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490
최가인이 죽었다.
갤럭시그룹의 직계가 몬스터가 돼, 인명피해를 입혔다는 이야기는 즉시 언론에 보도되었다.
아카데미는 문화제를 중단했으며, 갤럭시그룹은 그녀로 인하여 일어난 인명피해에 대해 사죄한다는 말과 적절한 보상을 취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더욱 충격이 된 이야기는 그녀가 마나폭주를 일으켜 몬스터로 변해 죽었다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단독] 갤럭시 드론 사장 최정훈, 여동생을 친족살해하다 [칼럼] 한국을 지키는 10개 기둥, 재계서열 부동의 1위 갤럭시그룹에 얽힌 비사에 대하여 [사설] 여동생을 죽인 자가 황위를 계승하게 된다면… [종합] 갤럭시그룹의 예정된 비극. 최정훈, 이복남매 최가인 ‘친족살해’당시에 문화제를 찾았던 사람들은 갤럭시그룹의 직계이자, 최가인의 이복오빠인 최정훈이 숨이 다해가는 그녀를 죽이는 모습을 목도했다.
그가 바닥에 떨어진 검을 주워서는 그녀의 숨이 끊길 때까지 몇 번이고 칼을 찔러 넣고, 마지막에는 마석을 꺼내드는 모습까지 똑똑히.
언론에도 보도된 영상은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영상 봤어? 난 소름이 끼치더라. 그게 사람인가? 어떻게 다 죽어가는 여동생을 웃으면서 죽일 수가 있냐? 그 새끼 미친 거 아니야?”
“그래도 여동생인 거잖아. 그런데 여동생이 몬스터가 되었다고 해서 망설이지도 않고 죽일 수가 있나? 게다가 거의 다 죽어가고 있었잖아. 그렇게까지 해서 죽였어야 해?”
“사이코패스인 거지. 진짜 미친놈. 재벌가 놈들은 다 그런 거 아냐? 그렇게 생각하니까 혐오감이 든다. 그놈들은 인간도 아니야.”
“듣자하니까 최가인이랑 예전부터 경영권 때문에 싸우고 그랬다더라. 그놈이 복수심에 그런 거 아니야?”
“친남매가 아니라잖아. 그러니까 눈물 한 번 흘리지도 않고 웃으면서 죽인 건지도 모르지.”
최가인이 일으킨 인명피해보다.
사람들은 그것보다 더욱 자극적인 사건에 집중했다.
특히 최정훈이 이복남매 최가인을 친족 살해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갤럭시그룹이 아무리 손을 써도, 세상은 최정훈이 피가 이어져 있는 여동생을 죽인 사건으로부터 눈길을 돌리려고 하지 않았다.
또한 갤럭시그룹의 승계권을 가진 사람들이 수면 아래에서 방해공작을 가하기도 했다.
[속보] 최정훈, 한남동 저택 칩거 [전문] 최정훈 “국민 여러분들에게 심려를 끼친 점, 정말 죄송하다고 생각” [단독] 갤럭시그룹 “최정훈, 당분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을 것.”세간의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자 최정훈은 여론을 의식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저택에서 근신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비방은 끊이지 않았다.
끓어오른 분위기는 소강될 조짐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갤럭시그룹의 회장 최윤한이 세간에 나서는 일까지 치달았다.
[─이번에 가족들과 관련된 문제로 국민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치게 돼 대단히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갤럭시그룹의 회장으로서, 그리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제 손주들이 그릇된 행동을….] [─하여, 이 자리를 빌어서 저는 회장의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말씀 드립니다.]사태는 일파만파 퍼졌다.
갤럭시그룹의 회장 최윤한은 이내 갤럭시그룹의 회장에서 물러나면서 그룹 경영을 옳지 못하게 한 일과 가족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점, 국민 정서에 반하는 사건을 저지른 일에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이후 한국을 멸망 속에서 끌어올린 사람 한 명이 역사에서 물러나게 된 것이다.
“뭔가 이상한데? 원래 회장 자리는 물려주려던 거 아니었나?” “허허, 조삼모사로세….”
그러나 일각에서 최윤한의 은퇴가 이번 일에 책임을 지겠다는 뜻에서 바람직한 것인지 반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갤럭시그룹의 경영은 몇 년 전부터 사실상 그의 아들의 손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윤한의 은퇴는 언젠가는 그의 아들에게 넘겨줄 것이 예정된 경영권을 이번 일을 명분으로 넘긴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그들은 소수에 불과했다.
뜨겁게 들끓던 여론은 그제야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러는 한편─.
“─내가 이상한가? 최정훈은 결국 몬스터를 죽여서 최악의 상황을 막은 거 아니야? 그런데도 살인자라고 불려야 한다고?”
