것이다.
“하여간…, 못 됐어. 요즘 들어서 점점 은하를 닮아가는 것 같아.”
“욕하지 마. 나는 솔직하게 네가 예쁘다고 생각해서 말한 것뿐이야.”
“그러면서 이야기나 돌리고 있고.”
“그래, 내가 네 말을 듣지 못해서 미안해.”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앞으로는 거짓말하면 안 돼? 그리고 나한테 예쁘다고 해준 건 고마워. 모처럼 하고 온 보람이 있구나.”
최가인과 접점을 최소화한 이후.
은우의 얼굴에 생기가 돋아났다. 그때 이후로 그녀의 성격이 어딘가 밝아졌다.
목민호는 쑥스러워하듯 겸연쩍게 미소를 짓는 그녀를 보고는 저절로 올라가는 입가를 주체할 수 없었다.
그러자 그녀의 입꼬리도 올라간다.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한참이나 쳐다보았다.
“갈까?” “응. 어디로 가게?”
“어제 노은하가 알려줬는데 이번에 이천서네 부스에서 만드는 솜사탕이 먹을 만하다고 하더라. 거기 한 번 가보자. 너 단 거 좋아하잖아.”
“아, 나도 거기 알아. 시간이 되면 한 번 가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생각이 딱 맞았네?” “은하가 말하길, 친구 할인 덕분에 우리는 돈을 주지 않고 먹어도 된다 하더라.”
인파가 많다.
민호는 자연스럽게 차은우의 손을 잡았다.
그녀가 스스럼없이 손을 쥐었다. 그러고는 방방 흔든다.
민호는 신이 난 듯한 그녀를 보며 자연스럽게 길을 안내했다.
이미 길은 기억하고 있었다.
사전에 지도를 달달 외운 덕분에.
“줄이 기네?”
“조금만 기다려야겠네. 다리는…, 아프지 않지? 내가 서 있을 테니까 저기 벤치에서 쉬고 있을래?”
“아니야. 나 하나도 안 아파.”
이천서네 부스에 도착했다.
목민호는 긴 줄을 서기로 하면서 앞에 선 차은우의 상태를 살폈다.
평소와 다르게 구두를 신고 있다.
그녀가 구두를 즐겨 신지 않는 걸 알고 있던 목민호는 행여나 그녀가 오랜 시간 서 있는 게 불편하지는 않을지 염려했다.
다행히 그녀가 씩씩하게 답했다.
두 사람은 그대로 줄을 선 채로, 서로를 마주보며 대화를 나눴다.
민호를 올려다보는 은우의 눈빛은 반짝임을 멈추지 않았다.
이윽고 두 사람의 차례가 되었다.
“어? 차은우, 목민호? 뭐야…. 둘이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야?”
“솜사탕 하나 줘.”
“이거 돈 받는….”
“은하가 친구 할인이 있다던데.”
“씨…. 자, 가져가! 내가 쏘는 거니 맛있게 먹어.”
“와, 천서야, 정말 고마워!”
거의 삥 아닌 삥을 뜯었다.
얼굴보다도 거대한 솜사탕을 받은 민호는 은우를 데리고 나왔다.
그가 그녀의 시선에 맞춰 손에 쥔 포도 솜사탕을 내렸다.
은우는 여러 각도에서 사진을 찍고 포도송이처럼 생긴 솜사탕을 한 알 떼었다.
“자, 너부터 먹어봐.”
“…맛있네.”
“그러게. 정말 맛있다.”
먼저 그에게 건네는 그녀.
민호는 차은우가 입안에 넣어주는 솜사탕을 먹었다.
입에 넣자마자 설탕뭉치가 녹는다. 달콤함이 순식간에 입안에 퍼진다.
차은우도 솜사탕을 한 번 맛보고는 상큼하게 퍼져나가는 달콤함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일반 설탕을 쓴 게 아닌 것 같아. 색소로 색을 낸 것도 아닌 것 같고, 음…, 이건 마법을 쓴 건가?”
