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493
겨울방학 첫날.
온태양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이제는 일과가 된 훈련도 하지 않고 채비를 꾸렸다.
태희가 하도 오라고 징징거렸으니 어쩔 수 없지.
사실은 방학 동안 아카데미에 남아 훈련 삼매경에 빠지고 싶었다.
이제야 성장의 실마리를 찾았건만, 집으로 돌아갔다가는 말짱 도루묵이 될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여름방학 때처럼 여동생 온태희에게 조금만 늦게 가겠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분명 여동생은 화를 내리라.
태희가 4살이나 어리지만 않았으면 그렇게 걱정이 되지 않을 텐데….
현재 여동생의 나이는 13세.
네 살이나 어린 여동생은 혼자서 어머니를 간호하며 생활하고 있다.
최가인이 살아있을 때만 하더라도 그녀의 배려로 어머니는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 그것도 옛날 일이었다.
그녀의 후원이 사라졌으니 다시금 제자리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온태양은 그동안 혼자서 생활하던 여동생이 걱정이 되기도 하였지만, 이제는 어머니를 간호하며 생활하는 여동생이 걱정이 되기도 했다.
당연히 치료를 받다 퇴원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 어머니도.
“그런데 아라 얘는 왜 전화를 받지 않는 거야? 나보다 일찍 잤으면서 늦잠이라도 자는 건가?”
채비를 마쳤다.
침대에 걸터앉은 온태양은 번번이 시간을 확인했다.
소꿉친구 조아라와 같이 나가기로 약속을 한 참이었다.
그런데 약속시간이 다 돼가는데도 그녀에게서 연락이 없었다.
문자를 보내도 보지 않는다.
“안 되겠다. 전화로 해야겠네.”
늦잠이라도 자는 것인가.
온태양은 한숨을 쉬며 직접 전화를 걸어보기로 했다.
신호음이 길었다.
이윽고 신호음이 끊기고, 조아라가 드디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너 지금 뭐하고 있어? 같이 나가기로 한 거 기억 안 나?”
[…미, 미안…. 이제 일어났어….]온태양은 대뜸 짜증이 섞인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녀도 그의 심정을 눈치 챈 건지 자연히 기어들어가는 듯한 어조로 답변했다.
“하…. 얼른 준비해. 기숙사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미안한 것은 아는 모양이다.
온태양은 짜증을 억누르며 말했다.
아무래도 그녀를 기다리며 가볍게 단련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온태양이 그렇게 생각했을 때─.
[─태, 태양아, 미안한데…. 내가 지금 좀 아파서…. 정말 미안한데 너 먼저 가는 게 나을 것 같아.]“뭐? 아프다고? 아니, 왜?”
[나, 나도 모르겠어. 그러고 보니 어제부터 감기 기운이 조금 있…, 웁…던 것 같아.]어제는 멀쩡해 보이더니.
온태양은 그녀의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
다소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녀의 목소리가 좋지 않기는 했다.
결국 온태양은 소리를 내지 않고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그래, 알았어. 건강 잘 챙기고…, 집에 오면 연락해.”
[응, 그래. 아…, 머리가 어질거려. 나중에 연락할게. 너도 몸조심해.]“하….”
괜히 기다렸다.
온태양은 전화를 끊었다.
그래서 다음에 배경처럼 지나가는 무언가 탁탁거리는 소리와 말소리를 듣지 못했다.
[아…. 웁, 더 세게 좀 해봐.] [그러게 작작 좀 마시지.] [한 잔만 마시겠다고 말한 사람을 밤새도록 마시게 한 사람이 누군데 이러는…윽…거야?] [이렇게 된 거 해장이나 할까?] [아…. 그게 좋겠다. 해장 좀 하고, 기숙사에 돌아가서 푹 자고, 내일 집으로 가야겠다. 으…, 피곤해.] [그래도 재밌지 않았어? 다음에도 한 잔 할래?] […진짜 딱 한 잔만이야.]☆
은하는 올해 크리스마스는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냈다.
친구들과 송년회를 하기로 했으니 크리스마스 기간에는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내심 이 기간을 걱정하고 있었다.
하양이가 연락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이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어디까지나 느낌상.
정하양이 크리스마스에 뭐하냐는 문자를 보낼 줄 알았다.
그래서 은하는 그때를 대비하고자 그녀를 상처 입히지 않고 에둘러서 거절할 메시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다른 때와 다르게 올해 크리스마스 기간에는 어떠한 문자도 보내지 않은 것이다.
