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575
아카데미의 도서관에서 비밀공간이 발견되었다는 이야기가 퍼졌다.
더군다나 교관들이 비밀공간에서 지금까지 소실됐다고 알려진 서적을 찾아내면서.
학생들 사이에서 흥밋거리가 되던 화제는 플레이어 업계에도 퍼지고, 마나관리기구에까지 보고되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어떻게 도서관에 이런 게 있었던 거지?”
” 님이 발견하지 않으셨다면 영영 몰랐을 뻔했네. 설계도를 봐봐. 이제 보니 누가 이쪽에 있는 공간을 의도적으로 지운 거였구만.”
“그건 그렇고 소실되었다고 알려진 고서들이 여기에 있었을 줄이야…. 취향이 좀 편중된 것 같기는 하지만 연구할 보람이 있겠어.”
마나관리기구에서 파견된 사람들은 비밀공간을 철저히 조사했다.
그런 한편으로 그들은 비밀공간을 처음으로 발견한 황진희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비밀공간을 언제, 어떻게, 어쩌다가 발견하게 된 것이냐고.
그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답변에 주목하고 있었다.
물론 그들이 진정 궁금해했던 것은 따로 있었다.
“”””그래서 뭘 얻은 거지? 분명히 뭔가 얻었을 텐데….””””
비밀공간에서 서적만 나왔을 리가 없었다.
아티펙트나 돈이 될 만한 무언가가 반드시 나왔을 터.
그들은 최초 발견자인 황진희에게 필시 그녀가 가지고 있을 무언가를 알아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은 추궁할 수 없었다.
물론 비밀공간에서 발견된 물건은 법률적으로 아카데미의 소유물이고, 곧 마나관리기구의 소유물이나.
플레이어 업계의 관행으로는 그저 먼저 발견한 사람이 임자였다.
그러니 플레이어를 위해 존재하는 마나관리기구로서는 관행을 어기고 그녀를 강압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이제 그만 일어나봐도 되겠나.”
“네, 네! 조사해 성실히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싸인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제가 님 팬이라서….”
황진희.
비밀공간을 최초로 발견한 사람이 살아있는 신화였던 것이다.
비록 황진희의 신분은 아카데미의 교관에 불과했다지만.
그녀가 차지하고 있는 위상은 감히 어느 누구도 뭐라 할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황진희에게 깍듯하게 대해야 했고─.
“─그 녀석의 유산을 가져갔다고는 말할 수 없지.”
그녀는 그것을 이용했다.
의 유산이 알려지게 되면, 욕심 많은 사람들이 유산을 노리려 할 수도 있었다.
자신이야 상관없었으나.
그녀는 아직 플레이어도 되지 않은 정하양이 심히 걱정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비밀공간을 혼자서 발견했다고 말하고는 정하양에게는 입단속을 요구한 것이다.
“설마 아무것도 안 나왔겠어?”
“분명 가 가지고 있을 거야. 이제는 퇴물처럼 살아가고 있으면 그냥 젊은 세대들한테 양보해주면 안 되는 건가?”
” 님의 업적은 인정하지만 그래도 이건 좀 이기적이지 않아?”
“얼마나 좋은 걸 찾았으면 이렇게 계속 말을 하지 않는 거지….”
사람들이 뭐라고 떠들든, 말든.
는 침묵을 지켰고.
덕분에 사람들은 황진희의 침묵을 그들 멋대로 해석하며 곡해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황진희가 처음 바란 대로 사람들은 정하양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냄새가 나. 뭔가 냄새가 난다구. 지금 은하랑 하양이가 우리한테 뭘 숨기고 있어.” “내가 방구 뀐 건 어떻게 알았대? 하긴, 서나 너도 아인이니까….”
“윽…. 어쩐지 구린내가 나더라니. 은우야, 거기 창문 좀 열어줘.”
노은하와 어울리는 친구들 중에서 몇몇 친구들의 눈초리는 피해갈 수 없었다.
가 비밀공간을 발견한 시기.
마침 시기가 절묘하게도 노은하와 정하양이 우연히 영약을 발견했다며 친구들에게 나눠주었더랬다.
진파랑 같은 바보는 웬 떡이냐며 영약을 받아먹었지만.
진서나처럼 눈치가 좋은 친구들은 두 가지 사건에서 연관성을 찾으려 했다.
게다가 진서나가 정하양의 방에서 램프처럼 생긴 아티펙트를 발견하는 일이 있기까지 했고.
