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585
온태양과 절교를 선언하고.
조아라는 그날부로 노은하 사단의 소속원임을 알려주는 황금 브로치를 달고 다녔다.
학생들의 얼굴은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었더랬다.
이 브로치를 달고 있으면 태양이를 퇴치할 수 있는 효과도 있는걸.
사실 과시하는 건 좋아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지.
절교를 선언한 이후.
온태양은 곧잘 핑계를 대며 그녀를 만나러 왔더랬다.
이전까지만 해도 그녀가 온태양을 만나러 가야 했다면 이제는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그녀는 그때야 깨달았다.
자신과 온태양의 관계가 그동안 얼마나 불공평했었는지.
우씨, 이제 와서 후회해도 늦었어.
그러게 있을 때 잘했어야지!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온태양에게 완전히 돌아서 있던 차였다.
그녀는 그를 철저히 무시했고.
그가 노은하 사단의 브로치를 달면 얼굴을 벌겋게 물들이면서도 선뜻 다가오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녀는 브로치를 항시 몸에 부착하고 다녔다.
그것은 클랜에 실습을 나오고서도 변하지 않았다.
“─그게 그 브로치냐?”
“아, 이거요? 네, 맞아요. 저희끼리 우정을 증명하기 위해 맞춘 거예요. 예쁘죠?”
“우정이 아니라 다른 학생들에게 경고를 하기 위해서 맞춘 거겠지. 내 사람을 건드리면 가만 두지 않겠다고.”
“…….”
명왕클랜.
어쩌다 보니 노은하 사단 중에서 유일하게 명왕클랜에 실습을 나온 조아라.
그녀는 십이좌 라 불리는 동시에 클랜로드인 도완준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다 도완준이 그녀의 교복 위에 부착된 브로치를 가리킨 것이다.
“그 애는 자기 것에 욕심이 많은가 보구나.”
“그럴…까요…?”
“그러지 않고서는 브로치를 만들려 하지 않았겠지. 이것 때문에 지금 다른 클랜로드들까지 몸을 사리는 형편인데….”
“네? 정말요?”
“괜히 너희들 눈 밖에 나버렸다가 노은하를 영입할 기회를 잃어버릴 수도 있으니까.” “…은하가 그 정도로 대단해요?”
“그건 나한테 물을 것이 아니라, 네가 더 잘 알고 있지 않을까?”
“…….”
조아라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러고는 스스로 납득했다.
우리 은하가 강하기는 하지.
그리고
듬직하고, 어른스럽고….
노은하가 대단하기는 했다.
조아라는 도완준이 자신의 친구를 추켜세워주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 한편으로 어째서 명왕클랜이 그녀를 깍듯이 대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이 브로치 때문이었구나.
실습을 나가기 전에 그녀는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S등급을 받은 일곱 개의 클랜 중에 하나인 만큼 프라이드가 높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그녀의 예상과 전혀 다르게 클랜원들은 그녀에게 친절했다.
하물며─.
─클랜로드께서 직접 훈련을 시켜 주기도 했으니까….
명왕 클랜로드 도완준은 그녀에게 무척 호의적이었다.
오늘처럼 일부러 시간을 내어서는 그녀를 단련시켜주었을 정도였다.
도완준이 말하기를─.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너한테서 얻어먹으려 하는 거니까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않아도 돼.” “…그게 더 부담스러운데요? 저는 은하한테 이래라저래라 말 못해요. 저뿐만 아니라 다른 애들도 그렇고, 명왕클랜에 들어오라는 말도….”
“만약 명왕클랜에 들어오지 못한다 하더라도.”
“…….”
“너와 이런 식으로 친분을 만들면 간접적으로 노은하와 친분을 만드는 셈이지. 그것만으로도 족해.”
도완준은 말을 돌릴 줄 몰랐고.
조아라는 반쯤 부담을 느끼면서도 그러려니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 일어나자. 한 번 더 봐주마.”
“클랜로드. 조금만 쉬면….”
“내 입으로 말하기는 부끄럽지만 나는 무척 바쁜 사람이다. 시간이 별로 없다고.” “…알겠어요.”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는 도완준.
바닥에 주저앉아 마나를 회복하던 조아라는 한숨을 쉬었다.