“몬스터는 인간이 아니야. 당연히 몬스터가 된 여동생도 인간인 아닌 몬스터지. 몬스터는 죽여야만 하는 적이야. 최정훈의 행동은 옳았어.”
“우리나라 참 이상해. 이번 사태는 감정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이성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거라고. 최정훈은 여동생이 몬스터가 됐고, 자기가 오빠니까 사람들을 대표해서 죽인 거잖아.”
“맞아. 영상을 한 번 보라고. 그때 플레이어들이 죽이려 하지 않으니까 최정훈이 나선 거 아니야. 그러니 욕을 먹을 사람은 최정훈이 아니라 플레이어들이지.”
“왜 아무도 최가인의 죽음에 대해 말을 하지 않는 거지? 이상하잖아. 마나 폭주란 게 그리 쉽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야. 분명 뭔가가 있었어. 근데 왜 원인을 보려고 하지 않고 최정훈이 친족살해를 했다는 점에만 주목하느냐는 말이야.”
“난 최정훈만한 영웅은 없다고 봐. 플레이어들도 죽이기를 꺼려하는데 플레이어도 아니면서 직접 나서서 몬스터가 되어 괴로워하는 여동생을 죽일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어? 분명 최정훈도 엄청 슬펐을 거라고. 그런데도 세상을 위해 죽인 거니까, 최정훈만한 영웅은 없는 거지.”
“맞아! 최정훈은 영웅이야! 이익만 쫓는 플레이어들하고 다르지!”
“”””맞아, 맞아.””””
비록 여론에 숨을 죽였다고 하나.
일각에서는 최정훈의 업적에 대해 호의를 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이 은밀하게 퍼뜨린 이야기가 이 세상에 한 명의 영웅을 태어나게 한다.
☆
학생 한 명이 사망했다.
그럼에도 아카데미 학생들은 금세 친구의 죽음을 털고 일어난다.
교관들도 잠시간 최가인의 죽음에 슬퍼했지만 겨우 그뿐.
아카데미의 사람들은 이전과 같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다시금 자신의 자리를 찾아간다.
아카데미의 그늘이다.
“─이건 잘못됐어.”
온태양은 참담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읊조렸다.
사람들은 그녀의 죽음을 기리고자 그녀가 죽은 장소에 꽃을 놓았다.
꽃이 아주 많다.
그러나 바닥에 놓인 꽃의 수만큼 사람들이 슬퍼할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온태양은 꽃 한 송이를 두고 간 학생이 꽃보다 화사한 얼굴을 하고 다른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모습을 보았다.
“이게…, 뭐야….”
결국 제 죽음이 아니기 때문이란 말인가.
사람들이 어긋나 있다.
온태양은 고등아카데미에 입학하고 자신에게 살갑게 다가온 최가인의 죽음을 한탄했다.
아니, 아카데미를.
그리고 세상을 한탄했다.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것 같다.
아무도 가인이의 죽음에는 의문을 품지 않아.
다들…, 최정훈이 가인이를 죽인 사건에만 신경을 쓰고 있어.
하루에 한 송이씩.
오늘도 그녀가 죽은 자리에 꽃을 한 송이 놓은 온태양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을, 그녀가 몬스터로 변모하여 죽고만 그날을 떠올렸다.
그때 그는 사건현장에 있었다.
사람들이 어수선하다는 걸 깨닫고 현장을 찾은 그는 최가인이 괴물로 변한 모습을 보고 충격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노은하가 있었어.
그는 그곳에서 노은하를 보았다.
신서영 교관에게 심하게 혼이 나는 그는 아주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최가인을 죽이고 있던 듯했다.
온태양은 그것이 믿기지 않았다.
어떻게 아무런 거리낌 없이 동기를 죽이려 할 수 있지?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야?
가인이가 아무리 몬스터가 됐어도, 우리가 어떻게 가인이를 죽일 수가 있냐고….
노은하에 대한 실망.
이미 바닥까지 떨어졌었던 실망은 바닥까지 뚫고 말았다.
동시에 그에 대한 증오가 일었다.
무엇보다─.
“─그때 노은하는 가인이하고 같이 대회를 관전하고 있었어….”
2학기부터 아카데미에는 노은하와 최가인이 연인이 되었다는 소문이 퍼졌었다.
그만큼 두 사람이 단 둘이 있는 모습이 많이 목격됐다.
그리고 그녀가 죽은 날에 최가인은 노은하와 같이 있었다.
“…노은하가 죽인 거야. 노은하가 가인이를 괴물로 만들어버린 거야. 그리고 자기 손으로 직접….”
내일은 노은하와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낼 예정이라 정말 기대된다고.
