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596
고등아카데미 3학년 학생의 경우, 문화제 참가는 자율이었다.
하지만 학생들 사이에서는 마지막 학창생활인 만큼 더더욱 문화제에 참가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중이었다.
회귀 전과 달리 아카데미의 풍조가 조금은 변했어.
은하는 아카데미에 흐르는 기류에 쓴웃음을 지었더랬다.
이전 삶과 다르게 학생들은 무작정 실력지상주의를 추구하지 않았다.
3년하고도 또 3년.
정하양을 비롯한 친구들의 노력이 싹을 틔운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들이 졸업하면 모두 없어질 풍조겠지만.
이번에도 은하는 쓴웃음을 감출 수 없었다.
경쟁을 강요하는 교육 풍조 속에서 친구들의 바람이 싹을 틔웠던 것은 전적으로 그러한 분위기를 지지하는 실력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자신이나 친구들 같은.
하지만 자신과 친구들이 내년에는 졸업을 하게 되는 이상, 이제 틔운 싹은 다시 죽게 될 것이다.
아카데미를 좌지우지하는 절대적인 실력을 지닌 사람들이 없었으니까.
결국 아카데미의 기조는 내년부터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고 말 것이다.
친구들도 그것을 감지하고 있었던 것일까.
“─문화제에 무조건 참가해야 할 필요는 없어. 그냥 다 같이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만 참가해주면 돼.”
그러니 마지막 문화제는 기억에서 잊히지 않을 정도로 화려하게.
친구들이 3학년의 구심점을 자처해 마지막 문화제를 기획하자는 의견을 꺼낸 것이다.
그리하여 3학년 학생들 중에서도 문화제에 참가하고 싶은 학생들은 두 조로 나뉘어 회의하고 있었다.
“─마지막 문화제인 만큼 기존과 전혀 다른 기획안으로 부스를 만들 생각이야. 후배들이 기획할 부스와 최대한 피할 생각이니 그 점도 같이 염두에 넣어줬으면 해.”
강단에 선 민호는 손에 쥔 대본을 아예 쳐다보지도 않고 이야기했다.
그만큼 오늘 회의를 진행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는 뜻이었다.
학생들 역시 그것을 알았던 것인지 그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동안 했던 문화제와 전혀 다른 유형의 문화제라….
가만히 회의를 들으면서.
은하는 생각에 잠겼다.
그동안 자신이 참여했던 문화제를 떠올렸다.
군만두도 구워보고, 유령의 집에서 구울 역할도 해봤다.
이따금씩 친구들이 참가한 부스를 돕던 적도 있었다.
작년에는 병원에 입원해 있느라고 문화제는 보지도 못했고….
뭐, 나는 아무것도 안 할 생각이니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어야겠다.
물론, 종합부문대회 본선에 나가는 은하는 문화제에 참가할 생각이 없었다.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이유는 단지 심심하기 때문이었고, 친구들에게 얼굴마담으로 참석해달라는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조를 두 개로 나누게 되며 목민호가 회의를 진행하는 조에 들어오게 된 것이고.
그러던 때였다.
“─나! 나! 나!”
“후…, 다른 사람은 없어?”
“나! 나! 나! 목민호! 나 지금 손 들고 있잖아!”
“…아리엘. 한 번 말해봐.”
학생들이 기존에 있던 것과 다른 기획안을 고민하는 가운데.
저 멀리에서 아리엘이 번쩍 손을 든 것이다.
처음에는 그녀를 무시하려던 민호는 어쩔 수 없이 그녀에게 발언을 허락했다.
“우리 화끈하게 클럽 열면 어때? 그리고 남자는 메이드복을 입고서, 여자는 집사복을 입고서 서빙하는 거야!”
“기각.”
“아, 왜!!”
“나름 신선하기는 했지만 클럽하고 그런 복장은 너무 파격적이야. 좀 우리나라의 정서에 맞는 걸로 해.”
“목민호 완전 구시대적이야! 왜케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
“다음 사람.”
아리엘의 의견은 모니터 화면에는 올라가보지도 못했다.
한편 회의록을 집필하는 유도준은 배를 꺼이꺼이 잡고 웃어댔다.
아리엘 의견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목민호의 성향을 파악했어야지.
은하는 어깨를 으쓱였다.
고리타분한 민호에게 그런 제안이 통했을 리가 없었다.
그런데 메이드복은 영어랑 한자가 합쳐진 단어인데, 집사복이란 말은 왜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은 걸까.
