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544
『힘이 정의가 되는 세상이다.
기존에 있던 법은 의미를 잃은 지 오래되었다.
결국 작금의 시대는 법이 존재하나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그야말로 무법의 시대나 다름이 없다.
(중략)
세상을 멸망시킨 대재앙!
이 나라는 분명 대재앙으로 인하여 절반 이상의 국토를 몬스터들에게 유린당하는 멸망을 맞이하였으며, 전체 인구의 3할에 달하는 인구를 잃고 말았다.
그럼에도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멸망한 도시가 군데군데 남아 있고, 사람들이 시도 때도 없이 실종되며, 갑자기 의문의 죽음을 맞는 이유는 대관절 무엇인가.
국가는 어찌하여 국토와 국민들을 보호하지 않는 것인가.
사람들은 착각하고 있다.
국가는 보호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보호하지 못하는 것이다.
멸망 속에서 힘을 거머쥔 사람들은 모두 과거의 시대로 회귀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것은 그들에게 하등 이익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중략)
…껏 인류는 한 번도 평등한 적이 없었다. 멸망 이전의 세상을 살았던 권력자들이 그토록 평등을 외친 건 정녕 인간이 평등하다는 걸 믿었기 때문이 아닌, 재산을 가지지 못하는 노예에게 물건을 팔기 위함이었던 것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이 태어나고서 자라는 환경이 모두 다를진대, 그들 모두가 어찌 평등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분은 말씀하셨다.
이 세상에 진정으로 평등한 것은 죽음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노라고.
죽음은 거리에서 사는 거렁뱅이와 한 나라의 권력자를 가리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진다.
그러니 이 세상에서 평등이란 말은 죽음 이후의 세계에서밖에 존재하지 않는 허상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평등을 믿으며, 자신들이 지배를 받고 있는 건지도 모르는 채로 살아가고 있다.
사람들은 점점 더 어리석어지고.
권력자들은 점점 더 교묘해지고 있다.
멸망한 세상도 다르지 않다.
지금도 우리는 자각하지 못한 채로 누군가의 지배를 받고 살고 있다.
(중략)
…라서 지배의 구도는 변화했다.
작금의 시대를 멸망에서 구하고, 어리석은 사람들을 교화하기 위한 새로운 지배계층이 필요하다.
그들이 바로 플레이어들이라고.
그분은 말씀하셨다.
(중략)
…는 더 강한 플레이어가 세상을 이끌어나가기를 원한다.
그분은 말씀하셨다.
신인류 프로젝트가 중요한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이다.
새로운 세상을 지배해나갈 인류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지배하는 우리들은 암막 속에서 세상을 지배하게 되는 지배자가 되리라.
우리가, 신이 되는 것이다.
(중략)
보다 강한 플레이어!
뛰어난 육체를 지닌 사람의 몸에 방대한 마나를 품은 심장을 이식해 전무후무한 기계화 플레이어를 만들어낸다.
성인보다 성장의 여지가 많이 남은 아이의 몸으로 실험하는 것이다.
다행히 이 시대는 거리를 떠도는 아이들이 많이 있지 않은가!
원더런이라고 했던가?
앞으로도 국가는 그들을 지키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못할 것이다.
그들은 신분을 증명할 수가 없고, 부모도 없이 떠도는 아이들이니까.
설령 국가가 인구 조사를 하겠다는 말을 세상에 공표하게 된다 한들,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아니, 국가에게 좋지 않은 쪽으로 세상이 발칵 뒤집히고 말겠지.
암막 속에 숨은 지배자들은 세상이 여전히 멸망으로부터 헤어 나오지 못하길 바라고 있다.
그래야 그들의 지배가 굳건해지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과학자로서, 나는 그저 연구만 할 수 있다면 아무렴 좋을 따름이다.
─ 닥터 데우스의 연구일지 중』
☆
회귀 전.
노은하는 유도준의 부탁을 받고서 영원 신약 연구소에 잠입했다.
“─이상하다? 근처에서 인기척이 느껴진 것 같았는데….”
“네가 착각한 거겠지. 이런 곳에 대체 누가 온…, 아…!”
