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488
처음에는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밤하늘에 피는 불꽃이 아름답다는 감성에 젖어들어갈 무렵.
무언가 꺼림칙한 기운을 느끼게 된 신서영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편재? 몬스터?
불꽃이 솟구치는 방향과 달리.
뒤에서 알 수 없는 마나의 기운이 급격히 팽창했다 수축해가는 변화가 느껴졌다.
제일 먼저 떠오른 현상은 편재.
하지만 편재치고는 묘했다.
편재가 일어난 거라면 조짐이라도 느껴졌어야 해.
아카데미에 있는 사람들이 그것을 눈치 채지 못했을 리가 없어.
사람들의 정신이 팔려 있는 이때.
신서영은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며 상황을 파악하려 했다.
편재일 리는 없었다.
아카데미가 편재의 조짐을 모를 리 없었으니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느껴지고 있는 기운은 분명 몬스터의 것이었다.
대체 어디에서 나타났다는 말인가.
“테러인가….”
아카데미를 발 아래에 둔 그녀는 감지망을 전개하며 읊조렸다.
몬스터가 갑작스럽게 나타난 경우, 떠올릴 수 있는 가능성은 두 개밖에 없었다.
아카데미에 몬스터가 침입했거나, 누군가가 마석을 매개체로 삼아서 몬스터를 출몰케 했거나.
후자일 가능성이 컸다.
아카데미는 상시 보호마법으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몬스터가 외부에서 침입한 거라면 진즉에 보호마법이 반응했으리라.
그러니 그런 일이 없었다는 것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발생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테러다.
“문화제 기간이라고 경비가 조금 느슨해지기는 했지만…. 대체 어떤 간 큰 녀석이 아카데미에 몬스터를 풀 생각을 한 거지?”
바로 그때.
감지망에 걸려든 존재가 순식간에 여러 개로 늘어났다.
몬스터가 증식한 것이다.
신서영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생각해야 할 일이 많아졌다.
골치가 아파졌다.
“왜 하필 이때….”
황급히 바람을 타고 이동하는 채로 짜증을 억누른다.
많은 사람들이 아카데미에 방문한 지금 이 시기에.
몬스터로부터 국가를 수호해내는 플레이어를 양성하는 아카데미에서 몬스터가 출몰했다.
그만한 망신이 따로 없었다.
무엇보다 사망자라도 나온다면─.
“─씨….”
그만 욕지기를 내뱉는다.
그녀는 기이한 형체를 하고 있는 몬스터를 바람의 칼날로 찢어내며 바닥에 착지했다.
사망자는 이미 발생했다.
부상자도 있다.
시민 한 사람이 덜렁거리는 팔을 붙잡은 채로 비명을 지르고 있다. 바닥으로 피가 뚝뚝 떨어진다.
그 외에도 바닥에 구르는 사체가 몇 개 있었다.
젠장.
불꽃이 터지는 소리가 주변 소리를 모두 잡아먹고 있다.
그러다 보니 몬스터가 나왔는데도 몇몇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는 사람들의 존재를 모르고 있기까지 했다.
그녀는 플레이어들에게 부상자들을 맡기며 신형을 날렸다.
대체 누가 이런 짓을 벌인 거지? 어떤 목적으로?
마치 살점이 비대하게 부푼 듯한 몬스터들을 찢어내면서.
신서영은 가장 큰 기운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곧장 날아갔다.
그리고 플레이어들에게 제압당하는 몬스터를 보고 그만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최가인?”
생물의 규격을 벗어난 존재.
하반신은 거미인지 개미인지 모를 모습을 하고 있다지만.
상반신은 어슴푸레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 인간은 갤럭시그룹의 직계를 꼭 빼닮아 있었다.
최가인이다.
으…, 으…아…으아윽….
괴물이 신음한다.
신서영은 괴물 바로 가까이에 가서 그녀의 얼굴을 찬찬히 살폈다.
최가인이 맞았다.
그제야 그녀는 일련의 상황을 모두 파악할 수 있었다.
“미치겠네….”
최악이 따로 없다.
테러도 문제지만 지금 이 상황은 테러보다도 더 문제였다.