회의가 따분하기만 했다.
이내 은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하품을 했다.
그러는 사이 다른 학생들이 의견을 몇 개 내놓았고.
유도준은 그들의 의견을 착실하게 모니터 화면에 써나갔다.
“난 마지막 문화제인 만큼 이번에 수익을 왕창 벌었으면 좋겠어. 누구 그런 아이디어 가진 사람은 없어? 색다르지 않아도 좋아.”
그러던 중이었다.
유도준이 마이크의 전원을 켜서는 학생들에게 말한 것이다.
올해는 돈을 왕창 벌어서 그것으로 거하게 뒤풀이를 하자고.
학생들도 수긍하는 바였다.
그러자─.
“─내가 괜찮은 거 떠올렸는데!”
“…그래, 진파랑. 한 번 말해봐.”
진파랑이 손을 든 것이다.
목민호는 일단 한숨부터 쉰 다음에 그에게 발언을 허락했다.
“돈을 벌 수 있는 거라면 당연히 그거 아니겠어?”
“그게 뭔데.”
“뭐기는, 돈으로 돈을 먹는 거지! 카지노장을 운영하는 건 어떨까!? 어때, 은혁아? 내 의견 참 좋다고 생각하지 않냐?”
“어…. 건전한 놀이문화에 한해서 괜찮을 것 같기는 하겠다. 그런데 형, 카지노를 운영하게 되면 형은 어떤 일을 맡게?” “나? 나는 딱히 할 줄 아는 게임도 없으니 집사복이나 입고 서빙을…. 그러다 딜러하고 작당해서 사람들을 속이는 거지!”
“나! 나! 나! 남자는 메이드복에, 여자는 집사복을 추천합니다! 그럼 내꺼랑 같이 하면 되겠다!”
“…기각. 그것도 기각이야. 그리고 아리엘 너는 내가 발언을 허락하지 않았을 텐데. 입 다물고 있어.”
내가 믿은 게 잘못이었다고.
목민호는 마이크에 대고서 대놓고 탄식했다.
그러자 진파랑이 소란을 피웠고, 옆에 앉아 있던 은혁이 황급히 그를 말리려고 했다.
“좀 더 건전하고 색다르고…. 그래, 이왕이면 수익률이 높은 기획안은 없어?”
“”””…….””””
“없으면 지금 나온 의견들 중에서 정할 거야.”
회의는 아리엘과 진파랑의 난동으로 총체적 난국을 맞이하고 있었다.
목민호는 머리가 지끈거리는 건지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의견 더 없는 거지? 그럼 여기서 기획을 정─.”
나올 의견은 다 나왔다.
이대로 회의를 진행하다가는 아예 보건실에 실려가고 말겠다.
그렇게 판단한 민호가 주위를 보며 입을 열었다.
더 이상 손을 드는 사람은 없었고.
목민호가 회의를 끝내려는 그때─.
“─잠깐.”
“그래, 진서나. 말해봐.”
진서나가 손을 들었다.
삼각 귀를 빳빳이 세운 진서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획기적이면서 수익률이 높은 거, 나 그거 알아.”
“뭔데?”
“”””…….””””
의기양양하게.
에헴 하며 꼬리를 흔드는 진서나.
그녀는 학생들의 궁금증을 유발해 시선을 집중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플레이어가 될 사람이고, 이제 사회에 나가게 되면 사람들의 의뢰를 받게 될 거 아니야?”
“그런데?”
“그걸 미리 경험해보자는 차원에서 의뢰 시스템을 도입하는 거야.” “의뢰 시스템? 그게 무슨 소리지?”
“내 말 잘 들어봐─.”
목민호와 은하를 비롯해.
친구들이 의아해하는 가운데.
진서나가 손가락 하나를 세워서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쉽게 말해서 우리를 파는 거야. 경매 시스템을 이용해 하루에 1번씩 정해진 인원을 무대에 올린 다음, 사람들의 낙찰을 받아 낙찰을 받은 사람의 의뢰를 들어주는 거야.”
“그거 노예팅 아니야?” “노예팅이라니. 역사와 명문 있는 아카데미에서 내가 그런 걸 하자고 할 것 같니?”
유도준이 궁금증을 표했다.
진서나가 떽 소리를 내며 유도준의 의문에 반박했다.