“방금 뭐 지나가지 않았냐? 가자!”
그의 역할은 성동격서.
명왕클랜에서 파견된 플레이어들이 기밀지역으로 잠입할 수가 있도록 연구소에 잔류한 사람들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유인하는 역할이었다.
그는 인이어를 통하여 명왕클랜의 플레이어들의 지시에 맞춰 자신의 체내 마나를 드러내고는 했다.
탕탕
그가 일부러 소리를 내어 사람들의 시선을 이끄는 한편.
명왕클랜의 플레이어들은 한 조는 연구소의 기획조정본부를 급습하여 감시카메라를 무력화시키는 역할을 수행했다.
다른 조는 기밀구역으로 들어가서 자료를 탈취해오는 역할을 맡았고.
“헉헉…!”
노은하는 계속 달렸다.
자신의 역할이 미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그는 불 속에 뛰어드는 부나방처럼 위험을 자초했다.
연구소를 경비하고 있던 사람들은 하나 같이 그가 상대할 수가 있는 실력을 가진 이들이 아니었기에.
그는 역습은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뛰고 또 뛰었다.
[…에 잠입했다. 지금부터…컥…! 저 자식들이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슬레이어들과 조우했다. 대체 이 새끼들이 왜 여기에….] [흠…, 아무래도 제대로 들어온 것 같군. 임무를 속행하라.]인이어를 통해 들리는 교전음.
은하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상황을 파악하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는 시간도 성치 않은 상황이었다.
곧바로 그를 쫓는 플레이어들에게 존재를 들키고 말았고.
그는 다시 그들을 피해 뛰어다녀야 했다.
“…큭…!”
위로, 위로, 또 위로.
그는 계속 건물 위로 올라갔다.
하지만 더는 올라갈 데가 없었다.
결국 은하는 몸을 숨기기 위해서 아무 방으로 뛰어들었다.
잠겨 있는 문을 푸는 거야 어려운 일이 아니었고.
그는 방 안에 뛰어들자마자 냉큼 문을 걸어 잠갔다.
“여기는….”
바이오 센터 연구소장실.
그는 서재 위에 놓인 팻말을 통해 자신이 들어온 방을 확인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
건물 아래를 내려다볼 수가 있는 창가가 번쩍였다.
─콰콰쾅!
건물 옆에 있는 건물이 폭발했다.
제2 바이오 센터다.
명왕클랜의 플레이어들이 잠입한 건물.
“…….”
일이 잘못되어 가고 있다.
인이어에서 노이즈만 들린다.
은하는 자신을 쫓던 플레이어들이 폭발 소리를 듣고는 물러나는 것을 감지했다.
…뭐라도 가져가야 해.
임무는 실패했다.
그러나 이대로 물러날 수 없었다.
그는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서는 영원 신약 연구소와 관련된 자료를 무엇이든 가져가야겠다고 판단했다.
마침 그가 우연히 피신한 장소는 비리와 가장 깊숙이 연결되어 있던 바이오 센터 연구소장의 방이었고.
덜컹덜컹!
잠입은 이미 들켰고.
연구소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지금 불에 타고 있는 건물로 가고 있다.
그는 흔적이 드러나도 개의치 않고 안에 있는 물건을 샅샅이 뒤졌다.
컴퓨터 본체를 뜯어낸 것은 물론, 잠금장치가 걸려 있는 서랍을 부숴 조금이라도 연관된 자료를 찾으려고 기를 썼다.
그러다 이내─.
“─뭔가가 어색해….”
그의 시선은 새하얀 벽에 고정된 그림으로 이동했다.
주변의 다른 장식들과 달리 묘하게 인지부조화를 일으키는 듯한 그림.
직감이 고하고 있었다.
은하는 그림을 향해 다가갔고.
마나를 다루는데 뛰어났던 은하는 곧바로 그림의 정체를 꿰뚫어볼 수 있었다.
“술식…?”
복잡해 보이는 술식.
무언가를 보호하고 있다.
필시 그림 뒤쪽에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고.
즉각적으로 판단한 은하는 힘으로 술식을 부숴버렸다.
화르륵!
억지로 술식을 부순 반동에 의해 트랩이 작동했다.