“분명 황진희 교관님만 발견한 게 아닐 거야. 하양이도 있었을 거라구. 은하랑 하양이가 우리한테 영약을 선물해줬던 것을 보면 그만큼 많은 영약을 손에 넣었다는 거고….”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거기에서 아티펙트들도 나왔겠지? 그렇다면 그것들은 하양이랑 은하가….”
진서나와 차은우의 추측.
그들을 시작으로 은하의 친구들은 저희들끼리 추리해나갔다.
그러다가 그들의 예상은 노은하가 어쩌면 비밀공간에서 발견한 것들을 파티의 전력 강화를 위해 분배할지 모르겠다는 데까지 도달했다.
“”””…….””””
분명 뭔가 있을 거다.
그날부로 친구들은 눈을 바짝 뜨고 은하에게 주목했다.
필시 자신들의 생각이 정말 맞다면 노은하가 아티펙트의 주인이 되는 사람들을 머지않아서 부를 거라고 생각해서.
그리고 그들의 예상을 긍정하듯.
얼마 지나지 않아 은하는 뜬금없이 몇몇 친구들을 불렀다.
“─수빈이랑 아라는 이따가 밤에 나 좀 보자.”
“”””…….””””
호명되지 않은 친구들의 시선에는 부러움이 깃들었다.
하지만 질시는 없었다.
한편─.
“─그래서 비밀공간을 만든 사람이 누구라고?”
“몰라. 옛날에 유명한 캐스터였다고 듣기만 했어.”
반익현.
마나관리기구에서 손을 쓴 것인지, 한때 세상을 구함과 동시에 세상에 죽음의 그림자를 몰고 왔던 영웅의 이명은 언급되지 않았다.
☆
정하양에게서 의 유산을 받고 나서.
은하는 친구들의 체내 마나에 따라 영약을 골고루 배분해주었다.
그러고는 친구들의 특성에 적합한 아티펙트를 배분하기 이전에 먼저 아티펙트의 기능을 파악하려 했다.
아티펙트의 기능을 알기는 했으나 직접 사용하며 체감하는 것은 다른 법이었으니까.
“아쉽네….”
한밤의 속삭임은 유용하긴 했지만 자신에게는 필요 없는 것이었고.
메멘토 마기아 역시 은하가 그다지 사용할 일이 없는 아티펙트였다.
그나마 산신령의 눈이야 그럭저럭 쓸모가 있었으나.
이게 있었더라면 우보를 더 빨리 깨우쳤을 텐데….
렌즈를 통해 마나의 흐름과 상태를 들여다볼 수 있는 아티펙트.
은하가 모노클을 끼고 본 세상은 막 우보를 깨우친 당시에 본 세상과 비슷했다.
즉, 크게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복잡하게 얽히고설켜있는 마나를 해석할 수 있는 아티펙트였다.
이미 우보를 배운 은하에게는 별로 필요가 없는 물건이었다.
나한테 죄다 필요 없는 것들이니, 나보다도 이게 더 필요한 애들한테 나눠주는 게 나아.
문제는 이것들을 누구한테 주는 게 나을까 하는 건데….
모노클을 벗은 은하는 고민했다.
주변에서는 아카데미의 비밀공간이 발견됐다며 화제가 되고 있는 중인 반면에.
은하는 주변에 신경을 쓰지 않고 생각에 잠겨 있기만 했다.
그러다 마침내─.
“─한밤의 속삭임은 더 생각하고, 나머지는 걔네들한테 줘야겠다.”
은하는 고민을 끝냈고.
밤늦은 시간에 배수빈과 조아라를 자신의 방으로 불렀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 결과였다고 할 수 있었다.
물론 그녀들은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은 모양이었지만.
“─내가 하다하다 남자애 기숙사에 숨어들어올 줄은 몰랐어. 사감한테 들키는 줄 알았다니까. 너 때문에 이게 뭐야! 들켰으면 어쩔 뻔했어?”
“중간고사 준비하느라 바빠 죽겠는데 왜 사람을 부르고 그래? 진짜 별 거 아니면 죽여 버릴 거야.”
조아라는 10분 일찍 오고.
배수빈은 정시에 맞춰 들어왔다.
은하는 들어오면서부터 다짜고짜 자신에게 불만을 표하는 두 사람을 시큰둥하게 쳐다보았다.
“왜 갑자기 주기 싫어지지….”
“”……!!””
있던 기분이 뚝 떨어졌다.
그렇게 은하가 작게 한숨을 쉬고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러자 그 말을 듣기라도 한 듯─.
“─크흠, 그냥 그렇다고…. 들키면 나 혼자 감점 받지 뭐.”
“하루 공부 안 한다고 해서 성적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니까….”
“…왜 이런데?”
