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548
『벨페고르는 날이 갈수록 인간의 규격에서 벗어나고 있다.
신체는 심장을 새로 이식할 때마다 퇴화와 진화를 반복하며 최종적으로 더 나은 상태로 진화하고 있다.
(중략)
77번째 심장 이식 수술 이후.
벨페고르의 신체는 더 이상 아무런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그것이 인간의 진화선 끝에 존재하는 형태라고 말하는 것처럼.
벨페고르는 열 살배기 남자아이의 모습에서 더는 성장하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또한 성장이 어린 시절에 멈춘 케이스가 아닌가. 어쩌면 그렇게 놀랄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신체의 능력은 최상이었다.
칼로 팔을 절단한 뒤에 절단부위에 가져다댄 적이 있다.
놀랍게도 우리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일어나면서 팔이 도로 붙었다.
아인의 회복능력을 훨씬 웃돌았다.
이외 마나의 반응속도나 컨트롤, 효율 등은 정말이지 놀랍기까지 하다.
(중략)
“─인간의 영역을 벗어났구나.”
85번째 이식 수술이 끝났을 때.
그분이 벨페고르의 상태를 살피고 말씀하셨다.
인간이 아니다.
나는 드디어 신인류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그분께서는 그러나 아직 신인류라 불릴 만한 레벨에는 도달하지 않았다고 하신다.
하기사, 벨페고르에게 아직 부족한 면이 있기는 했다.
(중략)
…벨페고르는 아직도 연구소에서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의 손에 연구원이 벌써 몇이나 죽었는지 모르겠다.
이제 우리는 수술하려 할 때마다 벨페고르에게 당하는 것은 아닌가, 그런 걱정을 하고 있는 중이다.
점점 우리의 손을 벗어나고 있다.
(중략)
“─차라리 죽여줘! 이제 이런 거는 싫단 말이야!”
벨페고르의 자아 중 하나가 돌연 툭 튀어나와서 외친 말이었다.
그가 폭주했다.
“─그렇게까지 살고 싶지 않다면, 그냥 영원히 자라.”
사태는 벨페고르의 또 다른 자아가 몸의 주도권을 찾으며 일단락됐다.
연구원과 플레이어들을 포함하여 13명이 사망하고 말았다.
(중략)
…페고르는 지금까지 힘을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
벨페고르가 스무 번째가 넘어가는 탈주를 감행했을 때.
그는 자신의 주변에 있던 사람들을 한순간에 잠들게 했다.
마나 저항력이 높은 플레이어들도 그 현상에 대응하지 못했다.
연구소가 궤멸할 뻔했다.
하마터면 그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게 될 뻔했다.
사태는 그분에 의해 해결되었다.
한편, 벨페고르의 마법에 당해버린 사람들의 상태는 극심했다.
일주일이 지나고 나서야 사람들이 하나둘 깨어났던 것이다.
(중략)
…연구원의 정신이 붕괴했다.
그나마 정신이 남아 있는 연구원에게 잠을 자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았다.
그는 공포에 떨며 말했다.
자신은 일주일 내내 악몽을 꾸며 영혼이 갉아 먹히는 감각을 느껴야 했다고.
(중략)
벨페고르의 능력이 밝혀졌다.
그는 나와 연구원들이 모르는 사이 기프트 을 이용하는 법을 터득했다.
그리하여 그는 꿈을 통해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심상세계를 연결한 것이다.
(중략)
꿈은, 심상세계는 그의 세계이다.
그는 꿈을 통하여 우리의 의식에 간섭할 수 있다.
그것은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내가 만든 피조물이 도리어 나를 지배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이제 나와 연구원은 이전보다 더욱 벨페고르에게 주의를 하기로 했다.
(중략)
벨페고르의 능력이 너무 강력하다.
그의 주변에서 잠을 자는 것만으로 심상세계에 끌려가버리고 만다.
다행히 지금이야 현실에서 누군가 깨워주기라도 한다면 심상세계에서 벗어날 수는 있다지만.