마음 같아서는 드러눕고 싶었으나 십이좌가 한 수 가르쳐주는 기회는 흔치 않았다.
그렇기에 조아라는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켰다.
“조금 전에도 말했듯이 환상마법은 상대를 교란시켜 결과적으로 상대가 환상을 현실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마법이다. 상대를 교란시킨다는 건 상대의 시각, 청각, 후각, 미각 등 여러 감각정보를 혼란에 빠뜨린다는 뜻이고. 그런 의미에서 네 기프트를 잘만 사용하면….”
“보잘 것 없는 마법들을 조화시켜 효과를 극대화할 수가 있는 마법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죠?”
“그래, 잘 알고 있네. 이건 나중에 아카데미에 돌아가서 님께 물어보면 친절하게 알려주실 거다. 그분은 노은하 사단에게는 친절한 모양이니까.”
환상을 만들어내고, 환상을 꿰뚫는 눈을 지닌 도완준은 처음 만났을 때 조아라의 자질을 알아보았다.
그래서 그는 몸소 그녀를 가르치며 그녀의 재능을 꽃피우려 했다.
“그럼 시작할게요.”
“그래, 와라.”
어찌 보면 환상마법은 다중 캐스팅과 연관된 부분이 있었다.
환상마법이란 본질적으로 인간의 오감을 빼앗아 인지능력을 지배하는 마법이었으니까.
오감을 빼앗는 과정에서 여러 개의 마법이 사용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도완준은 그녀에게 최적의 스승이 되어주었다.
기프트
조아라는 은하에 의해 자각하게 된 기프트를 떠올렸다.
그녀가 마나를 끄집어냈다.
손가락 끝에서 피어오른 마나는 곧 두 갈래로 찢어졌다.
메멘토 마기아
이윽고 그녀는 허리춤에 달아놓은 회중시계를 손에 쥐었다.
회중시계의 뚜껑을 열자 멈춰 있던 시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회중시계를 다룰 수 있는 시간을 확인하며 연산을 시작했다.
바로 그때─.
─부우웅
스마트폰이 울렸다.
진동 소리에 집중을 깬 조아라는 퍼뜩 눈을 떴다.
맞은편에서 도완준이 불쾌해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 이게 왜 울리지?” “앞으로 훈련 중에 폰은 꺼라.”
“죄송합니다. 얼른 끌게요.”
도완준의 눈치를 살피며.
조아라는 허겁지겁 뛰어가 바닥에 떨어진 블레이저를 주워들었다.
이어서 그녀는 스마트폰을 꺼내, 300개가 넘는 메시지를 확인했다.
“언제 이렇게 온 거지? 어…?”
그녀는 얼추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최근에 올라온 메시지를 살폈고.
그러고는 유도준이 올린 글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주로 플레이어 업계에 대해 다루는 신문사의 기사였다.
「[특종] 우리 오늘부터 1일이래요. 황금세대들의 풋풋한 데이트」
– ㅇㅎㅇㅎ 가즈아!
└ㅇㅎㅇㅎ가 뭐예요? 이거 어떻게 읽는 건가요?
└’아하아하’라고 읽으면 되요.
└자매품으로 ‘으흥으흥’도 있어요.
– 어쩐지 수상하다 했다.
– 플레이어 업계에 떠돌았던 게 이제야 터졌나 보네. 저거 예전부터 아는 사람들은 아는 이야기였는데.
– 쟤네가 누군데 이러는 거야?
└노은하류연화 몰라?
└우리 님은 잘 알지.
– 은아 사진은 없나요?
☆
변지성이 칠사자의 자리를 박탈당하는 것과 함께 근신처분을 받고 나서.
클랜 내에서 더는 은하에게 반기를 드는 사람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대로 클랜 생활이 순탄히 흘러가는가 했더니─.
“─해명해.”
“하양이 네가 오해하는 것 같은데 내가 이럴 리….”
“해명해, 얼른.”
“…….”
일명 노은하와 류연화의 스캔들.
레귤러스클랜이 발칵 뒤집혔다.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를 접한 클랜원들은 모두 수군거리기 바빴고.
정하양은 은하를 추궁했더랬다.
“연화 언니랑 같이 먹은 떡볶이는 맛있었어?”
“…오해야. 나는 결백해.”