“삐삐?”
우당탕 소리를 내며.
조아라와 배수빈이 화제를 피하며 얌전히 자리에 앉은 것이다.
은하는 돌연 맞은편 테이블에 앉은 두 사람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두 사람은 긴장해 있는 듯했다.
그러면서 은하를 바라보는 눈빛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내가 너희를 여기로 부른 이유는 너희한테 줄….”
“아니야. 내가 어떻게 그런 것을 받을 수 있겠니? 나는 그냥 마음만 받을게.”
“…됐어. 너한테 빚은 죽어도 지고 싶지 않으니까.”
“나 아직 말도 다 안 했는데….”
“”아….””
은하가 말을 끝맺지도 않았건만.
조아라와 배수빈이 말을 끊고서는 극구 사양한 것이다.
은하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은 뒤늦게 자신들의 실수를 깨달은 모양이었다.
그들의 얼굴에 당황함이 실렸다.
아무래도 내가 뭘 줄 거라는 것을 눈치 챈 모양이네.
하긴 눈치 챌 만도 한가. 느닷없이 애들한테 영약을 돌리기도 했으니 수상하게 여겼겠지.
그러다 마침 아카데미 도서관에서 숨겨져 있었던 공간이 발견된 것과 연관지어 생각해봤을 법도 하고….
은하는 대충 상황을 이해할 수가 있었다.
친구들은 자신이 파티 보강을 위해 아티펙트를 배분할 것을 눈치 챘고.
그들은 은하를 감동시키기 위해서 아티펙트를 받지 못하겠다며 극구 사양하려고 했던 것이리라.
그것을 알았으니─.
─누가 너희들 뜻대로 해줄까봐?
은하는 판을 뒤집기로 했다.
아니, 그냥 심술을 부리기로 했다.
“그래? 그럼 이건 다른 애들한테 줘야겠네.” “”……!!””
“사실 하양이가 도서관 비밀공간에 숨겨져 있던 아티펙트를 발견해서, 내가 아티펙트를 다루기 적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한테 주려 했는데….”
“”…….””
“너희는 됐다고 했으니까 그러면 다른 애들한테 물어….”
“와아! 은하 네가 준다면 우리야 당연히 고맙게 받아야지! 그렇지, 수빈아?”
“응, 맞아. 생각해보니 자유란 게 썩 좋지는 않은 것 같아. 나는 그냥 너한테 빚지고 살래.”
“처음부터 이럴 것이지.”
“우씨. 너 일부러 그런 거지?”
“악덕고용주. 탈주자 자식.”
은하가 짐짓 장난을 치자.
화들짝 놀란 두 사람이 허겁지겁 반응했다.
이에 은하는 피식 웃었고.
그들은 그제야 자신들이 그의 덫에 걸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이 눈을 뾰족하게 치떴다.
그래봤자 그에게는 조금도 통하지 않았지만.
“계속 고민해봤는데 역시 이것들은 너희한테 어울릴 것 같아서.”
“”…….””
은하는 테이블 위로 산신령의 눈과 메멘토 마기아를 올려놓았다.
그 즉시 두 사람이 상체를 숙이며 아티펙트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이거 정말 우리 주는 거야?”
이내 고개를 든 조아라.
그녀가 대표해서 물었다.
은하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러자 조아라는
장난스럽게─.
“─만약에 우리가 이걸 받고서도 네 파티에 들어가지 않으면 어쩌려 그러는 거야? 이렇게 막 줘도 돼?”
“너희가 들어오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니까. 안 그래?” “와, 자뻑…. 그래도 그만큼 우리를 믿어준다는 거지? 에휴, 그런 거면 그렇다고 말을 해줘야지. 너 은근히 이런 면에서 부끄러움을 타는구나?”
“뭐라는 거야?”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거론하면서 키득거리는 조아라.
은하는 일말의 고민도 하지 않고서 그녀에게 답했다.
그가 전적으로 믿고 있다는 말과 다른 없는 답변에.
그녀의 표정이 환해졌다.
그녀의 옆에 있던 배수빈도.
얘네들은 내 사람이야.
그러니까 신뢰할 수 있어.
온태양을 파티에 들이지 않을 것을 결심하고 나서.
그리고 윤이별을 떠나보내면서.
은하는 기존에 있었던 친구들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그들의 단결력을 끌어올리는 한편, 그들과 자신의 신뢰관계를 보다 더 굳건하게 만들었다.
친구들에게 영약을 나눠주는 한편 그들에게 아티펙트를 주는 것 또한 어찌 보면 그들의 신뢰를 사기 위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은하의 방법은 성공했다.
