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500
노은하가 오늘 약혼한다.
정하양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머리로는 받아들인 이야기라 하나, 가슴으로는 못마땅해 하고 있었다.
“오늘로 40일인데….”
그녀는 스마트폰 화면을 확인했다.
노은하로부터 연락이 없다.
오늘따라 바탕화면에 저장돼 있는 노은하가 얄밉기만 했다.
지금쯤 두 가족이 만나서 저녁을 먹고 있을 것이다.
“은하가 쓰레기인 줄은 알았지만 양다리나 걸치는 쓰레기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맞아, 나도 그래. 정말 실망이야. 노은하 다시 봤어.”
혼자 있기 싫은 날이다.
그래서 정하양은 마침 시간이 되는 친구들과 시내 카페를 찾았다.
진서나는 강시형이 가져온 커피에 눈길조차 주지 않고 화부터 냈다.
차은우도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그녀가 봉구래에게도 물었다.
그가 무언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가 드디어 사귀어서 이제는 한시름 놓아도 괜찮을 거라 여기고 있었는데…. 설마 노은하가 이렇게 뒤통수를 칠 줄은 몰랐어.”
“그 언니도 되게 이상한 사람이야. 다른 사람 남친 뺏는 게 어디 있어. 아니, 은하가 제일 나빠. 오는 사람 막지 않겠다는 거니, 뭐니?”
진서나와 차은우.
두 사람은 속으로 꿍해 있기만 한 정하양을 대신해 분노했다.
노은하의 처사에 실망한 것이다.
정하양이 부르자 기다렸다는 듯이 약속까지 취소하고 그녀를 만나러 왔을 정도로.
그들은 은하를 신랄하게 깠다.
그러다 대화의 수위가 과열될 때면 그를 두둔하던 정하양도 오늘만큼은 구태여 반박하려 하지 않았다.
틀린 말이 하나도 없었으니까.
노은하는 쓰레기고, 양다리였다.
“이래서 옛날 사람들이 노은하는 절대 거두어들이는 게 아니라고 한 거였어.”
“…그거 검은 머리 짐승 아니야?”
“시형이 넌 누구 편인데 서나한테 그렇게 말하는 거니?”
“다, 당연히 너희 편이지….”
“자기들. 나 역시 자기들 편이야. 나도 이번에는 정말 실망했지 뭐야. 진짜…. 얼굴값은 한다는 걸까?”
“오늘부터 노은하는 여자의 적인 거야. 다들 인정하지?” “응, 인정.” “흥, 정말 나쁜 남자라니까.”
진서나가 드디어 커피를 마신다. 팔짱을 낀 그녀가 툴툴거렸다.
그녀와 차은우의 눈치를 보고 있던 강시형은 알아서 고개를 숙였다.
그때, 봉구래가 특유의 콧소리로 두 사람의 의견에 동조했다.
분위기가 다시 달아올랐다.
세 사람이 쉴 새 없이 떠들었다.
그러다 대화는 다른 길로 빠졌다.
“그래서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해. 은하 때문에 다른 애들까지 영향을 받게 될까봐.” “맞아. 그렇지 않더라도 민호하고 은혁이가 은하를 따라하려 하는데, 나쁜 것까지 따라해 버릴까 걱정이 되는 거 있지?”
서나와 은우는 한숨을 쉬었다.
목이 쉴 정도로 은하를 까다 보니 어느덧 머리가 냉정해졌다.
그들은 빨대를 앙물고 다른 화제로 넘어갔다.
노은하만 깔 게 아니었다.
노은하를 시작으로 다른 남자들도 주의가 필요했다.
“은혁이는 방학하고 나서부터 맨날 훈련만 하고 있다니까. 내가 계속 놀자 해도 님이 안 된다며 거절이나 하고….” “나는 민호 때문에 걱정이야. 얘가 주변 사람들을 참 잘 챙겨주니까, 여자애들한테 인기가 많은 거 있지? 근데 자기는 그런 것도 모르고…. 다른 부분에서는 눈치도 좋으면서 왜 그런 건 모르는지 모르겠어.”
“은혁이는 우유부단한 게 문제야. 내가 은하의 어장관리 능력까지는 바라지 않아도, 은하의 반만이라도 닮았으면 좋겠어. 저번에도 있지….”
“맞아. 민호도 좀 닮았으면 좋겠어. 은하가 생각지도 못한 데서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오고는 하잖아. 민호야, 제발 반의 반이라도 닮자….”
어쩌다 보니 은하에 대한 분노에서 목민호와 최은혁에 대한 답답함으로 바뀌어버린 화제.
그들은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대화를 늘어놓았다.
이윽고 화제는 새로이 바뀌어─.