하지만 이대로 그의 힘이 지금보다 더욱 강해지게 된다면.
아니, 그가 진정으로 신인류로서 거듭나게 된다면.
우리는 그가 만드는 꿈의 노예가 되고 말 것이다.
(중략)
나와 연구원들은 회의했다.
결과, 우리는 수술할 때를 빼고는 벨페고르를 영원한 잠에 빠뜨리기로 결정했다.
그가 자신의 꿈에서 나오지 못하게 조치를 취하기로 한 것이다.
그분 역시 동의하셨다.
(중략)
우리는 악마를 잠재웠다.
누구도 그를 깨우지 말지어다.
─ 닥터 데우스의 연구일지 중』
☆
“젠장….”
닥터 데우스가 폐인이 되었다.
누군가가 그의 심리 기저에 무언가 장치를 설치한 것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그의 심리를 건드리려 하는 순간에 발동하면서 그의 정신을 붕괴시키게 한다든가.
대체 누구 짓이지?
은하는 신경질적으로 닥터 데우스를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닥터 데우스에게 이런 조치를 취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예상이 갔다.
그가 찾으려 하는 배후이거나.
아니면 배후와 관련된 사람이다.
굉장히 용의주도한 사람이야.
데우스 이 작자라면 그쪽에서 나름 높은 위치에 있을 텐데 이런 식으로 버리는데 마다하지 않는 걸 보면….
마치 바닥을 알 수 없는 심연과 싸우는 듯한 기분.
적의 정체를 알 수가 없다.
그나마 모처럼 잡은 실마리였건만, 이런 식으로 잃고 말았다.
은하는 빠득 이를 악물었다.
…아니야.
아직 이걸로 끝난 건 아니야.
이내 은하는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냈다.
배후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비록 닥터 데우스의 정신은 이대로 사라지고 말았지만─.
─어딘가에 연구와 관련된 자료가 있을 거야.
신인류 프로젝트와 연관된 자료.
자료들 중에는 필시 배후와 연결된 흔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데우스의 연구실로 안내해.”
“”””…….””””
은하는 슬레이어들에게 명령했다.
그러는 한편으로 이제 쓸모없어진 슬레이어들에게 서로를 속박한 채로 어딘가에서 기절해 있으라는 명령을 내렸다.
죽일 수도 있었지만, 밖으로 나가 신인류 프로젝트에 관여한 죗값을 치르게 하는 것이 나았다.
그래야 유도준이 치르게 되는 죄가 가벼워질 테니까.
“여기인가.”
그러던 어느덧.
은하는 슬레이어들의 안내를 받고 닥터 데우스의 연구실을 찾았다.
“너만 빼고 나머지는 손발을 묶고 잠이나 자고 있어.” “”””…….””””
슬레이어 한 명을 남기고.
은하는 연구실을 안내한 슬레이어들에게도 같은 명령을 내렸다.
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은하는 그들을 뒤로 하면서 연구실을 둘러보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연구자료가 어디에 있는지 물어볼걸….
짧게 혀를 차고.
은하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철저하게 뒤졌다.
유도준이 마련해준 USB.
컴퓨터에 꽂는 것으로 자동적으로 하드웨어의 정보를 저장하게 해주는 USB도 사용했다.
물론, 컴퓨터에 비밀번호가 걸려 있기는 했다.
하지만 유도준의 USB는 아예 통째로 컴퓨터를 복사해냈다.
“이 안에 있으면 좋을 텐데….”
마나를 너무 많이 소모했다.
포션을 하나 마신 은하는 다시금 작업을 속행했다.
회귀 전, 유도준의 명령을 받고서 누군가의 회사에 침입하여 기밀을 빼온 적이 몇 번 있었다.
그러다 보니 그는 숨겨진 공간을 찾아내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휴….”
자료를 읽을 시간은 없었다.
대충 수상해 보이는 것들을 가방에 집어 담을 뿐.
그러고 있을 동안 어느덧 USB도 정보를 저장하는 것을 완료했다.