“이건 아라 너한테 어울릴 거야. 네가 가져.”
“고마워. 잘 쓰도록 할게. 그런데 이건 어떻게 사용하는 거야?”
온태양의 어머니가 작고한 이후.
조아라는 온태양과 절교를 선언해, 은하와 그의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기 시작했다.
이제 그녀는 친구들끼리 모인 단톡방에도 들어와 있는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은하에게 직접 그가 만들 파티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은하는 자신에게 호의적인 그녀에게 메멘토 마기아를 넘기기로 결심한 것이다.
유용한 아티펙트가 맞기는 하지만 체내 마나가 적은 나한테는 그다지 쓰임이 없어.
메멘토 마기아는 마법을 전개하는 사람의 연산능력을 일정 시간 동안 두 배로 올려주는 아티펙트였다.
요컨대, 마법을 컨트롤하는 뇌가 하나 더 늘어난다고 생각하더라도 무방했다.
애초 메멘토 마기아는 이전 삶에서 아라가 사용한 아티펙트기도 했지.
조아라의 기프트는 .
그녀는 본인 체내 마나의 효율을 4배까지 증가시키는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가 한 줄기의 마나를 뽑아내면 줄기가 네 가닥으로 나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그녀가 펼치는 마법은 하나 같이 지속시간이 긴 것은 물론 효과도 뛰어났다.
그리고 조아라가 메멘토 마기아를 사용하게 됨으로써─.
─4개의 마법을 동시에 사용해서 새로운 개념의 마법을 만들었지.
이전 삶에서 그녀는 기프트를 써서 한 가닥의 마나를 네 갈래로 나눠, 그중 두 갈래를 매개로 하여 동시에 마법을 두 개나 선보였다.
그녀는 더블 캐스팅에도 일가견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메멘토 마기아를 얻으면서.
연산처리능력이 두 배가 된 그녀는 네 갈래로 나뉜 마나를 모두 동시에 사용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가장 적은 마나를 써서 가장 많은 마법을 펼치는 캐스터로 거듭난 것이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그녀를─.
─네 가지 마법을 적절히 조화시켜 더 고차원적인 마법을 만들어냈다며 이라고 불렀지.
조아라.
그녀의 능력을 알고 있는 은하는 처음부터 메멘토 마기아의 주인은 조아라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회중시계를 이리저리 살피며 기뻐하는 조아라에게 고개를 돌리고 배수빈에게 눈길을 주었다.
“수빈이 너한테는 이걸 줄게.”
“이건 뭐하는 건데?”
“산신령의 눈이라고 해서…. 음…, 직접 써보는 게 편하지 않을까?”
그가 배수빈에게 건넨 아티펙트는 산신령의 눈.
은하는 이것을 누구에게 줄 것인지 고심하다 그녀를 선택했다.
산신령의 눈 같은 아티펙트는 마냥 좋다고 할 수 없어.
마나의 흐름을 살피는 아티펙트에 너무 의존했다가는 아티펙트 없이 마나의 흐름을 보지 못하는 신세가 될 수도 있으니까.
산신령의 눈은 분명 유용했다.
어느 누구에게 건네주게 되더라도 마나를 다루는 감각은 비약적으로 상승하게 되리라.
하지만 은하는 아티펙트에 의존해 결과적으로 본인의 가능성을 뺏기는 상황을 경계했다.
그러다 보니 산신령의 눈에 적합한 사람을 고르는데 신중해야 했다.
─수빈이라면 괜찮을 거야.
그리고 배수빈의 이전 삶과 그녀가 이번 삶에서 내비친 모습을 본다면 그녀만큼 적합한 사람은 없었다.
배수빈은 자신을 수련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학구열에 불타 마법을 탐구하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마법을 만들어왔다.
그러니 산신령의 눈이 생긴다 해서 배수빈이 배움의 길을 그만두지는 않으리라.
“…이거 괜찮네. 내가 공을 들여도 보이지 못한 부분까지 보여주고.”
“그렇다고 해서 아티펙트에 너무 의존하게 되면 안 되는 거 알지?”
“이건 내 힘으로 보지 못할 때나 사용하면 되는 거 아니야. 그런데 모노클은 불편한데…. 이건 어떻게 안 되나?”
“그 아티펙트의 핵심은 렌즈라서 렌즈만 빼서 네가 쓰고 있는 안경에 끼우는 건 어때.”
“흠, 그러는 게 낫겠네.”
산신령의 눈을 확인하고.
배수빈은 만족해하는 눈치였다.
그녀가 얼마나 기뻤으면 은하에게 솔직하게 고맙다고 했을 정도였다.
