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540
짜고 치는 고스톱이기는 했으나, 실제로 정재계의 사람들은 뭐라고 비방할 수가 없었다.
제아무리 노은하, 한서현, 정하양을 헐뜯기 위한 자리와 같았다 한들, 대외적으로 그럴듯한 명분이 있기 마련이었다.
결국 다른 사람들이 납득하지 못할 명분은 제 얼굴에 침을 뱉는 것과 같았다.
그래서 은하는 최선이라 생각했다.
생각했는데─.
“─유천 오빠가 그렇게 좋아?” “겁쟁이.”
“나한테 왜 이래….”
여친과 약혼자는 무언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 기색이었다.
두 사람을 마주한 은하는 괜스레 기가 죽었다.
“아하하…. 내 역할은 끝난 듯하니 나는 지인들 만나러 가볼게. 은하야, 어…, 수고해.” “형, 나도 같이 가!”
“어…, 난 오늘 형 호위로 온 거니 나도 같이….”
“어디 가려고?” “어디 가려는 거니?” “”…….””
이내 이유천과 유도준이 슬그머니 자리를 피했고.
은하는 그대로 버림받았다.
앞에서는 여친과 약혼자가 입가를 끌어올리고 있었다.
등골이 서게 하는 웃음이었다.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여름이기 때문이었을까.
은하는 식은땀이 났다.
마음 같아서는 우보를 써서 당장 도망치고 싶다.
그런데 두 사람이 은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의 손목을 덥석 붙잡았으니.
“……!”
왼쪽에는 정하양이요.
오른쪽에는 한서현.
그녀들이 그의 손목을 꽉 쥐어서는 낮게 으르렁거린다.
“나랑 인사하러 다녀야지….”
“오늘 하루는 쉴 생각하지 마렴.”
“…네.”
두 사람에게 양 손목을 붙들린 채.
노은하는 그녀들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지옥을 예감했다.
☆
교제사실을 밝히기 위하여 주변에 인사를 하러 다닌다.
하지만 은하가 정작 인사를 하러 다닐 필요는 없었다.
“하양아, 축하해. 네가 어릴 때부터 좋아했다는 소꿉친구 맞지? 드디어 마음이 이뤄진 거네? 잘 됐다.”
“응! 고마워, 언니. 은하야, 이쪽은 내가 모임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친절하게….”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예전부터 하양이한테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하양이 울리기만 해봐요? 그때는 제가 가만 안 둘 거니까 그런 줄 아세요.”
“에이, 언니, 그러지 마.”
나이 차이가 그리 많이 나지 않는 또래들 중에서 정하양과 한서현은 어느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위치에 서 있는 사람들이었다.
앨리스그룹의 서열은 재계 4위.
시리우스그룹의 서열은 재계 2위.
재계그룹 간의 서열이 어디까지나 그룹이 보유한 자산에 순위를 매긴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나.
그럼에도 재계 2위와 4위가 가진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니 재계그룹의 또래 직계들은 알아서 숙였다.
은하가 정하양과 한서현과 나란히 서 있기만 하더라도 알아서 찾아온 것이다.
“휴우….”
찾아다닐 수고는 덜었다지만.
발걸음도 떼지 못하고 가만히 서서 사람들을 상대하는 것도 곤혹이었다.
사람들이 거의 줄을 서서 인사를 해오고 있다.
이거를 이따가 아래층에 내려가서 또 해야 한다니….
그야말로 학을 떼고 있는 상황.
은하는 자신의 곁에서 내색 없이 사람들을 상대하고 있는 정하양에게 혀를 내둘렀다.
정하양만이 아니었다.
바로 근처에서는 한서현이 일일이 그녀의 주변으로 몰려든 사람들을 상대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여기 인사가 끝나는 대로 나는 또 저기로 가서 인사해야 한다는 거지?
그룹 직계들이 뭐 이리 많아….
은하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현재 그는 일정 시간을 기점으로 약혼자와 여친의 옆을 오가고 있는 중이었다.
은하는 정하양에게 인사를 하러 온 사람들과 인사를 마친 다음.
잠깐 쉬지도 못하고 한서현에게 가 그녀를 보러온 사람들하고 인사를 주고받아야 했다.
당연히 두 사람의 곁을 오가다가 한 번 인사를 한 사람들과 마주치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어? 아까는 하양이 남친이었고, 이번에는 서현이 약혼자로 만나네? 하양이도 울리면 가만 안 둘 거지만 서현이도 울리면 가만 안 둘 거야, 알지? 어쨌든 약혼한 거 축하해!”
