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543
『마나는 유전되지 않는다.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것도 아니며, 후천적인 요인으로도 정해지지 않는 체내 마나!
오로지 자연의 섭리에 의해 존재가 평생 품을 수 있는 체내 마나량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그것은 평등하지 않은 이 세상에서 우리 모두에게 평등하게 주어지는 선물(기프트)이면서 선천적 자질이 아닐까.
망할, 신의 주사위 놀음!
결국 인간은 과학혁명을 시작으로 신이라는 개념을 배제해 갔음에도 지금도 여전히 신에게서 완전하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어처구니가 없게도, 신이 사라진 세상에서 말이다.
심지어 아둔한 사람들은 몬스터를 눈앞에 두고 도망치려 하지도 않고 존재하지 않는 신에게 살려달라고 빌고 있는 상황이다.
그 사람들은 오죽 빌 데가 없으면 마나를 신으로 떠받들고 있기까지 한다.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과학자로서 정말 개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중략)
…서 나는 무정부상태가 되어버린 세상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철인이 등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몬스터가 만연하고, 질서가 사라진 아비규환의 세상!
따라서 누구도 감히 거역하지 못할 힘을 가진 철인이 혼돈을 정리하고, 새로운 질서를 편성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그는 바로 초인(超人)이다.
마법을 사용하여 몬스터를 죽이고, 인간이면서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힘을 지닌 사람들.
언젠가부터 플레이어(Player)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했던가.
아무튼, 플레이어가 새로운 세상의 기준이 되고 기득권이 되어야 한다.
(중략)
…라고 그분은 말씀하셨다.
전율이 일지 않을 수 없다.
이 내가, 신을 정복하는 인간이 될 영광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야기를 정리하겠다.
마나는 유전되지 않는다.
누구도 태어날 때 정해지는 운명을 어찌할 수가 없다.
우리 인간의 한계를 결정짓는 것을 현대 과학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하지만 체내 마나는 심장에서부터 기인한다.
그렇다면 방대한 마나를 품고 있는 사람의 심장을 꺼내어 다른 사람의 몸에 이식한다면, 과연 그 사람의 체내 마나는 어떻게 변화할까?
체내 마나가 심장에서 기인하므로 방대한 마나를 만들어내는 심장을 이식한 사람은 몸에 방대한 마나를 품게 되는 것이 아닐까.
선천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인간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후천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인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인간을 만든다는 점에서, 내가 앞으로 하게 될 일이 대관절 신이 인간을 창조하는 일과 무엇이 다르다는 말인가!
언젠가 나는 신을 죽인 인간으로서 역사에 길이길이 남게 될 것이다.
내가, 신이다!
(중략)
…하여, 나는 기존 인간보다 더욱 우월한 인간을 창조해낸다는 점에서 이 프로젝트의 이름을 다음과 같이 부르기로 했다.
「신인류 프로젝트」라고.
─ 닥터 데우스의 연구일지 중』
☆
이전 삶에서.
영원그룹이 아예 해체될 뻔한 일이 일어난 적이 있었다.
영원그룹뿐만이 아니었다.
…세상이 거하게 들썩였었지.
기득권들이 뿌리째 뽑혀나갈 뻔한 사건이었으니까.
많은 그룹이 얽혀 있었다.
깨끗하지 않은 그룹이 없었다.
어떤 식으로든 각 그룹의 자금이 그곳으로 흘러들어간 것이다.
영원 신약 연구소로.
몇 십 년 동안, 사람들이 모르게.
서울에서 떨어져 있던 연구소에서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던 프로젝트가 하나 있었다.
당시에 세상에 공개된 프로젝트의 이름은─.
─신인류 프로젝트….
신인류 프로젝트.
강화인간, 아니, 강화 플레이어를 만들기 위한 연구였다.
몬스터가 만연하는 세상이었으니, 몬스터를 쓰러뜨리는 것에 최적화된 인간을 만들겠다는 취지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는 연구의 내용 때문이었다.