“당연히 19금 의뢰는 금지인 거고, 경매에 나가게 되는 사람은 당연히 의뢰를 거부할 권한이 있어. 만약 그럴 경우에는 낙찰금을 돌려주거나 일부만 돌려주면 돼. 만약 낙찰자가 질이 나쁜 사람들이면 교관님이나 우리들이 따로 경호조직을 만들어 쫓아내 버리면 되는 거고.” “아무리 그렇더라도 논란의 소지는 사전에 차단하는 게….” “민호 네가 몰라서 그러나 본데, 이건 내년에 졸업하는 우리들한테는 절호의 기회나 마찬가지라구!” “절호의 기회라고?”
진서나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든다.
은하는 그녀가 가슴을 피는 동시에 꼬리를 흔드는 모습에 혀를 찼다.
쟤가 지금 입에 침을 바르고 있네.
여우가 거짓말을 준비하고 있다.
그녀가 장전한 탄환을 발사했다.
“내년에 아카데미를 졸업해 어딘가 클랜이나 파티에 들어가야만 하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많이 업계 관계자들에게 자신을 어필할 필요가 있어. 종합부문대회도 그런 의미에서 이루어지는 거잖아?” “그렇기는 한데….”
“내가 기획하는 문화제도 비슷해. 업계 관계자들에게 우리를 어필하는 기회가 될 거라고. 무대에 나가서 장기자랑을 하는 걸로도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도 할 테고, 낙찰돼서 의뢰를 수행하는 모습으로 우리들의 평가도 가능할 거 아니야?” “일리가 있기는 한데….”
“이건 기회야! 기회라구! 진로에 엄청나게 도움이 될 거야.” “흠….”
여우의 구슬림.
목민호는 솔깃한 태도였다.
“─그래, 좋아. 일단 투표 명단에는 올려볼게. 하지만 다수결로 투표해 결과를….”
“”””찬성!!!!””””
“…….”
목민호는 거의 넘어온 상황.
그리고 자신의 가치를 높이려 하는 학생들은 훨씬 이전에 넘어온 상황이었다.
그들이 입을 모아 외쳤고.
목민호는 어쩔 수 없이 유도준에게 투표를 부탁했다.
그리하여 투표 결과─.
“─그럼 과반수가 넘었으니 올해 문화제는 서나의…. 이름이 뭐지?”
“노예…! 아니, 노은하와 동기들을 소개합니다! 줄여서 노동소!”
“…그럼 노동소를 채택하는 것으로 할게.”
“왜 내 이름이 언급되는 거야?”
투표는 일사천리로 처리되었고.
재미있는 제안이라고 생각하면서 진서나의 기획안에 투표했던 은하는 화들짝 놀랐다.
마른하늘에 날벽락을 맞은 기분.
그가 목소리를 높여 저 멀리 앉은 진서나에게 묻자─.
“─당연히 네임 밸류가 있어야 하지 않겠어? 은하 네가 동기들을 위해서 고생 좀 해.”
“나는 나갈 생각이….”
“노은하 이름으로 띄울 생각이라면 노은하는 마지막 날에 오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 그래야 여론몰이를 뜨겁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오, 좋은 생각이야.” “아니, 유도준, 진서나. 내 의견을 들으란 말이야. 그리고 나는 3학년이라 무조건 참가해야 할….”
“무슨 소리! 노은하는 필참이거든? 얘들아, 너희도 동의하지?”
“”””잘 부탁해!!””””
“젠장….”
이리하여.
노은하는 노예가 되었다.
☆
그 시각, 김민지의 조 역시 회의를 하고 있었다.
“─어차피 저쪽에서는 획기적이고 기발한 기획안을 정하려고 할 테니 우리는 기획안 하나 가지고서 너무 머리를 굴리려고 하지 말자.”
강단에 선 김민지.
그녀가 학생들에게 말했다.
학생들은 그녀의 말에 안도해했다.
“최대한 다양하게 의견을 내주면 좋겠어. 꼭 참신하지 않아도 되고, 수익률이 높은 기획안이 아니라도 괜찮아.”
“나.”
“그래, 수빈이. 말해봐.”
김민지는 학생들을 독려했고.
학생들이 의견을 말하려 하나둘씩 손을 들기 시작했다.
그때 배수빈이 손을 들었다.
김민지가 그녀를 가리켰다.
“점집을 여는 건 어때. 아카데미답다고 생각하는데.” “점집? 웬 점집?”
