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513
아카데미 던전 1일차.
던전 내로 뿔뿔이 흩어진 학생들은 대개 파티원들과 모이는 것만으로 하루에 가까운 시간을 써먹었다.
정하양의 파티 역시 마찬가지.
정하양, 김민지, 최은혁, 진파랑, 봉구래, 배수빈은 지하 2층 초입에서 야영을 하기로 했다.
“그럼 나는 보초를 서고 있을게. 혹시 필요한 일 생기면 불러줘.”
정하양의 지시에 따라.
파티원들은 제각기 자신이 맡은 바 역할을 했다.
봉구래와 배수빈이 야영지 근처에 몬스터가 존재하지 않는지 확인하러 잠시 자리를 비웠고.
김민지는─.
“─그럼 저녁은 내가 만들게. 라면 그거, 만드는 건 일도 아니야. 내가 맛있게 끓여줄게.”
“”””…….””””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
하양을 비롯한 나머지 두 사람은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전투식량도 만들게 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 바로 김민지다.
파티에 독을 풀 수는 없다.
의견이 일치했다.
세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 민지야. 라면은 파랑이 오빠도 끓일 수 있으니까 오늘 하루 얻은 전리품이나 파악하지 않을래?”
“맞아! 내가 라면 잘 끓여!”
“바, 밥…! 밥은 내가 만들게!”
정하양을 시작으로.
파랑과 은혁이 허겁지겁 김민지가 요리에 ‘요’ 자도 꺼내지 못하도록 역할을 가져갔다.
“…응? 라면 끊이는 걸로 가지고 왜 죽자 살자 덤벼들려는 거야?” “대, 대장이 그랬어! 언제 어디서든 라면을 죽을 기세로 끓이라고!”
“응? 노은하가 그런 말을 했다고? 걔는 진짜 알다가도 모르겠네. 그럼 라면은 두 사람한테 맡길게.”
이에 어리둥절해하는 김민지.
그녀가 떨떠름한 얼굴로 돌아섰다.
그제야 은혁과 파랑은 안도해하며 라면을 끓이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리고 잠시 후.
진파랑표 라면이 완성되었다.
“어머…? 맛있네? 이렇게 맛있는 라면은 처음 먹는 기분이야.”
“거 봐, 내가 라면 하나는 정말 잘 끓인다니까? 말만 해. 내가 언제든 라면 먹게 해줄 테니까!”
“하긴, 빙구 오빠가 옛날부터 라면은 잘 끓이기는 했지. 그래도 뭔가 2% 부족하네. 뭐라도 넣으면 더….”
“아니야. 이걸로도 충분하지.”
“어어어어…! 얘들아! 지금 마침 볶음김치가 데워진 것 같아!”
“와아…, 이거랑 먹으면 되겠다….”
저녁 식사도 순탄치 않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봉구래를 빼고, 네 사람은 김민지를 상대로 완벽한 파티 플레이를 선보였다.
최은혁은 김민지의 위협에 대응해 전투식량 속에 들어있던 볶음김치를 내놓았다.
덕분에 그들은 무사히 저녁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종평 1일차가 조용하게 지나가는가 했는데─.
“─그래서 어디까지 나갔어?”
“…….”
“학생의 본분이 따로 있는데 감히 연애르웁웁…!”
“수빈이도 듣고 싶다는데?”
이대로 잠을 자기는 아쉽다고.
김민지의 주도하에 모닥불 앞에서 수다를 떠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사실은 심문을 하는 자리였지만.
한편 배수빈은 그녀에게 입막음을 당하고 말았고.
“…뭐, 뭐가?” “에이, 그런 식으로 넘어가려고? 그럼 안 되지. 우리가 어디에 가서 말하지 않을 테니까 얘기해줘.”
“맞아! 우리가 어떤 사이인데?”
“웁웁웁…!”
이름하여 정하양 심문회.
머그컵을 쥔 친구들을 모두 고개를 푹 수그리고 있는 하양에게 시선을 향했다.
김민지는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와 은하의 연애사정에 대해서 꼬치꼬치 캐물었다.
그때마다 정하양의 얼굴은 빨갛게 익어만 갔다.
“그래서 은하가 있지….”
“진도는 어디까지 나갔는데?”
“…….” “손은…, 이거야 뭐 사귀기 전부터 당연하다는 듯이 잡고 있었던 거고. 뽀뽀는 해봤지?”
“…응.”
“키스는?”
“해봤지….”
“어디까지 했어?” “어, 어디까지라니?”
“키스에도 진도가 있을 거 아니야. 그…, 빙구 오빠! 시범 좀 보여줘!”
“오케이! 야, 최은혁! 좀 도와줘!”
“…진짜 하는 건 아니지?” “미쳤어? 내가 그걸 너랑 왜 해?”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파랑이 냉큼 최은혁과 애정행각을 벌이는 연기를 선보였다.