생물과 무생물을 구분하는 기준은 그 존재가 존재에 활력을 넣어주는 마나를 만들어내는 기관을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야.
인간으로 따진다면…, 그런 기관은 심장이라고 할 수 있어.
방대한 마나를 품고 있는 사람을 만들겠다는 이유로.
영원 신약 연구소는 방대한 마나를 품고 있는 사람의 심장을 적출해, 전투에 특화된 몸을 지닌 사람에게 이식하는 연구를 벌였다.
인체실험이었다.
불법적으로 이루어진 연구.
그들은 브로커를 통해 강압적으로 사람들을 납치해 비인륜적인 실험을 벌였던 것이다.
심지어─.
─실험체는 빈민가나 근처에 사는 하층민으로 이루어졌었지….
밑바닥 인생을 사는 사람들.
실종이 되더라도 누구도 찾지 않을 세상에 버림받은 사람들.
사회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 그리고 거리를 떠도는 원더런들.
그러한 약자들이 몇 십 년에 걸쳐 심장을 적출당해 죽었다는 소식에 사람들은 공분했다.
사람들은 영원그룹을 규탄하는데 목소리를 높였으며.
영원 신약 연구소가 벌이는 일에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준 정재계의 사람들도 도마 위에 올랐다.
결국 정재계에는 대대적인 쇄신이 벌어졌다.
그래봤자 눈 가리고 아웅인 셈이나 다름없었지만….
이 시기에 을 겪은 세대가 대대적으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일이 발생했다.
재앙 속에서 하나의 그룹을 일궈낸 사람들이 대대적으로 은퇴를 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었다.
당연히 그들 중에는 사건의 중심, 영원 신약 게이트라는 사건을 만든 영원그룹의 회장도 포함돼 있었고.
그를 대신하여 회장에 오른 이가 바로─.
─도준이 그놈도 대단한 놈이야. 그런 상황 속에서도 그룹을 지키고, 경쟁자들을 모두 쳐내고서 회장이 되었다는 거니까.
그때만 하더라도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던 유도준이 영원그룹의 왕위에 오른 것이다.
물론, 모두 유도준의 계획이었다.
사람들은 영원 신약이 벌이고 있던 비인륜적인 연구를 세상에 밝혀낸 유도준을 크게 지지했다.
‘─새로이 태어나겠습니다. 환부를 모조리 도려내고, 그룹을 뜯어고쳐! 반드시 이 나라의 발전에 이바지할 그룹을 만들어내겠습니다. 이 한 몸, 분골쇄신하여 국민 여러분께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
영원그룹의 회장으로 유력시되던 승계권자들이 영원 신약 게이트로 궁지에 처한 상황에서.
유도준은 단숨에 그들을 제치고서 왕위에 가장 가깝게 도달했다.
세상은 그에게 손을 들어주었고, 그는 뛰어난 수완을 발휘해 빠르게 영원그룹의 위상을 되찾았다.
영원 신약 게이트가 없었더라면…. 유도준은 영원그룹의 회장이 될 수 없었을 거야.
결국 모 아니면 도였다는 거지.
영원 신약 게이트를 계기로 상황이 반전되는 것을 노릴 것이냐 아니면 영원그룹을 아예 무너뜨릴 것이냐.
유도준은 정의로운 사람이 아니다.
그는 영원그룹의 회장이 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려고 하지 않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는 영원 신약 게이트를 철저하게 이용했다.
자신에게 적이 되는 사람들을 모두 제거하는 한편, 자신에게 도움이 될 사람들은 살려주었다.
정재계의 사람들이 그를 지지하며 그가 영원그룹의 회장이 될 수 있게 목소리를 높인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다.
유도준이 진심으로 정의를 위하여 영원 신약 게이트를 공표했더라면, 영원그룹을 비롯한 정재계 사람들 대다수는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게 되었으리라.
물론, 너무 깊이 관여한 사람들은 살려주지 않았지만….
당연한 일이라면 당연한 일인가.
여하튼.