차라리 잘 됐어.
응…, 잘 된 거야.
안도감 반, 아쉬움 반.
아니, 아쉬움이 더 많았다.
그럼에도 은하는 마음을 억누르며 일부러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다행히 은애와 어베니어가 있어서 마음을 편히 가질 수 있었다.
그때 윤이별에게서 크리스마스에 뭘 하냐는 문자가 오지 않았으면.
윤이별 얘는 무슨 생각인 거지? 내가 그 정도로 밀어냈으면 분명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을 텐데….
은하는 윤이별의 제안을 에둘러서 거절했다.
그 이후 더는 윤이별에게 문자가 오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은하는 지금 아카데미에서 송년회를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건배─!!!!””””
일주일 만에 본 친구들이 흔쾌히 술잔을 부딪친다.
친구들만이 온 것이 아니라 그들과 친분을 가지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바야흐로, 정하양이 주최하게 된 연말 파티는 아카데미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참석하고 싶어 하는 자리가 된 것이다.
“잘들 논다….”
은하는 회장에서 떨어져 있었다.
학생들이 그를 어려워하기도 했고, 그가 굳이 왁자지껄하게 떠들어대는 사람들 속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눈치가 보였다.
하양이랑 이별이가 있잖아.
지금은 둘 다 껄끄러운걸.
쟤네도 날 껄끄러워하고 있을 게 뻔한 일이고….
정하양과 윤이별이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은하는 괜히 자신이 끼어들었다가 두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가 않았다.
그 역시 불편해지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병맥주 하나를 손에 들고서 발코니로 나와 있던 참이었다.
바로 그때.
“─어허! 노은하 너 딱 걸렸어!? 지금 몸 사리겠다는 거야? 이거이거 나 너무 실망해?”
“실망해는 뭔 소리야…. 그래, 그냥 실망해라.”
아리엘이 커튼을 젖히고 들어왔다.
은하는 그녀가 손가락 사이사이로 맥주병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혀를 내둘렀다.
반면에 아리엘은 희희덕거리면서 성큼성큼 다가왔다.
이어서 드레스를 입은 채로 바닥에 쭈그려 앉아서는 맥주병을 늘어놓는 아리엘.
분홍 머리와 잘 어울리는 붉은색 드레스였다.
“왜 여기 혼자 있어? 혼자 있으면 안 외로워?”
“안 외로웠는데 너하고 있으니까 지금 외로워지는 느낌이야.” “그럴 때는 술이지!”
“하….”
은하가 넌지시 축객령을 내렸건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아리엘은 맥주병을 들고는 그에게 건배를 제안하기까지 했다.
결국 은하는 포기하고 그녀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
“웃차.”
“거기 올라갔다 넘어지면 어떡하려 그러는 거야?” “나 파쿠르 잘하는 거 몰라?” “네가 술에 취하면 아무데나 옷을 벗어던질 정도로 돌아버린다는 건 잘 알고 있지.”
“노은하 변태.”
“왜 노출광아.”
“나는 술 취한다고 옷 벗는 사람이 아니거든? 한 번 확인해볼래?” “뭐 어떻게?”
“당연히 술이지!”
“…너도 참 징하다.”
폴짝 난간 위로 뛰어오른 아리엘이 그대로 난간에 걸터앉았다.
옆트임이 있는 드레스를 입고 있는 그녀가 다리를 붕붕 흔든다.
은하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며 한숨을 쉬었다.
조용히 시간을 보내려고 했었더니 웬 시끄러운 인어 한 마리가 나타난 것이다.
“안에 들어가서 애들하고 마시지. 왜 여기로 나왔대.”
“너 혼자 재미없어 하고 있으니까 그러지! 원래 즐거운 날에는 신나게 즐겨야 하는 거야.”
“…그래, 고맙다. 다른 애들은 지금 뭐하고 있는지 알아?”
“지금? 게임하고 있는 것 같던데. 내가 여기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파랑 오빠랑 시형이가 오렌지 게임 하고 있었어.” “재밌게 노네.”
“아, 맥주 시원하다! 역시 노은하랑 같이 마시는 맥주가 제일 맛있다니까? 너도 나랑 같이 마시는 맥주가 제일 맛있지?” “벌써 한 병을 다 비웠네…. 제발 천천히 좀 마셔라.” “대답해주면 한 번 생각해보지!”
“그래, 너랑 마시는 게 제일 맛있어. 됐지?”
