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525
인간을 잉태시키는 몬스터.
강의에서조차 간접적으로만 들었던 몬스터의 존재를 알게 된 학생들은 크게 동요했다.
눈앞에서 몬스터의 배가 터지면서, 안에서 벌목형 몬스터가 태어났다.
그들이 충격을 받기에는 충분했다.
“”””…….””””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고.
학생들은 뭐라 말할 기운도 없이 묵묵히 젤리 속에 갇혀 있는 이들을 구출해냈다.
“내 배! 내 배! 이게 뭐야!!” “으아아악! 아파아파아파…!!”
“”””…….””””
젤리 속에 갇혀 있다 의식을 찾은 학생들은 자신의 배를 보고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럴수록 분위기는 더 가라앉고.
학생들의 얼굴에는 짙은 그늘이 드리웠다.
다들 말을 하고 있지는 않다지만, 그들은 현재 상황이 절망적이란 걸 몸소 느끼고 있었다.
제4위계 몬스터래.
진짜 어떡하냐. 제4위계 몬스터를 우리가 어떻게 해치우란 말이야….
아직 확인된 건 없잖아…. 그러니 직접 확인하고 난 다음에 생각해도 괜찮지 않을까?
놈이 이만한 규모를 지배하고 있는 걸 보면 모르겠어? 이럴 수 있는 몬스터가 제4위계가 아니면 뭐냐고!
자체적으로 번식을 하는 몬스터도 고위계에 속하는데, 인간을 상대로 잉태시킨다는데 제4위계가 아니면 뭐라고 생각하는데?
학생들이 속에 감춰둔 말.
그들은 자신들의 불안을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직감하고 있었다.
공포가 전염된다.
그리고 던전에서 공포가 전염되면, 그것은 집단의 전멸로 이루어진다.
몇 번이고 위기에 처하고 살아남은 학생들은 이제 그 사실을 숙지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괜찮아. 은하가 있어. 그러니까 괜찮을 거야.”
“”””…….””””
─노은하가 있다.
누군가가 그의 이름을 언급한 순간 학생들은 마음의 동요를 멀리할 수 있었다.
구출조에 가담한 그들은 대다수가 노은하와 인연이 있는 이들이었다.
그가 아카데미 학생의 그릇으로는 재단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맞아. 노은하가 있어. 은하라면 어떻게든 해결해줄 거야.”
“은하라면, 혹시 몰라. 몇 번이나 말도 안 되는 일을 보여줬으니까.”
“난 은하랑 일본도 같이 다녀왔어. 거기서 은하가 뭘 했냐면….”
미지가 공포를 만든다.
인간의 시선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이 그들로 하여금 두려움에 떨게 한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 던전의 주인이 누구인지 명확하게 알고 있었고.
동시에 노은하가 지금까지 보여준, 상식을 벗어나는 힘을 목격한
바가 있었다.
한 사람이 늘어놓은 노은하에 대한 무용담은 이제 세 사람, 다섯 사람, 열 사람으로 번지고.
그리하여 공포는 희석된다.
“”””─은하라면 할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우리는 우리 일을 하는데 집중하면 되는 거야.””””
적의 정체를 파악한 그 순간부터.
노은하는 소위 노은하 사단원들을 소집해 회의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학생들은 한편에서 모여 앉아 있는 그들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들의 시선에 열의가 담기고.
그들은 절망적인 현실을 직시하고 사람들을 구출하는데 힘을 들이기로 했다.
바로 그때였다.
“─거, 건웅이…! 건웅이도 분명히 여기 있을 거야…! 그때 나랑 같이 잡혀왔단 말이야!”
“”””…….””””
의식을 되찾은 학생 한 명이.
기절하기 직전에 꺼낸 발언.
그 말이 다시금 학생들의 마음에 동요를 일으켰다.
☆
KK그룹의 직계, 김건웅.
그가 요새 어딘가에 있다는 소식이 삽시간에 퍼졌다.
그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던 학생들은 크게 동요했다.
“건웅이도 여기 있대!”
“그럼 건웅이도 설마….”
“건웅이 잘못됐으면 어떡하지?”
“샅샅이 찾아! 어딘가에 건웅이가 있을 거야!”
“안 보여! 내가 아까 봤을 때에는 건웅이는 보이지 않았다고!”
“그럼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아씨, 어쩌다가….”
KK그룹의 직계다.
김건웅의 생사는 KK그룹의 영향과 직결된다.
그 자리에 있던 학생들 중에서는 KK그룹의 후원을 받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을 중심으로 퍼져나간 불안은 다른 그룹의 후원을 받는 학생들의 불안도 부추겼다.