이걸로 여기에서 볼일은 대충 다 끝난 건가?
USB를 빼내고.
신인류 프로젝트를 고발하기 위한 정보를 챙긴 은하는 그만 연구실을 떠나기로 했다.
이제 남은 일은─.
“─벨페고르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
벨페고르를 찾아서 죽이는 것뿐.
☆
이전 삶에서.
벨페고르의 위험성은 구마 중에서 가장 높았다고 할 수 있었다.
녀석은 근처에 있는 사람을 강제로 수면상태로 빠뜨리며, 그들의 꿈을 지배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능력을 사용해─.
─플레이어 라이브러리의 기능을 무력화시키려고 했었지.
마나 저항력이 아무리 높더라도.
결국에는 그의 능력에 당해버리고 악몽을 꾸게 되었다.
녀석을 토벌하러 나갔던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무력화되었고.
녀석은 마나관리기구에 침입하여 플레이어 라이브러리를 운영 중이던 윤성진의 꿈에 접속했다.
‘─너희의 시대는 이걸로 끝이다.’
구마들의 목적은 단지 무차별적인 테러가 아니었다.
놈들은 여러 목적을 숨기고 있었고 그중 하나가 플레이어 라이브러리를 점거하는 것이었다.
현실과 동떨어진 세계를 만들어, 몬스터와 마나 등을 비롯하여 각종 정보를 축적해놓은 전세계의 데이터 통신망.
벨페고르는 한국의 플레이어 라이브러리를 관리하는 윤성진을 죽여, 그곳을 시작으로 전세계의 플레이어 라이브러리를 장악하려고 들었다.
그러나─.
‘─어이가 없군. 고작 그 실력으로 날 성가시게 한 거냐.’
‘어, 어떻게….’
‘기분 잡치는군. 내가 왜 바깥에서 일어나는 일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거지? 제발…, 날 건드리지 마라. 약속한 대로, 나는 내 일만 할 테니 말이다.’
윤성진.
오히려 그는 벨페고르를 제압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꿈의 지배자인 벨페고르라도 결국 아주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해내는 윤성진을 이기지 못한 것이다.
만약 현실이었었다면 벨페고르가 승리를 했겠지.
플레이어 라이브러리.
다시 말해, 현실이 아닌 세계에서 벌어진 전투.
벨페고르가 관장하는 꿈의 세계와 비슷한 성격을 품고 있던 그곳에서, 윤성진은 무적이었다.
결과적으로 라이브러리의 세계에서 윤성진에게 극심한 타격을 받게 된 벨페고르는 현실로 귀환한 그 즉시 꿈속에서 깬 플레이어들에게 토벌을 당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도─.
─구마는 구마야.
벨페고르의 능력은 굉장히 성가셔. 어떻게든 완전한 상태가 아닐 때, 녀석을 죽여야 해.
은하는 벨페고르의 위험성을 정말 잘 알고 있었다.
놈은 반드시 죽여야 했다.
세상에 신인류 프로젝트를 알리고, 행여나 벨페고르를 살려야 한다는 여론이 만들어지지 않게 사전에.
그리하여 그는 신인류 프로젝트가 이루어지는 실험실을 찾았다.
“─여기…입…니다….” “잘했어. 이제부터는 알아서 할게. 넌 벽에 머리나 박고 기절해 있어. 깨어나는 대로 다시 머리를 박고. 동작 반복이야. 알았지?”
“…….”
고개를 끄덕이는 슬레이어.
그가 벽에 쿵쿵 머리를 박는다.
은하는 그를 뒤로하며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
어두운 공간.
드문드문 있는 조명.
은하는 드넓은 공간을 둘러보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딱
손가락을 튕겼다.
불닭이가 반응하여 불꽃을 만들고, 은하는 허공에 뜬 불꽃에 의지하며 어렴풋한 어둠 속을 꿰뚫어보았다.
계단을 내려간다.
…꼭 수면실 같네.
곳곳에 거대한 기계장치가 있는 걸 제외하고는.