“…감사합니다.”
물론 앨리스그룹, 시리우스그룹과 양호한 관계를 맺고 있던 사람들은 마냥 재미있다는 식으로 넘겼다.
은하야 한 번 먹을 욕을 한 번 더 먹게 되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하양이랑 서현이가 기분이 좋아 보이니 다행이네.
한서현에게 몰려든 인파가 한 차례 사라지고.
은하는 정하양의 곁으로 돌아가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다.
쉴 틈이 없어 피곤하기는 했으나 자신과 교제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무런 욕도 먹지 않고 축하를 받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러던 중─.
“─은하야.”
“왜?”
자신보다 1살 많다는 청년과 한창 통성명을 나누고 있는데.
정하양이 슬그머니 그의 옷자락을 끌어당긴 것이다.
그녀가 귓속말을 했다.
“아무래도 서현 언니한테 가는 게 나을 것 같아.” “왜?”
“그게….”
걱정스러운 어조.
은하는 하양의 말을 듣고 곧바로 서현이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한서현이 어떤 남자와 대화를 하고 있었으니까.
“그냥 인사하는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서현이 언니가 불편해할 것 같아서….”
YH그룹의 직계, 최예장이다.
한서현의 전 약혼자.
“알았어, 내가 가볼게. 하양이 너는 여기서 잠깐 기다려줘.”
“나는 괜찮으니까 어서 가. 그리고 오늘 와줘서 정말 고마워.”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자리인데 당연히 와야지. 다녀올게.”
“…응!”
정하양이 부드러이 등을 떠밀고.
은하는 이내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입술을 맞췄다.
그녀의 얼굴이 부드러이 펴지고, 그녀와 대화를 나누러 온 사람들이 꺅꺅거렸다.
☆
한서현과 파혼을 하게 된 이후로.
최예장은 남자로서 문제가 있다는 소문에 휩싸여야 했다.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기는 했지만 약혼의 결격사유가 그에게 있었으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예진이 넌 여기에 있어.” “오빠는 어디에 가려고?”
“…서현이한테.” “오빠, 미쳤어?” “안 미쳤어. 괜히 따라오지 말고, 너는 정하양한테 가 있어.”
당연히 지난 1년 간.
최예장은 정재계의 사람들로부터 보이지 않는 손가락질을 당해왔다.
평판은 엉망진창이 되었고.
자존심은 철저하게 짓밟혔다.
최악이나 다름없는 1년이었다.
아니, 지금도 현재 진행 중이다.
그런데─.
─너는 좋아 보이는 구나.
한서현은 자신과 달랐다.
최예장은 사람들 속에서 오랜만에 전 약혼자를 볼 수 있었다.
그녀는 화사한 조명 아래에서 환히 반짝이고 있었다.
“한서현이 저런 얼굴을 했었나?” “쟤 뭐니? 예전에는 안 저랬잖아.” “와…. 쟤도 웃기는 하는 구나…. 난 처음 봤어.”
노은하의 옆에서.
한서현은 화사하게 웃고 있었다.
언제나 사람들 앞에서는 무뚝뚝한 얼굴을 보여주고는 했던 그녀가.
주변 사람들도 놀랄 정도였으니, 한서현의 전 약혼자였던 최예장이 눈치 채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오랜만이야, 서현아.” “…….”
그것이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노은하가 사라지고, 홀로 사람들을 상대하던 한서현에게 다가갔다.
인파를 가르고 나타난 그를 보고, 한서현은 흠칫한 표정을 지었다.
“”””…….””””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두 사람의 관계를 모르는 사람들은 한 명도 없었다.
사람들이 침묵하고, 그들의 시선에 호기심이 차올랐다.
“…오랜만이이에요.”
침묵 속에서 떨어진 목소리.
잠시 당황한 듯했던 그녀는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편안한 얼굴로 그를 대했다.
빠득
최예장은 이를 빠득 깨물었다.
내심, 그녀가 자신을 보고 조금은 미련을 보이기를 바라고 있었다.
아니면 사람들에게 욕을 먹고 있는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에 대해 어떠한 감정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잘…, 지냈어?” “…네, 덕분에 잘 지냈어요.”
“…그렇구나.”
빠득 하고 이를 악물고.
