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492
‘─아무래도 너와 내가 가려 하는 길은 전혀 다른 길이겠다.’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
백서진이 가고자 하는 길.
정녕 그 차이는 무엇이란 말인가.
몇날 며칠을 지새우며 생각을 해도 알 수 없었다.
대체….
내가 뭘 잘못 알고 있던 거지?
이날도 은하는 훈련을 마친 다음 방에 틀어박혀 생각에 잠겼다.
벽에 등을 기대고 앉은 그는 그저 멍하니 방 한편에 세워놓은 검들을 바라보기만 했다.
‘네 검은 무엇을 위해 있는 거냐.’
그날, 백서진이 어조를 바꿔서는 꺼낸 말이 머릿속을 떠돈다.
이전 삶에서 은하는 자신의 검은 죽이기 위한 검이라고 말했던 반면, 이번 삶에서는 선녀를 지키기 위한 검이라고 말했었다.
그리고 확신했다.
필시 백서진도 자신과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그의 대답은 달랐다.
…선생님은 선녀정부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사람이야.
임가을이 선녀의 권위를 인정받는 이유도 살아있는 신화들을 비롯해서 백서진 선생님의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선녀가 플레이어들 위에 군림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라고 할 수가 있었다.
하나, 그녀가 의 기프트를 가지고 있다는 것.
하나, 사람들이 국가의 수장으로서 자신들을 보호해줄 수 있는 선녀를 지지하고 있다는 것.
하나, 플레이어들에게는 까마득한 벽이라 할 수 있는 살아있는 신화들 및 그녀를 지지하는 플레이어들이 그녀의 권력기반이 되고 있다는 것.
그게 선녀 임가을이 국가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러니 그녀를 강력하게 지지하는 백서진이 자신의 대답을 긍정하지 않은 게 믿기지 않았다.
“그때…, 내가 뭐라고 답을 했어야 했던 거지?”
결국 은하는 어쩌면 자신의 대답이 그를 오해하게 한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가령, 백서진이 자신에게 원했던 답은 ‘선녀’가 아니라 ‘선녀정부’를 지키는 검이었을지 모른다.
아마 백서진은 자신이 꺼낸 답에서 자신이 선녀만 지키는데 사활을 건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뭐, 그게 영 틀린 말은 아니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백련이만 행복하면 상관없는 일이니까.
백련이가 행복하려면 선녀정부가 건재해야 하겠지만….
은하는 머리를 벽에 기댔다.
그날 이후로 매일 같이 하고 있는 생각이었다.
은연중에 백서진에게 제의를 받을 것을 기대하고 있었던 사람의 미련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지….”
그러나 아쉽지만.
미련과 후회는 검을 무디게 만드는 감정이다.
은하는 감정을 털어내기로 하면서 백서진의 가 되지 못한 일을 잊기로 했다.
어차피 가 되지 않아도 자신이 구상하는 미래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 그만 자야겠다.”
2학기가 끝났다.
내일부터 겨울방학이다.
내일 아침 일찍 집으로 가려 하는 은하는 그만 잠을 자기로 했다.
그가 침대 위로 올라갔을 때였다.
“응?”
자기 전에 스마트폰을 확인하려니 조아라로부터 파인톡이 와 있었다.
“얘가 이제는 맛들렸나 보네?”
그는 그녀가 보낸 메시지를 읽고 푸핫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조아라」: 나랑 같이 편의점 갈 노은하 구함!(오전 01:48)
☆
언제부터였는지 모른다.
이제는 고등아카데미에 입학하고 꽤나 오래된 느낌이다.
자정이 지난 시각.
잠옷 위에 카디건을 걸친 은하는 기숙사를 나서며 끝나가는 한 해를 돌아보았다.
“내가 어쩌다가 얘 편의점 탐방에 동참하게 됐더라….”
날씨가 차다.
은하는 하얀 입김을 후후 불었다.
계기는 언젠가 아라와 연락을 하다 한밤중에 먹는 컵라면이 맛있다는 이야기를 꺼냈던 때인 듯했다.
어느 날, 자정.
배가 몹시 고파 아카데미에 있는 편의점을 찾은 은하는 농담 반으로 조아라를 불러냈었다.
그때 그녀는 컵라면을 감명 깊게 먹게 된 이후로 이따금 심야에 편의점을 탐방하는 취미를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오늘처럼.
“─왜 이렇게 늦게 와? 기숙사에서 편의점까지 얼마나 걸린다고.”
“이것도 제때 온 거거든? 추운데 안에서 기다리고 있지 왜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던 거야?”
“네가 언제 오는지 시간을 재려고 기다리고 있었지. 너는 맨날 늦게 온다면서.” “그건 또 누가 그래?”