“입 안에 김밥을 넣어준 것도?”
“…….”
클랜원들은 모두 눈치를 살폈다.
하필 류연화가 장기 근무를 나가 레귤러스클랜에 없던 상황에서.
정하양은 클랜원들이 보는 앞에서 은하를 닦달했더랬다.
그녀가 기사가 올라온 스마트폰을 그에게 들이밀었고.
그는 기사에 첨부된 사진을 모두 해명해야 했다.
“그냥 일 끝난 김에 연화 누나랑 같이 떡볶이 먹은 거야.” “근데 일이 끝났으면 곧장 클랜에 복귀해야 하는 거 아니야?”
“끙….”
은하는 종종 임무가 끝날 때마다 류연화와 근처 포장마차에서 분식을 먹고는 했다.
아무래도 먹는데 정신이 팔렸다가 잠복하고 있던 기자들에게 사진을 찍힌 모양이었다.
그래서 은하가 떳떳하게 결백하다 손사래를 쳤으나.
“응, 해명해.”
“”””…….””””
정하양의 태도는 완고했고.
앨리스그룹의 후원을 받는 레귤러스클랜의 클랜원들은 은하에게 어떤 도움도 주지 않았다.
물주님이 갑이었다.
그나마 은하는 마침 자리에 있던 은우에게 도움을 요청했더니─.
“─쓰레기.”
“은우 너 방금 뭐라고….”
“어? 미안. 그만 본심이 나왔나봐. 나는 이제 혜림 언니한테 마법이나 배우러 가야겠다. 안녕, 잘 있어!”
“…….”
차은우는 마치 쓰레기를 보는 듯한 시선으로 은하를 일변했다.
그러고는 박혜림과 약속이 있다며 자리를 피했다.
결국 차은우는 은하를 버렸다.
“해명해.”
“…….”
그러는 한편 해명해 여친님은 계속 은하를 압박하려고 들었다.
은하는 떨떠름한 시선으로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다.
놀랍게도 클랜원들은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기나 했다.
그러한 상황에서─.
[─아임 파인!]한서현에게 연락이 왔다.
은하는 간담이 서늘했다.
하양이를 상대하는 것도 버거운데 서현이까지 상대할 수는 없어.
노은하는 궁지에 몰렸고.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
하지만 파인톡으로 이어진 연락은 전화로 바뀌었고.
전화벨이 크게 울렸다.
“─받아. 서현 언니 전화 아니야?”
“너, 너한테 집중하고 싶어서….”
“그럼 얼른 해명해.”
“…….”
정하양의 협박 아닌 협박.
은하는 어색하게 웃기만 했다.
다행히, 돌파구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그때, 거기에 나도 같이 있었어. 근무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연화랑 은하랑 같이 떡볶이를 먹을 때 찍힌 사진인 것 같은데?”
“응? 정말?”
“맞아. 잠깐만…, 아마 내가 사진을 찍어뒀을 거야. 아, 여기 있다.”
“흠…, 그러네.”
“이제 오해 풀렸지? 아마도 기자가 사진을 이렇게 찍은 걸 거야. 옆에 나도 같이 있었는데, 뭘.”
“응. 괜히 오해해서 미안해. 근데 그런 거였으면 그냥 얘기를 해주지 그랬어.”
“아하하….”
보다 못한 은아가 나서서 정하양의 의문을 풀어줬다.
은아가 포장마차에서 셋이서 찍은 사진을 보여준 것이다.
정하양은 의심에 찬 눈을 거두고 은하에게 사과했다.
은하는 어색하게 웃기만 했다.
“그럼 역시 기사가 잘못된 거네. 아빠한테 연락해서 정정기사를….”
“그럴 필요 없어.”
“네? 클랜로드?”
스캔들의 당사자가 됐기 때문인지.
클랜원들이 서로 이야기하는 중에 외근을 나갔던 클랜로드 구연수가 돌아왔다.
“클랜 차원에서 사실 무근이라고 발표할 거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방금 연락이 왔는데 앨리스그룹도 기사를 정정 요청시킬 것이라 했고, 항의도 같이 넣는다고 했으니까. 아, 시리우스에서도 하겠다더라.”
“”””…….””””
구연수 왈.