그림이 불길에 타올랐다.
그는 재빨리 검으로 그림을 찢고, 안쪽으로 손을 불쑥 집어넣었다.
“…큭…!!”
불길에 휩싸이든 말든.
그는 살을 지지는 고통을 견디며 그림 뒤에 숨겨져 있던 물건들을 끄집어냈다.
불이 붙은 자료들.
황급히 불을 꺼뜨린 그는 그나마 상태가 멀쩡한 자료를 살폈다.
“…찾았다.”
명왕클랜의 플레이어들이 찾았던 자료는 불에 타고 있는 건물이 아닌 바로 이곳에 있었다.
☆
경기도 고양시 독산 인근에 위치한 영원 신약 연구단지.
은하는 만약에 있을 추적을 피해 일부러 멀리 떨어져 있는 위치에서 내렸다.
“─부탁한다.” “삐삐삐삐!”
연구단지 인근에 도착하고.
은하는 불닭이를 날려보냈다.
그의 말을 알아들은 불닭이가 곧장 연구단지 방면으로 날아갔다.
이럴 때 쓰기는 요긴하네.
나중에 시각까지 공유하게 된다면 쓸모가 더 늘어나게 되겠지.
패스로 이어져 있는 환수.
아직 그는 환수와 시야를 공유할 수 없었으나.
환수와 이어져 있는 패스를 통하여 환수가 보고 느낀 것을 대략적으로 감지할 수 있었다.
…예상했던 대로 사람은 많이 없는 모양이야.
지역주민들도 무엇을 연구하는지, 혹자의 경우에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존재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연구단지.
하지만 회귀 전의 기억을 가진 노은하는 연구단지의 상황을 자세히 파악하고 있었다.
경계해야 할 사람들은 연구단지를 표면상으로 경비하는 사람들이 아닌 기밀구역에서 조용히 숨죽이고 있을 슬레이어들이야.
놈들을 얕봐서는 안 돼….
회귀 전에 잠입 작전에 변수가 된 슬레이어들.
유도준이 고심 끝에 입이 무겁고, 뛰어난 실력을 지닌 플레이어들을 파견하였으나.
그들은 그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슬레이어들을 맞닥뜨리면서 궤멸에 가까운 타격을 받고 말았다.
그래서 은하는 혹시나 마나를 쓰다 그들의 감지망에 걸려들세랴─.
“─가요, 이제.”
불닭이를 보내 연구단지의 상황을 파악한 것이다.
패스를 통해 인근을 지나고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은하는 브루노와 이십오에게 말해 냉큼 담벼락 너머로 뛰어올랐다.
사전에 이십오의 작업이 있었기에, 철조망을 넘는 일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삐삐!”
“잘했어.”
연구단지에 잠입하고.
공중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환수가 은하의 머리 위에 착지했다.
은하는 불닭이에게 칭찬을 해주며 뒤이어 바닥에 착지한 두 사람에게 시선을 향했다.
“이십오.” “예압.”
“길은 외우고 있지? 바이오 센터로 안내해줘.”
“넵, 저만 따라오세요, 주인님.”
신인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바이오 센터.
은하는 지체 없이 그곳으로 가고자 이전 삶에서 레인저의 삶을 살았던 이십오에게 명령했다.
사전에 영원 신약 연구소의 지도를 모두 외우고 있던 이십오는 흔쾌히 앞장을 섰다.
이십오가 있어서 다행이야. 이전 삶에서는 나 혼자서 건물을 찾느라 고생해야 했었으니까….
이전 삶에서 잠입 작전은 양동으로 이루어졌었다.
은하는 홀로 연구단지에 잠입하여 제1 바이오 센터를 찾아야 했다.
불빛도 사용하지 못하고, 사람의 시선을 피해서 이동해야 했던 만큼 많은 시간을 지체해야 했었다.
“─여기서부터가 바이오 산업단지에요. 제1 바이오 센터는 저거고, 그 옆에 있는 건물이 제2 바이로 센터고요.”
한 번도 길을 헤매지 않고, 또한 한 번도 사람을 마주치지 않고.
