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501
진서나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이십오에게 연락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녀가 있는 곳을 찾아낸 것이다.
때마침 그녀와 다른 친구들이 이강혁 패거리와 연줄이 있는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은하는 이십오에게 전화로 언질을 주었다.
“─거기 서비스 좀 많이 넣어주고, 같이 마시고 있는 놈들이 혹시라도 무슨 수작이라도 부리지 않게 아주 철저하게 감시해달라고 전해줘.”
[예압. 제가 주인님이 오실 때까지 잘 붙잡아놓고 있으라고 말해놓도록 하겠습니다.]은하로부터 사정을 들은 이십오는 그가 따로 부탁하지 않아도 알아서 그녀들을 붙잡아두고 있다는 말을 남겼다.
이내 전화를 마친 은하는 친구들이 약속장소에 올 때까지 기다렸다.
기다리는데 지루하지는 않았다.
진파랑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보니 친구들이 속속들이 도착한 것이다.
“대장, 서나가 지금 전화를 받지 않고 있는데…. 혹시 무슨 일이라도 난 건 아니겠지?”
“그냥 재미있게 놀고 있다 하더라. 같이 마시는 놈들이 질이 나쁜 건 아닌 것 같대. 근데…, 너 얼굴이 그게 뭐야?”
“여기에는 아주 슬픈 사연이 있어. 스승님이 내 기프트를 잘 다루려면 어떤 상황에서도 눈을 감지 않을 수 있도….”
“아니야, 이해했으니까 됐어.”
최은혁이 제일 먼저 도착했다.
훈련을 마치고 귀가하려고 했다던 그는 눈탱이가 밤탱이가 돼서 왔다.
은하는 대략적인 사정을 듣고 나서 혀를 쯧쯧 찼다.
아무래도 에게 많이 맞고 다니는 모양이었다.
나는 그래도 얼굴은 안 건드렸는데 는 손색을 봐주지 않는 것 같네.
은하는 마나로 붓기를 가라앉히는 은혁을 불쌍하게 쳐다보았다.
정작 그도 다른 친구들을 심하게 굴리는 것은 매한가지였지만.
잠시 후, 목민호가 도착했다.
민호가 무뚝뚝한 표정을 한 채로 지하철역에서 올라왔다.
“어, 왔어?”
“노은하. …정말이냐?”
“은우하고 연락 안 해봤어?” “폰을 꺼놓은 것 같아.”
주황색 목도리를 목에 두른 민호.
그는 대뜸 얼굴을 찡그리며 불만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은하는 그가 늘어놓는 말이 차은우를 걱정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니, 그녀가 걱정되는 게 아니라 괜히 자신이 불안한 것이다.
그것은 최은혁 역시 마찬가지.
물론 은하는─.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데 미팅은 무슨 얼어죽을 미팅이야? 그러다가 납치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은하는 아직 세상 물정도 모르는 하양과 친구들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었다.
여하튼, 자리에 모인 사람들 중에 아무런 생각도 없는 사람은 진파랑 한 명밖에 없었다.
“그것보다 보낸 사진은 봤어?”
“어. 내가 아는 형이야. 알아보니 은우가 주변 사람들한테 미팅자리를 물어봤다나봐.”
“은우가 그랬을 것 같지는 않고…. 보나마나 댕댕이가 시킨 거겠지.” “대장, 서나는 그럴 애가 아니야. 우리가 알고 지낸 지 몇 년인데…. 대장도 알 거 아니야.” “응, 무조건 진서나야. 걔네들 중에 나를 이렇게 곯리려고 하는 사람은 진서나밖에 없어.”
“응, 그렇지. 진서나 걔가 머릿속에 꾀가 얼마나 많은데. 너희는 몰라도 난 아인 애들끼리 모이는 자리에서 걔가….”
“바보 형은 천서가 어디에 있는지 연락이나 해봐.”
네 사람은 한편에 서서 번화가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다들 이제 180이 넘는다.
은하나 진파랑은 약혼식이 끝나고 부랴부랴 온 것이기 때문에 복장에 힘을 주고 있기까지 했다.
다른 두 사람은 대충 입었다지만 한 명은 갤럭시그룹의 방계였으며, 다른 한 명은 앨리스그룹이 열렬히 후원하는 학생이었다.
즉, 대충 명품을 걸치고 있다.
더군다나 키가 커서 옷이 살았다.