“─안 되겠어. 세상에 남자애들이 걔네들밖에 없나? 우리가 왜 때문에 마음고생을 해야 하는 거지?”
“맞아. 내가 민호 엄마도 아니잖아. 내가 왜 민호 쫓아다니는 여자애들 관리까지 해야 하는 건데.”
“그래, 은하도 걔네들도 여자애들 많이 만나라고 해. 우리라고 만나지 못하는 것도 아니잖아?” “맞아. 우리는 인기 없는 줄 아나?”
“세상의 반이 남자랬어. 찾아보면 어딘가에 걔네들보다 멋지고 착한 남자들이 있을 거야. 우리 이참에 미팅이나 해보지 않을래?” “미팅? 그거 괜찮겠다. 안 그래도 저번에 나한테 미팅 제의 들어온 거 있는데.”
“있었으면 진작 말해줬어야지!”
“미안, 은하 때문에 지금까지 깜빡 잊고 있었어.”
두 사람이 눈을 부릅떴다.
시선만으로 의견을 교환한 그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손을 잡았다.
이내 빨대로 얼음을 가지고 놀던 정하양에게 고개를 홱 돌린다.
“”하양이 너도 갈 거지?””
“…응? 나는 은하가 있는데….”
“은하도 지금 하양이 너 안 만나고 다른 여자 만나고 있잖아. 그런데도 너 혼자 이러고만 있을 거야?”
“맞아, 하양아. 은하한테 보여주자. 우리가 인기가 얼마나 많은 사람인지 말이야.”
“음…, 좋아.”
퍼뜩 정신을 차린 정하양.
눈을 깜빡거리던 그녀는 두 사람이 열의를 띄는 모습에 그만 감화되어버렸다.
정하양이 두 사람과 함께한 것으로 미팅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이 오빠는 어때?”
“안 돼. 많이 놀았을 것 같아.”
“하긴…, 서나 네 말대로 그렇게 보인다. 아, 그럼 이 오빠는?” “나쁘지 않네. 한 번 물어봐봐.”
“음…, 우리 5:5 맞지? 좋다는데?”
“그 오빠들 사진 보내달라고 하자. 응? 마침 왔네. 아, 이 오빠는 잘생겼다.” “은하가 더 잘….”
“하양아, 그건 아닌 것 같아. 이분, 나도 아는 사람인데 지금 모델 일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 “흠…. 그 사람, 촉이 오는데? 어째 우리 쪽일 것 같은데…. 잘생겼네. 내 스타일이야.”
봉구래까지 더해서 세 사람은 모두 차은우의 스마트폰에 몰려 얼굴을 들이밀었다.
네 사람이 저희들끼리 숙덕거리고, 강시형은 얌전히 커피를 마셨다.
소외당하는 것도 이제 익숙했다.
그러다 그는 이야기를 흘려듣다가 어느 지점에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서나야, 언제 보자고 할까?”
“쇠뿔도 단 김에 빼라고 했으니까 오늘 보자고 할 수 있을까?”
“아, 오늘 된대.”
“저기, 얘들아…. 5:5라고 했잖아. 구래까지 더하더라도 4명일 텐데, 나머지 1명은 그럼 누구로 하게?”
강시형은 자연스런 의문을 던졌다.
네 사람이 대화를 하는 걸 들으니 그들이 마치 인원이 다 모인 것처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 대화를 멈춘 네 사람이 그를 쳐다보았다.
“…응?”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한 얼굴.
강시형은 알 수 없는 불안함을 느꼈다.
잠시 후, 서나가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얘는…. 그러는 시형이 넌 나가지 않을 생각이었니?” “…저기, 서나야? 나는 남자인데, 너희가 뭔가 착각하는 건….”
“우리가 뭐 연애하러 나간다 했니? 그냥 남자들 만나서 즐겁게 놀다가 오겠다고 했지. 그러니 너도 가.”
“아, 그런 거였어?”
“대신 오늘만 여자 해.” “…네? 저기요? 님들?”
“그래도 미팅인데 구색은 갖춰야 하지 않겠니?”
서나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한다.
세 사람도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강시형은 당장 이 자리를 떠나고 싶은 심정이었다.
☆
양 가족을 대동한 저녁식사 자리.
주로 대화를 이끈 사람들은 은하와 한서현의 가족들이었다.
은하는 묵묵히 밥을 먹기만 했고, 이따금 주변 사람들이 말을 걸 때면 대답을 하는 게 전부였다.
한서현은 그보다 더 말이 없었다.
긴장이라도 한 건가?
꾸몄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오늘따라 그녀의 외모는 빛이 나는 듯싶었다.
은하도 처음 가게 안으로 들어와서 먼저 자리에 앉아 있던 그녀를 보고 순간적으로 숨을 삼켰을 정도다.