“이건 잘 쓸게! 선물 고마워!”
“난 그만 가볼게. 이걸 써서 한 번 실험해보고 싶은 게 생각나서….” “그래, 둘 다 조심히 가.”
이후로 두 사람은 한참 아티펙트의 효과를 확인하기에 바빴다.
은하는 자신의 방을 점거하고 있던 두 사람을 보내고 한숨을 쉬었다.
이제 그의 수중에 남아 있는 것은 하나였다.
“이건 누구한테 줘야 하지….”
한밤의 속삭임.
서랍에서 반지함을 꺼낸 그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이윽고 그는─.
“─전화해봐야겠다.”
가슴이 시키는 대로 하기로 했다.
은하는 곧장 스마트폰을 들었다.
☆
고등아카데미 3학년.
이제 1년 후에는 플레이어가 된다.
그러다 보니 031, 31기 학생들은 최근 자신들이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일이 잦았다.
김민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미리미리 준비해야지.
그래야 안 고생해.
매년 1학기 종평이 있는 시기에.
고등아카데미 3학년 학생들은 미리 플레이어 생활을 해본다는 의미에서 여러 클랜으로 실습을 나간다.
거기서 학생들은 자신이 파견나간 클랜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미래를 약속받기도 한다.
김민지는 그것을 노리고 있었다.
좋은 대우는 받지 못한다고 해도 그래도 S급 클랜에 들어가는 것은 가능할 거야.
문제는 어느 클랜에 파견을 나가야 입단 확정을 받느냐는 건데….
그래서 김민지는 일찍부터 자신이 실습을 나갈 클랜들을 엄선했다.
그러고는 해당 클랜에서 추구하는 인재상에 어울리는 수업을 듣거나, 관련 활동을 찾아다녔다.
휴….
다른 애들이라면 이렇게 고생하지 않았을 텐데….
어쩔 수 없지. 그건 걔들 복이고, 이건 내 복인걸. 없는 걸 탓할 수는 없잖아?
6년.
김민지가 아카데미에서 보낸 시간이었다.
이제 그녀는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았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자신을 단련하여, 비록 재능은 일찍이 막혀버렸음에도 끊임없이 노련함을 갈고닦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민지는 점점 친구들과 벌어지는 격차를 메우지 못하고 있었지만.
크게 개의치 않기로 했다.
이제는 질투나 할 정도로 어리지 않았으니까.
오히려 그녀는 이제는 그들을 조롱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애들도 좋은 생활 이제 끝났네.
내년이면 노은하 밑으로 들어가서 죽어라고 고생하겠지….
친구들을 위해 애도.
김민지는 마저 하던 일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김민지가 테이블로 고개를 내리던 바로 그때.
─부우웅
전화가 울렸다.
노은하였다.
얘가 웬일이지?
소꿉친구의 전화.
그렇다고 하나 김민지는 노은하와 그리 전화통화를 한 적이 없었다.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전화를 받았다
“왜, 뭐, 왜. 무슨 일이야? 용건만 간단히 말하고 얼른 끊어. 나 지금 공부하고 있는 중이니까.”
[─할 얘기가 있어.]“그래, 너 또 하양이랑 싸웠구나? 뭐 때문에 싸웠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냥 네가 잘못한 거야.”
[…아니야. 아니거든. 안 싸웠어.]“그럼 왜 전화한 건데? 그것 말고 네가 나한테 전화를 건 이유가 딱히 생각이 나지 않는데…. 아, 혹시 또 나한테 누구 좀 챙겨달라고….”
[아니야. 그런 거 아니라고.]“그럼 뭐야.”
[할 얘기 있으니까 밖으로 나와.]“설마 한 판 붙자는 건 아니지?”
[아니야…. 아니라고….]“밖에서 기다려. 이것만 하고 나서 바로 갈 테니까. 그런데 어디에서 만날 건데?”
[내 방으로 와.]“노은하 인성…. 야, 내가 부르면 오라 가라 하는 사람으로 보이나봐? 내가 가기는 왜 가? 지가 와야지. 네가 내 방으로 와.”
[휴…, 알았다.]“맞아, 올 때 아이스크림 좀 사와. 네 고민상담 들어주는 거니 당연히 네가 쏘는 거 알지?”
[…….]며칠 전에 김민지 또한 은하에게 영약을 받았고.
당연히 그녀는 은하가 아티펙트를 파티에 들어가게 되는 친구들에게 배분할지도 모른다고 추측했더랬다.
하지만 그녀는 어차피 자신과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김민지는 노은하에게 심부름이나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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