어느새 은우는 목민호가 쥐고 있던 솜사탕을 손에 쥐고 있었다.
그녀가 마법을 가미하며 만들어진 솜사탕을 이리저리 살폈다.
목민호는 탐구심을 보이는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아.”
“…….”
그러다 바로 가까이에서 두 사람은 눈이 마주쳤다.
솜사탕을 사이에 두고.
차은우의 눈이 흔들린다.
목민호 역시 당황한 건 마찬가지.
두 사람은 그저 서로를 바라본 채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서 그대로 서 있었다.
바로 그때.
“─동작 그만!!”
호루라기를 부는 소리가 들렸다.
두 사람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어느새 주변에 모여든 학생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웬 죽창을 들고 있는 학생들.
그들 중에 아는 얼굴이 있었다.
“우리들이 시퍼렇게 두 눈을 뜨고 돌아다니고 있는데 네가 우리 눈을 피할 수 있을 것 같았냐?”
“진파랑….”
“파랑 오빠?”
늑대 귀를 뾰족 세우며.
선글라스를 쓰고 앞으로 걸어 나온 진파랑.
파랑이 늑대 꼬리를 흔들거리면서 새하얀 송곳니를 드러냈다.
“여기서 이렇게 보니 반갑다?”
“무슨 일이야?”
진파랑.
오늘 종합부문대회 3차전에서 진 그가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다.
민호는 차은우를 보호하듯 나서며 눈살을 찌푸렸다.
갑자기 무슨 일인가 싶었다.
그때 파랑이 대뜸 내뱉은 것이다.
“문답무용. 우리들은 솔로가 아닌 사람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
“뭐?”
“나 진파랑은 촌장님의 명을 받고 문화제 기간 동안 아카데미를 돌며 조금이라도 반동분자의 기질이 있는 학생들을 체포하는 일을 하고 있다. 절대, 재미있어 보여서 숭고한 일에 지원한 것이 아님을 밝힌다.”
“”…….””
진파랑이 딱딱하게 말한다.
목민호는 어이가 없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거나 말거나 파랑은 손짓으로 주변에 있던 학생들을 부렸다.
학생들 역시 정체를 감추기 위해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었다.
“따라서 목민호 너를 피의자로서 체포하도록 하겠다. 미리 말하지만 반항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다. 얘들아!!”
“”””얼쑤!!!!””””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이야!? 이거 안 놔!?”
진파랑의 명을 받고.
선글라스를 쓴 학생들이 재빠르게 목민호의 팔다리를 붙잡았다.
발버둥을 쳐도 어림없다.
민호는 제대로 저항도 하지 못하고 그들에게 끌려가는 신세가 되었다.
“솔로에게는 천국을! 솔로가 아닌 자에게 지옥을! 하늘은 공평하다!”
“”””하늘은 공평하다─!!””””
“우리가 하는 과업은 솔로가 아닌 자들을 구원하는 것이다!!”
진파랑이 연극조로 소리친다.
학생들이 죽창으로 바닥을 치면서 그의 말을 복창한다.
목민호는 나무막대기에 묶인 채로 뭐라고 소리를 질러댔다.
진파랑은 히죽 웃을 뿐이었다.
“걱정 말라니까. 그래도 내가 내일 4차전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무사히 데려다줄 테니까.”
“이거 안 놔!?”
“자! 얘들아! 가자!”
“차은우! 은우야!”
진파랑이 지휘한다.
학생들이 목민호를 데리고 간다.
목민호는 멀어지면서 아직도 이게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어 하고 있는 은우를 보며 처량하게 외쳤다.
은우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다들 재미있게 노네.”
은우는 살며시 손을 흔들어주었다.
이것도 문화제의 묘미가 아닐까 싶었다.
한편으로는 그녀는 덜렁 혼자 남게 되었다.
“이제부터 어떡하지?”
혼자서 문화제를 둘러보고 싶지는 않다.