그러다 보니 길을 가던 사람들은 한 번쯤 어깨를 맞대듯 붙어 있는 그들을 힐끗 쳐다보았다.
“대장, 사람들이 자꾸 쳐다보는데 내 얼굴이 퉁퉁 부어서 그런 걸까?” “목민호 때문에 그래. 쟤가 계속 얼굴을 찡그리고 있으니 범죄자가 아닌가 오해하고 있나 보지.”
“헛소리나 하기는…. 내가 아니라 네 얼굴을 보고 저러는 거다.”
정작 그들은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시선의 원인을 알지 못했다.
아카데미에서 워낙에 주목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그러려니 넘겼을 뿐이다.
그때, 이천서와 전화를 하고 있던 진파랑이 소리쳤다.
“천서 얘가 늦을 것 같으니까 이따 가게 앞에서 보자는데?” “…어쩔 수 없지. 우리 먼저 가자.”
은하는 한숨을 흘렸다.
차라리 유도준을 부를 걸 싶었다.
여하튼 은하는 친구들을 이끌고서 이십오가 알려준 술집으로 향했다.
사전에 연락이라도 받았던 것인지, 가게 주인이라는 사람이 깍듯하게 그들을 대접했다.
“은우가 이런 곳에 올 애가 아닐 텐데….”
“서나도….”
“한 번 신나게 놀고 싶었나 보지.”
“하…, 다 노은하 너 때문이잖아. 안 그래도 요새 은우가 노은하 널 닮아가는 것 같아 걱정이었는데….”
“맞아, 대장 때문이야. 대장한테서 나쁜 물이 든 거라고.”
“…왜 나한테 그래?”
클럽의 성격을 지닌 펍.
가게 한편에 스테이지가 있다.
그곳에서 사람들이 미친 듯이 춤을 추고 있다.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공간을 가득 메우는 노래를 들으며 신나게 놀고 있었다.
한 번도 가지 못한 술집을 방문한 목민호와 최은혁은 아연실색해했다.
그러고는 은하를 탓했다.
참고로 진파랑은 몸을 들썩이면서 당장에라도 스테이지로 달려나가려 하고 있었다.
은하는 진파랑의 어깨를 잡아놓고 황당해했다.
내가 뭘 잘못했는데.
나이를 먹었기 때문일까.
친구들은 언제부터 예전과 다르게 대놓고 은하의 흉을 보고는 했다.
은하로서는 내심 억울했다.
친구들이 무슨 일만 생겨도 자꾸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것 같아서.
그가 뭐라 말하려 할 때─.
“─얘들아, 미안해! 내가 늦었지?”
뒤늦게 등장한 이천서.
옷에 한껏 신경을 쓴 듯한 천서가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그가 방학 동안 잘 지냈냐고 하며 친구들에게 재잘재잘 말을 걸었다.
“은하 너는 오늘 약혼했다며? 야, 정말 축하한다. 근데 하양이하고도 사귀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
“왜, 뭐, 왜.”
“…양다리로만 끝날 거지?”
“얘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됐고, 얼른 미팅이나 하러 가자.” “아, 미팅! 그거 좋지! 이야, 나는 너희들이 미팅을 주선했다고 해서 깜짝 놀랐잖아. 너희는 그런 데에는 관심을 안 가질 줄 알았거든.”
“노은하. 이천서한테 말하지 않은 거냐?” “그냥 미팅하러 가자고 했는데?” “응? 미팅하러 가는 거 아니었어?” “아니야, 맞아. 잘 왔어. 가자.”
“근데 왜 다들…. 아, 참. 그래서 어디랑 미팅하는 거야? 은하 네가 주선했다고 했으니 제법 괜찮은….” “댕댕이랑.” “엥?”
“정하양, 진서나, 차은우, 봉구래, 강시형이랑 한다고.”
은하는 서나의 테이블에 앉아 있던 남자들이 화장실을 가는 것을 보고 가게 주인에게 신호를 보냈다.
가게 주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들은 이제 그가 알아서 집으로 보내주리라.
은하는 어리둥절해하는 이천서를 두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진파랑이 따라왔다.
“야, 근데 이거 미팅이잖아. 나는 미팅하면 안 되는데?”
“양다리 걸치고 있는 내가 미팅을 하고 있는데 형이 왜 하면 안 돼?”
“알잖냐. 나 지금 솔….”