“연애운도 좋고, 취업운도 좋고…. 우리가 그럴듯한 마법을 보여주면서 문화제를 찾는 사람들의 점을 보는 거야.” “흠…, 나쁘지 않네. 어떤 식으로든 좋은 점만 알려줘서 문화제를 찾는 사람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으면서 우리도 보람을 느낄 수 있고….”
“무슨 소리야? 그게 무슨 점이야. 세상에 어떻게 좋은 결과만 있을 수 있겠어.” “응?”
“당연히 좋은 점만 있을 순 없지. 그게 인생이잖아. 특히 연애의 경우 나이가 어릴수록 헤어지는 게….”
“응, 기각할게.”
처음에는 그럴싸했더랬다.
하지만 뒷부분은 한숨만 나왔다.
김민지는 마이크로 책상을 치면서 배수빈의 발언을 중단했다.
“다른 의견은 없어?”
“민지야, 나.” “그래, 은우야. 말해봐.” “아카데미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주는 건 어때? 그리고 사진전도 개최하고.”
“다 같이 할 수는 없겠지만 좋네. 이거는 따로 분류해서 신청을 받자. 다른 의견은 없어?”
차은우의 의견이 받아들여지고.
김민지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였다.
그러던 중이었다.
“─나.”
“그래, 구래. 얘기해봐.”
“얼굴에 페인팅을 해주는 건 어때. 내가 좀 화장에 자신도 있고, 얼굴 페인팅도 할 줄 아는데.”
“흠…. 나쁘지 않네.”
“배우는 것도 그렇게 어렵지 않아. 내가 하루면 자기들한테 스킬들을 전수해줄 수 있어.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하나하나 친절하게 알려줄게.”
“오케이. 그런데 이것도 다 같이 하기에는 힘들 것 같으니 일단 따로 빼놓을게.”
“후후, 고마워.”
이후로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정하양은 그들이 건의하는 의견을 모니터 화면에 타이핑해나갔다.
은하네는 뭘 하고 있을까.
그러다 하양의 생각은 다른 조에서 회의를 하고 있을 은하에게 향하여 있더랬다.
그래서 의 소유자인 그녀도 중간부터 회의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또 다른 사람은 없어?”
그때 김민지가 주위를 둘러보았고.
“아, 카에데. 너는 뭐 없어?”
“…….”
때마침 그녀는 호시미야 카에데와 눈이 마주쳤다.
카에데가 움찔했다.
“…없어.”
“그래도 뭐라도 있으면 알려줘. 넌 이번에 뭐 하고 싶은 거 없어?”
“딱히…, 없는데….”
“뭐, 없으면 어쩔 수 없지.”
카에데가 눈알을 굴린다.
김민지는 그녀가 답을 하지 않자 시선을 돌리려고 했다.
강시형이 발언하지 않았으면.
“카에데가 뭐라고 중얼거리는데?”
“내가 언제.” “…지금 뭐라 그러지 않았어?”
“내가 언제.”
“미, 미안….”
곧장 눈초리를 세우는 카에데.
강시형은 기가 죽고 말았다.
그러는 한편 다른 곳으로 돌아가던 민지나 다른 학생들의 시선이 모두 그녀에게 모여버렸다.
“하….”
결국 카에데는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어야 했다.
“재작년에는 남자가 여장을 했으니 올해는 여자가 남장을 하면 어때. 그때 호응도 괜찮았던 것 같은데.”
“아, 그거 좋은 생각이네.”
아무거나 되는 대로 말하는 듯한 내용이었지만.
카에데의 이야기에 학생들 태반이 고개를 끄덕였다.
재작년에 여학생들이 밀어붙이면서 여장을 하게 된 남학생들은 복수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반면에 여학생들은 남장에 그렇게 거부
감을 느끼지 않았다.
“─그러면 투표 결과로 득표수가 많은 세 개로 문화제를 기획하도록 할게!”
그리하여 남장 콘테스트가 뽑히게 되었다.
그리고 도중에 정신이 다른 곳으로 가 있었던 정하양은─.
“─하양이도 남장 콘테스트에 나가기로 했지?”
“어? 내가 언제?” “아까 네가 응이라고 했잖아.”
“어?”
“그것 때문에 애들도 남장 콘테스트에 투표한 거 몰라?”
“어어?”
그저 문화제에 참가하는 학생들을 관리감독만 하려고 했더니.
어느새 그녀는 관리감독과 더불어 남장 콘테스트에 참가하게 되었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597(b)