“서나가.”
“하…, 걔는 내 친구인지 원수인지 모르겠다.”
아카데미 기숙사에서 거리가 얼마 떨어지지 않은 위치에 있는 편의점.
은하는 편의점 앞 나무의자에 앉아 기다리던 조아라에게 다가갔다.
후드 주머니에 두 손을 집어넣은 그녀가 대뜸 그를 타박했다.
하지만 그녀가 앞머리에 헤어롤을 한 채로 타박을 한들, 은하는 전혀 무섭지 않았다.
“추우니까 안으로 들어가자.”
“당연히 늦게 온 사람이 김밥까지 계산하는 거 알지?” “너…. 이러려고 먼저 와놓고 나서 날 부른 거야?”
“내가 전에 먹은 김밥이 맛있어서 며칠 전에 다시 먹어 봤는데 그때 그 맛이 안 나는 거 있지?”
“그래서.” “그래서 그때 아 하고 깨달았지. 아, 내 돈을 안 내고 먹는 김밥이 제일 맛있는 거구나 하고.”
“와…. 그래서 날 뜯어먹겠다?”
“뜯어먹는다니, 지각비를 받겠다는 소리지. 그리고 나보다 돈도 많고, 집도 잘 살면서 김밥 한 줄 가지고 그러기야?”
“…그래, 먹고 싶은 대로 골라라.”
“고마워! 그럼 맛있게 잘 먹을게. 아, 그리고 다음에는 내가 살게.”
선력 12년이 끝나가고 있다.
그만큼 은하와 아라는 서로 가볍게 투덕거릴 정도로 친해졌다.
이내 편의점으로 들어간 두 사람은 각자 먹을 음식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러다 조아라는 컵라면 코너에서 한참이나 망설였다.
“음….”
“아직도 못 골랐어?”
“육개장과 왕뚜껑. 어떤 게 나을지 고민 중이야.”
“별 거 가지고 고민을 다 하네.”
“그야 하나를 먹으면 다른 하나는 먹을 수가 없는걸. 그러는 은하 넌 뭘 골랐는데?”
“나? 왕뚜껑.” “응, 그래? 그럼 나는 육개장이나 먹어야겠다.” “역시 먹을 줄 알아?” “이게 누구 때문이겠어요. 아, 맥주 한 캔씩 어때?”
“나쁘지 않네. 맥주는 네가 골라. 나는 육포나 고르고 있을게.” “오, 육포 좋아. 땅콩도!”
의외로 죽이 잘 맞았다.
간단하게 의사를 교환한 두 사람은 사야 하는 물건을 챙기고 카운터에 모였다.
은하는 점원에게 카드를 내밀었다.
“내가 사는 거니까 맛있게 먹어.”
“흥, 그거 네 카드가 아니란 거는 이미 다 알고 있거든? 시리우스그룹 후원카드잖아.” “내가 사는 건 맞잖아.” “네, 네. 맛있게 잘 먹겠습니다.”
“추운데 밖에서 먹지 말고 안에서 먹자.” “알았어. 나는 라면 물 받으러 가 있을게.”
은하가 계산을 마치고 매장 내부 휴게실을 갔을 때쯤.
때마침 아라가 모든 준비를 끝내고 음식을 테이블에 늘어놓고 있었다.
자리에 앉은 두 사람은 제일 먼저 맥주캔으로 건배했다.
“와, 눈 온다!”
“돌아갈 때 큰일이겠네.”
“에이, 저 정도는 맞고 가도 되지.”
창밖을 보며 야식을 먹던 두 사람.
그들은 이내 가로등 아래로 내리는 눈을 보면서 풍경을 감상했다.
첫 눈은 아니었다.
며칠 전에 눈이 내려 바닥에 아직 눈이 쌓여 있던 터였다.
은하는 제설작업을 한 도로 위에 내려앉는 눈을 보며 혀를 찼다.
“…내일 아침이 되자마자 집으로 돌아가는 게 좋겠네.” “응? 왜?”
“잘못하다 제설 작업에 불려갈지도 모르잖아.” “아…. 나도 얼른 가야겠다.”
라면 한 젓가락, 눈 구경 한 번.
다음으로 김밥을 입에 넣은 그녀가 얼굴을 찡그리며 동의했다.
이후로 두 사람은 생각나는 대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아, 태양이한테 문자 왔다.”
“뭐래?”
“이상하게 잠이 안 온다는데? 지금 나 뭐하고 있는지도 물어보고.”
“걔는 뭐하고 있다는데?”
“TV 볼 거래. 나는 음…. 노래나 듣고 있다고 해야겠다.”
