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590
레귤러스클랜의 회식자리.
은하가 온 것으로 회식 분위기는 훨씬 떠들썩해졌다.
다들 재미있는 분들이야.
고기와 술을 추가로 주문하는 한편 어떻게든 은하에게 술을 주려 하는 레귤러스 클랜원들.
멀리서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차은우는 나직이 웃었다.
근무를 설 때는 대부분 베테랑다운 모습을 보여주었건만.
그들이 회식자리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영락없이 아카데미 학생들이 보여주는 모습과 똑같았다.
“선배님들! 여기 봐주세요! 제가 사진 찍어드릴게요!”
“오빠는 예쁘게 찍어줘야 한다!?” “오빠는 무슨…. 나이도 내일모레 40이나 되는 사람이….”
언젠가부터 사진을 찍는 일이 곧 취미가 되었던 차은우는 이 순간을 추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었다.
그러다 그녀는 자리를 돌아다니며 평소에는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던 선배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응?
은우가 박혜림과 술을 마시려는데.
문득 묘한 시선을 느낀 차은우가 고개를 홱 돌렸다.
그곳에 노은하가 있었다.
은하야?
나 좀 살려줘….
그녀는 은하와 눈이 마주쳤다.
은아와 하양에게 붙잡혀 있던 그가 그녀에게 구원의 시선을 보낸 것이다.
눈빛이 참 간절해 보였다.
은하야!
이에 은우는 활짝 미소를 지었다.
덩달아 은하의 얼굴도 밝아졌고.
은우는 그의 기대를 배신하며─.
─지금 딱 좋으니까 그러고 있어!
야…, 너….
찰칵 하고.
그녀는 노은하를 찍었다.
안타깝지만 은하를 구해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러게 누가 늦게 오래니?
자업자득이다.
이내 그녀는 환하게 미소를 짓고는 은하와 같은 테이블에 있던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러고는 조금 전에 찍은 사진을 확인했다.
“…응? 여기 구석에 있는 사람은 누구지? 꼭 귀신 같이 나왔네…. 아, 창진 오빠구나.”
사진을 확인하고 순간 흠칫.
같은 테이블을 공유하고 있으나, 마치 홀로 테이블에 앉아 있는 듯이 쓸쓸히 술을 마시고 있는 남자.
한창진이었다.
그녀는 본의 아니게 심령사진 같은 사진을 찍었다며 까르르 웃었다.
이후 차은우는 박혜림을 시작으로 사진을 보여주었고─.
“”””─난 또 귀신일 줄 알았네!!””””
레귤러스 클랜원들은 사진을 보고 하나같이 대폭소를 했다고 한다.
한편, 어느 누구도 참석하지 않은 베베를 신경 쓰지 않았다고 한다.
☆
사방이 온통 적이었다.
심지어 맞은편에 앉아 있는 사람도 잠재적인 적이었다.
심지어 더더군다나 다른 테이블에 있는 사람들도 걸핏하면 기웃거리다 폭탄주를 선물해주고 갔다.
“”””당연히 마나 저항은 하지 않고 마시는 거 알지!?””””
“웁….”
은하는 술에 취하지 않았으나.
그렇다 해도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술만 퍼마시고 있으니 뱃속이 쓰릴 정도였다.
적들은 은하가 안주를 먹게 해줄 아량조차 베풀지 않았다.
오히려 적들은 아무리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는 은하를 보고 감탄하며 더더욱 술을 마시게 했다.
“선배님들! 이제 그만 좀 멕여요!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
하지만 외부에서 적이 나타나면, 내부에서는 단결을 하게 된다고.
그동안 옆에서 은하를 괴롭혀댔던 은아가 아미를 모으며 클랜원들에게 항의한 것이다.
“너, 정말 괜찮아? 그러게 왜 술을 주는 대로 마시래!”
“누, 누나가….”
병 주고, 약 주고.
은하는 자신을 타박하는 은아에게 뭐라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이대로 은아의 걱정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오른쪽에서─.
“─이것 좀 먹어봐. 많이 힘들어?”
“아니야…. 괜찮아, 고마워.”
이번에도 병 주고, 약 주고.
은하는 정하양이 입 안에 넣어주는 고기를 우물거렸다.
한편 맞은편에서는─.
“─물 마셔. 괜찮아?”
“잘 마실게….”