기사가 올라오기 직전에 어느 정도 낌새를 눈치 채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레귤러스클랜, 앨리스그룹, 시리우스그룹에서 발을 맞춰 대응을 하기로 했다고.
구연수의 설명을 들은 클랜원들은 작은 신문사를 상대로 하는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
스케일이 남달랐다.
“그러니 너희는 업무에 복귀하고. 괜히 이상한 소문내지나 마라.”
구연수는 클랜원들을 해산시켰다.
그로부터 24시간이 지나지 않아 신문사에서는 정정기사를 올리고는 사과의 말까지 첨부했다.
또한 해당 기사를 업로드한 기자를 해임시킨다는 것까지.
콧대 높은 언론사가 하루도 안 돼 정정기사를 올리는 경위를 보게 된 클랜원들은 혀를 내둘렸더랬다.
“은하는 건드리면 안 되는 구나….”
레귤러스 클래원들은 실감했다.
한편, 장기 근무를 마치고 복귀한 류연화는 스캔들을 의식한 것인지 은하를 서먹서먹하게 대했다.
또한 한편─.
“─너 나 몰래 연화랑 만나니?”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모를 줄 알고? 이거는 나도 같이 있었을 때 찍힌 게 아니잖아. 내가 너 때문에 하양이한테 거짓말까지 해야 하니?”
“아마도 누나랑 은우가 시흥시로 파견을 나갔을 때인 것 같은데….”
“변명은 됐고. 이게 네 잘못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조심해. 너한테도 문제지만, 앞으로 너하고 스캔들에 휘말리는 사람들은 대체 무슨 죄니?”
“끙…. 이게 사실 어쩔 수….”
“스읍. 변명.” “네.”
클랜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은아는 은하를 꼬집었더랬다.
“그리고 하양이도 내가 거짓말로 변명해준 거란 걸 알고 있을 거야. 내 얼굴을 봐서 넘어가줬던 거지, 정말 그렇다고 생각한 게 아니야. 그거 알고 있어.”
“어?”
“하양이도 별 거 아닌 일이란 것을 알고 있으니까 넘어갔기도 했겠지. 하양이한테 잘해. 그리고 앞으로는 되도록 이성과 단 둘이 있을 때는 하양이나 서현이한테도 말해놓고.”
“…알았어. 그럴게.”
“별 거 아닌 일이라고 넘어갔다가 나중에 신뢰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 명심해! 꼭!”
☆
스캔들도 일단락되었을 때쯤.
실습 기간도 이제는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클랜 생활도 나름 편했는데 다시 아카데미로 돌아가서 수업을 들어야 하는 구나.
이런, 기말고사도 있네.
은하는 임무가 일찍 끝나는 날에는 지하 대련장에서 검을 휘둘렀다.
변지성도 없어지고 나니까 훈련을 하기에 쾌적하기 그지없는 환경이었다.
“후우….”
오랜만에 땀을 한 바가지 흘렸다.
손에 쥔 검들을 칼집에 넣은 그는 근처에 둔 물병을 챙겨들었다.
남아 있던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러던 그때였다.
“─자.”
“연화 누나? 누나도 훈련을 하러 온 거야.”
“응. 일은 다 끝났니?”
“오늘 일은 다 끝났지.”
언제부터 있었던 것인지.
류연화가 수건을 건넸다.
뒤늦게 류연화의 존재를 알아차린 은하는 깜짝 놀라며 수건을 받았다.
이내 그녀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럼 나는 그만 가볼게.”
“응? 어디 가려고?”
“대련장에 너하고 나밖에 없잖아. 그래서…, 혹시 모르니까….”
“아….”
겸연쩍어하며 말하는 류연화.
은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얼마 전 클랜을 발칵 뒤집어놓았던 스캔들을 떠올렸다.
그녀는 행여나 다시 스캔들의 대상이 될까봐 걱정이 되는 것이다.
창진이 형이 그랬던가.
연화 누나가 스캔들 소식을 알고 엄청 우울해 했다던데….
아마도 류연화는 생전 처음 겪는 허위기사에 충격을 받았으리라.
설마 친구 동생과 열애설이 날 줄은 몰랐으리라.
그녀의 심정을 십분 이해했던 그는 최근에 그녀가 자신을 피하는 것을 가만히 내버려뒀다.