“뻥 치네.”
“태양이가 내가 이 시간에 컵라면 먹고 있다고 생각을 해봐. 걔가 날 돼지로 보면 어떡해? 잘 보여야지.”
“얼씨구. 너 돼지 아니었어?”
“너이씨!”
온태양과 톡을 주고받던 조아라가 때리는 시늉을 했다.
맞지 않을 것을 알고 있던 은하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고는 타자를 치는데 집중하는 그녀에게 은근슬쩍 물었다.
“요새 온태양 걔는 어때?”
“여전하지, 뭐. 아, 아니다. 문화제, 그…, 가인이가 그렇게 된 이후로 훈련강도를 엄청 높였더라고. 아마 충격을 받았던 모양이야. 충격을…, 받을 만했지. 태양이가 가인이하고 사이가 좋았었으니까.”
“…그래?”
온태양이 자신을 혹사해가면서까지 훈련을 하고 있다.
그녀에게 정보를 들은 은하는 내심 만족스러워했다.
한편으로 최가인이 사라지고 나서 온태양의 심정이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애가 독해졌나 보네.
최가인의 죽음이 독해지는 계기가 된 건가.
그녀에게 듣자하니 그가 요즘 들어 상당히 예민해진 것 같다고.
그만큼 온태양이 무언가에 쫓기듯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녀는 꽤나 걱정하는 눈치였지만, 은하는 오히려 그의 상황을 반겼다.
온태양을 파티에 영입하지 않아도 가 성장하는 것만으로도 미래를 위해 좋은 일이었다.
“그러는 너야말로 어떤데?”
“뭐가?”
그러던 때였다.
은하가 먹고 있던 라면을 뺏어먹은 아라가 이번에는 네 차례라는 듯이 배턴을 넘겼다.
“하양이. 너희 싸웠지?”
“…….”
정하양.
훅 치고 들어오는 이름.
순간적으로 흠칫한 은하는 말없이 컵라면 국물을 마셨다.
그러자 그녀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팔짱을 끼었다.
“뭐 때문에 싸운 건지 모르겠지만 잘해봐. 하양이도 아마 화해하는 걸 기다리고 있을걸?”
“…싸운 거 아니야.”
“싸운 게 아니면 뭔데?”
“…….”
싸운 것은 아니다.
싸울 만한 일도 없었으니까.
단지 은하가 의도적으로 정하양을 멀리하고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는 굳이 말하지 않았다.
말하고 싶지도 않았고, 말해봤자 그녀가 이해할 리 없었으니까.
나한테 그럴 여유가 없으니까.
미래를 바꾸는 건 어렵지 않다고.
언젠가부터 그는 아무 근거도 없이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정훈이 최가인을 죽이고, 그럼에도 그가 갤럭시그룹의 회장이 될 거란 미래가 떠올랐을 때.
그를 시작으로 앞으로 상대하게 될 사람들과 몬스터들을 떠올리고.
은하는 자신이 한없이 오만했다는 ‘현실’을 자각해야 했다.
이상은 여전히 멀었다.
요새 하는 일마다 너무 잘 돼서, 내가 너무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있던 거지.
이게 끝이 아닌데, 재앙은 아직도 오지 않았는데 말이야.
행복한 미래를 만든다.
자신은 그 이상을 이루기 위해서 인생을 바치기로 했다.
제 몸뚱이 하나 건사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길이었다.
그러니 자신에게─.
─그런 건 사치지.
내가 그럴 여력이 어디 있어.
연애란, 사랑이란 사치라고.
그는 비관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위험천만한 전선을 돌아다니느라 상대에게 걱정만 끼치게 될 것이다.
미래를 바꾸기 위해서 애를 쓰느라 상대를 배려할 시간도 분명 여의치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
─괜히 상처만 줄 게 뻔하잖아.
은하는 자조하듯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술이 맛있다.
그래서 술이 당긴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아라가 먹을 술까지 새로 계산해서는 돌아왔다.
“이렇게 마실 거면 차라리 치맥을 먹으러 갈 걸 그랬나….” “치맥? 괜찮네. 2차 갈까?”
“엥? 우리 둘이서?”
“그럼 너랑 나 빼고 누가 가는데? 저기에서 계산하고 있는 사람?”
“아니, 그게 아니라
…. 이 시간에 단 둘이 술 마시는 건 좀….”
“그럼 지금 마시는 거는 뭔데?”
“…술이지.”
“그럼 뭐가 문제야?”
“으….”
“너 부담되면 그냥 말고.” “…….”
태연하게 말하는 은하.