어찌된 영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최가인이 마나 폭주를 일으켜서는 몬스터가 되고 만 것이다.
그녀는 갤럭시그룹의 직계다.
그렇다는 의미는 이 상황이 보다 정치적인 의미로 변질될 수 있다고 해석될 수 있었다.
“─죽이면 안 돼. 그대로 제압해.”
신서영은 바람의 결계를 전개하며 폭죽 소리가 주위를 침범하는 것을 막아냈다.
그러자 그녀는 즉시 최가인을 잡은 플레이어들에게 말했다.
그녀가 갤럭시그룹의 직계라고.
그녀가 그 말을 꺼낸 순간 그들은 상황을 파악하고서 얼굴을 굳히고 말았다.
그야 당연했다.
…잘못했다가 갤럭시그룹을 적으로 돌리는 수가 있어.
문제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아카데미는 최가인이 벌인 일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최가인 개인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었으니까.
그렇다고 책임 문제에서 완전하게 회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하지만 그녀가 걱정하고 있는 건 아카데미의 책임 문제 여부가 아닌, 갤럭시그룹 때문이었다.
“어서 교관들한테 연락해서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는 몬스터들을 토벌해달라고 전해줘. 그리고 피해 현황 아는 거 있어?” “다른 교관한테는 이미 얘기해놨고 몇몇 클랜에서도 도와주겠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저희가 파악한 바로는 사망자는 3명, 부상자는….”
직계는 그 그룹의 이미지이다.
이 사건이 사람들에게 전해지면.
세상 사람들은 반드시 최가인하고 갤럭시그룹을 결부시키게 되리라.
다시 말해, ‘갤럭시그룹의 직계’인 최가인이 마나 폭주를 일으켜서는 인명피해를 입히고 말았다고.
따라서 갤럭시그룹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갤럭시그룹에게 잘못이 있든 없든, 여론의 질타를 피해갈 수 없을 터.
갤럭시그룹은 당연히 여론에 따라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책임을 지게 만든 상황에 대한 울분을 다른 사람에게 표출하고 말 것이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저희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어차피 호흡이 멈추고 있는 중이니 이대로 가만히 내버려두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갤럭시그룹은 필시 몬스터로 변한 최가인을 죽인 사람을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다.
‘그’는 그녀를 죽인 것뿐만 아니라, 갤럭시그룹의 위상을 떨어뜨린 것과 다를 바가 없으니까.
현재 플레이어들이 그녀를 제압해 이대로 숨이 끊어질 때까지 가만히 내버려두고 있는 이유였다.
최가인의 죽음을 책임지는 사람은 앞날을 보장할 수 없게 되리라.
“그런데 어떤 사람이 이 상태까지 만든 건지….”
“노은하입니다.”
“…뭐?”
“저도 잘은 모르겠지만 노은하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가인이를….”
노은하라는 이름을 듣고.
신서영은 이내 눈살을 찌푸렸다.
그가 무언가 일을 꾸민 것 같아서 찜찜함이 드는 한편.
그녀는 입술을 잘근거렸다.
“은하가 상대하는 것을 본 사람은 얼마나 되는데?”
“은하가 토벌하는 걸 본 사람은….”
“토벌이 아니라 상대한 거야.”
“아, 네. 은하가 상대하는 것을 본 사람은…, 꽤 많을 겁니다. 지금이 문화제 기간이다 보니….”
“…후우…. 알았어. 그러면 은하는 지금 어디에 있는데?”
노은하가 또 속을 썩인다.
이대로 확 갤럭시그룹에게 원한을 사게 할까도 싶었지만 매정해질 수 없었다.
결국 신서영은 상황을 정리하고자 노은하가 상대를 한 것은 맞지만, 마지막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최가인을 이 지경으로 만든 것이란 시나리오를 만들기로 했다.
그리함으로써 갤럭시그룹의 원한을 피해가고자 했다.
그런데─.
─키아아아아아아아아─!!!
다 죽어가고 있었을 최가인이.
어쩐 일인지 급격히 몸을 회복하며 날뛰기 시작했다.