은우는 가만히 선 채로 고민하다 이천서네 부스에서 줄을 서고 있는 여학생을 발견했다.
호시미야 카에데다.
혼자 줄을 서고 있다.
“그러고 보니 카에데하고는 많이 대화를 나눠보지 못했으니까….”
카에데와 문화제를 둘러봐야겠다.
생각을 고친 은우는 그녀 모르게 살금살금 다가갔다.
“카에데야!”
“……!”
카에데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자신보다 키가 커서 살짝 까치발을 들어야 했다.
은우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나랑 같이 솜사탕 먹지 않을래?”
“…괜찮아?”
“그러엄!”
“…고마워.”
손을 뻗어 솜사탕을 내민 차은우.
카에데는 솜사탕을 한참 바라보다 그녀에게 양해를 구했다.
이내 그녀는 긴장한 얼굴을 풀며 솜사탕을 하나 떼어먹는다.
☆
온태양과 최은혁의 대결.
은하는 편하게 경기를 볼 수 있는 VIP관람실에 앉아 있었다.
갤럭시그룹의 후원을 받는 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관람실이었다.
당연히 그의 옆에 메주도 있었다.
“은하 너는 누가 이길 것 같니?”
“은혁이.” “어머, 고민도 하지 않고서 바로 말하네.”
제발 ‘어머’라고 하지 마.
은하는 속에서 올라오는 말을 참고 묵묵히 경기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배가 고팠다.
생각해보니 진파랑의 경기를 보고, 배수빈과 목민호의 경기를 본 후로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배가 고픈데 먹을 거 없어?” “왜. 뭐 먹고 싶은데?”
“맛있는 거.” “맛있는 거…? 알았어. 내가 금방 가지고 올게. 얘들아! 밖에 나가서 누가 맛있는 것 좀 사올래!?”
은하는 최가인에게 말했다.
최가인은 아무 일도 아니란 것처럼 자신을 따르는 학생들을 부렸다.
그러고 그녀는 몸을 옆으로 기울여 은하의 어깨에 바짝 기댔다.
은하가 불편하다는 듯이 몸을 빼도 소용이 없었다.
하루만…, 딱 하루만 참자.
이 짓도 내일로 끝이다.
은하는 한숨을 쉬며 그녀의 손목에 감겨 있는 팔찌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러다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의 눈에 이채가 감돈다.
“왜. 이게 갖고 싶니?”
“…그렇다면 어쩔 건데?”
“네가 원한다면 물론 이걸 기꺼이 너한테 줄 수 있지.” “…….”
“그치만 나도 받아야 할 게 있어야 하지 않을까.”
최가인이 은밀하게 속삭인다.
은하는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경기나 마저 지켜보기로 했다.
대련은 처음부터 끝까지 최은혁의 독무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막는 것밖에 못하네.
온태양은 막는 것도 벅차하고 있는 중이었다.
초반에 보이던 패기는 사라졌다.
그에 비해 최은혁은 재빠른 속도로 온태양을 몰아세우고 있었다.
단기간에 의 검법을 흡수해 빈틈이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은하는 속으로 감탄하면서 한숨을 쉬었다.
“뭘 그렇게 보니?”
“그런 게 있어.”
파인톡 문자를 확인한다.
문화제를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 배수빈이 자신을 동료라 생각하고 보낸 문자를 다시 읽는다.
「촌장님」: 지금 당장 신고하세요. 언제 어디서든, 우리는 늘 당신의 주변에 있습니다. 혼자라고 두려워하지 마세요!!(오후 03:23)
문자 아래로 신고하는 방법이 나와 있다.
은하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최가인을 신고해버릴 것인지.
…됐다. 그냥 경기나 보자.
머지않아 경기가 끝이 났다.
승자는 최은혁.
온태양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은혁이 경기장을 내려갈 때까지도 한참이나 일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하긴. 나라도 쪽팔리겠다.
은하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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