그녀의 친한 친구였다고 자부하는 온태양은 그녀가 전날에 신이 나서 파인톡으로 떠들었던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온태양은 그녀의 죽음이 어딘가 석연치 않다고 생각했다.
거기에서 기인한 추론은 노은하가 최가인을 몬스터로 변모하게 만들어 죽인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네 원수는 내가 꼭 갚아줄게.”
바람이 불었다.
바닥에 쌓인 꽃들이 흩날린다.
온태양은 휘날리는 꽃잎을 보며.
자신의 각오를 다졌다.
☆
최가인은 어째서 괴물이 되었는가.
사람들이 이 사태의 원인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마나관리기구 특무국에서 파견된 플레이어들은 사건 당일 최가인의 행적을 수사했다.
그리하여 최가인이 가장 마지막에 같이 있던 사람이 노은하였다는 게 밝혀졌다.
‘최가인 학생이랑 종합부문대회를 관전하고 있었다는데, 그 이후에는 뭘 하고 있었는지 알려줄래요?’
플레이어는 매서운 눈초리로 그를 취조했다.
하지만 나오는 것은 없었다.
은하는 덤덤하게 종합부문대회를 보고 나서 헤어졌다고 답했다.
마침 그가 최가인을 만난 다음에 정하양과 문화제를 보러 다녔다는 알리바이가 입증되었다.
결국 플레이어의 의심은 그에게서 벗어나고 말았다.
문제가 될 것 같은 흔적은 사전에 이십오한테 없애달라고 해놨으니까.
애초 문제가 될 흔적도 없었고….
물론, 상대는 특무국이었다.
특수 임무를 수행하는 플레이어들. 그만큼 마나와 관련되는 수사에는 이골이 난 이들이었다.
그들은 수사선상에서 벗어났어도 여전히 은하를 경계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이번에 이미지가 실추된 갤럭시그룹에서도 독자적으로 나서 은하를 추궁하려고 들었다.
갤럭시그룹이 날 조사하려고 하니 아버지가 길길이 날뛰어서 흐지부지 지나가고 말았지만.
여하튼 은하는 문화제가 끝난 이후 수업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여기저기 불려다녀야 했다.
그러다 보니 2학기가 훌쩍 지나가, 한 해가 끝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약 3개월에 걸쳐 진행된 수사는 최가인의 마나 폭주로 인한 사건이었다는 것으로 종결되었다.
이제야, 그녀의 죽음이 진정으로 무덤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하나를 얻고, 하나를 잃은 셈이라 할 수 있으려나….”
기말고사를 앞둔 주말.
이른 아침에 아카데미를 나선 그는 집으로 돌아가며 나직이 읊조렸다.
일 보 전진, 일 보 후퇴.
이번 사태로 은하는 갤럭시그룹의 성장세를 크게 떨어뜨렸다.
갤럭시그룹의 상징이라 할 수 있던 최윤한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그로 인해 갤럭시그룹은 경영안정을 꾀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무엇보다 최정훈이 근신했다.
“최정훈이 얼마나 근신을 할지…. 그건 자세히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몇 년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겠지.”
최정훈의 손발을 묶은 셈이다.
이 사이에 최정훈과 항렬이 같은 승계권자들은 자신의 입지를 구축해나갈 것이다.
그 틈을 노려야 해.
도준이한테 부탁해서 그쪽 직계가 그룹 내에서 입지를 차지할 수 있게 하는 거야.
회귀 전엔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승계분쟁을 만들어내는 거야.
그럼에도 최정훈은 이번 삶에서도 갤럭시그룹의 회장이 되리라.
그렇더라도 상관없다.
은하가 바라는 것은 갤럭시그룹의 영향력을 줄이는 것이었으니까.
최정훈의 영향력을 줄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쓸 수 있는 수는 모두 써야 했다.
다행히 서연이 누나나 유천이 형, 금전이 형도 도와준다고 했어.
굳이 손해를 보는 일도 아닌 데다, 잘 하면 막대한 이익을 손에 넣을 기회이기도 하니까.
은하는 최근 재계그룹의 직계들과 연락을 주고받은 일을 떠올렸다.
승계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재계그룹들이 제각기 갤럭시그룹의 승계자들을 지원하며, 그 승계자를 통해서 갤럭시그룹에 영향력을 끼치려 한다는 모양이다.
은하가 바라마지않던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은하는 여전히 최정훈이 갤럭시그룹의 회장이 되는 미래를 점치고 있었지만.
“문제는 이번에 잃은 것이 상당히 크다는 거지….”
집 앞에 도착했다.
계단을 오른 은하는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하나를 얻는 대신에 하나를 잃고 말았으니까.