결과적으로 영원 신약 게이트로, 유도준은 영원그룹의 회장이 되어 그가 그동안 가슴에 품었던 복수를 달성하게 된다.
그것이 이번 삶에서는 예정보다도 1년 빠르게 이루어지게 되리라.
이제, 세상을 충격에 빠뜨리게 될 게이트가 터진다.
☆
야심한 밤.
사람들이 모두 잠든 시각에 은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교복을 입을 수는 없겠지.”
옷장 문을 열었다.
은하는 아카데미 교복을 앞에 두고 한참 망설였다.
각종 보호마법이 내재되어 있는 아카데미 교복.
현재 그가 가지고 있는 옷들 중에 전투에 최적화되어 있었다.
하지만 영원 신약 연구소에 은밀히 잠입해야 하는 일인 만큼, 신분을 노출할 수 있는 교복을 입을 수는 없었다.
검은 옷으로 입어야겠다.
피가 많이 튀어서 버려야 할 테니 내구력이 좋으면서도 버려도 되는 옷으로….
결국 은하는 최대한 어두운 옷으로 갈아입었다.
무더위가 한창인 시기.
긴팔을 입는 게 불편하기는 했으나 어쩔 수 없었다.
대신에 생활마법으로 조금이나마 체온을 낮췄다.
“포션은…. 이게 전부인가?”
은하는 바닥에 엎드려 침대 밑을 확인했다.
안에 있는 상자를 끄집어냈다.
일전에 구비해놓은 포션 몇 정이 있었다.
또한─.
─은애 아니면 어베니어 짓인 것 같은데…. 내 침대 밑을 볼 사람이 두 명밖에 더 되는 것도 아니니까. 아, 누나도 있기는 한데…. 누나는 아니겠지.
은하는 피식 웃었다.
상자 속에는 비타민 음료도 몇 병 들어 있었다.
아마도 은애가 한 짓이리라.
그렇게 생각한 은하는 비타민 음료 하나를 단숨에 들이켰다.
다음은….
아, 여기 있네.
이번에는 서랍을 뒤졌다.
서랍 깊숙이 있던 반지 케이스.
케이스를 열자, 목걸이를 연결한 투박한 반지가 들어 있었다.
일회용 아티펙트다.
줄리에타의 기프트 이 부여되어 있는 아티펙트.
“중첩해서 사용할 수도 없는 데다 두 번 이상 사용하면 몸에 부담이 심하니…. 하나로 충분하겠지.”
오만의 반격과 꼬이지 않게.
은하는 반지를 연결한 목걸이를 목에 걸었다.
이걸로 가져갈 건 다 챙긴 건가?
어베니어즈 클로크까지 챙겼다.
은하는 자신의 상태를 확인했다.
방구석에 세워두었던 검 두 자루를 허리에 찼다.
이내 그는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어 집안의 분위기를 살폈다.
…다들 자고 있나 보네.
집안이 깜깜했다.
은하는 부모님의 방과 은애의 방을 조심스럽게 확인했다.
은아는 일이 많은 나머지 주말에도 레귤러스 클랜 회관에서 머무르고 있었다.
이윽고 모두 잠이 든 것을 확인한 은하는 방으로 돌아왔다.
혹시 모르는 일이니까….
자신이 자고 있는 것으로 보이게 이불이 부풀어오르게 만든 노은하.
그것으로 나갈 준비를 끝마쳤다.
“─삐삐?”
바로 그때.
창가에 은애가 만들어준 둥지에서 잠을 자고 있던 불닭이.
붉은 새가 날개로 눈을 비비면서 울었다.
은하는 패스를 통해 어디를 가냐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삐삐!”
“쉬이.”
“뿌뿌….”
불닭이가 따라오겠다고 한다.
그는 손가락을 입 앞에 갖다 대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너는 그냥 여기 있어. 더 자.”
“뿌뿌.”
불닭이가 불만을 표한다.
붉은 새가 손을 깨물려 한다.
은하는 불닭이의 부리를 피해서는 창문을 활짝 열었다.
은하는 창틀 위에 발을 걸쳤다.