김건웅도 여기 있었을 줄이야….
한편 은하는 이를 빠득 갈았다.
친구들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회의를 하고 있던 중이었다.
회의의 논의안건은 각군봉이 있을 구역까지 나아가느냐 마느냐.
각군봉이 존재하고 있을 구역에도 붙잡힌 학생들이 있을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애초 각군봉을 해치우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논의안건이 아니었다.
은하가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들 모두 제4위계 몬스터를 토벌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제4위계 몬스터야.
던전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이상 단순히 제4위계 몬스터가 아니라, 적어도 위계를 반 단계는 더 올려서 생각해야 하는 몬스터라고.
우리끼리 쓰러뜨릴 수 있는 녀석이 아니야.
친구들이 유망주로 손꼽힌다 한들, 그들은 플레이어가 아니었다.
약하다는 뜻이 아니었다.
플레이어로서 경험이 부족하다는 뜻이었다.
고위계 몬스터를 눈앞에 두고서도 실수하지 않을 수 있는 경험이.
제5위계 몬스터라면 모를까….
제4위계부터는 죄다 차원이 다른 놈들뿐이야.
그런 놈을 경험도 없는 애들하고 어떻게 해치우란 말이야. 나 혼자서 해치울 수 있을 리도 없고.
인간에게는 한계가 있다.
인간이 아무리 강해진다 하더라도 인간인 이상 인간의 그릇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제4위계, 제3위계, 제2위계 그리고 존재가 불분명한 제1위계 몬스터는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하지 못하는 놈들이었다.
단신으로 그런 놈들을 상대하는 건 미친 짓이었다.
물론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위계란 결국 몬스터의 힘이 아닌, 몬스터가 인류에게 얼마나 위험이 되는지에 따라 분류되는 기준이야.
같은 제4위계라고 해도 개체 간의 힘 수준이 미묘하게 다르기는 해.
각군봉이 제4위계로 분류된 이유는 첫째는 놈이 군단을 지휘할 수 있는 몬스터라는 점이었고, 둘째는 놈이 종족을 불문하고 몬스터를 잉태시키는 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단순 위험으로 따진다면 같은 위계에 해당하는 몬스터들보다 뒤떨어지기는 했다.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미친 짓은 미친 짓이야.
그런 놈들하고 단신으로 싸우려면 목숨을 내놓고 싸워야 한다고.
대개 제5위계를 시작으로.
고위계라 불리는 몬스터들.
마나관리기구는 놈들과 싸울 때는 반드시 파티 이상의 단위로 싸우길 권장했다.
그만큼 위험했고.
단신으로 싸울 경우에는 목숨을 걸 각오를 해야 했다.
제5위계까지는 어찌어찌 괜찮아.
하지만 제4위계부터는 내 힘으로도 힘들어.
이전 삶에서 노은하는 단신으로 제4위계 몬스터를 토벌한 전적이 있었다.
그때도 죽다 살아남았었다.
현재 자신이 회귀 전의 자신보다 강해졌다는 자각을 가지고 있기는 하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인간’의 기준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목숨을 걸면서까지 녀석을 쓰러뜨려야 하는 이유는 없어.
은하는 냉정했다.
이천서가 각군봉의 알을 잉태한 게 몹시 기분이 나쁘기는 했지만.
차은우와 이천서 자신의 기프트가 어우러진다면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그 밖의 다른 학생들이야 자신이 알 바가 아니었다.
안타깝게도 은하는 자신의 사람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문제는─.
─김건웅이지….
KK그룹의 직계, 김건웅.
그의 이름이 거론된 이상 은하는 그를 모른 척할 수 없었다.
은하가 원하지 않았다고 한들.
세상은 이제 파티를 이끄는 은하와 김건웅의 생사를 관련 지으려고 할 것이다.
그런 세상이다.
“”””…….””””
은하는 벌써부터 자신을 쳐다보는 학생들의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
그가 앞으로 내릴 결정이 김건웅의 생사를 결정하게 될 것이기에.
“─노은하.”
“아, 다녀왔어?”
“어.”
바로 그때.
정찰을 보냈던 호시미야 카에데와 진파랑이 복귀했다.
두 사람의 역할은 이 공간 외에도 몬스터를 생산하는 공간이 있는지 찾아보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땠어?” “이 방이 마지막인 것 같아.”
“그래? 다행이다.”
은하는 다급히 보고를 받았다.
카에데의 말을 들은 그는 그제야 안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주 잠시에 불과했다.
카에데가 심각한 낯빛을 하고서는 말을 이었기 때문이다.