“오, 좋아, 좋아. 나 더 칭찬해줘. 나 머리 쓰다듬어주는 것도 좋아해. 드루와, 드루와.”
“…너 얼른 안 가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는 어처구니가 없어하는 얼굴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눈을 마주친 그녀는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깔깔 웃을 뿐이었다.
머리 양 옆에서 파닥거리는 비늘은 꼭 그를 놀리는 듯했다.
“내가 말을 말지….”
결국 은하는 한숨을 쉬었다.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아리엘이 권하는 대로 술이나 마시기로 했다.
“─아카데미 들어오고 하루하루가 너무 재미있는 거 있지?”
아리엘이 가져온 맥주병을 거의 다 비워갈 때쯤.
얼굴이 살며시 발그레해진 그녀가 술에 취해 중얼거렸다.
은하는 직감했다.
“벗지 마, 벗으면 혼난다.”
“왜 이래. 나 하나도 안 덥거든? 그러지 말고 내 얘기나 좀 들어봐. 나 너희들 만나고 나서 하루하루가 정말 재미있다니까?”
“그래, 그래. 취했네. 그만 내려와.”
“그래, 구래, 봉구래, 안 구래지?”
“어…, 구래.”
“근데 요새 노은하가 맨날 얼굴에 나 하나도 재미없어 하고 다니는 게 너무 싫어.” “…….”
“다른 애들도 요새 이상하고….”
“미안.”
“미안하면 혼자 한 병 마시기.” “…너무 센 거 아니야?”
“노은하 지금 내빼는 거야?”
“그래, 알았다.” “그래, 구래, 봉구래, 안 구래?” “…구래, 알았다.”
“조오아써. 불쌍하니까 나도 같이 한 병 마셔줄게! 내년에도 우리 또 즐겁고 재미있게 보내는 거야! 자, 짜아안─!!”
고래고래 큰소리로 외치는 아리엘.
은연중에 아리엘의 근심을 읽어낸 은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남은 병으로 건배하며 술을 단숨에 들이마신다.
잡념과 걱정과 고민을 술에 태워서 뱃속으로 흘려보낸다.
그럼에도 마음은 쉬이 사라지는 게 아니었지만.
“오, 안에서 뭐하나 보다.”
술이 모두 떨어졌다.
아리엘이 아쉬워하며 툴툴거릴 때, 발코니까지 들어올 정도로 안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왔다.
호기심을 보인 인어는 곧장 비늘을 파닥거렸다.
“노은하하고 다 놀았으니까 나는 다시 놀러갈게! 너도 이따 와!”
“그래, 알았어.”
“그래, 구래, 봉구래!” “…아이 갓 잇.”
“그럼 나 간다!”
아리엘이 분홍빛 머리칼을 흔들며 자리를 떠나려 했다.
은하는 그녀를 조용히 배웅했다.
바로 그때.
“─아, 맞다!”
“응?” “이거 받아!”
아리엘이 안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몸을 돌려서는 은하에게 무언가를 휙 던졌다.
반사적으로 떨어지는 물건을 받은 은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카드였다.
“이게 뭔데?” “내 방 카드!”
“…이걸 왜 나한테 줘?”
“이따 나 취하게 되면 방에다 나를 데려다달라고. 술 마시다가 열쇠를 잃어버릴지도 모르잖아! 내 술버릇, 알지?”
“아니, 야…. 적당히 조절할 생각을 하란…. 허….”
은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가 뭐라고 말을 하려 하자.
아리엘이 핀잔을 듣기 싫다는 듯이 커튼을 확 쳐서는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홀로 남겨진 은하는 그저 처량하게 서 있었다.
☆
“…이게 다 뭐야? 잠깐 사이 술을 얼마나 마셔댄 거야?” “나 혼자 마신 거 아니다.”
“나도 알아. 근데 둘이서 마셨어도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
바닥을 나뒹구는 맥주병들.
커튼을 젖히고서 들어온 유도준은 그 광경을 보고는 혀를 내둘렀다.
이에, 은하는 변명조로 대꾸했다.
그러는 한편으로 유도준의 손에도 술병이 쥐어져 있었다.
이번에는 와인이다.
“진짜 가지가지한다…. 너희 혹시 뭐 짰냐?” “어? 뭔 소리야? 술 취했어?” “차라리 취하고 싶다. 지금 대체 몇 병을 마신 거야….”
“축복받은 체질을 타고났구만, 뭘.”