마치 인형이라도 된 것처럼.
그녀는 그에게도 시선을 주지 않고 조용히 식기를 다루기만 했다.
은하는 그 모습이 신경이 쓰였다.
그녀의 언니 한서연도 같은 심정인 모양이었다.
“얘, 서현이 너도 뭐라고 말 좀 해. 계속 가만히 있을 거니? 평소에는 나한테 따박따박 대들면서….”
“내가 언제?”
“얘 좀 봐라….”
자신은 모르겠다는 듯이 시치미
를 뚝 떼는 한서현.
한서연은 혀를 내둘렀다.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껄껄 웃었다.
저 누나 봐라?
한편, 은하는 웃지 않고 한서현을 쳐다보았다.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왜 그러니.
무슨 불만이라도 있냐는 듯이.
그녀가 입술을 움직였다.
은하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다만 신기했을 뿐이다.
서현이가 가족들한테 잘 보이려고 할 줄이야….
이상하게 생각할 것은 없었다.
오히려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유난히 까칠한 그녀가 자신의 가족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조심하는 모습이 믿기지 않았다.
그러다 한서현의 모습을 인정하니 그녀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녀가 자신의 가족들을 배려하듯, 자신 역시 이제 한서현의 가족들을 배려하기로 했다.
그런데 한서현의 노력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어머님 먼저 드세요.”
“이러지 않아도 되는데…. 고마워, 잘 먹을게. 서현아.” “네, 어머님. 할머님도요.”
“…손주며느리가 착하네. 고맙다.”
후식으로 과일이 나왔다.
살며시 자리에서 일어난 한서현은 이쑤시개를 꽂아 은하의 어머니와 할머니에게 과일을 건넸다.
그러자 사람들은 대화를 멈추고는 눈을 깜빡거리며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딸내미 키워봤자 소용없다더니….”
“서현이 너 너무하는 거 아니니? 엄마아빠한테는 한 번도 하지 않았으면서….”
“어머니, 아버지도 드세요.” “허이구.”
“이제 와서 해도 늦었어, 얘.”
이윽고 서운한 티를 내는 한서현의 부모님.
그러나 그들의 입가는 크게 올라가 있었다.
뒤늦게 한서현에게서 과일을 받은 그들이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저녁식사 자리는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끝이 났다.
☆
식당은 전망대와 연결되어 있었다.
약혼식은 야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에서 이루어졌다.
시리우스그룹에서 오늘 하루 동안 층 전체를 대여했기 때문에 주변에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그냥 얼른 끝내면 안 되나.”
“인생에 한 번뿐인 약혼식이니까 예쁘게 나와야 하지 않겠니?”
“누나는 한 번이 아니…아야.” “혼날래?”
“꼬집고 나서 말하기야?”
반짝이는 조명장치를 배경으로.
은하는 자신의 손에 한서현의 손을 얹고 있었다.
제법 오랫동안 서 있었다.
조금 전부터 사진사가 말하는 대로 사진이 잘 나오는 위치를 바꾸고, 자세를 수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번거로움을 참지 못한 은하는 한서현에게 손을 꼬집히고 말았다.
“아, 그 위치 좋네요. 좋아요.”
그때 사진사가 만족해하며 말했다.
은하는 얼굴을 고쳐서는 한서현을 내려다보았다.
한서현도 그를 올려다보았다.
눈이 마주친다.
…예쁘기는 정말 예쁘네.
얼굴에 잡티가 하나도 없다.
볼수록 감탄을 하게 된다.
자신을 바라보는 눈동자에서 한 번 시선이 멈추고, 유난히 붉은 입술로 눈이 내려간다.
입술이 촉촉해 보인다.
이제 보니 입이 참 작다.
“─무슨 생각하니?”
“…아무 생각도 안 했는데.”
“빨간색.”
“응?”
“너도 결국 남자였구나?”
“뭐라는 거야?”
그때 그녀의 입술에 집중하고 있던 은하의 정신을 깨워버린 한서현.
그녀가 비음을 내며 그를 놀렸다.
은하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럼에도 그녀는 계속 키득거렸다.
은하는 그녀가 웃는 얼굴을 보고 기분을 풀었다.
그리고 마침내─.
“─하나, 둘! 찍습니다!”
은하는 천천히 그녀의 왼손 약지에 반지를 끼워주었다.
반지를 내려다보는 그녀의 입가가 환하게 올라갔다.
이내 그녀도 은하의 손에 반지를 끼워주었다.
“이제 이걸로 끝난 건가….”
“아직이야. 사진마저 찍어야지.”
“하….”
“한숨.”
“네, 네.”
한서현은 카메라를 향해 웃으면서 은하에게만 들리게 말했다.
은하는 사진사가 요청하는 포즈를 취했다.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은 것이다.