“─보스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방을 발견했어.” “…….”
“그리고 몬스터들이 애들을 데리고 그 방으로 들어가는 걸 목격했고.” “…그래. 알았어.”
구해야 하는 학생들이 남아 있다.
그 학생들은 보스의 방에 있고.
아마 거기에 김건웅도 있으리라.
은하는 이내 카에데와 진파랑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며 물을 벌컥 들이켰다.
젠장….
슬슬 이곳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쯤이면 벌목형 몬스터들도 슬슬 자신들의 존재를 알아차렸을 터.
이제 은하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노은하. 그래서 어떻게 할 거지?”
“나는 뭐 네 선택에 맡길게.”
“은하야….”
“나도 뭐…, 네가 결정해. 난 그냥 네가 하라는 대로 따르지.”
“노은하.”
“…….”
전부를 살리느냐.
아니면 일부만 살리느냐.
목민호, 배수빈, 차은우, 진파랑, 카에데 그리고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아리엘.
은하는 자신의 친구들을 시작으로, 자신에게 향하는 학생들의 시선을 돌아보았다.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파티를 둘로 나눌 거야. 하나는 붙잡힌 학생들을 데리고 이 요새를 빠져나가는 파티. 하나는 아직 여기 어딘가에 붙잡혀 있는 애들을 구해 탈출하는 파티.”
파티를 다시 둘로 나누겠다.
탈출조 그리고 구출조.
은하의 결론을 들은 그들은 그제야 안심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 역시 마음 같아서는 붙잡힌 학생들을 구하고 싶었지만 현실이 녹록치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파티를 지휘하는 은하가 다 같이 탈출하기로 결정했더라도 불만을 표하지 않고 따랐으리라.
그러나 그들은 죄책감을 느끼면서 이날 이때를 계속 기억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은하의 결정을 반겼다.
반기고, 그를 믿었기에─.
“─나도 갈게.”
“아, 나도.” “”””나도.””””
친구들은 전원이 구출조에 남기를 희망했다.
은하는 자신을 따라 남겠다고 하는 그들의 결정에 내심 흡족해했다.
마음이 든든하기는 했지만 그들을 모두 데려갈 수는 없었다.
“은우 너는 탈출조에 들어가야 해. 네 기프트로 애들 뱃속에 있는 알이 부화하지 못하게 지연시켜야 해.”
“…알았어. 그럼 탈출조로 갈게.”
우선 차은우.
은하는 그녀의 참가를 거절하고는 그녀를 탈출조에 편입시켰다.
이어서 진파랑, 아리엘을 탈출조로 보냈다.
“수빈이 넌…. 나랑 같이 남자.”
“알았어. 애들 데리고 탈출하느라 진 빼는 것보다는 몬스터 죽이는 게 훨씬 낫지.”
배수빈은 구출조에 넣기로 했다.
배수빈은 화염마법을 사용할 수가 있었다.
화염마법은 벌목형 몬스터들에게 약점이 되는 마법이었다.
아직 남아 있는 학생들을 구하다 벌목형 몬스터들에게 포위당하게 될 가능성도 상정해야 했던 것이다.
뒤이어 은하는 카에데와 목민호를 구출조에 넣었다.
“─안 돼. 민호 얘도 지금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단 말이야. 있어봤자 괜히 짐만 될 거야.”
“은우야….”
그러던 중.
차은우가 민호를 구출조에 넣으면 안 된다고 말을 보태기는 했다.
그녀의 말도 일리가 있기는 했다.
어떻게 하지?
민호 대신 바보 형을 구출조에다 넣을까?
은하가 생각에 잠긴 그때.
“─가게 해줘. 나는 여기 남아서 사람들을 구하고 싶어.”
목민호의 태도가 완고했다.
은하는 목민호가 단호하게 말하는 모습에 입을 다물었다.
그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다.
반면 차은우는 다른 모양이었다.
“내가 말했지. 다른 사람 목숨보다 네 목숨을 더 중요하게 여기라고.”
“내 몸은 당연히 우선할 생각이야. 다시는 그때하고 같은 일이 없도록 할게. 약속해.”
“…정말이야?” “나도 내가 더 중요해. 다른 애들 구하다가 죽고 싶은 것도 아니고. 약속해. 정말이야.” “…알았어. 믿을게.”
목민호와 차은우의 설전.
은하는 두 사람의 대화방향에 따라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이윽고 차은우는 목민호의 태도를 못마땅해 하면서도 받아들였다.
대신 그녀가 몇 번이고 당부했다.