가져온 잔에 와인을 따르는 도준.
은하는 그가 건네는 잔을 받고는 이리저리 흔들었다.
맥주로 배를 채웠다.
배가 불러서 마시지를 못하겠다.
은하는 와인 특유의 향
기를 맡으며 곁에 선 유도준을 힐끗 쳐다보았다.
“은하야.”
“왜.”
“어쩌면 조만간에 너한테 큰 부탁 하나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웬 부탁?” “그냥 부탁이 아니라 큰 부탁.” “나한테는 그게 그거야.”
“그러냐.”
유도준이 피식 웃는다.
은하는 난간에 가슴을 붙인 채로 축 늘어져 있는 도준을 쳐다보았다.
그가 답지 않게 고민을 하고 있는 눈치였다.
은하가 궁금해할 수밖에 없었다.
“왜, 뭔데.”
“아직 확실한 건 아니고.”
“뜸 들이지 말고 말해봐.”
유도준은 모른다고 해도.
이전 삶을 통틀어 같이 보낸 지가 어언 50년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제는 척하면 척.
필시 영원그룹과 관련된 일이리라.
지금 이 시기에 유도준이 고민할 이유는 영원그룹밖에 없었다.
은하는 직설적으로 물었다.
“영원 신약에 뭔가 있는 것 같다. 이놈들 하는 꼴을 보니까 아무래도 구린 데가 있는 것 같아.”
“아….”
“뭐야. 너 뭐 아는 거 있어?” “아니, 없는데.”
영원 신약.
은하는 유도준의 이야기를 듣고는 숨을 턱 흘렸다.
유도준이 추궁하지만 모른 척했다.
은하는 모른다고 답했다.
회귀 전보다 1년이나 빠르네….
그만큼 회귀 전보다 빠르게 입지를 다졌기 때문인가.
은하는 기억을 더듬었다.
영원그룹의 어둠, 영원 신약.
이전 삶에서 유도준이 영원그룹의 회장이 되는데 쐐기를 박은 일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가 영원 신약의 부정을 눈치 챈 시기가 이전 삶보다 적어도 1년이나 빨랐다.
그만큼 그가 이번 삶에서는 빠르게 자신의 입지를 다진 것이다.
하기야, 지금 유도준에게 대적하는 계승권자가 부회장이랑 두세 명밖에 없다고 했던가.
그리고 영원 신약의 부정은─.
─부회장과 뿌리 깊게 얽혀 있다.
다시 말해, 유도준이 영원그룹의 어둠을 파헤치게 되는 순간.
더 이상 그에게 대적할만한 사람은 한 명도 존재하지 않게 되리라.
그리고 그때는 바로 그가 황위에 오르게 되는 때일 것이다.
무엇보다─.
“─영원 신약은 내 관할이 아니라 파헤치는데 시간이 꽤 걸릴 거야. 나도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는데, 이건 쉽게 생각할 수 없겠어.” “구래?” “…여기서 구래가 왜 나와? 암튼 미안한데…. 여차하면 네 힘을 조금 빌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때 되면 불러. 도와줄게.” “이거 쉽게 생각할 일 아니라니까. 잘못하면 너나 나나 그대로 끝이야. 생각 잘해.” “생각 잘했다.” “…미친놈.”
유도준이 눈을 크게 뜬다.
은하는 키득거렸다.
이전 삶에서 유도준은 거리낌 없이 더러운 짓거리를 부탁하고는 했다.
그가 자신을 친구로 여기게 된 건 그가 영원그룹 회장이 되어 비로소 마음의 안식을 찾았을 때부터였다.
그렇기에 은하는 새삼 신기하기만 했다.
남을 이용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던 그가 자신을 걱정하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미안해하지 마. 나도 널 계속 부려먹을 거니까.”
은하는 유도준의 어깨를 두드렸다.
유도준은 허탈하게 웃기만 했다.
그리고 어차피 그 길도 내가 가야 하는 길인걸.
은하는 난간에 등을 기댔다.
와인이 떫었다.
그럼에도 단숨에 들이켜며 자신이 가야 하는 길을 되짚었다.
영원그룹을 쇄신하기 위해서라도 영원 신약의 어둠을 파헤쳐야 했다.
무엇보다─.
─이미 미래를 알고 있으니까…. 회귀 전처럼 바보 같이 자료만 들고 나올 수는 없지.
─구마(九魔) 벨페고르(Belphegor).
놈이 그곳에 잠들어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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