“하…. 우리 미팅하는 거 아니야. 미팅 상대도 아는 애들이잖아. 그냥 오늘 재밌게 술 마시고 노는 거야. 그러면 됐지?” “아하! 그래서 저기에 봉구래하고 강시형이 있었던 거구나?”
바보 진파랑을 설득한 노은하.
그는 이어서 바로 뒤에서 따라오던 목민호와 최은혁을 돌아보았다.
두 사람이 굳은 얼굴을 하고 있다.
“나는 정하양을 맡을 테니 너희도 한 사람씩 전담해.”
“은우는 내가 맡을게.”
“서나는 내가.” “야! 그럼 나는 봉구래랑 마실게! 걔 은근히 잘 마시는 것 같더라?”
좁은 의미에서는 미팅이고.
넓은 의미에서는 파티 플레이다.
그들은 제각기 한 사람씩 확실하게 상대할 것을 약속했다.
“─어, 야! 은하야!? 미팅도 아니면 난 여기 왜 온 거야?”
그러다 어리벙벙하게 있던 천서가 앞서가던 은하를 불렀다.
은하는 시큰둥한 얼굴로 뒤를 돌아 그에게 대꾸했다.
“─넌 폭탄처리. 남는 사람 맡아.”
“…그냥 집에 갈까.”
☆
솔직히 말하자면.
집에 있는 게 스트레스였다.
재작년, KK제약의 직계로 입양된 진서나는 학기가 끝나고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싫었다.
아버지란 작자는 자신을 철저하게 무시했으며, 자신의 쌍둥이 여동생 진세나는 히스테리만 부려댔다.
그래도 그건 좀 낫지.
물론, 아버지와 쌍둥이 여동생이 그녀에게 스트레스 요인이 될 리가 없었다.
오히려 진서나는 아버지가 자신을 방해하지 않아 마음 고생하지 않고 편안한 삶을 보낼 수 있었다.
약혼자를 잃은 실의는 물론이며, 자신이라는 존재 때문에 치를 떠는 진세나하고 말싸움을 벌이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었다.
어차피 자신이 이겼으니까. 그리고 여차하면 텔레파시를 써서 그녀를 돌아버리게 하면 될 뿐이었다.
문제는 자신의 어머니였다.
차라리 날 무시해줬으면 하는데….
그래야 나도 마음을 잡을 수 있지.
어머니는 마치 죄책감 때문인 건지 진서나를 대하는데 어려워했으며, 극진히 대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서나는 자신을 소중히 대하려 하는 그녀에게 퉁명스럽게 대응할 수가 없었다.
결국 그녀도 어머니를 대하는 것이 무척이나 조심스러워졌다.
그나마 학기 중에는 아카데미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거늘.
이럴 거였으면 나도 수빈이 따라 그냥 아카데미에 남을 걸 그랬어.
방학을 했으니 집으로 돌아갔다.
매일 아침마다 어머니를 보는 게 참으로 곤혹이었다.
어머니가 어제는 무엇을 했느냐며, 오늘은 무엇을 할 거냐며 묻는 게 너무나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최대한 집에 있지 않으려 친구들에게 놀자는 연락을 했건만, 최은혁은 툭하면 훈련해야 한다며 그녀의 제안을 거절하고는 했다.
하양이는 은하랑 사귀고 있으니까 시간을 뺏기도 미안하고….
민지는 요새 이별이를 케어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하고….
그런데 은혁이 얘는 맨날 훈련만 하는 게 어디 있냐구.
그러다 은하가 한서현하고 약혼을 하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하양이 우울해하면서 그녀 또한 덩달아 우울해졌다.
결국 스트레스가 폭발했다.
그녀가 미팅을 기획한 이유였다.
“서나야, 어때어때?”
“우리보다 2살 연상이란 것 치고는 생각하는 것이 너무 어린 것 같지 않아?”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뭔가 머리에 든 게 없는 느낌?”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즐겁게 술을 마시고 떠들었다.
나이 또래의 일반인들이 어떻게 노는지 알 수 있어 무척 즐거웠다.
그것도 아주 잠시 뿐이었지만.
서나는 남자들이 화장실에 간다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차은우와 대화를 나누었다.
“은우 너는 어떤데? 마음에 드는 사람이라도 있었어?” “응? 아니. 그냥 동네 오빠 느낌? 아, 꼭 파랑 오빠랑 놀고 있는 것 같았어.” “아, 맞아. 나도 그런 느낌이었어. 근데 좀….”
“왜? 뭔데뭔데?” “…아니야.”