부릅 하고 주먹을 쥐었다.
도대체 뭐가 ‘덕분에’라는 말인가.
누구는 이 지경이 됐는데.
최예장은 저 홀로 고고히 서 있는 한서현에게 증오심이 일었다.
왜, 어째서.
자신만 더러워져야 한다는 말인가.
왜 너는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다른 남자의 여자가 되어 내 앞에 서 있느냐는 말이냐.
최예장은 화가 났다.
화가 나서─.
“─잘 지내고 있었다면 다행이네. 나는 아직도 네가 보낸 편지를 계속 보관하고 있는데….”
“”””…….””””
구질구질해지기로 했다.
한서현에게 흠집을 내기로 했다.
너도, 어디 나처럼 몰락해봐라.
최예장은 입을 떼지 못하고 있는 한서현을 보고 피식 웃었다.
“그러고 보니 이맘때였나? 옛날에 네가 일본에서 돌아오면 단 둘이서 YH월드에 놀러가자고 했었잖아.” “”””…….””””
“바이킹은 무서워서 타지 못한다고 편지 보냈었지? 은하는 너 바이킹 못 타는 거 아니?”
“”””…….””””
“그것도 있었지, 참. 네가….”
사람들이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고 있는 가운데.
한서현이 굳어 있는 가운데.
최예장은 있는 사실, 없는 사실을 이 자리에서 폭로했다.
자신의 평판을 떨어뜨린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어차피 떨어진 평판이기에 그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
그러니 진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어디까지나 듣는 사람들의 몫이었다.
그가 그렇게 생각하며 거짓을 계속 진실로 날조해갈 때─.
“─미안, 기다렸지?” “…은하야.”
“”””……!””””
“뭐하고 있었어?”
별안간 불쑥 튀어나와서는.
뒤에서 한서현의 어깨에 팔을 두른 노은하.
그가 멋대로 머리칼에 손을 대자, 한서현이 흠칫 몸을 떨었다.
“하양이 쪽은 다 끝났니?” “거기도 아직. 근데 여기가 사람이 더 많아 보여서 이리로 왔지.”
“…그래.”
“…….”
그러다가 그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그의 손길에 몸을 맡기는 한서현.
최예장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방금 내가 언뜻 들은 것 같은데 놀이공원 가고 싶었어? 말을 하지.” “…아니, 별로.”
“그거 가고 싶으면 나랑 갈래?”
“뭐?”
“나랑 가자고. 마침 방학 때니까 시간도 널널하겠다 잘 됐네.” “…….” “왜? 싫어?”
“아니, 좋아. 그래, 같이 가자.”
자신의 존재를 완전히 무시하고.
눈앞에서 염장질을 해대는 한서현 그리고 노은하.
최예장은 이를 악물었다.
바로 그때─.
“─그런데 누나 앞에 있는 사람은 누구야? 나한테도 소개시켜줘.” “…YH그룹의 최예장 오빠라고 해. 너보다 3살 많아.”
“아, 그렇구나. 반가워.” “…반갑다.”
이미 알고 있으면서.
처음 만난다는 식으로 능청스럽게 통성명을 대는 노은하.
최예장은 그와 악수를 나누었다.
그리고─.
“─윽…!”
“서현이한테 이야기 잘 들었어.”
“…큭….”
“나이도 3살 차이밖에 안 나니까 말 편하게 놓을게. 그래도 되지?”
“”””…….””””
손이 으스러질 것 같다.
최예장은 표정을 관리하지 못하고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사람들이 그걸 모를 리 없었다.
그는 얼굴이 시뻘겋게 변하고서야 노은하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너…, 너 이 새….” “뭐.” “…….”
그가 화를 내기 직전.
최예장은 뒤에서 한서현을 안은 채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노은하를 올려다보았다.
1년 전까지만 해도 키가 엇비슷한 상황이었으나.
불과 1년 사이에 노은하가 훌쩍 커서는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왜, 뭐 할 말 있어?” “아, 아니….”
본능적으로 느끼고 만 패배감.
최예장은 절로 고개를 숙였다.
“그럼 잘 가고. 미안한데 우리가 좀 바쁘거든. 가자, 서현아.”
“그래.”
무언가가 발목을 붙드는 느낌.
최예장은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한서현이 노은하의 팔을 껴안은 채로 멀어진다.
“아, 그리고─.”
몇 걸음을 가지 않고서.