“─집 잘 지키고 있어.”
불닭이에게 인사를 하고.
은하는 그대로 2층에서 지면으로 뛰어내렸다.
“…….”
가뿐하게 착지를 하고.
혹시나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조용히 연립주택을 빠져나왔다.
마당을 나와 담벼락에 등을 기대고 서 있자.
머지않아 인기척이 느껴졌다.
“─빨리 나오셨네요.”
“왔어?” “그렇게 옷을 입고 있으니까 어째 이 집을 털려고 하는 도둑인 것처럼 보이네요.” “여기 우리집이거든?”
“예압.”
이십오.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그가 은하를 보고 환하게 웃었다.
긴 머리칼을 꽁지머리로 묶은 그는 은하와 같이 어두운 색상의 옷을 입고 있었다.
이외에 눈에 띄는 모습은─.
“─총도 가지고 왔네?”
“전투가 일어날 것도 염두에 두고 챙겨왔죠. 추가로 가져온 건….”
호리호리한 체격을 지닌 이십오는 허리춤에 무언가를 주렁주렁 달고 있었다.
듣자하니 탄환과 단검을 비롯하여 여러 약들을 가져왔다고 한다.
“잘했죠?” “그래, 잘했어.”
“에게…, 목소리에 영혼이 없네요. 주인님, 사모님들한테도 영혼 없이 말하는 거 아니죠?” “영혼 없이 맞아볼래?” “영혼 없는 칭찬이 너무 좋네요. 주인님, 얼른 검에서 손 떼 주세요.”
검은 반장갑을 낀 이십오는 마치 칭찬을 해달라는 듯한 얼굴을 했다.
은하는 건성으로 대꾸했다.
이후로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잠시 후─.
“─미안, 늦었다.” “아니에요. 딱 맞춰 오셨네요.”
은하와 다르게.
현관문을 열고 나온 브루노.
브루노 또한 어두운 계통의 옷을 입고 있었다.
은하와 이십오와 다른 점이 있다면 전투복을 입고 있었다는 것이고.
“그럼 다들 모였으니 이제 가요.” “그래, 알았다.”
“예압.”
모일 사람은 모두 모였다.
은하는 오늘밤 자신을 도와주고자 찾아온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러자 이십오는 별 거 아니란 듯 키득거렸고, 브루노는 단지 어깨를 으쓱였다.
“─고양시로 가면 되나?” “네, 일단 거기로 가주세요. 거기 근처에서 내리는 게 좋을 거예요.”
“알았다.”
“주인님, 여기 앉으세요. 조수석은 제가 타겠습니다.”
“은하, 거기 앉아라.”
“…감사합니다.”
차에 시동을 거는 브루노.
이십오가 당연하다는 듯이 뒷좌석 문을 열어주었다.
브루노도 앉으라고 권했다.
마치 윗사람을 대하는 듯한 대접에 은하는 순간 당황했다.
이내 고개를 끄덕인 은하는 그들의 호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가 뒷좌석에 올라타려 했고.
바로 그때.
“─삐삐삐 빠빠빠 뿌뿌뿌!” “얼레? 불닭이네요?”
“얘는 언제 나온 거야….”
저 위에서 불닭이가 날아왔다.
순식간에 근처로 날아든 불닭이가 은하의 머리 위에 착지했다.
마치 거기가 제 자리라는 것처럼 그대로 엉덩이를 깔고 앉는다.
“삐삐삐!”
“허, 참….”
불닭이가 같이 가고 싶단다.
은하는 혀를 내둘렀다.
“너 사고 안 칠 거지?”
“뿌뿌.”
내가 사고를 치게 생겼냐고.
작게 항의하는 불닭이.
은하는 손가락으로 머리 위에 있던 불닭이를 찔러댔다.
같이 가고 싶다는데 어쩔 수 없지. 데려가야지 뭐 어쩌겠어….
어쩔 수 없다.
은하는 불닭이를 데려가기로 했다.
그리하여, 세 사람하고 한 마리의 잠입 작전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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