달빛의 축복을 잃고 말았다.
하양이를 구한 대가로 달빛의 축복을 잃은 걸 후회하지 않는다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운 거지.
만약 시간을 되돌아간다고 해도.
은하는 정하양과 달빛의 축복 중에 몇 번이고 그녀를 선택할 것이다.
이 선택에 후회는 없었다.
하지만 아쉬운 건 아쉬운 거였다.
앨릭서의 마지막 재료가 될 영약은 이제 어디에서 구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달빛의 축복을 제일 먼저 발견한 사람은 최가인이었어.
최가인이 달빛의 축복을 발견하고, 하양이의 아버지가 그 꽃의 가치를 알아봐서 앨릭서가 만들어진 거야.
그 이후로 세상에 달빛의 축복이 알려지게 된 거고.
그런데 앨릭서를 만들지도 못하고 달빛의 축복을 잃어버렸으니 앞으로 누가 달빛의 축복을 얻게 되더라도 그 가치를 알아볼 수 있겠냐고….
“그냥 기생식물이라고 생각하고서 살아가는 게 끝이겠지. 이를 어쩌면 좋냐….”
이전 삶에서도 달빛의 축복에 대해 알려진 정보는 많이 없었다.
서식하는 환경도 알 수 없다.
어느 누가 얻는지도 알 수 없었다.
앨릭서의 재료 중에서 가장 구하기 힘든 재료이다 보니 권력자들에게서 정보의 통제가 이루어진 탓이다.
은하로서는 앞이 깜깜하기만 했다.
이렇게 된 이상에 금전이 형한테 기대할 수밖에 없겠네. 마라도에서 좋은 정보가 들어오기를….
나도 방학 때에는 마라도에 가서 샅샅이 찾아봐야지.
아무래도 겨울방학은 집이 아니라 마라도에서 보내야 할 것 같다.
은하는 한숨을 푹푹 쉬며 집으로 들어갔다.
우당탕
문을 열자마자 들려온 소리.
은하는 안에서 누군가가 허겁지겁 뛰어오는 소리를 듣고 쓴웃음을 지었다.
누구일지 예상이 갔다.
여동생과 어베니어.
둘 중 한 명이리라.
그리고 잠시 후.
“오빠야─!!”
여동생이 모퉁이에서 얼굴을 드러냈다.
눈을 마주친 여동생이 미소를 짓고 그에게 달려왔다.
은하는 그녀를 받아낼 준비를 위해 무릎을 굽히고 두 팔을 벌렸다.
그러다─.
“─어?”
저도 몰래 얼빠진 소리가 나왔다.
지금 자신이 눈으로 보고 있는 게 정말 맞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여동생이 두 손으로 안은 화분은 분명─.
“─오빠! 이거 봐봐!! 내가 드디어 꽃을 피우는데 성공했다고! 어때? 예쁘지?”
“…달빛의 축복.”
“초록이랑 햇님이한테 물어보니까 어떻게 키우면 되는지 알겠더라고. 이따 한 번 봐봐. 달빛을 받게 되면 꽃봉오리가 활짝 펴지면서 반짝반짝 빛을 낸다? 오빠는 한 번도 본 적 없지? 엄청 예쁠 거야.”
은애가 웃으면서 설명한다.
그는 품에 들어온 그녀가 손에 쥔 꽃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무리 봐도 달빛의 축복이었다. 꽃봉오리가 다물어져 있기는 하지만 봉오리 안이 반짝이는 상태를 보고 확신할 수 있었다.
“달빛의 축복이 왜 여기에 있지?”
“응? 오빠, 얘는 은랑화인데?”
“…은랑화가 달빛의 축복이었어?”
“응? 얘가 자기는 품종은 은랑화고 이름은 따로 있다는데…. 오빠!? 나, 나 숨막혀!”
어리둥절해하는 은애.
은하는 감격에 겨워서는 여동생을 힘껏 끌어안았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과연 그 말이 딱 맞았다.
내가 이럴 줄 알았으면 여름방학에 은애랑 같이 온실에 가는 거였는데 최가인을 상대하는데 신경을 쓰고 있었다니….
아니, 처음 서현이 집에 놀러갈 때 온실을 구경하는 거였는데.
그동안 무슨 고생을 했나 싶다.
허무하면서 한편으로 안도했다.
은하는 그대로 은애를 끌어안으며 연신 그녀를 칭찬했다.
“진짜 은애 너밖에 없는 것 같아. 넌 정말 복덩이야, 복덩이.”
“오, 오빠…. 나 진짜 숨…!!“
이전 삶에서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여동생은 생명의 위기를 맞았다고 한다.
이후에 여동생이 삐진 건 덤이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4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