봉구래가 흥미롭게 보는 가운데.
민지는 “자, 봤지?”하듯 으쓱이고는 하양에게 물었다.
“으….”
육안으로 보는 것만으로 머리에서 김이 나오는 정하양.
그녀가 물기가 찬 눈으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직 거기까지는 안 나갔지….”
“진도야 뭐 천천히 나가도 되지만. 그래도 하양이 네가 전에 말했잖아. 1년 안에 은하가 어디 가지 못하게 꽉 잡아두고 싶다며.”
“응.”
“그럼 더더욱 과감하게 나가야지. 노은하 걔가 빼도 박도 못하게.”
“그러다 내가 가볍게 보이는 거는 아닐까?”
“유치원 때부터 노은하 일편단심인 네가 가볍게 보일 게 뭐가 있어? 안 그래?” “음….”
김민지의 조언.
정하양은 생각에 잠겼다.
봉구래와 진파랑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은하와 어떻게 사귀게 된 것인지, 자세한 사정을 알고 있었다.
친구들의 마음을 대변하자면─.
“─우리는 모두 네 편이야. 그러니 예전처럼 마음속에 담아두려고 하지 마.”
“우웁…!”
“…응. 고마워, 얘들아.”
친구들은 모두 그녀를 지지했다.
특히 김민지나 진서나, 차은우 등. 지금까지 계속 은하를 일편단심처럼 좋아했던 하양의 마음을 알고 있는 여자들은 적극적으로 그녀를 돕고 있었다.
때로는 은하를 매도하기까지 했고.
정하양은 그런 친구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렇다고는 하나─.
“─그래서 은혁이 너는 뭐 없어?” “…어? 어어어어?”
자신만 이대로 당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기회를 보고 있던 그녀가 재빨리 화제를 전환했다.
목표는 누구?
목표는 최은혁.
그녀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에 반해 최은혁은─.
“─얘, 얘들아? 갑자기 왜 이래?”
“최은혁 너는 대체 어떻게 돼가고 있는 거야? 왜 아직도 아무 소식도 들리지 않는 거냐고.”
“내, 내가 뭘….”
“얘가 모르는 척하네? 우리는 이미 다 알고 있다니까?”
마치 궁지에 몰린 쥐처럼.
진파랑 다음으로 덩치가 큰 그가 자신보다 한참이나 작은 정하양과 김민지 앞에서 오들오들 떨었다.
☆
지하 1층과 달리 지하 2층은 워낙 넓었다.
조금이라도 길을 잘못 들였다가는 그대로 미로처럼 복잡한 길을 헤메고 만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은 대개 중간에 야영을 해서 체력을 회복하는 길을 택하고는 했다.
우리야 그럴 필요가 없지.
미로에서 마주치는 몬스터들이야 나한테는 상대도 되지 않고….
길을 헤맬 걱정도 없으니까.
노은하, 진서나, 호시미야 카에데.
세 사람은 일반적인 파티와 다르게 강행군을 감행했다.
마주치는 몬스터를 모두 베어내고, 한 번도 길을 잃지 않고서 던전을 나아갔다.
그리하여 그들은 저녁 무렵이 되어 지하 3층에 도달할 수 있었다.
“─파하고 치즈는 어떻게 가져올 생각을 다했대?”
“내 준비성 철저하지? 은하 너랑 파티를 맺을 걸 가정하니 자연스레 그런 것도 눈에 들어오대? 사람은 역시 여유로워야 하는 것 같아.”
쉬지도 않고 던전을 돌파했다.
그러다 보니 세 사람은 이때쯤에는 허기가 져 있었다.
하여 그들은 빠르게 역할을 나눠 야영준비에 착수했다.
카에데가 텐트를 설치하는 사이.
친구들 사이에서 라면을 끓이는데 정평이 난 은하가 라면을 끓였고, 서나가 밥을 지었다.
한 사람 분량의 전투식량을 까서는 반찬으로 삼기도 했다.
한편, 자신의 일을 끝마친 그녀는 은하의 곁에 다가와서는 놀랄 만한 재료를 보여주었다.
숙주나물, 치즈, 파 등등.
“…잘했어.”
은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진서나의 준비성에 감탄했다.
머지않아 라면은 완성되었고.
그들은 오늘 하루 동안의 노고를 보상받듯 라면을 먹었다.
너무 배가 고팠던 나머지 말없이 라면을 해치웠다.
“지금쯤 하양이네도 저녁을 먹고 있는 중이겠지?”
“그러겠지.”
“부디 배탈이라도 나지 않았으면 좋을 텐데….”
“걔네도 그걸 모르지는 않을 테니 어찌어찌 잘 먹고 있겠지.”