은하는 얼마 걸리지 않아 목표한 장소에 도착했다.
이제부터는 찢어져야 했다.
“여기서부터 각자 해야 하는 일은 알고 있죠? 브루노 아저씨?” “걱정 마라.” “어휴, 걱정 붙들어 매시라니까요. 이미 다 숙지하고 있으니까.”
영원 신약 연구소의 이면을 고발할 자료는 제1 바이오 센터에 있었다.
그는 이십오와 브루노에게 자료가 정확히 어느 위치에 있는지 알려주었다.
무엇보다─.
“─이십오. 이걸 가져가.”
“이런 것도 굳이 필요 없는데…. 아무튼 잘 쓰겠습니다요.”
이십오가 추가로 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은하는 곧장 어베니어즈 클로크를 그에게 건네주었다.
검은 망토를 몸에 두른 이십오가 실실 웃었다.
“기획조정본부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고 있지?”
“30분 안에 주인님께서 원하시는 결과를 만들어낸다고 약속할게요. 오케이?”
“…부탁할게.”
연구단지에서 모든 감시카메라를 관리하고 있는 기획조정본부.
이십오는 은하와 브루노가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감시카메라를 무력화시키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은하와 대화를 마친 그 즉시 기획조정본부를 향해 뛰어갔다.
“그럼 브루노 아저씨, 부탁할게요.” “그래, 알았다.”
이윽고 브루노도 고개를 끄덕이고 제1 바이오 센터로 향했다.
이제 그들을 보낸 그는 몸을 돌려 제2 바이오 센터로 향하기로 했다.
누가 알았겠어.
설마 장부를 기밀구역이 아니라, 연구소장실에 보관하고 있었을 줄. 등잔 밑이 어두웠던 거지.
이전 삶에서.
영원 신약 연구소 잠입 작전에서 은하는 미끼 역할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잠입 작전이 실패로 끝이 나고.
미끼에 불과했던 은하는 우연히도 유도준을 왕으로 만들어주는 자료를 발견하게 되었다.
영원그룹을 흔들어놓기 위한 일은 장부
만으로도 충분해.
굳이 제2 바이오 센터까지 들어갈 필요는 없어.
세상을 흔들어놓을 자료가 어디에 있는지 알기에.
그리고 이전 삶에서 제2 바이오 센터의 기밀구역에서 어떠한 일이 벌어졌는지 알기에.
은하는 명왕클랜을 미끼로 삼아서 양동작전을 벌이라고 하던 유도준을 설득했다.
명왕클랜은 연구단지 주위를 감싸 도망칠 사람들을 붙잡게 했고.
은하는 직접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자료를 찾기로 한 것이다.
“아마 여기 어딘가에 기밀구역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을 텐데….”
“삐삐.”
명왕클랜이 끼어들지 못하게 하고 은하가 위험을 감수하려는 이유는 하나였다.
유도준의 명령을 받은 명왕클랜은 영원 신약 연구소에서 이루어지는 인체실험에 대한 자료를 확보하려고 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제2 바이오 센터 지하에서 이루어지고 있을 인체실험 현장을 고스란히 확보하려고 할 터.
그렇게 둬서는 안 됐다.
“─찾았다.”
“삐삐!”
“눈에 띄지도 않는 곳에 숨겨놨네. 이러니 명왕클랜 사람들도 기밀구역을 찾느라 고생했지….”
제2 바이오 센터 지하 기밀구역.
그곳에서 신인류 프로젝트를 위해 인체실험을 당하고 있을 실험체들.
이전 삶에서는 제2 바이오 센터가 폭발을 일으키며 실험체들이 모두 죽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하지만 그들 중에는 연구진에 의해 빼돌려진 실험체가 하나 있었고.
먼 미래에 세상에 등장한 실험체는 자신을─.
─벨페고르가 이곳에 있어.
구마 벨페고르라고 칭한다.
다시 말해, 기밀구역 어딘가에는 먼 미래에 구마로 거듭나게 될 놈이 잠들어 있다는 것이고.
그러니 녀석이 완전한 마인으로 거듭나기 전에 죽여야 한다는 것이다.
은하는 지하로 발걸음을 옮겼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5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