그녀의 얼굴 옆에 자신의 얼굴을 붙이려 한다.
그러자 그녀가 고개를 살며시 젖혀 그에게 바짝 붙었다.
그러고는 그에게 속삭인다.
“─정식으로 끝난 약혼식이야.”
“나도 알아.” “이제 못 무르는 거 아니?”
“나도 알거든. 근데 왜?”
“너 이제 내꺼라고.” “…엥?”
사진을 찍다 말고.
은하는 카메라로부터 고개를 돌려 생긋 웃는 한서현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얼굴이 바로 가까이 있다.
그녀는 그대로 까치발을 들어서는 그의 귓가에 입술을 댔다.
그녀의 숨결이 귓속을 파고든다.
“─내, 꺼. 내꺼라고. 너는 나한테 이제 잡힌 거란 걸 알아두렴.”
“…….”
살며시 그의 귓불을 깨문 한서현.
은하는 여전히 감정을 알 수 없는 얼굴로 돌아서며 사람들에게 향하는 그녀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진짜 나 좋아하는 거 아니야?
바짝 붙어 있었기 때문인지.
품에서 한서현이 벗어났는데에도 그녀의 향기가 코를 간질였다.
은하는 귓불을 만지며 생각했다.
하지만 확신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언제나 선을 넘으려 할 때, 자신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재빨리 돌아서고는 했었으니까.
지금도 그랬다.
그래서 확신할 수가 없다.
저 누나는 정말 뭐하는 누나지?
그녀의 마음을 도통 모르겠다.
자꾸 사람을 오해하게 만든다.
그러다 보니 그녀를 대하는 방식을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은하는 어머니를 깍듯하게 대하는 그녀를 보며 헛웃음을 삼켰다.
바로 그때.
“응?”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은하는 파인톡을 확인했다.
서나가 문자를 보낸 것이다.
사진 하나, 톡 하나.
“…얘네가 지금 뭐하자는 거야?”
사진에 등장하는 인물은 다섯 명.
정하양, 진서나, 차은우, 봉구래, 강시형.
다들 한껏 꾸민 모습이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강시형은 여장을 하고 있었고.
그런데 문자가 가관이었다.
「댕댕이」: 우리 미팅 나갈 거야! 오늘 다른 남자들이랑 술 마실 거니 그런 줄 알아 ^^ (오후 08:34)
은하는 어이가 없었다.
미팅, 그러려니 넘어가줄 수 있다.
그럴 만한 나이이고, 법적으로는 준성인으로 보장받고 있지 않은가.
문제는─.
“─얘 나랑 사귀는 거 아니었어?”
정하양도 미팅에 나간단다.
은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때 추가로 메시지가 도착했다.
하양이에게 아주 멋진 남자친구를 만들어줄 거라고 한다.
노은하는 콧방귀를 끼었다.
질투심 유발 작전이라면 그에게는 소용이 없었다.
그래도─.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세상 참 험하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세상이다.
운이 나빠서 술자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그가 친구들이 걱정이 되는 것은 당연지사.
그러니─.
“─어, 은혁아. 애들한테 전화 좀 돌려라. 파랑이 형은 여기 있으니까 안 돌려도 되고.”
그놈의 미팅.
어디 한 번 보러가야겠다.
☆
휘릭
류연화는 창을 휘둘렀다.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감정을 애써 잊기 위해 훈련에 매진했다.
“후우….”
잡념을 없애야 한다.
창에 묻은 잡념을 없애는 것으로, 순도 높은 얼음을 만들어낸다.
감정은 곧 깨달음이 되고 그녀를 강인하게 만들어준다.
그녀는 체내 마나를 끄집어냈다.
한매류(寒梅流) 극의(極意)
역린(逆鱗)
칠사자 세 명에게 스러지고 마는 겨울의 용.
그러나 용의 목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스러지던 육신은 눈꽃이 되어서는 주변에 휘날렸다.
휘날린 눈꽃이 칼날처럼 날카롭게 얼어붙는다.
“”””……!!””””
용의 비늘과도 같은 얼음의 칼날이 칠사자 세 명에게 쇄도한다.
푸슛
막을 수 없다.
칠사자들은 자신들이 펼친 방벽이 허무하게 찢겨져나가는 것을 보고는 일제히 경악했다.
겨울이 그들을 덮쳤다.
“─승자…, 류연화.”
그 대련을 지켜보고 있던 한창진은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류연화가, 레귤러스클랜의 칠사자 세 명을 쓰러뜨린 것이다.
“…당분간 연화는 절대로 건드리지 말아야겠다.”
류연화가 냉기를 휘감고 떠난다.
한창진은 멀어지는 그녀를 보면서 애써 침착하게 중얼거렸다.
순간 쫄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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