플레이어들이 몸부림을 치고 있는 그녀로부터 떨어져나갔다.
그들은 난동을 부리는 그녀를 향해 병장기를 겨누기만 할뿐, 섣부르게 공격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자─.
─마나 크래셔
노은하가 또 일을 냈다.
신서영은 불쑥 튀어나온 노은하가 그녀를 공격하는 모습을 보고 결국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쟤가 지금 생각머리가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최가인을 죽여서는 안 된다.
그가 아는지 모르겠다.
아니, 알면서도 저러는 거리라.
이러다가는 진짜 큰일이 나겠다.
신서영은 다급히 뛰쳐나갔다.
☆
일이 제대로 꼬였다.
달빛의 축복을 잃은 것은 물론이고 몬스터로 변모한 최가인으로 인하여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말았다.
조용하게 처리하려던 일이 이제는 그리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
더군다나 최가인과 시간을 보냈던 자신은 사람들로부터 의심의 눈초리를 피할 수 없게 되리라.
은하는 짜증을 낼 수밖에 없었다.
내 흔적을 지우는 일은 이십오가 알아서 처리해주겠지만….
무엇보다 짜증이 나는 일은 더는 최가인을 이용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오래 살아 있어줘야 했다.
그래야 그녀가 악녀로 거듭나면서 갤럭시그룹의 발전을 더디게 만드는 존재가 됐을 테니까.
“…나 추워….”
“이거라도 입고 있어.”
은하는 플레이어들에게 제압당한 최가인에게서 눈을 떼며 윤이별의 상태를 확인했다.
끈적거리는 액체를 뒤집어쓴 그녀가 오들오들 몸을 떨었다.
은하는 블레이저 자켓을 벗어서는 그녀의 어깨에 걸쳐주었다.
그러자 그녀가 그대로 그의 품속에 안겨들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이대로 있게 해줘.”
“그래, 많이 무서웠지?”
은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최가인이 몬스터가 되어버렸으니 그녀를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잘 됐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이용가치가 떨어진 것으로 그녀를 죽일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래도 아쉽기는 하네.
죽일 때에는…, 좀 더 괴롭히면서 죽이고 싶었는데.
최가인을 잔인하게 죽이고 싶었다.
그녀가 차라리 죽여 달라고 애원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저 몬스터로서, 다른 몬스터들이 그러하듯 허무하게 죽을 것이다.
바로 그때.
─키아아아아아아아아─!!!
별안간 등 뒤에서 들려온 비명.
은하는 뒤를 돌아보았다.
어찌된 영문인 것인지 몸을 회복한 최가인이 미쳐 날뛰고 있다.
플레이어들은 그녀를 견제할 뿐, 좀처럼 상대하지 못하고 있었다.
저들이 견제하는 이유야 뻔했다.
갤럭시그룹의 원한을 사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
“…어?”
“여기서 잠시 기다리고 있어.” “으, 은하야, 어디 가려고!?”
은하는 냉큼 품에 안긴 윤이별을 떨어뜨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를 버려두고 자리를 떠나서는 난동을 피우는 최가인을 공격했다.
시리게 피는 겨울이 날을 번뜩이며 그녀의 등허리를 베었다.
그녀가 비명을 토하며 쓰러진다.
바닥에 쓰러진 그녀가 하나 남은 손으로 흙을 그러쥔다.
마치 죽고 싶지 않다는 듯이.
아…아으…아아악….
그녀가 인간과 비슷한 소리를 내며 기어서라도 앞으로 나가려고 한다.
언제나 사람을 내려다보기만 했던 그녀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사람들을 아랑곳하지도 않는 채, 살기 위해서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퍽
그리고 은하 또한 아랑곳하지 않고 최가인을 걷어찼다.
마나가 실린 일격에 최가인의 몸이 옆으로 틀어졌다.
그럼에도 그녀는 은하를 무시하며 이 자리를 벗어나려고 꿈틀거렸다.
푹
은하는 그녀의 하체에 깊이 칼을 찔러 넣었다.
최가인이 비명을 질렀다.
칼을 빼내자 푸른 피가 솟구쳤다.
“너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다.