진서나는 말하려던 말을 중단했다.
아직도 기억이 선명했다.
자신의 맞은편에 앉은 남자가 처음 자신을 보았을 때 지었던 표정이.
그것은 아인에 대한 경멸이었다.
그러다 남자는 자신이 KK제약의 직계라는 것을 알고 나서 놀랍도록 표정을 바꿔버린 것이다.
그래서 사실 진서나는 이 자리가 마냥 유쾌하지는 않았다.
남자들에게 앨리스그룹의 직계라며 떠받들어진 정하양도 자신과 같은 심정인 모양이었고.
“근데 오빠들이 계속 안 오네….”
“담배라도 피는 건 아닐까?” “…응? 오빠들이 아까 안 핀다고 하지 않았어?” “아니야, 필 거야. 아까부터 몸에서 담배냄새가 풀풀 나던데?”
“와…. 그럼 거짓말한 거야?”
“그래도 즐겁게 놀았으니까 됐지. 어차피 한 번만 보고 말 사이인데. 오빠들 오면 그만 일어날래?”
자정이 되어가고 있다.
시간이 많이 늦었다.
서나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기로 했다.
바로 그때─.
“─미팅하던 사람들이 급한 일이 생겨서 먼저 집으로 돌아가겠다네? 대신 우리가 놀아줄게.”
“”””…….””””
“어머, 대박.”
익숙한 얼굴들이 다가온 것이다.
노은하, 목민호, 최은혁, 진파랑. 그리고 이름이 가물가물한 애 하나.
봉구래를 제외하고, 서나를 비롯한 친구들은 순간 말을 잊었다.
설마 그들이 이곳으로 찾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다.
“…여기는 어떻게 알고 왔대?”
“다 아는 수가 있지. 알면 다쳐.”
하지만 놀라움도 잠시.
서나는 금세 정신을 차렸다.
그러고는 아주 자연스럽게 하양의 맞은편에 앉는 은하에게 말했다.
한편, 하양의 눈에서는 벌써부터 꿀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흥, 은혁이 너는 여기는 왜 왔니? 나보다 훈련이 더 중요하다고 하지 않았어?” “내, 내가 언제….”
“저번에 나한테 말했잖아. 당분간 훈련에 매진해야 해서 시간을 내기 힘들 것 같다고.” “아, 그건….”
서나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다.
노은하가 이리도 뻔뻔하게 나오면 그를 상대하기가 버겁다는 것을.
그래서 그녀는 타깃을 바꿨다.
이참에 최은혁에 대한 울분을 왕창 쏟아부었다.
때마침 바로 옆자리에서는 은우가 민호에게 핀잔을 주고 있었다.
“우리 방학하고 간만에 만난 건데 계속 이러고만 있을 거야?” “뭐라니. 양다리 걸친 애가.” “맞아. 은하야, 약혼해서 좋았어? 한서현 언니 예뻤지?”
“…맞아. 약혼했었지, 참….”
그때 분위기를 환기시키려고 하던 노은하.
기회를 엿보고 있던 서나는 재빨리 그를 공격했다.
그 틈을 타고서 은우가 추가타를 날렸다.
공격이 연이어 성공하자 노은하의 얼굴이 구겨진 것은 물론, 하양이가 다시금 마음을 다잡았다.
승기가 확실하게 기울어진 것이다.
이후로 그녀들은 남자들에게 잔뜩 화를 냈다.
후…. 아, 속시원해.
그래도 조금 불쌍하기는 하네.
어느 정도 화가 누그러졌다.
그제야 서나는 자신들이 신경 쓰여 찾아온 그들에게 고마움이 들었다.
꿀꿀했던 마음이 싹 사라졌다.
그것은 양 옆에 앉아 있는 이들도 마찬가지인 듯싶었다.
“그래, 뭐. 아무튼 잘 왔어. 너희가 대신 미팅해주는 거지?”
스트레스나 확 풀어야겠다.
진서나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즐겁게 술이나 마시기로 했다.
하지만 그 전에─.
“─우리는 아까부터 계속 마셨으니 너희도 그 정도는 마셔야지. 일단 너희들끼리 벌주부터 마셔.”
“”””…….””””
“아, 당연히 체내 마나는 순환하지 않는 거는 알고들 있지? 자, 마셔! 마셔! 먹고 죽어!!”
진서나는 맥주가 가득 담긴 잔을 낑낑 들고서는 이죽거렸다.
노은하를 제외한 남자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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