“하긴, 그러겠다. 아, 난 이제 그만 씻으러 갈게. 은하야, 맛있게 먹었어! 뒷정리 잘 부탁해!”
“뭐?” “카에데 너도 나하고 같이 온천에 들어갈 거지?”
“응. 그럼 뒷정리 부탁한다.”
“허, 참….”
저녁을 먹자마자.
서나는 카에데의 손을 붙잡아서는 여탕으로 뛰어가버렸다.
덩그러니 남겨진 은하는 헛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은하는 설거지를 마친 다음에 온천에 들어가야 했다.
끼에에에엑!
탕에 들어가기 전에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었다.
사람만 목욕을 하란 법은 없다.
온천에 몬스터가 있을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은하는 탕 속에 몸을 담그고 있던 고블린들을 처리해야 했다.
“…따뜻하네.”
학생들이 도착하지 않은 덕분에.
은하는 드넓은 온천을 저 혼자서 독차지할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었다는 거지만.
간간이 그는 여탕에 들어가 있는 두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는 했다.
“─그럼 조금만 고생해줘.”
목욕을 하고 나서.
세 사람은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다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먼저 카에데가 보초를 서기로 하고 나머지 두 사람은 텐트에 들어갔다.
텐트는 하나였다.
세 사람으로 이루어진 파티다 보니 텐트를 두 개나 설치하는 것은 그리 효율적이지 않았으니까.
“은하야.”
“왜?”
“그냥 불러봤어.” “얼른 잠이나 자.”
“잠이 안 오네.”
도롱이벌레처럼 침낭 속에 들어간 은하와 서나.
두 사람은 어둠 속에서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었다.
서로를 쳐다보지 않고.
다만 어둠 속을 들여다보며 멍하니 대화를 나누기 때문일까.
두 사람은 평소에는 잘 하지 않는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다.
제법 진솔한 대화였다.
“─하양이랑 어디까지 갔어?”
진솔한 대화였을 터였다.
그녀가 이 말만 꺼내지 않았다면.
은하는 답하지 않았다.
“나한테만 살짝 말해주면 안 돼?”
“…하양이한테 물어봐.”
“하양이는 이런 건 부끄러워해서 말하지 않으려 한단 말이야.”
“그럼 난 안 부끄러워할 것 같아?”
“그걸 말이라고 하니?”
“허….”
어느덧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고.
그는 자신을 향해 돌아누운 서나를 쳐다보았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움직인다.
삼각 귀를 쫑긋이는 모양이었다.
“그러는 너는 어떤데?”
“뭐가?” “은혁이랑 사귀는 거야, 뭐야?” “…….”
이왕 이렇게 된 거.
은하는 터놓고 말하기로 했다.
그러고는 자연스럽게 대화 주제를 그녀에게 넘겨버렸다.
“…사귀는 건 아니야.”
최은혁의 이름이 나오자마자.
숨을 삼키는 소리를 내던 그녀가 뒤척거리는 행동을 멈췄다.
잠시 침묵 끝에.
여우는 어딘가 불만스러운 어조로 은하에게 답했다.
“왜?” “그걸 내가 어떻게 아니?”
“하긴, 그건 그렇지.”
어둠 속에서도.
은하는 진서나의 따가운 눈초리를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볼멘소리를 듣고.
은하는 이내 납득했다.
은혁이 걔는 뭘 하고 있는 거지?
그러고는 속으로 혀를 찼다.
자신이 말할 것은 아니었지만.
10년이 넘도록 답보상태를 지키는 최은혁의 태도가 답답하기만 했다.
민호나 은우는 요즘 뭔가 진전이 있는 모양이던데….
은하가 정하양과 사귀게 된 이후.
친구들의 관계가 조금씩이나마 변하기 시작했다.
은하 자신이 친구들의 연애감정을 자극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민호나 은우의 경우, 최근 이상하게 서먹서먹해졌다.
나쁜 의미가 아니라 좋은 의미로.
생각해보면 그날 미팅을 한 이후로 서로를 조심스럽게 대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최은혁은 뭘 하고 있다는 말인가.
“네가 고백할 생각은 없어?”
“음….”
속으로 최은혁을 한심하게 여기며.
은하는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남자가 고백을 해야 한다는 법은 없었다.
그런 뉘앙스로 말을 꺼냈더니─.
“─나는 못 하겠어.”
“왜?” “…….”
힘없이 말하는 진서나.
여우가 쓴웃음을 지은 듯했다.
이내 은하는 그녀가 말을 잇기를 기다렸다.
“그야 나는…, 아인인걸.”
조심스럽게.
진서나가 대답했다.
“은혁이가 안 그럴 거란 걸 알지만 그래도 조금 무서워. 혹시 은혁이가 나한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건…. 내가 아인이기 때문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해서.”
“걔가 그럴 리가 없잖아.”