짤그랑 하고.
류연화가 컵에 물을 따라, 거기에 마법을 사용해 얼음을 동동 띄워서 은하에게 건넨 것이다.
은하는 시원한 물을 마시며 속이 쓰린 배를 달랠 수 있었다.
“아, 시원해. 이제야 살 것 같네.”
“…더 줄까?”
“응, 한 잔만 더 부탁해.”
은하는 그때부터 숨을 돌릴 수가 있었다.
노은아, 류연화, 정하양.
세 사람은 훌륭하게도 외부로부터 그에게 접근하는 적들을 차단했다.
졸지에 적들은 꿩 아니면 닭이라며 한창진에게 한 잔씩 술을 먹이고는 돌아갔다.
여하튼 은하는 세 사람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게 뭐야? 뭐가 있는데?”
“아, 그건….”
“응? 폰 아니야?” “아니야, 언니. 크기가 다른걸….”
어느덧 시간이 흘렀을 때쯤.
취기가 오른 하양이 은하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나아가 그녀는 은하의 다리 위로 손을 올려두고 있었다.
그러다 무언가를 잡은 것이다.
“이게 뭐지….”
정하양이 원단 위를 더듬는다.
그러자 노은아와 류연화의 시선이 은하에게 쏠렸고.
시선을 견디지 못한 은하는 이내 주머니에서 물건을 꺼냈다.
“립스틱이야, 립스틱. 클랜회관에 두고 왔다던 물건.”
아주 자연스럽게.
은하는 립스틱을 보여주며 그대로 상황을 넘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네가 왜 립스틱을 가지고 있어? 립스틱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
“하양이 꺼인가?”
“아니야, 언니. 나는 이 색 안 써.”
“…….”
“그럼 은하 네가 왜 그걸 가지고 있는 걸까?”
“하하….”
“””…….”””
은아가 의아하게 생각한 것이다.
이내 그녀의 눈초리가 바뀌고.
정하양도 어느새 술이 깬 것인지 은하에게서 몸을 떼고서는 은하를 쳐다보았다.
분위기가 싸해졌다.
“이거 누구 꺼야?”
“하하….”
정하양이 립스틱 캡을 열었다.
색을 이리저리 확인한 그녀가 다정다감한 목소리로 추궁했다.
다정해서 더 무서웠다.
은하는 어색하게 웃기만 했다.
…망했네.
은하는 속으로 심란해했고.
어떻게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지 고심했다.
그러다 순간적이 기지가 떠올라서 입을 열었다.
“─엄마 주려고 사왔지.”
물론─.
“─엄마는 이 색 안 쓰는데?”
“그, 그래…?”
은하의 기지는 은아에 의해 처참히 침몰하고 말았지만.
그래도 은아를 비롯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어느 정도 의아함을 거둔 눈치였다.
“엄마한테 줄 립스틱을 사기 전에 나한테 한 번 물어보지. 그랬으면 색을 잘못 고르는 일은 없었을 거 아니야.”
“까, 깜짝 선물로 주고 싶어서….”
“엄마 생일 때문에 사려는 거지? 이제 얼마 남지 않았잖아.”
“…그, 그렇지?”
노은하는 불효자였다.
최근 의 뒤통수를 치려고만 계획하고 있었던 은하는 어머니의 생일도 깜빡하고 있었더랬다.
“엄마 취향에는 맞지 않을 테니까 이걸 선물하려 하지 말고…. 나중에 나랑 같이 보러 가자. 맞아, 아니면 하양이랑 둘이서 보러 가. 은하 너, 하양이가 무슨 색을 쓰는지 하나도 모르지?”
“제 남친은 하나도 모른데요.”
“이참에 가서 하양이한테 배워놔. 하양이한테도 하나 선물해주고.”
“그, 그럴까?”
“정말!?”
다행히 은아가 능숙하게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정하양의 얼굴이 환해졌다.
은하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며 상황을 모면했다.
“음, 색이 진하기는 한데 예쁘네. 은하야, 이거 환불하는 게 아니라면 사용해봐도 될까?” “…괜찮아.”
은아는 용기를 이리저리 돌리면서 립스틱의 색을 확인했다.
은하는 그녀가 아티펙트를 한 번 사용해보겠다는 말에 당황하면서도 티를 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효과를 한 번 확인해보기는 해야 할 테니까.