“─은하 옆에 꼭 붙어 있어. 만약 위험하다 싶으면 옆에 있는 은하를 냅다 던져서라도 살아남아야 한다? 꼭이야, 꼭?”
“…알았어. 약속할게. 그럴 경우엔 은하를 제물로 바치도록 할게.”
“야, 야, 야. 이것들이 진짜….”
이래서 검은 머리 차은우는 거두지 말란 말이 있는 거구나 하고.
은하는 뒤늦게 후회했다고 한다.
☆
본래 있던 파티를 구출조와 탈출조로 나누는 작업이 빠르게 이어졌다.
그사이, 파티가 배정된 학생들은 아직 갇혀 있는 학생들을 구해냈다.
마침내 몬스터를 생산하는 방에서 학생들을 모두 구출했을 때.
“수빈아.”
“알고 있어.”
방을 빠져나온 학생들.
은하는 배수빈에게 명령했다.
고개를 끄덕인 그녀가 손을 내밀어 영창을 시작했다.
“”””…….””””
방을 빠져나오기 전.
은하는 학생들을 시켜 구석구석에 신호를 받는 즉시 폭발하는 트랩을 설치하라고 지시했다.
그녀가 지금 영창하고 있는 마법은 트랩을 폭발시키기 위한 기폭장치라 할 수 있었다.
─터져라.
이윽고.
배수빈의 주변을 연기처럼 떠돌던 마나가 바람을 타듯이 방 안쪽으로 질주했다.
트랩이 폭발했다.
─콰콰콰콰콰쾅!!
지축을 울리는 충격.
그러나 차은우가 보호마법을 펼쳐 소리는 그리 크지 않았다.
최대한 몬스터들이 알지 못하도록 해야 했으니까.
그러면서도 방 안을 폭파시키도록 감행한 이유는─.
─이 이상 각군봉이 몬스터를 낳게 할 수는 없으니까.
자체적으로 몬스터를 증식해내는 몬스터가 무서운 것은 잠깐 사이에 셀 수 없이 많은 몬스터를 만들 수 있다는 것.
녀석들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는 은하는 이대로 이 방을 지나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끼이…이이….
푸드르릉….
키이크으….
그러나 폭발에 휘말려 목숨을 잃은 몬스터는 손에 꼽을 만했다.
녀석들을 감싸는 젤리가 지면으로 추락하는 충격을 상쇄시킨 것이다.
물론 은하도 예상한 바였다.
“바보 형.”
“오냐.” “애들 잘 챙겨. 형만 믿을게.” “그래, 이 형님만 믿고 있으라고. 너야말로 잘해.”
“부탁해.”
일단 은하는 진파랑이 선두를 서는 탈출조를 먼저 보내기로 했다.
잠시 후, 탈출조가 떠났다.
그들이 떠난 것을 확인한 은하는 이제 자리에 남아 있던 학생들에게 말했다.
“다들 카에데 따라 먼저 가 있어. 나는 남아 있는 놈들 좀 정리하고 갈 테니까.”
“혼자 다할 수 있는 거냐?”
“얼마 안 걸릴 거야. 먼저 가.”
“그래, 알았어. 조심해.”
“너도.”
목민호가 미심쩍어하기는 했지만.
은하는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고서 구출조를 먼저 보냈다.
어차피 그가 마음만 먹으면 그들을 따라잡는 건 일도 아니었다.
이내 홀로 남은 은하는─.
─이놈들을 이대로 가만히 내버려두고 갈 수는 없어.
은하는 두 자루의 검을 쥐었다.
무너진 공간 속으로 발을 디뎠다.
지면에 떨어진 몬스터들이 의식을 되찾고 꿈틀거리고 있는 가운데.
끼이이…이이….
구슬프게 들리는 소리.
놈들이 울어댔다.
은하는 그 소리를 무시하며 칼날에 마나를 씌웠다.
“잘 가라.”
푸르른 마나가 점점 검게 변하고.
칼끝에서 액체가 뚝뚝 떨어진다.
은하는 마법이 진득하게 묻어나는 검을 휘둘렀다.
월무
바일런트 베놈
미친 듯이 주변에 있는 몬스터에게 검을 휘둘러댔고.
조금이라도 칼에 베인 몬스터들은 머지않아 패혈독에 중독되었다.
“애들이라면 몰라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이런 마법을 보여줄 수는 없지.”
독이 독을 부른다.
독에 걸린 몬스터가 피를 토하면서 목숨을 잃고, 녀석들의 피를 맞은 놈들도 비슷한 식으로 절명한다.
패혈독의 연쇄.
연쇄가 끝이 난 세상에서.
노은하는 외로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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