수면실 같은 분위기다.
은하는 그렇게 생각하며 중심부로 나아갔다.
이윽고 그가 발견한 것은─.
“─…….”
“빠빠….”
인간의 장기.
거대한 유리관이 각기 줄을 지어 길게 늘어져 있고.
액체로 가득 채워진 유리관 안에는 인간의 장기가 들어 있었다.
[마나 농축률 10% 췌장(12세)] [마나 회복률 7% 대장(14세)]유리관에 짤막하게 붙은 설명문. 이외 유리관에는 장기의 원주인의 사진과 정보가 기재되어 있었다.
또한─.
쿵쿵
북을 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아니, 익숙한 소리였다.
은하는 소리가 들리는 곳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곳에도 유리관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13세 남아의 심장] [12세 여아의 심장]도대체 어떤 수를 쓴 것인지.
심장이 덩그러니 박동하고 있었다.
그는 액체 속에 들어 있는 심장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박동을 하는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
“미친놈들….”
절로 그런 말이 튀어나왔다.
도를 벗어났다.
인간의 존엄성을 훼친 것은 물론, 그들의 죽음을 농락하고 있다.
이보다 더욱 가관인 것은─.
“─…….”
배가 갈라진 남자아이.
입과 코에 관을 삽입한 남자아이는 유리관 속에서 살아 있었다.
이미 영혼은 죽어 있건만.
심장은 뛰고 있다.
피가 체내를 순환하고 있다.
그래서 살아있는 것처럼 보인다.
“삐삐….”
남자아이의 뒤를 이어.
바닥과 천장을 연결할 만큼 거대한 유리관들이 나열된 곳에는 사람들이 들어가 있었다.
죄다 성치 못했다.
군데군데 설치되어 있는 모니터는 유리관 속 사람들이 어떠한 실험을 당한 것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다들 죽어 있어.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나.
실상은 죽어 있다.
살아 있는 송장이다.
은하는 그들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윽고 그는 실험실 끝자락에 도달했다.
“─찾았다.”
다른 유리관 케이스보다 유난히도 튼튼해 보이는 케이스.
연녹색 액체가 가득 담긴 유리관, 그 안에는 열 살 배기의 남자아이가 들어 있었다.
보글보글
벨페고르.
미래에 구마라 불리게 될 마인.
남자아이는 눈을 감고 있었다.
잠들어 있는 것이다.
…내가 아는 벨페고르와는 달라.
은하는 벨페고르의 상태를 살폈다.
자신이 기억하는 벨페고르와 조금 다른 부분이 있었다.
회귀 전의 벨페고르는 조금이나마 악마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역시 아직 완성되지 않은 거야.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다.
벨페고르의 상태는 굳이 따지자면, 마인이 아닌 인간과 마인의 중간에 걸쳐 있는 반마(半魔)라고 할 수 있으리라.
여하튼─.
─지금 이때 죽여야 해.
녀석이 완전한 마인이 되기 전에.
은하는 시리게 피는 겨울을 뽑아, 칼날에 마나를 덧씌웠다.
검신이 검게 물들었다.
그가 잠들어 있는 이 틈에 단숨에 죽여 버릴 작정이었다.
─바일런트 베놈
유리관 속에 든 아이를 죽이려.
은하는 검을 힘껏 휘둘렀다.
와장창
유리관이 깨져 나가고.
쏴아악
안에 있던 내용물이 쏟아지며.
츠르륵
검게 물든 칼날이 물살을 가르며 떨어지는 남자아이에게 도달한다.
칼날은 이제 아이의 몸에 닿고─.
“─……!!”
칼날이 아이의 몸에 닿기 직전.
아주 찰나.
그는 그 순간이 아주 긴 시간처럼 느껴졌다.
아이가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뜨는 그 순간이.
…난 왜 이렇게 운이 없냐, 젠장.
칼날이 바로 앞에서 막히며.
은하는 스스로의 불행을 저주했다.
악몽의 지배자가 깨어났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549(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