그럼에도 은하는 주저하지 않았다.
갤럭시그룹의 원한을 사게 될 것을 알고 있음에도 감행한다.
그만큼 그는 이전 삶에서 그녀에게 많은 한을 품고 있었다.
비록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일로 치부된다고 하나.
아니, 그렇기에 더더욱.
─내가 기억하고 있으니까. 이대로 곱게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어.
은하는 그녀의 손목을 발로 밟아 힘껏 분질렀다.
분풀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그는 이대로 그녀를 죽게 내버려두고 싶지 않았다.
죽이더라도 자신이 죽인다.
그만큼 최가인에게 원한이 많았다.
무엇보다도 이전 삶에서도 번번이 그의 계획을 꼬여버리게 만들더니, 이번 삶에서도 꼬이게 만들었다.
분을 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였다.
“─노은하 그만해.”
마나를 실은 목소리.
최가인을 짓밟으려고 하던 은하는 속박마법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은하는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은하가 마법에 저항하면 할수록, 속박마법은 더욱 세게 그를 옥죄려들었다.
결국 은하는 싸늘한 표정을 보이는 신서영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 앞에서 이게 무슨 추태야. 네가 플레이어지, 살인마야? 이러면 네가 금수만도 못한 개새끼들하고 다를 게 뭐야. 그딴 식으로 죽음을 모욕하려 하지 마.”
은하는 컥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으름장을 놓은 신서영이 주먹으로 은하의 얼굴을 있는 힘껏 강타했기 때문이다.
은하는 피하지 않았다.
마음만 먹으면 그녀의 주먹 따위는 쉽게 피할 수 있었음에도 맞는 걸 선택했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자신이 추태를 보이기는 했다.
잘못한 것을 알았기에 맞았다.
무엇보다─.
“─너는 나중에 내가 가만 두지 않을 줄 알아.”
은하는 그녀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주먹을 날린 것을 알았다.
은하는 부풀어오른 뺨을 문지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대로 가만히 물러나고 싶지는 않았다.
“제가 처리할게요.” “너 내 말 못 들었니?”
“제가 쓰러뜨렸으니, 죽이는 것도 제가 죽여야죠.”
아주 세게도 때렸다.
은하는 피가 섞인 가래를 바닥에 탁 하고 뱉었다.
한편 신서영은 그의 말을 듣고는 격하게 화를 냈다.
[너 정말 몰라서 그러는 거야?] [네가 쟤를 죽이면 어떻게 될 건지 알고 그러는 거냐고.]신서영이 바람을 경유해 은하에게 말을 걸었다.
은하는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꺼낸 답변은 오직 그녀만이 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이해할 수 없다는 것처럼 혀를 내둘렀다.
“─제발, 가만히 있으라니까.”
“…….”
결국 신서영은 간절히 애원하듯이 그에게 말을 걸었다.
끝내 은하는 고집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죄송합니다.”
평정심을 찾는다.
은하는 고개를 숙여서는 그녀에게 정중히 사과했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던 사람들에게도 사과했다.
그러자 몇몇 플레이어들이 웃으며 혈기왕성한 나이이니 그러는 일도 있는 법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가만히 있어. 저러다 죽을 거야.
“…네.”
마치 은하를 감시하겠다는 듯이.
신서영이 은하의 옆으로 다가왔다.
두 사람은 다른 플레이어들과 함께 서서히 죽어가는 최가인을 지켜보려 했다.
그리함으로써 어느 누구도 그녀의 죽음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 했다.
아…으…우우…어….
최가인의 죽음이 이제 사람들에게 단순한 구경거리로 전락되어 간다.
일반인들이 사진을 찍기까지 한다.
신서영과 교관들이 그들을 말리나, 다른 사람의 죽음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은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도 최가인은 여전히 살기 위해 몸부림쳤다.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려고 한다.
비록 우스갯거리가
된다고 해도.
그때─.
“─나한테 보여주겠다고 했던 게 고작 이런 거였냐.”
갤럭시그룹의 직계 최정훈.
별안간 군중을 헤치고 나온 그는 그녀의 죽음이 구경거리가 되는 걸 용서치 않아했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4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