그래도 오늘은 괜찮은 것 같던데.
며칠 전만 하더라도 류연화는 그와 눈이 마주쳤다 하면 깜짝 놀라서는 푸른 꽁지를 휘날리며 사라졌다.
그때에 비해 오늘은 그에게 수건을 건네줄 만큼 양호한 듯했다.
물론 그녀는 여전히 주변을 의식해 자리를 피하려 하는 것 같았지만.
“대련장이 이렇게 넓은데 뭐 하러 다른 데를 가려고 해? 여기 있어.”
“그래도…, 될까?”
“애초 여기에는 클랜 사람들밖에 있지도 않은데 걱정할 필요가 있어? 기자도 여기에는 출입하지 못하지.”
“…….”
류연화가 자꾸 거리를 두려 하니.
노은하는 어째서인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은하는 그녀에게 말했다.
콧방귀를 끼며 허세를 부리면서.
“그럼 오랜만에 같이 한 판 할래?”
“그럴까?”
허세가 통한 것일까.
아니면 허세가 읽힌 것일까.
은하를 빤히 바라보던 그녀가 이내 피식 웃었다.
“여기 수건. 잘 썼어. 그런데 이거 누나 수건 아니야?”
“괜찮아. 나는 웬만해서는 땀을 잘 흘리지 않으니까.”
“좋겠네. 나는 땀을 이만큼이나 흘렸는데….”
“날씨가 더워지기는 했지. 내가…, 시원하게 해줄까?”
“그래주면 좋고.”
연화에게 수건을 돌려준 은하.
그럼에도 그의 얼굴에서는 아직도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고.
그녀는 그를 안쓰럽게 쳐다보면서 체온을 내려주는 마법을 사용하러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다─.
“─누나 지금 뭐해?” “…….”
류연화가 마법을 사용하다 말고.
돌연 은하의 체취를 맡은 것이다.
그것을 은하에게 딱 들켰고.
은하와 시선이 마주친 그녀의 뺨이 점점 빨갛게 달아올랐다.
“냄새가 좋아서….”
“응? 땀냄새가 뭐가 좋다고….”
“아니야. 향긋해, 엄청.”
“…어…, 그래…. 고마워.”
당황한 티가 현저한 류연화.
은하는 류연화의 생뚱맞은 행동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본인도 생뚱맞았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어…? 누나! 어디 가? 나하고 대련하자며! 저 누나, 또 저러네….”
류연화는 수건을 손에 꼭 쥔 채로 후다닥 도망쳤다.
☆
클랜 실습도 며칠 후면 끝이 난다.
베베는 생각에 잠겼다.
라 불릴 만하네.
전투센스가 장난이 아니야.
그녀는 얼마 전에 있었던 은하와 변지성의 대련을 떠올렸다.
변지성은 어둠 쪽에서도 상당히 주목받던 플레이어였다.
물론, 그가 향락에 빠지게 되면서 평가를 다시하게 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의 검법은 상당히 대단했다고 할 수 있다.
노은하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아무것도 사용하지 않는 상태에서는 을 이기지 못할 거라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설마 손쉽게 이겨버릴 줄이야.
그런데 현실은 어떠했는가.
노은하가 너무 여유롭게 을 박살 낸 것이다.
그때 대련을 지켜본 그녀는 그의 전투센스에 감탄했을 정도였다.
그러면서 아쉬워했다.
“그거로는 노은하의 실력을 제대로 파악했다고 할 수 없지.”
베베는 노은하의 진면모를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기회는 오지 않았고.
결국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노은하에 대한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이만한 인재는 나오기도 힘들어. 도 이렇게나 빠른 성장세를 보이지 않았다고.
노은하.
그녀는 플레이어 업계의 말마따나 노은하가 엄청난 귀재라 생각했다.
도 의 재능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단지 이 하고도 대련에서 밀리지 않고 있는 이유는 그녀가 경험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은 그렇게 판단했다.
그렇다고 하나─.
“─누구 손에 놀아날 애가 아니야. 그 애는 너무 위험해. 어쩌면 걔가 우리 일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어.”
이대로 재능이 만개하기 전에.
노은하를 처리해야 한다.
아니면, 세뇌시키거나.
은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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