돌연 휙 고개만 돌리는 한서현.
최예장은 고개를 들었고.
그때 한서현의 입가에 걸린 웃음은 명백한 조소였다.
“─전 오빠한테 편지를 보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그, 그럼….”
“저희 집 운전기사가 보낸 거예요. 저번
달에 퇴직하셨지만.” “…….” “그리고 저 바이킹 좋아해요.”
한서현이 키득거리며 사라진다.
최예장은 주변 사람들이 그걸 듣고 자신을 비웃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나마 남아 있는 자존심마저 뭉개지는 기분이었다.
그에 비해 그녀에 대한 증오심은 더없이 치솟았고─.
“─……!!”
냅다 한서현을 욕하려던 그는.
바로 직후 노은하의 눈과 마주하고 공포에 집어삼켜졌다.
☆
“여기는….”
최예장, 그가 정신이 들었을 때는 웬 낯선 거리 한복판에 서 있었다.
“…….”
마치 과거에 떨어진 듯한 풍경.
걸어가는 사람들이 뭐라 떠들지만 이상하게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눈앞으로 인력거가 지나간다.
“─어?”
그때 인력거는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멈추고.
새까만 옷을 입은 남자가 내린다.
남자는 그를 보고 씩 웃었다.
“뭐, 뭐야….”
남자가 자신을 향해 다가온다.
위험하다고.
최예장은 본능적으로 감지했다.
그는 허겁지겁 자리를 피하기 위해 도망치려고 하였으나─.
─탕!!
남자는 그보다 더 빨랐으니.
별안간 품속에서 총을 꺼낸 남자가 방아쇠를 당겼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 세상이었건만.
최예장은 화약이 터지는 소리만은 선명하게 들을 수 있었다.
“─……!!”
세상이 느리게 보이고.
최예장은 총구를 빠져나간 탄환이 자신에게 천천히 날아오는 장면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자연히 탄환이 어디로 날아오는지 예상할 수 있었고.
ㅇ ㅏ ㄴ ㄷ ㅗ ㅐ ㅇ ㅐ ㅐ ㅐ
좋지 않은 곳으로 날아온다.
피해야 한다.
하지만 세상은 느리게 보이건만, 몸은 생각처럼 움직여지지 않았다.
느리다.
이대로 가다가는 탄환이─.
──!!
탄환이 그곳에 닿는다.
고통보다는 탄환이 옷가지를 뚫고, 얇은 피부를 헤치며, 점점 안쪽으로 파고 들고 있다는 공포가 엄습한다.
공포는 순식간이었고.
또한 기습적이었다.
몸이 고통에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정신이 비명을 질러댄다.
그리하여 멀어져가는 의식 속에서 그는 모자를 눌러쓴 남자가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짓는 것만을 기억할 뿐이었다.
…….
블랙아웃.
☆
“─…….”
정신이 들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낯선 천장이었다.
최예장은 자신이 어째서 침대 위에 누워 있는 것인지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바로 조금 전에 있었던 듯한.
꿈이었으면 좋겠을 일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그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
주위를 둘러보니 병원인 듯했다.
환자복을 입고 있다.
상황을 인지한 최예장은 이내 몸이 덜덜 떨리는 기분을 느꼈다.
아니다.
아니어야 한다.
입술이 파르르 떨리고.
그는 거의 발작을 일으킬 것처럼 아래쪽으로 손을 움직이려 했다.
바로 그때─.
─벌컥
소리가 들리지 않는 세상에서 돌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
이윽고 병실 안으로 들어온 그들이 그의 침대를 둘러쌌다.
…아니야.
아닐 거야.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들.
그들 중 제일 앞에 선, 나이 많은 남자가 입을 연다.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최예장은 남자가 자신에게 뭐라고 말하는지 직감할 수 있었다.
“…….”
아니야.
의식이 끊어질 것 같다.
하지만 확인해야 한다.
그는 손을 뻗어 아래를 더듬었다.
“……!”
없다.
잡히지 않는다.
아무것도 없다.
없어 없다고 이게 왜 없는 거지 없다 없어 없다고 아무리 만져봐도 없다니까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ㅇ ㅗ ㅐ….
ㅇ ㅓ ㅂ ㅅ ㄴ ㅡ ㄴ…,
ㄱ ㅓ ㅇ ㅑ ㅇ ㅏ ㅏ ㅏ….
블랙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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