조아라는 새로 받은 맥주 캔뚜껑을 연신 깔짝거리기만 하며 갈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은하는 알았다.
내가 얘를 알게 된 지도 1년인데, 아직도 모르겠어?
조아라는 한 번은 무조건 튕긴다.
그러다 몇 번 제안하면 마지못해 휘말리는 척 넘어가준다.
아니나 다를까.
“딱…, 한 잔만이야.”
“너 나랑 처음에 편의점 갈 때도 그랬던 거 있지?” “너이씨!”
조아라가 반응했다.
은하는 피식 웃었다.
속으로는 괜히 술을 당기게 만든 그녀를 억지로라도 술을 먹여서라도 취하게 만들어버리겠다고 다짐하며.
그때였다.
“─응?”
슬슬 자리를 정리하려던 그는 이내 파인톡 메시지를 확인했다.
친구들이 모인 단톡방의 메시지가 엄청나게 쌓여 있다.
언제나 그렇듯 시답잖은 잡담이다.
그렇게 생각 없이 스크롤을 내리던 그는 어느 메시지에서 손가락을 딱 멈췄다.
“응? 왜 그래?” “…송년회를 하자는데?” “그래? 재밌겠네.”
“너도 갈래?”
“나? 나도 가도 되나?”
“너 아직도 그 소리야?”
“눈치가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지. 어, 잠깐. 나도 은우한테 메시지가 와 있는데?”
다 같이 모여서 먹고 마시자고.
진파랑이 꺼낸 말은 스케일이 커져 노은하 사단 그리고 노은하 사단과 호의적인 학생들의 송년회를 열게 되었다.
☆
일본에서 가을학기는 대개 10월에 시작하고, 다음 해 1월에 끝난다.
그러다 보니 한서현의 한국 귀국은 다음 해 1월 중순으로 예정이 되어 있었다.
“벌써 짐 정리를 할 필요가 있니? 아직 가려면 한참이나 남았잖아.”
“이제 2주밖에 남지 않았으니 슬슬 짐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아서요.”
“그래도…, 너무 아쉽다. 시간도 참 빨리 지나가는 것 같아.”
도쿄 긴자에 위치한 호텔.
일주일가량 연말연시 휴일을 맞은 한서현은 휴일 첫 번째 날부터 당장 짐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이에, 그녀를 만나러 온 카구야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마음 같아서는 붙잡고 싶은데…. 이미 마음 떠난 사람을 내가 어떻게 잡을 수 있겠니.”
카구야는 안타깝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그제야 한서현은 그녀를 돌아보며 그동안 일본에서 생활하는데 배려해줘서 고마웠다는 인사를 남겼다.
“고마우면 나중에 또 오고 그래. 노은하 학생 혼자 예쁜 얼굴 보게 하지 말고.”
카구야가 농담조로 말했다.
서현은 오랜만에 그의 이름을 듣고 소리 없이 웃었다.
카구야는 어처구니가 없어했다.
그녀가 이렇게 한국으로 돌아가려 열의를 보이는 이유가 고작 한 남자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아주 노은하 학생 만날 생각으로 들떴구나?” “아닌데요.”
“아니기는 무슨…. 이미 얼굴에 다 나타나 있는데, 뭘.”
카구야가 놀린다.
이전에는 피곤해하며 짜증을 냈을 한서현은 미소로 답할 뿐이었다.
그러자 카구야가 재미가 없다면서 툴툴거렸다.
“…눈이 오네요.”
“어? 정말이네.”
그러던 그때.
한서현은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창밖에 눈이 내리고 있다.
짐을 정리하다 말고 창가로 다가간 그녀는 새까만 밤하늘에서 내려오는 눈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시선을 내려 도시의 밤을 내다보았다.
“…….”
새까만 밤.
새하얀 눈.
반짝이는 도시.
아름답다.
한서현은 아마도 다시는 보지 못할 일본의 야경을 눈에 담으려 했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랑 보면 더 예쁠 텐데.”
아름다운 야경이다.
홀로 봐도 아름다운 야경은 필시 다른 사람과 함께 본다면 그보다 더 아름답게 보이리라.
그리고 그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얼른 돌아가고 싶어.”
얼른 돌아가고 싶다.
얼른 돌아가서, 얼른 보고 싶다.
한서현은 겨울 공기를 내뱉으면서 제 마음을 읊조렸다.
일본에 있는 시간도 이제 2주.
그녀는 2주가 너무 길게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어서 그때가 오면 좋겠다.
그때가 오면─.
“─…….”
즐거운 추억이 지나간다.
한서현은 살며시 입술을 훑으면서 추억을 하나하나 음미했다.
그리하여, 한 해의 끝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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