“알아. 나도 안대도. 그래도 이건 어쩔 수 없는 거야. 그냥 자꾸…, 그런 생각이 들어.”
“…….”
한 번 말문이 열리자.
그녀는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바를 모두 드러냈다.
겉으로는 태연해하고 있었지만.
고작 아인이라는 것 때문에.
그녀는 여전히 자신을 낮추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이건 내가 앞서 나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만약에 내가 결혼하게 된다면 나랑 그 사람 사이에서 태어나는 아이는 반드시 아인이 되는 거잖아.”
“…그러겠지.”
“그때 그 사람은 자기하고 하나도 닮지 않은 아이를 보고도 기뻐할 수 있을까?” “…….”
진서나의 물음.
은하는 뭐라 답하지 못했다.
아인은 아인밖에 낳지 못한다.
편재의 영향을 받아 태어난 아인은 유전자의 변질로 인해 생물학적으로 자신을 낳은 부모와 아무런 접점도 가지지 못한다.
그러니 배우자의 아이를 가지는데 굉장히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모든 아인들의 고민이라고.
은하는 서나의 첨언을 듣고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가끔 생각해.” “어떻게?”
“차라리 이대로 애매모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너무 깊은 관계를 맺었다가 나중에 상처받게 되는 건 아닐까 무서워.”
“최은혁이 잘못했네…. 그럴 리가 없잖아.” “은혁이가 잘못한 거 맞지? 그래도 사람 일은 모르는 거잖아. 은혁이는 그럴 리가 없을지 모르지만, 은혁이 부모님 마음은 또 다를 거고….”
“아직 사귀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결혼생각부터 하는 건 뭐고?”
“음…, 그건 그래.”
“너는 안 그런 것 같으면서 은근히 걱정을 사서 하는 것 같아.”
“하지만 어쩔 수 없는걸.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건, 정말이지 어려운 문제다.
은하는 그녀에게 명확한 해결책을 내주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듯이 애교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댕댕이 얘가 어디가 어때서.
그럼에도 은하는 편치가 않았다.
그녀가 이런 고민을 하게 만드는 세상이 원망스럽기만 했다.
지금 상황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은 그녀의 마음을 달래는 것밖에 없었다.
“만약에 말이야─.”
그래서 운을 띄었다.
어둠 속에서 붉은 눈이 어렴풋이 보이는 것 같았다.
은하는 그 눈을 쫓으며 말했다.
“─나중에 커서도 은혁이 그놈이랑 아무 일도 없이 혼자 살고 있으면, 그때는 내가 너 데리고 살게.”
“…뭐? 그 말 진짜야?” “그럼 진짜지 거짓말일 것 같아?” “너랑 결혼하는 사람들이 싫어하지 않을까?”
“그럼 마당에다가 집 만들어줄게.” “…응?”
“댕댕이 한 마리 키운다 치지, 뭐.”
“너어….”
“그러니 혼자 살게 될지 모른다고 너무 걱정하지 마.”
눈을 흘기는 듯한 여우 한 마리.
은하는 키득거렸다.
“이제 그만 자자. 잘 자.”
“그래, 너도 잘 자. 내 꿈 꿔.”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곤히 잠이 들었다.
☆
텐트 안에서 말소리가 들려온다.
어딘가 즐거운 듯한 목소리.
“…….”
눈을 감고 주변을 경계하고 있던 호시미야 카에데는 조용히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재미있나 보네.”
텐트로 향하는 시선.
그녀는 텐트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계속 귀를 기울였다.
말로 하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솔직한 마음을 토로하자면 자신도 텐트 안에 들어가서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후우….”
두 사람의 대화에 신경 쓰느라.
집중이 되지 않는다.
카에데는 따뜻한 우유나 마시면서 주위를 환기시키려고 했다.
카에데가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난 바로 그때.
“─응?”
갑작스럽게 감지된 몬스터의 기척.
소스라치게 놀란 카에데는 재빨리 바닥에 떨어져 있던 활을 주웠다.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나.
그녀는 직감에 의지해서는 기척이 느껴지는 방향을 향해 냉큼 시위를 당겼다.
휘이익
마나로 이루어진 화살이 날아가고.
무언가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바닥에 떨어진 존재를 향해 가까이 다가갔다.
“…벌?”
손가락 한 뼘 정도 되는 크기.
제8위계 정도로 보이는 몬스터는 말벌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스르르륵
곧이어 화살에 관통당한 몬스터가 마나의 입자로 변해 사라졌다.
바닥에 조그만 마석이 떨어졌다.
그녀는 마석을 주워들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꼭 관찰당하는 듯한 기분이었는데 이것 때문이었나….”
어딘가 불안한 감각.
그녀는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지고 주변을 샅샅이 탐색했다.
하지만 그녀의 감지망에 걸리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흠….”
그리하여.
아카데미 던전 1일차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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