이참에 은하는 아티펙트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런데 노은아가 립스틱을 별안간 연화에게 건넨 것이다.
“연화야, 한 번 써봐.” “…내가?”
“응! 피부 톤이 하얘서 나보다는 네가 더 잘 어울릴 것 같은데?”
“맞아요. 언니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아요!”
류연화가 눈을 깜빡깜빡.
그녀가 은하에게 시선을 향했다.
“…내가 써봐도 될까?”
“응, 괜찮아.”
은하에게 허락을 구하고.
류연화가 조심스레 립스틱의 캡을 열었다.
생각해보니 연화 누나가 화장한 걸 별로 보지 못한 것 같네.
은아가 연화의 옆으로 자리를 옮겨 그녀에게 손거울을 들어주면서.
은하는 두 사람을 가만히 바라보다 그제야 류연화가 화장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격한 전투를 치러야 하다 보니까 화장을 지양했던 것이다.
어쩐지 인상이 연해 보이더라니.
청초하면서도 옅은 인상의 미인.
은하가 그동안 생각하던 류연화의 이미지였다.
하지만 립스틱을 바른 그녀는─.
“─어때…?”
“””…….”””
소복이 쌓인 눈처럼 새하얀 얼굴.
그래서 유난히 눈길이 가고 마는, 진한 붉은색의 입술.
겨우 입술 하나로 사람의 분위기가 확연하게 달라졌다.
은하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괜찮아? 예…, 뻐?”
류연화가 입술을 오물거린다.
은하의 시선은 류연화의 입술에서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에 이끌리는 것처럼.
이때, 술을 마시느라 의도적으로 마나 저항을 억제하고 있던 은하는 끌리는 감각에 따라 말했다.
“─예뻐.”
“아…, 그렇구나. 다행이다.”
“……!”
눈 속에서 피어나는 꽃처럼.
수줍어하며 미소를 짓는 류연화.
그녀의 미소에 잠시 넋을 잃었던 은하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내가 방금 어떻게 됐던 거지?
아주 잠시에 불과했으나.
은하는 무언가에 홀린 것만 같은 기분에 휩싸여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심장이 쿵쿵 뛰면서 마나 저항이 정상을 되찾았다.
…유혹계열의 아티펙트인 건가?
은하는 재빨리 노은아와 정하양의 상태를 확인했다.
마찬가지로 취기가 있던 두 사람도 연화에게 홀린 것 같은 시선을 하고 있었다.
“예쁠 거라고 생각하기는 했는데 내 생각보다 너무 야해….”
“…그러게
.”
취기로 오인한 것인지.
두 사람은 자신들이 한순간 마법에 걸려들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것은 류연화 역시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연화야, 우리 다음에 매장에 가면 이것보다는 색이 조금 밝은 것으로 사자. 이것도 어울리기는 한데…, 음, 아니야, 딴 걸로 사자.” “응, 그래. 고마워. 잘 썼어.”
류연화가 입술을 닦는다.
은하는 그녀에게 립스틱을 받으며 속으로 안도했다.
적절한 시기에 은아가 말을 해줘서 다행이었다.
하마터면 연화에게 유혹의 마법이 깃들어 있는 아티펙트가 넘어갈 뻔했다.
그러다 사고 날 일 있지….
이 아티펙트의 주인이 될 사람은 심도 있게 고려해야겠네.
자신조차 유혹당하고 만 립스틱.
은하는 립스틱을 주머니에 넣으며, 앞으로 마성의 립스틱이라 부르기로 했다.
“그럼 고기나 마저 먹자, 얘들아!”
은아가 명랑하게 말하고.
그들은 고기를 먹고 술을 마시며 다시 즐겁게 떠들기로 했다.
바로 그때, 노은아가 자연스럽게 은하의 귀에 속삭였으니─.
“─내가 없었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랬니? 이 사고뭉치야.”
노은아는 모두 알고 있던 듯했다.
방심하고 있던 차에 그 말을 들은 은하는 뜨끔했다.
이내 그녀가 말을 이었다.
“─하양이하고 데이트 가서 내꺼랑 엄마꺼 안 사오기만 해봐.”
“…고마워.”
손을 대고 은하에게 소곤소곤하던 그녀가 다른 사람들 몰래.
남동생의 귀를 깨물었다고 한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591(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